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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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5 김금희.

같은 달에 같은 작가 소설을 두 권 읽게 된 건, 동료에게“나 이 소설가 소설 다 봤어요.” 하고 말한게 뭔가 거짓말 같이 되어 버려서였다. 거의, 라는 부사 하나만 붙였으면 교묘하게 빠져나갈 것을. 두 권 사 둔 거 안 본 걸 뒤늦게 떠올리며 이런 걸로 죄책감에 빠지는 나… 그렇다면 책임을 지는 나… 나는 소설 읽는 일이 즐겁지만 이상하게 자꾸만 소설 말고 다른 책들을 기웃거리며 소설 읽기를 피하는 것 같다. 한 번 잡으면 너무 빠져버리는 게 괜히 쑥스러운가 보다.

내가 읽은 김금희 소설가의 소설 중 아마도 취재를 제일 많이 했겠지, 싶었고 작가의 말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창덕궁, 창경궁을 찾았던 8년 전을 떠올렸다. 그때의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또 너무 많이 다르다. 땅에 떨어진 철쭉꽃을 집어 머리에 꽂고 사진 찍던 큰어린이보다 이제 한 살 더 많은 작은어린이가 그 사이 생겨났고, 이 작은어린이는 궁궐이란 데를 가 본 적이 없다. 청와대도 궁궐 비슷한 거라고 하면 뭐 거기는 얼마 전에 가봤지만. 여긴 정말 업무보던 곳이네, 싶은 창덕궁을 넘어, 산길따라 건너간 창경궁은 어떻게든 창경원 시절 모습을 벗고 일제 시대 이전의 궁궐 느낌을 내려고 애를 써서 조경해 놓은 것 같다는 인상 정도만 남았다. 기와 지붕 위의 어처구니 같은 것을 사진에 담아놓고 오래 잊었던 그 공간을 따라, 작가는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며 촘촘하고 두터운 이야기를 잘 짜 놓았다. 두께가 납득이 가고, 간만에 책장을 손바닥으로 지긋이 누르며 아...오랜만에 책 읽고 감동이란 걸 느낀다, 했다. 나는 소설가의 소설들을 생각보다 사랑하니까, 괜히 다른 장르 글 보고 깝치고 투덜대지 말아야 겠다. 집 한켠의 김금희 소설 코너에 간만에 재미있고 흠잡을 것 별로 없는 좋은 소설 읽었다, 하면서 꽂아 두었다. 친구에게 선물한 ’복자에게‘랑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은 부재중이지만 계속 안 읽으면 도로 빼앗아 와야겠다.

+밑줄 긋기
-까마귓과인 어치는 경계심이 많고 자기 영역에 대한 통제력도 강하다. 다른 새들을 자주 괴롭히는데 어미 소리를 내며 새끼를 유인해 잡아먹기도 하고 고양이 울음을 따라 해 작은 새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기도 한다. 혓바닥이 발달해서 앵무새처럼 다양한 소리를 흉내 낼 수 있었다. (127, 난 물까치가 더 예쁘지만 떼지어 다니는 그놈들보다 어치에 더 가까운 것 같긴 해...그보다는 대놓고 더 시끄러운 탐욕의 까마귀…사마귀...마귀...귀마개…1절만...)

-나는 제갈도희가 지켜봤다는 데 당황했다가 원래 곤줄박이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으니까 하고 이해했다. 그리고 제갈도희에게 곤줄박이 닮았다는 얘기를 해주자 그게 뭐든 새를 닮았다는 말 자체가 근사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146, 여기까지 사람 두 명을 새에 비유했는데 몇이나 더 그럴까 궁금해지는 지점이었다. 산에 다녀 본 적 있다면 새새끼한테 관심이 많아진다.)

-“뭐라고?”
나는 얘가 귓구멍이 막혔나 싶어서 어깨에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대고 “사랑한다고, 안 들려?”하고 외쳤다. 순신은 양쪽 다리로 자전거를 지탱하더니 핸들바를 놓고 뒤돌아 나를 꽉 안았다. 나는 좋은 부분을 오려내 남기지 못하고 어떤 시절을 통째로 버리고 싶어하는 마음들을 이해한다. 소중한 시절을 불행에게 다 내주고 그 시절을 연상시키는 그리움과 죽도록 싸워야 하는 사람들을.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그 무거운 무력감과 섀도복싱해야 하는 이들을. 마치 생명이 있는 어떤 것의 목을 조르듯 내 마음이라는 것, 사랑이라는 것을 천천히 죽이며 진행되는 상실을, 걔를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이 가르쳐주었다. 물론 동대문시장까지 밤의 자전거를 타고 왔던 계절에는 알지 못했던 일이었다. (156-157, 연애의 시작 한 문단 안에서 모든 것은 끝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훅 치고 들어오는 이 정도 솜씨쯤 되려면… 하여간에 많이 쓰고 많이 지우고 많이 고치고 식물도 키우다 죽이다 해야겠지.)

-“구원에 대해 배워.” 나는 성당에서 늘 들었던 단어를 답했다.
“구원이 뭔데?”
어려운 질문이었다. 누가 그것에 답을 할 수 있을까.
“그건 수난이 그치는 거야.”
그러자 당연한 수순처럼 순신이 수난이 뭐냐고 물었다. 나는 순신에게 손바닥을 펼쳐보라고 했다. 그리고 거기에 얼음조각이 놓여 있다 상상해보라고. 그러면 어떻겠어? 하고 물었다. 순신은 아주 시원할 것 같다고 해서 내 김을 빼놓았다. 나는 지금이 겨울이라 생각해보라고 다시 조건을 달았다. 이제 더이상 매미도 울지 않고 나뭇잎도 일렁이지 않는다고, 길이 얼어 자전거를 탈 수도 없고 옷 밖으로 몸을 내놓으면 아플 정도로 바람이 차고. 그런 겨울에 손바닥에 얼음이 있으면 손이 얼겠지, 아프고 따갑고 시렵겠지, 그런데 얼음을 내던질 수는 없고 가만히 녹여야만 한다고 생각해봐. 그 시간이 너무 길고 험난하게 느껴지겠지, 그런 게 수난이고 그럴 때 하는 게 기도야.
“그 얼음 나중에 녹아 없어지기는 하는 거지?” 순신이 제법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당연하지.”
나는 녹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답을 들을 사람이 순신이라서 힘주어 말했다.
“다행이다.”
이후 원서동을 떠나오고 나서도 그 대화만은 잊고 싶지 않았다. 그 순간 우리가 주고받은 당연하고 다행인 구원에 대해서만은. (157-159, 구원은 셀프, 하던 나도 이제 가끔은 구원도 외주, 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내가 만약에 네 앞에서 단무지를 먹으면 헤어지자는 신호인 줄 알어. 난 그만큼 그게 싫으니까.”
“괜찮네, 서로 예의도 지킬 수 있고.”
나는 일부러 단무지를 두개씩 집어 먹으면서 답했다.
“너는 어떻게 할 건데?”
헤어진다는 상상만으로도 두려움이 몰려왔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나약함을 감추는 건 내 마음과 몸에 습관처럼 배어 있었다. 순신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최종의 마음까지는 내보이지 않았다. 그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방법을 몰랐던 데 가까울 것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그런 것이 너무 어려웠다. 슬프면 슬프다고, 상처가 있으면, 상처가 있다고, 떠날까봐 두려우면 두렵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나는 고전적으로 머리를 자를게.“
”와, 정말 신선하다.“ 순신이 장난스럽게 놀렸다. (195, 너랑 헤어지는 것만큼이나 단무지가 싫어, 하는 풋풋 로맨스.)

