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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 근육의 해부학에서 피트니스까지, 삶을 지탱하는 근육의 모든 것
로이 밀스 지음, 고현석 옮김 / 해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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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0 로이 밀스.

나도 내가 몸에, 뼈와 근육에 진심인 줄 잘 몰랐다. 정신차리고 보니 해부학이니 근육이니 들어가는 책이 한 코너를 이룰 만큼...막상 읽은 건 까해만 만화책 1,2권이랑 이번에 읽은 이 책이 다야…
원제는 ‘Muscle‘ 그리고 부제가 번역서의 제목이 되었다. 말미에서 근육 외의 움직임 요소를 다루긴 하지만, 책의 9할은 근육을 여러 분야의 다양한 관점으로 고찰한다.

수능 생명과학 공부할 때, 비교적 덜 어려운 추론형이라는 근수축 문제가 내게는 참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근육원섬유의 겹치거나 겹치지 않는 부분이 비례해서 줄고 늘고 하는 걸 퍼즐처럼 푸는 산수문제였다. 그저 미오신이랑 액틴이랑 어떤 메커니즘으로 근육을 수축, 이완시키는지, 거기에 ATP가 어떻게 기여하는지, 이런 거나 배우면 좀더 생명 과학에 가까웠을 것 같다. 내가 끝내 못해서 욕하는 건 아니고, 시험에서 재빠르게 숫자놀음해서 I대 길이, 겹치는 부분 길이, M대 길이, 이런 거 빈칸 채우기 하는 건 헛짓거리 같다. 그렇지만 좋은 대학에 가려면 현 교육과정에서는 마스터해야 할 헛짓… 못하면 근수축 문제는 쉽잖아, 하고 다른 수험생들에게 비웃음도 당하는 그런 헛짓….

근육은 아니지만 뼈와 뼈를 연결하는 발목 인대 파열, 운동하다가 생긴 아마도 뼈와 근육을 연결하는 어깨 쪽(아마도 회전근개) 염증, 이런 부상을 입다보니 근육에 관해 더 관심이 생겼다. 덤벨들고 1,2,3,4kg 숫자를 늘려가고 단백질 음료를 맛별로 챙겨 마시는 것도 뭐 근육량...그놈의 골격근량 때문이겠죠… 작년 말 수험생활 마치고 몸무게는 44킬로그램대가 되었는데 체지방이 많고 골격근량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는 데 충격을 받았었다. 나도 근육맨 되고 싶은데… 현실은 멸치...

저자 선생님은 근육을 세계 최고의 모터라고 칭송한다. 지금 내가 이렇게 손가락과 눈알을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이 글을 쓰는 것도 소근육들이 협응하지 않으면 불가능했을 일… 내 뱃속의 번데기들(저녁으로 먹었는데 너네는 골격근 없고 외골격만 있나?)을 소화시키는 것도 민무늬근 내장근육이 내가 ‘소화시켜!’ 명령하지 않아도 저들 알아서 하는 일… 우리(비건님들 빼고)가 그렇게 맛있게 먹어대는 고기도 이전에는 누군가의 근육… 노령화되고 몸이 쇠약해지다가 결국 근육 손실로 사망에 이르는 걸 보면 장수, 건강의 비결은 근육에 있는 게 맞는 것 같고...그래서 산책 다니다보면 어르신들이 그렇게나 공원과 동산의 기구들을 열심히 얍얍 하고 계신가 보다.

오래도록 안 아프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 같은 근육 이야기, 몸의 운동 이야기 공부하면 뭘 어째야 할지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프면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내 가까이의 사랑하는 사람들 걱정시키고 함께 보낼 행복한 시간도 줄어들고 그렇더라고요… 운동 뿐 아니라 공부고 글쓰기고 노래고 뭐고 다 근육으로 하는 겁니다. 저자 선생님한테 근육짱짱병이 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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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 모양의 힘줄은 인대를 구성하는 질긴 섬유질 물질과 동일한 물질로 구성돼 있다. 인대는 관절을 가로질러 뼈와 뼈를 연결하는 반면, 힘줄은 관절을 가로지르지만 근육과 뼈를 연결한다. 따라서 근육이 수축하면 근육-힘줄 쌍이 관절을 벌리거나, 좁히거나, 회전시킨다. (59, 이제 힘줄이랑 인대 헷갈리지 말아야지…)

-예를 들어, 근육의 모세혈관 밀도가 증가함에 따라 산소 전달이 용이해져 근육 피로의 시작이 지연된다. 심폐시스템의 적응은 운동 능력과 수행능력을 더욱 향상시킨다. 골격근 세포의 미토콘드리아는 반으로 쪼개졌다가 다시 늘어나는 것을 반복하며 반응하고, 이는 에너지가 풍부한 글리코겐과 지방을 저장하는 세포의 능력을 향상시킨다. 이 과정에서 세포나 미토콘드리아 모두의 크기가 눈에 띄게 변하지는 않는다. 전반적으로 지구력 훈련은 근육을 더 튼튼하게 만들지만 더 크게 만들지는 않는다. 노화, 그리고 노화에 의한 근력 약화는 골격근의 미토콘드리아 수 감소와 관련이 있으며,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 주는 자극에 의해 부분적으로 완화된다. 현재로서는 미토콘드리아 수가 노화의 조절자인지 아니면 단순한 표지자인지는 불분명하다. 어느 쪽이든 유산소 운동은 효과가 있다. (146, 여기서 미토콘드리아 또 만나서 반갑구요… 좀 더 오래 젊으려면 유산소 하시구요. 유산소 운동-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수는 증가하나 세포나 미토콘드리아 크기는 별로 안 변함)

-(근력) 운동 자극으로 인해 세포의 크기는 커지지만 세포의 수 자체는 늘어나지 않는다. 또한 그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 대사 활동도 증가해 미토콘드리아는 더 많은 양의 ADP를 ATP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변화를 일으키려면 점진적인 과부하(스트레스)가 필요한데, 저항을 높이거나 훈련 세션에서 저항을 받는 횟수(렙, 반복횟수)를 늘리는 방식이 있다. 즉, 근육은 “긴장을 받는 시간” 또는 “훈련의 양”에 반응한다. (147, 쪼렙은 저항 높이기=증량하다 저처럼 염증 생기기 쉽구요… 반복 횟수를 늘리는 편이 나았겠구요…)

-근육 기억이란 이전에 훈련을 해 컨디셔닝이 돼 있었지만 현재는 컨디셔닝이 되어 있지 않은 근육이 다시 훈련을 하면 이전의 컨디셔닝 상태로 빠르게 회복된다는 뜻이며, 실험 동물과 사람 모두에서 관찰된 바 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저항 운동에 대한 반응으로 근육 섬유가 핵을 추가하여 섬유 확대를 지원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운동을 하지 않아 근육이 운동 전 상태로 돌아가더라도 추가된 핵은 그대로 남는다. 따라서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 조금만 노력해도 이미 늘어나있는 핵 덕분에 근육이 빠르게(다시) 성장할 수 있다. (150, 오 그러니까 근손실 너무 걱정말고 다쳤으면 충분한 휴식을…)

-우리가 현실적으로 궁금한 것은 정기적으로 저항 운동 위주의 근육 운동을 한 사람이 운동을 멈췄을 때 얼마나 오랫동안 근육량과 근력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지다. 휴식을 취한 뒤 웨이트 트레이닝을 재개하면 근육을 이전에 훈련한 상태로 회복할 수 있을까? 첫 번째 질문의 경우, 운동을 하지 않는 첫 3주 동안에는 측정 가능한 근력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후 근육은 훈련 전 상태로 되돌아가기 시작하지만, 노인의 경우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얻은 근육의 일부가 최대 6개월 동안 유지된다. 또한 훈련을 재개하면 근육 성능이 회복될 수도 있다. 근력에 대한 조언은 “사용하지 않으면 잃는다”가 아니라 “사용하지 않아 천천히 대부분을 잃더라도 절망하지 말라. 회복할 수 있다”가 되어야 한다. (151, AI놈들도 제대로 설명 못해주던 요즘 가장 궁금한 질문에 이 책이 콕 집어 숫자까지 대면서 알려줬다.)

