러브크래프트 전집 3 러브크래프트 전집 3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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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리안 언덕 너머 오스-나르가이에 있는 항구 도시이자, 카터가 현실 세계에서 안면이 있는 쿠라네스 왕이 다스리는 셀레파이스의 여인숙에서 자주 본 얼굴이었다. 그와 비슷한 얼굴을 한 선원들이 해마다 북쪽에서 음산한 배에 마노를 싣고 찾아와 셀레파이스의 비취와 금실, 붉은 명금과 바꾸었다. 그들이 바로 그가 찾는 신의 얼굴임이 틀림없었다. 그들이 사는 지역 가까이 차가운 황무지가 있고, 그 안에 미지의 카다스와 그레이트원을 위한 마노 성이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오리에브에서 아주 먼 셀레파이스까지 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다이레스-린으로 돌아간 다음 스카이를 따라 북상하여 니르 인근의 다리까지 가야 했다. 그리고 다시 주그 족이 사는 마법의 숲으로 돌아가, 그곳에서부터 북쪽까지 오크라노스 강을 따라 '정원의 대지'를 통과해 트란의 첨탑을 지나야 했다.



구울이다. 물론 미화버전인 도쿄 구울과는 무지 다른 생물이지만 보다보면 정든다.

드림랜드 시리즈와 아무래도 호러작품 씹덕인 듯한(그러니 저 세계관에 직접 뛰어들 생각을 하지 난 엄두도 못 낼듯;) 등장인물 카터의 모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아예 뜬금없는 이야기는 아니고 좀 더 안정적인 크툴루 신화이다. 이렇게 생전 처음 들어보는 국가 이름이 설명없이 마구 나열된 판타지가 취향임. 술마시면서 보기 딱 좋음. 아무래도 이 작품을 싫어했다고 하니 러브크래프트는 리애니메이터 이후로 또 나랑 취향이 정반대인 듯. 너무 좋은 작품인데 아쉽다. 엉뚱한 점이 다소 있지만 그 점으로 인해 광기의 산맥보다 나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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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전집 1 러브크래프트 전집 1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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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옆방 수술실에서 소름끼치는 비명 소리가 들려 왔다. 지옥의 문이 활짝 얼려서 저주받은 고통의 울부짖음이 쏟아져 나왔다고 밖에는 그 혼란을 설명할 길이 없다. 그 상상할 수 없는 불협화음은 살아 있는 생물체에서 나오는 극한의 공포와 절망을 담고 있었다. 그것은 도저히 인간의 목소리라고 할 수 없었다. 인간이라면 그런 소리를 낼 수 없다. 해부대에 시신이 놓여 있다는 생각도 잊은 채, 나와 웨스트는 겁에 질린 짐승처럼 시험관과 램프와 증류관 따위를 내동댕이치고는 밖으로 뛰쳐나가 정신없이 어두운 시골길을 질주했다. 마을이 가까워지면서 우리는 밤새 술을 마시다가 그제야 귀가하는 술꾼 행세를 했지만, 그럼에도 매순간 입 밖으로 부서지는 비명을 완전히 억누를 수는 없었다.


관련 미화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짤 ㅋ 저자는 이 작품을 쓰레기로 언급했다는데 완전 내 취향이다. 원작에 충실한 편인 영화도 있다는데 궁금함.

인간 혐오가 있다고 들었는데 책을 보면 동물 혐오는 없었던 거 같다. 벽 속의 쥐를 보면 깜씨는 주인은 계속 살려낸다. 벽 속의 쥐는 이승열의 영미문학관으로 한 번 들어보는 거 추천한다. 이승열이 이런 걸 아주 잘 해요. 개인적으로 검은 고양이 소설을 한 바퀴 꼬아 패러디 잘한, 굉장한 수작이라 생각한다(그러나 내 취향은 어디까지나 리애니메이터이다.). 문제는 사람이죠.

깜씨라는 이름 때문에 인종차별 논란이 있었다고 하는데, 난 그건 아니라고 봄. 인간을 혐오하는 명칭을 동물에게 붙였다고 하나, 이는 동물혐오라고 볼 순 없음. 항상 음침한 소설만 쓰는 러브크래프트가 유머가 출중해서 어느 날 흑인을 묘하게 비꼬는 것도 아니라서. 정작 이 깜씨라는 고양이가 활약을 한다고 해서(주인만 아니라 모리스의 목숨도 살리려 시도함) 흑인 미화의 의도가 보이는 것도 아니잖음? 톰 소여를 언급한 스친 말대로, 본인도 인종차별 단어라는 걸 인식도 안 하고 만든 명칭일 수 있음. 톰 소여를 지어낸 작가는 인종차별 반대주의자였음.