-“그냥 내가 나인 게 미안하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한점 남은 연어롤을 보다가 팔짱을 끼고 정작 마음과는 다른 말을 꺼냈다.
“대학은 안 가? 공부하면 되잖아.”
순신은 손을 풀어 무릎 위에 올려놓고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건 아니야.”
“노력하지 않는 거지. 노력하면 왜 안 돼, 변명이지.”
“운 좋은 사람들은 꼭 그렇게 말하더라.”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비꼈다. 계산을 하고 식당을 나왔고 안국역 출구로 나오자마자 인사도 없이 헤어졌다. 우리가 만난 이래 가장 냉랭한 밤이었다. (201, 크, 드라마 같은데 또 뭔가 디테일한 연인들의 다툼과 멀어짐… 금희언니 언제부터 연애소설 장인이었더라…‘나의 사랑 매기’부터인가...)

-장과장 말처럼 그냥 지나가도 좋을 것이다. 어차피 사람들이 원하는 건 사면이 유리로 된 온실의 아름다움이지 그 아래 무엇이 있었는가가 아닐 테니까. 땅 밑은 수리와 복원의 대상도 아니니까. 하지만 질서에는 어긋날 것이다. 그렇게 묻은 상태로는 전체를 알기란 어려울 것이다. 공동과 침하가 계속되겠지. 개인적 상처들이 그렇듯이. 그렇게 한쪽을 묻어버린다면 허술한 수리를 한 것이 아닐까. (209-210)

-“머리는 무슨 의미야?”
밥을 거의 다 먹어갈 즈음 순신이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고 물었다. 최대한 무심한 체하고 싶은지 시선은 식당 안 작은 텔레비전에 두었다.
“아는 대로잖아.”
순신은 기가 막힌 것처럼 웃었다. 거기에는 내가 처음 보는 노여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럼 나도 이거 먹는다.”
순신이 단무지를 집더니 나와 눈을 마주치며 입에 넣고 씹었다.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 나는 순신이 단무지를 씹을 때면 이런 소리가 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사각사각 소리가 나는구나, 단무지를 씹을 때면 얘가 이런 소리를 내는구나, 싶어서 나는 그냥 웃었다. 그런데 그 웃음이 순신을 더는 견딜 수 없는 분노로 몰아넣은 듯했다. 어떻게 이러냐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자기는 서울용 남친이고 강화 가면 강화용이 따로 있느냐고, 자기도 믿지 않으면서 억지를 썼다. 만둣집을 나오고 나서도 그 상처는 멈출 리 없었고 나중에는 내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
“야, 너 성당 다니는 애가 어떻게 이럴 수 있니?”
도로 맞은편에는 그 여름 우리가 서 있었던 가회동성당이 눈에 덮여 있었다. 그 앞으로 수정테이프를 길게 그은 듯한 횡단보도의 흰 줄들이 보였다.
“성당 다닌다매, 구원이 있다매?”
순신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머리는 왜 자르고 나타났냐고 대체 왜 이러느냐고 자기가 뭘 잘못했느냐고. 그때 네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해주지 못한 일을 나는 오랫동안 후회했다. (220-222, 미스터리 소설, 역사 소설, 누가 뭐라해도 나는 이 소설을 연애소설로 읽었다. 이 부분의 떡밥 회수와 찢기는 마음에 내 마음도 찢어졌다… 다들 온실만 말하지 순신이와 영두의 풋사랑의 기승전결은 아 내가 귀 기울이지 않았구나 스포일러 할까 봐…. 스포일러라서 죄송합니다…그렇지만 이래야 보고 싶지 않겠나. 유 스틸 마이 넘버원, 하는 이어폰 건네던 다른 소설의 장면도 왠지 생각난다.)

-왕주무관의 표정은 큰 결단을 내린 사람처럼 엄숙했고 어느 면에서는 거룩함까지 풍겼다. 텃새 중에 가장 작지만 벼랑을 오가며 용감하게 먹이를 찾는 굴뚝새의 오라가 풍겼다. (…)
“장과장은 어떻게 하고요?”
“기러기 아빠거든요. (…) (248, 세번째는 굴뚝새, 네번째는 기러기로세. 아니 참 장과장은 어치인 줄 알았는데 기러기이기도...수리 보고서라고 흰죽지수리 어쩌고도 나왔는데 우리 금희언니의 언어유희는 경애가 경애하고 사랑하는 매기도 부르고 갑자기 페퍼로니 출신도 되고 그렇다. 392쪽에서 산아 친구 스미는 벌새가 되었다.)

-부후(250):목재균이 분비한 효소로 목재성분이 분해되어 조직이 변하고, 변질, 파괴되는 것. (출처: 산림청 기관안내 색인 중. 한자어는 어려운데 영어로는 그냥 decay다. 궁금해서 구글링하니 부후가 뭔지 바로 ai가 알려주는데 불신의 아이콘은 산림청 홈페이지 기어들어갔다.)

