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21 이영호 빅터 리 아이돌 시리즈 아마도 네 번째 저자가 패션디자이너라는데 연예계랑 무슨 상관인지 엄청 연예계 관계자인 양 써 놓았다. 검색해 보니 본인 이름의 출판사도 있고 책 내는게 취미인 듯 온갖 분야에 대한 책을 내 놓았다. 비교적 최근에는 오디션 속 불편한 진실? 이라는 비슷한 주제의 책도 내 놓았다. 제목과 책 내용은 별로 일치하지 않았다. 책 표지에 책 나오던 2011년 무렵 유행하던 공중파의 온갖 오디션 프로그램을 써 놓았는데 막상 내용은 가수 오디션에 대한 것은 거의 없고 연예인 되는 법이나 드라마, 영화 등에 캐스팅 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타겟이 연예인이나 배우 지망생과 신인, 활동 중인 연예인이라 내가 이걸 왜 읽고 있나 싶은 순간이 자주 있었다. 내용은 타겟들의 자기계발서? 성공을 위한 방법? 아니면 무조건 적인 낙관을 버리고 일단 안 됐을 때를 대비해라, 니가 꼭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뭐 이런 쓴소리와 훈계 정신교육 위주여서 타겟들은 쳇 뭐래 이러고 집어 던지기 좋아 보였다. 틀린 말은 없는데 새삼 뻔한 소리 나열이라 참고 읽은 내가 대견할 지경이다. 연예인에 대한 환상이 심한 어린아이들이 보면 뭐 그럭저럭 좋을 소리들도 많긴 한데 그런 애들은 이 책을 안 보겠지. ㅋㅋㅋ타겟팅을 해도 그 사람들은 해당 책을 안 본다는 것이 늘 모순이다. 난 이걸 대체 왜 본 거냐. 하하하
-20180817 정보경 아이돌 시리즈 3번째가 될..뻔 했으나 아이돌과는 크게 관계 없는 책. 89년생 24살 최연소 법무사 합격자의 자서전이다. 사실 아이돌 시리즈 파면서 연습생하다가 다른 진로 모색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를 찾고 있었다. 아이돌 지망생이라는 문구에 낚여서 샀는데 저자는 그냥 지망생이었을 뿐 연습생은 될 뻔 했을 뿐 본격 준비한 적이 없었다. 원하던 게 아니라 조금 실망…대학생활 4년 대신 법무사 수험생활 4년을 택한 젊은이의 자서전이라고 소개하면 좀 더 정확하다. 아이돌이라는 키워드는 그냥 낚시다, 낚시. 읽다보면 내가 이걸 왜 읽고 있나 싶은 순간이 자주 찾아왔지만 참고 읽었다. 1.유년 시절은 삐라 줍기와 알바에 미쳤다. 2.중딩 때는 신화 사생팬하느라 기획사 주변 서성이고 공개방송 쫓아다니는데 미쳤다. 3.고딩 때는 아이돌 가수 되겠다고 오디션 보러 다니고 라디오랑 케이블 채널 출연도 잠깐했다. 그러느라 공부는 안 하고 다녔다. 4.가수의 꿈은 잠시 접고 대학가자, 솔로몬의 선택에서 고승덕 보고 오오 그래 법대 가자! 이러고 고3 때 마음 잡고 공부했다. 5-6등급에서 3등급으로 올렸으니 용됐지만 법대는 커녕 인서울 4년제도 어렵고 부모와 담임이 권한 ㄷ보건대 치위생과만 붙었다. 그런데 도저히 그 쪽 공부는 마음이 가지 않아 아무 목표 없이 대학 안 가고 그냥 고등학교 졸업 후 진로 모색하겠다고 했다. 5.엄마의 권유로 07년 후반 법무사 공부를 시작했다. 인터넷 강의 듣고 신림동 고시촌에서 학원 다니면서 4년 공부해서 법무사에 합격했다. 이 부분은 조금 재미있던게, 나도 그 무렵에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같은 공간 있던 사람이 그 동네 장점 설파하는게 재밌었다. 나도 그 동네에서 반 년정도 (사정상 학원은 못 다니고 반지하방에서 알바해가며) 임용 고사 준비하고 합격 후 상도동, 봉천동 떠돌다 신혼 살림을 다시 고시촌에서 차렸었으니. 내가 그러저러한 일 겪는 동안 이 친구는 내내 법무사 공부를 파고 있었다. 안쓰럽기도 하고 어쨌든 일찍 시작한 공부라 그러고도 최연소 합격자가 되었다. 인생 전략 참신하게 짠게 성공한 듯. 6.