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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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6 박상영
저녁을 먹다 아홉 살 딸에게 물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나 자신을 좋아할 수 있어? 어떻게 하면 자신감을 얻을까? 애한테 왜 그런 걸 물었나 몰라.
딸은 길게 고민하지 않고 답했다.
우선, 좋은 취미를 가지는 거야. 그걸 해.
그리고 남에게 베풀면서 살아.
안 될 거 같아도 뭐든 일단 해 보고.
확신에 찬 말투로 눈을 빛내며 똑부러지게 말했다.
오 나의 현자야. 지혜와 살아온 기간은 비례하지 않는구나.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지 아이는 자신감이 넘치고 대체로 행복해 보인다.
나도 그렇게 한 번 살아봐야겠네.

박상영의 두번째 소설집을 읽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불행한 사람의 이야기를 정말 웃기게 쓰는 재주가 있는 작가였다.
작가도, 재희도, 수많은 영이도, 규호도 모두 덜 불행하고 아프지 않게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불행해야 글이 나오고 그걸 읽어야 나도 재미있지만 두 권 즐겁게 해줬으면 만족할게. 이제 좀 행복해지렴. 그 방법은 위에 나와 있습니다. 나도 아직 못해봤지만.

재희-게이친구에 대한 여성들의 판타지를 공고하게 공구리치는 또 하나의 컨텐츠랄까. 성별 성적지향 상관없이 저런 무람한 우정을 나눈 이들이 부럽다. 팩을 나눠 붙이고 서로를 위해 냉동 블루베리와 냉동 담배를 채워주며 자신의 연애 상대에 대해 밤늦도록 떠들 수 있다니. 늘 서로의 편이 되어주면서. 아니 세상에 그런 관계가 있긴 한 거야?
마이크만 잡으면 빵 터지는 케이팝 매니아. 이번 소설도 또 나왔다. 왜 훌러간 신나는 가요를 매번 눈물 흘리면서 웃기게 만드는 거지. 세 번 써 먹었으니 다음에 또 써 먹으면 레드 카드입니다. 그땐 진짜 안 웃을 거야.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젊은 작가상 책에서 봤지롱. 조금 있다 마저 한 번 더 봐야겠다.
대도시의 사랑법, 늦은 우기의 바캉스-두 편의 연작소설인데 거의 한 편처럼 읽힌다. 규호란 연인과의 시작과 끝 흥망성쇄 에필로그까지. 매번 걸림돌이 되는 카일리의 존재. 헤어진 뒤에야 그 사람이 정말 내게 필요하다는 걸 아는 일. 약간 중2병 돋는 일기장 같은 감정 표현이 넘치는데 그런 걸 아무렇지 않게 쓰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고 그게 뭐라고 부럽네.
인생을 몇 개의 글로 투척하는 이들을 보는 건 참 조마조마하다. 짧은 시간 만에 작가랑 엄청 친해진 거 같은 기분인데 다 털어 놓고 나면 다음엔 뭐 쓸 거야? 나야 재미있는데 넌 괜찮아?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털털 털며 아항, 글이 되려고 이렇게 거지같은 일이 한가득이었구나, 책 잘 팔려서 개꿀 이제부턴 하하호호 이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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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8-19 1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야 재밌는 데 넌 괜찮아? ㅋㅋ 너무 동감되요 ㅋㅋ

반유행열반인 2019-08-19 18:50   좋아요 1 | URL
쟝쟝님은 괜찮아요? ㅋㅋ박상영을 향한 진실한 팬심이 감동적으로 느껴집니다.

- 2019-08-19 18:51   좋아요 1 | URL
저 진짜 너무 팬이예요 ㅠㅠㅠ 계속 써줬으면.. 그가 계속 불행했으면..(뭐????!)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19-08-19 18:54   좋아요 1 | URL
작가가 불행할수록 재미가 비례하는 현실...잔인하고 모진 독자들ㅋㅋㅋ

- 2019-08-19 18:59   좋아요 1 | URL
다른 작가들은 모르겠는 데.. ‘영’이는 너무 상영이자낰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이 소설을 기점으로 우리 영이는 엄청 뜰테고 그럼 행복할거고 그럼 내 인생은 시궁창이니까 내 인생이랑은 멀어질거고...

반유행열반인 2019-08-19 19:01   좋아요 1 | URL
그래요. 이미 떠서 핵오브핵인싸 암흑의 핵심 코어의 코어로...멀어지라 그래...제일 헛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랑 인기 작가 걱정...나나 잘하쟈...하아...
 
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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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4 장강명
작년 이맘쯤 장강명에게 꽂혀서 전작을 다 읽어버렸다. 재미있었다. 지금은 좀 식었지만 신작이 나와 읽어보았다. 알라딘의 20주년 선물로.
읽다보니 오락가락하는 기분이었다. 이게 과연...소설일까? 신문 기획 연재물 같기도 하고 소위 말하는 문학성도 떨어지고. 한편으로는 난쏘공 같은 걸 하고 싶었나? 그런데 그건 예쁘고 환상적인데. 여긴 그런게 없어. 그러다가 또 주의깊게 읽게 되고. 다 읽고나서도 모르겠다. 이런 글이 필요하긴 하다. 다만 조금 더 세련되면 좋겠다. 메시지를 담으면 왜 촌스러워지기 쉬운지 모르겠다. 어렵다.

-알바생 자르기-젊은작가상 수상집에서 읽은 걸 다시 보았다. 나는 같이 일하는 보조 비정규 인력에게 일 안 시키고 내가 다해. 그걸 나름 자랑인 줄 알았다. 나는 혜미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은영이었는지도 모른다.

-대기발령-어쩌면 해고보다 더 잔인하다. 우리가 앉은 자리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식이면 안 된다. 알면서도 아직 우리 차례가 아니라고 쉽게 눈을 감는다.

-공장 밖에서-구성은 어정쩡했지만 산 자인 해고를 면한 사람들과 죽은 자인 해고자의 대립, 자본가가 아닌 같은 노동자끼리 대립하는 잔혹한 장면을 접하는 건 신선하고 불편하고 슬펐다.

-현수동 빵집 삼국지-제목은 솔직히 모르겠다. 삼국지 붙이기에 어울리진 않는다. 프랜차이즈의 허울과 자영업자의 고충을 그린 점은 좋았다. 치킨 버전이었으면 더 핫했을 것 같다. 진짜 전쟁이지.

