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캐럴의 앨리스 - 이상한 나라의 언어적 판타지
정계섭 지음 / 어문학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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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   ★★★   B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는 정말 이상한이야기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인 줄 알고 읽었다가 도무지 읽히지 않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담배 피는 애벌레(caterpillar), 씩 웃으면서 스르륵 몸통부터 사라지는 체셔 고양이(Cheshire cat), 정답 없는 수수께끼를 내는 미친 모자 장수(Mad Hatter). 범상치 않은 등장인물도 그렇고, 이들이 앨리스와 주고받는 말은 난해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후속작 거울 나라의 앨리스(Alice Through the Looking Glass, 약칭 거울 앨리스’)도 상당히 난도 높은 문학작품이다. 앨리스는 거대한 체스판으로 이루어진 거울의 세계로 들어간다. 이 소설에 진화생물학 용어로 알려져 유명해진 붉은 여왕(Red Queen)’이 나온다. 거울 앨리스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상세한 주석 없이는 읽기 힘들다. 수학자 마틴 가드너(Martin Gardner)는 앨리스 연구가로 유명하다. 그는 앨리스거울 앨리스의 난해한 농담뿐만 아니라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내용에 대한 주석을 곁들인 주석 달린 앨리스(The Annotated Alice)[주]을 펴내기도 했다. 두 편의 앨리스에 매료된 어른들은 지금도 이야기를 꼼꼼하게 읽으면서 자신만의 견해를 덧붙인다. 앨리스의 무엇이 어른들을 매료시켰나. 앨리스는 읽을 때마다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숲 해설가로 활동 중인 정계섭의 《루이스 캐럴의 앨리스는 두 편의 앨리스에 나오는 언어로 된 퍼즐과 철학적 대화를 분석한 해설서다. 저자는 언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철학 연구소 교수를 지낸 적이 있다캐럴은 수학, 논리학, 언어를 이용해 난센스(nonsense)와 말장난 만드는 일을 좋아했다. 앨리스가 어려운 이유는 상식을 전복시키는 난센스와 무의미한 말장난이 이야기 곳곳에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작중인물 간의 대화에 나오는 말장난과 농담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Age)의 사회적 분위기와 수학 및 논리학에 대한 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렵다.


거울 앨리스험프티 덤프티(Humpty-Dumpty)는 문장에서 중요하지 않은 단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언어학자이자 궤변가다모자 장수는 앨리스에게 수수께끼를 낸다. 까마귀와 책상은 어떤 점에서 닮았나?(Why is a raven like a writing desk?)” 앨리스는 수수께끼에 흥미를 느끼지만, 나중에 답을 알지 못해 포기한다. 저자는 답 없는 수수께끼를 국면 전환용 논점 일탈이라고 주장한다. 모자 장수는 궤변을 늘어놓는 자신의 이상한 행동을 교묘하게 가리기 위해 앨리스(그리고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에게 절대 풀 수 없는 수수께끼를 낸다.


앨리스거울 앨리스는 언어학, 수학, 논리학으로 세워진 텍스트의 미로다. 이 미로에 설치된 장애물은 독자의 생각을 중지하게 만드는 온갖 말장난과 역설이다. 루이스 캐럴의 앨리스는 텍스트의 미로를 즐겁게 헤매고 싶은 독자에게 도움 주는 책이다.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주1] Alice: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거울 나라의 앨리스최인자 옮김북폴리오, 2005.




* 117[저자 19]




 빌헬름 폰 훔볼트(Wilhelm von Humboldt, 1767~1835), 베를린대학[2] 설립자. [중략] 그의 동생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자연의 발명[3]은 한 편의 서사시처럼 감동적이다.


[주2] 독일 베를린에 있는 대학교는 총 네 개다. 이 중에서 제일 먼저 설립된 대학교는 베를린 훔볼트대학교(Humboldt-Universität zu Berlin)이다. 1810년에 설립된 당시 대학교 이름은 베를린대학교. 1826년에 교명이 베를린 프리드리히 빌헬름 대학교(Friedrich-Wilhelms-Universität zu Berlin)로 변경되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독일이 서독과 동독으로 분열되면서 수도인 베를린도 분열되었다(서베를린, 동베를린). 소련이 점령한 동독에 속한 베를린대학교는 1949년에 현재 교명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맞서 서독의 자유주의 진영 교수들은 1948년에 베를린 자유 대학교(Freie Universität Berlin)’를 세웠다. 베를린에 있는 두 개의 종합대학교를 베를린대학교라 부르면 어느 대학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훔볼트대자유대라고 각각 구분해서 써야 한다.



[주3] 알렉산더 폰 훔볼트(Alexander von Humboldt)자연의 발명이라는 제목의 책을 쓰지 않았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삶과 업적을 조명한 안드레아 울프(Andrea Wulf)자연의 발명: 잊혀진 영웅 알렉산더 폰 훔볼트(The Invention of Nature: Alexander von Humboldt‘s New World, 양병찬 옮김, 생각의힘, 2021)라는 책이 국내에 번역되었다. 저자는 자연의 발명을 훔볼트의 저서로 잘못 소개했다. 훔볼트의 저서는 총 다섯 권으로 이루어진 코스모스(Kosmos).




