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포드의 양자물리학 강의
케네스 W. 포드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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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점  ★★☆  B-





물리학자들은 괴롭다. 왜냐하면 양자물리학이 그들을 괴롭히니까양자물리학은 괴상한 과학이다양자물리학은 우리에게 아주 작은 세계를 보여준다. 아주 작은 세계에 아원자 입자들이 돌아다닌다아원자 입자는 원자보다 크기가 작다양자물리학은 아원자 입자들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아주 작은 입자들을 측정하는 일은 상당히 까다롭다여전히 정체를 숨기고 있는 입자들도 있다.


과거 물리학자들은 실험과 계산만 잘하면 자연 현상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과학자들이 발견한 법칙들은 늘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보여주는 근거였다확실성의 세계를 보여주는 물리학을 고전 물리학이라고 부른다그러나 양자물리학은 고전 물리학과 정반대로 세계는 불확실하며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특히 아원자 입자들의 세계는 고전 물리학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정말로 이상한 세계다확률이상야릇한 입자들의 세계에서 일어날 현상을 예측하게 해준다. 그러므로 아무리 정밀한 계산을 해도 입자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


양자물리학은 고전 물리학을 거스른다. 고전 물리학이 생각하는 빛은 입자 상태다. 하지만 양자물리학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펼친다. 빛은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라고 말한다. 빛뿐만 아니라 모든 물질은 이중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드 브로이(Louis de Broglie)가 발견한 파동-입자 이중성은 양자물리학의 핵심이다빛이 입자임을 알 수 있는 증거(아인슈타인의 광전 효과)파동임을 알 수 있는 증거(빛의 회절 현상과 간접 현상)가 동시에 있다. 정확성을 선호하는 고전 물리학은 서로 맞지 않는 두 가지 증거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반면 양자물리학은 가능하다고 믿는다.


고전 물리학이 깔끔하게 감긴 실타래라면 양자물리학은 헝클어진 실뭉치. 고전 물리학 실타래는 요령(법칙)을 알면 쉽게 풀 수 있다. 그러나 제멋대로 헝클어진 양자물리학 실뭉치는 요령이 통하지 않는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매듭을 천천히 풀어야 한다. 양자물리학은 느리게 배워야 하는 과학이다


케네스 포드의 양자물리학 강의(The Quantum World: Quantum Physics for Everyone)는 양자 실뭉치를 완벽히 푸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양자 실뭉치를 풀지 않고도 가지고 노는 법을 알려준다각 (chapter)이 끝나면 독자와 학생들을 위한 복습 문제와 심화 문제가 나온다부록으로 문제 해답이 실려 있다모든 문제를 다 풀어봐야 할 의무가 없다. 관심 있는 문제 몇 개 선택해서 풀어보면서 양자물리학을 천천히 배울 수 있다.


학생들에게 물리학을 잘 가르쳐주기로 유명한 케네스 포드(Kenneth W. Ford)도 양자물리학에 두 손을 든 과학자다그는 양자물리학을 기괴한 이론이라고 운을 떼면서도 아원자 입자들을 설명하는 데 성공한 이론이라고 말한다사실 고전 물리학자와 양자물리학자들을 괴롭힌 건 아원자 입자들이다. 입자들이 계속 발견될수록 양자물리학은 무럭무럭 자랐다. 고전 물리학의 키를 넘어선 양자물리학은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물질의 기본 입자라는 오래된 믿음을 무너뜨렸다. 고전 물리학의 편안한 그늘에 벗어난 젊은 과학자들은 물질의 기본 입자인 원자를 쪼개기 시작했다. 그 속에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들이 있었다.







케네스 포드의 양자물리학 강의》 원서2004년에 출간되었다. 번역본은 2008년에 출간되었고, 책 이름은 양자 세계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였다. 2018년에 이름과 앞모습이 바뀐 개정판이 나왔다. 올해가 양자역학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 이 뜻깊은 해에 맞춰 앞모습만 바뀐 책이 다시 나왔다. 어떻게 보면 개정 2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책의 겉모습만 바뀐다고 해서 개정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 번역자, 편집자는 책 속에 있는 내용 중에 잘못 알려졌거나 시간이 지나서 생명력을 잃은 상식이 있으면 고치거나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과거의 책을 단 한 번도 교정하지 않은 채 표지만 바꾼 책은 개정판이 아니라 독자를 속이는 개판이다구판에 남아 있는 오탈자도 고치지 않고 내놓은 개정판도 대충 만든 개판이다.


원서는 2012년 거대 강입자 가속기(LHC)가 검출한 힉스 보손 입자가 발견되기 한참 전에 나온 책이다. 원서를 번역한 김명남 번역가는 자신이 직접 쓴 서문에 원서 출간 후에 나온 2012년의 성과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 책을 딱히 고칠 데가 없이 좋은 양자 교과서라는 역자의 자화자찬은 동의할 수 없다.


2004년 원서에는 원자 번호 114’원자 번호 118’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다. 당시에 두 원소의 실체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오랜 실험과 관측을 거친 끝에 새로운 원소로 판명되면 원소에 이름이 붙여진다.



* 224




 

 실제로 몹시 무거운 원소들 가운데 원자 번호 114(아직 이름이 없다)의 수명이 약 30초 정도로 제일 길다. [중략]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무거운 원소는 원자 번호 118이고, 탐색은 계속되고 있다.



* 242, <도전 문제>




 

4. 이 책의 출간 이래, 새로운 원소가 발견되거나 명명된 것이 없는지 조사해 보자.

 

 


* 414, <부록>





4번 문제 해답: (아쉽게도 2008년 현재는 없다.)