-“산아야, 더 억울해지는 건 그 억울한 일에 내가 갇혀버리는 일 같아. 갇혀서 내가 나 자신을 해치는 것.”
산아는 고개를 들고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았다. 얼굴을 적신 눈물이 어둠 속에서도 눈길처럼 반짝였다.
“이모는 하루 마감하면서 가끔 이렇게 기도한다. 오늘 다행히 아무도 안 죽였습니다.”
산아가 어이가 없는지 약간 웃었다.
“그럼 하느님이 칭찬하셔?”
“침묵하시지, 기도는 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다리기 위해 하는 거니까.” (317-318, 김금희 소설가는 ‘나의 폴라일지’에서 뒤늦게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고 내비췄고, 소설 곳곳에서 그런 종교적 흔적이 성당 다니는 아이, 내걸리는 시편 구절 같은 것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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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5-06-15 2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봤어요.! 이 소설 애정합니다!
같은 감상이라 기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5-06-16 06:47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좋은 읽기였어요. 좋게 읽으셨다니 반갑네요!!

2025-06-16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6-16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6-16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5-06-16 12:55   좋아요 1 | URL
저는 다 완전 좋지는 않아도 결이 맞는 저자였어요 ㅎㅎㅎㅎ 사랑에 방법이 있나 점점 배우고 자라는 거지!!!
 
밑줄과 생각
정용준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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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5 정용준.


책을 읽다 마는 건 찜찜함을 넘어 지는 기분이라서, 아이 좀 더 미워지면 어때, 하고 4월까지 읽다 만 소설가의 산문집을 꺼낸 것이다. 그렇게나 뭘 할지 몰랐던 것도 같다. 김금희 장편소설 읽고 있는데 이상하게 잘 안 넘어가네...하면서도 125쪽까지 읽은 걸 보니 내가 안 넘어간게 아니라 서사 진행이 좀 더딘 거 아닐까, 이제는 작가 선생님들에 대한 내 사랑을 의심해 보는 것이다.

소설가 산문 안 봐, 하고 김금희의 ‘식물적 낙관’은 영영 놓았었다. 정용준 산문집도 아….진짜 또 소설가 산문집 보면 개다, 하고 본 게 필립로스의 산문집 ‘사실들’이어서 나는 진짜 개가 되었다. 멍멍. 그런데 다시 읽기 시작한 정용준 산문집에 바로 그 필립로스의 ‘사실들’이 나오고, 이청준이랑, 아니 에르노랑, 밀란 쿤데라랑, 조지 오웰이랑, 나도 읽어본 작가들 나올 땐 조금 관심있게 읽기도 했다. 그렇지만 대체로는 아...분량 채우려고 문장 어거지로 늘려 놓은 걸 읽는 기분이야… 소설은 안 이랬잖아요...저한테 왜 이러세요...그러는 저는 너한테 왜 이럴까요…

서울 나들이 온 인천 이웃을 한 주에 두 번이나 만나 수다를 떨고 무교들 주제에 성경 이야기를 나누고 부모 욕을 하고 뭐 그랬다. 그런게 재미있는 나는 봉천동 마릴린 맨슨이다! 뭔 소리야… 예쁜 여자사람과 이야기하는 건 즐겁지만 또 힘든 일인가 집 오는데 엘레베이터 거울보니 막 눈이 퀭 하고 더 조그매지고 시들시들해진 것이다. 저녁밥 어떻게 할 거냐는 곁의 사람 문자랑 전화도 집 와서 저녁밥 다 먹고 나서 봐서 그 초조함을 느끼며 괜히 미안하기도 한데, 아니 주말에 외출도 안 하는 집순이 인생 그것이 사람이냐! 싶기도 하면서도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사슬 같은 걸 스스로 어디에 걸고 있나 보다.

그러고 멍때리다 아이참 이놈의 책 읽어 치워버려야지, 하고 마저 읽었다. 여기서 또 영업당해서 올가 토르추크? 하여간에 ‘다정한 서술자’란 책을 또 막 사 말아 이러다가 노벨상작가+그 작가의 산문집이면 너는 또 수렁을 스스로 파는 것이다...게다가 나 알라딘이랑 아직 담판도 못짓고 적립금은 소멸되고 예치금은 줬다 뺏어 가고 주문은 취소 되었고 난리란 말이다… 이건 정말 책 사지 말라는 계시 같은 것…

정용준 소설은 최소 네 권(한 편짜리 단편만 묶은 그래픽 노블?이랑 여럿이 앤솔로지로 낸 거도 합치면 몇 개 더) 봤고, 안 읽은 소설집, 장편소설도 아직 네 권이나 가지고 있다. 아마 소설은 언젠가 하나씩 읽어보긴 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산문집으론 다신 만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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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함은 새롭다. 다른 것들 사이에서 우뚝 솟아 있지 않고, 저 멀리 앞서 나가지도 않고, 티 나게 다른 옷을 입지 않아도, 고유한 것은 그 자체로 새롭다. 무엇과도 같지 않기에. 이전에 자신과 같은 것이 하나도 있지 않았기에.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에. 고유함은 새롭고 그것은 언제나 새것이다. 그러니까 지문 같은 것. 목소리 같은 것. 대단히 고유해 보이지 않을지라도, 대충 보면 다 비슷해 보인다 할지라도, 그것은 유일하다. 하나밖에 없다.

-예쁜 접시에 잘 구운 두부를 가지런히 올리고 식탁에 앉아 잠시 두부와 간장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이걸 먹으면 나는 좋아질 거야. 이걸 먹는 동안 나는 괜찮아질 거야. 두부는 원래 그런 음식이니까. 열받은 사람의 열을 빼주고 죄 많은 사람의 죄를 용서해주고 슬픈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따뜻하게 해주니까.’

-좋은 일만 생기면 좋겠습니다. 아니, 좋은 일은 바라지도 않고 그저 나쁜 일만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삶은 이런 마음의 소원을 늘 배반한 채 우리를 어둠과 슬픔으로 가득한 이상한 밤으로 끌고 갑니다. 큰 사건도 힘들지만 작은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도 우리의 마음과 몸은 무너지거나 금이 갈 수가 있습니다.

-멋있는 건 그런 것이다. 잘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는 것. 진창에 빠져도, 뒷모습이 엉망이 되어도, 신발이 진흙과 오물로 뒤범벅돼도 그래도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 혹자들이 볼 땐 발악하는 것처럼 보여도, 안 되는 일을 못하는 일을 발버둥 치며 애쓰는 것처럼 보여도. 어쨌든 계속하는 것.

