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의 정원 산책 - 사람, 식물, 지구! 모두를 위한 정원의 과학
레나토 브루니 지음, 장혜경 옮김 / 초사흘달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평점


4.5점   ★★★★☆   A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도시의 불빛 속에서 흐릿하게만 보이던 별들이 찬란한 빛을 내고 있다. 별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지만, 도시인들의 눈은 엄청 재미있고 네모난 디지털 유니버스(Digital Universe)인 스마트폰을 향해 있다. 도시인은 가장 높은 위쪽과 가장 낮은 아래쪽을 잘 보지 않는다. ‘가장 높은 위쪽이란 낮 하늘과 밤하늘을 말한다. ‘가장 낮은 아래쪽은 사람들의 발밑에 있는 땅이다. 흔히 땅을 흙 또는 토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 줌의 흙 속에는 수억 마리의 미생물과 토양미생물이 공생 관계를 유지하며 조화로운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이들 미생물이 생산해내는 효소의 작용으로 토양 속의 유기질과 무기질은 분해되기도 하고 합성되면서 생화학적인 생리작용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식물이 잘 자라나려면 오염되지 않은 건강한 땅이 유지되어야 된다.


식물학자의 정원 산책을 쓴 저자는 넓은 정원을 가꾼 자신의 할아버지가 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책의 서두를 시작한다.

 

 

 “식물은 복잡한 생물이란다.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여 땅을 내려다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지. 날 도와주려거든 허공을 보지 말고 네 발밑을 보려무나.” 


(식물학자의 정원 산책들어가는 글에서, 6)



시골에 농사를 짓거나 정원을 가꾸면서 사는 어르신들은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기에 서투른 일부 장년층과 노년층을 사회적 취약 계층으로 분류하여 디지털 문맹자라고 부른다디지털 문맹자가 늘어난 현상을 심각하게 여긴 몇몇 전문가는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시대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만큼 앞으로도 이러한 교육제도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한 도시인들도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잘 모르면서 살고 있다. 도시인들은 발밑에 있는 식물에 대해서 잘 모른다. 정말로 아무 식물이나 자세히 관찰할 정도로 좋아하는 식물학자나 아마추어 식물 마니아를 제외하면 갈 길 바쁜 도시인들은 조그마한 풀잎조차 눈길을 주지 않는다. 식물학자의 정원 산책의 저자는 식물을 인간이나 동물보다 무시하는 경향을 식물맹(plant blindness)’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밤하늘을 자주 보지 않더라도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광대한 우주를 상상한다. 이 광대한 우주는 인간을 지구에 민폐 끼치는 미세 먼지같이 보이게 한다. 우주에서 유일한 생명체이자 두 발로 걷는 미세 먼지들은 자신보다 더 작은 무수한 존재들이 사는 토양의 세계에 무관심하다. 알고 보면 이 아래쪽 세계도 광대한 우주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여전히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아서 이름조차 없는 식물과 미생물들이 토양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식물을 그저 밑바닥에 깔린 부차적 존재(7)’로 바라보는 인간 중심적 시선을 비판한다.


평소에 정원을 가꾸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저자의 비판에 반박할 것이다. 이 사람들은 자신이야말로 누구보다 식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식물을 모르면서 사랑하는 것은 알고 사랑하는 것과 다르다. 식물의 생장 방식을 모른 채 식물을 사랑하면 오히려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거나 본의 아니게 지구 환경을 망치는 행동을 할 수 있다물을 많이 주면 식물이 잘 자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식물에 물을 듬뿍 주는 행동을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해야 할 태도로 여긴다. 그러나 식물은 알아서 물을 마신다. 저자는 정원에 주는 물의 양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식물에 물을 적당히 주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정원의 꽃과 나무가 잘 자라도록 화학비료를 듬뿍 주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식물들은 잘 자라겠지만, 식물이 생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토양의 미생물은 줄어든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식물도 오래 살 수 없다. 정원사들은 식물이 자라기에 적합한 흙인 토탄을 많이 사용한다. 토탄의 장점은 많다. 토탄의 색깔은 비옥한 자연의 흙과 비슷하다. 그리고 토탄은 식물의 어린뿌리를 보호하고, 뿌리가 거침없이 쑥쑥 자랄 수 있게 돕는다. 하지만 식물맹인 도시인과 토탄의 장점을 잘 아는 정원사들은 토탄을 생산하기 위해 습지가 무분별하게 파헤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정원을 잘 가꾸기 위한 이유 하나만으로 습지가 사라지면 그곳에 사는 생명체들(식물도 포함되어 있다)의 터전도 없어진다.


식물학자의 정원 산책식물을 사랑하면서 지구까지 생각하는마음으로 정원을 가꾸자고 제안한다. 그는 식물이 복잡한 생물이라는 사실을 먼저 이해하고, 식물을 자주 접하면 식물맹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연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 슬기롭고 슬기로운 사람)라고 쉽게 생각한다. 우리 주변 세상을 좀 더 넓게, 유심히 바라보자. 그러면 우리는 누구인지 (잠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리는 가장 위쪽의 우주와 가장 아래쪽의 우주 사이에 끼여 사는 ‘Homo misemeonji’.