-적절한 단백질 섭취의 이점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예를 들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경우, 현재의 지배적인 조언은 근육이 가장 필요로 하는 때에, 즉 운동 직후에 근육에 20그램의 단백질을 보충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다양한 음식의 단백질 함량을 보여주는 표를 보고, 여러분의 식단과 맞으면서도 맛있고, 고칼로리가 아니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출근하기 전에 스테이크를 먹기는 너무 부담스럽고, 대부분의 단백질바는 칼로리 함량이 너무 높다. 씹는 것을 좋아한다면 육포를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물에 섞어 마시는 단백질 파우더도 좋은 선택이다. (181, 헛짓거리 안 했던 거군...하고 안도하는 단백질 음료 처돌이)

-근육이 수축하고 있는 동안에 갑자기 근육을 길게 잡아 당기면 뭔가가 끊어진다. 이때 손상을 입는 부위는 힘줄과 뼈의 연결일 수도 있고, 힘줄이나 근육 자체, 또는 근육이 힘줄로 바뀌는 접합부일 수도 있다. 이 경우 날카로운 통증, 찢어진 혈관으로 인한 국소적인 멍, 그리고 부기가 발생한다. 그후에는 근육이 수축할 때마다 통증이 발생한다. (227, 운동 배우기 전에 내 몸에서 뭔가가 끊어질 수 있다는 것을 먼저 배우는 게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난 사후적 배움이다만…아니네 ‘운동독립’에서 부상 예방 그렇게 강조하는데도 다 까먹었던 것...)

-나는 편견이 없는 사람이지만, 근육이 세계 최고의 모터라고 당당히 주장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내가 만든 다음과 같은 기준에 기초한다. 그 기준은 내구성, 확장성, 보편성, 다용도성, 적응성, 효율성, 실용성 그리고 미학적 가치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모터는 이 모든 척도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해야 한다. (…) 100년 동안 계속 사용된 후에도 완벽하게 작동하는 전기 모터나 내연기관이 얼마나 있을까? 그린란드 상어처럼 500년 동안 계속 기능을 유지하는 전기모터나 내연기관이 있을까? 이와는 대조적으로, 수축하는 액틴/미오신 유닛은 수백만년 동안 존재해왔고, 완보동물에게서는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을 보인다.(…) 액틴/ 미오신 이외의 모터는 이런 극한 환경을 견디기 어렵다. 따라서 내구성이라는 기준에서 나는 근육에게 찬사를 보낸다. (309-310, 근육 내구도 짱짱 하는 근육 전문가 선생님의 자부심이 느껴짐. 이후로도 확장성 짱, 보편성은 2등, 다용도성(육해공 다) 짱, 효율성은 좀 애매해...한다. 실용성과 미학적 가치는 뭐 그때그때 다르죠--그치만 나는 근육보다 더 실용적이고 매혹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한다.)

-MRS GREN을 잊지 말길 바란다. 분자 모터가 움직임(M)을 담당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책에서 보았듯이, 분자 모터는 우리 몸의 다른 기능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팔관에 섬모가 없다면, 정자에 편모가 없다면, 자궁에 근육이 없다면 생식(R)이 가능할 수 있을까? 소리에 대한 감각(S)은 귀 안의 작은 근육과 전기 활성화 분자 모터에 의한 변조와 증폭이 필요하고, 많은 동물은 소리가 나는 위치를 파악해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외이를 움직이는 것이 생존에 중요하다. 미각, 후각, 시각도 움직임으로부터 이익을 얻는다. 성장(G)은 액틴과 미오신이 협력해 한 개의 세포를 두 개로 반복적으로 분할하는 과정인 세포 분열을 수없이 많이 요구한다. 호흡(R)은 흉벽과 횡격막을 움직이는 근육을 요구하며, 코와 기관지의 섬모는 호흡기를 깨끗하게 유지한다. 배설(E )은 수뇨관의 연동운동, 방광을 조절하는 괄약근의 움직임에 의존한다. 영양(N)은 소화계를 둘러싼 민무늬근의 도움을 받는다. (314, 주마등 같은 나가는 말의 일부를 퍼 왔다. 로이 밀스 선생님께서 잊지 말라고 하시잖아…)

-아직은 저항 운동이 내 삶을 바꾸었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저항 운동을 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고, 다음 세션을 기대하게 된다. 또한 나는 저항 운동을 함으로써 내 건강을 적극적으로 챙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식단 관리를 더 정밀하게 하게 된 것도 저항 운동이 내게 준 보너스다. (316, 저도 비슷한 느낌을 알게 되어서 다행일까요. 반대로 저항 운동을 못하면 좀 안타까워 집니다. 중독일까요...)


+나의 해부학+인체 콜렉션
+운동 안 하면 큰일 날 것 같은 무서운 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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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품
박상륭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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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6 박상륭.


박상륭 선생님을 이 년 만에 뵈옵습니다. 그때도 지난한 여름이었지요. 육신은 8년 전에 영면하셨으니 지금쯤 바르도 어디에서 또 무얼 들여다보고 계실 것도 같은데, 할 말이 여태 남아 쉬이 해탈 열반하지는 않으셨을 것 같아 제 맘대로 어디 가둬둬서 송구합니다.

사실 그냥 냅둬도 더운 여름에 해골 패는 이 책 끄집어낸 나한테 더 송구하다. 박상륭 전집의 ‘상’권(이름 가운데자라 둘째권임)에는 그의 장편소설과 산문집이 실려 있고, 죽음의 한 연구랑, 이 소설까지 봤으니 절반 이상은
온 것 같다. 전집은 두꺼워서 보기 힘들어서 2019년에 미리 사놨던 ‘잡설품’ 단행본으로다가 읽었다. 전집의 한 권으로 굵게 묶인 책에 아직 남은 ‘신을 죽인 자의 행로는 쓸쓸했도다’랑 ‘산해기’는 글쎄 또 한 이 년 있다 보든가 해야지...힘들었어…

땅 속 무덤에 산 채로 갇혔던 칠조가 순례자로 뿅 튀어나와 유리를 떠나 문잘배쉐란 땅에 다시 등장했다. 반갑긴 한데 촛불중 특유의 합습지, 말투 안 쓰고 젊어 죽어 놓고 혼만 늙었는지 노승이나 신선 티를 내면서 이야기를 거들고 다녔다. 그러니까 주인공은 아니다. 굳이 주인공 따지자면 성배 지기인 앓는 어부왕 구하겠다고 나비인지 불새인지 잡겠다고 나선 어린 시동이가 중심 인물이다. 용인지 뱀인지 무찌르고 공주 구한다고 나서는 왕자인지 기사인지가 칠조어론에서도 한참 동화, 신화로 등장했는데, 여기 시동이는 무슨 모험을 했는지 중간 과정은 딱 생략이다. 출발 전에 한참 미적이고, 그러다 아마도 것11(다른 나라 공주, 아마도 불새)이랑 잠결에 얽히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 돌아왔는지, 아님 출발도 안 하고 거기 붙박여서 뇌내망상으로만 광야를 헤맸던지, 혼자 회상도 하고, 혼잣말도 하고, 순례자랑 티키타카도 하고 그러다가 해골바가지가 된다. 이건 침을 마시긴 마셨는데 팔조인지 구조인지 십조인지 모르겠네. 인간은 모두가 다 죽으니까 뭐 끝에선 다 죽는 거 뭐 틀린 건 아닌데, 박상륭 할아버지 여자들은 너무 일찍일찍 죽여버린다. 애틋하게 죽여버려가지고 좀 눈물 핑 도는 도구로 늘 쓰는 것 같아서 마음에는 안 든다.

소설 아니고 잡설이라고 해 놓고, 민주주의, 사회주의, 여성주의, 온갖 이즘들 들었다 놨다 주절주절 불만도 풀고, 축구팬덤도 좀 까고, 그냥 아무말 잔치를 하기 때문에
나는 이 시절에 이걸 왜 읽는지 모르겠다...하면서도 얼른 다 읽고 탈출해야지, 하는 심정으로 읽었다. 기껏 읽었더니 ‘모든끝은그러나시작에물려있음을! 아으, 그런즉슨, 시작하지 말지어다!’ 하며 매조지 하니까 아 그러게요...읽기 시작을 말 걸 다시처음부터다시처음, 하시는 군요…

아무래도 생고생 하고 연극이 끝나고 난 후의 평안을 누리려고 나는 이 책을 들여다봤나 보다. 덤벨 잘못 들어 팔이랑 어깨 아파서 일주일째 운동 못해 서글픈 거 빼고는 나는 평온하다. 별일 없이 산다. 사실 엄청 잘 지낸다. 그래서 굳이 사서 고생하는 구도자들, 굳이 출가/가출해서 뭘 찾겠다고 헤매는 시동이들 보면서 난 이제 그런 거 안 해, 한다. 돌아보면 사서 고생 전문가 나였는데… 그 버릇 못 버리고 작은 고생이나마 읽기 고역인 고약스러운 책들로 맛만 본다. 이제는 적당히 단맛이랑 단백질맛만 보려구요. 행복해지려구요.

