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성정치학의 쟁점들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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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로 인한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재현의 윤리를 더 깊이 고민하기 위해 뜨겁게 읽는다. 매 순간 의미가 생성하고 휘발하는 투쟁의 장소인 몸. 몸과 공간의 인식에 관한 사유가 무엇보다 인상 깊다. 이제는 몸과 정신의 이분법을 넘어선 새로운 저항 개념을 모색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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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2-08 0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몸과 정신의 이분법은 저에게도 오래 묵은 것인데요, 책을 읽는 것은 확실히 이 이분법을 고치고 빠져나오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워낙 강했던 생각이라 시간이 좀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역시 빨리 읽으셨네요. 금요일도 앞으로의 삶도 화이팅입니다, 잠자냥 님!!

잠자냥 2023-12-08 08:40   좋아요 1 | URL
이분법적 생각 지양하자 하면서도 무의식중에 하기도 하죠. 다락방 님은 워낙 이 분야로 읽은 책이 많아서 그게 저보다는 쉽게 빨리 될 거 같아요. 이 책은 올해 공부 매거진이나 선생님의 이런저런 강연에서 들었던 내용과 연결되는 지점이 많아서 그랬는지 좀 더 빠르게 읽혔습니다. 요즘 술을 좀 덜 마시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오늘은 금요일 캬 ㅋㅋㅋㅋㅋ

은오 2023-12-08 2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 ̳• · • ̳)
/ づ♡

잠자냥 2023-12-08 22:40   좋아요 1 | URL
와!!! 엄청 귀여 >.<

은오 2023-12-08 22:56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이 더 귀여우십니다.

잠자냥 2023-12-08 22:57   좋아요 1 | URL
아니 진짜
저 이모티콘 넘 사랑해 우리 막내 같음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2-09 02:52   좋아요 1 | URL
저한텐 사랑한다고도 안해주시면서.. 이모티콘에....

잠자냥 2023-12-09 07:17   좋아요 1 | URL
아….. ?!

잠자냥 2023-12-09 07:28   좋아요 1 | URL
널 보면 하트가 튀어나와!

은오 2023-12-09 17:25   좋아요 1 | URL
😳
잠자냥님! 사랑햇!!!!

잠자냥 2023-12-09 23:30   좋아요 1 | URL
ditto

은오 2023-12-10 06:30   좋아요 1 | URL
🤯

너무설레서 오늘 공부못하겠습니다

잠자냥 2023-12-10 11:48   좋아요 1 | URL
그런 핑계를…..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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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모른 척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 사람들은 눈을 감는다. 또 그럼에도 드물지만 몇몇은 결국 모른 척하지 못한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클레어 키건의 작품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하며 걸어놓는 양말, 그리고 그 안에 끝내 담기는 인간에 대한 희망과 연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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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12-07 0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인공 펄롱의 행동을 이해는 하지만 그 부인에게 감정이입되서 속상했어요. 앞으로 사람들 입방아 어쩔…

잠자냥 2023-12-07 08:5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그렇죠…… 그 아이도 ㅎㅎ 이것도 “또다른 맡겨진 아이“ 이야기가 아닌가 싶더군요. 키건 이 작가는 인간을 그래도 따뜻한 존재로 보는 거 같아요.

유부만두 2023-12-07 09:05   좋아요 1 | URL
그쵸. 사람들이 서로 돕고 살아야한다고 보여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키건의 단편집은 아주 살벌하답니다. 다른 감정들을 모아놨다 보여주는듯. 을매나 놀랐게요.

새파랑 2023-12-07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112쪽이라는데 ㄷㄷ
당분간 책구매 금지여서 잠자냥님 100자평으로 만족해야겠습니다 ㅋ

잠자냥 2023-12-07 23:29   좋아요 1 | URL
술은 술파랑에게 책은 이사 후에

새파랑 2023-12-08 00:14   좋아요 0 | URL
아 오늘 술만 안마셨어도 이 책 사는건데....

은오 2023-12-07 2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양말 안 걸어두려고요. 잠자냥님 만난게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ㅋ

잠자냥 2023-12-07 23:29   좋아요 2 | URL
양말에 뭐 넣어주려고 산타 자냥이 갈지 어떻게 알고? ㅋㅋㅋㅋㅋ

은오 2023-12-07 23:45   좋아요 1 | URL
흠... 그럼 제가 사람 크기의 대형 양말을 걸어둘테니까 그냥 잠자냥님이 머리에 리본 달고 오셔서 들어가세욬ㅋㅋㅋㅋ

잠자냥 2023-12-07 23:59   좋아요 1 | URL
리본 때문에 급 취소….

은오 2023-12-08 06:5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럼 리본 취소!!!! 😫 그냥 오세요....
 
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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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라는 제목과 고갱의 삶에서 착안했다는 이 작품은 바로 그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고갱은 잘 알다시피 말년을 타히티에서 보냈다. 그곳에서 원주민 소녀들을 아내로 두면서 그림을 그렸다. ‘예술혼을 불태웠다’라고 썼다가 지우고 ‘그림을 그렸다’로 수정했다. 왠지 예술혼을 불태웠다고 말하고 싶지 않은 그 씁쓸한 기분. 달과 6펜스라는 기막힌 제목도 달리 생각해 보면 식상하다. 6펜스로 상징할 수 있는 세속적인 삶을 버리고 달이 상징하는 예술의 세계로 홀연 떠난 사람, 그런 서구 백인 남성의 이야기. 서머싯 몸의 작품에는 종종 이런 남자가 등장한다. <면도날>의 ‘래리’도 구도자와 같은 삶을 살고자 모든 것을 버리고 인도의 갠지스강으로 떠난다. 백인 남성들에게 인도나 타히티, 그리고 그곳에 사는 여성들이 어떤 식으로 이상화되어 소비되는지 절로 혀를 끌끌 차게 되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달과 6펜스>의 그 화가 ‘스트릭랜드’의 삶을 생각해본다. 나는 이 작품을 읽다가 어떤 지점에서 울컥했다. 솔직히 약간 눈물이 났는데 다름 아닌 스트릭랜드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에서였다. 그는 나이 마흔에 안정적인 삶을 다 내팽개치고 단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파리로 떠나버린다. 그의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 모두가 그 이유를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다들 하나같이 말한다. “분명히” “여자”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여자와 바람이 난 게 아니면 모든 걸 내팽개치고 그렇게 달아날 리가 없다고. 때로 인간의 상상력이란 이렇게나 진부하다. 아니 대다수 인간이 그런 삶을 살기에 타인도 그럴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것이다. 상상은 자기의 경험 안에서나 가능하니까. 아무리 그가 “여자”때문이 아니라고 해도 주변은 도무지 그것이 진실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닐걸, 어딘가 여자를 숨겨둔 게 분명할걸….

