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가기 전에 - 미리 보는 미술사, 르네상스에서 아르누보까지
아당 비로.카린 두플리츠키 지음, 최정수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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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협찬받아 쓴 서평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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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전시해설사(docent)는 미술에 대한 지식과 안목을 바탕으로 관람객에게 전시된 작품을 설명해주는 사람이다. 소위 어렵다고 느껴지는 작품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두면서 감상해야 한다. 현대미술은 난해함의 극치라서 전시해설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시해설사는 미술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관람객들에게 즐겁고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미술관에 가기 전에는 한 권의 책이 된 전시해설사다. 이 책은 미술 비전공자들도 몰입하게 만들 정도로 미술가와 작품들을 소개하는 전시해설사 역할에 충실하다. 놀랍게도 이 책을 쓴 두 명의 프랑스인은 전시해설사가 아니다. 한 사람은 예술 관련 도서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으며, 다른 한 사람은 미술 연구자다. 두 저자는 서양미술사에 자주 언급되는 유명한 미술가와 걸작들뿐만 아니라 실력은 뛰어났으나 거장들에게 가려진 미술가와 그들의 대표작도 소개한다. 150여 명의 미술가를 시대별 및 지역별로 분류했는데 13세기 중세 말부터 19세기 말 아르누보까지 서양미술사의 전체 흐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아르누보 이후 현대미술과 고대 및 중세 미술은 다음에 나올 2권에 다룬다.

 

미술관에 가기 전에의 매력은 사족(Too Much Information)에 가까운 미술가와 작품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들이다. 두 저자는 전문 용어를 써가면서 작품을 가르치듯이 설명하는 전시해설사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선호하는 미술관은 즐거운 놀이터와 같은 곳이다. 놀이터 같은 미술관은 자유롭다. 이곳에 온 관람객은 작품을 감상하면서 전시해설사와 격의 없이 대화할 수 있다. 그리고 작품 감상과 전혀 관련 없는 미술가들의 재미있는 일화도 들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들이 작품 분석 및 해설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미술가들의 주요 특징과 미술사 발전에 큰 영향을 준 작품들의 가치와 같은 핵심 내용을 밑줄로 표시해두었다.


그런데 이 책에 앙리 루소(Henri Rousseau)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루소는 상상으로 이국적인 분위기의 풍경을 표현한 작품을 남겼다. 미술 교육을 받은 적 없는 아마추어 화가인 그는 원근법을 무시하면서 그림을 그렸는데, 그런 자신을 스스로 사실주의 화가라고 평가했다. 루소는 특정 미술사조에 분류하기 어려운 화가다. 피카소(Pablo Picasso)가 극찬한 루소가 왜 이 책에 포함되지 않았을까? 두 저자는 앵그르(Ingres),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를 하나의 범주, 즉 미술사조로 분류할 수 없는 화가라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앵그르와 블레이크는 19세기 낭만주의, 마네는 19세기 사실주의 화가로 분류했다. 두 저자의 화가 선정 기준에 의문이 든다.


의문점이 또 하나 있다.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화가 알폰스 무하(Alphonse Maria Mucha)를 소개한 내용이 왜 없을까무하가 관능적인 포스터를 그린 화가로 알려졌지만, 말년에 조국 체코의 역사를 주제로 한 연작 그림을 제작했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남겼다이름은 한 번 언급되지만, ‘인명 색인에 그의 이름이 없다.


전시해설사는 정확한 정보를 관람객에게 전달해야 한다. 책이 된 전시해설사가 들려준 이야기에 정확하지 않거나 오류가 있다.






라파엘로(Raffaello)<라 포르나리나>는 제빵사의 딸이자 화가의 정부(情婦마르게리타 루티(Margarita Luti)를 그린 초상화로 알려져 있다(52). 그렇지만 <라 포르나리나> 속 인물이 누군지 확실하지 않다. 마르게리타 루티라고 추정한 것은 19세기부터 시작되었다그래서 이 작품을 젊은 여인의 초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운데에서 플라톤(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이목구비를 하고 있음)이 자신의 대화편 중 하나 티마이오스를 들고 손가락으로 하늘과 이데아의 세계를 가리키고 있다. 그는 윤리학을 들고 땅과 인간들의 법을 가리키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대화한다.

 

 그의 뒤에는 두 천문학자 차라투스트라와 프톨레마이오스가 천구의를 들고 있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설명한 내용 중에서, 53)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저서 윤리학의 정확한 제목은 니코마코스 윤리학(Ethika Nikomacheia)’이다. 차라투스트라(조로아스터)는 고대 페르시아에 발원한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 그는 마법사점성술사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점성술은 천체 현상을 관측하여 미래를 점치는 기술이다. 점성술은 비과학적인 방식이지만, 과거에 정식 학문으로 인정받았으며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는 점성술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점성술사의 원어(Astrologer 또는 astrologist, 프랑스: astrologue)는 천문학자(astronomer, 프랑스: astronome)의 원어와 비슷해서 번역하면서 혼동하기 쉽다. 차라투스트라는 천문학자가 아니라 점성술사다.