아이돌 지망생에서 고졸 최연소 법무사로-라는 독특한 이력 덕에 방송 출연도 많이 해서 어릴 적 소원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인천에 사무소도 개업해서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 듯 하다. 검색으로 사진 대충 보고 음 이 얼굴에 아이돌?이 생각 잠시 했는데 책에 그런 악플들에 시달려 상처 받던 이야기를 써놔서 뜨끔 했다. 글발은 그냥 유치한 웹소설 같은 글투에 가끔 !!!하면서 오그라드는 혼잣말 하는 부분이나 갑자기 반성하고 교훈적으로 결론짓는 부분이 많아서 타겟이 십대 어린애들인가 싶었다. 그러다가 법무사 준비 과정은 나름 상세하게 쓴다고 썼는데 뜬금 없이 법조항 해석이나 판례 줄줄 그대로 복붙해서 법무사 준비하는 사람한테 하는 조언인가 싶다가도 나 깡통 아니고 법 공부 열심히 한 사람임! 이런걸 티내려 애쓰는 듯 해서 조금 웃겼다. 법무사 시험 준비하는 자신을 고시생이라고 칭하는 것도...나도 속물이고 지나친 자기자랑 앞에서 배배꼬이는 몹쓸 사람인가보다 싶게 만드는 구절이 많았다. 대학 가지 않고도 공무원 시험이나 전문직 자격 시험 보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데, 그 중 한 사례를 그럭저럭 잘 본 것 같다. 남들 다 공부하는 십대 후반에 논 대신 이십대 초반에 정신차리고 공부에 올인하는 인생, 그것도 뭐 나름 강제로 주어진 것 따르기 보다 자기 목표 가지고 시작한 거니 괜찮은 선택 같기도 하다. 대학 4년 떠올려보면 책 몇 권에 과제 몇 차례 하고 사람들하고 조별과제하고 부대끼고 그 와중에 제대로 배운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동아리에서 공연준비나 책 읽고 세미나하고 동아리 사람들과 관계 맺으며 사회성 키운게 그나마 성장에 영향을 줬달까. (인맥조차 결국 동아리 인맥…) 대학을 가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지금의 남편은 못 만났을지도. 서울대라는 간판빨로 느끼는 자부심이나 부러움도 없었을 것이다. 순전히 자기 능력으로 부딪히고 인정받아야 했을 거고 학력 학벌로 인한 설움도 많이 겪었겠지. 알바도 과외 같은건 해 보지도 못하고 최저시급으로 몸으로 부딪히는 일들을 해야 했겠지. 교사 자격증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뭐 딱 거기까지고, 임용 이후의 삶은 약간의 후광효과 외에는 순전히 내 노력과 인성으로 인정 받아야 하는 시간들이었지만. 어찌됐든 나에겐 대학을 진학하지 않을 때의 기회비용이 너무 커서 상상하기 어려운 삶의 방식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저자가 고등학교 졸업 후 시험에 올인한게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내가 선택하지 못 할 방식.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작가의 시리즈는 거의 다 모았다. 이게 정말 사과일까. 이게 정말 나일까. 이게 정말 천국일까. 뭐든지 될 수 있어. 이유가 있어요. 불만이 있어요. 벗지 말 걸 그랬어! 정말 귀엽고 기발하고 그림과 내용이 심쿵하게 만든다. 아이가 깔깔 웃으며 정말 좋아한다. 이번 책은 책 좋아하는 아이와 내가 한 번 더 웃으며 볼 수 있는 책에 대한 다양한 상상을 담았다. 전에 산 그림책들 중엔 귀엽긴 하지만 아 이 분량을 이 값에...싶은 것들도 있었는데 있으려나 서점은 밀도 있게 그림과 글이 꽉 차 있다. 상상력도 그만큼 꾹꾹 눌러 담아 놨다. 독서초가 피면 동물들이 책을 들여다 보는 장면은 진짜 귀여워서 마음에 들었다. 나는 도서관에서 결혼식 했는데 서점 결혼식도 귀엽다. 무덤 속 책장은 뭔가 애틋한데 나도 그런 무덤에 묻히고 싶다(..) 책이 네모난 이유는 아이가 좀 슬픈 이야기라고 하며 네모의 꿈을 불렀다.