* 146[저자 33]


 샘 로이드(Sam Loyd, 1841~1911), 신문과 잡지에 1만 개가 넘는 퍼즐을 연재하여 퍼즐의 왕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그의 해답 까마귀와 책상 모두 에드거 앨런 포가 썼으니까라는 억지에 가깝다.[반론]

 

[저자의 주석에 대한 반론] 샘 로이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7장에 나오는 미친 모자 장수의 답이 없는 수수께끼에 대한 세 가지 답을 제시했다. 저자가 한 가지 답(‘까마귀와 책상 모두 포가 썼다’)만 언급해놓고선 억지라고 주장하는 것 또한 억지에 가깝다. 샘 로이드가 제시한 세 가지 답은Alice: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116쪽에 있는 5번 주석에 나온다그런데 5번 주석에 있는 내용에도 오류가 있다.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시 까마귀소설로 잘못 소개했다


참고로 Alice: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번역한 최인자는 조앤 K. 롤링(Joan K. Rowling)의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와 불의 잔(문학수첩, 2000)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문학수첩, 2003)를 번역했다. 하지만 원문을 무시한 오역과 비문이 상당히 많아 독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 162[저자 42]

 

 데모크리토스(Democritos), 원자로 세상 만물을 설명한 형이상학적 원자론을 주창한 그리스 사상가. 연금술이 화학의 발전에 못지않게 근대 화학의 발전에 이바지했다. [주4]



[4] 고대 원자론의 창시자는 레우키포스(Leukippos). 그의 제자 데모크리토스는 원자론을 완성한 학자다. 현재 일부만 남아 있는 데모크리토스의 글에 레우키포스의 원자론이 언급되어 있다. 최근에 나온 철학 분야의 책들을 살펴보면 레우키포스와 데모크리토스를 고대 원자론자로 소개하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 정오표


* 10





엘리스 → 앨리스




* 40





앨리스는 부끄러워하고 수줍음을 잘 타는 영낙없는 7살의 소녀이다.


영낙없는 영락없는





* 45





새앙쥐 생쥐





* 46





모리스 모리셔스(Mauritius)





* 51[저자 24]

 




 이 책과 <논리 게임> 등에서 발췌하여 이상한 나라의 추리 파일(조은희 역, 보누스, 2015) 번역되었다.

 

보누스, 2015) 보누스, 2015)





* 60[저자 1]





유크리드 유클리드(Euclid)

 

 



* 64[저자 3]





화엄일승법화엄일승법(華嚴一勝法)





* 113





프레게(G. Frefe) 프레게(G. Frege)

 




* 186쪽: 윌리암 제임스 윌리엄 제임스



* 203[저자 19]: 네델란드 네덜란드



* 211쪽: 디지탈 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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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3-09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본적이 없군요 😅 왠지 읽었던 기분이 드는건 너무 유명해서 그런거겠죠?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cyrus 2022-03-10 21:03   좋아요 1 | URL
디즈니의 앨리스가 유명해서 원작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거예요. ^^

초란공 2022-03-09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이런 세계가 있었다니 놀랍습니다. 꼼꼼하게 주석에 대해 언급해주셔서 놀랍네요. 출판사에서 꼭 확인해야 할듯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cyrus 2022-03-10 21:07   좋아요 0 | URL
어문학사가 양질의 문학 해설서를 잘 만드는 출판사 중 하나인데, 좋은 책에 간혹 오탈자가 많은 편이에요. 몇 년 전에 제임스 조이스 권위자인 김종건 교수가 쓴 조이스 해설서를 읽은 적이 있어요. 그 책도 오탈자가 많이 보였어요. ^^
 
예술의 정원 - 서양 미술로 읽는 정원의 역사
루시아 임펠루소 지음, 조동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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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책을 협찬받아 쓴 서평이 아닙니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빛의 화가라는 수식어로 알려진 인상주의 미술의 선구자다. 빛이 곧 색채라는 인상주의 미술은 서구회화의 전통에 변혁을 일으켰다. 이전 화가들이 물체를 정확하게 묘사했다면 모네가 주목한 것은 물체에서 반사되어 나온 빛이었다. 모네는 잠깐 생겼다 사라져 다시 오지 않는 찰나의 빛을 포착하여 화폭에 담았다. 그가 그림을 그리면서 빛과 더불어 꾸준하게 관찰한 것은 정원의 모습이었다. 모네는 정원 자체를 미적 공간이 아니라 예술 작업의 일부로 인식했다. 그는 반평생을 파리 근교 마을인 지베르니(Giverny)에 살면서 정원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모네는 수많은 걸작을 남겼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수련연작이다.