 <180852>(마드리드 프리도 미술관)은 모든 유럽 국가의 봉기의 상징이 되고 나중에 피카소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프란시스코 데 고야, 170)

   


피카소에 큰 영향을 준 고야(Francisco de Goya)의 그림 제목은 <180853>이다. 피카소는 <1808년 5월 3일>의 구도를 참조해 <한국에서의 학살>(Massacre en Corée, 1951)을 그렸다.






 작업 중인 노동자들을 그린 최초의 그림 중 하나인 이 작품은 날 것의 사실주의로 살롱전 심사위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카유보트의 <마룻바닥에 대패질하는 사람들>에 대한 설명문 중에서, 218)

 











<마룻바닥에 대패질하는 사람들>1875년에 완성된 작품이다. 카유보트보다 먼저 쿠르베(Gustave Courbet)가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그 작품이 바로 <돌 깨는 사람>(1849)이다. 그런데 일하는 노동자의 범주에 여성의 노동을 포함한다면 쿠르베의 작품이 최초는 아니다. 18세기에 활동한 프랑스의 화가 샤르댕(Jean-Baptiste-Siméon Chardin)부엌에서 일하는 하녀나 부인의 모습을 담은 작품 몇 점 남겼다.


209쪽에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라고 되어 있는데, 와일드는 영국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그의 할머니 플로라 트리스탕1840년대의 문인이자 사회주의 투사, 페미니스트로서 사회적 논쟁에 참여하고 국제주의를 표방한 주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폴 고갱, 239)

 


플로라 트리스탕(Flora Tristan)은 고갱(Paul Gauguin)외할머니.






정오표

 


* 119: 다비트 테니르스(David Teniers) 

인명 색인(283)에는 다비트 테니어르스로 표기되어 있다.

 





* 211: 에술적 허용 예술적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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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6-28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플로라 트리스탕과 고갱 이야기 소설로 본 기억나요. 카유보트의 대패질 그림 넘 좋아요 *^^*

cyrus 2022-07-02 08:40   좋아요 1 | URL
mini님은 호세 바르가스 요사의 <천국은 다른 곳에>을 읽어보셨군요. 고갱과 플로라 트리스탕을 소재로 한 소설이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어요. ^^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이 별세하기 일 년 전에 발표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The Demon-Haunted World: Science as a Candle in the Dark, 1995)이 재출간되었다. 2001김영사 출판사에서 펴낸 지 21년 만에 나온 개정판이다. 개정판을 펴낸 출판사는 명저로 손꼽히는 코스모스》(Cosmos, 1980)를 포함한 세이건의 책들을 번역 출간한 사이언스북스.

 















 

* 칼 세이건, 앤 드루얀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과학, 어둠 속의 촛불(사이언스북스, 2022)

 

* [구판 절판] 칼 세이건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과학, 어둠 속의 작은 촛불(김영사, 2001)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애서가도 추천할 정도로 코스모스는 워낙 유명한 과학 도서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독자는 칼 세이건을 과학 대중화에 일생을 바친 최고의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기억한다. 하지만 유사 과학을 비판하는 일에 앞장섰던 그의 생전 활동을 인상 깊게 본 독자라면 세이건이 제안한 헛소리 탐지기(Baloney detection kit, 구판에 나온 번역어는 엉터리 탐지 장비’)’를 떠올린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 언급된 헛소리 탐지기엉터리 논리로 이루어진 유사 과학을 색출할 때 쓰이는 아홉 가지 검증 기준이다.


 














 

* 칼 세이건 브로카의 뇌: 과학과 과학스러움에 대하여(사이언스북스, 2020)

 


 

세이건은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뿐만 아니라 코스모스가 나오기 일 년 전에 쓴 브로카의 뇌》(Broca’s Brain: Reflections on the Romance of Science, 1979)에서 이미 여러 차례 과학적 회의주의(scientific scepticism)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학적 회의주의는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초자연 현상과 유사 과학을 비판하는 태도이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구판의 서평을 남긴 어떤 독자는 미신과 유사 과학을 맹신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비판한 세이건을 과학 지상주의자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책에 세이건의 지적인 오만함을 느낄 수 있다면서 서평을 마무리했다. 나는 이 독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독자는 과학 지상주의와 과학적 회의주의를 혼동했다. 과학 지상주의는 과학이 이 세상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태도다. 과학 지상주의의 또 다른 이름은 과학만능주의. 하지만 세이건은 과학의 맹신자가 아니었다. 과학적 회의주의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과학 이론이나 지식까지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실험해서 검토한 끝에 기존의 과학 지식을 뒤엎는 새로운 가설이 타당하다고 여겨지면 기꺼이 받아들인다. 세이건은 브로카의 뇌에서 회의주의적 태도를 통해 발전된 과학을 이렇게 정의한다.

 

 

 과학은 실험, 오래된 도그마에 기꺼이 도전하려는 마음가짐, 그리고 우주를 실제 그대로 보려는, 편견 없는 태도에 기초한다. 따라서 과학은 때때로 용기최소한 전통적인 지혜에 의문을 제기하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32)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의심하는 과학적 회의주의자와 과학을 무조건 최고로 여기는 과학 지상주의는 같다고 할 수 없다과학을 맹신하는 과학 지상주의자는 지식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로지 과학이 우리 삶에 풍요를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과학에 대한 낙관적 믿음이 지나치면 대중을 기만하는 유사 과학을 냉철하게 분석하지 못한다.