이 책의 문제 중 하나는 새로운 원소가 발견되었는지를 묻는 것인데, <부록>의 해답에는 ‘2008년 현재는 없다라고 되어 있다


2012년에 원자 번호 114의 정식 명칭플레로븀(flerovium)으로 확정되었다. 원소 기호는 FI이다. 2016년에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원자 번호 118번의 이름은 오가네손(Oganesson, 원소 기호: Og)이다.[주1]


‘The Amazing Randi’라는 별명을 가진 마술사로 활동한 회의주의자 제임스 랜디(James Randi)인쇄된 이야기를 접할 때는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주2] “전문가가 그렇게 말했다.”, “교과서에 그렇게 적혀 있다.” 우리는 전문가와 그들이 쓴 책을 전적으로 신뢰하면서 사실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회의주의자는 책과 신문에 나온 이야기를 무조건 사실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권위가 된 지식이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검증해야 한다.

 


* 46





중력은 본질적으로 약하지만 언제나 인력으로 작용하는 힘이다.



중력은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전자기력보다 제일 약하다. 하지만 중력은 질량이 있는 물체들이 서로 끌어당기면서 생기는 힘이 아니다. 중력은 질량이 있는 물체가 시공간을 휘거나 구부리면서 생기는 부산물이다.[주3]







포드는 2011년에 양자물리학과 관련된 책을 더 펴냈다책 이름은 <101 Quantum Questions: What You Need to Know About the World You Can’t See>번역본 이름은 양자: 101가지 질문과 답변(이덕환 옮김까치, 2015)이다전작 케네스 포드의 양자물리학 강의에 다룬 양자물리학의 주요 개념들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 쓴 책이다








[1] 참고문헌: 오시마 켄이치, 원형원 옮김, 곽영직 감수 알수록 쓸모 있는 원소 118(Gbrain, 2020), 171, 173쪽.

 

피터 워더스, 이충호 옮김 원소의 이름: 신비한 주기율표 사전, 118개 원소에는 모두 이야기가 있다(윌북, 2021), 58쪽.





 


[2] 제임스 랜디, <여전히 사이비 과학과 회의주의의 길> 중에서, 한국 스켑틱 편집부 엮음, 김보은 · 김효정 · 류운 · 박유진 · 장영재 · 하인해 옮김 나는 의심한다, 고로 존재한다: 스켑틱 10주년 베스트 에세이 (바다출판사, 2025), 281쪽.






 


[3] 참고문헌: 야우싱퉁 · 스티브 네이디스, 박초월 옮김 수학의 중력: 일반상대성이론부터 양자 중력까지, 우주를 지배하는 수학의 최전선 (동녘사이언스, 2025).





 

빌 브라이슨, 이덕환 옮김 거의 모든 것의 역사(까치, 2020), 149빌 브라이슨은 중력을 설명하기 위해 미치오 가쿠(加來道雄)초공간: 평행우주, 시간 왜곡, 10차원 세계로 떠나는 과학 오디세이(박병철 옮김, 김영사, 2018)를 재인용했다. 

 





<cyrus가 만든 정오표>



2018년 개정판에 있는 오탈자 1가 개정 2판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세상을 떠난 과학자들의 사망 연도가 적혀 있지 않다.


하인리히 로러(Heinrich Rohrer)와 존 휠러(John A. Wheeler)는 개정판이 나온 2018년 이전에 세상을 떠났는데, 개정판에는 두 학자의 사망 연도를 표기하지 않았다



* 76





1058 1958





* 130





스티븐 와인버그(1933년 출생)


2021년 별세





* 198





하인리히 로러(1933년 출생)


2013년 별세




* 363




 

존 휠러(1911년 출생)


2008년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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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5-05-1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티븐 와인버그가 별세했는지 모르고 있었네요. cyrus 님 꼼꼼하신 모습에 늘 감탄합니다~

페크pek0501 2025-05-11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양자물리학을 공부해야겠단 생각으로 장바구니에 담아 둔 책이 있어요. 읽는 게 어려울 것 같아 망설여지더라고요. .
 
수학의 중력 - 일반상대성이론부터 양자중력까지, 우주를 지배하는 수학의 최전선
야우싱퉁.스티브 네이디스 지음, 박초월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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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Schopenhauer)의지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 삶은 고통스럽다고 했다. 어떤 욕망을 충족하려면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만 한다. 우리는 노력한 끝에 욕망 하나를 충족시키지만, 또 새로운 욕망이 나타난다욕망을 폭식하는 인간은 자기 자신마저 먹어 치운다.


에릭 와이너(Eric Weiner)는 기차 타고 철학 여행(The Socrates Express)을 한 작가다. 그는 고통스러운 삶을 잊기 위해 음악을 듣는 쇼펜하우어를 만난다쇼펜하우어는 사는 게 힘들면 예술을 즐기라고 했다. 염세주의 철학자로만 알려진 그는 로시니(Rossini)의 음악을 플루트 연주용으로 편곡했을 정도로 아주 훌륭한 플루티스트음악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쇼펜하우어가 제일 행복해 보인다와이너는 쇼펜하우어가 말한 의지를 중력과 같다고 주장한다.[주1] 그는 의지를 의 형태로 본 것이다그러나 중력의 진정한 실체를 이해한다면 의지라는 힘을 중력과 동일한 의미로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중력은 힘이 아니니까!


우리는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중력(重力)이라고 배웠다. 중력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예시가 나무에 달린 사과가 땅으로 툭 떨어지는 현상이다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지 이유를 묻는다면 대부분 사람은 지구의 중력이 사과를 힘껏 잡아당겼다고 대답할 것이다중력을 어렴풋이 배운 사람들은 중력이 세상을 지배하는 엄청난 힘이라고 생각한다하지만 중력은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이 아니다. 그리고 엄청나게 세지 않다.


