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카페의 노래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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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도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불 지를 수 있다.

선한 사람이
폭력적이면서도 천한 사랑을 자극할 수 있고,

의미 없는 말만 지껄이는 미치광이도
누군가의 영혼 속에
부드럽고 순수한 목가를 깨울지도 모른다.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 : The Ballad of the Sad Cafe>는 130장 남짓의 분량으로 짧다. 그러나 어떤 이야기보다 강렬하다. 아프고 슬프면서도 서정적이고 섬세하고 우아하다. 작품 속 사람들은 외롭고 고독하고 그로테스크하지만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그 어떤 삶의 모습보다 가슴 깊이 남는다.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에서 두 벙어리 싱어와 안토나풀로스를 통해 소외받은 이들, 이른바 비정상인들의 꿈과 사랑과 아픔을 이야기했던 카슨 매컬러스는 <슬픈 카페의 노래>에서도 여전히 조금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미스 어밀리어’ 그녀는 키가 180센티미터가 넘는 건장한 체구에 여성스러운 면보다는 남성적인 면이 훨씬 많다. 게다가 돈 버는 일 말고는 그 어떤 일에도 관심이 없다. 단 열흘간의 결혼 생활이 끝난 후 그녀는 남자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혼자 살아간다. 그 열흘간의 결혼 생활이 어떠했는지 마을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수수께끼다.

마을에서 가장 잘생긴 청년인 ‘마빈 메이시’ 그는 무척 잘생겼지만 전형적인 악인이다. 그가 손대는 것마다 악으로 물이 들었다. 그런데 이 남자는 미스 어밀리어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녀를 향해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을 느끼고 밤이나 낮이나 그녀 곁을 맴돌기만 한다. 그녀를 향한 사랑 때문에 악인은 도덕적이고 순한 사람으로 변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향해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꼽추 ‘라이먼’ 그는 어느 날 어밀리어 앞에 나타난다. 그러고는 어밀리어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는다. 마빈 메이시가 그랬듯이 어밀리어의 삶 전체를 뒤바꾼다. 돈 밖에 모르던 그녀가 라이먼에 대한 사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밀리어, 마빈 메이시, 라이먼. 그들 셋은 모두 결함 많은 존재다. 외모는 물론(마빈 메이시는 예외적으로 잘생기기는 했지만) 성격적으로도 결함투성이다. 매력적이지도 않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구석이 크게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그들은 어떤 누군가의 마음에 커다란 폭풍을 불러오고, 그 폭풍으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변한다. 그 폭풍은 바로 ‘사랑’이다.

그러나 이 사랑은 진실로 사랑한 마음에 제대로 응답받지 못하고 처절하게 아픔 속에서 끝나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 떠나버린 뒤 ‘사랑’하는 상태에서 버림받은 그들의 삶은 황폐함 그 자체다. 사랑이 한 인간의 삶을 구원하기도 하지만 그 사랑으로 인해 삶이 파괴되고 고통스럽게 변한다.

마빈 메이시가 왜 미스 어밀리어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어밀리어는 꼽추 라이먼을 왜 사랑하는지 <슬픈 카페의 노래>에서는 끝끝내 아무런 설명도 나오지 않는다. ‘대체 왜 이런 사람을 사랑하는 거지?’하는 질문이 종종 들기도 한다. 작품 속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사람들은 종종 그런 질문을 한다. 어떤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하면 ‘대체 왜 그런 사람을 사랑하지?’하고 묻는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당사자가 아닌 이상 아무도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으리라. 사랑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 사랑하는 순간, 이별하는 순간 등등 모든 과정에서 그 당사자와 상대방 둘만이 알 수 있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랑이든지 그 가치나 질은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52쪽)

때문에 그 어떤 사랑도 당사자들을 제외하고 그 어떤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이렇게 표면에 드러난 사랑 이야기는 서글프고 우스꽝스러울지언정, 진정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사랑하는 사람, 그 당사자의 영혼만이 알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신 외에 그 누구도 이 같은 사랑, 아니, 다른 그 어떤 사랑에 대해서도 최종적인 판결을 내릴 수는 없다.’ (65쪽)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거나 해본 사람이라면 <슬픈 카페의 노래>에서 그려진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깊이 공감할 것이다. 사랑을 하는 순간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비굴해지고 한없이 나약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랑받는다는 그 사실 때문에 오만하고 이기적으로 굴게 되기도 한다. 그 때문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언뜻 이타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이기적인 속성을 지닌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에 아주 선한 사람조차 때로는 악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슬픈 카페의 노래>는 바로 그런 사랑의 속성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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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2-16 0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를 나는 진정으로 사랑해 본사람인가봉가 인정하기 싫지만 크하하핳하하하하

잠자냥 2022-02-16 09:00   좋아요 1 | URL
누굴까~ ㅋㅋ

- 2022-02-16 09:11   좋아요 0 | URL
아니야 사랑아니었던더 같아요ㅋㅋㅋㅋ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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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그려진 한 남자의 초상이 보인다. 남자의 얼굴은 평범하다. 길고 가느다란 얼굴. 짧게 깎은 머리, 어딘가 조금은 슬픈 듯한 눈동자. 굳게 다문 입술. 별다른 특징이 없는 얼굴이다. 어디서나 볼 법한, 그래서 뚜렷하게 기억되지 않고, 혹 기억된다 하더라도 쉽사리 잊힐 만한 그런 얼굴이다. 그 얼굴 아래 '스토너 STONER'라 적혀 있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를 다 읽은 뒤 책 표지에 그려진 얼굴을 보노라면, 이 얼굴이 바로 주인공 '스토너'의 얼굴이며, 그의 얼굴은 이렇듯 평범하기 그지 없기 때문에 평범한 모든 이들의 얼굴을 대신한다고 느껴진다. 그러니까 바로 '스토너'의 얼굴은 우리의 얼굴이며, 스토너는 우리 자신이다.