이번에 나온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완전 개역판이다. 구판에 오역과 오자가 있다는 독자들의 평이 있는데, 직접 읽어 보면 그들의 지적에 수긍하게 된다내가 구판을 읽으면서 찾은 오역과 오자는 다음과 같다.


어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개정판을 주문했다. 수령 예상일은 오늘이지만, 월요일에 책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구판과 개정판 역자는 같다. 개정판이 구판보다 번역의 질이 좋아졌는지 궁금하다. 개정판이 개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 20

 

 앨러배마 주 투스키제[주1]에 있는 물리학자들은, 일단의 퇴역 군인들을 대상으로 그 전까지 치료된 적이 없는 새로운 병에 대한 실험을 하면서 이들이 매독 치료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속였다.

 

[주1] 투스키제 터스키기(Tuskegee)






* 66


 천문학자들은 수억 광년 거리에까지 퍼져 있는 은하들의 분포도를 작성했는데, 그때 자신들이 도박판의 시중꾼(Stickman)[주2]이라고 불리는 미숙한 인간적 형상의 윤곽을 그리고 있음을 발견했다.



[원문]

 

 When astronomers mapped the distribution of galaxies out to a few hundred million light years, they found themselves outlining a crude human form which has been called ‘the Stickman’.

 


[2] 번역자는 ‘the Stickman’도박판의 시중꾼(윗사람의 곁에 있으면서 온갖 심부름을 하는 사람)으로 직역했다. 단어의 뜻은 맞다. 하지만 이렇게 번역하면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천문학자들이 표현한 은하들의 분포 형태가 도박판의 시중꾼형태의 윤곽과 비슷하다는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형태인지 떠오르지 않는다.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내세운 번역자의 정직한(?) 번역으로 인해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번역문이 나오고 말았다.








 


‘the Stickman’은 인간의 머리를 원, 몸통과 사지를 직선으로 나타낸 형상(stick figure)을 뜻하므로, ‘막대 인간으로 번역해야 한다. 백여 개의 천체(성단, 성운, 은하)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들어진 메시에 목록(Messier object) 성도(星圖)를 보면 ‘the Stickman’을 왜 막대 인간으로 번역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여러 색깔의 점으로 표시된 모든 천체를 선으로 연결해보면 얼추 막대 인간형상이 나온다.






* 78


볼테르(Voltaire)마이크로메가스》[주3]


 

















* 볼테르 미크로메가스.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문학동네, 2010)

* [품절] 볼테르 미크로메가스(바다출판사, 2011)




[3] ‘Micromégas’는 고대 그리스어 μικρός(아주 작은)’μέγας(아주 큰)’를 합성한 것이다. 고대 그리스어 발음에 따라 볼테르의 소설 제목을 우리말로 표기하면 미크로메가스.





* 118쪽: 골드바흐의 억측 골드바흐의 추측(Goldbach Conjecture)



* 146쪽: 카글리오스트로 칼리오스트로(Cagliostro)



* 243원주엔리오 페르미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



* 254쪽: 에드가 카이스 에드가 케이시(Edgar Cayce)





* 265

 

 대표적인 예로, 1528년부터 1536년까지 몇몇 동료들과 함께 극심한 궁핍 상태에서 플로리다에서 텍사스 거쳐 멕시코까지 육지와 바다를 떠돌던 알바르 뉴네즈 카베차 드 바카 이야기가 있다.

 

텍사스 텍사스






* 284

 

 극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는 그 시기에 도가니(The Crucible)라는 작품을 발표하였다. 그것은 예루살렘의 마녀재판[주4]을 소재로 한 작품이었다.

 




















* 아서 밀러 시련(민음사, 2012)




[4] Salem Witch Trials. ‘Salem’은 예루살렘이 아니라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도시 세일럼이다.





* 329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영화 <스트레인지러브>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love)




* 334, 357: 칼라하리 사막의 쿵 산 족(Kung San

!Kung San, ‘!’가 없음.

 




* 345: 콩고(Congo Republic) 콩고 공화국 [주5]

 

[주5]콩고가 들어간 두 개의 국가가 있다. 콩고 공화국(Republic of the Congo, Congo Republic)콩고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the Congo)’이다. 두 국가 모두 콩고로 부르기도 하지만, 혼동을 피하려면 국명을 제대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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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2-06-25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_@; 꼼꼼히 읽으시고 찾으셨네요. 저였다면 뭐가 이상한 건지도 모르고 어렵다. 에라 모르겠다 대충 넘어감-_- 모드가 될 것 같아요. 존경합니다. cyrus님^^

cyrus 2022-06-27 22:55   좋아요 0 | URL
너무 꼼꼼하게 읽어서 완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이렇다 보니 책 한 권 읽고 나면 진이 빠져요... ㅎㅎㅎ

다양한세상 2022-06-26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개역판이라더니 오탈자가 몇개 없네요? 구역판소장중이라 언급하신거 몇개외에는 뭐가 틀린지 잘 모르고 넘어간것들이지만 개역판을 굳이 부담스런가격을 지출하며 또 사야할정도는 아니구나싶어서 글써주신 작성자님의 도움이 많이 컸습니다 감사합니다

cyrus 2022-06-27 22:55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저는 이 정도도 많다고 보는데요.. ㅎㅎㅎ
 