세상 전체와 모든 물질을 구성하기 위해 꼭 있어야 할 기본 상호작용(fundamental interaction)이 있다. 한때 기본 상호작용을 자연계의 네 가지 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네 가지 힘은 강한 상호작용(강한 핵력, 강력), 약한 상호작용(약한 핵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이다. 네 가지의 기본 상호작용 중에 힘의 세기가 가장 큰 것은 강한 상호작용이다. 그다음이 전자기력, 약한 상호작용, 중력 순이다. 중력이 기본 상호작용 중에 제일 약하다.


중력은 너무 약해서 관측이 쉽지 않으며 연구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물리학자들은 수학의 도움을 받아 중력의 실체를 밝힐 수 있었다물리학자들은 중력을 설명하기 위해 수식을 사용했다그런 다음에 실험이나 관측을 수행해서 수식을 검증했다. 사실 몇몇 물리학자는 수학자들과의 협업을 반기지 않거나 수학의 중요성을 간과하곤 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을 발견한 아인슈타인(Einstein)도 처음에 중력을 연구했을 때 수학이 자신의 연구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시간이 지나서야 수학의 가치를 깨달았고 중력의 실체가 힘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인슈타인은 수학보다 바이올린을 먼저 배웠다고 말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바이올리니스트연구하고 생각하는 일은 고통의 감옥이다. 풀어야 할 문제가 계속 생긴다. 음악을 즐기는 아인슈타인은 생각이 막히면 고통의 감옥에서 빠져나와 바이올린을 켰다.


수학도 아인슈타인의 바이올린처럼 어려운 문제 앞에서 쩔쩔매는 과학자들을 위로해 준다. 때로는 물리학자들이 미처 보지 못한 아이디어까지 준다수학의 중력은 어려운 문제를 만날 때마다 화음을 내는 물리학과 수학의 앙상블(ensemble)을 들려준다물리학이라는 울타리에만 갇힌 과학자들은 수학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수학자들은 실험해서 결과를 확인하는 것보다 계산하면서 간결한 수식을 도출하는 연구 방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수학이 물리학의 발전에 여러모로 도움을 준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을 별개의 개념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3차원 공간에 1차원 시간을 더한 4차원 시공간을 제시했다. 4차원 시공간은 시간과 공간이 섞여 있다4차원 시공간 속 물체는 끊임없이 변하며시공간으로 이루어진 우주 또한 변한다사실 시공간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은 독일의 수학자 헤르만 민코프스키(Hermann Minkowski). 그는 특수상대성이론을 기하학적 관점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질량이 있는 물체가 움직이면 시공간도 움직인다. 이때, 시공간은 구부리거나 휘어진 상태가 되는데, 이것을 곡률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의 정체가 시공간 곡률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주장했다. 중력은 힘이 아니라 에너지의 형태에 가깝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의 실체를 증명하는 중력장() 방정식을 도출한다. 이 방정식이 그 유명한 ‘E=mc2’휘어진 공간비유클리드 기하학(Non-Euclidean geometry)이 주로 탐구하는 개념이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우리가 느낄 수 없는 휘어진 시공간을 명쾌하게 풀어 주는 수학적 도구다.


물리학과 수학의 앙상블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중력의 실체와 중력파의 존재를 증명한 수학은 천체물리학자들의 블랙홀 연구에 합류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학이 만난 과학 문제 중에서 해결 불가능한 난적으로 손꼽히는 것이 양자 중력연구. 양자 중력은 양자역학으로 중력을 설명하는 물리학 분야다. 양자 중력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앙상블을 시도하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이론은 동시에 성립할 수 없는 관계라서 현재까지는 만족스럽지 못한 불협화음만 나오고 있다.


두 이론의 음이 서로 안 맞는다고 해서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거대한 미지의 우주를 알아내고 싶은 지식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다. 수학을 공부해서라도 물리학의 난제를 풀려고 하는 과학자들의 의지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물리학과 수학의 앙상블은 끝나지 않는다.


ensemble is possible.

     







<cyrus가 만든 주석>

 

 

  

  

[1] 에릭 와이너, 김하현 옮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어크로스, 2021), 156.




* 45, 옮긴이 각주





영국[주2]의 물리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2]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스코틀랜드 출신이다.





* 110





 

베소 미켈레 미켈레 베소(Michele Besso)



* 152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으로 둘러싸인 구는 오늘날 사건 지평선[3]이라고 부른다. 한 번 넘어가면 돌아올 수 없는 지점 또는 표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3] 사건 지평선의 실제 형태는 구()의 표면이다. 그래서 정확한 명칭은 사건 지평면이다. 그렇지만 학계와 대중은 부정확한 이름에 익숙해서 사건 지평선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참고문헌: 브라이언 콕스 · 제프 포셔, 박병철 옮김, 블랙홀: 사건 지평선 너머의 닿을 수 없는 세계, RHK,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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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 브레인 - 우리 안의 극단주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레오르 즈미그로드 지음, 김아림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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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이데올로기(Ideology)는 지저분하다. 이 작은 단어에 인류의 머리에서 태어난 생각들이 무수히 들러붙어 있다. 민주주의, 자본주의, 자유주의, 보수주의, 진보주의, 사회주의, 민족주의, 페미니즘, 파시즘, 제국주의, 종교[주1] 등등이 있다


이데올로기는 갈수록 더러워지고 있다. 여기에 마음씨 고약한 극단주의까지 엉겨 붙어 있다. 극단주의는 다른 생각에 기생한다. 극단주의는 생각의 영양분을 모조리 빨아 먹는다. 영양가 없는 민주주의가 방심하면 전체주의로 변한다. 비실비실한 겁쟁이 자유주의는 멸공의 횃불을 휘두르는 반공주의 전사가 된다. 지나치게 격렬한 페미니즘은 자신과 다른 페미니즘들을 무시한다.


