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

 

EP. 27


주책필름

(2025년 4월 4일 금요일)






44일 금요일. 용산 독재자가 파면되었다. 오전 11시 22분. 그 순간 탄핵의 날이 되었다. 소리 높여 독재자에 저항한 광장의 시민들이 이겼다.








44일 금요일서울에 갔다. 다행히 그날은 일이 일찍 마쳤다. 오후 722분. 서대구역에서 출발하여 서울로 가는 열차를 탈 수 있었다.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관악구로 향했다. 그곳에 희곡 및 영화 전문 가게 <인스크립트>와 비슷한 책방이 있다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이 서점은 <인스크립트>와 다른 매력이 있다책을 읽으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서점이다당곡역에 내려서 골목길을 조금만 더 걸으면 늦은 밤에도 불빛이 흘러나오는 서점을 만날 수 있다. 그곳이 바로 책과 술, 그리고 영화가 있는 서점 <주책필름>이다


주책잡기(酒冊雜記: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술을 마시는 일)의 달인인 나는 오래전부터 <주책필름>에 가보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었다. 



















<주책필름>영화와 책을 좋아하는 부부가 운영한다. 아내인 ()사장님은 1230분까지 <주책필름>을 운영하고, 남편인 ()사장님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작당모의>를 운영한다. <극장 작당모의>는 서울대입구역 근처에 있다.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극장 작당모의>에서 단편 독립영화들이 상영되는데, 하루에 세 편의 영화가 나온다.










<주책필름> 안에 영화와 관련된 소품들로 가득하다. 서점의 벽에는 독립영화 포스터로 채워져 있다. 책방 한구석에 비디오테이프로 만든 탑이 있다. 아날로그 텔레비전으로 비디오테이프 영화를 볼 수 있다. <주책필름>관악구의 시네마 천국이다.










희곡 전문 서점이라면 반드시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드라마에서 펴낸 보랏빛 표지의 희곡들이 있어야 한다<주책필름>에서 지만지드라마 책을 사면 사장님이 직접 비닐 책 커버를 씌워 준다비닐 책 커버는 책 표지의 손상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손끝에 남아있는 기름기가 책 표지에 묻히는 것을 방지한다.









































* 와즈디 무아와드, 임재일 & 최준호 함께 옮김 화염(지만지드라마, 2019)

 

* 와즈디 무아와드, 임재일 옮김 연안 지대(지만지드라마, 2019)

 

* 나탈리 사로트, 이광호 & 최성연 함께 옮김 아무것도 아닌 일로(지만지드라마, 2023)

 

* 팔로마 페드레로, 박지원 옮김 변신(지만지드라마, 2023)

 

* 아리스토파네스, 이희원 옮김 리시스트라타(지만지드라마, 2024)

 

* 페드로 칼데론 데 라 바르카, 김선욱 옮김 살라메아 시장(지만지드라마, 2024)

 

* 세르히오 블랑코, 박지원 옮김 테베랜드(지만지드라마, 2024)




<주책필름>에 판매하는 지만지드라마 책 중에 이미 구매한 책은 총 일곱 권이다. 이 책들의 절반은 <인스크립트>에서 샀다.







<주책필름> 한가운데에 너덧 명의 손님이 앉을 수 있는 커다란 탁자가 있다. 혼자 오는 손님과 커플 손님들은 동네 풍경을 훤히 볼 수 있는 작은 탁자를 선호한다. 나는 커다란 책상에 앉아서 술과 안주를 주문했다. 저녁 식사를 거르고 바로 서울로 간 나는 책벌레보다는 술고래가 되고 싶었다.







첫 번째 저녁 메뉴는 팝콘과 버터 맥주였다. 팝콘은 작은 그릇에 담겨 나온다. 팝콘을 아주 좋아하거나 같이 온 손님이 있으면 큰 대접의 팝콘을 주문할 수 있다. 먹다가 남으면 봉지에 담아서 가져가도 된다. 나는 큰 대접의 팝콘을 주문했는데, 밥 한 공기와 같았다. 그 자리에서 팝콘을 다 먹었다.







여사장님은 서비스로 땅콩과 피스타치오를 주셨다. 그리고 탄핵의 날기념으로 작은 위스키 잔에 따른 달콤한 탄핵 주()’도 얻어 마셨다.









 

저녁 식사 두 번째 메뉴는 치즈와 막걸리 하이볼이었다. 하이볼을 금방 다 마셔서 아마‥… 맥주를 주문했다. ‘아마‥… 맥주는 아마겟돈 맥주의 줄임말이다.


커다란 탁자는 여사장님과 <주책필름>의 단골들이 주로 앉는다. 내가 앉은 자리 바로 건너편에 멋진 수염을 기른 서 씨라는 청이 있었는데, <주책필름>의 단골 중 한 사람이다. , 여사장님, 청년, 우리 세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주고받았다. 여사장님의 고향은 포항이며 서 씨는 대학생 때 경산에 생활한 적이 있었다<극장 작당모의> 영화 상영을 마무리한 남 사장님이 <주책필름>에 돌아오셨고, 운이 좋게도 <주책필름> 첫 방문에 부부 사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 백상현 라캉 미술관의 유령들: 그림으로 읽는 욕망의 윤리학(책세상, 2014)




서 씨는 프로필사진을 촬영하는 사진가<주책필름>에 오면 주로 위스키를 마신다고 했다이분도 책을 좋아하는 열혈 독자. 그분이 <주책필름>에 왔을 때 손에 들고 있던 책은 라캉 미술관의 유령들이었다