매일 같은 밥을 먹는 사람들 - 식사를 선택할 수 없는 삶,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권기석 외 지음 / 북콤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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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보릿고개란 말이 있다. 지난해 가을에 걷은 식량이 다 떨어지고 새로운 보리를 수확하기 전인 초여름 시기(4~6)를 뜻한다. 이때는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연명했으며 굶어 죽는 사람 또한 속출했다.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이런 시절이 있었다. MZ세대에게는 까마득한 옛이야기다. 과거에 비해 지금은 굶주림이 생존에 위협이 될 수준까지는 아니다먹을 게 넘쳐난다하지만 여전히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돈 없으면 하루 세 끼를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런데도 가난한 사람이 무얼 먹고사는지 모른다. 삼시 세끼 잘 챙겨 먹고 있는지 관심도 없다. 대부분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 먹고사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오히려 일할 의지가 전혀 없고, 무료 급식소가 제공하는 밥을 받아먹으면서 사는 그들을 비난한다. 잘 먹으면서 잘 사는 우리는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가 된다. 빵을 달라고 외친 시민을 본 프랑스 왕비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하지만 왕비가 실제로 한 말이 아니다. 어쨌든 가난한 사람의 식사에 무심한 우리는 프랑스 왕비가 한 것으로 잘못 알려진 망언을 가져와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집밥이 없으면 편의점에 파는 김밥이나 라면을 먹으면 되지.” 밥을 제대로 챙겨 먹을 수 없을 때 우리는 싸고 간편한 김밥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그렇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김밥과 라면을 주식으로 삼고 있다.


매일 같은 밥을 먹는 사람들은 영양 과잉 시대로 들어서면서 나타난 식사 빈곤 문제에 주목한 책이다. 이 책을 기획한 국민일보 소속 네 명의 기자는 가난한 사람이 집에서 어떤 음식을 먹는지 취재했다. 기자가 만난 사람들은 무료 급식 대상자인 노인, 임대아파트에 혼자 사는 중년 남성, 자식과 함께 사는 주부, 고시원에 살면서 국가고시나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청년 등이다. 이들은 종일 쫄쫄 굶지 않을 정도로 밥을 먹는다. 매일 같은 밥을. 반찬 가짓수는 많아야 세 개. 다 떨어질 때까지 매일 먹는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고기로 만든 반찬은 만들지 않는다. 제철 과일을 사서 먹는 건 그들에겐 사치다. 집밥이 없으면 저렴한 가격의 음식이 나오는 식당이나 편의점으로 향한다


기자와 인터뷰한 사람들이 직접 차린 밥상이나 하루에 먹은 것들을 찍은 사진은 식품 불안정성(food insecurity) 문제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과제임을 보여준다. 식품 불안정성은 양적 · 질적으로 좋은 음식을 먹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가난할수록 식비를 아끼게 된다. 그렇게 되면 먹는 음식의 양이 적어지고, 주식 이외의 음식을 충분히 먹지 못한다영양학적으로 불균형한 식습관은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 건강이 좋지 못한 저소득층은 약값과 진료비 부담을 크게 느낀다. 그래서 식비 지출을 줄이려고 하는데,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 건강 상태가 더 나빠진다. 우리나라 저소득층은 이러한 형태의 빈곤에 처해 있다(이 책에 나오지 않은 사회 취약 계층에 속한 장애인, 외국인 근로자, 북한 이탈주민, 의료적 트랜지션[주1]을 받는 성소수자도 매일 같은 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 식사 빈곤을 겪을 수 있다).


이 책이 보여준 빈자의 식탁사진은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graphy)’가 아니다. 이 책의 기획 의도는 저소득층에게 동정과 연민의 눈길을 주게끔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선택권이 없다. 오로지 배를 채우려고 매일 같은 음식을 먹는다헌법에 제시된 기본권은 평등권, 자유권, 참정권, 청구권, 사회권이다. 사회권은 인간다운 생활을 한 권리다. 삶의 질이 높아지려면 식품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인간은 최소한 배고프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건강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을 권리도 있다이제는 식품 안정성과 관련된 사회권 보장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 무료 급식소를 더 짓는 것이 아니라 사회 취약 계층에게 양적으로, 질적으로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복지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






※ 주



[주1] 의료적 트랜지션(medical transition)


트랜스젠더에게 필요한 정신과 진단이나 호르몬 치료, 성전환 수술 등의 의료서비스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호르몬 치료와 성전환 수술 비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트랜스젠더 당사자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관련 도서: 김승섭, 박주영, 이혜민, 이호림, 최보경,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 오롯한 당신: 트랜스젠더, 차별과 건강, 책공장더불어, 2018)






정오표




* 51쪽





 복지관에 음식 지원을 신청한 노인은 주말에 인기 많은 대형 쇼핑물 주차장에 들어간 운전자와 같은 신세다.

 


대형 쇼핑물 대형 쇼핑몰






* 136

 




 우리가 얻은 교훈은 가난한 사람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현금이 아니라 음식을 건네야 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은 이리저리 돈 나갈 구멍이 많았다. 현금을 손에 쥐어 주면[주2] 식사하는 데 쓰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식비는 늘 의료비와 교육비, 학비에 밀렸다.