모네 이전에 화가들은 정원을 어떻게 묘사했을까?정원의 화가’인 모네의 업적이 워낙 자자해서 정원을 즐겨 그린 화가들의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예술의 정원은 우리가 몰랐던 예술 작품 속 정원의 역사를 보여준다. 정원의 역사와 서양 미술사는 떼어낼 수 없는 관계다. 그렇지만 미술사의 부분 집합인 정원의 역사는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알지 못한 공백’으로 간주되어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정원은 그림 배경으로 취급되었다. 수많은 예술가가 정원 그림을 그렸지만, 모네가 등장하기 전까지 정원은 있으면서도 없는그림 소재가 되었다


예술의 정원의 저자 루시아 임펠루소(Lucia Impelluso)는 건축가이다. 그는 정원을 살아 있는 건축으로 비유한 표현을 언급하면서 정원이 회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강조한다. 대다수 화가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휴식처에 가까운 정원을 즐겨 그렸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정원의 용도와 형태도 변했다. 정원은 꽃과 나무로만 채운 장소가 아니다. 그 속에 당대 사람들이 열광한 미적 취향이 반영되어 있다. 정원을 운치 있는 외관으로만 이해하면 정원이 탄생하게 된 시대 양식을 읽지 못한다.


알레고리(allegory)는 그리스어 다른(allos)’말하기(agoreuo)’라는 단어가 합쳐서 만들어진 알레고리아(allegoria)’에서 유래되었다. 그림이 된 정원은 알레고리가 되어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정원의 상징적 의미는 시대마다 달라졌다. 중세 수도원의 정원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벽은 외부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면서 정원을 둘러싼 벽이 하나둘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개방적인 르네상스 정원은 자연을 통제하면서 아름다움을 창조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준다봉건주의 체제에서 왕권주의 체제로 전환된 시대에 만들어진 정원은 더욱더 화려해지면서 규모도 커졌는데 권력을 과시하는 장소가 된다. 이렇듯 정원은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을 말하는장소다. 저자는 정원 그림에 숨어 있는 여러 가지 의미를 찾아내 소개한다


정원은 시대가 선호하는 미적 취향과 예술가의 개성을 양분 삼아 회화에서 다시 피어났다. 예술의 정원은 독자의 눈길을 끄는 그림들이 펼쳐진 정원 같은 책이다. 하지만 정원을 관리하려면 그 속에 자라는 잡초를 제거해야 한다. 예술의 정원에도 잡초가 있다. 그 잡초는 바로 이곳저곳 생긴 오탈자’와 사실과 다른 내용이. 뽑아서 제거해야 할 오탈자가 많다.






※ 《예술의 정원에 있는 잡초들

 

 

* 18

 

 바위에 핀 붉은 나리(Lilium chalcedonium)는 아폴로와 히아신스의 사랑을 의미하기도 하며,[1] 페르세포네가 백합꽃을 따는 도중 하데스에게 납치되는 이야기를 통해 죽음을 일깨우기도 한다.

 

[1] 히아신스의 어원은 히아킨토스(Hyakintos)’. 히아신스의 학명은 ‘Hyacinthus orientalis’. 히아신스는 붉은 나리와 전혀 다른 식물이다. 나리는 백합의 순우리말이다. 백합과에 속하는 식물의 학명에 라틴어 ‘Lilium’이 포함되어 있다.




* 48쪽: 비트르비우스 비트루비우스(Vitruvius)




* 65쪽: 브라망테 브라만테(Bramante)




* 70쪽: 에페수스의 다이아나(비너스)[주2] 에페수스의 아프로디테(비너스)


[2] 다이애나(디아나, Diana)는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사냥의 신이다. 그리스 신화의 아르테미스(Artemis)와 같은 신이다. 비너스(베누스, Venus)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이며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Aphrodite)와 같다.




* 87


 꽃 정원의 의미는 아폴로에 의해 꽃으로 변한 플로라(Flora), 서풍의 신 제피로스(Zephyr), 히야신스(hyacinth), 클리티아(Clitia)의 조각으로 구체화되었다[주3]


[3] 꽃의 신 플로라는 아폴로와 관련 없다. 플로라는 제피로스의 아내다. 히야신스히아신스의 오자다. [1]에 언급했듯이 히아신스는 꽃 이름이고, 히아신스의 유래가 된 인물명은 히아킨토스.




* 95쪽: 카톨릭 가톨릭

 

 


* 97쪽: 19세가 19세기




* 133쪽: 클로드르 로랭 클로드 로랭(Claude Lorrain)




* 137


 과거 위인들의 흉상 옆에는 알렉산더 포프, 존 바너드 등 유명 정치인들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4]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는 영국의 시인이다.