-아직도 난 읽고 쓰는 사람이라는 것이 좋다. 이 세계가 좁아지고 얇아지고 마침내 투명해지더라도 기쁠 것 같다. 그 안에 사는 동식물들이 작고 작아져 색채도 부피도 무게도 개성까지 잃고 마침내 뼈만 남은 까만 막대기 같은 글자 하나로 남더라도 나는 그 행간에 놓여 있는 내 운명이 좋다. 누군가 읽어줄 문맥 속에 숨어 있는 내 운명이 좋다. 누군가는 소리 내 읽어줄 문장 속에 있다는 것이 좋다. 때론 그저 문장이 되었다는 것이 좋다.

-구원? 웃기는 소리. 모든 것은 끝이 있어. 괜히 기대했다간 비참해지기만 할 거야. 영원한 건 없어.
영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야. 한순간. 하루. 단 한 번이라도. 어떤 경험은, 어떤 감정은, 어떤 사랑은, 그 사람을 온전히 살게 해. 적어도 한 시절을, 적어도 하루를, 1분 1초를, 짧지만 그 순간을 영원처럼 느끼게 되는 거야. 그것은 인간을 구원에 이르게 해. 그것은 그렇게 단순하고 작은 것이 아니야. 나는 그 가능성을, 그 반짝이는 한순간을 외면할 수 없어…….

-“망했다고? 내가 간절히 원한 것이 당신들이 망했다고 말한 바로 그것인데?”

-지식의 앎이 아니라 감각의 앎이 필요하다. 아무리 경고해도 손으로 만져봐야만 뜨거운 것을 아는 생물. 겪기 전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생물. 우리에겐 예상과 예감을 현실과 실제로 느낄 생생함이 필요하다. 감지하는, 감지되는, 감각의 지식. 실제로 행동이 멈추고 새로운 행위를 만들어내는 진짜 앎이 필요한 것이다.

-얼음은 돌이 아니다. 얼음은 무의미가 아니다. 얼음은 죽어 있는 상태가 아니다. 얼음은 잠이고 꿈이고 영원이다. 언제나 미래면서 지금 당장 물이 될 수 있는 현실이다. 얼음은 다시 물이 되고 땅에 스며들고 공기가 되고 바람을 일으키는 자연의 씨앗이다. 얼음은 생물들의 몸속에 흡수되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생명의 시작점이다. 얼음이 녹아 사라진다는 것은 정말로 사라지는 것이다. 의미의 무한한 가능성이 무의미함으로 증발하는 것이다. 보석보다 귀하고 빛나는 물질이 어둠과 허무 속으로 스러지는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아. 우리는 얼음을 헛되이 녹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고통의 문제는 누구에게나 개인적으로 발생하며 감각된다. 다시 말해 그런 깨달음과 인간에 대한 보편적 이해와 앎은 고통 앞에서 하나도 쓸모가 없다.

-정체불명의 거룩한 진리가 아닌 내 실존으로 살고 싶은 단순한 마음. 그게 그리 나쁜 걸까.

-어찌됐든 인간은 패배하게 되고 때론 실패하며 절망을 맛보는 날이 오게 된다. 그것은 내 힘과 노력으로 방어할 수도 있지만, 느닷없이 일어나는 사건처럼 반드시 어떤 날 어떤 순간에 각각의 개인에게 발생하고야 만다. 어쩌면 그것은 서사의 영원한 테마가 아닐까. 나아가 서사가 투사하고 있는 인간 삶의 테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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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좋은 일이 생길지도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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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3 요스타케 신스케.


수박주스를 시켰는데, 직원 분이 많이 드렸어요, 했다. 정말 너무 많이 줘서 얼음이 넘쳐서 쟁반 위가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읽다가 버리고 싶어, 하던 정용준 산문집을 구매목록에서(전자책이라 못 팖) 다시 찾아 읽었다. 역시나 별로였지만 다 읽고 욕을 쓸 의욕에 이번엔 완독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바깥에 나가보니 비가 내렸다. 우산이 없지만 맞을 만한 정도였다. 이 정도면 괜찮게 보낸 한 주야, 생각했다.

알라딘이 배송 지연이라고 두번째로 책 주문을 자동 취소하고 환불을 이상하게 하기 전 까지는...

알라딘에서는 책 광고를 보면 적립금을 주는데, 그건 국내도서 만원 이상 아니면 중고나 전자책 살 때는 쓰지 못한다. 적립금을 차곡차곡 모아서, 어린이 문제집 몇 권을 사고, 우주점 중고(‘향모를 땋으며’, ‘하나의 세포로부터’)도 사고, 개인판매자의 책(‘씨앗의 자연사’, ‘슈퍼팬덤’)도 주문했다. 결제는 귀찮으니 한 방에 한다. 이렇게 자주 판매처 여러 개를 섞는데, 개인판매자 책 구매가 펑크 날 때마다 사달이 난다.

개인판매자의 책 두 권은 각 4900원*2+배송비 3500원=13300원 카드 결제를 했고, 적립금 할인은 신간 알라딘 직배송 도서에 적용해서 남은 부분은 역시 카드 결제했고, 우주점 배송은 할인 적용 자체가 안 되니 역시나 카드 결제했다.

그런데 개인판매자가 한 주 정도 동안 책을 안 보내면서...알라딘은 자동으로 주문 취소를 시켜버렸다. 판매자에게 개인 연락하니 이번 주말에 보내준대서 알라딘에 전달하니 주문 취소를 취소시켜 줬다. 그런데 하루 만에 또 자동 주문 취소가 되었다.

책을 사정 있으면 못 보낼 수 있지...정책상 취소시킨다면 뭐 취소할 수도 있지...(제휴 카드 할인 받는 거 날라가지만 까짓 15퍼센트 괜찮다 괜찮아)

문제는 13300원 결제한 것에 왜인지 신간에만 적용되는 적립금으로 산 것으로 해 놓고 환불은 예치금으로 8천 몇원만 해주는 이상한 짓을 하는 것이다...

전에도 비슷한 경우를 당해봐서, 판매자 귀책 사유인데 왜 회원간 중고에는 적용도 안 되었던, 당일 소멸인 적립금으로 환불을 해 주냐고, 항의해서 겨우 취소 도서 주문액과 배송료를 신용카드 취소 처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놈의 결제 정책이 어떻게 된 건지 또 그런 짓을 하고 있어...

나 나름 괜찮은 한 주 보냈다 히히 했는데 겨우 책 취소와 환불로 긁히고 만다...하필이면 바로 주말이라 해결이든 뭐든 나중에 될 것이고....