[주2] 쥐여 주면이라고 써야 한다. 쥐여 주다무언가를 남에게 건네주는 상황일 때 쓴다. 쥐어 주다스스로 무언가를 잡았을 때 쓰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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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6-19 1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란 책이 생각나요 부모의 빈곤한 식사에 의해 약하게 태어난 아이들의 잘병, 그런 부모들이 또 중년기에 이르러 질병으로 무너지면서 가난이 더 악화되는 모습들 ㅠㅠ

cyrus 2022-06-25 09:30   좋아요 1 | URL
mini님, <매일 같은 밥을 먹는 사람들>을 읽으면서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가 생각이 났어요. 그런데 책 제목이 길어서 정확한 제목은 몰랐지만요.. ^^;;

짜라투스트라 2022-06-21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드시 필요한 주장인데 이게 되지 않는 현실이 참 안타깝네요

cyrus 2022-06-25 09:32   좋아요 1 | URL
우리나라 복지 문제가 정치 이념과 연관되어 있어서 이에 대한 의견을 소신 있게 밝히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사는 게 팍팍해질수록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불신감은 커지지요.

mini74 2022-07-08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하며 읽었던 리뷰 👍축하드립니다 *^^*

이하라 2022-07-08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기분 좋은 소식 축하드립니다.^^
상쾌한 날들 되세요.^^

새파랑 2022-07-08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 또 즐거운 책 만나시길 바랍니다~!!

강나루 2022-07-09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당선 축하해요^^

thkang1001 2022-07-10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꼬마요정 2022-07-10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드려요!!
정말 먹는 문제는 중요하죠. 특히 아이들을 생각하면 맘이 많이 아픕니다. 국가가 먹는 문제만이라도 잘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이권 다툼 이런 거 하지 말구요ㅠㅠ
 





202264일 토요일




1. 서울로 가는 KTX를 서대구역에서 탔다. 내가 탔던 기차는 서대구역에 정차해서 641분에 출발했다. 서대구역에 가기 전에 미리 주문한 마카롱 세트를 챙기려 카페 클리어에 갔다. 제이 님은 일찍 일어나 가게에 와 계셨다. 내가 아는 제이 님은 가게에 일찍 가서 일할 분이 아닌데‥… 숙성된 마카롱을 최대한 오래 냉장 보관하기 위해 제이 님은 자기 집에 있는 큰 보냉백을 챙겨왔다. 덤으로 서울 가면서 먹으라고 쿠키 한 개 줬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보냉백이 요긴한 아이템이 될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14번 에피소드로 이어짐).

 






2. 아슬아슬하게 출발 시간 3분 전에 서대구역에 도착해서 기차를 탔다. 예매한 자리는 특실 1인석이다.

 


3. 840분에 서울역 도착. 아주 오래돼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마지막으로 서울에 갔던 날이 20149월이다. 무려 8년 만에 서울에 갔다. 20대 시절에 서울역 버스종합센터(버스 정거장)에서 버스 타면 10분 정도 서성거리고, 노선도를 여러 번 확인했다. 여전히 서울 버스 정거장은 낯설다. 코엑스로 가는 버스(401)를 찾느라 한참 헤맸다.

 


4. 서울에 가면 항상 버스를 탄다. 지하철을 타면 목적지에 금방 도착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나는 버스가 편하다. 자리에 앉아서 책을 보거나 창밖에 펼쳐진 서울 풍경을 보는 게 재미있다. 하지만 버스에 타면 방심은 금물. 환승을 하지 않더라도 버스에서 내릴 때 카드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찍어야 한다. 나는 교통카드 찍는 것을 깜빡 잊어버릴까 봐 머릿속에 내릴 때 교통카드 찍기를 여러 번 되뇌었다.

 


5. 서울역 버스종합센터에서 버스를 탄 지 50분 만에 코엑스에 도착했다. 코엑스 맞은편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 자리에 현대자동차 사옥이 들어선다고 한다.



















부스 사진 출처: ‘서재를 탐하다 & 탐프레스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서재를 탐하다

https://www.instagram.com/bookstore_seotam/


탐프레스

https://www.instagram.com/tampress_studio/





6. 서울국제도서전은 오전 10시부터 시작했다. 주말이라서 도서전을 찾은 사람들이 많았다. 대구 책방 서재를 탐하다의 출판 스튜디오 탐프레스(tampress)’를 운영하는 정희 쌤과 이도 쌤이 판매자 자격으로 올해 도서전에 참가했다. 두 분을 서울에서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두 분에게 마카롱 세트를 전달했고, 부스에 진열된 책 두 권을 샀다. 두 분은 고맙게도 내 가방을 맡겨주셨다.





 


7. 올해 도서전의 큐레이팅 주제는 반걸음(one small step)’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과한 우리가 언젠가는 내디뎌야 하는 9가지 사회적 지점과 관련된 책들을 전시했다. 9가지 사회적 지점은 (1) 디지털 네트워크로 가속화된 불평등, (2) 한국의 불평등, (3) 청년세대, (4) 사는 공간 이야기, (5) 성차별, (6) 젠더, (7) 장애, (8) 아픈 사람들, (9) 함께 사는 지구(환경)이다. 이번 북 큐레이팅 전시회에 올해 도서전 부스에 참가하지 못한 출판사의 책들이 있어서 반가웠다.