민폐를 끼치는 극단주의가 싫은 사람들은 칠칠치 못한 이데올로기를 피하고 싶어 한다단어를 입에 꺼내기 싫을 정도다하지만 이데올로기와 멀찍이 떨어져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는 이데올로기를 먹고 마신다. 이데올로기는 우리의 뇌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과 물이다. 이데올로기를 먹으면서 자란 뇌에서 이데올로기가 다시 태어난다개인적인 뇌는 이데올로기적이다(The personal brain is the ideological)이데올로기에 단 한 번도 물들지 않은 순결한 뇌는 절대 없다.








이데올로기 브레인: 우리 안의 극단주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이데올로기를 먹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다양한 맛의 이데올로기를 먹는 우리 모두를 위한 책이다뇌는 한 번 맛본 이데올로기의 맛을 절대로 잊지 못한다. 이데올로기적 뇌는 고프다. 먹어도 먹어도 이데올로기를 자꾸 먹고 싶어 한다. 뇌는 고립된 상황을 싫어한다. 외로움을 잘 느끼는 사람은 관계를 갈망하고, 소속감을 느껴야 만족한다. 이데올로기는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힘이면서도 이데올로기가 비슷한 사람들을 똘똘 뭉치게 만드는 힘이다이데올로기를 공유하는 집단은 이데올로기 맛집이다.


이데올로기를 과식한 뇌는 뚱뚱하지 않다. 그러나 이데올로기를 소화(학습)할수록 뇌는 점점 딱딱해진다. 이데올로기에 푹 젖은 생각도 딱딱하다. 이런 사람의 사고방식은 경직되어 있다. 경직된 뇌는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숙고하는 힘을 잃어버린 이데올로기적 뇌는 편견에 취약하며 음모론을 쉽게 받아들인다. 이데올로기적 뇌는 독단주의자와 극단주의자를 만든다. 이데올로기에 지배당한 사람의 몸과 정신도 경직되어 있다. 독단주의자는 자신과 다른 생각뿐만 아니라 불안정성, 모호함, 다양성도 거부한다. 이데올로기로 굳어진 독단주의자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데올로기 브레인우리의 뇌에 스며든 이데올로기가 신체 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신경과학적 관점으로 설명한다. 뇌는 이데올로기를 절대로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이데올로기를 먹으면서 자신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만든다. 이데올로기적 뇌를 이해하기 위한 과학은 독단주의와 극단주의에 맞서는 정치학의 든든한 동지다.


이데올로기에 맛 들인 이상, 우리 뇌에 흡수된 이데올로기를 빡빡 닦아서 지우기 힘들다. 그러나 뇌는 이데올로기에 쉽게 통제당하는, 나약한 기관이 아니다. 사람의 뇌 구조는 모두 다 같지 않다. 어떤 사람의 뇌는 이데올로기의 맛에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또 다른 사람의 뇌는 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검증한다. 뇌는 외부 환경과 경험에 따라 학습하고 변화한다. 이러한 뇌의 특성을 뇌 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한다.


우리의 뇌와 몸속에 들어온 이데올로기는 우리의 피가 되고살이 된다이데올로기는 유유히 걸어 다닌다. 살아있는 이데올로기를 온몸으로 거부할 수 없다. 이데올로기를 제대로 알고 먹어야 한다. 회의주의적 태도와 비판 없이 다른 사람이 주는 이데올로기를 넙죽 받아먹어선 안 된다. 이데올로기 브레인은 우리에게 이데올로기에 벗어나는 삶을 상상해 보자고 제안한다. 뇌의 건강을 위해서 우리 각자가 이데올로기 필터(filter)를 설치해야 한다. 이데올로기를 먹고 소화했으면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방해하는 것을 걸러내고 뱉어내야 한다



다 같이 먹은, 이 더러운 이데올로기를 함께 토해야 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이데올로기를 성토(聲討)해야 한다.







<cyrus가 만든 주석>




[1] 이데올로기 목록에 종교가 포함된 것에 따지고 싶은 분은 마르크스(Karl Marx)엥겔스(Friedrich Engels)에게 직접 따지시길.






 

마르크스는 이데올로기를 거짓되고 추상적인 허위의식(Falsches Bewußtsein)’이라고 했다. ‘허위의식은 엥겔스가 만든 용어다. 마르크스는 종교 또한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했으며 자신이 쓴 글 헤겔 법철학 비판 서문에 그 유명한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문장을 남겼다헤겔 법철학 비판 서문』은 헤겔 법철학 비판》(칼 마르크스, 강유원 옮김, 이론과실천, 2011년, 절판)에 수록되어 있다.





 

* 199





 신경과학자들에게 알려진 가장 유명한 유전자 중 하나가 카테콜-O-메틸기 전이효소 유전자이다. 줄여서 ‘COMT’라고도 한다. 1958년 노벨상 수상자인[2] 줄리어스 액설로드가 발견한 COMT 유전자는 전전두엽 피질의 도파민 수치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2] 1958년은 줄리어스 액설로드(Julius Axelrod)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연도가 아니라 COMT 유전자의 존재를 처음 발견한 해. 액설로드는 1970년 노벨상 수상자.





* 207




 

 과학자들은 어떤 유전적 효과에 대해 말할 때 

후성유전학epigenetic 효과[3]도 함께 주시한다.