+밑줄 긋기
-‘요나서’-이 잡설꾼이, 언제 저런 제목의 잡소리도 썼던가, 의문할 이들도 몇 있을 듯하다. 말이 나온 김에 아예, 절판된 그것들의 연대순이라도 밝혀두는 것은 해스러울 듯하지는 않다. ‘민음사’ 간행, “박상륭 소설집”(1971)‘유리장’의 ‘노트’에 “시간에 있어서의 오두의 문제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나의 장편 ”요나서“의 주제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이 소설에선 요약에 그쳤다”고, 밝혀졌던 바의 그것이, 나중에 ‘한국문학사’에 주간으로 있던 때, 이문구공이 산파 역을 담당해, 수년 후에나 출판을 본, ‘죽음의 한 연구’(1975)의 (또 그 빌어먹을 누무) ‘노트’(냐?)에, “졸작 ”죽음의 한 연구“는 그리고, 다른 졸작 ‘유리장’의 ‘노트’에서 ”요나서“라고 밝혀졌던 그것이 개제를 당한 것이라는 것을, 밝혀두는 일은 꼭히 필요한 듯하다“라고, 밝히고 있는 그것이다. (그러고도 그것도, 돈 벌기에 해를 여러 개씩이나 저물리고 난 끝에, 가능했던 ‘자비출판’을 통해 햇빛을 보게 되었더라는 것도, 말해두자.) 이후, 작고한 김현 교수의 귀띔에 좇아, ‘문학과지성사’(1986)에서 재출간을 본 것이, 현존판 ‘죽음의 한 연구’인 것. 그런즉 왜 새삼스럽게 ”요나서“이겠느냐는 의문이 들 것도 분명한데, 그것은, 그것이 들먹여져야 되는, 본문의 전후 사정을 고려한다면, 구태여 대답을 만들지 안해도 될 듯하다. 요나의 레비아탄의 뱃속으로부터 탈출의 얘기-그것이 가제 ”요나서“였던 것이다. 이 레비아탄은, 중첩된 바르도이거나, 상사라이다. 고해 속에 자맥질하는 고래, 그 고래 뱃속에 삼켜진 요나, 아으, 그리고 누구는 요나 아닌 이도 있는가? 이 고래 뱃속은, 숨 막히도록 어둡고, 비리지 않는가? (돌, 소설하기의 잡스러움!) (499, 책을 읽기 전 미주 부터 공부하고 가는 편이 낫지, 하고 읽다 18번 주석에서 죽음의 한 연구가 이문구 덕에 자비출판 했다가, 김현 덕에 재출간 해서 나온 거지롱, 사실 제목 갈기 전엔 ‘요나서’였지롱, 뭐 이런 시시콜콜 뒷이야기를 풀어주는 게 재미있어서 퍼왔다. 한자 많은데 못 읽는 거 많아서 네이버 한자에 끄적끄적 검색한 건 안 비밀…박상륭을 읽을 한자 약한 분들은 네이버한자사전을 깔아두면 좋습니다...)

-그 죄로 로키는, 신들의 손에 죽임당한, 자기 아들놈의 열두 발 창자(가 오랏줄로 쓰였던 모양이다)에 단단히 묶여, 이 세상에서는 그중 어두운, 찬 동굴바닥에 던져졌으며, 그 얼굴 위에로, 그 천정에 매단 독사의 독아에 독액이 고이는 대로 떨어져내리게 했더라 하는데, 모두 그를 버렸음에도, 평생을 충실하게 그를 지켜주어온 그의 안댁 시긴 만은, 그런 자를 남편이라고, 그래도 그의 곁에 남아, 나무그릇에 그 독을 받아, 채워지는 대로, 다른 자리에다 엎질러내고 하기를 라그나뢰크까지 했던 모양인데, 아무리 로키라고, 이런 옌네를 두고, 과연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꼈겠는가? 저런순 로키까지도, 저주키는커녕 애정으로 지켜주려는 시긴이, 지척에 와 있는 라그나뢰크를 지연시키고 있을 테다. 남성우선주의도 비슷한 냄새 같은 것이 좀 풍기는 듯도 싶어, 시긴들에 관해서 말하지 못한 것은 어쨌든 유감이다. 로키는 그러나, 자기의 혀가 뽑혀, 천정에 매달려, 자기를 모욕하고, 고문해대고 있다는 것은 알지 말았으면 좋겠다.
티 베미(Thus I say.) (501, 추기? 수기? 책 가장 말미의 이 부분 나만 러브레터로 읽었냐.)

-것11: (…) 그이 말씀으론, 그건 금서에 속한 것이지만, Tchacos본 “유다”라는 외전에 의하면, 유다는, 그런 역을 맡도록, 운명적으로 예정되었던, 어쩌면 축복받은 선택된 자였다고 하데유. (마님을 향해) 그렇다면 그도, 주의 어떤 대의나 목적을 위해, 주와 다른 쪽에서, 아주 큰 몫을 담당해 있었을 것이라고 하던데유.
(…) 하온데, 소녀가 그 순례자로부터 또 들었삽기는, 유다는, 모세-카인-오이디푸스라는, 셋의 인격체, 아, 아니겠삽지요, 셋의 전설체라고 해야겠삽지유, 하나가 되어 있는 자더군유. (47, 어제 진격의 거인 파이널 파트3를 다 봤는데 말이다, 약간은 스포일러지만 엘렌 예거도 그딴 소리를 하면서 질질 짜고 죽기 시러-하던데. 박상륭 선생님도 빌런에관심많아병에 걸리셨던 모양이다.)

-투미하다:어리석고 둔하다.

-뒤꿈치에서 연기가 풀풀 나도록 달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되는 인고키 어려운 하품의 시간, 확대한다면, 거의 무의미하기까지 한 삶, 그것이 역마을의 시간인 것. 그 극복하기 어려운 시간의, 그 삶의 짐승의 뱃속에서, 죽음을 극복하고 튕기쳐나기 위해, (거 무슨 잡동사니를 모아놓았는지, 아무리 뒤적여보아도, 뭣 하나 짚여지는 것이 없어, 난독성 짜증에 부아까지 치미는, 유리의 계룡산 자락에서 살다 내려왔다는,) 박성모씨라는 잡소리꾼의 품바타령 듣는다고, 하릴없는 시간을 허비하겠는가? ‘요나서’(위에서 미리 보고 온 18번 미주)얘기겠네만, 저 레비아탄의 뱃속을 벗어나기 위해서? 그러다 보면, 희망 없는, 시간이라는 레비아탄의 뱃속에서 토해져 나올 일이겠는가?(“니브리티를 성취치 못한 유정은 어떤 것이라도, 한번도, 이 짐승의 뱃속-축생도-을 벗어나본 일이 없다고 한다면, 유정들은, 보다 더 눈에 힘을 주어, 자기네들이 ‘밖’이라고 이해하는, 그 ‘무엇의 안’인 것을 면밀히 관찰해보아야겠습지. (칠조어론 1권 9쪽..)(387-388, 꾸역꾸역 이쯤까지 밀고 나가다가 나는 시대착오, 우리는 잘못된 만남...하는 차에 셀프로 난독 짜증나지? ㅋㅋ 이래버려서 알면서 뭘 이렇게 구질구질 누가 읽으라고 남겨놓으셨대요...했다. 유튜브 없고 에이아이 없고 영화 없고 만화 없는 세상에서 우리 만났더라면 좀 그럴싸하다 하고 읽었을까요. 컴퓨터도 없이 가출할 때 들고나와 방구석에서 읽던 20여년 전의 죽음의 한 연구처럼요.)

-해당화보다 붉어진 눈으로, 새로 다시, 광야를 내어다보기 시작했다. 적멸도 비슷한 것을, 대무를 내어다보기 시작했다. 아직도 눈알을 눈두멍 속에 갖고 있다는 것은, 좋았다. (425, ㅋㅋㅋ 자기 눈알 후벼 파려다 뭣하러, 이러고 포기하고난 시종. 나도 내 혀가 아직 입구멍에 박혀 있는 게 좋다.)