* 144쪽: 몽테스키 몽테스키외(Montesquieu)




* 146


 영국의 조지 2세의 마리아 공주와 프레드릭 2 부인의 제안에 따라 영국식 정원으로 리모델링된 후 최종적으로는 프리드리히의 아들 빌헬름(William)18세기 후반에 완성하면서 빌헬름스회에라는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했다[5]


[5] 프레드릭 2프리드리히(Friedrich)’는 같은 인물이다. ‘프레드릭(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면 프레더릭으로 쓰는 게 맞다)’은 프리드리히의 영어식 발음이다.




* 208

 

 도나텔로의 조각 <유디트와 다비드>[주6]는 비아라르가(Via Larga) 정원의 의도를 보여주는 도상학적 계획의 일부다.


[주6] ‘<유디트와 다비드>’가 아니라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책에 홀로페론이라고 되어 있는데, 정확한 표기는 홀로페르네스(Holofernes).




* 209쪽: 벨베델레 벨베데레(belvedere)




* 279쪽: 포르투칼 포르투갈(Portugal)




* 312쪽: 파르나수스 파르나소스(Parnassus)




* 325쪽: 

마담 드 몽테스판 후작 부인[주7] 마담 드 몽테스판 또는 몽테스판 후작 부인


[주7] 프랑스어 마담(madame)’은 결혼한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마담은 부인과 같은 의미의 단어다마담 드 몽테스판 후작 부인으로 표기하면 겹말 오류가 된다. ‘마담 드 몽테스판’, ‘몽테스판 후작 부인으로 고쳐 써야 한다.




* 337, 340, 353, 362쪽: 프라고나 프라고나르(Fragonard) [주8]


[8] 493프라고나르로 적혀 있다.




* 352, 413쪽: 악기 루트 류트(lute)




* 379

 

 모네는 자신의 정원 자체를 예술 작업으로 생각했다. 마치 화가가 오랫동안 자연을 관찰하고 그것으로부터 영감으로[9] 받아 그림으로 옮기듯, 정원을 그림으로 생각하며 거기에 생명을 불어넣고자 한 것이었다.


[9] 영감으로 영감을




* 406쪽: 트렌트 공의회 트리엔트 공의회(Council of Trient) [주10]


[10] 트리엔트는 이탈리아 영토인 트렌토(Trento)의 독일어 명칭이다.




* 494[미주 6]


실레노스(Silenus):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포도주의 신 [11]

 

[11] 실레노스는 반인반수 님프(Nymph, 요정). 포도주의 신은 디오니소스(Dionysos).




* 501[미주 10]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 프랑스 후기 인상주의 점묘파 화가 [12]

 

[12] 피사로를 비롯한 몇몇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은 점묘법으로 그림을 그렸지만, 그 작품 수가 적기 때문에 그들은 점묘파 화가로 분류되지 않는다(혹시 피사로를 점묘파 화가라고 주장한 내용이 있는 책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달라). 대표적인 점묘파 화가는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와 폴 시냐크(Paul Signac).




* 512[미주 20]: 키포르스 키프로스(Cyprus)




* 323: 피터르 브뤼헐

* 458: 대 얀 브뢰헬

* 491: 피터 브뤼헬

* 512[미주 14]: 피터 브뤼겔 [주13]

 

[주13] 이름 표기를 하나(피터르 브뤼헐)로 통일합시다!




* 512[미주 2]: 호메로스(Homeros)

* 513[미주 46]: 호머(Homer) [주14]

 

[주14] 호머는 호메로스의 영어식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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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08 00: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탈자 잡초가 많은가봐요. 김매기가 엄청납니다. ㅎㅎ 넘 반가워요. 잘 자내시지요 ~~ 그래도 별 네 개 주셨으니 읽어보고 싶어요.~

북깨비 2022-03-08 05:31   좋아요 3 | URL
잡초랑 김매기 비유 너무 좋아요 😆

cyrus 2022-03-09 05:57   좋아요 3 | URL
코로나 걸리지 않고 잘 먹고 지내고 있습니다. 그림만 봐도 되는 책입니다. ^^

프레이야 2022-03-08 07: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정도면 잡초가 너무 많은 것 같네요. ㅠ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정원, 추억을 불러주네요. 책 내용은 좋아보입니다. 찜!

cyrus 2022-03-09 05:59   좋아요 2 | URL
책의 주제와 내용은 좋은데, 편집은 아쉽습니다. ^^;;

새파랑 2022-03-08 07: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의 별 네개는 흔한게 아닌데 좋은 책인가 봅니다~!! 협찬받아 쓴것이 아니라는 첫 멘트까지 멋지네요 ^^

cyrus 2022-03-09 06:02   좋아요 3 | URL
인스타에 <예술의 정원>을 협찬받아 쓴 독자 리뷰가 몇 편 공개되어 있더라고요. 제 글을 차별화하기(?) 위해 일부러 ‘협찬 no’ 멘트를 써봤습니다. ^^

서니데이 2022-04-09 0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이하라 2022-04-09 0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얄라알라 2022-04-09 0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참 이렇게 한결같으신 보폭, 실은 내달릴 수도 있으시면서 겸손한 보폭으로 꾸준히 걸으시는 cyrus님, 감히 존경스러우시다 고백하겠습니다. 꾸준함의 힘과 내공!!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cyrus 2022-04-09 11: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주말에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글 잘 쓴다는 칭찬보다 더 기분이 좋습니다. 작년부터 독서와 글쓰기 할 여력이 없어서 예전만큼 의욕이 나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서 사그라졌던 활기가 돌아오는 것 같아요. 한 주에 글 한두 편 쓸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글을 쓰겠습니다.
 