 




[3] ‘epigenetic’후성유전적이라는 뜻의 형용사다. ‘epigenetic’ 뒤에 ‘s’를 붙이면 후성유전학을 뜻하는 단어가 된다. 원서에 있는 해당 단어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원문이 ‘epigenetic effect’라, ‘후성유전적 효과로 번역해야 한다. (참고문헌: 리처드 C. 프랜시스, 김명남 옮김, 쉽게 쓴 후성유전학: 21세기를 바꿀 새로운 유전학을 만나다시공사, 2013)





책 본문에 언급된 다른 저자들의 책은 국내 번역본 제목이 적혀 있다

그러나 책 끝에 있는 <>의 참고문헌들은 원제만 있다.

 



* 22




 

 조지 오웰에 따르면, 정치적 언어는 거짓말이 진실처럼 들리고, 살인이 그럴듯해 보이며, 가벼운 마음도 견고한 겉모습을 갖는 것처럼 보이게 설계되었다.”[주4] 우리는 사람이나 생각을 무 자르듯이 깔끔하게 각각의 범주로 나누어 명확성을 높이고 어떤 정체성을 씌우려고 한다.






[주4] 조지 오웰, 정치와 영어(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 1946). 이한중 옮김 나는 왜 쓰는가(한겨레출판, 2010)에 수록되어 있다(이데올로기 브레인》에 인용된 문장은 276쪽에 나온다).





* 148~149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제안한 것처럼, 이데올로기 공동체에서 삶은 일련의 아름다운 삶의 실험[주5]이 아니라 엄격한 프로토콜과 같다.






[5]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옮김, 자유론 (책세상, 2005, 구판 절판). 110.





* 257




 

 몸과 관련된 문제에 결벽증이 있는가? 정치에 대해서도 그럴 수 있다! 이것은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다음과 같은 주장과 비슷하다. 인류 역사 내내, 스스로의 동물성과 도덕성을 두려워하고 증오한 지배 집단이 그것들을 체화하는 집단과 개인을 배제하고 주변화하고자 혐오를 사용했다.” [6]





[6] 마사 누스바움, 조계원 옮김, 혐오와 수치심: 인간다움을 파괴하는 감정들 (민음사, 2015).





* 260





 현상학의 창시자 에드문트 후설은 우리가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주7]


[7] 에드문트 후설, 이종훈 옮김, 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 (한길사, 2022).





* 295




 

 소설가 조지 엘리엇은 이렇게 말했다. 단지 은유 하나를 바꾼 것만으로도 놀랄 만큼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8]

 




[8] 조지 엘리엇, 이봉지 · 한애경 옮김,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민음사, 2007).





* 308~309




 

 마르티니크섬 출신의 철학자 프란츠 파농흑인을 대상으로 한 백인의 시선에 대해 이렇게 썼다. [9]

 


[9] 프란츠 파농, 노서경 옮김, 검은 피부, 하얀 가면 (문학동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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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는 왜 학습하는가 - AI를 움직이는 우아한 수학
아닐 아난타스와미 지음, 노승영 옮김 / 까치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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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며칠 전부터 인스타그램이 이상하다한 번 마주치면 우리 마음에 끔찍한 잔상을 남기는 잔인한 동영상이 불쑥 튀어나온다짧은 영상들(short-form)을 보여주는 플랫폼(Reels)에 들어가서 영상을 연달아 보고 나면 해로운 동영상이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사람들, 고어(gore) 영화에 나온 장면, AI로 만들어진 기괴한 이미지들. 2월 마지막 날, 인스타그램은 불쾌한 영상들의 폭주를 멈추지 못했다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메타(Meta)해로운 영상들을 걸러내지 못한 알고리즘의 오류 문제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오늘 해로운 영상들이 또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관심사를 관찰하고, 수집한다. 그런 다음에 우리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모아서 분류한다알고리즘이 모은 자료들은 모든 사람을 끌어당긴다알고리즘 덕분에 우리는 자신의 관심사와 비슷한 사람들을 금방 찾을 수 있다그런데 최근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뜻밖의 행동을 하고 있다. 우리가 평소에 본 적 없는 해로운 영상들을 제대로 검열하지 못한 채 보여주고 있다알고리즘은 왜 우리가 원하지 않은 정보를 아무렇게나 보여주는 오류를 일으킬까?


나는 알고리즘 전문가가 아니다. 최근에 일어난 인스타그램 알고리즘 오류의 구체적인 원인을 모른다하지만 나는 알고리즘 오류와 관련된 한 가지 진실을 확실히 말할 수 있다이 진실은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다. 그것은 바로 알고리즘은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다는 진실이다. 완벽해 보이는 알고리즘도 때때로 틀릴 때가 있다. 모든 알고리즘 전문가도 인정하는 진실이다. 

 

기계는 왜 학습하는가 실수하고 틀리는 알고리즘에 왜 수학이 필요한지를 알려준다우리에게 친숙한 알고리즘은 전산공학(컴퓨터 공학) 용어로 알려졌지만, 이 용어는 수학에서 시작되었다알고리즘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 또는 절차를 뜻한다. 수학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중 하나가 패턴(pattern)’을 찾는 일이다패턴은 규칙적으로 반복된다방대한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는 알고리즘 최근린(最近隣) 또는 NN(nearest neighbor) 알고리즘이라고 한다AI가 일하는 방식은 마치 수학자들이 자연 현상에서 패턴을 찾는 일과 같다.


수학을 모르는 AI는 패턴을 식별할 수 없다. AI는 수학을 공부한다. 컴퓨터 시스템이나 기계가 패턴을 감지하고, 분류하기 위해 수학을 학습하는 과정을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이라고 한다우리에게 친숙한 컴퓨터를 포함한 대부분 기계는 수학을 학습하면서 발전했다.