Mini 미주알고주알

 


 

1

 

 

* 90

 

마침 우리 집 정원의 담쟁이를 향해 선전 포고를 하고, 그리스 신화 속에서 뱀과 싸우는 라오콘[]처럼 녀석과 씨름을 벌이던 참이라 그 어마어마한 숫자가 뼈저리게 다가온다. 할아버지가 연로하셔서 정원 일에 손을 놓아 버리자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초록빛 촉수를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 라오콘(Laocoon)은 트로이의 신관이다. 그는 거대한 목마를 트로이 성안으로 들여오는 것을 반대한다. 신의 노여움을 받은 그는 두 아들과 함께 바다에서 나온 거대한 뱀 퓌톤(Python)에 휘감겨 목숨을 잃는다. 라오콘은 뱀과 싸운 인물이라기보다는 뱀의 공격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죽어간 인물에 가깝다. 그리스 신화에서 뱀(히드라, Hydra)과 싸운 인물은 헤라클레스(Herakles).






2

 

 

* 213

 

현재 우리가 한창 발견 중인 식물들은 냉전 시대에 수집한 것들이다. 1980년 영국의 하드 록 밴드 레드 제플린이 해체하기도 전이며, 1976년 중국에서 톈안먼 사건이 일어나기도 전이고, 1970년 독일의 전설적인 축구 선수 프란츠 베켄바워가 탈구된 어깨를 삼각 끈으로 묶고 뛰었던 그 유명한 경기[]가 있기도 전이다.

 

 

[] 그 유명한 경기1970년에 열린 FIFA 멕시코 월드컵 준결승전을 말한다. 당시 독일(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이었으니 국가 명칭은 서독이다)의 준결승 상대는 이탈리아였다. 경기 결과는 4:3으로 이탈리아가 승리했다. 이 경기에 출전한 베켄바워(Franz Beckenbauer)는 어깨를 다친 상태로 연장전까지 뛰는 저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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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라슈 2020-12-17 0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찾지않는 바람부는 언덕에
이름모를 잡초야
한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나훈아 노래 <잡초>입니다. 사실 잡초는 이름이 없어서 잡초가 아니라 사람이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는 여러가지 풀이라고 정의되고 있으니 나훈아의 <잡초> 가사는 엄밀히 따진다면 약간의 오류가 있다고 해야겠지요^^ 세상에 이름없는 풀은 없으니까요. 혹시 미발견된 새로운 종이 어딘가 있을지도 모르겠만요..

봄이 되면 가장 먼저 고개를 내미는 풀중에 하나가 냉이인데 이 냉이도 자주 안 보면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냄새를 맡아봐도 뿌리를 캐봐도 잎모양을 유심히 살펴봐도 냉이 비슷한 것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식물맹일겁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당장 내가 확실히 알고 구분할 줄 아는 식물이나 나무 이름을 대보라면 30개도 못 채울 것 같네요. 그러고 보면 우리가 이름을 전혀 모르는 식물과 가까이 공존하면서도 그 이름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는 현실이 상당히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학교나 직장에 수십, 수백명이 있어도 이름을 다 외우고 연예인, 걸그룹, 운동선수, 정치인 이름은 줄줄이 꿰는데 정작 내 발밑의 그 잡초들 이름 하나 모르고 수십년 째 살고 있다니 좀 부끄럽기도 하네요.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식물들에 대해 너무 무지해서 식물들에게 미안하게 느껴집니다. 봄이 오기전에 좋은 식물도감책 하나 구입해서 틈틈히 봐야 겠습니다.
글 잘봤습니다.

cyrus 2020-12-17 09:03   좋아요 0 | URL
식용 버섯도 구분하기 힘들어요. 등산한 사람들이 식용 버섯인 줄 알고 따서 먹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도 그렇고 대부분 사람은 먹을 수 있고, 몸에 좋은, 예쁜 식물을 선호해요. 식물을 너무 좋아한 사람은 외래종까지 사와서 자신의 정원에 심으려고 하는데, 이 책의 저자는 외래종을 무분별하게 들여오는 일을 비판해요. 이 책은 식물맹, 식물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이 봐야 할 책입니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EP. 4

 

 

 

미주알고주알: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미주알: 항문에 닿아 있는 창자의 끝부분

 

고주알: 미주알과 운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진 의미 없는 단어

 

미주(尾註): 논문 따위의 글을 쓸 때, 본문의 어떤 부분의 뜻을 보충하거나 풀이한 글을 본문이나 책이 끝나는 뒷부분에 따로 달아놓은 것

 

고주(考註): 깊이 연구하여 해석하거나 풀이함 또는 풀이한 주석




















*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민음사, 2004)







1

 


* 22~24쪽 본문 요약

 

마리오는 우편배달 일을 하면서 받은 첫 월급으로 아버지에게 드릴 포도주, 영화 극장표, 독일제 무쇠 빗, 그리고 로사다 출판사에서 나온 네루다의 시집 일상 송가[1]를 구입한다. 마리오는 우편물을 배달하러 네루다를 만날 때 이 시집에 시인의 사인을 받으려고 한다.