그런데 이 작품에서도 언급되듯이 여자나 남자처럼 어떤 대상, 그러니까 사람에 꽂혀서 집을 나간 이들은 돌아오게 마련이다. 돌아오지 않더라도 결국 그 관계는 끝이 나기 마련이다. 스트릭랜드의 아내도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처음에는 돌아오기를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여자 때문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그 모든 걸 내팽개쳤다고 하니까 진심으로 그를 미워하겠다면서 남편을 단념한다. 이 장면에서는 차라리 이 여자가 생각보다는 고수구나, 이 남자와 살았던 여자가 맞긴 맞구나 싶어졌다. 증권 브로커라는 직업에 예술에는 도통 문외한인, 따분하기 짝이 없는 평범한 남자였던 자신의 남편이 여자가 아니라 그림 때문에 집을 나간 것이라면 자기에게 승산이 없다는 걸 알아차릴 정도의 예민함은 그녀에게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떠난 그 남자를 향해 세상 모두가 비난을 퍼붓는다. 그것은 소설가인 화자 ‘나’도 마찬가지이다. 스트릭랜드 아내의 부탁으로 그를 설득하고자 파리까지 쫓아갔기에 자기 역할에 충실하고자 그러리라 생각은 하지만, 그럼에도 ‘문학’을 한다는 그의 생각이 조금은 답답하기도 하다. 아내를 생각해요, 아이들은요? 가족을 생각해야죠? 너무 몰인정한 것 아닙니까?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요? 다들 비열하다고 손가락질할 겁니다! 기타 등등. 그런데 스트릭랜드는 초연하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사람들이 미워하고 멸시해도 상관없다고. 그런 스트릭랜드에게 ‘나’는 다시 말한다.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고. 누구에게나 ‘양심’은 있는 법이라고. 언젠가는 양심에 걸릴 것이라고.

그런데 나는 화자(서머싯 몸의 분신과도 같은)의 이 말이 어처구니없었다. 그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자 마음에도 없는데 그런 말을 했을까? 내 생각엔 이 화자 자체가 그런 인물이다. 그런 한계를 지닌 인물. 좀 심하게 말하자면 남의 그림을 비평하는 데는 뛰어난 안목으로 정확하고 날카로운 판단을 하지만 정작 자기 그림에 대해서는 그처럼 ‘진부하고 통속적인 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대로 만족해 버리고 마는’ 스트로브와 비슷한 인물이랄까. ‘화자’와 ‘스트로브’ 그 두 사람은 저마다 작가라는 이름과 화가라는 이름으로 예술가랍시고 살아가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자기들보다는 한 수 아니 어쩌면 몇 수나 위인 스트릭랜드 같은 화가의 정신세계에는 결코 다다를 수 없는 무늬만 예술가인 그런 부류일 것이다.

그렇기에 스트릭랜드의 그 중대한 전환 앞에서 도덕군자 같은 말이나 쏟아내는 것이다. 그가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그 모든 것, 안락한 삶을 내팽개칠 수도 있음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게다가 그것이 과연 안락한 삶-그들 대부분이 말하는 행복한 삶이었을까? 마흔이라는 나이에 그림을 시작하는 것은 늦었다고, 그림은 다들 17~8세에 시작하지 않느냐고, 당신에게 과연 재능이 있느냐고 그는 또 다그치듯이 묻는다. 화자는 여전히 스트릭랜드가 단지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가 명성을 바라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고 감동을 받는다는’, 그 미묘하면서도 격렬한 감동을 받는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기분 좋으려고 그러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예술로 힘을 행사하려는 것이 결코 아님을 이 작가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정도의 정신 수준이기 때문에 화자는 자신이 과연 무인도에서 글을 쓸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 단 한 사람의 독자도 없을 때조차 그는 과연 글을 쓸 수 있을까?

나는 이 화자에게서 서머싯 몸의 그림자를 본다. 몸은 <달과 6펜스>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고 생전 내내 명성에 둘러싸여 살았다. 명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어떤 면에서는 이 작품의 스트릭랜드나 <면도날>의 ‘래리’ 같은 인물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소설 속 화자로 등장해 그들의 삶에 소극적으로나마 개입하면서 그 삶을 동경하는(또는 매혹당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그런 삶을 동경하고 그 태도가 예술가로서 궁극의 경지라고 생각은 하지만 본인 자신은 그렇게 다 버리고 아무도 읽어줄 사람이 없어도 글을 쓸 자신은 없는 작가- 서머싯 몸의 작품이 잘 읽히고 재미있으면서도 책장을 덮을 때쯤엔 늘 두 엄지를 치켜세우면서 최고라고 생각하게 되지는 않는 이유, 언제나 뭐랄까 9% 정도는 부족함을 느꼈던 기분을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다시 소설로 돌아가서, 스트릭랜드는 그의 그런 비난에 이렇게 응수한다. 어릴 땐 귀엽던 아이들도 다 크고 나니 별 감정이 들지 않고, 지금까지 17년이나 아내를 먹여 살렸는데 이젠 아내도 제 힘으로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나는 이 말이 통쾌했다. 부모라고 제 자식이 다 자랐는데도 여전히 귀엽지는 않을 것이다. 또 반대로 자식이라고 해서 제 부모가 늘 애틋하고 존경스러운 것도 아닐 것이다. 게다가 부부라고 해서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계속 부양해야 한다면 그것도 불공평하지 않은가. 남녀이든 여남이든 이것은 똑같다. 그런데도 인간은 이런 인간의 굴레, 관계의 굴레로 누군가가 자기 자신만의 삶을 살겠다고 선언하면 먼저 옭아매려고 한다. 특히 가족의 이름으로 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막으려고 할 때가 많다. 그러나 개인의 삶은 그 자신의 삶이다. 한 사람의 삶이 그 자신의 삶이 아니라 가족의 인생이 되어버릴 때 그는 불행해지기 쉽다. 그림을 그리겠다고 이제까지의 부양 의무에서 벗어난 스트릭랜드에게 양심과 도덕 운운하면서 비난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예술도 예술이지만, 무엇보다 인간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과연 어떤 상태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게 한다.