 


8. 도서전을 찾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부스를 둘러보다가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자기 갈 길을 가느라 바쁜 사람들 속에 갇혀 있는 상황을 목격했다. 장애인은 반걸음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도서전 진행요원들이 장애인을 안내했으면 좋았을 텐데. 물론 그 상황을 지켜봤으면서도 못 본 척 지나간 나도 잘한 건 아니다.

 


9.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간 도서전이 열린 해는 2013년이다. 그 당시에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디자인하우스출판사 직원 한 분을 직접 만났다. 올해 도서전에 디자인하우스 출판사는 부스를 운영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출판사인 열린책들’, ‘오월의봄’, ‘바다출판사 도서전에 참가하지 않았다. 2013년 도서전에 도서상품권으로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 책을 많이 사서 캐리어에 담고 했었지(아련). 그런데 이름만 들어도 아는 모 출판사 부스는 도서상품권과 문화상품권으로 책을 사지 못하는 규정을 내걸었다. 왜 그러지? 다른 출판사 부스도 그런가?








10. 출판사 부스들을 쭉 둘러보면서 다섯 권의 책을 더 구매했다(구매 도서 총 7).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선릉역 쪽으로 갔다. 걸어가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거리가 멀었다. 선릉역으로 향하는 마을버스 강남 7을 탔다. 선릉역 주변에 최인아 책방이 있다. 처음 그곳에 가봤는데 도심 속에 있는 비밀의 서재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문을 활짝 여는 순간, 천장에 닿을 만한 높이의 커다란 책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 시간 남짓 그곳의 큐레이팅 방식을 눈여겨보면서도 사고 싶은 책이 있는지 살펴봤다. 네 권의 책을 샀다(구매 도서 총 11).






 


11. 밥 먹을 곳을 찾다가 우연히 이자카야 나무를 발견했다. 낮술을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

 


12. 정희쌤과 이도쌤이 맡긴 가방을 찾으러 코엑스로 들어가기 전에 별마당 도서관에 들렀다. 역시나 그곳은 사진 맛집이었다.

 


13. 휴대폰을 충전하기 위해 코엑스 근처 투썸플레이스에 갔다. 매장에 사람이 많아서 휴대폰 충전기가 있는 자리에 앉지 못했다. 다행히 빈 자리를 발견했다. 내 옆에 앉은 노인은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 묵묵히 자기 공부에 매진하는 노인의 모습이 고고했다. 내 미래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14. 제이님이 준 보냉백 덕분에 11권의 책을 다 담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책 두세 권 더 사서 보냉백에 넣을 수 있겠는데.

 


15. 코엑스에서 서한용 님을 만났다.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알게 된 분이다. 그분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볼 때마다 나와 독서 취향이 비슷하다라는 걸 느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우린 만나자마자 책과 독서 모임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16. 우리는 일식집 부타이에서 저녁을 먹었다. 벌써 입구에 손님들이 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마제소바 매운맛과 모리와세카츠를 주문해서 같이 먹었다. 음료는 진저 하이볼과 크랜베리 하이볼을 주문했다. 내가 마신 건 크랜베리 하이볼이다. 음식이 줄어드는 양이 느릴 정도로 우린 계속 대화를 나눴다. 이야기하면 할수록 나와 한용님의 공통 관심사가 하나둘씩 나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눴는데, 가게 영업이 종료되는 시간(830)이 다 돼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 이반 일리히 텍스트의 포도밭: 읽기에 관한 대담하고 근원적인 통찰(현암사, 2016)

 

* [절판] 에리카 배너 여우가 되어라: 마키아벨리가 전하는 강자와 운명에 굴복하지 않는 17가지 삶의 원칙(책읽는수요일, 2018)




17. 우리의 대화는 내가 갔던 투썸플레이스에서 이어졌다내가 음료를 주문하고 있을 때 한용 님이 책탑 사진을 찍었다. 사실은 최인아 책방에서 산 책 중에 한용님 생일 선물이 포함되었다.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고른 게 이반 일리히의 텍스트의 포도밭이었다. 그런데 한용님은 그 책을 사서 읽었다고 했다! 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해설서인 여우가 되어라 선물로 줬다. 알라딘에 절판된 책인데 다행히 한용님은 마음에 들어 했다. 우린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11시경에 헤어졌다.

 


18. 최인아 책방 건너편에 24시간 운영하는 클럽K 찜질방’이 있다. 그곳에 디저트 카페, 전시 공간, 고급 사우나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고 해서 엄청나게 기대하면서 갔다. 그런데 찜질방이 있는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경비원이 영업 종료(!)했다고 알려줬다. 이럴 수가. 결국 정릉역 주변의 모텔촌에 갔고, 무인 모텔에 체크인하는 데 성공했다. 특실인데 숙박비가‥…. 그래도 푹신한 침대에 푹 잘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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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6-06 1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 국제도서전 가시려고 KTX에 1박 까지 하셨군요. 좋은 사람 좋은 책방 많은 맛집 가신거 같아 부럽습니다~!!
최인아 책방은 가보고 싶네요. 사진이 완전 혹합니다 ^^ 구매하신 책탑도 멋지네요~~!!!