그러나 마리오의 직장 상사 코스메는 마리오의 계획이 실현될 수 없다고 충고한다. 코스메는 시집에 이미 네루다의 헌사가 있어서 한 권의 책 속에 시인의 헌사가 두 개나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마리오는 두 번째 월급을 받은 날에 신 일상 송가[2]를 구입한다. 소중한 돈을 책값으로 쓰고 만 마리오는 꿈에 그리던 산티아고 여행을 포기한다. 이 와중에 책이 팔려서 기분이 좋은 서점 주인은 마리오에게 다음 달에는 3송가[3]를 준비해놓겠다고 말한다(24). 마리오는 얼마 안 되는 월급을 써가면서 시집 두 권을 샀지만, 결국 시인의 헌사를 받지 못한다.

















평점: 4점   ★★★★   A-




[1] 원제: Odas elementales. 초판은 1954년에 출간되었다. 역본: 너를 닫을 때 나는 삶을 연다: 기본적인 송가(민음사, 2019)

 

[2] 원제: Nuevas odas elementales. 초판은 1956년에 로사다(Losada)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3] 원제: Tercer libro de las odas. 초판은 1957년에 로사다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2

 

 

* 46쪽 본문

 

친애하는 마리오. 전보를 읽고 싶어 죽겠네. 허락해 주겠나?”

그야 물론이죠.”

고맙군.”

스웨덴에 온 게 아니죠. 그렇죠?”

.”

금년에 선생님께 노벨상을 줄 것 같나요?”

그 일은 벌써 신경 껐네. 마치 경마용 말처럼 내 이름이 매년 수상자 후보 명단에 올라가는 게 불쾌해.”[]

그럼 전보는 어디서 온 거죠?”

당 중앙위원회로부터.”

나쁜 소식이에요?”

최악의 소식이야! 나더러 대통령 후보를 하라는 거야.”

 



[다음 내용과 비교해 볼 것



 만일 대통령과 노벨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네루다: 그렇게 엄청난 것들은 선택하고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선생님 책상 위에 대통령 자리와 노벨상이 올라와 있다고 가정해보시죠.

네루다: 그럼 저는 다른 책상으로 자리를 옮길 겁니다.

 

(7개의 목소리》 중에서, 52)

 

 

아르헨티나 출신의 기자 겸 작가 리타 기버트(Rita Guibert)가 이슬라 네그라에 살고 있는 네루다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날짜는 19701월이다. 이듬해에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다



















* 리타 기버트 7개의 목소리: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증인들(그책, 2019)


평점: 4.5점   ★★★★☆   A




리타 기버트는 일곱 명의 라틴아메리카 출신 문인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Miguel Angel Asturias), 옥타비오 파스(Octavio Paz), 훌리오 코르타사르(Julio Cortazar),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 기예르모 카브레라 인판테(Guillermo Cabrera Infante)을 만나 인터뷰를 했고, 작가들과의 대화를 모아 7개의 목소리라는 책을 펴냈다겉표지와 저자의 머리말, 본문을 훑어만 봐도 정말 알차다라고 느껴질 정도로,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이해할 때 꼭 읽어야할 책이다.







3

 

 

* 57~58쪽 본문 요약

 

코스메는 마리오가 시를 쓴다는 소문을 듣는다. 그는 마리오에게 사회당원들이 모이는 집회에 가서 자작시 몇 편을 낭송하라고 권한다. 마리오는 집회에서 네루다의 바람 송가를 낭송한다. 집회에 모인 사람들이 시 낭송을 좋아하자 당원들은 마리오에게 다음 집회 때 붕장어탕 송가[]를 낭송해달라고 요청한다.

 

 

[] 너를 닫을 때 나는 삶을 연다에 수록된 네루다의 시원제: Oda al caldillo de congrio. 번역시 제목: 붕장어 수프를 기리는 노래


그러나 바람 송가(Oda al viento)는 어느 시집에 수록되었지도(일상 송가의 번역본인 너를 닫을 때 나는 삶을 연다에 이 시가 없는 걸로 봐서는 신 일상 송가, 3송가중 한 권에 수록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말로 번역된 시가 있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4

 

 

* 72~77쪽 본문 요약

 

베아트리스의 어머니 로사 곤살레스는 마리오와 딸의 연애를 반대한다. 마리오 때문에 단단히 화가 난 로사는 마리오와 친한 네루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다. 마침 그 편지를 배달하게 된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그 편지를 읽어 봐달라고 부탁한다.