서울의 독립서점 최인아 책방처럼 책방을 차리고 싶지만, 당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리하여 카페 클리어최해성 책장을 만들었다. 책장과 책 모두 내가 직접 샀다. 이제 카페에 올 때마다 책 한두 권씩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

 

 


 

 

 

 

 

 

 

 


 

특정 주제의 책들을 선별하여 소개하는 큐레이션 책장 콘셉트로 준비하고 싶으나, 당분간은 내가 읽고 싶은 책들(신간 도서)이나 이미 읽은 책들(구간 도서) 위주로 책장에 꽂으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출판시장의 추세를 가늠할 수 있는 인기 도서를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쭉 훑어보면서 그중에 잘 만들었고,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도 고를 예정이다.

 

나름대로 구색을 갖춘 책장이지만, 카페에 온 손님들이 내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나처럼 카페에 한두 시간 이상 앉아서 책 한 권을 진득하게 읽는 손님은 없기 때문이다. 최해성 책장은 순전히 나, 한 사람을 위한 책장이다.

 

 

 

배려심 많은 카페 사장님 덕분에 책장을 놔둘 자리를 확보했다. 책장 자리 임대료(?)는 디저트와 음료값으로 충당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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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2-02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페.컨셉과.넘나 잘.어울리는 마카롱색.미니책장을 구비하셨네요. Cyrus님의.서점도 2020년대.중에 오픈하기를.응원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02-02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디어 멋져요~!
어딘지 가보고 싶어요

오후즈음 2022-02-02 2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저렇게 이쁜 색의 유니콘이라뉘. 가깝다면 근처에 들려 몇 페이지씩 읽고 가고 싶어요.

새파랑 2022-02-02 2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장이 카페와 잘 어울리는거 같아요~! 어느 카페인지 구경 가고 싶군요 ㅎㅎ
좋은 사장님 좋은 손님인거 같아요 ^^

psyche 2022-02-03 04: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장도 넘 이쁘고요 카페에 저런 공간을 만드셨다니 분홍색의 카페랑 너무 잘 어울릴 거 같아요.
cyrus 님이 ‘최해성 책방‘을 오픈 하는 날이 곧 오기를 그리고 대구에 가서 그 곳을 방문할 날을 기대합니다

서니데이 2022-02-03 04: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장 디자인이 예뻐요. 길이 조절이 가능한 점도 좋고요. 카페 손님들의 베스트셀러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cyrus님 새해복많이받으세요.^^

stella.K 2022-02-03 16: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디어가 좋긴한데 누가 책을 스~윽 가져가면 어쩌지?ㅋ

mini74 2022-02-03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해성 책장 깜찍합니다. 무슨 책들이 놓일지 넘 궁금하고 설레요 ㅎㅎ

Angela 2022-02-07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독서책장을 카페에 만드셨네요~조만간 cyrus님 책방을 차리시길~^^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아주 멋진 일이다. 이 행위에는 정성이 깃들어 있다. 그렇게 정성을 쏟으면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하지만 일하는 데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은 일에 대한 애정이다. 자신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해서 좋아하지 않는 일을 계속하면 과연 본인과 다른 사람이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계속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일만 하는 바보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른다.

 

좋아하지 않는 일이라도 노동의 결과물이 잘 나오고, 그것이 잘 팔리면 잘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일해서 벌어들인 수익이 적거나 혹은 아예 없으면 실패한 일이 된다. 때론 노동으로 취급받지 못하곤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돈이 되지 않는 일을 꺼린다. 먹고 살기 위해선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은 분명 나 자신을 위한 노동이다. 그러나 평생 소득을 얻기 위한 일을 하게 되면 라는 정체성이 희미해진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일에는 나만을 위한 삶이 배제되어 있다.

 














 

* 섭 편집부 매거진 섭 sub : No. 1 코로나 시대의 사람(tampress, 2021)

 

 


작년 10월에 나온 비정기 로컬 창작 잡지 매거진 섭(sub)창간호의 주제는 코로나 시대의 사람이다. 여기서 사람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하는 노동자를 뜻한다. 잡지 편집자이자 책방 <서재를 탐한다> 운영자 김정희 님좋아하는 일잘하는 일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분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을 좋아하는 그녀는 자신을 읽고, 쓰고, 그리고,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창간호 집필진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매거진 은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즐겁게 일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무언가를 만들 뿐만 아니라 각자 자신만의 삶을 계속 만들어가고 있다.