‘기분이 순식간에 좋아지는 신통방통한 비법들’ 이라는 띠지가 붙은 어린이 그림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기로 했다. 사실 사은품으로 5100원 적립금 뜯기고 (이건 이후 다른 주문 건이 벌써 온...알라딘의 노예 그만해라 이렇게 당하고도...) 예쁘지만 와장창 위험 높다는 거 알면서도 하여간에 요거트 그릇인지 견과류 그릇인지 스낵 그릇인지 유리로 된 예쁜 사은품을 하나 모셔 놨다. 그러려고 책을 샀다.


일단 이미 양장본의 책 표지 위에 내가 싫어하는 겉지에다 위에 또 띠지까지 둘러서 성질 뻗쳤다. 아니 그 전에 비닐랩핑까지 해 놨다... 구매 촉진한다고 띠지 씌워 종이 낭비 쓰레기 뻥튀기하는 출판업계 때문에 나무는 더 죽고 지구는 덥지만 알아서 할 테고 우리는 다 죽고 망할 것이다.

그래도 좋은 일 까진 아니어도 소소하게 기분 좋길 바라며 (애초에 글러 먹었다 책으로 그게 되겠냐) 그림책을 펼쳤는데, 장면은 많이 모아 놨지만, 이거 이해 안 되는 장면도 제법 되고, 어거지야, 싶은 페이지도 많았다. 좋은 장면도 있었지만, 진정해, 지금 네가 기분 나빠서 뭘 봐도 다 곱게 안 보이는 거 감안해, 했는데도 아...어린이는 즐겁게 보길...잘 보고 독후감 숙제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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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홀릭 2025-06-14 2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분취소된 적 있는데 공짜로 준돈은 그냥 뺐어가더라구요
치사뿡
어린이님...넘 귀엽네요^^
요시타케 신스케 신간 궁금했는데 최근작 느낌과 다르지 않군요

반유행열반인 2025-06-14 21:32   좋아요 1 | URL
네 이전 책들은 그림이나 구성 퀄리티 좋던데 이 책은 좀 약간 아쉬운 비컷 모음 느낌이었어요. 몰랐는데 펀딩을 했었더라구요.
 

책태기란 말, 알라딘에서만 쓰이나? 누가 만든 말일까? 궁금해서 검색을 해 보니 여기저기 범용어가 되어 있었다. 권태기든 책태기든, 불가항력의 무언가가 나를 어디로 빠뜨린 것처럼 이름을 붙여서 나 사실 책 안 읽고 핸드폰 하고 놀았지롱- 노력 같은 거 하기 싫었지롱- 스스로 게으름 부리게 되는 시기를 마치 어쩔 수 없어, 으쓱, 머쓱하지 않게 비벼버리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제가 책을 잘 안 읽고 딴청만 한다는 뜻입니다... 책이랑 옷이랑 신나게 사기만 하고 잘 읽진 않아...

언제 읽을지도 모르면서 책을 샀고, 벽돌 세트 중 하나는 선물도 받았고(사실 강탈에 가까움 안 볼 거면 나 줘 하고 뺏음), 중고로 모신 믿고 보는 000번역가 책 시리즈 두 권은 생각보다 상태가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사실 함께 시켜서 도착해야 할 판매자 중고는 배송 지연으로 삐끗하고, 왜 알라딘은 여기저기 구매처를 혼합하면 직배송 중고에만 쓸 수 있는 적립금을 자꾸만 취소된 판매자 중고로 밀어줘서 환불액을 줄여버리고 유효기간 하루 남은 적립금 돌려받고 식식대게 하는지 모르겠다. 신간 판매, 우주점 중고판매, 회원간 직거래 중개 등등 복합 거래상을 하면서도 결제 체계가 되게 이상하게 꼬여있다. 나처럼 자꾸 헌 책 사면서 새 책 섞어 사는 애가 잘 없어서 그런가 몰라도 안 고친다. 중고서점 우연히 들렀는데, 한강 신간을 잔뜩 팔고 있어서 어 뭐야 신간 판매 되나? 하고 보니 결제는 모바일 큐알코드로 온라인 알라딘에서 구매하고 픽업하는 식의 꼼수(?) 판매도 하고...하여간에 애쓴다. 흥해라 만권당. 난 안 할 거 같지만... 너무 늦은 레드오션 풍덩이지만 이거마저 망하면 내 사업도 아닌데 너무 슬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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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3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6-13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성과학 마스터 클래스 - 성적으로 완전한 당신을 위한 책
에밀리 나고스키 지음, 조은영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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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7 에밀리 나고스키.


주석 빼고도 509쪽 되는 이 벽돌책을 나는 꾸역꾸역 읽었는데, 읽다 말다 그렇게 흥미롭진 않았다. 그러다 깨달은 사실은, 그냥 한 번쯤 읽어볼 순 있는데, 나는 이 책이 필요 없었다…
오, 나는 잘 살고 있었구만.

원제는 근사하게도 너바나의 노래 ‘Come as you are‘에서 따온 것 같은데, 번역서가 대놓고 실용서야 이건! 하면서 홀다닥 벗은 제목으로 쫓아오는 바람에 어디 들고 다니면서 읽기는 (사실 두꺼워서) 힘든 책이다. 부제도 조금 책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었다. ‘성적으로 완전한 당신을 위한 책’이라고 해서 완전에 가까운 나는 오해하고 꾸역꾸역 500쪽을 버텼단 말이다. ‘성적으로 완전할 여성을 위한 책’이라고 하면 이 책의 타겟이 누군지도 잘 알려주고, 책의 내용과도 더 연관되어 보인다. 마스터 클래스 아니고 입문자 클래스야 심지어...

같은 번역자가 옮긴 ‘해부학자의 세계’ 간지나 보여서 꽂아만 두고 있다. 그 옆에 빌 헤이스의 해부학자는 올리버 색스 만나기 이전의 책인 걸로 아는데, 언젠가 읽긴 할 것 같고, 공교롭게도 그 옆의 페데리코안다아시의 소설 ‘해부학자’는 클리스토리스의 발견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 이것도 언젠가는 읽겠군.
바톤을 넘겨 받듯, 책끼리는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 이 책 초반부에서 (대부분 자기 긍정 강조하는 성지식이 그러하듯이) 거울 가져다 놓고 음핵 위치를 찾아보고, 성기를 관찰하고 긍정하는 일기 같은 걸 쓰시오! 한다. 일기는 안 써 봤지만 이미 고대에 수료한 과정은 패쓰. 갑자기 해부학 책 쟁여둔 것 중 뭐라도 하나 보고 싶어졌다. ‘운동 독립’이라는 몸 쓰는 법에 대한 책도 조금씩 보기 시작한 참이다. 산만한 새끼야… 그 책 다 보고 다시 돌아왔는데 흠, 역시나 나는 이 책이 필요 없었다.