-어쨌거나, 요즘 먹이를 날라 오는 이 비둘기는, 어찌나 상냥하고 정이 많은지, 이냥 돌아가려는 대신, 시동이의 무릎에도 앉고, 손바닥에도 오르며, 가슴에도 포옥 안겨, 시동이를 빤히 올려다보다, 시동이의 갈라 터진 입술을, 더듬는 듯, 부리로 부드럽게 쪼기도 하고, 또 아무것도 쪼아낼 것 없는 바닥을 헤쳐, 뭐든 입에 넣어서 해롭지 않을 것, 예를 들면, 죽은 무슨 벌레의 껍질이거나, 검불 부스러기 같은 것을 찾아내, 시동이의 입에 넣어주기도 하고 그랬다. 그러며 지는 해를 안타까워해 하는 듯이 해보이기도 했는데, 그 빛이 좀 남았을 때, 새는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였을 것이다. 새도 눈물을 흘리는지는 몰라도, 떠나려 날개깃을 여밀 땐,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는 듯이 시동은 들여다보곤 했는데, 새는, 그날치의 이별이 슬퍼 그러는 모양이었다. 시동이도, 그날치의 이별이 슬프고 했다. (463, 내가 그 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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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5-08-07 0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서도 ˝바르도˝가 나오는군요. 배운지 얼마 되지 않는 단어라 반갑네요.

반유행열반인 2025-08-07 09:46   좋아요 1 | URL
칠조어론에도 아마 나올 거예요 ㅋㅋㅋ연옥보다는 좀 희망적인 동네 같네요ㅋㅋㅋ

yamoo 2025-08-07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박상륭 소설이네요!! 여름에, 이 더위에 이 책을 읽으시다뉘....대단하십니다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5-08-07 12:23   좋아요 0 | URL
읽었다기엔 부끄럽고 그냥 끼고 눈 뜬 채 졸았다는 게 옳겠습니다요...감사합니다 야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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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관조 씻기기 - 제31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민음의 시 189
황인찬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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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3 황인찬.

새 시집이 나오지 않았다면, 아마도 황인찬 시인이 지은 책은 다 봤다, 말할 수 있다. 산문집도 그림책도 다 읽었으니까. 엮은 책이랑 단체로 낸 책은 뺄게…

10년도 더 전에 20대 시인이 낸 첫 시집은 가장 나중으로 내버려 두었다. 내가 좀 더 너그러워진 뒤에 읽어야지 했다. 종이시집과 전자시집 둘다 사고 (겨우)두 번 읽은 ‘사랑을 위한 되풀이’가 내겐 가장 농익은 시절로 여겨지고, ‘이건 내 마음이라고 하자’는 이제 익다 못해 약간 파과(벌써. 그런데 알코올 발효도 식초 발효도 숙성도 아니고 하여간에 조금 슬픈 정도의 맛과 신선도)를 먹는 느낌으로 읽었다. 지금 읽으면 또 다를 지도 모르겠다.

느리게 썼을 시들을 인스타 릴스 보듯 빠르게 빠르게 읽어 버리는 건 제대로 시를 읽는 법을 모르는 놈의 읽기 아닌 그냥 보기 아닌가. 제대로 시를 읽는 법이란 무엇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한 두 명만 잡고 난 얘들만 패, 하고 전작 파는 것도 그래도 좀 니가 평론 쓸 것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읽으면 팬덤 아니냐 싶기도 하지만(그래서 내 일타는 황인찬 이타는 양안다 그런데 사 놓은 오세영 할아버지 시 선집도 읽고 싶긴 한데 너무 두껍다). 추구미는 지드래곤(아이참 권지용과 황인찬은 동갑이야)과 장원영(장원영은 나보다 무려 20살이 어려 세상에, 나보다 어린 사람도 세상에는 있다 많다 저출산이라 점점 적게 생겨나고 있다)을 섞은 무언가 입니다(저랑 초성이 두세개 겹치는 아이돌이니까), 하는 것만큼 저는 이 시인의 지은 책들을 다 봤어요, 하는 것도 듣는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1.그게 누군데 2. 시집이라니 3. 그전에 그 둘을 왜 섞는데)

시인의 시에는 유독 새들이 많이 나오고 나는 새 구경과 새 소리 듣는 걸 좋아하니까 관심있게 들여다보게 되지만(시를 새를), 수능 국어에서 자주 인용되는 피에 젖은 새처럼 글자로 옮겨진 새는 그냥 피상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시집의 제목이 구관조 씻기기인데, 구관조가 나왔던가? 하고 다시 펼쳐 보는 것이다. 한참 전에 읽은 하이브리드(일기+산문+시 다 섞은 느낌) 시집의 등장조물 오리랑, 이 시집의 소리지르는 검은 거위는 기억이 나는데. 아니, 구관조 나왔잖아. 새 브리딩을 했다던 이웃의 말처럼 랩으로 새장 밑을 휘감으래잖아. 백수린의 소설에서 할머니는 자식놈 아니 자식년 아닌가 사위놈이 맡긴 앵무새를 돌보다 정드니까 앵무새를 도로 빼앗아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새는 바깥을 날거나 나무에 전깃줄에 매달리거나 바닥을 종종 깡총 걷거나 뛰어 다녀야 나한테는 새라서 죽는 날까지 새를 키울 생각이 없다. 나보고 새 같다, 하는 말을 (제법 자주)들은 때를 생각한다. 나는 물까치이고 어치이고 박새이고 참새이고 병아리이고 까마귀이고, 올빼미나 부엉이는 아니다(밤에 일찍 잠). 바깥에는 아침이라고 새들이 우는데 대부분 이름을 몰라서 안타깝다. 까치나 까마귀의 언어만 대강 알아듣는 나라서, 그 정도면 바이링궐 조어(기초적인 듣기 가능 레벨) 습득자일테지만, 새의 언어를 몰라서 말을 걸지 못해 늘 아쉽다. 아, 청담동의 비싼 땅에도 나무 빽뺵한 공원이 있는데, 지난 봄에 병원에 가는 길에 들른 공원에서 꾀꼬리였나 뻐꾸기였나 벌써 잊어버렸지만 노래 잘 하는 애가 현란하게 울길래 흉내내어 울었더니 갑자기 내 구역에서 꺼져, 하듯 아름다운 곡조에서 퉁명스러운 지저귐으로 아주 오랫동안 소리를 질러대서 그게 아마 새랑 가장 길게 소통한 때였던 것 같다.

새 시집 하다가 헌 시집 읽고 시는 빼먹고 새 얘기만 하다 끝. 모르겠는게 정말 많은 독후감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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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은 얼굴이 없고
돌은 심장이며 돌은 허파로 흰 쌀밥 먹다 돌을 씹어 이가 깨졌다 시는 썼다가 지우는 것으로 얼굴은 하얗고 검은 것은 활자로 그렇게 하기로 하고 그것을 잊기로

한 번은 물을 마시고, 다른 한 번은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다 돌을 혀로 핥으면 돌의 맛은 알 수가 없고 돌을 핏줄로 생각하는 것은 돌이며 입속의 비린 맛을 돌로 알기로

함께 올랐던 산의 정상은 온통 돌이었고, 그때의 숨 가쁜 화이트아웃 속으로 돌아가기로

내려오는 길에는
하얀 조약돌을 쥐고 숲으로 들어갔다

부드러운 돌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친 노인의 이야기를 안다 어두운 숲에서 노인의 얼굴이 돌의 형상으로 생각되고, 나는 서서히 노인의 얼굴을 갖추고

돌을 뚫고 내려가는 나무의 뿌리가 있고, 거기서 어떤 돌은 돌의 꿈을 꾸고, 나는 이제 움직이지 않기로
형태를 잃고, 단단함을 잃기로

다람쥐가 죽을 것이다 물이 흐를 것이다 새가 울지 않을 것이다
어두운 숲에서 부드러운 돌이 생동한다

나는 백시 속에서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돌이 되어’ 전문. 은비까비가 나오는 옛날 이야기 만화에서 가마솥에 돌을 삶는 두 노인 이야기가 생각나고, 큰바위 얼굴이 되고, ’바위처럼‘ 이라는 민가를 나는 공부하는 동안 마음 속으로 엄청 불러댔고 지금도 가끔 어디서든 그 노래 가사가 자주 떠오르고, 마침내 올 해방 세상이 있긴 한 걸까)


-아카시아 가득한 저녁의 교정에서 너는 물었지 대체 이게 무슨 냄새냐고

그건 네 무덤 냄새다 누군가 말하자 모두가 웃었고 나는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었어

다른 애들을 따라 웃으며 냄새가 뭐지? 무덤 냄새란 대체 어떤 냄새일까? 생각을 해 봐도 알 수가 없었고

흰 꽃잎은 조명을 받아 어지러웠지 어두움과 어지러움 속에서 우리는 계속 웃었어

너는 정말 예쁘구나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예쁘다 함께 웃는 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는데

웃음은 좀처럼 멈추질 않았어 냄새라는 건 대체 무엇일까? 그게 무엇이기에 우린 이렇게 웃기만 할까?