사랑서도 그렇다. 스트릭랜드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는다. 아내도 필요에 의해 얻었고 그 이후에 만나는 여자들도 필요에 의해 선택했다가 필요 없어지면 떠나든가 떠나게 만든다(나는 이 작품에도 허다하게 나오는 ‘버린다’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인간이 인간을 버리는가? 버릴 수 있는 존재인가?). 스트로브의 아내 ‘블란치’가 스트릭랜드를 그토록 혐오하고 멀리할 때 뭐야, 이 여자 이 남자 좋아하잖아?! 싶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건 너무나 평범해 진부하기 짝이 없는 그림만 줄창 그려대는 스트로브와 그와 비슷한 안목의 ‘화자’ 두 남자이다. 스트릭랜드는 블란치가 자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게 또 다른 관심의 표현이라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화자는 블란치가 스트로브가 갖지 못한 성적 매력(원시적인 매력)을 스트릭랜드가 갖고 있었기에 빠져들었으리라고 추측하지만 글쎄.... 애초에 블란치는 스트로브를 사랑한 적이 없다. 사랑은 결코 동정이나 연민이나 어떤 의무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자신을 구해준 그 남자가, 그 이유로 자기를 또 다른 굴레에 옭아매놓고는 여신처럼 떠받드니 그녀가 과연 행복했을까? 그의 얄팍한 예술처럼 그 조차도 얄팍해 보이지 않았을까. 스트로브는 여기저기 인정을 베풀고 다니지만 그것이 결코 사랑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을 도통 알지 못하는 우매한 사람이다. 그런 눈으로 보고 그린 그림이 얼마나 울림을 줄 수 있을까..... 블란치가 스트릭랜드에게서 본 것은 스트로브 같은 범인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어떤 경지가 아니었을까.

이렇게만 쓰자니 내가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에 대단히 매혹당해 그를 두둔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꼭 그렇다기보다는-그는 인간적으로는 결점투성이이다. 여자를 대하는 태도만 봐도 가까이하고 싶지는 않고 그의 그림을(고갱이라고 가정한다면) 나는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앞으로도 좋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도리어 이 작품에서도 잠깐 언급되는, 스트릭랜드가 거의 유일하게 흥미를 느낀 화가인 브뢰헐의 작품을 더 좋아한다(인간을 그로테스크하게 바라보았고, 그들이 그로테스크했기 때문에 그들에게 울분을 느꼈던 브뢰헐의 그림). 그럼에도 내가 스트릭랜드에게서 높이 사는 점은 마흔이라는 나이, 남들이 말하기에는 그 늦은 나이에(이 작품이 쓰였을 무렵에 마흔이라는 나이는 더 그랬을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완벽하게 삶의 전환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는 급기야 마흔일곱에는 모든 것을 버리고 타히티로 떠난다. 무언가에 사로잡힘으로써 세상의 안락과 사랑을 버리고 수도원의 고통스러운 금욕적 삶을 선택하게 만드는 데 기꺼이 자신을 내맡긴 그 용기. 그 용기와 열정만큼은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다.

<달과 6펜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삶의 전환은 여러 모양을 취할 수 있고,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는 그것이 성난 격류로 돌을 산산조각 내는 대격변처럼 올 수 있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그것이 마치 방울방울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에 돌이 닳듯이 천천히 올 수도 있다고. 나의 전환은 어떤 식이었을까. 서른 중반을 넘었던 나이에 그때까지 먹고살던 직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스트릭랜드처럼 완벽하게 다른 길. 그러니까 대격변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기존에 걷던 그 길에 너무나 염증이 나서 일 년 넘게 방황했던 것 같다. 그 길로 다시 가는 것은 쉬웠다. 경력이 쌓였기 때문에 돈도 더 벌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 대체 뭘하고 살아야 하나 막막해서 어느 날은 애인을 붙들고 펑펑 울기도 했다. 그러다 운이 좋았는지 나는 지금의 일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가까운 이들이 그 돈을 받고 그런 일을 한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행복하면 그만인 거 아닌가?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259쪽) 그들이 내 인생을 살아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때는 지금보다 일도 더 많았고 야근도 잦았다. 그럼에도 나는 단편이고 희곡이고 장편이고 틈틈이 글을 썼었는데 지금은 왜 쓰지 않는 것일까. 종일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만족해서 그렇게 되고 만 것일까. 나의 타히티로 가는 길을 발견하기는 했는데, 그래서 타히티로 가는 배에 오르기는 했는데 어느 순간 노를 젓지 않고 있는 건 아닐까. 책을 덮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 그만 노를 저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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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3-12-05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을 그리고 싶다지 않소.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하오’ 대략 이런 분위기로 자신을 찾아온 화자에게 외쳤던 대목이 어렴풋이 생각납니다. 지금의 관점에서 호감이 가는 인물은 결코 아니겠지만, 문명의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운 길을 찾아 떠난 사람의 행보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어서 모범으로 삼을 수도 없는 캐릭터... 하지만 한번씩은 생각나는 인물인 듯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잠자냥 2023-12-05 11:10   좋아요 0 | URL
네 초란공 님 말씀처럼 호감 가는 사람도 모범으로 삼을 사람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높이 살 점은 분명히 있는 캐릭터 같습니다.

다락방 2023-12-05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의 노젓기를 응원합니다.

잠자냥 2023-12-05 11:10   좋아요 1 | URL
술에 취한 날이 많아서 노를 안 들고 있는지도?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12-05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거부감이 있어 사놓고 읽지 않았었어요.
잠자냥님께는 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책이었던 것 같네요.

노를 저어야 하는 건지 다른 길을 더 발견하게 되실지...
요즘은 정말 인생이 기니까요. 잠자냥님이 뭘 하시든 응원합니다.

잠자냥 2023-12-05 11:13   좋아요 2 | URL
수하 님 요즘 같을 때 읽으시면... 빡치는 부분 많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ㅎㅎ
(빡치는 게 아니라 아예 덮어버릴지도?ㅋㅋㅋㅋ)

인생이 길기는 한데.. 저는 왜 이제 살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ㅋㅋㅋ
응원 감사합니다.

건수하 2023-12-05 11:17   좋아요 2 | URL
어후 무슨 말씀을 알라딘 서재에서 앞으로 50년은 더 함께 놀아야 하지 말입니다. 2093년에 결혼도 하셔야 하고..

혹시 만약에 읽게 된다면 빡침을 참으며 끝을 보긴 할 겁니다… ㅎ

잠자냥 2023-12-05 11:25   좋아요 2 | URL
50년 ㄷ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야, 얼른 얼려다오. ㅋㅋㅋ

빡치는 부분을 참고 넘기면 또 이런저런 생각할 게 보이는 작품 같으니 언제 꼭 읽어보세요. 사두기도 하셨는데!

은오 2023-12-05 22:15   좋아요 2 | URL
얼마 안 남았다니 절 두고 무슨 소리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아직 냉동자금이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30년쯤 걸릴 것 같은데 쫌만 기다려주시죠?!

새파랑 2023-12-05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왠지 스트릭랜드랑 잠자냥님하고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스트릭랜드=그림
잠자냥=책과 리뷰


게다가 은오님의 사랑을 거부하는것까지...

잠자냥님도 모든걸 놔두고 이제 희곡 작가로~!!