 

편지에 적힌 내용에 따르면 로사는 기독 민주당의 지지자다. 그러면서 자신은 절대로 인민 연합(사회민주당과 공산당의 연합 정당) 소속 대통령 후보인 살바도르 아옌데(Salvador Allende)를 찍지 않겠다고 한다. 그녀는 미성년자인 딸에 접근하는 마리오에 대해 할 얘기가 있다면서 네루다에게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고 한다. 로사의 편지를 읽은 네루다는 젊은 두 남녀가 얽힌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면서 거절한다.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자신과 베아트리체와의 만남을 지지해달라고 간절히 호소한다. 네루다는 마리오를 도와주기 위해 과부에게 전화를 건다(77쪽 참조).[] 그리고 자신의 집에서 과부와 대화를 나누기로 한다.



[] 소설에서는 네루다의 집에 전화가 있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와 다른 장면이다. 19701월에 네루다와 인터뷰를 한 리타 기버트의 증언에 따르면 이슬라 네그라의 유일한 전화는 여관에 있다. (7개의 목소리27쪽 참조)







5

 

* 83쪽 본문

 

 “그보다 훨씬 하찮은 일로 시인 프랑수아 비용을 나무에 목매달았지.[] 그의 목에서는 붉은 피가 장미꽃처럼 용솟음쳤고.”

 
















* 프랑수아 비용 유언의 노래(민음사, 2016)

* 송면 프랑수아 비용: 그 생애와 시 세계(동문선, 1995)



 

[] 프랑수아 비용(Francois Villon, 1431~?)은 프랑스의 시인이다. 그는 나무에 목매달려 죽지 않았다. 1463년에 싸움에 연루되어 교수형 판결을 받았으나 형벌이 감형되어 추방 선고를 받았다. 파리에서 추방당한 이후 비용의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최후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만 무성할 뿐 지금까지도 확실히 알려진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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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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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점   ★★☆   B-





우리나라 사람에게 공부는 애증의 단어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막상 하면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하다가 끝내 공부에 손을 뗀다. 근면과 성실을 선호하는 우리 사회에서 공부하다가 중도에 포기한 사람들은 실패한 자’, ‘게으른 자쯤으로 취급받는다. ‘실패한 자’, ‘게으른 자라면서 비아냥거리는 자들은 한때 무언가에 미쳐서 공부했던 사람들을 욕할 자격이 있을까. 스스로 공부해볼 생각을 단 한 번이라도 하지 않은 자는 공부를 조금 했다가 만 사람들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중앙SUNDAY>17개월여 동안 공부를 주제로 한 칼럼을 연재한 김영민 교수는 공부를 이중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를 이렇게 진단한다.

 

 

 한국은 일찍부터 입시에 정열을 바친다는 점에서 교육열이 강한 나라이지만, 진정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육에 냉담한 나라이기도 하다


(공부란 무엇인가프롤로그중에서, 10)



그동안 기성세대는 자손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만 말했지,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수동적으로 공부한 자손들은 기성세대에게 공부 잘하는 방식이 어떤 것인지 묻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손들은 기성세대가 되고, 그들은 선대로부터 받은 가르침을 고대로 따라 다음 후손들에게 말한다. “딴짓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나 해. 너한테 도움 되는 거야.”


공부란 무엇인가는 우리가 너무 잘 몰랐고, 너무 쉽게 생각했고, 너무 하고 싶지 않았던 공부의 의미와 방식을 다시 되짚어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총 5부로 이루어졌다. 1(‘공부의 길’)에는 논술문 작성 방식과 작성 시 주의할 점이 나온다. 본격적으로 공부하고픈 사람은 2(‘공부하는 삶’)부터 먼저 보는 것이 좋다. 2부에서 글쓴이는 공부할 때 갖춰야 할 마음가짐을 알려준다. 3(‘공부의 기초’)2부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3부에 공부하면서 쓰게 될 서평의 의미, 공부하는 삶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인 질문하기에 대한 글쓴이의 조언 등이 담겨 있다. 4(‘공부의 심화’)1부와 짝을 이룬다. 글을 좀 더 정교하게 쓰는 방식, 상대방을 비판하거나 상대방에게 비판받을 때 반드시 있어야 할 덕성, 토론 발제를 잘 만드는 법 등이 나온다. 마지막 5부는 글쓴이의 인터뷰다. 책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관심 있는 주제의 글을 골라서 천천히 읽으면 된다.


김 교수는 공부하려면 어떤 것을 배우고자 하는 적극성과 자발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125쪽)공부를 꾸준히 하려면 체력이 좋아야 한다. 몸이 아주 나빠진 상태에서 공부를 계속해온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은 암 투병 중에도 바다와 숲에 가서 생물들을 관찰했고, 침묵의 봄을 쓰기 위한 각종 자료를 수집했다. 카슨과 같은 사람들은 정말 위대하다. 하지만 꼭 그런 사람처럼 할 필요가 없. 건강을 잘 관리하면서 공부해야 한다. 몸이 망가질 때까지 죽을 각오로 공부하다간 정작 공부해서 얻어야 할 소중한 열매를 맺지 못할 수 있다. 누구나 건강상 문제로 공부를 중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이런 예상하지 못한 사정을 생각한다면 공부하다가 포기한 사람들을 노력 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난해선 안 된다.