mini74 2022-06-06 1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바쁘셨겠어요. 11권 무거우섰겠어요 ㅎㅎ 실물을 만져보고 책을 사 본지가 정말 오래된거 같아요. 사진들로 보는 것만으로도 넘 좋네요. ㅎㅎ 포켓몬마카롱도 눈에 들어옵니다 ~~

청아 2022-06-06 1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국제도서전에도 가시고 종일 즐겨우셨을거 같아요! 읽는동안 좋은 기분을
전달받았습니다 클럽K찜질방은
검색해보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곳으로 보입니다^^

Meta4 2022-06-06 1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던 일을 겨우 하게 되어서 나름 좋구나, 그렇게 받음.

stella.K 2022-06-06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로나가 한풀 꺾인 게 화악 느껴지는 페이퍼다.ㅎ
오랜만에 서울 올라와서 서울 구경하는 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근데 우리나라는 몇몇 군데를 빼놓고 어딜가나 비슷한 것 같아.
그래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잘 먹고 잘 지내다 간 것 같아 내 마음도
웬지 흡족한 느낌이다. 마카롱도 앙증맞고. 받으신 분이 기뻐했겠다.
귀가는 잘 했겠지?^^

yamoo 2022-06-06 1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 도서전시회 보려고 서울로 상경하는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ㅎㅎ

페넬로페 2022-06-06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울 오신 이유가 국제도서전 관람이 목적이셨군요~~
역시 책쟁이는 다르네요.
마카롱 너무 예뻐요.
보닝백이 이 예쁜 마카롱을 그대로 잘 보존한 역할인줄 알았더니 책을 담기에 넘 좋았군요^^
언제나 책을 가까이에 두고 공부하고 계시는 미래의 cyrus할아버지 모습이 눈에 선한데요^^

서니데이 2022-06-06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울 국제도서전 다녀가셨군요. 매년 더워지는 시기에 했던 것 같은데, 몇 년 가지 않았더니, 잘 모르겠네요.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서 마카롱은 보냉백에 넣어야 할 것 같은데, 보냉백에 책은 생각 못했어요.
이번 여행에서 맛있는 음식 드시고, 좋은 시간 되셨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파이버 2022-06-06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울 국제도서전 다녀오셨군요. 부럽습니다. 최인아 책방은 예전에 저도 가보았는데 정말 좋았어요. 마카롱도 너무 귀엽고 하이볼도 너무 시원하고 맛있어 보입니다^^

그레이스 2022-06-06 2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뉴욕은 교열중 재밌게 봤어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에게 노란 집은 개인 작업실이 있는, 그런 단순한 거처가 아니다. 빈센트는 노란 집에서 자신과 친한 동료 예술가와 함께 생활하면서 작업하길 원했다. 1888년 빈센트는 아를(Arles)에 있는 노란 집에 네 개의 방을 빌렸고, 폴 고갱(Paul Gauguin)을 초대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은 시시때때로 부딪혔다. 그해 1223일 빈센트는 정신 발작을 일으켜 고갱과 다툰 끝에 면도칼로 자기 귀를 잘랐다.


빈센트는 본인의 충동적인 성격과 주관이 뚜렷한 작업 방식을 충분히 이해할 줄 아는 넓은 포용력을 가진 화가를 만났어야 했다. 그러면 노란 집은 예술이 일상화된 멋진 장소가 되었을 것이다. 노란 집이 마음에 든 빈센트는 이렇게 썼다. 나는 살 수 있고, 숨 쉬고, 명상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

















* 멀리사 와이즈 글, 케이트 루이스 그림 예술가가 사는 집: 지베르니부터 카사아술까지 17인의 예술가와 그들이 사는 공간(아트북스, 2021)




대부분 예술가는 빈센트처럼 자신만의 노란 집을 꿈꾼다. 자신의 예술적 아이디어를 마음껏 실험할 수 있으면서도 다른 예술가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곳을 원한다예술가가 사는 집은 예술가의 개성과 창작 열정이 가득한 집의 내부를 글과 그림으로 소개한 책이다이 책의 공동 저자는 직접 예술가의 집을 방문했는데 한 사람이 그곳에 관한 이야기를 썼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집 안 풍경을 관찰하면서 그렸다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지거나 크게 달라진 예술가의 집은 정확히 재현하기 힘들다. 그런 경우에는 남아 있는 사진과 각종 기록을 참고하면서 그렸다고 한다.


이 책에 빈센트의 노란 집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글쓴이와 그린 이는 빈센트의 미적 감각이 반영된 노란 집의 내부 분위기를 묘사하기 위해 빈센트가 동생 테오(Theo van Gogh)에게 보낸 편지를 참고했으며 편지글을 인용하기도 했다.



 “오늘 아침에 해가 뜨기 한참 전부터 창문으로 샛별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시골을 보았다. …… (샤를프랑수아) 도비니와 (앙리) 루소가 한 일이 바로 그것이다.”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 예술가가 사는 집151)



빈센트는 바르비종 화파(École de Barbizon)를 존경했으며 그들의 화풍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바르비종은 파리 근교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이 마을 근처에 퐁텐블로(Fontainebleau) 숲이 있다. 이 숲의 경관과 시골 풍경에 매료된 화가들은 이곳에 정착해 그림을 그렸다. 그들을 가리켜 바르비종 화파라고 부르는데, 가장 대표적인 화가가 장 프랑수아 밀레(Jean-François Millet). 빈센트가 편지에 언급한 샤를 프랑수아 도비니(Charles François Daubigny) 역시 바르비종 화파에 속한 화가다.