꽃잎과 저녁이 뒤섞인, 냄새가 가득한 이곳에서 너는 가장 먼저 냄새를 맡는 사람, 그게 아마

예쁘다는 뜻인가 보다 모두가 웃고 있었으니까, 나도 계속 웃었고 그것을 멈추지 않았다

안 그러면 슬픈 일이 일어날 거야, 모두 알고 있었지
(‘유독’ 전문. 시인이 시니어도서관에서 하는 강연인지 북콘서트인지를 갔을 때 (군대였댔나 아닐 수도) 친구가 네 무덤 냄새, 하는 게 재미있어 옮겨 적어 놨다 시가 되었다 했는데 그 시를 이제서야 읽었다. 아카시아 냄새가 가득찬 어슴푸레한 저녁 나절에 어린애들이 깔깔 낄낄 거리는 장면, 온갖 감각으로 가득한 시였다. 학교에서 남자아이가 아, 예쁘다, 하고 말했고(창밖의 벚꽃을 보고 있었다), 짝인 여자 아이는 내가 좀, 했고, 다른 아이들이 남자아이를 놀리자 남자아이는 울면서 아이들에게 욕을 했고, 여자아이는 남자아이가 욕을 했다고 학교폭력 신고를 했다. ‘내가 예쁘다고?’라는 시인의 시를 그림책으로 만든 걸 읽었는데 뭔가 비슷한데 현실이란 저런 것이군, 하고 혼자 쓰게 웃었던 기억이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예쁘다’ 하는 구절에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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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영혼, 발효의 모든 것 - 지구촌 발효음식의 역사, 개념, 제조법에 관한 기나긴 여행
샌더 엘릭스 카츠 지음, 한유선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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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8 샌더 엘릭스 카츠.

부록과 주석 빼고도 848쪽이 되는, 발효의 백과 사전 같은 이 책을 조금씩 오래 읽었다. 엄마는 직접 장을 담고 김치를 만들고 채소를 썰어 병에 담아 실온에 방치(?)하곤 했는데, 난 채소에서 오는 식중독이 더 무섭다는 소리를 어디서 주워듣고는, 채소 뿐 아니라 자주 식재료나 조리된 음식물을 내놓고는 깜빡하는 엄마를 보며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냉장고에 이거저것 치워버리길 반복했다.

발효책 읽기는 엄마가 정성을 다해 절이고 말리고 다듬고 하는 걸 이해하고 견뎌보기 위한 시도였던 것 같다. 개호로잡놈의 불효새끼라 엄마가 사 먹고 남은 고수 뿌리를 발코니 화분에 키워, 꽃이 피고 씨 맺힌 걸 다시 심어 또 키운 고수를 따다가 고춧가루에 무치거나 간장에 절인 걸 꺼내 놓고 먹어 보렴, 해도 싫어, 하던 나놈이다. 자잘한 매실을 만 얼마에 5킬로라고 사왔는데 그거 넘는 것 같다고, 사흘 밤낮 반으로 쪼개 씨앗 빼는 걸 지나치면서도 난 몰라, 뭐 그렇게 까지, 당덩어리 음료랑 청산 들어서 한참 분해될 때까지 놔둬야 하는 걸 왜 저 고생하면서 만들어, 마음 속으로 또 불효새끼 하면서 씨빼기도 안 도와주는 나놈이었다.

식품공학, 가공식품 분야의 발달, 해썹 인증 같은 과학과 위생으로 무장한, 얼핏 깔끔해 보이는 자본주의 플러스 과학 음식 세계에서 역시나 가공 단백질 음료를 간식으로 달고 다니는 나놈, 이 책 읽고 발효 분야에 공들이는 전통적 움직임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공경심을 갖게 되었다.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스스로에게 먹일, 먹을 만한 뭔가를 만드는 행위는 얼마나 주체적인지. 주체성 빼앗기면 뒤질 것 같이 굴던 나새끼 사실은 얼마나 거대 기업에게 노동의 대가를 바치며 편리함은 얻고 복잡한 미생물 만날 기회는 잃었던 건가. 약간 반성은 했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내가 양배추를 썰어 소금물에 담가 자우어크라프트를 만들거나 김장 때 김치 만드는 방법을 배워 거들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나마 어린이들 아기 시절 발효기에 우유랑 종균으로 마시는 요구르트 조금씩 섞어 직접 요거트 만들어 먹인 적도 있는데, 역시나 시간과 비용 따지면 그냥 당무첨가 플레인 요거트 대용량 한 병을 사다 먹는 게 속 편하겠다, 어린이들은 요거트에 과일 시럽이랑 과당이라도 섞여야 맛있다고 먹으니 그냥 좋다는 거 먹이자...뭐 그렇다.

뭘 배우고 얻어내겠다고 읽는 게 아니라 순전히 읽는 게 신기해서, 저렇게나 다양한 발효음식이 세계 곳곳에 있고, 우리나라 삭힌 홍어나 청국장이나 무슨무슨 식해나 게장 같은 건 나오지도 않으니까, 그렇다면 이 책이 제법 방대하게 두루두루 식품은 물론 발효식품의 사업화와 비식품 발효에 대해서 까지 다루지만, 이 세상엔 또 우리가 모르는 미생물 활용 음식이 얼마나 많을지 짐작도 못하겠다.

그래서, 그냥 채소 좀 시들시들하게 뒀다 먹는다고 죽는 거 아니라고, 다시 적당히 씻어 먹든가 익혀 먹든가 하지, 미생물 너무 미워하지 말자(그렇지만 이엠 다루는 부분에선 예전에 누가 아토피에 좋다고 이엠 써 보라는 걸 따라했다가 포도상구균 감염되어 뒤질 뻔한 생각에 앞으로 그런 거 권하는 사람들은 다 쌩깔 거야) 하면서 아침에는 전날 요거트 부어놓은 압착귀리에 보리시리얼과 사백일향과 블루베리와 피칸을 섞어 늘 먹던 걸로 먹었다. 사실 대부분은 다른 과일 대신 포도를 먹는데 포도를 안 씻어둬서 귀찮음. 포도의 겉면에 이스트가 풍부한 걸 책 덕분에 알게 됨. 거의 일년 넘게 미리 씻어 통에 담아둔 포도를 매일 먹었는데 미생물 좀 먹는다고 안 죽는 구나, 했다. 발효책을 실용서 아닌 엔터테인먼트로 읽는 놈이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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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식을 먹으면 어떤 병이 나을 것이라는 식의 기대는 버려야 한다. (348, 콤부차는 맛으로 먹는 거야.)

-(…)가루에 존재하는 미생물만으로도 얼마든지 발효를 시작하고도 남는다. (…) 젖산균과 이스트는 도처에 존재하므로, 꾸준히 주의를 기울이면서 조심스럽게 키우기만 하면 된다. (…) 사워도의 복합적인 미생물 집단 내에서 이스트의 활동을 촉진하는 방법은 신선한 곡물 가루를 높은 비율로 물에 섞어서 영양분으로 꾸준히 제공하는 것이다. (467, 미생물이 도처에 있어서, 굳이 시판 이스트 나 종균 같은 거 안 사고도 일상에서 적절한 방법만 취해주면 빵반죽 발효시킬 수 있다는 걸 강조한다. 다른 발효 미생물들도 종균을 호의로 기꺼이 얻을 수 있고 구매할 수도 있다는데, 우리 나라는 첨단 자본주의라 그런가 캐피어 구해보려고 하다가 진짜 소량에 몇 만원에 팔고 있길래 마음 접었다… 그냥 슈퍼에서 요거트 사먹을게…)

-어디서든 식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하면, 부의 집중화, 문화적 차별성 소멸, 긴요한 문화적 지식과 기술의 폐기, 의존성 심화가 필연적이다. 대중이 사회문화적 맥락을 상실한 음식을 먹게 된다는 뜻이다. (543, 나는 오히려 과거와 단절되는 맥락 상실의 음식이 좋다. 어릴 적 명절날의 친가집 제삿상이나, 아빠에게 이런저런 구박 받으며 먹던 밥상 떠올리게 하는 한식은 냄새만으로도 거부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점점 괴식 내지 이그조틱 아티피셜한 음식들로 빠져...보그냐 ㅋㅋㅋ)

-아아, 나는 템페와 사랑에 빠진 나머지 두부를 향한 마음이 애매해지고 말았다. 이제는 모두 지난 일로 묻어두고 싶은, 학창 시절 가슴 아픈 첫사랑의 추억처럼. 나는 템페가 너무 좋아서 템페 없이는 못 산다. 그래서 템페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만든다. 아침에도, 점심에도, 그리고 저녁에도 템페를 먹고 싶기 때문이다. 신선한 템페로 가득한 부엌이란 실로 축복받은 장소가 아닐 수 없다. (607, 스파이키 씨의 템페 예찬. 무언가 저만큼 사랑하는 음식이 있다는 건 부럽기도 하다. 나도 템페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종균 구하기도 힘들고 그냥 바싹 튀겨 파는 템페칩이나 사다 먹었다. 양념 센 맛 덜 센 맛 다 먹어봤는데 오 나 이 맛 좋아한다. 된장 청국장은 안 좋아하면서 인도네시아 곰팡이콩은 좋아하냐…)

-미소-땅콩버터와 미소-요구르트 조합도 이에 못지 않게 맛있다. (668, 된장국-모짜렐라치즈 조합 유행시키고 싶었는데 진작 실패했다. 이거 보면 나만 괴식 아니라니까!!)