김 교수는 독자를 피식 웃게 만드는 재치 있는 표현을 구사하면서 어려운 주제의 글을 쓰는 재주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재능도 과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다음에 나올 인용문은 평소 그의 글을 좋아한 독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으리라.



* 117

 

 나는 이번에야말로 현지 시민 연결 프로그램을 제대로 활용해보고 싶어서, 일본 메이지 시대 문헌을 함께 읽어줄 사람을 물색했다. 마침내 도쿄 대학이 주선한 소개의 자리에 나가본즉, 기본 교양은 물론이고, 기특하게도 옛 문헌을 읽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다가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글래머 초미녀 여성이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는 것은 다 뻥이고‥… 등이 굽은 노령의 남자 한 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꿀벅지‥… 아니, 꿀주름, 꿀검버섯이‥… 넘실대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된 기특하다의 뜻은 다음과 같다. 말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이 신통하여 귀염성이 있다.’ ‘기특하다의 유의어는 신통하다’, ‘대견하다’, ‘귀엽다등이 있다. 김 교수는 옛 문헌을 읽는 데 관심이 있는 미녀가 기특하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미녀는 김 교수의 상상이 만든 인물이지만, ‘기특하다라는 표현을 실제로 문헌 연구를 하는 여성이 들으면 상당히 언짢게 느껴질 수 있다. 무언가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여성들의 목표는 남성학자들에게 인정받거나 귀여움받는 것이 아니다. 글래머 초미녀 여성은 겹말이 있는 비문(非文)이다. ‘미녀()’는 여성을 뜻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나이 든 외모를 희화화하기 위해 젊은 여성의 외모와 비교하는 김 교수의 농담이 지나치다


프로이트(Freud)는 상대방에게 감추고 싶은 리비도(libido)와 무의식적인 충동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무심결에 드러낸다고 주장했는데, 그 방식에 말실수와 농담이 포함되어 있다. 프로이트의 주장대로라면 김 교수는 연구년을 옛 문헌에 관심 있는 일본의 글래머 미녀와 함께하고 싶은 속마음을 자신의 글에서 농담으로 드러냈다. 다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방식은 과학적인 이론이 아니기 때문에 농담에 대한 프로이트식 해석을 김 교수의 본심이라고 규정해선 안 된다.


2부에 김 교수의 강의 방식을 소개한 글이 있다. 이 글에서 김 교수는 자신만의 지도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용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가야 할 학생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못마땅하다.



* 76~77


 수업 도중에 화장실에 가도 안 되냐고요? 물론 안 됩니다. 여러분은 성인이고, 성인의 자부심은 똥오줌을 참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여러분이 한 시간 30분 정도는 생리현상을 관리할 수 있으리라는 사회적 기대가 있습니다. 마치 극장에 들어가기 전에 화장실에 들르듯이, 강의실에 들어오기 전에 화장실에 들르기 바랍니다. 그리고 손을 씻기 바랍니다.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 사람은 미리 상의해주기 바랍니다.

 아무리 화장실에 미리 다녀왔어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수업 중에 갑자기 손을 들고, “뭔가 나와요!”라고 울부짖는 것은 민망한 일이겠지요. 그런 경우에는 노래를 부르기로 합시다. 수업 중에 불가피하게 화장실에 가야 할 사정이 생긴 사람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겁니다. 어디선가 나직하게 들려오는 노랫가락을 듣고 우리는 누군가 곧 강의실 문을 나갈 것을 예감하고 그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면 강의에 집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겠지요. 노래를 부르며 강의실을 떠나는 학우의 고통을 공감하고 양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공감과 양해는 규율 못지않게 중요한 시민적 덕성입니다. 노래하는 목소리가 클수록, 곡조가 슬플수록, 그가 처한 상황이 위중하다는 신호겠지요. 저 역시 만에 하나 급히 용변을 봐야 할 사정이 생기면, 장송곡을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김 교수의 강의를 들어본 학생들의 입장이 궁금하다. 학생들에게 똥오줌을 참으라고 말한 교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필자가 별일 아닌 일에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걸까갑자기 생긴 생리적 현상 때문에 화장실에 가야할 학생의 행동을 울부짖는 것’으로 과장한 표현은 그 학생에게 굴욕감을 준다화장실에 가는 학생 한 사람 때문에 수업 분위기가 깨지는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그렇지만 차질없이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화장실 가는 학생에게 굴욕을 줘야만 할까. 김 교수와 다른 학생들의 눈치 때문에 노래를 크게 부르면서 화장실에 가야 하는 상황이 내심 불편하다. 이런 상황이야말로 화장실 가는 일을 더욱 민망하게 만든다. 정말로 이런 방식으로 강의가 진행된다면 수화가 없으면 의사소통이 어렵고, 노래도 부를 수 없는 청각장애 학생은 김 교수의 강의를 들을 수 없다. 그러면 강의를 듣는 청각장애 학생은 콧노래라도 불러야 하나재미있게 한() 말이 누군가는 전혀 웃기지 않고, 더욱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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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20-12-15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교수 님, 꼰대로군요.. ㅎㅎ

cyrus 2020-12-15 18:40   좋아요 0 | URL
이 책의 리뷰를 쓴 어느 독자도 김 교수가 꼰대 같다고 했어요... ^^;;

stella.K 2020-12-15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한동일 교수의 책 보다 높게 보는 것 같던데
그래서 언젠가 한 번은 읽어 봐야지 했는데 허 거참...

cyrus 2020-12-16 07:34   좋아요 0 | URL
전작보다 못한 책이지만, 그래도 서평의 정의에 대한 내용은 좋았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과 거의 비슷했거든요. ^^

레삭매냐 2020-12-15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인에게 공부한 계급의 상층부
로 올라가기 위한 사다리가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 계급의 상층부는 아마도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이...