빈센트는 편지에 도비니와 함께 루소를 언급했다. 예술가가 사는 집에 인용된 편지글에는 앙리 루소(Henri Rousseau)’라고 표기되어 있다. ‘루소라는 성을 가진 유명한 프랑스인 두 명이 있다. 장 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와 앙리 루소다. 장 자크 루소는 너무나도 유명한 사상가라서 여기서 길게 언급하지 않겠다. 앙리 루소는 세관원 출신의 화가다.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열대 지방의 풍경을 상상해서 그림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앙리 루소라고 표기한 사람이 책의 저자인지, 아니면 책을 번역한 역자인지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빈센트가 언급한 루소는 앙리 루소가 아니다. 성이 ‘루소’인 화가가 또 있다. 그 사람은 바로 테오도르 루소(Théodore Rousseau)테오도르 루소는 바르비종 화파의 지도자로 평가받는 화가다.


















* 빈센트 반 고흐, 정진국 옮김 고흐의 편지(펭귄클래식코리아, 2011)




편지글이 쓰인 정확한 날짜는 나오지 않지만, 빈센트가 생 레미(Saint Rémy)에 있는 정신병원에 있을 때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펭귄클래식 시리즈로 나온 고흐의 편지 2에 생 레미 시절에 쓴 고흐의 편지가 실려 있다. 188995일 또는 6일에 동생에게 보낸 고흐의 편지에 테오도르 루소를 포함한 바르비종 화파의 화가들이 언급된 내용이 있다.



 엉뚱한 일도 일어났어. 마네트 살로몽[주]에 현대미술에 관한 토론이 실렸는데, 어떤 화가와 또 한 사람이 무엇이 남게 될지이야기하면서 풍경화가들이 남을 거라고 하더구나. 이런 관점이 어느 정도는 입증된 셈이지. 이미 코로, 도비니, 뒤프레, 루소, 밀레는 풍경화가로 인정받고 있잖아.

 

(고흐의 편지 2179)



카미유 코로(Jean-Baptiste-Camille Corot)는 바르비종 화파로 분류되지만, 그는 바르비종에 정착하면서 그림을 그리지 않았으며 풍경화뿐만 아니라 신화나 역사적인 일화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쥘 뒤프레(Jules Dupré)는 테오도르 루소와 친했던 바르비종 화파의 일원이다. 그러나 살롱 전에 여러 번 고배를 마신 테오도르 루소는 뒤프레가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을 정도로 명성을 얻게 되자 그와 절교했다.



















* 재원 편집부 엮음 카미유 코로(재원, 2005)

* [절판] 뱅상 포마레드 코로(창해, 2002)
































* 유니온아트 엮음 세계인이 사랑한 불멸의 화가 20: 장 프랑수아 밀레 자연과 농부(봄이아트북스, 2021)

 

* [절판] 김성진 엮음 인물로 보는 서양 미술사: 바르비종 미술(서림당, 2016)

 

* [절판] 전하현 바르비종과 사실주의: 바르비종 들먹여 뜬 7개의 별과 2개의 해(생각의나무, 2011)

 

* [절판] 노성두 외 자연을 사랑한 화가들: 밀레와 바르비종파 거장들(아트북스, 2005)

 

* [절판] 즈느비에브 라캉브르 외 밀레(창해, 2000)




코로와 밀레를 포함한 바르비종 화파를 깊게 다룬 책이 많지 않다. 몇 권 있긴 한데, 현재 절판된 상태다.





[주] 프랑스의 소설가 공쿠르 형제(Goncourt Frères)가 쓴 소설. 책을 즐겨 읽은 빈센트는 공쿠르 형제의 작품을 좋아했는데, 공쿠르 형제가 쓴 소설책이 있는 정물화를 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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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ummii 2022-06-04 05: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절판 찾는 묘미^^b

cyrus 2022-06-05 18:54   좋아요 2 | URL
쉽게 구할 수 없는 책을 가지고 있으면 기분이 조크든요.. ㅎㅎㅎㅎ

얄라알라 2022-06-04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 새벽배송으로 받은 알라딘.책상자 속에.앙리루소 티셔츠가 있었는데.cyrus님.글에서.한번.더 만나고 가네요^^

cyrus 2022-06-05 18:56   좋아요 1 | URL
제가 좋아하는 화가 중 한 사람이 앙리 루소예요. ^^

mini74 2022-06-04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바르비종파 그림들 , 밀레그림을 고흐가 많이 모사했네요. 고흐도 속하고 싶었던걸까요 아니면 바르비종과 비슷한 화파를 고갱과 만들고 싶었던 걸까요 절판된 책들 읽고싶어요. 도서관 검색이라도 해봐야겠어요. *^^*

cyrus 2022-06-05 19:00   좋아요 1 | URL
빈센트는 자신의 예술 세계를 이해해 줄 동료 화가들을 만나고 싶었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