그래도 이 책이 필요한 사람들은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읽은 중에는 ’당신은 정상이다‘라고 제일 많이 말한 책이 아닐까 싶다. 자기계발서 같은 건 대부분 나약한 놈아, 넌 아직 멀었고 글렀으니까 굴러라 굴러, 하는 느낌인데, 이 책은 자기 긍정을 최선의 목표로 놓고, 그게 성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여기는 것 같다.

뭐 그게 맞다. 마스터로서 인정한다. 하하하.

책의 요약: ‘나는 정상이다. 너도 정상이다. 너는 완전 짱이다. 네 스스로가 허락하면 너는 천하무적이다. 네가 속고 있는 너를 쭈그리 만드는 통념은 대부분 뻥이니까 뻥 차 버려라.‘ 그런 걸 뒷받침하도록 뇌과학이랑 심리학이랑 실험연구들이랑 가상의 사례랑 적당히 버무려 놨다.


+밑줄 긋기 (필요없다고는 했지만 밑줄은 오지게 쳐놨다. 나는 이 책이 필요하다고, 궁금하다고 하는 사람에게 줄 생각이라서 그렇다. 살 땐 무거운 벽돌인데 알라딘에 팔아야 커피 한 잔 값이야….)

-성적 행복은 한 사람의 몸이 무엇으로 어떻게 구성되었는지가 아니라 몸의 주인이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듬어 안을 때 비로소 황홀경의 쾌락을 끌어낼 잠재력이 발휘될 것이다. (14)

-혹시 독자가 나처럼 좋은 생각을 혼자만 아는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면 집 안에서 배우자의 뒤를 쫓아다니며 ‘네 줄 요약’을 큰 소리로 읽어줘도 좋겠다. “여보, 성적 흥분의 불일치라는 게 진짜 있었어!” “이제 보니 내 성욕은 자발적이 아니라 반응성이었네!” 또는 “당신은 나한테 훌륭한 맥락을 주는 사람이야”라고 말이다. (16, 전문가이야기라지만… 농담이겠지만... 듣는 사람의 뇌로 피가 가는 이성적이고 지식적인 이야기를 건네는 건 너도 나도 시무룩해지길 자초하는 거 아닐까 싶다고...)

-결국 내가 이 책에 담은 정보로 독자에게 말하려는 것은, 성적 흥분, 성욕, 오르가슴, 통증, 성적 무감각 등 여러분이 체험하는 자신의 섹슈얼리티가 실은 이 “부적절한 세상”에서도 적절하게 기능해 온 성 반응 메커니즘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대는 지극히 정상입니다. 망가진 게 있다면 그건 그대가 아니라 그대를 둘러싼 세상이에요. (20, 딴 건 모르겠고 마지막 문장은 잘 알겠습니다…세카이가 헨다!!!!)

-상동기관은 기능이 달라도 동일한 생물학적 기원을 공유하는 형질이다. 남녀 외부 생식기의 각 부위는 상동기관이다. (40)

-상동성은 남매의 가슴에 유두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성의 유두는 인간을 포함한 거의 모든 포유동물의 생존에 필수다.(오리너구리 제외) 그래서 진화는 태아가 발달하는 초기에 서둘러 젖꼭지부터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태아가 수컷으로 발달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억제하기보다 그냥 두는 편이 에너지가 훨씬 덜 소모된다. 다시 말해, 진화가 게으른 바람에 수컷과 암컷 모두 유두가 있다는 말씀이다. (42, 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 라는 검색어로 내 블로그 유입이 잦았던 적이 있는데… 궁금한 인간들은 이 부분을 참고하시오…)

-문화는 단단해진 남성과 젖은 여성을 강조하지만, 실은 남성도 젖고, 여성도 단단해진다. (56)

-“언제 마음이 동하나요?”라는 질문에 여성은 이렇게 답한다.
*매력적인 파트너가 자신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 줄 때
*상대와의 관계에서 신뢰와 애정을 느낄 때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자신감 있고 건강할 때
*상대가 나를 원하며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들 때
*성애물이나 야한 동영상처럼 노골적인 성적 신호, 또는 다른 이들의 성관계 장면을 보거나 들을 때
그러나 이 답변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텃밭에서 일하다가 막 들어왔을 때는 당연히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있다. (121)

-성과 관련된 사건이 일어난다. 이에 뇌가 “이봐, 이건 성적인 거야!”라고 가르친다. 그건 학습하기다. 이때 적절한 맥락에서는 뇌가 “그거 섹시한데!”라며 좋아하기로 옮겨간다. 그리고 그 자극이 아주 좋은 것이라면 뇌는 “오호, 좀더 해주세요.”가 되는데 그게 바로 원하기다. (140)

-정확히 어떤 맥락을 성 긍정으로 받아들이는지는 사람에 따라, 또 그 사람의 삶의 단계에 따라 다양하다. 그렇더라도 대체로 공통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낮은 스트레스
*높은 애정
*노골적인 에로틱함 (143)

-올바른 맥락에서 일어나는 성적 행위는 인간이 즐길 수 있는 단연 가장 즐거운 경험이다. 섹스는 파트너와 결속시켜주고, 행복한 화학물질로 온몸을 뒤덮으며, 본질적인 생물학적 욕구를 만족시키고, 우리를 영적으로 고양된 상태로 이끈다. 그러나 그릇된 맥락에서 시도된 섹스는 말 그대로 죽음까지 맛보게 한다. 맥락에 따라 섹스는 맛있는 것에서 구역질 나는 것, 재밌는 것에서 고통스러운 것까지 무한한 형태를 띤다. 그리고 액셀과 브레이크의 이중 제어 메커니즘 때문에 때로는 상반되는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기까지 한다. (148)