아니 얼마나 대단한 강의길래
닝겡들의 생리 현상까지 참으라
고 강요하는지 미개한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네요 그것 참.

cyrus 2020-12-16 07:36   좋아요 1 | URL
교수 입장에서는 나름 재미있어 보이려고 쓴 것 같은데, 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웃기지 않고 불편하게 느껴졌어요.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칠레의 시인이지만,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외교관이자 정치인이기도 했다. 네루다의 생애와 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된 영화가 <일 포스티노>(Il Postino). 일 포스티노는 이탈리아어로 집배원이라는 뜻이다. 영화의 원작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Antonio Skármeta)의 소설 불타는 인내(Ardiente paciencia). 우리나라에서 이 소설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민음사, 2004)




<일 포스티노>는 아름다운 지중해의 작은 섬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영화다. 원작 소설과 영화는 네루다의 실제 삶에 착안해 만들어졌다(소설과 영화의 세부적인 설정과 묘사, 결말이 다르다). 공산주의자인 네루다는 노동자들을 탄압한 정부를 비판한 이유로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망명길에 오른다. 네루다가 이탈리아 남부의 어느 작은 섬에 정착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원작 소설의 배경은 말년의 네루다가 정치적 탄압을 피해 조용히 살았던 이슬라 네그라 섬이다. 이 섬은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백여km 남짓 떨어진 위치에 있다. 


네루다는 생전 그가 사랑했던 해변이 있는 이슬라 네그라에 묻히고 싶어했지만, 쿠데타를 일으켜 칠레를 장악한 피노체트(Pinochet) 정권은 그의 유해를 산티아고 공동묘지에 묻었다. 네루다는 망명을 계획했지만, 출국 하루 전 돌연 사망했다. 피노체트 정권은 네루다가 지병인 전립선암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군부가 그를 독살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네루다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네루다의 유해가 무덤에서 다시 꺼내어지긴 했지만, 네루다의 소원대로 이슬라네그라에 안장되었다


섬의 우체국장은 네루다에게 오는 엄청난 양의 편지를 배달할 전담 집배원으로 마리오를 고용한다. 처음에 마리오는 시인과 친하게 지내면 여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으리란 생각으로 네루다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그는 네루다에게 매일 편지를 전해주며 친구가 되고, 시를 쓰기 시작한다. 사실 <일 포스티노>는 네루다의 실제 삶과 그의 시 문학 세계를 다 보여주지 않는다. 네루다의 진짜 모습을 확인하려면 자서전과 평전을 참고하면 된다.



















* 파블로 네루다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사랑하고 노래하고 투쟁하다(민음사, 2008)


평점: 4점   ★★★★   A-

 

 

* [절판] 애덤 펜스타인 빠블로 네루다(생각의나무, 2005)


평점: 4점   ★★★★   A-

 

 

* 김현균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틴아메리카 문학(21세기북스, 2019)


평점: 4.5점   ★★★★☆   A





네루다의 자서전은 1994년에 추억이라는 제목의 두 권짜리 책으로 나온 적이 있다자서전은 시인이 살아온 과정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독자는 이 자서전을 통해 시인의 생애뿐만 아니라 그의 생애를 관통했던 굵직한 시대적 상황들(스페인 내전, 칠레의 정치적 상황)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네루다의 삶은 양면적이다. 칠레를 대표하는 민중 시인으로 추앙받지만, 그의 개인사와 여성 편력은 객관적인 입장의 제3자가 봤을 땐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네루다의 시를 번역한 김현균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가 공동 번역으로 참여한 빠블로 네루다는 단순히 한 사람의 삶을 정리한 평전이 아니다. 시인의 주관적인 서술로 이루어진 자서전과 극적인 허구가 가미된 감동적인 장면만 기억되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한 권의 주석이다평전을 쓴 저자에 따르면 네루다 자서전은 이제껏 쓰인 가장 유쾌한 회고록의 하나지만 동시에 곳곳에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부분(빠블로 네루다44)”이 있다.


네루다 평전도 자서전 못지않게 두꺼운 분량이다. 그렇지만 평전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아주 작은 옥에 티’를 발견하지 못한다.