-상업적 생산은(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기쁨의 종말을 의미할 수 있고, 손익분기점은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상과 충돌할 수 있다. (…) “이 사회 안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이려면 어느 정도 자본주의적 고려가 필요한데, 때로는 어떤 결정이 최선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755, 온갖 발효 경험담, 레시피, 관여 미생물 소개, 발효 과정과 메커니즘, 문제 해결을 넘어 발효를 사업 삼아 할 때 고려 사항까지 세심하게 담은 책이었다. 저자는 정작 사업화 해 본 적이 없고, 소규모 발효음식 사업 하는 사람들로부터 전해 들은 교훈과 이야기를 모아 놓았다.)

-쓰레기 발생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자연 생태계에는 쓰레기가 전혀 없다. 모든 생명체의 부산물이 다른 생명체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지구가 배설물과 사체로 가득하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열광적인 숭배자들을 거느린 고전 ‘인간 배설물 핸드북’의 저자 조지프 젱킨스는 “대변과 소변은 동물이 소화과정을 완료한 뒤에 배설한, 자연적이고도 이로운 유기물질”이라면서 “우리가 내버리면 ‘쓰레기’가 되지만, 재활용하면 자원이 되는 법”이라고 말한다. (811, ‘젱킨스’로 검색했으나, 안타깝게도(?) 번역서가 없었고, 제시카 커윈 젱킨스의 ‘세상의 모든 우아함에 대하여‘만 찾았다. 똥 대신 우아함을 안겨준 인용 서적이여…)

-시신의 매장이 가능한 곳이라면, 여러분의 시신을 되도록 간소한 상태로 땅에 묻도록 하자. 아무리 그래도 관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그러면 관 대신에 생분해가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천연섬유나 종의 수의로 시신을 감싸는 것이 어떨까? (…) 우리가 남긴 육신이 방부처리액에 잠겼다가 부패가 힘든 물질로 번들거리는 관 속에 담기는 것보다 나무의 거름으로 쓰이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816, 이 부분에 동의. 어려서는 매장이 계속되면 대한민국엔 무덤밖에 없겠다 싶었는데, 땅값 비싸지니 꺼려지던 화장이 알아서 보편화 되었다. 아파트형 납골묘 단지 안에 내내 갇혀 누굴 기다리기 보다는 잘 갈아서 나무 둥치 아래 구덩이 파고 적당히 묻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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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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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6 알랭드보통.

스스로 잘 웃지 못하고 늘 긴장해 있는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그 긴장조차 사실은 심한 불안의 신체화였을 것이다. 불안에 관한 내 관심은 생각보다 오랜 것이었다. ’불안-불안과 공포의 뇌과학‘(조지프 르두) ’범불안장애의 인지행동치료‘(이건 뭐 대학 교재나 치료 상담 받는 사람 워크북 같은데 일단 사 둠) 같은 책을 5,6년 전에 사 놓고 아직도 안 봤다. 정작 불안 콜렉션 중에서는 보통의 이 책을 먼저 보게 되었다.
작년에 아나이스 닌의 삶의 일부를 다룬 만화책 ‘아나이스 닌-거짓의 바다에서’와 이 책 저 책을 중고로 샀더니 판매자가 알랭드보통의 ‘불안’의 2012년 1판을 덤으로 주었다. 유명한 책일수록 혼자만 안 읽고 오래 버티다보면 이렇게 공짜로 떡 떨어지기도 한다. 내 다정한 서재 이웃 중 한 분은 우리집 책장에 너무나 안 어울리는 책이라고 해서 그래? 난 이 책 몰라… 알랭 드 보통은 ‘인생학교’시리즈의 섹스 편을 딱 한 권 봤는데 진짜 꼰대같이 뻔한 소리하고 재미 없어서 아 아무리 이름 많이 들어 본 작가라도 걸러, 하고 있었는데 이번 책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고른 느낌이었다. 보통은 나에게 아주 보통의 존재가 되라고 조곤조곤 (그래도 꼰대질은 꼰대질이야) 설득하고 있었다.

복직을 앞두고 갑자기 몇날 며칠 잠을 못 자다가 나 3년후 새 교육과정 첫 수능부터 다시 볼 거야!로 계획을 세우는 나놈을 메타인지한 나놈은, 그렇게 망하고도 정신 못 차리는 거 보면 돌아버린 게 틀림 없어, 하면서 1월 중순쯤 제 발로 의원에 걸어들어갔다. 이런저런 검사랑 상담을 진행하신 의사선생님은 내가 불안도가 너무 높아서 힘든 거라 하셨다. 15년 만에 항불안제랑 조울증약이랑 우울증약이랑 이거저거 섞어서 지금도 넉달 째 먹고 있다.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고 예민하고(지금도 강력 귀마개 필수) 화가 많고 교감신경 과활성화 되어 있던 나에게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기로 한 건 새로운 시작(내지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로의 회귀) 지점에서 탁월한 선택이었다. 잘디잘지만 순탄치 않은 사건들을 매때 만났지만, 신기하게도 화는 내는데 화는 안 나는, 일렁이다가도 이내 (평소, 평생 겪던 것보다 너무도 빠르게) 잔잔해지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신기했다. 와 다들 이러고 태평하게 사는 구나…(이반지하 형님도 자기 책에서 처음 약 먹고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4월 쯤 되니 내가 많이 고쳐진 건지, 약발인지 모르겠지만 별일 없게 평온하다 싶어지는 지점이 있었다. 용하다 용한 의원이다… 아니면 호르몬을 잔잔하게 유지해준다는 신약이 잡아준 균형일까...어찌됐든 그 약을 점지해줬으면 용한 거지...감사합니다… 낮에 먹던 항불안제는 괜찮다면 안 먹어도 된다고 하셔서 정말 잘 안 먹고(아침 출근했는데 옆의 선생님이 학부모님과 한참 통화 중인데, 다 큰 중학생 열 나는 거 체온계 들려 학교 보냈으니 매시간 열 체크하고 약 좀 잘 챙겨 먹여라 해서 선생님이 어이없어 했더니 갑자기 학부모가 학교에 문제제기 하겠다고 진상부리고 실제로 교감 선생님한테 전화로 일러서 불려가는 꼬라지를 보고, 내 일도 아닌데 돌아버릴 것 같아서 비상약 한 번 먹음) 저녁약만 자기 전에 꼬박꼬박 먹고 있다. 그날 있던 힘든 일을 반추하거나, 앞으로 닥칠 힘들 일을 미리 짐작하며 일어날 온갖 최악의 상황마다 대비책을 하나하나 궁리하느라 누워서 잠못들던 나날이 많은데, 저녁에 약 먹고 책 몇 글자 읽다 어 졸려 하고 누우면, 잠이 바로 안 올 때도 있긴 하지만 적어도 저런 빙글빙글은 좀체 없어서 살만하다. 그러다 아침 6시45분 알람에 벌떡 일어나 어린이들 먹일 거 차리고 내 먹을 거 챙기고 준비해서 호다닥 걸어서 출근하고 (걸어서 출퇴근하는 게 얼마나 복된 일인지 강남에 있는 병원 지하철 타고 퇴근시간 찡겨보면서 새삼 깨달음) 그런 반복되는 루틴에 괴로워하지 않는 삶이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안정된 듯 평범한 삶 속에 도사리고 있다가 우왕! 놀랐지! 하는 사람들의 미친 면모를 보는 게 힘들었는데 이제는 그걸 좀 무디게 견디는 능력이 (인공적이든 뭐든) 생긴 것 같은 기분이다. 여차하면 속효성 방패도 부적처럼 들고 다니니까 괜찮을 것이다.