다만 러브크래프트에게는 약간 식인에 대한 문제의식이 보임. 실제로 식인을 하는 원주민이란 아주 소수였음. 그리고 식인은 증오에서 나온 의식이라기보단, 오히려 아주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에게서 그의 능력과 정신을 계승받으려는 의식이었음. 라이벌에 대한 감정이라고 보면 좋을듯. 그러나 러브크래프트의 왜곡되었으며 그 어떤 지인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강한 인식으로 인해 훌륭한 소설들이 태어났으니 그도 그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냈다고 봐도 될 듯.

93세의 노인인데 크툴루 신화에 나오는 것 중 하나를 마법 영창으로 물리쳤다는 주제는 인상깊었음. 표면으론 온갖 인간혐오가 나왔으나, 여혐은 드물고 특히 더니치 호러처럼 노인이 영웅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음. 마술사 마법사는 개인적으로 별로이지만.. 자연을 개척하는 어떤 마술주의를 연상하게함. 그리고 마술을 시행하는 주체는 결국 자연소재를 인용하는 인간임. 결국 크툴루 신화도 인간찬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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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켈수스의 딸 9 - AK Novel
고다이 유우 지음, 한신남 옮김, 키시다 메루 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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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모형극은 붕괴하고 여마술사의 검은 소리를 내며 두 동강으로 부러졌다.

리스 경감은 자기도 알아들을 수 없는 비멍을 연달아 내질렀다. 기이한 은색 인형은 낙하한 기세 그대로 여마술사의 머리 위를 덮쳤다.



이게 좀 뜬금없는 대목을 명문장으로 뽑았지만, 작가의 작품은 절도 있는 고어를 좋아하는 것 같더라. 그 대목 중 하나를 꼽았다. 파라켈수스의 딸 말고도 다른 작품도 보고싶은데.. 아무래도 저자는 항상 여장남자를 작품에 등장시켜 자신의 소설에 대한 특이점으로 삼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이 작가를 데뷔시키는 건 아직 먼 일일 듯 하다. 작중에서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건 작가로서도 처음 있는 일이라던데, 남성의 마음을 지녔어도 여성의 몸으로 행동하는 크리스티나의 이야기, 그리고 그녀를 구원하면서 자신도 구원하는 료타로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에서 작중인물이 성배에 얽히면 좋지 않은 일을 겪는다는 스친의 조언이 있었다. 크리스티나에게 벌어진 일은 언뜻 황당하면서도 비극적인 일이다. 그녀의 감정을 실감나게 표현하면서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나가고 있다. 스포를 제외하고 이야기하자면 중심사건은 다빈치코드이다. 그러나 료타로는 남다른 사건과 그로 인해 가족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된다. 보통 서브컬처에서 (유사)가족의 삶과 일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10권 내용에 걸쳐 성장하면서 매우 큰 절망에 속하는 일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료타로의 모습이 색달라보인다. 혹 구할 수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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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켈수스의 딸 4 - AK Novel
고다이 유우 지음, 한신남 옮김, 키시다 메루 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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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구나 오는구나 하고 나루터에 나가보니, 허이야

솔바람소리뿐이구나. 언제야 오느냐 어디 기다려볼까.

좋아하는 수선화 사랑하던 버드나무, 허이야

내 마음은 패랭이꽃이요, 기분은 단풍이로세. 언제야 오느냐, 어디 기다려볼까.