잠자냥 2023-12-05 12:0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술파랑 요즘 좀 웃기십니다! ㅋㅋㅋㅋ
저는 스트릭랜드처럼 지저분하게는 못 살 거 같아서;; 그건 안 될 거 같아요. ㅋㅋㅋㅋ

페넬로페 2023-12-05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으면서 고갱도 잊고 스트릭랜드의 도덕성과 나쁜 인성도 잊고 그냥 예술가의 삶만 봤어요.
작가가 저를 그렇게 만들더라고요.
나중엔 울컥하기도 했어요.
문학이든, 뭐든 어떤 작품을 창작할 때의 고통이 이해 되거든요^^

페넬로페 2023-12-05 13:00   좋아요 0 | URL
저는 대학 졸업하고 나서 시작한 일을 아직까지 지겹도록 하고 있어요.
잠자냥님은 전환이 가능하시니 이제 노를 팍팍 저어 창작을 하시기 바래요.
이 소설에 감동받은 건 쓰고 싶은 맘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잠자냥 2023-12-05 14:18   좋아요 0 | URL
네, 도덕성도 윤리도 인성도 좀 잊게 만드는 면이 있었습니다...
페넬로페 님 마지막 말씀 ˝쓰고 싶은 맘이 있기 때문˝에 또 울컥하네요1 ㅎㅎㅎ 감사합니다.

물감 2023-12-05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포함해 몇 권 읽어본 바, 저는 서머싯 몸이 좋아지지는 않겠더라고요.
마치 잠자냥 님이 사강을 대하는 것하고 비슷하달까요.
그럼에도 작품은 읽어보긴 할거지만요 ㅋㅋㅋ
몸 작품속의 모든 화자들은 뭐랄까, 어딘가 무책임합니다.
그건 곧 몸 자신의 무책임을 의미한다고 생각되어 썩 미운정도 안생기더라고요.
암튼 그렇습니다. 흠흠

잠자냥 2023-12-05 14:40   좋아요 2 | URL
이 책을 읽음으로써 민음사에서 나온 몸 시리즈 중 단편집만 제외하고는 다 읽었는데요.
몸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관찰하는 입장에서 글을 쓰는 거 같아요. 그래서 물감 님 지적처럼 무책임하단 느낌도 좀 드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재미는 있어서...ㅎㅎㅎ 이미 사둔 단편집도 읽고, 어센든도 곧 읽을 예정... ㅋㅋ

사강은 서정적이라 계속 읽고
몸은 재밌어서 계속 읽고.....

독서괭 2023-12-05 15: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크.. 이 작품 제가 10대 후반~20대 초반까지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꼽았던 건데 ㅋㅋㅋ 그래놓고 다른 작품은 안 읽음 ㅋㅋ
Row row row your boat~ 잠자냥님 노 저어 가요 응원할게요~~

잠자냥 2023-12-05 15:31   좋아요 3 | URL
오오 어린 괭의 가장 감명 깊은 책! ㅋ
은바오도 괭 님이 읽은 그 나이쯤에 읽은 것 같더라고요.
잠사모는 떡잎이 다르구나!! ㅋㅋㅋㅋㅋㅋㅋ

2023-12-05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5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5 15: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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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5 15: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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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5 15: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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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5 15: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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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5 16: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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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12-05 16: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같은 인물을 다룬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천국은 다른 곳에>가 전 훨씬 좋더라고요.
첫 문단에 쓰신 것처럼 스트릭랜드도 자기 행위를 ˝예술혼을 불태웠다.˝라고는 절대 얘기하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그저 ˝그림을 그렸다.˝ 이렇게만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스트릭랜드가 떠나지 않았다면? 그래서 보통의 은행원처럼 창구를 지키며 가족들을 먹여 살렸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단지 선택의 문제일 뿐. 제겐 여전히 빵이 예술보다 중요하거든요.

잠자냥 2023-12-05 17:02   좋아요 1 | URL
요사의 그 작품도 궁금하군요. 스트릭랜드는 절대 자기 입으로 예술혼 어쩌고 할 인간은 아니겠죠. ㅎㅎ
빵이냐 예술이냐 선택의 문제입니다!

은오 2023-12-05 2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의 잠모알 수확!! 잠자냥님은 30대 중반에 잠집자님이 되셨다.
그 전환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잠자냥님은 역시 멋지시군요... 1일 1권 하시는 잠자냥님이 잠집자님이 아닌 거 상상이 안 됩니다. ㅋㅋㅋㅋ
아니 근데 그럼 잠자냥님은 어린 시절부터 잠집자님 되시기 전에도 내내 책을 그렇게 계속 많이 쭉 읽어오신 거예요?! 잠자냥님 삶에 책태기는 없었는지 궁금하군요.

결혼하기 전에도 결혼한 후에도 잠자냥님의 노젓기를 응원합니다!! -열혈 독자 올림

잠자냥 2023-12-05 22:43   좋아요 1 | URL
정확히는 은바오 중딩 때?! ㅋㅋㅋㅋ
네 저는 글자 알았을 때부터… 아니 그 전부터 글자 모를 때도 전래동화 테이프 같은 거 들었어요. 책태기는 없었던 거 같습니다. 중고딩 때도 수업 때 책 숨겨서 읽고 뭐 그랬다능

은오 2023-12-05 22:47   좋아요 1 | URL
하......
ㅇㄴㄷㅊㅇㄹㄴㄱㅎㅇㄱ......

달자 2023-12-06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넘 좋아요… 전 오래전에 읽다가 중도하차한 책인데 리뷰 읽으니까 다시 읽고 싶어져요

잠자냥 2023-12-06 09:45   좋아요 1 | URL
지금 다시 읽으셔도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부분이 여러 번 있을 거예요. 여성혐오적인 표현이 너무 자주 나와서. 그런데.... 문학을 그런 잣대로만 보자면 세상에 읽을 만한 문학이 또 확 줄어들기 때문에.... 아무튼 그 점은 감안하시고 언젠가 한번 다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ㅎㅎ

케이 2023-12-12 16: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제가 읽은 책 리뷰가 올라왔네요. 대학 때 하루만에 다 읽었던 책인데 읽을 당시에는 고갱 얘기인 줄 모르다 나중에 개인적으로 극혐하는 고갱이 모티브라는 걸 알고 스트릭랜드가 더 싫어졌던 기억이 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재밌는 책이었어요.
근데 꼭 생업을 관두고 예술에 몰두해야만 예술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좀 의문이예요.
저같은 범인은 이해하지 못하는 예술의 세계가 있겠지만, 먹고사니즘에 연연하면서도 감명깊은 작품을 만들 수도 있는 거 아닌지..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저는 오히려 생업을 포기하지 않으며 아름다운 뭔가를 추구하고 완성한 데 더 깊게 감명하게 되는 거 같아요.
내가 직장인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죠.
서머셋 몸은 뭐 최고의 소설가는 아닐지 몰라도 일단 재미는 보장되는 작가라 앞으로 그의 모든 책을 읽긴 할 것 같아요.
벌써 12월 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잠자냥님의 노젓기도 지금처럼 계속 응원할게요.