-투쟁 또는 도피의 이 두 반응은 모두 가속장치를 자극하는 스트레스 반응으로 교감신경계가 내리는 ‘행동 개시!’의 신호에 반응한 결과다. 투쟁은 감정의 절대반지가 스트레스 유발 요인을 제압해야 한다고 결정할 때 일어난다. 반면에 도피는 감정의 절대반지가 스트레스 유발 요인으로부터 도망쳐야 한다고 결정할 때 일어난다.
그러나 뇌가 스트레스 요인 앞에서 이건 도망쳐서도, 맞서 싸워서도 살아남을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면? 바로 뒤에서 사자의 이빨이 자신을 무는 것을 느낀 순간처럼 말이다. 이때는 극심한 고통에 의해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며 ‘정지!’를 촉발하는 제동 반응이 일어난다. 이 순간 신체는 완전히 정지되어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거나 간신히 최소한의 움직임만 가능한 ‘긴장성 부동화’를 경험한다. 야생에서는 동물이 포식자에게 자기가 죽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몸이 뻣뻣하게 굳으며 땅에 쓰러진다. 스티븐 포지스에 따르면 경직은 통증 없는 죽음을 촉진한다. (185, 싸우다가 죽거나, 싸워서 살아남거나, 도망치거나, 포기하는 것. 생명체의 생명 반응이란 그런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것...나는 주로 죽을 기세로 싸웠던 거 같긴 하다. 교감신경과활성화상태…)

-자신에게 맞는 전략을 파악할 때까지는 먼저 자신을 억누르는 패턴에 주의를 기울이고, ‘내적 감정’을 온전히 발산할 수 있는 장소와 사람을 찾아라. 어떤 패턴은 중요하고 또 변하지 않는다. 반면 문제를 키우는 패턴도 있다. 사람이 살면서 세상의 평가나 타인을 거스를 일에 신경 쓰지 않고 ‘내적 감정’을 자유롭게 표출할 장소가 적어도 한 군데는 있어야 한다. (197, 이것은 성과학 책이 아닌 스트레스 클리닉 책 느낌이지만...그리고 우리에게는 챗지피티씨가 있지.)

-해결책: 몸과 소통하는 일을 하라. “너는 도망쳤고, 살아 남았어!”
*신체 활동
*서로 애정 나누기
*감정 폭발 또는 시원하게 울기
*점진적 근육 이완 또는 기타 감각운동적 명상
*몸단장, 마사지, 네일아트처럼 자기 몸 돌보기 (197-198)

-생식기로 가는 혈류는 어디까지나 성과 관련된 자극에 반응하는 학습하기로서, 좋아하기나 원하기와는 다르며, 더군다나 동의와는 거리가 멀다. (341)

-섹스가 충동이 아니라는 건 쉽게 증명할 수 있다. 1956년에 동물행동학자 프랭크 비치가 말한 것처럼 “섹스의 결여로 세포조직이 손상되는 사람은 없으니까.” 쉽게 말해 섹스를 못 해서 죽은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물론 죽고 싶을 수는 있다. 그건 좌절감이다. 하지만 좌절이 절대적으로 죽음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섹스가 충동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섹스는”인센티브 동기 부여 시스템“이다.
많은 사람이 ‘인센티브’하면 일을 하고 싶게 만드는 보상과 연관 짓는다. 생물학적 의미도 비슷하다. 만약 불편한 내적 감각 때문에 떠밀리는 게 충동이라면, 인센티브 동기 시스템은 매력적인 외적 자극을 향해 끌어당겨지는 것이다. 호기심은 이런 시스템의 전형적인 예로서 허기만큼이나 자연스럽지만 목숨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충동’이라는 말을 들으면 ’생존‘을 생각하라.
’인센티브 동기 부여‘라는 말을 들으면 ’더 잘 사는 것‘을 떠올려라. (356-357)

-‘왜 다른 사람과의 섹스를 꿈꾸는가’에서 에스더 퍼렐은 현대인의 인간관계에 내재된 핵심적인 모순을 드러낸다. 익숙함과 새로움, 안정감과 신비감처럼 서로 반대되는 것들끼리의 밀고 당기기다. 우리는 사랑을 원한다. 사랑은 안심과 안전과 안정이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열정도 원한다. 열정은 모험이고 위험이고 새로움이다. 사랑은 가진 것이고 욕망은 원하는 것이며, 우리는 자기가 아직 가지지 못한 것만 원한다. 퍼렐은 장기적인 사랑이 장기적인 열정과 반대라서 문제가 되는 거라면, 서로에게 자율성을 주어 원하기가 발생할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고 내면의 에로티시즘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퍼렐은 “욕망 안에서 우리는 저만치 건너갈 다리를 원한다“. 즉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어 상대와의 관계에서 불안정성과 불확실성, 약간의 즐거운 불만족감을 키우는 것이다.
(고트만의 연구) 결과(는 에스더 퍼렐과 반대로) 훌륭한 성생활을 유지하는 커플은 한결같이 ”1) 서로 친밀하게 교감하며 신뢰 깊은 우정을 유지하고, 2) 두 사람이 함께하는 삶에서 성관계를 우선순위에 둔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성욕을 유지하려면 건널 다리가 필요한 게 아니라 함께 다리를 지어야 한다는 뜻이다.
고트먼은 ”서로의 욕구를 향해서 나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퍼렐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너도 옳고, 너도 옳다고 말한다. 황희정승이냐)
(359-360, 진작에 읽은 책-여기에선 퍼렐의 책-이 가끔 인용되는 걸 보면 반가우면서도...난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구나...이제 하산 좀 하자 싶다…)

-오르가슴이 아닌 세 번째는 우열이다. 모든 오르가슴은 그저 서로 다를 뿐, ‘올바른’ 유형도, ‘더 나은’ 종류도 없다. 심지어 오르가슴에 종류가 있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게, 결국 모두 같은 부품(성적 긴장의 갑작스러운 방출)이 다른 방식으로 조직된 것이기 때문이다. (401, 그리하여 진짜 가짜 타령은 그만해도 될 듯...)

-오르가슴의 가치는 그것이 어떻게 일어났고, 어떤 임의의 기준을 충족했는지가 아니라 자신이 그 오르가슴을 좋아했는지, 또 원했는지로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즐거움이 곧 오르가슴의 척도다. (403)

-변화의 대상은 세 가지다.
*이 목표가 나에게 맞는가?
*목표 달성을 위해 적당한 수준의 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목표 달성에 필요한 노력의 양을 현실적으로 파악했는가? (416-417)

-좌절은 오르가슴이라는 목표에 가까워지지 못했다고 감독관이 판단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임을 기억하라. 그럴 때면 내 목표는 오르가슴이 아니라 즐거움이고 내가 즐거웠다면 목표를 이룬 거라고 되새기면 된다.
오르가슴은 목표가 아니다. 목표는 즐거움, 즉 쾌락이다. (417, 다들 메모장이나 가슴팍에 새겨 넣읍시다. 나는 궁서체로 ‘즐거운 생활’이라고 문신 새겨 넣고 싶지만, 안 그래도 될 만큼 미리 알아서 다행입니다...)