-사람 사는 집-그나마 제일 소설 느낌나는 소설이었다.영화 귀여워도 그랬고 난쏘공도 그랬고 철거촌은 늘 디스토피아, 종말 세계처럼(나쁜 의미로) 환상적으로 그려지는 것 같다.

-카메라 테스트-이게 더 전쟁 같았다. 단 한 자리를 위해 모여든. 단 한 순간으로 모든 게 무너지는. 공채에 대한 회의를 보였던 작가의 르포가 이 소설에 압축적으로 녹아든 느낌이었다. 연예인이나 배우 오디션 같은 소재로 해도 마찬가지였을 듯.

-대외 활동의 신-이것도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다. 사실 재미있다고 하면 안 될 것 같다. 취업 시장에서 뭐라도 내세우기 위해 허울 좋은 대외 활동에 자본가들에게 노동을 착취당하고 그렇게 길들여지다 운이 좋아야 대기업 정규직이 되어 안도할 수 있는 청춘이란. 토익을 잠깐 준비했지만 응시한 적은 없다. 대외 활동이니 공모전이니 안 해봤다. 스펙도 없이 직업 세계에 안착한 건 운좋은 일이고 감사할 일이지만... 만일 이런 세상에서 다시 취업을 하라면 과연 날 받아줄 자리가 있긴 할까.

-모두, 친절하다-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서비스 노동의 세계.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 돌아보는 건 의의가 있지만 하루 안에 우겨 넣은 모습이 작위적인 느낌이었다.

-음악의 가격-디지털 음원을 내고 딱 한 번 정산을 받았다. 만원 안팎. 데이터 없는 요금제를 쓰다보니 스트리밍보다는 다운로드 구매를 하고 최애밴드들은 아직도 시디를 구매한다. 그래서 뭐. 음악이 아니더라도 나는 수많은 재화와 용역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가. 화자의 마지막 넋두리처럼 스트리밍의 시대에 모든 서비스가 원격 제공되는 소위 4차산업혁명 사회가 되면 모든 것들이 공평한 대가를 받을 수 있을까. (애초에 그땐 우리의 필요 자체가 남아있을까. )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초반부 읽자마자 웃었다. 하하. 이거. 내 얘기. 장강명이 먼저 써버렸다. 공통점: 고3, 좆같은 급식, 개선 요구 운동, 투서, 차이점: 난 단독범행(?), 익명 투서, 그래서 안 잡힘, 우리 학교는 공립이고 교장은 이 소설 재단처럼 멍청하게 확산시키는 인물이 아니었다. 교활했다. 바로 입단속을 위해 그래그래 다 들어줄게 캄다운 전략을 취했고...이 소설처럼 달라진 것 없이 내가 졸업할 때까지 급식은 개쓰레기처럼 맛없었다. 나중에 주변 몇 아이들에게 내가 범인이라 밝히자 반응은 ‘대학 못 가면 어쩌려고’였다. 입시는 옳고 그름과 상관 없이 한국 고교생에게는 절대 가치이고 아이들이 자유인이 되지 못하고 스스로 굴복하고 예속되게 만드는 족쇄같다. 좆쇄.

친구 카페에 투서 날 남겨둔 글(유인물 원문 포함)이 있어 퍼왔다.
2002년 4월 18일(여고생아. 넌 그로부터 16년 후 이 날 둘째를 낳는단다. 알고 있니. 미래의 너로부터. )
2002.04.18.
교장 선생님께- 급식 개선을 부탁드리며 
안녕하세요. 저희는 학교를 사랑하고 선생님들을 존경하는 학생들입니다. 각설하고, 저희가 교장 선생님께 이 글을 올리는 것은 급식의 개선을 부탁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학생들의 불평과 건의가 있어왔지만 달라지는 게 없는 걸 보면 교장 선생님께서 잘 모르셔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교장 선생님께 직접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희 학생들은 한 끼당 중식 2100원 석식 3000원씩을 내고 하루 대부분의 끼니를 '(주)아벨라고메'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아벨라고메'가 제공하는 음식은 자주 학생들의 지탄을 살만한 것들이었습니다. 최근의 예를 들어 중식 반찬에 콩나물, 떡볶이, 깍두기, 무국이 나왔습니다. 단백질은 찾아볼 수 없는 식단이며 떡볶이는 절대 반찬이 아닌 '분식'입니다. 무국에는 고기 한 점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중식 반찬 중 쥐포가 나왔었는데 심히 비리고 역한 냄새가 나서 먹지 못하고 대부분 버려졌습니다. 석식에서도 반찬이 차지할 넓은 자리에 제리포나 과일조각이 담겨있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반찬을 다 갖추고서 그런 것이 나온다면 모를까요. 이 한 면에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한 예들이 있지만...대부분 이런 식으로 부실한 반찬들이 제공되고 만족스러운 식사는 아주 드뭅니다. 급식 개선건의는 하루 이틀, 몇 주 몇 달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몇 년에 걸쳐 나온 이야기입니다. 해마다 설문조사 같은 걸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이쯤 되었다면 업체 자체에 개선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업체 퇴출 및 새 업체 선정도 고려해봤어야 하지 않습니까? 저희들은 급식업체의 메뉴와 서비스, 위생상태를 볼 때 도저히 우리가 요구받는 가격에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집에서 부모님께서 싸 주시는 도시락을 먹는 게 제일 바람직하다는 것은 알지만 0교시를 위해 일찍 등교해야 하는 저희로써는 새벽같이 도시락 두 개씩을 싸는 어머니의 수고를 참을 수 없어 부득이하게 급식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밖의 음식을 집의 것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최소한 불평 없이 먹을 수준은 되야 하지 않겠습니까? 잔밥이 많이 나오는 것은 저희가 배가 불러서 그렇겠습니까? 먹을 수 없어서, 맛이 없어서 남기게 됩니다. 한창 자라날 나이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으며 학업에 전념 할 저희의 건강은 엉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저희의 건강을 지켜나가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 정도 저희의 상황을 호소했으니 교장 선생님께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시고 문제 해결에 힘써주시리라 생각합니다. 급식의 개선이 되었든 새 업체 선정이 되었든 저희 학생들이 만족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저희는 교장 선생님께서 업체와 결탁했다는 둥의 개소리는 믿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교장 선생님께서 그러실 리가 절대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혹시 '급식에는 별 문제가 없다' 는 판단이 서실 경우, 
2주만 저희와 함께 점심을 드시길 간청합니다. 
저희는 한 달간 개선여부를 지켜보겠습니다. 그때도 지금 상황에서 별로 나아진 게 없다고 판단될 시에는 새로운 방법을 강구하겠습니다.-학교 내부적 방법이든 외부적 방법이든 폭력적이든 비폭력적이든- 지금보다는 더 과격한 방법이 동원되리라고 기대하시면 됩니다. 협박이 아니라 저희의 건강을 지키고 꼬박꼬박 내는 급식비에 합당한 음식과 서비스를 받고자하는 저희의 몸부림입니다. 
다시 한 번 급식 개선에 힘써 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퇴임 전까지 건강하시고 무사하시길 빕니다. -분당 청년 폭도 연맹단 올림. 