* 빠블로 네루다55

 

 네루다는 이탈리아 시에 등장하는 이름인 파올로를 좋아한 데서 파블로에 대한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의 새로운 성은 위대한 체코 작가 얀 네루다에게서 빌려온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의 말라스트라나 이야기중에서 한 편이 산티아고의 한 저널에 번역 · 소개되었는데, 네프탈리는 이 작품을 읽고 감탄했다. 그러나 적어도 한 명의 비평가는 네루다라는 성이 피아니스트 빌헬미나 노르만-네루다에서 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녀는 첫 번째 셜록 홈스 이야기인 주홍색 연구에서 언급되는 실존 바이올리니스트



윌마 네루다(Wilma Neruda)’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빌헬미나 노르만-네루다(Wilhelmina Norman-Neruda)는 바이올리니스트다. 그녀의 아버지는 작곡가 겸 오르간 연주자였다. 그는 딸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싶었지만, 어린 네루다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싶었다. 만약 그녀가 아버지의 가르침을 순순히 따랐으면 피아니스트가 되었을 것이다.




* 빠블로 네루다217


알렉시스 톨스토이

 

 

알렉시스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소설가 알렉세이 톨스토이(Aleksei Tolstoy, 1883~1945)의 오자다. 알렉세이의 어원은 그리스어인 알렉시스(Αλεξις)’이긴 하지만, 그래도 러시아식 발음에 가까운 이름으로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전을 만든 출판사가 부도가 나서 사라졌기 때문에, 도서관에 가야만 평전을 구할 수 있다. 평전의 분량이 많아서 읽기가 부담스러운 독자는 서가명강 시리즈로 나온 김현균 교수의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를 선택하면 된다. 김현균 교수는 앞서 필자가 언급한 네루다 평전 번역에 참여했다. 네루다의 시에 있는 구절에서 따온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는 라틴아메리카 대표 시인들의 삶과 시를 알기 쉽게 소개한 책이다. 특히 네루다를 포함한 여러 라틴아메리카 문인들에게 영향을 준 루벤 다리오(Rubén Darío)에 관한 내용은 라틴아메리카 문학이나 네루다의 시 문학 세계에 입문한 독자들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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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0-12-15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좋아하는 책, 아옌데에 대해 찾아 읽게 한 책이에요. 도서관에서 평전을 찾아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

cyrus 2020-12-15 16:50   좋아요 0 | URL
저도 네루다에 대해서 알아보다가 자연스럽게 아옌데 대통령을 알게 됐어요. 국적과 이념을 떠나서 아옌데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

수이 2020-12-15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글 좋은데_ 모두 읽지 않은 책들. 콕콕 짚었다가 읽어야겠어.

cyrus 2020-12-15 16:52   좋아요 0 | URL
기회가 되면 한 번 읽어보세요. ^^

레삭매냐 2020-12-15 1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재밌게 읽었던 책이네요.

<일 포스티노>라고 오래 전에
비디오테이프 선물해 준 분이
있었는데 비디오가 맛탱이가
가는 바람에...

영화로도 한 번 다시 만나보고
싶네요.

cyrus 2020-12-15 16:53   좋아요 0 | URL
저는 <일 포스티노>를 유튜브로 봤어요. 그것도 한글 자막이 있는 영상이요. 지금은 한글 자막 있는 <일 포스티노>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슈뢰딩거의 고양이 - 물리학의 역사를 관통하는 50가지 실험
애덤 하트데이비스 지음, 강영옥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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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2점   ★★   C





과학이라고 하면 우리는 가장 먼저 서양 출신의 과학자들을 떠올린다. 과학자들의 이름을 아는 대로 말해보자. 왕관 실험을 통해 부력의 실체를 확인한 아르키메데스(Archimedes), 낙하운동 법칙을 발견한 갈릴레이(Galileo Galilei).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뉴턴(Isaac Newton)과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있다. 물리학의 발전에 기여한 역사적인 실험을 소개한 슈뢰딩거의 고양이(Schrödinger’s Cat: And 49 Other Experiments that Revolutionised Physics)는 서양 중심의 과학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책의 저자가 물리학이 과학사의 중심 학문이라고 강조하는 건 아니다. 이 책은 물리학과 연계된 화학, 천문학, 우주론에 관한 중요한 성과들도 나온다.   


국역본의 부제는 물리학의 역사를 관통하는 50가지 실험이다. 국역본에 한 가지 주제의 내용이 추가되었다(저자가 추가했는지 아니면 역자가 추가해서 썼는지 알 수 없다. 만약 후자일 경우라면 역자가 이 사실을 언급해서 독자에게 알려야 한다. 그런데 역자는 원서의 부제와 국역본의 부제가 왜 차이가 있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저자가 최근에 쓴 책 피보나치의 토끼원서의 부제는 ‘And 49 Other Breakthroughs that Revolutionised’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피보나치의 토끼》 에 소개된 수학 이론은 50가지다). 그 주제는 바로 힉스 입자(Higgs particle)’. 이 책을 쓴 저자 애덤 하트데이비스(Adam Hart-Davis)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초판 발행연도는 2018년이다. 그런데 국역본 앞 장에 있는 서지정보를 보면 2015년에 발행된 사실(‘Elwin Production Limited 2015’)을 확인할 수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이상하기 짝이 없지만, 일단 이런 특이 사항이 있다는 것만 알고 넘어가자.