내가 자주 가는 디저트 카페 <카페 클리어>를 운영하는 제이(lovely J) 님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잘하는 일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분이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 매일 고민하고, 열심히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소잉(sewing) 작업도 같이 하고 있다. 스카프, 파우치, 마스크 등을 직접 만들어서 판매한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 정희 님과 제이 님은 하루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하는 ‘n잡러. 그녀들이 하는 집안일도 노동이다. 그렇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자기만의 방(정희 님의 작업실은 <서재를 탐하다>라면, 제이 님의 작업실은 카페 3층에 있다)’에서 하는 데 힘든 게 대수인가.

 

김정희 님과 제이 님, 이 두 분은 앞으로도 자신만의 속도로 만들고 자기 삶을 계속 만들면서 살아갈 것이다. 올해 두 분의 행보가 매우 기대된다.

















소준철 가난의 문법(푸른숲, 2020)




사족: 매거진 섭가난의 문법 서평[주1]이 실려 있다. 서평을 쓴 사람은 최해성이다. 그런데 이 최해성이란 작자(作者)[주2]의 자기소개가 가관이다. 그는 ‘책을 읽은 뒤에 서평 쓰기가 하루 중에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소개했는데, 내가 아는 최해성은 작년부터 서평을 꾸준히 쓰지 않고 있다. 게으름뱅이가 됐다. 최해성은 마카롱 세 개를 먹는 것이 하루 중에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내게 말했다.




[주1] <보이지 않은 노동>, 202138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12475756




[주2작자(作者)


1. 글을 쓰거나 문학 작품, 악곡 따위의 작품을 지은 사람

2.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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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2-01 19: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 최해성이 나도 아는 이름 같구만. 만나면 그렇게 살지 말라고 네가 잘 알고있는 누님이 그러더라고 전해줘라.🤣

cyrus 2022-02-02 14:12   좋아요 4 | URL
그 누님이 누군지 알겠어요. 명심하겠습니다. ㅎㅎㅎ

mini74 2022-02-01 20: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되어 먹고살만큼 수익을 낸다면 정말 행복할거 같아요. ㅎㅎ 마카롱 세 개 넘 웃겨요 ㅎㅎ

cyrus 2022-02-02 14:13   좋아요 3 | URL
편의점에 파는 마카롱 개수가 세 개거든요. 그래서 클리어에서 만든 마카롱도 무조건 세 개 먹어야합니다.. ㅋㅋㅋㅋ

새파랑 2022-02-01 21: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전 좋아하는 일은 많은데 잘하는 일이 없어서 걱정입니다 😅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날이 언젠가는 있기를 바래봅니다~!!

cyrus 2022-02-02 14:15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이 좋아하는 일이 뭔지 궁금하군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 남들이 잘했다고 칭찬하면 기분 좋아져서 계속하고 싶어져요. ^^

프레이야 2022-02-01 21: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마카롱 세 개 십 분 안에 드시는
바로 그분이군요. ㅎㅎ
리뷰를 부지런히 자주 쓰던 시절이 있었는데
한 번 뜸해지면 자꾸 뜸해지는 것 같아요.
뭐 그럴 땐 스스로 너무 재촉하지 않는답니다.
1호 잡지… 코로나 시대의 사람,이죠. ㅎ
사랑 아니고. 오타인 듯.
요즘 특히 필요한 잡지 같네요.
이름도 좋은 잡지에 리뷰 실린 최해성 님
축하드립니다 ^^
그리 잘하지 못해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지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cyrus 2022-02-02 14:23   좋아요 5 | URL
마카롱이 아주 맛있어서 금방 다 먹어요.. ㅎㅎㅎ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는 데다가 퇴근 시간이 불규칙해서 예전처럼 1일 글 두 편 쓰는 건 힘들어요. 현실을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매주 글 두세 편 써야겠어요.

오자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바람돌이 2022-02-02 0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들이 대구에 가면 이제 카페 클리어를 찾을 듯... 그러면 거기서 마카롱 3개를 아주 맛나게 먹고있는 최해성님을 만날지도요. ^^

cyrus 2022-02-02 14:25   좋아요 4 | URL
제가 사는 동네에 알라딘 서재를 뭔지 아는 사람 한 명이라도 만났으면 좋겠어요. 알라딘은 아는데 알라딘 서재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

Angela 2022-02-07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가면 카페 클리어에서 최해성작가님 찾을게요~매거진 섭도 읽어보고요~
 
원소 -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작지만 강력한 이야기
필립 볼 지음, 고은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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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4점   ★★★★   A-