일찍 끝난날 워드작성. A4용지에 20장 출력.(소규모;) 
새벽 5시 55분에 집을 나왔다. 빌어 먹을, 버스가 6시 15분에 왔다. 
6시 50분쯤 학교에 도착. 정문에 들어서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게시판에 유인물 부착. 다시 중앙 현관에 유인물 부착. 
학교에 들어서 교장실 문앞에 유인물 부착.(옆에 행정실에 수위 아저씨 
한테 걸릴까봐 열라 조마조마.) 올라가는 계단마다 몇장씩 흩뿌리고 
벽에도 부착. 2학년 교무실, 3학년 교무실 문에 부착. 급식 엘레베이터 
등등에 부착. 
아이들의 반응은 거의 폭발적이었다. 다들 2학년쪽을 의심. 
어떤애들은 아침에 오다가 남자애들 여렇이 몰려 가는걸 봤다고 함; 
곧 선생님들 임시 직원회의 소집, 각 학년 학년회장, 반장들, 학생회 임원 소집. 
교장 왈: 너희들이 원하는대로 해주겠다. 
오늘 급식 변경에 관한 안내문 나옴. 
정말 고치는지 어쩌는지는 더 두고봐야겠지만... 
용기없는 공부만 하는 교우들의 가슴에 불을 당긴 것만으로도 
흡족. 소극적이고 순종하는 태도에 다소 실망. 

00(친구 이름), 우린 세상을 바꿀수 있겠지?

졸업식날 00대상이라고, 학교 이름딴 상을 문돌이 대표로 받았다. 학교 최고상이라고 허울은 좋지만 의대 간 애들한테 외부에서 온 좋은 상 다 뿌리고 내신 좋았던 찌그래기에게 털어주는 거였다. 그 때 상을 건네는 교장에게 ‘급식 자보 기억 나세요?누가 했게요?’하고 말을 건넸다면 느와르 영화 같고 폼났겠지만 그땐 순진해서 그런 생각 못했고 이전 교장놈은 1학기 마치고 퇴임해서 다른 할배에게 받았다.

나는 좆같은 급식만 먹다 졸업했지만 다음해 급식 위탁업체가 바뀌고 그 다음해엔 직영급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세상을 바꾸었냐 하면 개뿔 나만 바뀌었다. 가끔 송곳인 척 철없이 어른들 들이받다 개까이고 얌전히 있던 다른 어른들이 총알받이 되어 탈탈 털린 내게 뒤늦게 다가와 우리가 미안해…이지랄하는 꼴을 보면서 나는 점점 말이 적어지고 결국엔 어떻게 하면 눈에 안 띄고 처박힐 수 있을까 하며 대가리만 눈 속에 처박은 꿩새끼가 되고 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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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7-24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브라보, 분당 청년 폭도 연맹단의 단주이자, 유일한 단원이신 열반인님을 뵙습니다.
저 필력 보소. 처음부터 끝까지 우린 널 의심할 뿐이라는 티를 팍팍 내면서도 사람을 구석으로 몰아넣는 저 포석도 좀 보소....

제가 보기에, 고3 때 기준, 열반인님의 필력은 syo같은 허접한 족속을 씹어돌리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7-24 22:05   좋아요 0 | URL
급식이를 맛 없는 급식으로 건드리면 나오는 포효 같은 거죠...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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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3 다니엘 글라타우어