잠자냥 2023-12-12 16:42   좋아요 1 | URL
개인적 극혐 고갱 ㅋㅋㅋㅋ 공감합니다. ㅎ 그래서 스트릭랜드를 고갱하고 떼어놓고 보려고 해도 참 그게 어렵더라고요!
생업과 예술을 병행하면서 예술적 성취를 이루는 게 저도 좀 더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참 어려운 거라서 그렇겠죠?
몸은 케이 님 말씀처럼 재미는 보장된 작가라 저도 다 읽을 것 같아요...
케이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요즘 날씨가 너무 더웠다 추웠다 난리도 아니라서) 쌍둥이들도 건강하길 늘 기원합니다-
 
잠 못 드는 밤
엘리자베스 하드윅 지음, 임슬애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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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드는 삶, 희미해지는 기억, 한때 곁에 머물렀으나 떠나가는 이들… 삶은 상실의 과정. 그렇게 속절없이 부서지는 삶을 붙잡기 위해 써 내려간 에세이 또는 시 같은 소설. 엘리자베스 하드윅. 그 이름을 새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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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2-05 0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잠 잘 드는 밤 보내세요!! 제 생각 금지 이른기상 금지
전 잠자냥님의 이름을 새겨두고 삽니다..

잠자냥 2023-12-05 00:43   좋아요 1 | URL
안녕 내일 또 만나! 내 꿈꿔! (15분 지남)

은오 2023-12-05 21:47   좋아요 1 | URL
안나오셔서 울었습니다.

잠자냥 2023-12-05 21:52   좋아요 1 | URL
3시 59분 전에 갔는데 안 자고 있어서 그냥 옴

은오 2023-12-05 21:56   좋아요 1 | URL
엥? 전 그때 잤는데 대체 누구 꿈에 방문하신거죠 ㅡㅡ
어쩐지 안오시더라니......

잠자냥 2023-12-05 21:57   좋아요 1 | URL
아 푸바오….;

은오 2023-12-05 21:59   좋아요 1 | URL
전 은바오인데....

잠자냥 2023-12-05 22:06   좋아요 2 | URL
너무 닮아서 잘못 갔네;;

은오 2023-12-05 22:2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잘 찾아오세요...!!!😭

새파랑 2023-12-05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진정 독서기계입니다. 1일 2독이신거 같음~~!!

잠자냥 2023-12-05 10:06   좋아요 1 | URL
1일 1독이고요, 요즘 읽는 책들이 좀 얇습니다....
술을 전보다는 덜 마시기도 하고요....(라고 말하지만 토요일에 너무 많이 마셔서 시체되었던 사람 올림)

자목련 2023-12-05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리자베스 하드윅, 저는 처음 듣는 작가인데 잠자냥 님의 100자평에 급 흔들리는 마음...

잠자냥 2023-12-05 10:46   좋아요 0 | URL
이 책 자목련 님은 좋아하실 거예요!
 

많은 이들이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나는 좋아하는 게 있다. 프랑스 문학과 프랑스 영화가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프랑스 문학과 영화는 난해함과 지루함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바로 그 난해함과 지루함(?)이 좋다. 그 지루함이 나에게는 지루함이 아니랄까. 프랑스어도 좋고(아름다운 언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랑을 말할 때), 불어로 연인들이 티키타카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순간도 즐겁다. 좋아하는 프랑스 영화 중에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있는데(섹스신 빼고 -_-) 그 영화에서 내가 특히 좋아하는 부분은 아델하고 엠마가 책과 예술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 그리고 엠마를 만나기 전 아델이 학교 친구들하고 문학에 관해 토론하는 장면이다. 난 이런 장면들을 볼 때 머릿속이 찌릿찌릿해진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다시 대학을 간다면 불문학을 전공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뒤늦게 해보기도 했다(그런데 얼마 전 정희진쌤 글쓰기 강의에서 쌤이 당신의 편견 몇몇 개를 말씀하시다가 불문학 전공자에게 편견 있다고 해서 빵 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 그 자리에 불문학 전공자가 있을지 모르니까 더 이야기하지는 않겠다고 말끝을 흐리셨지만 아무튼 무슨 지점 때문에 그럴지 알 것 같기도).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프랑스 문학이나 영화에서는 예술에 관해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으로 대화하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어떤 이들의 눈에는 그게 허영이나 허세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처럼 먹고살고 돈벌이에만 다들 급급해서 돈과 관련한 이야기가 아니면 모든 게-특히 예술이- 지적 허영&허세로만 보이는 사회보다는 그런 것들이 일상인 것, 삶의 디폴트가 되어 있는 게 인간으로서는 더 나아 보인다. 나는 그래서 프랑스 영화나 문학을 볼 때 오히려 남들이 말하는 그 지루함과 난해함에서 숨통이 트이는 기분을 느낀다. 이렇게 말하면 또 누군가는 직접 가서 살아보면 그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그조차도 환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부자가 되는 것에 다들 눈먼 사회보다는 예술 판타지로 가득한 그 세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사랑도 이곳보다는 자유로워 보인다. 여기에서는 제도로 다들 묶인 채 한눈팔기가 디폴트가 되어 있다. 한눈팔기 안 하는 사람을 바보 취급하기도 하고 도리어 장려하기도 한다. 그럴 바에야 굳이 왜 제도 안에 묶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어떤 커플의 나이 차이에도 다들 그렇게 민감한지. 연하남-연상녀 커플인 데다가 그 나이 차이가 열 살 이상 난다면 눈이 휘둥그레. 남들의 사랑에 고정관념은 왜 그렇게도 많은지. 참 답답한 사회다. 그런데 사강이 그리는 세계 속 사랑은 그렇지 않다. 자유로운 사랑을 그리는 데 사강만큼 빼어난 작가가 또 있을까. 사강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번역되어 나온 사강 작품은 거의 다 읽은 것을 보면 나는 사강 빠인가 아니면 사강이 그리는 그 프랑스인들의 삶에서 큰 즐거움을 느끼는 것일까. 사강 빠라기보다는 그녀가 그리는 사랑 안의 섬세한 묘사나 관계의 고독감에 관한 빼어난 통찰을 사랑한다고 하자. 사실 사강의 작품을 읽는다고 해서 막 사랑이 하고 싶어지지는 않는다. 사랑의 관계에 놓인 그들 대부분이 하나같이 고독에 잠겨 있기 때문에 사랑도, 사람도 종국에는 다 허무하게 느껴진다고 하는 게 더 옳으리라.