매년 꾸준히 공부한 사람도 가끔 문제를 풀다가 오답을 낼 때가 있다. 틀렸으면 다시 문제를 풀어서 정답을 찾아내야 한다. AI도 마찬가지다. 한 번 오류를 일으킨 AI는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수학을 공부한다. 이때 AI는 이전에 배웠던 수학을 반복하는 학습을 하지 않는다. 배운 적이 없는 새로운 수학을 공부한다. 따라서 AI가 학습하는 수학의 종류는 다양하다. 기계는 왜 학습하는가AI가 지금까지 공부한 수학 분야들을 소개한다. 기계 학습의 필수 수학 과목은 미적분, 확률 통계, 행렬 등이다.


AI는 똑똑해지려고 수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오류와 실수를 줄이려고공부한다. 대부분 사람은 점점 인간보다 똑똑해지는 AI의 등장을 두려워한다영화 속 AI는 인간을 조종하는, 냉철한 악당으로 묘사된다그러나 우리 삶에 가까이 있는 알고리즘은 완벽하지 않다. 완벽한 수준에 도달해도 또다시 실수한다기계가 왜 수학을 공부하는지 이해한다면 AI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덜어낼 수 있다. 한 번 실수하면 수학(數學)을 수학(修學, 受學)[주1]하는 AI. 수학으로 단련하는 AI는 차갑지도 않고, 기계적이지 않다.


AI는 자신이 수집한 자료 속에 있는 편견을 알지 못한다. AI 기술자는 AI가 기계 학습을 할 때 자료의 편견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꾸준히 학습하고, 알고리즘을 교정하는 AI가 아니다. 스스로 학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일 무섭다편견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편견을 의심하지 않고, 편견을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절대로 공부하지 않으며 자신이 주장하는 오류를 고치지 않는다.


 

정확한 답을 찾기 위해 학습하는 AI, 

정확하지 않은 가짜 정보에 갇힌 답 없는 인간


, 이제 누가 악당이지?







<cyrus가 만든 주석과 정오표>




[1] 수학(修學): 학문을 닦음

수학(受學): 학문을 배우거나 수업을 받음.







* 12




 

 수학자 유지니아 쳉수학은 실재일까?(Is Math Real?)라는 책[주2]에서 수학을 배우는 과정이 점진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꼬물꼬물 발을 내디디면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듯하다가 느닷없이 뒤를 돌아보고서 어느덧 높은 산에 올랐음을 알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약간의(때로는 다량의) 지적 막막함을 받아들이는 것은 수학에서 진전을 거두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주2] 번역본: 유지니아 쳉, 성수지 옮김, 수학, 진짜의 증명: 우리 삶의 방정식을 구하는 수학의 즐거움(드루, 2024).





* 75




 

 오차를 제곱하여 평균하는 방법은 통계 및 미적분과 관계된 또 다른 이점이 있지만, 아직은 들여다볼 때가 아니다. 목표는 이 제곱 평균 오차(Mean squared error)’[주3]를 필터의 매개변수에 대해 최소화하는 것이다.



[주3] 정확한 명칭은 평균 제곱 오차. 제곱 평균 속도(mean square velocity)’라는 과학 용어가 있지만, 평균 제곱 오차와 관련이 없다. 제곱 평균 오차라고 단 한 번이라도 적힌 교재나 문헌이 있으면 이 주석은 틀린 것이다.





* 107




 


 토머스 베이스의 탄생 연도가 불확실하다는 사실에는 유쾌한 아이러니가 있다. 그는 “0.8의 확률로 1701년에 태어났다라고 전해진다. 하지만 사망일은 확실하다. 1761417[주4] 영국 로열 턴브리지 웰스에서 사망했다.


[원문]




 There’s delicious irony in the uncertainty over Thomas Bayes’s year of birth. It’s been said that he was “born in 1701 with probability 0.8.” The date of his death, however, is firmly established: April 17, 1761, at Royal Tunbridge Wells in England.



[주4저자와 번역자 모두 사망 날짜를 잘못 적었다토머스 베이스(베이츠)의 사망 날짜는 47이다위키피디아(Wikipedia)‘Thomas Bayes’ 항목의 주석(Note 1)베이스의 사망 날짜가 잘못 알려진 이유가 있다.






[링크]

https://en.wikipedia.org/wiki/Thomas_Ba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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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영 2025-03-03 18: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번역자입니다. 오류를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정오표에 반영했습니다.
http://socoop.net/WhyMachinesLearn/corrections/

cyrus 2025-03-10 06:28   좋아요 0 | URL
저의 서평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수학 분야의 책을 번역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번역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공들여 번역한 책, 잘 읽었습니다.

꼬마요정 2025-03-08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도움 되는 리뷰입니다. 누가 악당일지는 바로 알겠습니다. 근데 결코 쉬운 책이 아닐텐데 cyrus 님 리뷰만 보면 읽을만 한데 싶은 생각이 드는 이유가 뭘까요. ㅎㅎ
(땡투 드렸어용^^)

cyrus 2025-03-10 06:31   좋아요 1 | URL
책에 수식이 많이 나와요. 어려우면 수식이 나오는 내용을 넘어가셔도 됩니다. 제가 수학 전공자가 아니라서 수식은 잘 모르겠더라고요.. ^^;;
 
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 - 나를 이루는 원자들의 세계
댄 레빗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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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협찬받고 쓴 서평이 아닙니다.








4점  ★★★★  A-





우로보로스(Ouroboros)는 질기다. 인간의 상상력이 만든 이 뱀은 자신의 꼬리를 삼킨다. 꼬리가 먹혀도 다시 돋아난다











뱀은 둥글게 말아서 돌고 돈다(Round and Round). 영원히 죽지 않는다. 우로보로스는 무한과 순환을 상징한다.