연애소설을 즐겨보는 편은 아닌데 설정 자체가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34세, 혼인 생활 8년, 딸 하나 아들 하나, 누군가의 이메일을 기다린다.
뭐 안 비슷한 부분이 훨씬 더 많다. 에미는 아름답고 자신감이 넘친다.
레오는 최선의 끝맺음에 관해 깊이 고민한 듯하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에 곤경에 처한 인물들이 자신은 누군가 만든 이야기 속 배역일 뿐이라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 섬뜩한 순간을 생각보다 자주 보았다. 클리셰로 살지 않는 길. 이미 있는 이야기와 겹치지 않는 독창적인 방향 찾기. 망했다. 일곱 번째 파도는 당분간 읽지 않겠다. 나는 아홉 번째 파도(최은미)도 이미 봤거든?(...응?) 개체의 삶은 이리도 진부한 것이냐. 손끝 발끝 머리끝으로 퍼져나가는 화학물질의 작용은 그대로 즐기며 머리로는 응, 이야기네. 달달한 이야기야. 가끔 이런 걸 읽으며 정서 순화도 해줘야지.
그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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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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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2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1928년생. 밀란쿤데라보다 한 살 누나인 우리 외할머니. 경기도 광주군 남한산성면 하번천리에 혼자 밥해먹고 사신다. 자식이 일곱이면 뭐해. 구십 넘은 노모 모시려드는 이 하나 없는 걸. 그래도 근처 사는 외삼촌들 돌아가며 수시로 들르고 서울 사는 우리 엄마는 가끔 다녀온다.
엄마가 뵈러 가면 할머니는 일정 때, 전쟁 때 겪은 일을 밤이 깊도록 이야기한다. 나도 가 뵌지 오래됐지만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 풀어 놓던 게 생각난다. 우라질- 거리며 고생한 일들 서러운 날들 이야기하는 할머니는 듣는 사람 귀기울이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시골에 다녀온 엄마는 불쌍해. 나 곧 죽을 거 같아 라고 하셔. 하며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를 나한테 다시 전한다.
전쟁통에 미군 놈들이 마을에 들어오면, 여자들은 홍역 앓아 누운 애들도 다 내팽개치고 뒷산 방공호로 숨었대. 그놈들이 그렇게 여자들을 건드리고 다녀서…
그 얘기 좀 그만할 수 없어!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이 얘긴 안 했었는데.
했어! 열 번도 넘게 했어. 뭐 좋은 얘기라고 자꾸해.
천하의 개썅불효녀인 나는 그렇게 엄마의 입을 막았었다. 그거 들어주는게 뭐 힘들다고. 사실 조금 힘들긴 한데 그걸 못참고.
총알이 빗발치는 길을 건너고 나면 나잘나잘 걸레짝이 된 아기 업은 포대기, 일가족이 숨은 방공호에 포탄이 떨어져 다들 숯처럼 까맣게 타버린 걸 보고도 덤덤했다는 이야기, 미국 흑인 병사에게 강간을 당하고 미쳐버린 여자, 미숫가루 꾸러미 같은 걸 하나씩 들고 남하한 중공군 소년병사들은 오히려 착했어, 민간인들 해치지도 않고 농가의 소라도 잡으면 소값으로 인민화폐 같은 거라도 쥐어주고 가고 또 그것때문에 나중에 큰일 칠까 무서워서 숨겨놓고…
내 어머니 이야기 보면 작가는 자기 엄마가 들려주는 할머니 이야기 듣고 만화 그려서 세상에 없어지면 안 되는 책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잖아? 그런데도 내 엄마를 통해 듣는 할머니 목소리를 외면해 버린 나는 잔인하고 멍청한 놈이 아닐까 싶었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 어떤 내용일까 내내 궁금했는데 결국 펼쳐 보게 되었다. 읽기 시작하면서 멍청하고 잔인한 나는 ‘아, 왜 재미난 책 잔뜩 사놓고 이런 걸…’ 하고 있었다. 자주 책을 덮었다. 여태까지 읽었던 책 중에 가장 많은 죽음의 순간을 담지 않았을까 싶다.
벨라루스 출신인 작가는 소련군 또는 빨치산 부대에 속해 싸우거나 그들의 전쟁을 지원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이 책에 담았다. 아주 가끔 작가의 탄식에 가까운 나레이션이 나오고, 책의 대부분은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참전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이 보고 겪은 전쟁이 날 것 그대로 담겨있다.
소련이라는 조국을 믿고, 공산주의를 믿고, 그 땅을 목숨바쳐 지켜야 한다는 마음, 사랑하는 이들을 죽인 파시스트에게 복수하겠다는 마음으로 그들은 전쟁터로 나갔다.
나의 죽음, 내 소중한 이의 죽음, 같은 편 군인과 적군과 민간인의 죽음, 말과 닭과 개의 죽음, 숲과 마을과 집의 죽음, 피와 상처, 시신, 불타고 남은 게 거의 없는 폐허, 그들이 보고 겪은 시간과 공간이 그야말로 종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와중에도 수를 놓고, 폐허 속에 구두를 사고, 예쁜 다리가 다치거나 진흙탕에 추한 시체로 엎어져 죽을 것을 두려워하고, 전우와 부상병과 사랑에 빠지고, 증오하던 독일군에게조차 빵을 건네고. 인간성과 여성성을 잃지 않고 많은 것을 기억하여 목소리로 전해준 그들의 이야기는 그것 자체로 아름다웠다. 남의 고통과 슬픔과 죽음을 아름다웠다는 한마디로 줄여버리는게 미안하고 죄스럽지만 그 이상으로 표현할 능력이 내게 없다.
소련군은 독일군을 이겼다. 겉으로는 승리했지만 전쟁 이후 참전 여성들은 오랜 시간 고통 받았다. 전쟁에 나가 목숨 걸고 싸운 그들을 남성 군인들과 문란하게 놀아난 취급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포로가 되느니 자살하라는 스탈린의 명령 때문에 포로로 잡혔다 살아 나온 사람들은 반역자로 몰려 전쟁 이후 긴 시간 수용소 생활을 했다. 모두가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았고 그들의 고통에 침묵했다. 참전 남성이 겪은 고통도 있겠지만 여성이 겪은 고통은 이중삼중으로 심했다. 몸과 마음이 병들고 가족을 잃고 혼인상대가 될 수 없다는 소리를 듣고 아픈 아이를 낳자 전쟁터에 나가 사람 죽인 비정상인 여자가 정상인 아이를 낳을 수 있겠냐는 폭언까지 듣는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잔인해지는 것일까. 전쟁에 대한 증오와 공포를 왜 더 큰 고통을 겪은 여성들에게 쏟아 놓았을까.
다른 이의 지난 시간에 귀기울이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수많은 죽음과 파괴와 나는 쟤네는 인간이 맞는 걸까 그런데 왜 이럴까 싶은 일들을 겪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게 녹록치는 않은 일 같다. 그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마음은 어떻겠어. 그들을 찾아간 작가를 거부한 이들도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기뻐했다. 누군가 이야기를 들어주고 글로 써서 세상에 알린다는 것에 고마워했다.
가장 가까운 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말하려는 사람의 입을 막지 않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기. 내 말 한 마디 하기 전에 남의 말을 두 마디 듣기.

+밑줄 긋기
모르스코이 운하를 따라 해군모자들이 둥둥 떠내려오더군. 열을 지어 줄줄이. 크고 새빨간 피얼룩들과 모자들이 한데 엉겨 물결 속에서 일렁이는데…… 나뭇조각 같은 것들도 떠내려오고…… 그건 우리 병사들이 네바 강 어딘가에 버려졌다는 의미였지…… 꽤 한참을 그 자리에 머물렀는데, 그동안 모자들이 계속 떠내려왔어, 끝도 없이. 처음에 모자 수를 세어보다가 그만뒀어. 그 자리를 떠날 수도 그렇다고 계속 보고 있을 수도 없었지. 모르스코이 운하가 우리 전우들의 무덤이 된 거야……

들판을 따라 걷는데, 세상에, 들에 곡식이 얼마나 탐스럽게 여물었던지! 우리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호밀이 발에 밟힐 정도였으니까요. 그해는 전에 없이 농사가 잘돼서 호밀이 높게 높게 죽죽 뻗어 있었어요. 풀잎은 푸르고 태양은 밝게 빛났죠. 하지만 천지에 시신들이 버려져 있고 사방이 피였어요…… 살육당한 사람들과 동물들. 나무들은 시커멓게 타버리고…… 기차역들은 다 부서지고…… 검게 그을린 기차칸마다 까맣게 타버린 주검들이 걸려 있었죠…… 