사강조차도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말 좋은 책을 쓰고 싶다’, <리틀 블랙 드레스>,  프랑수아즈 사강, 열화당)



사강의 작품 속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사랑을 하고 있기는 한데, 그 사랑이 서로 통하는 순간보다 어긋나는 순간이 많다. 통하다가도 금방 시들어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다시 꽂히기도 하고 그 사랑도 그렇지만 곧 소멸하고…. 부부처럼 제도로 묶인 사람들은 더 고독하고 외롭다. 그리고 대개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그 사실을 자기 배우자나 파트너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그렇지만 그 시들어버린 사랑 속의 그들에게도 초창기에는 서로 빠져들면서 눈부시게 꽃이 피던 순간들이 있다. 사강은 그런 순간들도 매우 잘 포착해서 그려나간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라 기억이 선명한 <패배의 신호>에서 루실과 앙투안이 서로가 같은 부류임을 알아보고 별것 아닌 이야기로도 즐거워서 밤을 지새우며 웃고 키득거리다가 결국 사랑에 빠져버리는 것- 그런 순간을 사강처럼 섬세하게 표현하는 작가도 드물다. 물론 이 둘의 사랑도 결국에는 사랑에 빠진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헤어지게 될 것임을 이 책을 읽는 이들은 다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사강은-그리고 그녀가 빚어낸 인물들은 서로 한때 애정을 열렬히 나누던 사이임에도 이 사랑 역시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그 생각을 문득문득 떠올린다. 인생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 영원한 것은 없다고. 사랑조차..... 그런데 그렇지 않은가?

“일 년 후 혹은 두 달 후,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조제는 사랑의 짧음에 대해 말했다. “언젠가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죠. 그리고 우리는 다시 고독해지겠죠. 그리고 한 해가 또 지나가겠죠.” “나도 알아요.” 조제가 말했다. <한 달 후, 일 년 후>

갑자기 사강에 대해서 글을 끼적여보는 까닭은 최근 읽은 사강의 <황금의 고삐> 100자평에 은오가 “잠자냥 님 패배의 신호 말고 또 좋았던 사강 작품 있으신가요?! 브람스도 3별이던데......”라고 물었고, 생각해본다고 답을 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서 찾아보니 대개 나는 사강 작품에 별 셋을 준 적이 많더라. 오래전에 읽은 책들이 많고 100자평도, 리뷰도 남기지 않은 것들이 더 많아서 세세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데 별점 위주로 찾아보니 지금까지는 이렇다.  



엎드리는 개 5별 -2024, 7월 19일 추가

패배의 신호 5별

어떤 미소 4별

마음의 심연(미완성작) 4별
마음의 파수꾼 4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3별
슬픔이여 안녕 3별
한 달 후, 일 년 후 3별

신기한 구름 3별
황금의 고삐 3별

리틀 블랙 드레스 4별 (에세이)




<패배의 신호>를 읽기 전까지는 <어떤 미소>를 가장 좋아했다. 4별 무리보다 조금 위로 올려놓은 까닭은 4.5별이랄까? 여대생이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심리 묘사가 탁월하게 그려지는데 두 사람이 어느 호텔에 일주일 가까이 붙어 지내면서 나누던 사랑의 시간들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별 후의 그 고독감도. <마음의 파수꾼>과 <마음의 심연>도 좋았다. <마음의 파수꾼>은 두 남자와 한 여자, 세 사람의 기묘한 동거와 약간 미스터리 같은 구조가 흥미로웠다. <마음의 심연>은 미완성작이라 과연 좋을까 싶었는데 좋아서 놀랐던 기억. 으음 아마도 이건 비교적 최근에 읽은 터라 더 기억이 생생한지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슬픔이여 안녕> <한 달 후, 일 년 후>가 모두 3별인데 내게 3별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고, 나는 좋았기는 한데 딱히 당신한테도 좋을지는 알 수 없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는 싶지 않은 그런 책이다. <슬픔이여 안녕>과 <브람스>는 사강의 대표작으로 꼽히기도 하고 그녀를 스타로 만들어준 책이기도 한데 그 명성에 비해 좀 싱거웠던 느낌이라서 별을 후하게 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같은 3별이라도 조금 뒤로 처지는 3별이 <신기한 구름>과 <황금의 고삐>인데, <신기한 구름>은 집착 쩌는 남녀가 등장해서 좀 질려버렸달까. <황금의 고삐>는 서로 질린 두 부부(만 등장해서!) 시종 나를 질리게 만들었다. -_-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겠지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은 사강이 물음표 대신 일부러 말줄임표 세 개를 꼭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프랑스인들은 딱히 브람스를 좋아하지 않아서 브람스 공연에 초청하기 전에는 꼭 이 질문을 해야 한다고. 그 제목을 나도 따와서 한번 비틀어 본다. <사강을 좋아하세요...> 사강을 좋아하든 말든 아니, 프랑스 문학을 좋아하든 말든 한번 더 읽어보지 않겠느냐고. 최근에 사강의 에세이 <해독일기>, <엎드리는 개>가 새로 나와서 반가웠는데! 글보다 그림이 많아서 이 책은 사지 않을 것 같다. 글만 좀 읽어보고 싶기는 한데.......













끝으로 어제 사강의 에세이 몇 개를 뒤적이면서 다시 읽어보다가 사강은 이런 글을 참 잘 쓴다고 생각했다. 아래 에세이는 사강이 십대 시절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기숙사를 몰래 빠져나온 오후 어느 노숙인과 나눈 짧은 우정을 다룬 글이다. 마지막 두 단락, 참 아름답지 않은가.



그날 이후로 이상한 일주일이 시작했다. 나는 별문제 없이 기숙사를 빠져나와 센강까지 달려 친구를 만나러 갔다. 나는 그의 이름을 몰랐고, 그도 내 이름을 알지 못했다. 센강이 우리 앞에서 회색에서 하얀색으로 빛깔을 바꾸는 동안, 우리는 난간에 앉아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나눴다. 태양이 사라지면 나는 내게 십 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음을 알아챘다. 나는 그를 향해 몸을 돌려 슬픈 미소를 지었다. 그도 미소를 지으며 약간 가엽다는 듯이 마지막 남은 담배를 건넸다. 시간을 걱정하는 나에게 그가 보인 연민과 동정이 짜증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나는 결국 그에게 기숙사에 늦게 돌아가면 쫓겨난다고 말해버리고 말았다. 그는 전혀 놀란 기색이 아니었지만, 진지한 얼굴로 나를 불쌍히 여겼다.
순간적으로 나는 그에게 그와 같은 사람이 돼서 강변을 산책하며 사는 편이 더 낫겠다고 말했다. 그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워요. 자질이 있어야 한다니까요!”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내게 “사는 법을 아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내게 산다는 것은 친구와 돈을 갖고 춤추고 웃고 읽는 것이었는데, 그는 그 모든 것 중에 어느 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는 저녁 내내 생각하다가 다음 날 그에게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물어보리라 결심했다.
이튿날 비가 조금 내렸다. 그래도 반 친구들은 우비를 입고 외출했고, 나는 나대로 덧옷을 입고 빗속으로 나갔다. 그가 가고 없을까봐 걱정이 되어 계속 달렸다. 나는 숨을 헐떡거리며 비에 젖은 채 도착했고, 그는 다리 밑에서 늘 그렇듯 담배를 물고 있었다. (..........)
어쩌면 나의 유일한 친구일지도 모르는 그가 떠나려 하고 있었다. 나는 그를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에게 물었고, 그는 내게 영영 다시 볼 수 없겠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센 강변에서 보낸 그 여름의 일주일은 친구를 사귀고, 친구를 잃기에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는 내게 미소를 건네며 떠났다. 나는 햇빛 속으로 멀어지는 그의 모습을 지켜봤다.
나는 기숙사까지 달렸다. 이제 하얀 햇살이 쏟아지던 거리를 지나 강까지 달아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것 하나, 행복한 피로 같은 것 그리고 그날 이후 친숙한 짐승처럼 내게 매달려 있던 시간의 냄새만이 남았다. (<가만히 걷는다>, pp.62~64 발췌)

















(파리 리뷰, <작가란 무엇인가3>, 프랑수아즈 사강 편에서)




알라딘 프랑스문학 마니아의 현황... 술파랑이 러시아문학 마니아에 이어 2위군요.