이 책에 비중 있게 언급된 동양 출신의 과학자는 아라비아 출신의 과학자 이븐 알 하이삼(Ibn al-Haytham)이다. 라틴어 이름인 알하젠(Alhazen)이다. 저자는 알하젠이 세계 최초로 체계적인 실험을 한 과학자라고 말한다. 알하젠은 어두운 방이라는 뜻을 가진 광학 장치 카메라 옵스쿠라(Camera obscura)를 만들어 빛이 직진하는 성질을 증명했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리학의 역사를 압축하고 요약 정리한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단점은 서양 중심의 과학사 위주의 서술 방식이다. 서양 중심의 과학사에 익숙한 과학사가나 독자들은 동아시아와 중동에서 독자적으로 발전된 과학을 과소평가하거나 간과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동양 출신 과학자들의 업적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다음에 나올 인용문은 서양 중심 과학사에 초점을 맞춘 서술 방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52년 동안 츠바키와 바데는 120개의 초신성을 발견했다. 사실 초신성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었다.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학자가 없었을 뿐이다. 1572년 덴마크의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가 초신성을 관측했다는 기록이 있다. (140)


 

저자가 초신성 관측의 역사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티코 브라헤(Tycho Brahe, 튀코 브라헤)가 초신성을 관측한 사실만 달랑 언급하고 넘어간 점은 과학사를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다. 저자의 간략한 설명을 본 독자는 튀코 브라헤가 최초로 초신성을 관측한 학자라고 이해할 수 있다. 최초로 기록된 초신성은 185년 중국의 천문학자들이 관측했다. 그 밖에 이슬람 천문학자들도 초신성을 관측하여 기록으로 남겼다. 아시아와 중동 출신 천문학자들의 초신성 관측 기록은 튀코 브라헤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나왔다


앞서 언급했듯이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독자를 당혹스럽게 하는 이상한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제일 마지막에 나온 힉스 입자에 대한 설명이 정말로 어이가 없기 때문이다.

   

 

 1964년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학교의 피터 힉스가 표준모형 내에는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소립자가 있을 거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소립자가 보손일 것이라 했다. 이후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보손을 찾으려 노력해왔지만 아직까지 이 입자를 발견한 학자는 없다. (169)


 

201310월에 스칼라 보손(scalar boson, 스핀이 0인 보손)의 유일한 기본 입자인 힉스 입자의 존재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그런데 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힉스 입자에 대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171)”라는 문장이 있다. 이 책(원서와 번역본)이 나오기 전에 힉스 입자가 발견되었는데도 말이다. 본 책 170쪽에 결론: 힉스 입자는 이미 발견됐을지도 모른다라는 아리송한 한 줄의 문장이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책 앞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다. “엠페도클레스의 클렙시드라 실험부터 힉스의 신의 입자발견까지 


이 세 가지 문장을 종합해서 본다면 필자가 왜 이 책을 이상하다고 느꼈고 당혹스러워했는지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책 앞표지와 뒤표지에 힉스 입자가 발견되었다는 것을 넌지시 알린 말이 있지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과학책이 이렇게 겉과 속(내용)이 다르면 곤란하다슈뢰딩거의 고양이피보나치의 토끼보다 먼저 나온 책인데, 이 책의 만듦새는 피보나치의 토끼와 비슷하다. 아무튼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단점이 많이 드러난 책이다이런 허술한 책이 과학 비전공 독자들의 손에 들려 있어선 안 된다








Mini 미주알고주알

 

 



1

 


* 26


 암흑기에는 종교 교리가 학문 전반을 지배했다. 심지어 철학자들도 교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신의 뜻입니다로 정해져 있었다. 암흑기를 벗어나면서 어떤 현상에 논리적으로 접근하려는 이들이 하나둘씩 등장했다. 1620년대에 발표된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저서에서는 경험론적 증거와 실험과학을 강조하고 있었다.[]

 

 

[] 저서의 정체는 노붐 오르가눔(Novum Organum)이다. 1620년에 발표된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저서이다. 국내에 신기관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2

 

 

* 76


 피조의 친구인 레옹 푸코도 결국 의학 공부를 중도에 포기했다. 그는 찰스 다윈처럼 색맹이었고[] 자신이 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다.

 

 

[]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1825년에 에든버러 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으나 해부학 수업(환자의 몸이나 시신에 흘러나온 피와 해부학 실습실에 있는 해부학용 시신의 모습)에 적응하지 못해 1827년에 중퇴했다. 그런데 다윈이 색맹이라는 이유로 의학 공부를 포기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이게 사실이라면 다윈은 붉은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적록 색맹일 것이다. 이 내용이 확실한지 알고 싶다(“에잇, 읽어야 할 책들이 또 생겼군.”). 참고로 색맹으로 유명한 과학자는 원자가 존재한다고 주장한 존 돌턴(John Dalt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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