전쟁터에서도 빨래를 하고, 죽을 끓이고, 빵을 굽고, 부엌 식기들을 씻고, 말을 돌보고, 자동차를 수리하고, 관을 짜고, 우편물을 배달하고, 군화에 밑창을 대고, 담배를 들여온다. 어쩌면 오히려 전쟁터에 더 많은 일상의 삶이 있는지도 모른다. 하찮고 사소한 일들 역시. “이렇게 말하면 이상할 거예요. 그렇죠? 전쟁터야말로 우리 여자들이 할 일이 산더미같이 많다면 말이에요.” 위생병 알렉산드라 이오시포브나 미슈티나는 이렇게 회상한다. 군대가 앞서가면 ‘제2전선’이 그 뒤를 쫓아갔다. 세탁부, 요리사, 기계수리공, 우체부……

풀밭에 아냐 카부로바가 누워 있었어…… 아냐는 우리 통신병이었어. 심장에 총을 맞고 죽어가고 있었지. 그런데 마침 그때 우리 머리 위로 학떼가 ‘V’자 모양을 그리며 날아가는 거야. 모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지. 아냐도 눈을 떴어. 하늘을 보며 그러더라고. ‘얘들아, 정말 아쉽구나.’ 그리고 잠깐 말이 없다가 우리에게 웃음을 지어 보이며 ‘나, 정말 죽는 거야?’라고 물었어. 바로 그 순간 저만치서 우리 우체부, 클라바가 달려오며 소리치는 거야. ‘죽지 마! 죽으면 안 돼! 집에서 편지가 왔단 말이야……’ 아냐는 눈을 감지 않았어. 기다렸지……

—‘남자 머리’처럼 이발해.
  —하지만 아가씨인데요.
  —아니지. 아가씨가 아니라 군인이지. 아가씨는 전쟁이 끝나고 다시 하면 돼.

나는 전쟁 내내 다리를 다칠까봐 겁이 났어. 나는 다리가 예뻤거든. 남자들이야 다리가 어찌되든 무슨 상관이겠어? 남자들은 설사 다리를 잃는다 해도 그렇게 무서운 일이 아니었지. 
당신은 작가잖아. 직접 한번 생각해봐. 뭔가 아름다운 말. 들끓는 이도 더러운 진흙탕도 없고 구토물도 없는…… 보드카 냄새도 피냄새도 없는 그런 말을…… 우리 삶처럼 끔찍한 그런 거 말고……”

모르겠어, 왜 화요일이었다는 것만 기억에 또렷한지. 화요일…… 며칠이었는지, 몇 월이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안 나. 하지만 분명 화요일이었어. 우연히 창밖을 봤어. 세상에, 우리집 맞은편 벤치에 소년과 소녀가 앉아서 키스를 하고 있더라고. 끔찍한 살육과 총살이 난무하는 세상 한가운데서! 그 아이들이 키스를 하고 있더라니까. 나는 그 평화로운 광경에 충격을 받았어……
소년과 소녀가 잠깐 몸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이내 고꾸라지는 모습만 볼 수 있었어. 둘은 함께 쓰러졌어.
그렇게 그 일이 있고……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다시 하루가 지나는데…… 그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거야. 알아야만 했어. 그 아이들은 왜 집이 아닌 거리에서 입을 맞췄을까? 왜? 그런 식으로 죽고 싶었던 걸까…… 아이들은 언젠간 게토에서 죽을 운명이란 걸 알았던 거야. 그래서 다른 식으로 죽고 싶었던 거고. 그건 사랑이었어. 사랑이 아니면 뭐겠어? 다른 이유는 있을 수 없어…… 사랑밖엔.

전쟁이 무슨 색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어. 전쟁은 대지의 색이라고. 우리 공병대에게는…… 까맣고 노랗고 황토 빛깔인 흙의 색이라고......

조국이 우리를 어떻게 맞아줬을 것 같아? 통곡하지 않고는 이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 40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뺨이 화끈거려. 남자들은 나 몰라라 입을 다물었고, 여자들은…… 여자들은 우리에게 소리소리 질렀어. ‘너희들이 거기서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아! 젊은 몸뚱이로 살살 꼬리나 치고…… 우리 남편들한테 말이지. 이 더러운 전선의…… 군대의 암캐들아……’ 우리는 정말 온갖 말로 모욕을 당했어……

남편이 우리 모녀를 보더니…… 잠깐 있다 가버렸어. ‘정상인 여자라면 과연 전쟁터에 나갈 수 있을까? 총 쏘기를 배우고? 그래서 당신이 정상아를 낳을 수 없는 거다’라고 나를 비난하며 가버렸지. 나는 남편을 위해서도 기도해……

나는 그저 눈물만 흘려, 말은 못하고…… 나 스스로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확신이 안 서는 걸 어떡해? 믿게 할 자신이 없는 걸…… 사람들은 그저 편안하게 살기를 원하지. 고통스러운 이야기 따위는 들으려고 하지 않아……

어느 마을에 갔다가 한 노인의 장례식을 봤어. 노인은 밤에 목숨을 잃었어. 밭에 씨를 뿌리다가 죽임을 당한 거야. 그런데 별짓을 다해도 노인의 손가락이 펴지질 않는 거야. 씨앗을 어찌나 꼭 쥐고 있던지. 할 수 없이 씨앗을 손에 쥔 채로 땅에 묻었지……

잠시 후 어머니가 고개를 들더니 당신 아들만 죽임을 당한 게 아니라는 걸 아셨어. 수많은 젊은 병사들이 죽어 누워 있는 것을 보신 거지. 그러자 이번에는 어머니가 그 죽은 병사들을 위해 또 서럽게 우시는 거야. 자기 아들도 아닌 그 젊은이들을 위해서 말이야. ‘아이고, 내 새끼들! 너희 어머니들은 너희들을 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땅에 묻히는 것도 모르는데! 아이고, 땅속이 얼마나 춥고 차가운데. 이런 엄동설한에 이게 무슨 일일꼬. 내가 너희 어머니들을 대신해서 울어주마. 너희 전부를 가엾게 여겨주마. 내 새끼들아…… 불쌍한 내 새끼들아……’

우리가 독일 땅을 처음 밟은 날, 대위 한 명이 죽었어. 우리가 알기로는, 가족이 아무도 없는 사람이었지. 독일군 점령 치하에서 온 가족이 목숨을 잃었거든. 대위는 아주 용맹했어. 그렇게나 기다렸는데…… 대위는 자기가 먼저 죽을 걸 걱정했어. 놈들 땅에 들어가 놈들의 불행과 고통을 보기도 전에 죽을까봐. 놈들이 울부짖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걸 보기도 전에…… 폐허가 되어 돌덩이만 남은 놈들의 집터를 보기도 전에…… 대위는 아무 이유도 없이 죽었어. 부상을 당한 것도 아니고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죽었다니까. 독일 땅을 밟고 그 땅을 보고는 그대로 세상을 뜬 거야.
  나는 지금도 가끔 그 대위를 떠올려. ‘그 대위는 왜 죽었을까?’”