그나저나 오늘 웃긴 거 발견... 은오, 너 왜 여기서도 나 쫓아다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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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2-04 1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사랑은 시들지 않을 텐데......

잠자냥 2023-12-04 12:57   좋아요 2 | URL
곰탱이 너무 웃곀ㅋㅋㅋㅋ

은오 2023-12-05 00:12   좋아요 0 | URL
저는 프사 적응해서 이제 아무느낌 안드는데

은오 2023-12-05 00:12   좋아요 1 | URL
......

은오 2023-12-05 00:12   좋아요 1 | URL
ㄴ 이얼굴로 쩜쩜쩜쓰는게 너무웃기더라고요 얼굴이랑 잘어울림ㅋㅋㅋㅋ

은오 2023-12-04 13: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뭘 물어보든지 페이퍼로 상세하게 답변 가능하신 잠자냥님....🥹 넘멋쪄...
제가 원래 다음에 읽어야지 찜해둔 게 <어떤 미소>인데 접수했읍니다...

은오 2023-12-04 13:04   좋아요 1 | URL
그리고 저는 음잘알 책잘알 영잘알이신 예술고양이 잠자냥님이 너무 좋습니다

잠자냥 2023-12-04 13:08   좋아요 0 | URL
할줄 아는 게 그거뿐이면 이렇게 됨;;;

은오 2023-12-05 00:13   좋아요 1 | URL
그 세개를 동시에 잘하시는게 너무고난이도입니다.. 하나만하는것도 어려운데.. 야심한밤에차오르는결혼욕구

잠자냥 2023-12-05 00:17   좋아요 1 | URL
낼 늦잠 잔다… 언능 코~~

은오 2023-12-05 00:31   좋아요 0 | URL
북플 15분만 더......

은오 2023-12-04 13: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근데 저게 웃긴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제 이름만 봐도 행복하신게 아닌지 ㅋㅋㅋㅋㅋㅋㅋ

사랑?!

은오를 좋아하세요...

잠자냥 2023-12-04 13:04   좋아요 1 | URL
밥 먹어~

독서괭 2023-12-04 13:14   좋아요 2 | URL
뒤를 바짝 쫓고 있어 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04 13:18   좋아요 3 | URL
역시 (특히 유머에) 영특한 괭ㅋㅋㅋㅋ

새파랑 2023-12-04 13:26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이쯤 되면 한번 ‘패배의 신호‘를 보내주셔야 하는거 아닌가요?ㅋㅋㅋ

독서괭 2023-12-04 13:31   좋아요 3 | URL
은바오 업혀있는 중

건수하 2023-12-04 13:59   좋아요 2 | URL
말줄임표를 쓰면 안되죠. 은오님은 물음표를 써도 됨!

잠자냥 2023-12-04 14:0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애가 소심해졌어. ㅋㅋㅋㅋ
좀만 덜 구박해야 하나...?ㅋㅋㅋㅋ

독서괭 2023-12-04 13: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호, 저는 사강 <슬픔이여 안녕> 하나 읽고 그냥 그래서 그 이후로 안 읽었는데, 그보다 좋은 작품들이 많은 것 같군요. 마지막 인용해주신 에세이 보니 글이 참 좋네요. 새파랑님이 그렇게 읽으시는 이유도 알 것 같고요 ㅎㅎ
난해하고 지루한 거 좋아하는 극I 프랑스고냥이..

잠자냥 2023-12-04 13:19   좋아요 1 | URL
사강을 좋아하세요...
좀만 더 읽어봐...ㅋㅋㅋ

새파랑 2023-12-04 1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 프랑스 러시아 문학 좋아합니다~ 제가 2번째라니 좀 말이 안되긴 하네요...

저는 사강 <패배의 신호>랑 <한달 후 일년후>랑 <슬픔 안녕> 이랑 <어떤미소>요 ㅋ 전 사강의 초기 작품들이 좋더라구요. 사강 작품 거의 다 읽은거 같은데 요샌 좀 지쳐서 안읽고 있습니다...

잠자냥 2023-12-04 14:09   좋아요 1 | URL
지쳐서 ㅋㅋㅋㅋ 요즘 술 먹는 거 빼고는 다 지친 술파랑.

다락방 2023-12-04 13: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사강은 슬픔 안녕, 한달 후 일년 후, 패배의 신호 읽었는데, 한달 후 일년 후 읽고 뭐 써놨나 찾아봤더니 그런 건 보이지 않고, 누군가에게 댓글로 ‘저는 사강하고 잘 안맞는 것 같아요‘ 해놨네요.

말씀하신 지점에서 제가 프랑스 예술을 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사랑에 굉장히 자유로운 지점이요. 저 일전에 소피 마르소 주연의 영화를 보는데요, 소피 마르소가 유부남하고 사랑에 빠졌거든요? 그런데 친구가 ‘도전해!‘ 라면서 그 남자와의 사랑을 적극 응원하더라고요. 저 그때 좀 충격을 받아서, 당시 남자친구하고 보고 나오면서 뭐야, 얘들은 일단 내 사랑이 최고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그 지점을 좀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일단 내 사랑이 최고다!‘ 하는 그 지점이요. 너무 자유로워서 타인을 보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 작가나 영화가 뭐가 있나 지금 퍼뜩 생각은 안나는데, 프랑스 소설 마니아 4위라서 좀 당황스럽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로맹 가리 좋아해서 그러나??

그런데 인용해주신 사강의 글 너무 좋아서 저 책은 좀 살까 싶습니다. 흠흠.

앗, 그런데 제가 안좋아하는 앤솔로지 네요.. <가만히, 걷는다> 요..

