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 지만지 희곡선집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강태경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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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피의 난동.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잔혹하다! 복수는 복수를 부르고 그 복수는 또다시 더 큰 복수와 비극을 낳는다. 화해와 용서 없이 오로지 복수뿐이라 찜찜함만 남는다. 만일 이 작품이 정말 셰익스피어가 쓴 초기작이라면 그의 4대 비극은 이 작품과 비교해 놀라울 만큼 일취월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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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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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정서는 쓸쓸하고 고독하고 슬프다. 작품을 읽는 내내 여기저기서 울컥울컥 무엇인가 치밀어 오른다. 그것은 눈물일 수도 있고, 가슴 속에서 북받치는 알 수 없는 뜨거움일 수도 있다. 내가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잘 울고, 음악을 들으면서도 잘 우는 사람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읽는 동안도, 읽고 나서도 여운이 오래간다.

가톨릭 신자였던 엔도 슈사쿠의 작품은 대부분이 종교적이라고 한다. 그의 마지막 작품인 <깊은 강> 또한 상당히 종교적이다. 신과 인간의 구원, 삶과 죽음의 문제가 작품 내내 등장한다. 나는 종교가 없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신을 믿느냐고 한다면 딱히 대답할 수가 없다. 열렬하게 믿지도, 그렇다고 아예 부정하지도 못한다. 그런 나에게 이 작품은 신의 존재 혹은 본질에 대해 한번 더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신을 믿지 않는, 아니 종교가 없는 사람에게도 이토록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니, 종교가 있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더 감동적일까 이런 생각도 든다. 물론 유일신을 절대적으로 믿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에 반감이 들 수도 있겠다.

아내를 잃은 이소베. 그는 아내가 죽기 직전 ‘내가 죽으면 환생해서 당신 앞에 나타나겠다.’는 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어 ‘환생’을 쫓다 결국 인도 여행길에 오른다. 대학시절 신을 열렬히 믿는 바보 같은 남자 ‘오쓰’를 갖고 놀았던 여자, 어디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인생은 그저 공허하며 신의 존재를 부정하다 못해 오히려 그런 세계를 파괴하고 싶은 여자 미쓰코도 ‘오쓰’가 인도의 수도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인도 여행길에 오른다. 동물과의 대화가 사람과의 대화보다 더 편한 동화작가 누마다, 전쟁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던 기구치 등등 각자 괴로운 삶의 기억을 안고 있는 이들이 인도 갠지스 강에 모인다. 그 여행길에서 신이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각자 깨닫게 된다. 그리고 나름대로 그 답을, ‘구원’을 받게 된다.

이렇게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네 명의 인물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미쓰코와 오쓰의 이야기다. 특히 ‘오쓰’-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미쓰코의 파괴적인 본능 때문에 여러 번 상처를 입는다. 미쓰코에게 신을 버리라는 강요까지 받았던 그. “내가 신을 버리려고 해도…. 신은 나를 버리지 않습니다.” (61쪽) 라며 결국 오쓰는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신의 모습과 닮은 삶을 살아가게 된다. 기독교 신자이면서도 범신론적 세계관을 가진 오쓰는 그가 속했던 세계에서 이단으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오쓰가 생각하는 ‘신’의 모습과 가장 닮지 않을까. ‘신’ 소리가 듣기 싫다는 미쓰코에게 그렇다면 신을 다른 이름 예를 들어 ‘양파’라고 부르자는 오쓰의 ‘양파’ 이론은 책을 읽는 내내 깊은 감동을 준다.

누구나 상처입고 괴롭고 다급해지면 자기만의 신을 찾는다. 그 신에게 매달리며 구원받고 혹은 어떤 해결점이 찾아지기를 원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를 위해 자기도 모르게 기도를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신이 들고 나면 신의 존재를 잊고 살고, 부정한다. 종교의 차이로 만들어진 인간의 전쟁, 갈등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것인데, 신을 탓한다. 그들이 믿는 신 때문에, 종교 때문에 일어난 전쟁이라고 말한다. 신이 금지한 것도 아닌데 인간은 신의 이름으로 온갖 억압적인 금기를 만들어내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억압하며 쉽게 통치하려 든다. 그러면서 점점 우리 안에 있는 인간의 선한 본성을 버리도록, 그 선함을 스스로 믿지 못하게 만들어간다. 종교가 잘못한 것인가? 신이 잘못한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믿고 의지하는 인간이 잘못한 것인가? 그런 인간에게 오쓰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신이란 당신들처럼 인간 밖에 있어 우러러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인간 안에 있으며, 더구나 인간을 감싸고 수목을 감싸고 화초도 감싸는 저 거대한 생명입니다.”  (177쪽)

기독교적 색채를 지닌 작품인데 왜 하필 배경은 힌두교의 ‘인도’일까 싶었다. 한없이 영적인 존재로 인도를 그리는 것일까? 이런 생각도 들었고. 그러나 작가는 담담하게 인도, 갠지스 강을 묘사한다. 관광 안내원의 입장을 빌어 뭔가 영적인 것을 찾아 벌떼처럼 찾아드는 일본인 및 서구인에게 뜨끔한 일격도 가한다. 갠지스 강은 삶과 죽음이 교차한다. 카스트제도라는 엄격한 신분제도가 있는 인도임에도 갠지스 강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인간이 된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자기 나름의 구원을 얻는다. 강은 그저 깊이 흐르며 그 모든 인간을, 인간의 삶과 죽음과 고통과 번뇌를 포용한다. “신은 존재라기보다 손길입니다. 양파는 사랑을 베푸는 덩어리입니다.” (94쪽)라는 오쓰의 말처럼 신이 곧 갠지스 강, 그 깊은 강과 같은 존재가 아닐지.