어느 날 누가 우리집에 장난감 전투기와 플라스틱 총을 가져왔더라고. 바로 쓰레기통에 던져버렸지. 그 자리에서 바로! 왜냐하면 사람의 생명은 선물이거든…… 위대한 선물! 생명은 우리 인간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심장 하나는 증오를 위해 있고 다른 하나는 사랑을 위해 있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사람은 심장이 하나밖에 없으니까. 나는 늘 어떻게 하면 내 심장을 구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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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7-22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묵직- 하군요. 하긴, 이런 아픈 책을 읽고 있으면 몸도 마음도 무겁고 글쓰기도 힘들고 그런 법이지요. 저도 얼른 이 책을 읽어야 할텐데, 요즘은 아프게 하는 책은 무의식이 기피하는 중인 것도 같고..... 가볍고 할랑할랑한 책들만 자꾸 읽습니다.

똑바로 살아야지.

반유행열반인 2019-07-22 16:53   좋아요 0 | URL
가볍고 할랑할랑한 거 많이 읽고 행복하게 사셔요. 저도 추천도서 할랑할랑한 거 읽고 있습니다. (네 그거)
 
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20190715 김연수

작가의 소설은 단 한 권 읽었다.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장편소설도 먼저 읽은 소설집보다 먼저 한 권 모셔놨는데 아직 안 읽었다. 이 산문집 표지에 우표 모양으로 찍힌 게 그거네. 전에 소설 읽고 뭐라고 썼나 찾아봤다. 작년 5월 말. 꼰대. 잘난 척. 별로. 풉. 푸푸풉.
김연수랑 친구라는 김중혁 글쓰기 책 읽고 엄청 까댔는데 이 책은 즐겁고 흥미롭게 읽었다. 이건 인기 있고 싶은 인기 없는 (중혁이 같은)오빠가 아니라 진짜 인기 있는 오빠 같다. 게다가 하나도 안 꼰대 같고 위트와 여유 넘치고 그러면서도 니가 부족한 건 말야...하고 넌지시 알려준다. 와. 와아. 비소설과 문체가 너무 다르긴 하지만, 소설도 다시 찾아 읽어 봐야겠다.

우리 엄마가 십 여년 전 집을 나와 이혼에 성공한 후 한 일이 있다. 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입학. 중간에 내가 예고없이 임신 출산하는 바람에 손녀 봐준다고 휴학하긴 했지만 성실히 강의 듣고 과제해서 5년 만에 무사히 졸업했다. 검정고시 고졸에서 학사로 학력 올리는 게 본 목적은 아니었다. 엄마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책장에서 욕망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문학론과 글쓰기 작법 도서만 삼사십 권. 그런 책이 가득이어도 펼쳐볼 생각을 못했다. 그냥 저게 뭐라고 저렇게 애타게 바랄까 불구경하듯 했다.
아직 나한테 보여주고 싶은 정도로는 쓰지 못하셨나 보다. 최근에는 하이쿠랑 시를 쓴다고 하셨다. 시 쓰는 어머니는 만족스러워 보인다. 소설도 아직 놓지 않으신 걸까, 지금도 글쓰기공작소니 글쓰기만보니 하는 걸 읽는 모습을 보이신다. 문학의 어머니.

나쁜 버릇이 두 가지 있다. 남의 인생의 굴곡이나 본 적 없는 형제 자매 부모 이름까지 알게 되면 장기 기억에 넣어 버린다. 그리고 가끔 지금은 내 곁에 없는, 혹은 아예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의 흔적을 찾아 인터넷을 헤맨다. 싸이월드 때는 파도타기를, 지금은 페이스북에서 동명의 사람들 목록을 빠르게 스크롤 업 한다. 한번은 친구가 신인 소설가를 행사에 섭외해야 하는데 연락처를 구할 길이 없다고 해서 폭풍 검색으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발굴해 연결해주었다. 이런 짓을 하고도 칭찬 받기도 한다.
그 친구 얘기다. 고등학생 때 피씨통신 락동호회에서 수다를 떨었다. 주로 연애사, 음악, 소설에 대한 이야기였다. 만난 건 단 한 번, 동호회가 문 닫기 전 홍대 클럽에서 열린 마지막 공연이었다. 수능을 앞둔 여름이었는데 엄마한테 독서실 간다고 거짓말하고 서울행 버스를 탔다. 그 친구는 예대 문창과에 합격해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그 친구를 아버지, 그 친구의 여자친구를 어머니라고 불렀(고 여자친구는 매번 바뀌어 새어머니가 잔뜩 늘어났)다. 어머니께 집에서 녹음한 내 노래(소음 공해)가 담긴 카세트 테이프를 선물했다. 잠자리에서 잘 들었는데 나중에 수해로 방이 잠겨 유실(공해 퇴치)되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내게 물을 사달라고 했다. 편의점에 함께 갔더니 삼다수 등등 한국산 물병 사이에서 고민 없이 에비앙을 집었다. 열아홉살짜리에게 수입산 생수를 뜯어내는 스무살짜리라니 일진 양아치 풍모 가득하지만 그때는 그것조차 아우라로 느껴졌다. 그래서 여지껏 기억에 남았다.
이십 대 초반까지 그 친구가 카페에 올린 글들을 보고 조잘대다 어느 순간 연락이 끊겼다. 이 년 전 그 친구가 생각나 늘 하던대로 검색창에 그 친구의 이름이며 아이디를 넣었다. 그 시점보다 이 년 전 세 청년이 시체를 들고 다니며 유기하려고 갈팡질팡하는 소설로 일간지 신춘문예에 등단한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을 보니 동명이인은 확실히 아니었다. 까똑에 피씨통신 시절 아이디를 넣으니 내내 여기 있었지롱 하고 연결되었다.
자기가 쓴 소설들을 많이 보여주었다. 나는 옛날에 했던 것처럼 맞춤법 나치질을 하고 신랄한 평을 했다. 재미있다. 재미없다.
그 친구가 말했다. 너도 소설을 써 보지 그래. 남의 말 안 듣기로 유명한 내가 그 말에 어 그래? 하고 쓰기 시작했다. 아마도 에비앙을 당당히 요구할 때부터 이 친구의 말에는 거절할 수 없는 암시가 걸렸는지도 몰라.
한 달에 하나 꼴로 뭘 끄적여서 제출하고 욕 먹는(욕은 안 했다) 관계로 역전되었다. 문학의 아버지.