책을 덮은 뒤에는 삶의 허무함이랄까, 인생의 덧없음이 한없이 밀려와 조금은 허탈하고 우울했다. 인간의 삶이란 결국 이런 것일까 싶어서. '왜 사는가' 이런 질문에 그저 무거운 마음만 들었다. 그런데 참 묘한 것은 그럼에도 스토너 그의 삶의 그리 못나고 허무한 것으로만 여겨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스토너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사를 잘 짓는 법을 배우고자 대학에 진학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는 대학에서 문학에 매혹당한다. 그러고는 농사를 잘 짓는 법 대신 영문학도의 길에 들어선다. 그렇다고 그가 학문에 특출나게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조용하고 내성적인 그는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고 그저 묵묵히 공부만을 할 뿐이고 어느덧 교수가 되어있다.

그러나 그가 뜻해서 이룬 것은 오로지 '영문학' 그 하나뿐이었다. 처음 열정을 느낀 상대, 사랑을 느낀 여자와 보기 좋게 결혼에 성공하지만 그 결혼은 끔찍한 실패작이었고, 그로 인해 하나뿐인 딸과의 관계 또한 스토너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소원해진다. 가정적으로 그는 절대 행복할 수 없었다.

학교에서는 또 어땠는가. 늘 순조롭지는 않았다. 부당한 일에 휘말려 마땅치 못한 대우를 받기도 하고, 뒤늦게 찾아온 진정 사랑한 여인과도 자기 의지와는 달리 헤어지고 만다. 그러니까 가정이나 사랑, 혹은 그밖의 인간관계에서 그는 이렇다 할 행복을 찾지 못했다. 외롭고 고독한 인생을 살아온 셈이다. 그저 홀로 서재나 연구실에 틀어박혀 문학과 씨름하다 죽어간다.

스토너라 불리는 한 남자의 인생, 큰 사건 없는 단조로운 일상이 이 작품은 그렇게 펼쳐진다. 그래서 책을 읽는 사람은 그의 삶 안에서 자신의 지나온 삶, 혹은 현재의 삶, 그리고 미래까지도 찾아볼 수 있다. 사는 게 참 별거 아니구나 싶은.........

하지만 묘하게도 책을 덮고 이 남자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상한 울림, 묵직한 감동이 마음을 흔든다. 스토너의 삶은 보통 사람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들의 삶보다는 조금 의미 있었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발견했으며, 그 일을 평생토록 아끼며 소중하게 지켜나갔기 때문이다. 바로 '문학'이 그 길이었다. 비록 '사람'에게서 행복을 얻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고 실패로 규정지을 관계도 많았으나 '문학'은 끝까지 그를 놓지 않았고 그의 삶을 구원했으며 풍요롭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스토너의 삶은 헛되지 않았으리라.

인간이 태어나 살아가면서 어떤 관계 속에서 행복을 얻는 일도 분명 크다. 가족이라든지, 친구, 연인, 배우자 등등 그러나 사람 사이 관계는 늘 가변적이고 한정적이다. 그렇기에 관계에서 얻는 행복도 가변적이고 한정적이다. 하지만 문학이라든지 영화, 음악, 그림 같은 것들. 꼭 예술이 아니더라도  진리나 학문처럼 변함없는 것들에 대한 사랑과 탐구는 사람을 '늘' 깨어있고 행복하게 만든다. 스토너처럼 어떤 한 가지에 자신의 삶을 던질 수 있고 꾸준히 그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그의 삶은 허무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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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5
시마자키 도손 지음, 노영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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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버림받지 않기 위해 철저히 너의 정체성(신분)을 숨겨라`하는 육체적 아버지와 자신이 누구인지 당당히 밝히고 사회의 편견과 맞서 자유롭게 사는 정신적 아버지 사이에서의 갈등과 번뇌. 그리고 그 끝에 참된 해방과 구원을 얻는 주인공 `우시마쓰`의 진실된 삶의 여정이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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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기술 밀란 쿤데라 전집 11
밀란 쿤데라 지음, 권오룡 옮김 / 민음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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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관한 흥미진진한 에세이. 쿤데라 작품을 이해하는데 꽤 도움이 된다. 게다가 체코어가 아닌 불어판 중역, 혹은 다른 언어로 번역될 때의 문제점에 대한 그의 지적도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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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브래드버리 - 태양의 황금 사과 외 31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8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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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SF가 아니다. SF를 기반으로 한, 그 외투를 입은 현실이 삶이자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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