-20180815 김영하십 몇 년 전 처음 읽어 본 김영하의 책이었다. 못 해도 세 번은 읽었는데 오랜만에 읽으니 또 새롭다. 씁쓸한 얘기들조차 꽤나 발랄하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신부인 친구와 그의 연인이던 미경 곁에서 그들을 그림자마냥 지켜보던 소설가 이야기. 자체발화로 죽은 미경의 남편. 새그림자 이야기가 좋다. 나한테 새그림자는 추락하는 물체의 환영 같은 불안과 공포인데. 오빠가 돌아왔다-내용은 전혀 관계 없지만 w whale이란 그룹이 같은 제목의 씨크한 노래를 만들었었다.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이랄까. 화자는 중1소녀, 아빠를 패는 오빠를 패는 엄마를 패는 아빠라는 이상한 먹이사슬 밖의 엄지공주 같은 나와 새언니라고 부르기 싫은 미성년 쌈마이 오빠의 연인과 엄마의 귀환과 야유회. 구질거릴 수 있는 설정을 뭐 하나 귀엽지 않은게 없이 그렸다. 재주 좋다. 크리스마스 캐럴-돌아온 재독 교포 환경운동가(로 오해 받은 녹색당원) 진숙의 죽음과 젊은 날 그녀를 쉽게 생각하며 공범의식을 느끼던 세 놈팽이 이야기. 죽인 건 실제로 한 놈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세 놈인 역설너를 사랑하고도-수영장에 벌거벗고도 모른 채 들어온 아줌마. 비슷한 일이 많은지 예전에 고은이가 자기 수영장에서도 왠 남자가 그러고 수영장에 들어와서 난리난 이야기를 해줬었다. 그걸 목격하고 중학 동창을 만나 수영강사의 메신저도 하고 동창이 죽은 줄 알고 확인 전화했다 안도하는 영쑤.(돈두댓 영쑤) 영수의 중학동창 인숙은 의원 보좌관과 불륜을 하다 헤어지고 일기장을 오려버린다. 영수의 마지막 넋두리 뭔가 나아지겠지 쩜쩜은 어휘의 숲 어쩌구만 봐도 딱 소설가의 한탄을 취준생한테 갖다 붙여놨구나 싶었는데 작가가 후기에도 다시 써놨다. 이사-거처를 옮기는 번잡함, 그 중요한 하루에 이상한 일꾼을 만나면 생길 수 있는 불편함. 정말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지 않을까 싶게 생생하게 썼다. 가야토기와 유령 닮은 일꾼. 황사. 너의 의미-충무로 낭인 자칭 감독과 신인소설가의 동상이몽. 비슷한 이야기를 알고 있다. 남녀가 바뀌지만. 마지막 손님-짧다. 여고생 시체모형 만든 남편과 아내, 이를 보러 온 감독. 마지막 손님은 감독인가 남겨진 시체모형인가. 새해 마지막 날 이야기이고 실제 신문의 12월31일에 실린 소설이다. 보물선-얼마 전 들썩였던 보물선 코인이야기와 꼭 비슷한 작전주+사기 이야기다. 본의 아니게 사기꾼이 된 형식은 정말 믿고 벌인 일이지만. 광화문 앞 충무공 동상은 사실 또요토미 히데요시다. 라는 괴담?을 진짜 믿어버린 사내와 그를 이용하다 다 얽어들어간 잘 나가는 악당이야기. 소설이니까 상상력으로 동상도 폭파시키고 다시 세우고 참 좋다. 하하. 왜 시원한지는 모르겠다. 현실에서 부숴진 무역센터도 나오는데 소설과 달리 실제 부숴진 건물은 쉽게 다시 세울수도 없고 죽은 사람도 너무 많고. 왜곡된 채 확고해진 신념이 만든 테러리스트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현실은 외려 악당들이 테러를 이용해 정치도 좌우하고 무기도 많이 팔아먹고 전쟁까지 일으켰는데. 잘 읽었습니다. 신작도 좀 굽신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