글자 수만 단편의 형식을 갖춘 네 편쯤 썼다. 문학의 어머니와 문학의 양아버지가 낳은 아이는 뭐가 될까...요?

애둘엄마가 됩니다. 이번에는 계획적인 임신 출산으로 일 년 간 책읽기고 글쓰기고 놓아버렸다. 직장에선 명예퇴직과 함께 빈 자리가 된 보직을 맡아 업무 강도가 높아졌고, 퇴근하면 유산 위험이 높은 상태로 피를 쏟으며 누워 있었다. 누워서 덱스터 전편과 에어리언 1,2,3,4, 커버넌트 같은 걸 보며 태교에 전념했다. (퍽이나. 괴물을 낳고 싶었냐.)
출산 후 한 달 후부터 다시 독서. 서너달 후부터 꼬인 수면리듬으로 잠 안 오는 밤에 스마트폰으로 끄적이기 시작. 그렇게 일 년 전부터 애기 자는 틈마다 다시 쓰다보니.
나는 토고인이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초고라고 불렀던 것들. 만사천 자 이상에 어떻게든 결말 지었다고 생각한 파일을 초고라고 불렀다. 그런게 일 년 간 열한개 더 생겼다. 열다섯 개의 음식물쓰레기 또는 구토물과 토하다 만 찌꺼기 수 십 개. 토고라니 정말 적확한 이름붙이기 아냐.

그러니까 나는 아직 아무도 아니다. 운 좋은 날 한 놈은 학교 가고 한 놈은 삼십 분에서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자주면 그 틈에 딴청을 안 한다면 겨우 뭐라도 쓴다면 편안한 숨을 내쉬는 육아휴직자다. 뭐 내내 이러고 살아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좋은 취미다. 나쁜 일이 생겨도 에이 써버리지 뭐. 미운 사람이 생각나도 써버려! 내가 한 몹쓸 짓에 괴로울 때면 써버리고 고생시켜 벌주면서 반성하지 한다. 가만, 그러면 반대로 호강시켜 주고 제대로 사는 쪽으로 써도 되는 거였네. 그런데 그건 재미가 없겠지.

아직은 토고인인 내게 부족한 게 무언지 앞으로는 어떻게 다시 쓰기 해야할지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기분이다.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려면 뭔가 행동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이 책을 읽고 아직 아무 것도 안 했다. 아무 것도 안 하고 하나도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지금은 애기를 업고 재우려고 시도 중이다. 그게 선행 단계)

나의 미적 감수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아름다운 건 나와 멀다 못해 맞지 않아, 선을 긋고. 예쁜 걸 좋아해 찰랑찰랑한 머리칼을 허리께까지 기르고 기타를 치던 전기과 박사과정 남자친구는 고개를 절레절레 하며 내가 쓴 형편 없는 가사를 덜 안 예쁘게 고쳐주었다. 이과생에게 발리는 조어 감각. 그런 곡들이 인터넷 어딘가를 지금도 들어주는 사람 없이 헤매고 있겠지. 아무도 듣지 않는 노래의 나라, 쓰다가 저장 못하고 날아간 글들이 가는 나라를 가끔 상상한다.
급한 성질은 감추고 가리고 에두르고 그런 느림의 아름다움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직설화법. 나는 당장 이걸 만지고 저걸 가지겠다. 내놔. 얼른 말해 봐. 지금 말할테니 들어라. 으으. 촌스러움과 저열함과 파괴성의 원천이 이거로구나.

글은 아름다워야 한다. 나만 읽을 게 아니라면. 나만 읽는 것이라도. 가장 기본적인 바탕조차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다. 다시 쓸 때도 늘 더 아름다운 표현을 궁리해야 한다.
그러려면 아름다움이 뭔지 알아야 한다. 아름다움이 뭔지 알려면 더 느끼며 살아야 한다. 더 느끼려면 귀와 눈과 코와 하여간 뭐든 더 열어두어야 한다. 그러려면…

당위가 늘어간다. 그런데 그것들이 나를 괴롭히기 위함은 아니다. 결국 나를 몰아 넣고 다져대던 그 구석에서 나를 끄집어 내야 한다. 행복해져야 한다. 아니 행복해지려고 애써야 한다. 애쓰고 바꾸려고 움직여대지 않으면 내 글도 나도 그대로다. 난 맨날 이모양이야...이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와, 많이 배웠네. 김연수 최고. 하하하.

+밑줄 긋기
“비평가들이란 하렘의 환관과 같다. 매일 밤 그곳에 있으면서 매일 밤 그 짓을 지켜본다. 매일 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그 자신은 그걸 할 수가 없다.”
  매일 지켜보면서도 그걸 할 수가 없다면, 음, 무척 슬프겠다. 사랑하는 재능을 확인한 뒤에야 사랑에 빠지는 사람도 있을까? 그러니까 사랑에 빠진 젊은 소설가여, 매일 그걸 해라.

내가 쓰는 소설의 주인공이 ‘행동한다-좌절한다-곰곰이 생각한다-다시 행동한다’를 반복하면서 점점 절정을 향해 나아간다면, 소설을 쓰는 나 역시 ‘쓴다-좌절한다-곰곰이 생각한다-다시 쓴다’를 반복하면서 점점 소설 쓰기의 절정으로 올라가야만 하리라. 그러니까 먼저 소설가가 되라고 말한다면 순서가 잘못됐다. 소설가라면 플롯의 시작점이 행동이라는 걸 알아야만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는 자신의 삶이 ‘쓰기’에서 시작한다는 사실도 알 것이다. 그러니 먼저 소설가가 되어야만 소설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먼저 뭔가를 써야만 소설가가 될 수 있다. 