유곽에 가는 모임에 크리스티나가 붙었다. 황당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실제로 옛날에 칵테일이 너무 마시고 싶어 단란주점에 전화해 가도 되냐고 물어봤을 때 당황해하던 마담이 생각난다. 물론 지금은 이 시골에서도 칵테일 바는 아니더라도 하이볼 정도는 마실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

일단 결말을 아직 보지 않고 이야기하자면, 상당히 큰 떡밥이 나왔다. 옷도 남자처럼 차려입을 뿐만 아니라 항상 남자처럼 행동하는 크리스티나 몬포콘. 근데 그녀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을 가능성같은 게 제기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가 우먼파워와 관계된 내용인지에 대해서도 의심스럽다. 주제가 여성성보다는 트랜스젠더로 바뀌는 듯? 또한 크리스티나와 타카의 이야기는 콤비가 아니라, 묘한 친구 이상 사랑 미만의 관계가 된다는 것이다. 타카의 대답 또한 의미심장했다. 갑자기 5권에서부터 성배라던가, 다빈치 코드같은 이야기가 속속 등장하는데 예로부터 성배가 이야기 속에 등장할 때 무난하게 마무리되는 작품은 한 번도 못 봤다. 우울한 작품 중 유달리 티타임같은 요소가 자주 나와 만족스러웠던 작품인데 부디 원만한 결말로 떡밥들을 회수해줬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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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켈수스의 딸 2 - AK Novel
고다이 유우 지음, 한신남 옮김, 키시다 메루 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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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너는 여자니까 위험한 일에 끼어들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그런 말이 제일 짜증난다."

더는 못 참겠다는 듯이 진저가 내뱉었다.

"너희 남자란 것들은 나란히 얼빠진 주제에 그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 위험하니까 가까이 오지 마 위험하니까 앞으로 나서지 않는 게 좋아 같은 소리를 하고선 결국에는 이쪽에 폐를 끼치지. 남자의 고집이네 체면이네, 그런 같잖은 것 때문에. 나는 그딴 거에 이용당하는 건 사절이야. 알겠어?

나는 약혼자를 지키네 어쩌네 하는 고집과 체면에 얽매여서 결국 나한테 폐를 끼쳤잖아.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내가 한국 남자들이 어떤 고생을 했는지, 그에 대해서 하등 전혀 알고 싶지 않은 이유. 사람에게는 각자 저마다의 고통이 있다. 그걸 같이 껴안고 가려는 게 여성들인데, 그동안 남자들은 그걸 혼자 이겨낸답시고 나가서 술 마시고 담배피고 하면서 여성들에게 그들이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더한 고통을 주지 않았는가. 그렇지만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무시이다. 가정일 또한 일이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깨달음이 있다. 어쩌면 그 깨달음은 밖에서의 깨달음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맛있는 국밥집 두 곳을 가보면 비결과 맛이 대부분 비슷한 것처럼. 그러나 남성들은 여성들이 집에만 있다며 바깥의 일을 모른다고 무시해왔다. 그리고 남성은 늙어서 남성들의 얼굴을 제대로 대면하지 못한 채 성장한 자녀들에게 부양받으려 한다. 그런 시대 속에서도 아내와 자식에게 차곡차곡 신뢰도를 쌓아온 남성도 있다. 징징거려도 안 먹힌단 소리다.

돈으로 때운다면 뭐 그것도 일리는 있는데, 내가 자식 같으면 정서적으로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은 들 것 같음.


.....그래.

저 사람에게 힘이 없다면, 힘이 생기도록 단련하면 된다.

나와 결혼할 사람이잖아. 그 정도의 힘이 없을 리가 없어.

나와 결혼할 거니까, 내가 열심히 하라고 말해줘야지. 모두가 인정할 정도가 되면, 아버님도 어머님도 쇼노 가문의 숙부 숙모도 뭐라 못 하실 거야.

단련시켜줘야지. 내 남편이 될 사람이잖아.

아무도 저 사람을 놀리지 못하게 하겠어.

저 사람을 상처 입혀도 되는 건 나뿐.

ㅡ왜냐면 나는 료타로 씨와 결혼할 거니까.

반면 여자들은 남자에게 꿈과 희망을 품으면 안 됨. 남자가 빵 사줬다고 여자에게 꿈과 희망을 품는 것과 놀랍게도 같은 부류. 너는 키울 아이를 찾는 게 아니라 인생 전체를 통틀어 같이 지낼 반려자를 찾는 거라고. 죽어서까지 고칠 수 없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그건 그것대로 오케이인데, 같이 산책도 할 수 없어 혼자 평생 산책해야 하는 인생은 좀 끔찍하지 않을까요..

게다가 여자가 착해도 성격이 급하면 폭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최악의 케이스. 본능적으로 료타로에서 떨어져 다른 사람을 찾는 듯하던데, 성공하길 바란다.

여기서 끊고 리뷰 한 번 써야겠네. 말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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