원소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성분이다. 2022년 현재 주기율표에 채워진 원소는 총 118개. 화학은 물질의 구조와 성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원소를 이해하는 것은 화학을 공부하는 데 아주 중요한 일이다. 학창 시절에 화학을 공부하면 원소의 성질과 원소 기호를 외워야 했다. 그런데 무작정 외우면 과학 공부가 재미없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과학 공부는 암기가 아니라 실험해보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그러려면 실험 도구부터 재료 등을 다 챙겨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과학 공부를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생소한 원소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필립 볼(Philip Ball)원소: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작지만 강력한 이야기(The Elements: A Visual History of Their Discovery)는 누구나 화학을 쉽게 접할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원소의 발견으로 발전해온 화학의 역사를 풍부한 도판을 곁들어 설명한 점이다책 어디에도 원리법칙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론에 대한 설명은 없다이론을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실험이나 과학 공부가 학습 효과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가장 중요한 이론만 알아도 화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그렇지만 원소》는 이론과 실험보다 화학의 실용적인 측면에 주목한다대부분 사람은 과학이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축적되어 형성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하지만 저자는 과학이 실험실에서 태어나 발전되었다는 기존 인식에 반대한다그는 과학이 태어나는 지점을 확장해 기술자와 노동자가 일하는 채석장과 공장으로 시선을 돌린다저자가 고른 여러 점의 도판에 금속을 채굴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나 화학물질로 제품을 만드는 공장 내부 풍경이 담긴 판화와 기록사진이 포함되어 있다멘델레예프(Mendeleev)를 비롯한 여러 명의 과학자는 세상에 흩어져 있던 원소들을 주기율표에 모으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이후로 과학자들은 새로운 원소들을 발견하거나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멘델레예프가 놔둔 주기율표의 빈칸들을 하나씩 채워나갔다. 하지만 지금의 주기율표를 만든 또 다른 기여자는 기술자, 장인, 노동자다.


기술자, 장인, 노동자들은 튼튼하고 유용한 제품을 효율적으로 만들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그들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제조법을 고안했다. 이 과정에서 원소가 우연히 발견되었다기술자와 노동자가 원소를 조합해서 실용적인 제조법을 만들고 있을 때, 과학자들은 원소의 정체를 밝혀냈다원소는 과학자와 기술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된 화학의 역사를 보여준다.


하지만 눈부신 화학의 역사가 만든 어두운 그림자는 원소로 이루어진 세상을 이해하려는 여성과 비()백인의 탐구 정신을 가두게 했다백인 남성은 본인 스스로 과학의 발전을 이끄는 주체적인 인간으로 인식했고, 자연을 정복하고 통제했다. 그 과정에서 여성과 백인 외 인종을 억압하고 착취했다저자는 오랫동안 과학사에 드리워진 불평등의 그림자를 걷어낸다


과학사의 절반을 가린 불평등의 그림자 속에 갇혀 있다가 이제야 빛을 본 여성 과학자들이 있다.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리제 마이트너(Lise Meitner).



 1930년대의 주기율표에는 우라늄 오른쪽에 원소가 없었다. 우라늄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는 것은 주기율표를 넓혀주는 좋은 방책으로 보였다. 1934년에 세그레는 로마에 있던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와 함께 이 실험을 시작했다. 그해 말에 페르미와 오스카 다고스티노(Oscar D’Agostino)는 두 가지 새로운 원소가 만들어졌다는 증거를 발견했으며, 두 원소는 원자번호 93번과 94번 원소에 해당한다고 보고했다. 그들은 두 원소의 이름으로 아우세늄과 헤스페륨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그들이 발견한 것은 우라늄의 핵이 분열 후 더 작은 조각들로 분해되고 남은 산물이다. 그들의 판단은 4년 후 오토 한(Otto Hahn)과 프리츠 슈트라스만(Fritz Strassmann)이 바로잡았다


(원소》, 202쪽)



페르미는 우라늄 원자핵에 중성자를 투입해 우라늄보다 더 무거운 초우라늄 원소를 만들기 위한 실험을 했다. 중성자를 흡수한 우라늄은 더 작은 조각으로 분해되는 핵분열반응을 일으키는데, 페르미는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핵분열을 시도한 사실을 간과했다. 오토 한과 프리츠 슈트라스만, 이 두 사람에게 페르미가 했던 실험을 해보자고 제안한 리제 마이트너가 핵분열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유대인 출신의 마이트너는 나치 정권의 유대인 탄압 정책을 피해 스웨덴으로 망명했다. 한과 슈트라스만은 중성자로 우라늄을 붕괴시키는 실험을 한 뒤에 그 결과를 편지로 써서 마이트너에게 보고했다. 마이트너와 그녀의 조카 오토 프리슈(Otto Frisch, 뒤늦게 우라늄 핵분열 실험에 합류했다)는 실험 결과를 세밀하게 검토하는 작업을 맡았다. 1938년에 한과 슈트라스만은 핵분열 실험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듬해에 마이트너와 프리슈는 핵분열이 일어나면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논문을 발표했고, 논문은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마이트너는 이 논문에 핵분열이라는 단어를 처음 언급했다