잠자냥 2023-12-04 14:12   좋아요 3 | URL
다락방 님은 윤리다락방이라 아마도 그 자유로운 분위기-이기적인 사랑-가 안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근데 그러고 보면 저는 환승기간에 현애인 4일 전 애인 3일 이렇게도 지낸적이 있어서 그런 게 더 용납이 가능한 것인가 싶기도 하고;;; -_-;;;;;; 생각해 보니 ㅈㄴ 이기적인 나였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마니아 시스템은 제 생각에는 그냥 페이퍼든 리뷰든 100자평이든 많이 쓰면 되는 거 같아요. 다락방님은 그간 쌓아온 세월도 있고 월욜마다 올리는 책탑도 한몫하는 거 같음

<가만히 걷는다>는 앤솔로지입니다! 프랑스 작가들 산문이 골고루 실려있어요. 사지 마.......... 빌려 읽어.

은하수 2023-12-04 14:49   좋아요 0 | URL
역시 다락방님 저와 비슷~~
저 며칠 전 뒤라스 소설 읽으면서도 그 윤리적인 부분이 심히 이해가 안되더라구요..ㅉ 그냥 인정하겠지만서두... 그러네요^^

다락방 2023-12-04 14:59   좋아요 0 | URL
저도 좋아하는 작가엔 뒤라스가 없습니다. ㅎㅎ

잠자냥 2023-12-04 15:1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전 뒤라스 작품도 계속 읽고 있습니다. <태평양을 막는 제방>은 읽어보세요. ㅎㅎㅎ

다락방 2023-12-04 15:28   좋아요 0 | URL
저는 뒤라스를 좋아하는 작가에 넣진 않지만 그렇다고 싫어하진 않습니다. 뭐랄까, 다소 힘든 작가라고 할까요..

청아 2023-12-04 14: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그 장면 너무 좋아해요!!ㅋㅋㅋㅋ
수업장면에서 언급한 책도 샀습니다. 번역서는 없어서 언제 읽을지 기약은 없어요ㅋ
그걸로 글을 써볼까 했었는데 (사진은 준비된ㅋㅋㅋ)미루다가 흐지부지되었지요...에효
미국문학보다는 프랑스문학이 저에게는 잘 맞더라고요. 방송대에서 프랑스 역사, 프랑스어 기초 수강했었는데
출석 수업 때 전공자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던 일 떠오르네요.

은바오가 자냥님 근처에 없으면 이제 서운할 사람 많을 듯ㅋㅋㅋㅋ

잠자냥 2023-12-04 14:20   좋아요 3 | URL
전 그 장면들 보면서 와, 프랑스 애들은 수업 시간에 저렇게 토론한단 말이야 진짜 부럽... 그랬다능.
전 고딩 때 제2외국어가 불어였는데, 열심히 좀 할껄.껄껄껄...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때 불어 선생님도 좀 ㅋㅋㅋㅋ 사계절 거의 트랜치코트에 머플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바오 잘 안 보이면 저도 허전하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은오 2023-12-05 00:14   좋아요 2 | URL
결혼해서 같이살면 허전할일 없으실텐데...

잠자냥 2023-12-05 00:18   좋아요 2 | URL
결혼하면 금방 질려서 안 됨!

은오 2023-12-05 00:32   좋아요 1 | URL
나원참그래서집사2님이질리셧나요!!!!!!!

잠자냥 2023-12-05 00:34   좋아요 3 | URL
아니~ 우린 결혼 안 했잖아 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2-05 00:36   좋아요 2 | URL
-.-
똑같이 같이사는건데...

그리고 그 집사2님과 잠자냥님을 함께 지칭하는 우리는 정말 지양해주셨으면합니다..

잠자냥 2023-12-05 00:41   좋아요 2 | URL
우리 은바오 오늘 화 많이 내니까 더 귀엽네요? ㅋㅋㅋㅋㅋㅋ



(미미 님 내일 이 댓글들 보고 달달해서 쓰러짐)

청아 2023-12-05 07:49   좋아요 2 | URL
휴~ 다행히 누워서 읽었기 때문에 쓰러지진 않았습니다ㅋㅋㅋㅋㅋ달달하게 웃고 시작하게 해줘서 고마워요 ‘두 분‘ㅋㅋㅋㅋ

망고 2023-12-04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프랑스 문학이랑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막연히 안맞는다고만 하고 뭐 별로 읽은게 없네요ㅋㅋㅋ뭘 읽어봤어야 안맞는다고 말하는게 성립될텐데...아마 전 프랑스 영화를 보고 아 저건 정말 싫다 하는 지점들이 있었어서 문학도 그럴거라 짐작했나 봅니다 한때 오종 감독도 유명해서 좀 봤는데...저는 좀 별루...ㅋㅋㅋㅋㅋ사실 불어 전공자에대한 편견 저도 좀 있는데ㅋㅋㅋㅋ그건 순전히 불어선생님 때문에 생긴거였어요 굉장히 감성적이셨던....ㅎㅎㅎ근데 잠자냥님 이 글 보고 사강은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다락방 2023-12-04 14:58   좋아요 1 | URL
저도 오종 도 별로.. ㅋㅋㅋㅋㅋ
저는 베티 블루도 별로, 몽상가들도 별로. 뭔가 본 건 다 별로였던 것 같아요. ㅎㅎ

잠자냥 2023-12-04 15:12   좋아요 0 | URL
크하하 전 오종도 좋아합니다. <영 앤 뷰티풀>도 재미있게 봤는데...
아 이것도 여러분이 힘들어할 거 같습니다....ㅋㅋㅋㅋ

망고 2023-12-04 15:19   좋아요 1 | URL
아우 영앤뷰티풀 저는 정말 싫어서 오종에 대한 그나마 약간 있던 이해의 감정도 사라져버렸는데요ㅋㅋㅋㅋㅋㅋㅋ

은하수 2023-12-04 14: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사강에 대한 이런 탐구!!!
넘 멋지십니다.
저도 사강을 별로 안좋아해 하면서 꽤 읽고 있는데 잠자냥 님과 비슷한 심리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멋짐 멋짐~~
이러니 은오님이 따라다니시나봐요
충분히 이해되잖아요?ㅎㅎㅎㅎㅎ

잠자냥 2023-12-04 15:15   좋아요 1 | URL
그냥 그 특유의 섬세함과 자유분방함이 계속 읽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은오가 저 따라다니는군요? 안 보이는데?! ㅋㅋㅋㅋ

독서괭 2023-12-04 17:10   좋아요 3 | URL
업혀 있으니까…

자목련 2023-12-04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강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사강의 소설을 지나치기는 힘든 것 같아요.
<어떤 미소>가 궁금합니다. 제2 외국어로 불어 배울 때 열심히 배웠다면...

잠자냥 2023-12-04 17:34   좋아요 0 | URL
그냥 지나치긴 힘들다는 그 표현이 딱인 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3-12-04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 영화, 프랑스 소설 좋아하지만, 전 사강파는 아닌 것 같아요.
세 가지색은 블루가 가장 좋았고요.
프랑스 배우들의 자연스러움을 좋아해요.

잠자냥 2023-12-04 17:36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 님도 프랑스문학영화 좋아하시는군요! 자연스러운 연기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샤를로뜨 갱스부르 언니 좋아하는데 요즘 급 늙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