신, 죽음, 삶, 구원 같은 문제를 다뤘다고 하니 얼핏 지루할 것 같지만 이 책은 무척 흥미롭게 잘 읽힌다. ‘굉장한 작품’이라는 말과 함께 주변 사람들에게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예수’라는 아주 오래전에 살았던 그 사람을 더 알고 싶어졌다. ‘신’보다도 어쩌면 더 위대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는….


“당신한테 버림을 받았기 때문에, 나는…. 인간에게 버림받은 그 사람의 고뇌를….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92쪽)

사람은 사랑보다도 증오에 의해 맺어진다. 인간의 연대는 사랑이 아니라 공통의 적을 만듦으로써 가능해진다. (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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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릅나무 아래 욕망 열린책들 세계문학 171
유진 오닐 지음, 손동호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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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오닐의 희곡 <느릅나무 아래 욕망 : Desire Under the Elms>은 꽤 짧은 분량인데 마치 영화를 보듯 장면 하나하나가 생생하다. ‘느릅나무 아래 욕망’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원초적인 ‘욕망’ 때문에 파멸해가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유진 오닐의 희곡 <밤으로의 긴 여로>처럼 이 작품 역시 한 가족의 이야기다.


탐욕스럽고 전형적인 가부장의 모습을 한 아버지 ‘캐벗’과 그의 세 아들 ‘시미언’, ‘피터’, ‘에벤’, 그리고 이 남자들로만 이루어진 집에 어느 날 느닷없이 등장하는 한 여자 ‘애비’- 이렇게 다섯 인물을 중심으로 극은 흘러간다. 주인공은 캐벗의 셋째 아들인 ‘에벤’이라고 볼 수 있다. 에벤에게 있어 시미언과 피터는 이복형이다. 캐벗이 두 번째 결혼을 통해 낳은 아들인 에벗은 자신의 어머니를 캐벗이 학대하다 죽였고 원래 어머니 소유였던 농장마저 아버지가 빼앗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언제든 아버지에게 복수하고 어머니의 농장을 되찾을 꿈만 꿈다.


그러던 어느 날 ‘캐벗’은 세 번째 부인이라며 ‘애비’를 데리고 나타난다. 캐벗보다는 오히려 에벤과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애비’는 전형적인 팜므파탈형 여인으로 에벤이 다시 되찾고자 하는 ‘농장’에 대한 탐욕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캐벗이 죽으면 ‘이 농장은 내 것’이 될 거라며 에벤을 마음껏 조롱한다. 농장을 둘러싼 캐벗과 에벤, 시미언과 피터, 그리고 애비의 욕망의 대결이 시작된다. 이 욕망의 대결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줄거리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계속 책장을 넘기다보면 좀 충격적인 전개로 흘러간다. 아버지를 증오하고 죽이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오이디푸스 신화’도 느껴지고 애비와 에벤의 관계에서는 ‘페드라’도 느껴진다. 영화 <Desire Under the Elms>는 소피아 로렌과 앤서니 퍼킨스 주연으로 만들어졌던데, 앤서니 퍼킨스는 공교롭게도 영화 <페드라>에서도 남자 주인공을 맡았던 인물이다(아주 오래 전에 <페드라>를 보면서 앤서니 퍼킨스는 고뇌하는 미남형이라 느꼈는데 거의 비슷한 역을 맡았다. 아마도 이 배우 얼굴이 좀 이런 역에 어울리는 얼굴인지도).


이 작품은 가장 가까운 가족이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는 점에서 <밤으로의 긴 여로>와 비슷하지만 욕망으로 끈적끈적한 분위기와 조금은 더 충격적인 내용으로 한층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비극적이면서도 슬프고 강렬하면서 아름답다. 혹시라도 이 작품을 이 책으로 읽을 사람이 있다면 책 뒤표지는 읽지 않는 편이 좋을 듯하다. 작품의 모든 줄거리가 나와 있다. 물론 이 리뷰도 이 작품을 전혀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스포일러겠지만…. 그래도 낱낱이 밝히지는 않았다....

작품을 다 읽고 유진 오닐 연보를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유진 오닐의 딸이 18세의 어린 나이로 찰리 채플린과 결혼을 하자(당시 채플린의 나이는 54세로 유진 오닐보다 고작 한 살 어렸다고 한다), 유진 오닐은 그의 딸 우나와 평생 인연을 끊었다고 한다. 가족으로 인해 큰 상처를 받고 살았던 그가 결국 자신의 딸에게도 어떤 식으로든 ‘상처’를 준 것을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가족’이란 존재는 결국 존재 자체가 ‘상처’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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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의 야간열차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8
다와다 요코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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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야간열차를 타고 여기저기 떠돈다. 열차는 움직이고 낯선 곳에 도착할 때마다 당신의 정체성은 변한다. 영원한 이방인이기에 영원히 당신은 `나`가 아닌 `당신`이다. 이 세계가 곧 당신의 야간열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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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스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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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보다는 용서가, 미움보다는 사랑이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그러한 삶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찬란한 신세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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