그러나 핵분열을 증명한 공로는 오토 한에게 돌아갔고, 그는 1944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한은 마이트너와 슈트라우스의 공로를 부인했다. 한은 한술 더 떠서 마이트너를 동료가 아닌 조수였다고 주장했다. 리제 마이트너는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모두 겪은 바람에 핵분열을 발견한 업적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1992년 독일에서 109번 원소가 만들어졌는데, 마이트너의 이름을 딴 마이트너륨(Meitnerium, Mt)’으로 명명되었다


저자는 남성 중심적 과학을 비판하고 있으면서도 마이트너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214쪽에 마이트너륨이 딱 한 번 나오지만, 이 원소의 화학적 성질에 대한 설명이 없다. 심지어 마이트너가 한과 함께 91번 원소 프로탁티늄(protactinium, Pa)을 발견한 사실조차도 언급하지 않았다. 프로탁티늄은 방사능 독성이 강해서 소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소다. 마이트너륨은 반감기가 아주 짧아 금방 분해되어 사라지기 때문에 화학적 성질이 밝혀지지 않은 특수한 원소다저자는 산업적인 가치와 연구 가치가 높은 원소들이 발견되는 과정을 비중 있게 다룬다. 그렇기 때문에 실체가 잘 알려지지 않은 원소들(110~118번 원소)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빈약하다. 마이트너륨처럼 이름만 나온 원소들이 있다. 118개의 원소 전부를 알고 싶은 독자라면 세상의 모든 원소 118(시어도어 그레이 저, 영림카디널, 2012)알수록 쓸모 있는 원소 118(오시마 켄이치 저, 지브레인, 2020)을 권한다.


책에 오역으로 보이는 단어가 있다.



 파라셀수스의 사상을 따르는 파라셀수스주의의사들은 의화학파(iatrochemist)라고 불렸다. 이들은 건강이란 신체의 네 가지 호르몬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전부라는 옛 생각에 반대했다


(64쪽)


[원문]


 These “Paracelsian” doctors were sometimes called iatrochemiststhe word iatrochemistry means “medical chemistry’and they opposed the old notion that health was all about balancing the four humours of the body.


(The Elements: A Visual History of Their Discovery》 62, 64쪽)



‘Humour’의 뜻은 익살스러운 농담이다. 그 외에 기분’, ‘기질(氣質)’, ‘체액’이라는 뜻도 있다. 고대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네 가지 체액(혈액, 담즙, 점액, 흑담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봤으며 체액들의 균형을 맞추면 좋은 기질이 나타나 몸이 건강해진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체액이 모자라거나 너무 많으면 병이 생긴다. 히포크라테스 이전의 고대인들은 죄를 지으면 신이 내린 형벌을 받아 질병에 걸린다고 믿었으며 주술로 치유하려고 했다.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의 원인을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4원소설(, 공기, , )에 주목했고, 이에 대응하는 네 가지 체액이 인간의 몸에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그의 학설은 ‘4체액설이라는 이름으로 중세에 알려져 오랫동안 정설로 자리 잡았다. ‘호르몬(hormone)’자극한다, 흥분시킨다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hormao’에서 유래했다‘four humours’의 의미에 부합하는 번역어는 네 가지 체액(기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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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2-01 0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유, 넌 뭐 이런 어려운 책을 읽고 그랴. 쉬는 날은 푹 쉬지. 아님 어머니 도와드리거나 그러지 안쿠.><;; ㅋㅋ
암튼 새해 복 많이 받아!🥰

cyrus 2022-02-01 18:00   좋아요 3 | URL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읽어봤어요. 이번 설날 잘 쉬고 있어요. 누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새파랑 2022-02-01 1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원소˝라니 너무 어렵게 느껴지지만 보기 힘든 Cyrus님의 별 네개 군요~!! 고띵때 외운 주기율표가 그냥 만들어진게 아니었군요 ㅎㅎ

cyrus 2022-02-01 18:04   좋아요 2 | URL
원소가 발견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어서 책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

mini74 2022-02-01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워보이지만 재미있겠어요. 새파랑님 말씀처럼 보기드문 별 4개이기도 하고요 ㅎㅎ 원소이름이 제가 배우던 때랑 바뀌어서 넘 힘들어요 ㅠㅠ

cyrus 2022-02-02 14:26   좋아요 1 | URL
그죠? ‘나트륨’을 쓰면 옛날 사람 취급 받아요.. ㅎㅎㅎ

psyche 2022-02-03 04:45   좋아요 1 | URL
앗 지금은 ‘나트륨‘을 쓰지 않나요?

mini74 2022-02-03 12:28   좋아요 0 | URL
소듐? 칼륨은 포타슘? 뭐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ㅠㅠ

mini74 2022-03-08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첨되신거 축하드려요 ~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새파랑 2022-03-08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싸이러스님 별 네개 책이 당선 되었군요~! 축하드립니다 ^^

라파엘坤 2022-03-08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서니데이 2022-03-08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이하라 2022-03-08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러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강나루 2022-03-09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당선 축하드려요.

투표 안하셨다면, 오늘 꼭하는 거 아시지요^^

thkang1001 2022-03-0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