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역사 -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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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책의 독서가 좋은 점은 늘 다른 책과의 좋은 연결고리가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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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역사 -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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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20180731

예약 구매로 샀지만 미루다 느지막히 읽은 칠월의 마지막 독서. 
유시민 책은 꽤 많이 보았다. 새내기 때 메아리 세미나에서 처음 만나 정말 재미있게 봤던 경제학 카페부터, 어떻게 살 것인가, 글쓰기 특강, 국가란 무엇인가, 후불제 민주주의, 나의 한국 현대사, 거꾸로 읽는 세계사 그리고 이 책까지. 친절하게 지식의 다이제스트 암죽까지는 아니고 이유식 정도로 잘 소화되게 써 주는 깔끔한 글솜씨도 재주라면 재주, 단순히 글솜씨 뿐 아니라 건강한 가치관과 진보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 인간에 대한 애정도 늘 좋다. 

저자는 이 책을 잊혀지지 않은 역사가와 역사서에 대한 르포라고 정의했다. 잊혀지지 않은 비결을 서사, 이야기라고도 했다. 서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새삼 와 닿았다. 
1장-헤로도토스의 “역사”와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당시 기준으로 세계사와 민족사를 다룬 두 역사가를 비교 대조한다. 
히스토리에 다음 권은 언제 나올까. 고이 모셔 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언제 쯤 읽을까ㅋ. 
2장-사마천의 “사기”
궁형의 아픔을 참고 살아남아 쓴 기전체의 시초라는 정도만 알았는데, 이것을 ‘우아한 복수’라고 표현한 것이 새로웠다. 중국역사는 고우영 만화 정도로만 봤는데 진짜 역사책도 한 번 쯤 봐야겠다. 사기열전이라도 우선…
3장-이븐 할둔의 “역사서설” 또는 무깟디마
사회학 공부할 때 순환론으로 배웠던 유목민족의 정착 타락 몰락 다시 정복 등 흥망성쇠가 유목민족에 국한하지 않고 인류사 관점에서 모든 왕조를 설명하려 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 시대 이슬람 사람이 좀 더 넓은 세계에 대해 보편적 법칙을 주장하고 설명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4장-랑케의 여러 저서
역사과 수업 들었을 때 노교수님이 랑케 랑케 거리면서 엄청 좋아하던 생각이 났는데, 이 책에서 랑케에 대해 소개받으니 역사학자들한테는 나름 로망에 귀감이 될 인물인 것 같긴 하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쓴다고 단언하다니 얼마나 용감한지. 그렇지만 유시민이 강조하듯 노잼인 사학자는 학문계에서는 칭송받을 지언정 대중한테는 외면 받을 운명이다. 
5장-마르크스 “공산당 선언”외
그나마 읽어 본 것 처음 나왔다. 물론 공산당 선언을 읽긴 했지만 기억나는게 거의 없다. 역사의 발전법칙을 유물론 유물사관으로 결국 자본주의는 망해불고 공산사회가 등장해서 역사는 더 이상 변하지 않는 완전체가 된다-는 선언에 가까운 주장이었지만 결국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의 저서를 읽는 사람들이 있고(철학자 고병권은 심지어 자본론을 강의하고 여러권의 책으로 펴내는 펀딩도 하고 있다) 현실의 문제에 대해 비판할 때 그의 통찰이 유효한 부분도 있다. 이 책에 인용된 부분 중 세계화의 진전과 자본주의의 문제에 대한 내용은 유시민 말대로 정말 19세기 말의 글인가 싶게 현실성 있고 와닿는다. 
마르크스는 근데 워낙 그에 대한 2차 저작들을 많이 봐서 그런가 이 부분 읽을 때 좀 늘어지고 집중력 흐트러지고 그랬다. 좋은 소리도 일절까지라고ㅋ너무 많이 봐서 피로한데 근데 아직도 제대로 모르는 건 함정...원저를 봐야 끝날 개미지옥인가…
6장-민족주의 사학 박은식”한국독립운동지혈사”,신채호”조선상고사”,”한국통사”,백남운”조선사회경제사”
식민사관에 쩔어 나라 팔아먹고 우리는 지배당해도 싸요 하는 병신들도 쎄고 쎈 세상에 역사라는 정신을 남겨 민족의 독립과 나라의 부활을 꿈꿨던 그리고 그만큼 치열하게 살았던 역사학자들의 이야기가 왠지 슬펐다.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마냥 처 맞고 당하기만 한게 아니라 열심히 대항하고 투쟁하고 우리를 지우려는 일본놈들에 맞서 끊임없이 기억하려고 애써왔다는 것을 후대의 우리가 알 수 있다.  
7장-에드워드 카 “역사란 무엇인가” 
맨날 이에이치 카 이랬는데 이가 에드워드구나. 
변호인에서 이거 읽다가 고문당한 불쌍한 야학 청년들 생각난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 없는 대화. 역사가의 중요성. 랑케의 있는 그대로의 역사 줘까. 
언젠간 읽어볼 책이 자꾸 는다. 
8장-슈펭글러”서구의 몰락”,토인비”역사의 연구”,헌팅턴”문명의 충돌”
주권 국가나 특정 민족이 아닌 문명의 역사를 다룬 세 학자를 소개하는 장이다. 슈펭글러는 읽기 힘든 책이라 하고. 거의 자뻑으로 단언하는 내용이라 하는데 토인비나 헌팅턴이 나름 그의 주장과 이론을 계승 발전 시켰다니 굳이 안 읽고 토인비나 헌팅턴을 읽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듯ㅋ 서구 중심의 역사관을 서구인이 벗어 버리고 거시적인 관점으로 역사를 그리려고 한 노력이 가상하고 인류와 역사 이해에 더욱 도움이 된 것 같다. 