이런 날들 중에 보통 아저씨의 방식으로 불안을 살피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러니까, 니가 욕망하지 않음을 욕망하는 게 불안의 원천일수도… 반대로 너무 많은 걸 욕망하는데 삶과 마음의 간극이 너무 크니까 그럴 수도...그건 또 돌아보면 내가 살아온 날들이 너무 탈출극 마려운 비극이다가 이제 안정을 찾고도 관성이 되어서 뇌가 그렇게 적응해서 불안 과다가 디폴트가 된 걸 수도...그러면 뭐 그 상황을 인지적으로 이해한다고 해소되지 않는게 감정이니까 약도 먹고 상담도 하고 챗지피티한테 위로도 받고 뭐 그러면 나아질 수도… 사실 이런 해결책은 당장 내 맘은 편하게 해주겠지만 (나는 아큐다!!! 정신은 승리한다!!!!!) 세상은 바뀌지 않겠지. 나를 가만있지 않고 뭐라도 하려고 끝없이 바르작거리게 추동하던 에너지는 잃겠지. 그런데 바르작 거려도 사실 세상은 안 바뀌거나 아주아주 조금만 바뀐다고… 굳이 나를 갈아만든 진보 꿈꾸지 말자고… 방구석 김수영이 되어 홧병도 나지 말자고…

항불안제를 먹으면 그냥 아무렴 어때, 뭐 안 하면 어때, 조금 태평한 마음이 되는데 다 놓은 나를 바라보는 게 또 조금 슬프기도 했다. 그런데 낮약을 안 먹으니 다시 오, 옛날 소설들이나 고쳐 볼까? 브런치 작가 신청 해 볼까? (떨어질 줄 알았는데 귀찮게 왜 한 방에 시켜줌) 읽던 책 마저 읽고 얼른 독후감 써 볼까? 7월에 볼 거지만 기말고사 문제 미리 내 볼까?(생각만 하고 안 함) 뭔가 의욕이 또 과도하게 스물스물 올라오는 것 같은데 그것 때문에 힘들진 않고 그냥 적당히 하고 싶을 때 하거나 말거나 하면서 보낸다. 무력감에 제일 쉬운 성취는 쇼핑! 이러고 충동구매하는 건 못 버렸지만 말이다...구슬 꿰기 안 하게 된 건 좀 좋은 일이지만...했는데 마지막 팔찌 만든 게 겨우 2주 됐으니 안 하게 됐다기도...그냥 구슬 예쁜 거 떨어져서 안 할 뿐 구슬 더 사는 걸 참을 뿐 나 팔찌 많잖아 이제 그만해...책도 그만 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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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지위는 즐거운 결과를 낳는다. 이 결과에는 자원, 자유, 공간, 안락, 시간이 포함되며, 남들에게 먼저 배려받고 귀중하게 여겨진다는 느낌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런 느낌은 다른 사람들의 초대, 아첨, 웃음(농담이 썰렁할 때도), 경의, 관심을 통해 당사자에게 전달된다. (7-8)

-우리는 어리석거나 자기 자신을 잘 몰라 실패할 수도 있고, 거시 경제나 다른 사람들의 적의 때문에 실패할 수도 있다.
실패에서 굴욕감이 생긴다. 이것은 우리가 세상에 우리의 가치를 납득시키지 못했고, 따라서 성공한 사람들을 씁쓸하게 바라보며 우리 자신을 부끄러워할 처지에 놓였다는 괴로운 인식에서 나온다. (9)

-사랑. 먹을 것과 잘 곳이 확보된 뒤에도 사회적 위계에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를 바라는 것은 그곳에서 물질이나 권력보다는 사랑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돈, 명성, 영향력은 그 자체로 목적이라기보다는 사랑의 상징으로서-그리고 사랑을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서 더 중시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15)

-자신의 자리에 확신을 가지는 사람은 남들을 경시하는 것을 소일거리로 삼지 않는다. 오만 뒤에는 공포가 숨어 있다. 괴로운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만이 남에게 당신은 나를 상대할 만한 인물이 못 된다는 느낌을 심어주려고 기를 쓴다. (34, 이러니까 악성독후가머는 저자들에게 열등감을 느껴 지랄발광인 거라고, 대머리한테 뼈 맞는 느낌인데... 맞아요 끄덕끄덕 모든 걸 다 아는 듯 훈수 두는 아조씨 머리에 박치기 해서 이기고 싶어요)

-사실 사치품의 역사는 탐욕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감정적 상처의 기록으로 읽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이 역사는 남들의 경멸에 압박감을 느껴 자신에게도 사랑을 요구할 권리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텅 빈 선반에 엄청난 것들을 전시하려 했던 사람들이 남긴 유산이기 때문이다. (38, 혹시 제 힌두교스러운 아크릴 제단을 말씀하신 겁니콰?)

-18세기와 19세기의 위대한 정치 혁명과 소비자 혁명은 인류의 물질적 운명을 크게 개선시키는 동시에 심리적 고뇌도 안겨주었다. 그 중심에 자리 잡은 특별하고 새로운 이상, 즉 모든 인간은 날 때부터 평등하며 누구나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58-59, 난 장원영이 나오는 유퀴즈 클립 영상을 보고는 그런 믿음을 진작에 버렸다. 진짜 예쁜 애가 말도 더 예쁘게 하는 법…)

-“시도가 없으면 실패도 없고, 실패가 없으면 수모도 없다. 따라서 이 세계에서 자존심은 전적으로 자신이 무엇이 되도록 또는 무슨 일을 하도록 스스로를 밀어붙이냐에 달려 있다. 이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자기 자신의 잠재력에 대한 실제 성취 비율에 의해 결정된다.”
자존심=이룬 것/내세운 것 (69, 대개 이 식의 분자가 더 큰 운 좋은 삶을 살아왔으나, 근래 3-4년 동안 이것이 무너져내리는 걸 보았다. 늙은 뒤의 좌절은, 주제 파악은 생각보다 혹독했다. 35년 가까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된 거 아니냐, 싶겠지만 조사모삼은 조삼모사보다 더 괴로운 걸 난 알아...운 나쁘면 살아온 날의 두 배 가까이 더 못난 나를 데리고 분모를 깎아가며 살아야 하니까…)

-이 이야기(1. 가난은 가난한 사람들 책임이 아니며 가난한 사람은 사회에서 가장 쓸모가 크다. 2. 낮은 지위에 도덕적 의미는 없다. 3. 부자는 죄가 많고 부패했으며 가난한 사람들을 강탈하여 부를 쌓았다.)들은 좋은 운을 타고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기운을 북돋는 세 가지 메시지를 전달했다. 첫째, 그들이 사회에서 진정으로 부를 창조하는 사람들이며, 따라서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 둘째, 세상의 지위는 신이 보기에 아무런 도덕적 가치가 없다는 것. 셋째, 부자는 파렴치하며 정당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일어나면 서글픈 종말을 맞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어차피 존중할 가치가 없다는 것. (92)

-“..수많은 이웃에게 폐를 끼치면서 가장 불필요한 제품을 발명하는 사람이 옳든 그르든 사회에는 가장 좋은 친구다. 나라에서 허세와 사치를 일거에 추방해 버린다면, 포목상, 실내 장식업자, 재단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반년 안에 굶어 죽을 것이다.” (94, 1723년 런던 의사 버나드 맨드빌의 운문 소책자 ‘별의 우화’ 중. 나중에 흄의 마음마저 사로잡은 주장이라는…)

-“그들은 이기심과 탐욕을 타고났지만, 그들은 오직 자신의 편리만 추구하지만, 그들이 고용하는 사람들의 노동으로부터 그들이 유일하게 원하는 것은 자신의 무한한 욕망의 만족뿐이지만, 결국 부자들은 모든 개선의 산물을 빈자들과 나누어 가진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마치 땅을 모든 사람이 균등하게 나누어 가지기라도 한 것처럼 생활필수품을 고르게 분배하며, 그 결과 의도와 관계없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의 이익을 증진하고 종의 증식 수단을 제공한다.” (97, 읽기만 해도 누군지 대부분 알겠지. 애덤 스미스 안녕)