원자(Atom)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그리스어 atomos)’ 것처럼 보여도, 잘만 쪼개진다. 한 개의 원자가 분해되면 그 안에 들어있는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이 나온다. 이들은 원자보다 더 작은 아원자 입자. 세상으로 뛰쳐나온 아원자 입자들이 다시 만나면 새로운 원자가 생긴다. 만약 원자가 절대로 분해되지 않는 속성을 가진다면, 생명체는 태어날 수 없다. 분해와 재결합을 무수히 반복하는 원자의 성질은 우로보로스와 같다. 원자는 죽지 않는다(Atoms Never Die).


인간은 원자들이 뭉쳐져서 만들어진 생명체 중 하나다. 한 사람의 몸속에 들어 있는 원자의 개수는 얼마나 될까? 전 세계 모든 사막에 있는 모래알보다 무려 10억 배나 더 많다인간이 죽으면서 나온 원자들은 또 다른 생명체를 만든다. 모든 생명체는 원자에서 태어난다그렇다면 그 많은 원자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책으로 만들어진 TV 다큐멘터리 《코스모스(홍승수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4년)에 출연한 칼 세이건(Carl Sagan) 우리가 우주에서 온 특별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별 먼지(star stuff)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별이 폭발해서 우주 사방으로 산산이 흩어지는 별 먼지 속에 원자가 있다.


따라서 원자의 역사를 알려면 제일 먼저 우주에서 시작한다.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게 큰 우주의 씨앗은 원자다. 그뿐만 아니라 지구의 씨앗, 생명체의 씨앗이기도 하다. 원자는 다재다능한 입자다. 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 나를 이루는 원자들의 세계는 우주와 생명체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원자의 업적들을 정리한 책이다.


수많은 물리학자, 화학자, 천문학자, 생물학자들은 태초의 씨앗을 밝히기 위해 무진장 노력했다그들의 연구는 동시대 과학자들로부터 외면당하거나 비난을 받았다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그리려고 했던 프랑스의 화가 쿠르베(Gustave Courbet)보이지 않는 천사를 그리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명백한 사실을 알고 싶은 과학자들은 확인 불가능한 보이지 않는 원자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원자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우리는 원자의 실체를 부정한 과학자들이 어리석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원자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실험기구가 없었던 그 당시로서는 보편적인 인식이었다. 미국의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Thomas S. Kuhn)은 집단적인 인식을 패러다임(paradigm)’이라고 명명했다.[주1]









벨기에의 가톨릭 성직자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Lemaître)는 아주 작은 원시 원자(primeval atom)가 폭발하는 순간 우주가 탄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방정식을 이용해 우주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하지만 우주는 변함없이 고정되어 있다고 믿은 아인슈타인은 르메트르의 우주 팽창설을 거부했다. 그의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주2] 르메르트가 제시한 원시 원자 개념은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빅뱅(Big bang) 우주론의 원형이다.


20세기 중반에 아원자 입자들의 정체가 하나둘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당사 물리학자들은 기뻐하기보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 중 일부는 여전히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원자의 속성을 믿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반복되는 실험과 정밀한 측정을 중시한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의 실체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 상황을 찝찝하게 여겼다. 아원자 입자들이 발견되는 상황을 지켜본 미국의 물리학자 머리 겔만(Murray Gell-Mann) 모든 물질의 기본 입자는 원자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과감한 생각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는 유령과 같은 입자쿼크(quark)라는 괴상한 이름을 붙여주었다. 쿼크는 독일어로 헛소리를 뜻한다.


이 책은 과학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여섯 가지 편향을 소개한다. 과학자도 인간이라서 때로는 착각하고,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그러나 가설과 이론을 의심하는 과학자들의 태도를 무조건 편향으로만 볼 수 없다. 과학적인 관점에 따라 의심하는 태도는 증거가 부실한 유사과학과 독단적인 편향에 맞서 싸우는 회의주의(scientific skepticism)’.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김동광 옮김, 까치, 2021)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학책이었다. 15년이 지난 후에 이 기록을 깬 과학책이 빌 브라이슨(Bill Bryson)거의 모든 것의 역사(이덕환 옮김, 까치, 2020).[주3] 이 두 권의 책은 잘 만들었지만, 단점이 있다








과학책의 역사를 정리한 책을 펴낸 브라이언 클레그(Brian Clegg)에 따르면, 호킹의 책은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불친절한 책이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2003년에 출간된 책이다. 최신 과학 정보가 반영되지 않았다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에는 기본적인 과학 개념들이 쉽게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2023년에 나온 이 책은 거의 모든 것의 역사보다 10년은 젊다.


책 속에 사소하지만못 본 척하면서 지나칠 수 없는 옥에 티가 있다.



* 28쪽





 몇 년 후에 그는 교황 피우스 7에게 자신의 이론을 영적 진리에 대한 증거로 활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원문]

 

 Years later, he would ask Pope Pius XII not to use his theory as evidence of scriptural truth.



피우스(Pius)’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교황은 총 열두 명이다. 국내 천주교인들이 많이 쓰는 표기는 비오. 비오 7(Pius VII, 1742~1823)1800년에 바티칸에 입성한 251대 교황이다. 조르주 르메트르가 살아 있었을 때 활동한 260대 교황은 비오 12(Pius XII, 1876~1958, 재위: 1939~1958).



* 55





 그는 이 기묘한 입자를, ‘quack(돌팔이)’ 또는 ‘quork(꽥꽥거림)’라는 이름을 저울질하다가 제임스 조이스피네간의 야경(Finnegan’s Wake)에 나오는 쿼크(quark)로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Wake’깨어나다 또는 밤을 새다를 뜻하는 단어다.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의 고국 아일랜드에는 장례식이 끝난 후에 지인들끼리 모여 밤새도록 고인을 추억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풍습이 있다, 소설 제목의 ‘Wake’는 아일랜드의 장례 풍습을 뜻한다. 따라서 피네간의 야경은 오역이다정확한 제목은 피네간의 경야(經夜)’야경은 밤의 경치(夜景)’ 또는 밤에 순찰하는 일(夜警)’을 뜻한다.