-여성이 경험하는 ‘끄기’의 대부분은 섹스와 상관없다. 그리고 의외로 간단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이 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 실컷 울기, 산책, 감정 폭발, 기타 신체적 발산을 통해 주기를 완료한다. 하루 중 2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자신에게 투자해 목욕, 산책, 운동, 요리, 명상, 요가, 와인 한 잔 등 그날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나만의 의례를 치른다.
거실 복도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자꾸 신경이 쓰이는가? 다른 식구들이 없는 시간에 잠자리하면 된다.
피곤하다고? 낮잠을 자거나 20분쯤 휴식을 취한다. 침대 시트에 묻은 모래 때문에 짜증이 난다고? 시트를 갈아라! 발이 차가우면? 양말을 신는다! 때로는 정말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물론 앞서 나왔던 것처럼 훨씬 더 복잡하고 장기적인 해결이 필요한 ‘끄기’들도 있다. 자기비판적 사고나 신체 불만족의 문제, 신뢰가 부족한 관계, 과거의 트라우마, 성적 혐오 같은 것이다. 당신은 지금의 정원을 만들기까지 수십 년에 걸쳐 씨를 심고 식물을 돌봤다. 따라서 하룻밤 만에 전부 바꿀 수는 없다. 천천히 나아가도 괜찮다고 다독여라. 지금의 자리에서 목표 지점까지 차근차근 밟아가며 앞으로 나가는 모든 발걸음을 기념하라.
끄기를 끄는 연습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으니, 자기 친절이다. (430-431, 발이 차가우면 양말을 신으라는 게 가장 실용적이었다.)

-연구 결과 범불안장애가 있으면서도 일상에서 불안 증상의 영향을 덜 받는 참여자들은 다른 참여자에 비해 증상의 빈도와 강도가 특별히 더 낮거나 자신의 내적 상태를 더 많이 인식하지 않았다. (즉, 관찰 요인) 다만 그들은 판단을 덜 했다! 불안이 한 사람의 삶에 지장을 주는 것은 불안 증상 자체보다 그 증상에 대한 본인의 느낌이라는 뜻이다. 즉, 자신이 느끼는 것에 대한 느낌. 그리고 자기감정에 대해 판단하지 않을수록 더 잘 지냈다. (459, 내 가장 친한 친구는 나 스스로 어떤 상황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맥락을 말하면 그러면 안 돼? 하고 묻는다. 대부분의 곤란이 그 상황에 대해 내가 내린 판단이 키운 것이 많다는 걸 새삼 느끼는 순간이다.)

-판단하지 않기가 도움이 될 다섯 가지 상황은 다음과 같다. ‘이유 없이’ 생기는 감정, 트라우마 치유, 통증의 해결, 쾌락의 증대.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에 대한 애도. (460)

-내가 “비정상”이라고 단정하는 성적 경험은 딱 두 가지다. 합의 없는 섹스와 원치 않는 통증을 유발하는 섹스. 그 외에는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즐겁고 언제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다면 무엇을 하든 정상이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감각을 즐긴다면 무엇을 하든 정상이다. 그러나 섹스로 인한 원치 않는 통증-삽입 시 통증, 생식기 접촉의 통증 등-은 정상이 아니다. (467, 이 책에서 400페이지 넘게 정상이다를 외치다가 처음으로 비정상이 뭔지 짚은 부분이라 옮겨 적었다. 그렇단다.)

-통증의 속성에 대한 초간단 지침 한 가지.
기본적으로 모든 통증은 위협이 존재한다는 몸의 신호에 뇌가 반응한 결과물이다.
통증은 뇌가 위협을 지각했고, 몸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문화가 부여한 기준 속도 대신, 섹스에 관해 가장 정확한 지식을 줄 수 있는 자신의 내적 경험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몸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뇌의 신호가 들리고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469)

-진실은 이렇다. 쾌락은 가장 온전하고 진실된 인간됨에 가까워지기 관한 관문이다. 쾌락은 자기와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제약 없이 연결되는 곳이다. 왜일까? 쾌락은 수치도, 사회적 수행도, ‘마땅히 해야할 것’에 대한 의무도 없이 완전하고 온전하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안전한 맥락에서만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황홀경은 우리를 기쁘게 하지 못하고 호기심에 불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을 모두 뒤로했을 때 비로소 찾아온다. 황홀경은 무조건 쾌락에 굴복할 때 찾아온다. 쾌락을 좋아해도 된다. 그 첫 단계는 쾌락을 판단 없이 인식하는 것이다. (472-473)

-“정상이라는 기분은 곧 소속되었다는 기분이다.” (…)“사람들은 다들 어딘가에 속하려고 애쓰잖아.” 우리는 인간으로서 경험하는 공유된 영역의 경계 안에 자신이 안전하게 머물고 있고, 제 지도에 있는 것이 다른 사람의 지도에 있는 것과 같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한다.
지도에 없는 곳에 자신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러니까 자기가 각본도, 기준틀도 없는 일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길을 잃은 기분이 든다. 미지의 영역은 위험하고 안전하지 않다. “나는 위험해!”다. 그러면 스트레스 반응이 시작되어 이기 팝이 울리는 상자 속 쥐가 된다. 모든 것이 잠재적 위험일 뿐이다.
하지만 이떄 누군가가 와서 “당신은 괜찮아요. 전 제 지도를 따라 여기에 와봤어요. 여긴 확실히 우리 영토예요”라고 말해주면 마음이 한결 놓인다. 아직 집에 잘 연결된 채로 안전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곳에 소속되었다.
사람들이 내게 “정상인가요?” 라고 물을 때, 그들은 “‘제가 잘 속해 있나요?”라고 묻는 것이다.
물론 내 대답은 “예”다. 당신은 당신 몸에 속해 있다. 당신은 이 세상에 속해 있다. 세상에 태어난 날부터 당신은 이곳에 속하게 되었고 여기가 당신 집이다. (홈 스윗 홈) 외부에서 강제되는 성적 기준에 순응해야만 소속되는 게 아니다.
목표점을 “정상”에서 “내가 속한 곳이면 어디나”로 바꾸면 당신은 이미 그곳에 와 있으므로 늘 목표를 달성하는 셈이다. (478-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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