그 말씀 덕분에 나는 문학적 표현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문학적 표현이란 진부한 말들을 새롭게 표현하는 걸 뜻한다. 결국 문학이란 남들과 다른, 더 나아가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문장을 구성하는 걸 뜻하니까. 욕망의 말들은 꽤 진부한 편에 속한다. 욕망의 말들이 진부한 건 예나 지금이나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원하는 것은 대개 비슷하기 때문이다. “죽을 만큼 너를 사랑해!”라고 말해보라. 그건 문학적으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말이다. 일단 죽지도 않을 것이며, 그러므로 진짜 사랑한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욕망은 뜨거운 불꽃과 같아서 제대로 형상화가 이뤄지지 못한 종이인물(영어로는 납작한 인물, 즉 ‘flat character’가 되겠다)이 그런 말을 입에 담다가는 단숨에 타버리고 말 것이라고 말하는 건 이 때문이다. 하긴 오히려 그렇게 납작해진 것 자체가 판에 박힌 욕망의 말을 그대로 입에 담은 결과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욕망의 말들이 불꽃과 같다면 그 말들을 다룰 때는 안전장치가 필요할 텐데, 그게 바로 비유법이다. ‘이를테면’ ‘말하자면’ ‘가령’ 등의 부사로 시작하면 비유의 문장이 만들어진다. 예컨대 “그 아이가 삶의 허무를 견딜 수 없었나봐”라고 쓴 뒤에 여기에 줄을 긋고 ‘이를테면’으로 시작하는 문장으로 다시 쓴다. “이를테면 마음에 난 자리가 운동장만해졌다거나”라고 써도 좋고, “이를테면 그 아이의 삶이 어떤 방송도 잡히지 않는 고장난 라디오처럼 변했다거나”라고 써도 좋다. 비유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어떤 뜨거운 내용도 담을 수 있다. 촌철살인이라는 고사성어도 있다시피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비유법이라면 수사학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이란 매 순간 상황과 사건에서 설득의 매개와 근거를 찾아내는 발견술이라고 썼다. ‘발견술’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 한글 자모를 조합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표현의 숫자는 무한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니 아직 조합되지 않은 표현을 찾아낸다는 의미에서 보자면 작가는 ‘이를테면’ 언어의 발견술사라고도 할 수 있겠다.

결국 소설의 대사란 진부한 욕망의 말들을 은폐하기 위해 참신한 문장으로 다시 표현하는 데 1차적인 목표가 있고, 그다음으로는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데 2차적인 목표가 있는 셈이다. 당연하게도 두번째 목표가 소설가에게는 훨씬 더 중요하다. 

소설가는 내용을 고치는 사람이 아니다. 문장을 고치는 사람이다. 잘 고치는 사람, 그러니까 본인이 만족할 정도로 충분하게 많이……, 남들보다 더 많이 고치는 사람. 그게 다다.(그러니 술자리에서 소설가가 말이 많다고 너무 미워하지 말기를.)

시어머니 죽는 날도 있다. 사람은 다 죽는다는 잔인한 진실로 만들 수 있는, 이 얼마나 낙천적인 표현인가!

‘왜 어떤 사람들은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그 길을 걸어가는가? 그 이유는 그 길이 죽음의 길이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모른다, 라고 말해야만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우리 개개인은 충분히 오래 살지 못하지만 우리 인류는 충분히 오래 살 테니, 우리 모두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 죽겠지만 우리가 간절히 소망했던 일들은 모두 이뤄지리라. 우리가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과 역사라는 무한한 시간을 상상할 수 있다면, 과거의 빛과 미래의 빛이 뒤섞인 밤하늘처럼 과거의 사람들과 미래의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있는 광경을 상상할 수 있다면. 먼 훗날 어딘가 다른 곳이 아니라 지금 즉시 바로 여기에서. 마흔 살이 지난 뒤에도 우리가 미혹돼야만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더 읽을 책들
헤밍웨이(한 권도 안 봤다니. 성격 더러운 건 나랑 제일 비슷할 거 같은데. 아니 안 읽고도 성격이 더럽다고 단언하다니.) 일단은
  (84일 동안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한 재수없는 노인 + 1천 5백 파운드가 넘는 어마어마한 물고기) / 이런저런 상어들 = 3박 4일 동안, 고생 끝에 잡은 물고기를 상어들에게 다 뜯겨가면서도 항구까지 끌고 오는 이야기
부터.(아홉 살 때 어린이판으로 읽은 것도 읽은 거로 쳐야 하나.)

세이쇼나곤이라는 11세기 일본의 고위 궁녀가 쓴 수필집 『마쿠라노소시』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이라 말하지 않고 쓰려면..)
요네하라 마리가 쓴 『속담 인류학』 (이건 꼭 봐야 해!)
불안한 건 왠지 한국어판 없고 작가가 일본어판을 읽고 자랑해 놓은 건 아닌가 하는 것...검색해 봐야지.
토머스 핀천의 『Slow Learner』
이 책 내내 PPL로 광고+홍보한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집에 있으니까), 『꾿빠이, 이상』(도서관에 있는 것 같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제목이 끌린다), 데뷔작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자주 언급되었다 첫 소설이니 아무래도..) 막상 소설 보고는 산문 쓰는 거랑 왜 이리 달라! 꼰대! 잘난 척! 별로! 또 투덜대는 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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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7-15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김연수였다구요? 헐. 그건 아니다. 거짓말.
왜 자꾸 저를 우주로 보내시나요, 우주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그나저나 열반인님의 단편이 너무 궁금합니다.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너무너무너무너무 궁긍합니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얼마나 궁금하냐하면 너무너무너무너무 이런 짓을 십 분은 너무너무너무너무 할 수 있을 정도로 궁금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7-15 12:16   좋아요 0 | URL
혹시 남이 토한 걸 맨손으로 훑어서 드시는 취미가 있으시면 취식 가능하시고, 아니시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박수를 짝짝짝 치시며 멀찍이 토하는 게 튀지 않게 서 계심이...
그게 김연수였다니까요. 검색하다 김연수가 연재한 거 보고 아니야 설마 그럴리가 없어 하고 산문집까지 찾아보니 어릴 때 헤어진 쌍둥이(응? 개띠랑 소띠랑 그게 돼?) 마냥 글맛이 닮았더라니까요. 이쯤 되면 syo 꿇어 앉히고 그래서, 김연수 필사 했어? 안 했어? 아니면 왜 때문에 잘 써? 하고 다그쳐야 할 것 같은...

syo 2019-07-15 12:23   좋아요 1 | URL
열반인님은 본인의 작품을 토고라고 평가하셨지만,
syo를 먹고 김연수의 글맛을 떠올렸다는 대목에서 미루어 보아 열반인님의 미뢰가 썩 편파적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신뢰할 수 없군요. 그런고로 직접 확인하려 합니다. ‘그래도 이거라면‘ 싶은 걸 얼른 내놓으세요...... 어떻게, 메일로 받을까요? syo8kirins@네이버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배웠네요. 김연수 작가님 개띠.
과연 열반인님이 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는지를 잘 알게 되는 글과 댓글이었습니다.


2019-07-15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5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5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5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5 15: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