* 92




 

 아폴로 10호 우주 비행사들이 달 궤도를 돌았던 것이 고작 두 달 전이었다. 이제는 아폴로 11호의 우주 비행사인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최초의 달 착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버즈 올드린(Buzz Aldrin)과 함께 아폴로 11호에 탑승한 우주 비행사 한 사람이 언급되지 않았다. 그 사람은 바로 마이클 콜린스(Michael Collins). 그는 두 사람과 함께 달 표면을 밟지 못했고, 우주선 조종을 담당하는 임무를 맡았다. 콜린스는 처음으로 달의 뒷면을 본 우주 비행사(넓게 보면 인간).



* 274~275






 

 1970년대에 발간된 식물의 사생활(The Secret Life of Plants) 때문에 식물 생리학은 유사 과학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식물에 거짓말 탐지기를 연결한 실험을 통해서 식물이 인간의 감정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주장하는 전직 CIA 수사관의 책이었다. 그의 실험은 재현할 수 없었고, 그 책은 저명한 생물학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결국 식물이 지능을 가졌을 수도 있다는 주장은 모두 초심리학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물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언급된 이 책의 정체는 식물의 정신세계: 식물도 생각한다(황금용 · 황정민 옮김, 정신세계사, 1993). 저자는 피터 톰킨스(Peter Tompkins)크리스토퍼 버드(Christopher Bird). 두 저자는 과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으며 뉴에이지 관련 서적을 펴냈다.







피터 톰킨스는 제2차 세계 대전에 종군 기자와 미국의 첩보기관 OSS(미국 전략사무국, Office of Strategic Services) 요원으로 활동했다. OSSCIA(중앙정보국)의 전신이다. 저자는 피터 톰킨스를 전직 CIA 수사관이라고 잘못 언급했다. CIA2차 세계 대전 종전 이후인 1947년에 설립되었다.





영국의 생물학자 데이비드 애튼버러(David Attenborough)1995년에 기획한 BBC 자연 다큐멘터리 제목도 식물의 사생활(The Private Life of Plants)’이다. 식물의 탄생 및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이 다큐멘터리는 책으로도 나왔는데, 애튼버러가 썼다. 다큐멘터리 제목과 같은 책의 번역본(과학세대 옮김, 1995년, 절판)을 펴낸 출판사가 까치. 따라서 유사 과학으로 비판받은 피터 톰킨스와 크리스토퍼 버드의 책 제목을 식물의 사생활로 번역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 토머스 S. , 김명자 · 홍성욱 옮김, 과학혁명의 구조(까치, 2013)


[2] 데이비드 보더니스, 이덕환 옮김, 아인슈타인 일생 최대의 실수(까치, 2017, 절판)


[주3] 브라이언 클레그, 제효영 옮김, 책을 쓰는 과학자들: 위대한 과학책의 역사(을유문화사, 2025), 304~307쪽.






<cyrus의 정오표>



* 108





 

베르헤른 폰 브라운 베르너 폰 브라운(Wernher von Braun)

 

성홍 성홍(猩紅熱)






* 138




 

 1940년대에 오파린은 권력에 굶주린 생물학자로서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마르크스주의적 유전 이론으로 스탈린의 호감을 얻은 토로핌 리센코와 손을 잡았다.


토로핌 리센코 트로핌 리센코(Trofim Lys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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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5-01-3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루스님 글을 읽을 때마다 원문과 비교해 책의 오류들을 짚어주시는 내용이 정말 재미있어요. 근데 어쩜 이렇게 사소한 것들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인지, 볼 때 마다 신기해요.

이윤기 선생님이 옮긴 저 책, 아주 옛날에 봤던 기억이 나네요.

알라딘 서재에서 논쟁이 있었던 적도 있었고, 지금도 제가 어디 강연하러 갈 때마다 약간 논란이 되는 것이 원자력 발전과 핵 발전 이라는 단어 얘기인데요. 과거 과학자들이 쪼개지지 않는 최소 단위를 원자로 생각했던 것은 당연히 맞고, 이후 핵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나중에 핵폭탄을 개발하고, 이를 한참 후에 핵 발전으로 이어가는데요. 유독 일본과 우리나라만 핵발전이 아니라 원자력 발전이라는 단어를 국가적으로 사용합니다. 영어로도 Nuclear power plant 가 아니라 Atomic power plant 라구요. 전세계에서 원자력 발전 이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쓰는 나라가 일본과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거의 없고, 과학적으로도 핵분열(nuclear fission) 현상을 원리하는 발전이라 당연히 핵발전이 맞는데, 이걸 원자력이 맞다고 우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더라구요.

cyrus 2025-02-01 09:59   좋아요 0 | URL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단어나 표현에 호기심이 많아요. 그 단어 하나에 꽂히면 책 읽기를 멈추고, 단어를 알아보려고 조사를 해요.. ㅎㅎㅎ

일본은 두 번이나 핵폭탄을 맞은 경험이 있잖아요. 그래서 핵무기를 뜻하는 ‘Nuclear’ 사용을 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찬성하는 일본 정부와 과학자들, 관료들은 국민에게 원자력 발전소의 장점을 잘 전달하고 싶어 해요. 그러려면 원자핵을 홍보하거나 설명할 때 끔찍한 과거를 불러일으키는 ‘Nuclear’를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고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