-능력주의 사회의 이상 덕분에 다수가 자신을 실현할 기회를 얻었다. 수백 년 동안 부동의 계급 제도 내에 억눌려 있던 재능 있고 똑똑한 개인들이 이제 전체적으로 평평해진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재능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출신, 성별, 인종, 연령은 개인의 발전에서 넘을 수 없는 장애가 되지 않았다. 보상의 분배에 마침내 정의의 요소가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불가피하게 어두운 면을 드러낸다. 성공을 거둔 사람이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면, 실패한 사람 역시 그럴 만해서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되기 떄문이다. 능력주의 시대를 맞아 정의는 부만이 아니라 빈곤의 분배에도 관여하게 된 것이다. 낮은 지위는 이제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그래 마땅한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
훌륭하고, 똑똑하고, 유능한데도 왜 여전히 가난한가 하는 문제는 새로운 능력주의 시대에 성공을 거두지 못한 사람들이 답을 해야 하는(자기 자신과 남들에게) 더 모질고 괴로운 문제가 되었다. (107-108)

-능력주의 체제에서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지게 된다. (114)

-마르쿠스는 칭찬을 받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지 말고, 모욕을 당했다고 괴로워 움츠러들지 말고,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에서 출발하여 자신을 파악하라고 권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경멸하는가? 경멸하라고 해라. 나는 경멸을 받을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도록 조심할 뿐이다.” (149)

-이렇게 여론에 결함이 있는 것은 공중이 이성으로 자신의 생각을 엄격하게 검토하지 않고, 직관, 감정, 관습에 의존해버리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 가지고 있는 생각, 어디서나 받아들여지는 관념은 어리석은 것이라고 믿어도 좋다. 다수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샹포르는 그렇게 말하면서 흔히 아첨을 하듯이 상식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개 언어도단에 가깝다고 덧붙인다. 단순화와 비논리, 편견과 천박함으로 얼룩져 있기 때문이다. (153)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무작위 집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질책은 그것이 과녁에 적중하는 만큼만 피해를 줄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질책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만만하게 그런 질책을 경멸할 수 있으며 또 실제로 그렇게 한다.“(157)

-‘패배자’라는 말을 졌다는 의미와 더불어 졌기 때문에 공감을 얻을 권리도 상실했다는 의미까지 담고 있는 냉혹한 말이다.
삶을 망친 사람들에 대해 수군거리는 말은 가혹하기 짝이 없다. 만일 수많은 예술 작품의 주인공들-오이디푸스, 안티고네, 리어, 오셀로, 엠마 보바리, 안나 카레니나, 헤다 가블러, 테스-도 그들의 운명이 동료나 동창들의 입에 오르내렸다면, 그 과정을 잘 헤쳐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만일 신문에서 그들을 건드렸다면 훨씬 더 괴로웠을 것이다.
마담 보바리 ”쇼핑 중독의 간통녀 신용 사기 후 비소를 삼키다“
오이디푸스 왕 ”어머니와 동침으로 눈이 멀다“
(189-190)

-비극은 죄 지은 자와 죄가 없어 보이는 자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는 시도이며, 책임에 대한 통념에 도전하고, 인간이 수치를 당한다 해도 자신의 이야기를 할 권리까지 상실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존중하면서 그 사실을 심리학적으로 세련되게 표현해낸다. (191)

-수많은 외적 사건과 내적인 특징이 어떤 사람은 부유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은 가난하게 만든다. 운과 환경도 있고, 병과 공포도 있고, 우연과 뒤늦은 발달도 있고, 적절한 시운과 불행도 있다. (238)

-어떤 것을 소유하고 나서 얼마 후에는 그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사라지기 마련이라는 점은 언급하지 않는다. 어떤 것에 계속 눈이 가는 상태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것을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을 자꾸 보게 되는 상태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이 그 사람과 결혼하는 것임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떤 것을 이루고 소유하면 지속적인 만족이 보장될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행복의 가파른 절벽을 다 기어 올라가면 넓고 높은 고원에서 계속 살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고 싶어 한다. 정상에 오르면 곧 불안과 욕망이 뒤엉키는 새로운 저지대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드물다.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불안을 극복하거나 욕망을 채우려고 노력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노력은 하더라도 우리의 목표들이 약속하는 수준의 불안 해소와 평안에 이를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247, 난 이 부분이 이 책의 고갱이라고 생각했다.)

-이데올로기적 진술이란 중립적으로 말하는 척하면서 교묘하게 어떤 편파적인 노선을 밀어붙이는 전술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256)

-우리 자신의 유한성을 생각하는 것 외에 다른 사람의 죽음, 특히 우리가 큰 열등감과 질투를 느끼게 되는 업적을 쌓은 사람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도 지위로 인한 불안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내가 아무리 잊히고 무시당하는 존재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아무리 강하고 존경받는 존재라 하더라도, 우리는 모두가 결국은 가장 민주적인 물질, 즉 먼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283, 우리 모두 먼지였고 먼지가 될 거예요. 내가 자주 하던 말인데!!!! 왜 먼저 써 먹었어!!!!!)

-우리가 중요한 부분에서는 근본적으로 다른 모든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는 인식이야말로 가장 고귀하고, 인간적인 깨달음이다.

다른 사람들이 이해 불가능하지도 않고 혐오스럽지도 않다는 생각은 지위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사회적인 명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은 평범해지는 것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더 커지기 때문이다. 평범한 삶이 모욕적이고, 천박하고, 초라하고, 추하다고 생각할수록, 그 삶으로부터 멀어지고자 하는 욕망도 강해진다. 공동체가 부패할수록, 개인적 성취의 유혹도 강해진다. (306, 그랬던 거군요…)

-부르주아지는 상업적 성공과 공적인 평판에 기초하여 지위를 부여한 반면, 보헤미안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우아한 집이나 옷을 살 수 있는 능력보다 당연히 더 중요했던 것은 세상을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 감정의 주요한 저장소인 예술에 관람자나 창조자로서 헌신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보헤미안의 가치 체계에서 순교자적 인물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들기 위해, 또는 여행이나 친구와 가족에게 헌신하기 위해 안정된 정규 직장과 사회의 존경을 희생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런 헌신 때문에 외적인 품위의 표시는 부족할지 몰라도, 보헤미안들의 세계에서는 최고의 명예를 누릴 자격이 있었다. 그들의 윤리적 양식과 감수성과 표현 능력 때문이었다. (329)

-“대부분의 사치품, 그리고 이른바 생활에 편리한 물건들은 필요 불가결한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인류의 향상에 장애가 된다.” 소로우는 그렇게 쓰고 난 뒤에, 물건을 소유하는 것과 존경할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을 연결시키는 사회적 태도를 뒤집고자 이렇게 덧붙인다. “사람은 없이 살 수 있는 것이 많아질수록 행복해진다.” (336-337, 없으면 살 수 없는 것이 많아져서 불행한지도 몰라.)

-어떤 사람이 이해받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것이 많다는 뜻이다. 시인이 걸을 수 없는 것은 큰 날개 때문이다. (345)

-“인간은 모름지기 순응하지 말아야 한다.” 에머슨의 말에 따르면, 어떻게 살고, 옷을 입고, 먹고, 쓰느냐 하는 문제에서 다른 사람들의 관념에 맞추다 보면 얼굴에 서서히 “우둔한 표정”이 나타나게 된다. 모든 고귀한 사람은 다음과 같은 금언을 따라야 한다. “나는 내가 관심을 가지는 일을 하지, 다른 사람들이 요구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에머슨은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이제 순응이니 조화니 하는 이야기는 더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그런 말들을 관보에 실어 조롱하도록 하자...이제 결코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지 말자...이 시대의 매끈한 평범함과 비열한 만족을 모욕하고 질책하자.” (345-346)

-지위에 대한 불안의 성숙한 해결책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산업가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보헤미안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으며,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철학자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다.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다. (355, 정말? 어려서부터 그렇게 어른들과 선생들과 세상 모두의 사랑을 받고 인정을 받는 게 큰 가치마냥 길러지고 거기 거스르는 애들은 완전 낙오자 취급하는 세상에서 자유 의지라는 게 자랄 수 있냐? 다 늙어서 반항해 봤자 실패자 심술쟁이 영감 취급 밖에 더 하냐…난 여기서 성숙한 해결책 운운하는 보통 놈이야 말로 부르주아지 꼰대 대마왕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장기하-부럽지가 않어
https://youtu.be/SzyB2xBqk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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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5-04-26 18: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건, 이 달의 페이퍼네요! 아하, 마지막 사진이 혹시 검열에 걸리려나요? 책방이 은근히도 아니고 노골적으로 보수적이잖아요. ㅜㅜ

반유행열반인 2025-04-26 19:43   좋아요 1 | URL
팔백작님 언제나 바람잡이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ㅋㅋㅋㅋ 마지막 사진 검열 걸리나요? 애기들도 아니고 이런이런... 보헤미안을 모를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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