9장-다이아몬드”총균쇠”,하라리”사피엔스”
드디어 내가 읽어본 책이 나와서 반가웠다.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는 꼭 다시 읽어봐야 겠다. 잊고 있었지만 기억에 남았던 닭에게 종의 보존에는 성공이나 개체에게는 불행한 상황인 현재(좆간이 미안해ㅜㅜ), 채집 수렵 사회보다 농경 사회가 행복할 것이라는 환상을 와장창 (더불어 현재의 우리가 과거인보다 행복하다는 것도 단언할 수 없다는)깬 부분 등을 다시 인용해 둔 것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총균쇠는 진짜 읽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저자의 말대로 일주일 간 패키지 여행 잘 했으니 세계일주는 무리더라도 쉬운 코스부터 조금씩 자유 여행을 해봐야겠다. 유시민 책의 독서가 좋은 점은 늘 다른 책과의 좋은 연결고리가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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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3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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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김영하
5년 만에 읽는 책은 새로 읽는 책이나 다름 없다. 기억에 책의 내용이 하나도 없어서 신기했다.
깔끔한 새 책은 누군가에게 주고 겉표지만 댈롱 남아 있어서 중고서점에서 하나 더 샀다. 1998년에 나온 엄청 오래된 책인데 무려 1판 6쇄ㅋㅋ 오래된 건 상관 없는데 아래 쪽에 물얼룩이 있어 읽는 내내 찝찝했지만 내용 알아보는데 지장은 없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 유디트(그래서 희곡 유디트도 사놨는데 아직 안 봤군)라는 여성을 둘러싼 형제 K와 C, 그리고 C와 비디오 아트 작업을 하는 행위예술가 미미, 그리고 (악마 흉내를 내고 싶었을지도 모를) 정체불명의 자살 도우미가 주 인물이다.
허무의 끝에서 죽음을 갈망하는 여자들. 그를 돕는 도우미. 속도나 카메라 렌즈로 잡는 피사체에 집착하는 남자들.
소설 속에선 공교롭게도 여자 둘의 죽음만 그린다. (유디트와 미미) 남자들은 뭔가 공허하고 뒤지고 싶은 것 같은데 용기를 못 낸 느낌(인지 자살도우미가 남자들한텐 안 찾아가서인지 ㅋㅋ).
그 당시엔 판타지가 흔하지 않았나본데 그래서 문학상 심사위원들이 그 점을 계속 좋게 말하는데 요즘 젊은 작가들 소설은 그런 장르가 넘친다.ㅋㅋ이십 몇 년 사이 달라진 점...
비엔나 벨베데레 궁 미술관 묘사에 번뜩 내가 거기 갔었지 그래 거기 그런 것들이 있었지 생각이 났다. 웃기는게 우리가 빈 갔을 때 클림트의 키스는 한국에서 클림트전 한다고 한국으로 가버려서 못 봤었다. 유디트는 봤나? 기억 안 나...에꼰쉴레나 뭉크 그림은 많이 봤던 것 같다. 너무 먼 옛날…
장모 작가 소설이 자살을 다루고 주 인물 이름이 똑같이 세연인 건 그냥 우연이겠지ㅋㅋ
문장은 아주 깔끔하고 벌써 이십 이년 된 소설 치고 별로 안 촌스럽다. 세상에나 이십 이년이라니.
그런데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가 어법에 맞나. 권리를 가진다. 권리를 누린다. 아니면 나에겐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가 맞겠지만 어느 것도 폼이 안 나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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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최진혁 사진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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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서까지 아프고 슬퍼야 해? 응 가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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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최진혁 사진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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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20180721
한강의 소설은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를 읽어봤다. 문장은 항상 창백하고 날이 서 있고 서늘하다.
낳지마자 죽은 언니가 살아서 내가 와 있는 낯선 추운 도시에 와 있다면 , 보고 느꼈을 것들을 적었다.
흰 것들을 표제어로 토막토막 짧은 글들을 이어 놓아 이게 소설인가 싶다가도, 만약 에 대한 상상과 서사가 있으니 뭐 소설이다. 시는 아닌데 시 같은 단어와 문장들이 가득했다.
표지는 천의 질감같은 온전히 흰색 아닌 흰회색같고 천을 벗기면 짙은 회색 속표지가 있다. 종이 질감이 두껍고 매끈하고 차미혜라는 사진작가의 흑백사진이 삽화처럼 본문 중간마다 실려있다. (내가 가진 책은 구판이고 개정판 표지는 진회색이 겉으로 드러났다.)
언니가 살았으면 내가 없을것이고 내가 태어난 건 언니가 죽어서이다, 삶과 죽음, 빛과 어둠, 백과 흑, 종이의 앞 뒷면 그렇게 대조한다. 사실 언니 낳고 내가 그 동생이 될 수도 있는건데, 화자는 자신의 삶에서 이유 없이 부채 의식 마냥 그냥 그렇게 인식한다. 나의 삶은 너의 죽음 덕분이다, 하면서 펼치는 애도. 거기에는 유럽에서 죽어간 나치에 저항했던 사람들, 우리나라에서 죽었지만 온전한 애도를 받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애도도 포함된다. 언니와 엄마에 대한 것도.
한강의 소설들은 왜 죄다 슬픔으로 꽉 차 있는지 모르겠다. 재미를 좋아하는 나는 썩 좋아하지 않는 형식과 감정이지만(소설 읽기가 현실을 잊고 위안 삼기 위한 건데 글을 읽으면서 까지 내가 괴롭고 슬퍼야 해? 싶어서)이런 식의 애도도 있어, 이런 꾹꾹 눌러 쓴 문장과 단어와 감정과 묘사들도 있어, 하고 읽어볼 만은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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