<주책필름>이 끝나는 시간이 되자, 서 씨는 자신이 자주 가는 위스키 바가 있다면서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나는 흔쾌히 수락했고, 우리는 걸어서 위스키 바에 갔다. 자정이 지나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갔던 <블렌더스>라는 이름의 위스키 바는 건물 지하에 있다. <블렌더스>는 새벽 2시까지 영업하며 위스키뿐만 아니라 포도주와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우리는 포도주 한 병 주문하여 함께 마시면서 대화했다. 우리는 독서 취향이 비슷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살아가면서 경험한, 크고 작은 서글픈 순간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가슴속에 눌러앉아 있던 나의 감정들을 경청해 준 서 씨가 정말 고마웠다. 우리는 포도주 한 병을 비우고 헤어졌다. 다음에 또 <주책필름>에 오게 되면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서 씨는 토요일에 시간이 되면 관악구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 <그날이 오면>에 꼭 가보라고 추천했다. <그날이 오면>1980년대에 문을 연 사회과학 전문 서점이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서점 이름만 들으면 책을 사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은 금방 녹아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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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5-04-08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년 서 씨와 위스키 바 간 거 너무 드라마 같은데요? 저는 술을 끊었지만 하이볼을 부르는 페이퍼네요.

cyrus 2025-04-09 20:03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술을 많이 마셨어요. 낯선 곳에서 밤에 혼자 술 마시는 것이 사실 무모한 일이라 조금은 두려웠어요. 다행히 크게 취하지 않아서 서 씨가 집으로 가는 것을 확인하고, 숙소에 무사히 돌아왔어요. ^^

stella.K 2025-04-0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덕분에 눈요기한다. 나도 한때는 그랬는데 말야.ㅠ

cyrus 2025-04-09 20:04   좋아요 0 | URL
누님도 과거에 술을 좋아했었나요? ㅎㅎㅎ

stella.K 2025-04-09 21:20   좋아요 0 | URL
아니. 오히려 그 반대지. 근데 사람들이 술 잘하게 생겼대.
내가 어디 봐서...? 치! ㅎㅎ

Comandante 2025-04-08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이 오면 서점 꼭 가보시면 좋겠습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꼭 가볼만한 곳입니다.

cyrus 2025-04-09 20:04   좋아요 0 | URL
다음 날 아침에 <그날이 오면>에 갔습니다. 역시나 좋은 서점이었습니다. ^^
 









‥… 쉽지 않겠어.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문학]

*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 (을유문화사, 2009)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의 소설 개인적인 체험을 절반 정도 읽다가 갑자기 뇌에서 탄식의 한 줄 평이 삐져나왔다개인적인 체험》은 오에의 대표작이지만,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2024년 11월의 세계문학]

* 실비 제르맹, 김화영 옮김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문학동네, 2006)

 




내가 기억하기로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약칭 세속’) 독자이자 개인적인 체험을 추천한 정현정 님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년 11월의 세계문학 도서였던 실비 제르맹(Sylvie Germain)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를 힘겹게 읽었다고 했어요. 솔직하게 말해서 이 책을 선정한 나도 어려웠다.


개인적인 체험에 종종 비현실적인 묘사들이 나온다무엇보다도 소설 속 인물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주인공 버드(bird)’뇌에 혹이 달린 첫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 도피형 인간이다괴로운 버드는 옛 여자 친구 히미코(火見子)를 만나고그녀와 섹스를 한다개인적인 체험을 먼저 읽은 대다수 독자는 버드와 히미코의 성관계 묘사가 장황하다고 지적했다그리고 과거에 히미코를 강간한 자신의 야만적인’ 행동을 반성하면서도 히미코에게 찾아가 정욕(情慾)을 채우는 유부남 버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독자의 반응도 있었다.




















* 오에 겐자부로, 박승애 옮김 오에 겐자부로: 사육 외 22(현대문학, 2016)

 

* 프란츠 카프카, 이주동 옮김 변신: 단편 전집(솔출판사, 2017)

 

* 프란츠 카프카, 전영애 옮김 변신. 시골 의사(민음사, 1998)

 




오에의 단편 소설 공중 괴물 아구이(단편 선집 오에 겐자부로: 사육 외 22에 수록되어 있다)개인적인 체험과 비슷한 설정의 작품이다실제로 이 두 작품은 1964년에 발표되었다. 아구이(アグイー)머리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의 영혼이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D’라는 이름의 음악가. 소설에 묘사된 아구이의 모습이 특이하다. 아구이는 캥거루만 한 크기의 커다란 아기의 모습이고, 면으로 된 속옷만 입고 있다. D는 공중에 있던 아구이의 영혼이 가끔 어깨에 내려와 앉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구이가 보이지 않는다. 공중 괴물 아구이카프카스러운(Kafkaesque)’ 소설이다. ‘카프카스러운은 체코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작품에서 유래된 용어. 카프카의 소설들에서도 황당무계하고, 불쾌한 묘사들이 나오는데, ‘Kafkaesque’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어두운 분위기를 뜻한다.


















* 볼프강 카이저, 이지혜 옮김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아모르문디, 2023)




‘Kafkaesque’의 의미와 유사한 문학 용어가 그로테스크(grotesque). 그로테스크는 비합리적이고, 우스꽝스럽고, 괴이한 것을 뜻한다. 카프카의 소설들 역시 그로테스크하다고 할 수 있다. 카프카의 대표작 <변신> 아주 유명한 그로테스크한 소설이다.





















* 오에 겐자부로 & 오자키 마리코

윤상인 & 박이진 함께 옮김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문학과지성사, 2012)



* 린즐리 캐머런, 정주연 옮김 빛의 음악: 장애 아들을 작곡가로 키운 오에 겐자부로의 이야기(이제이북스, 2007)





카프카(Kafka)’갈까마귀를 뜻하는 체코어 단어이기도 하다. 오에는 처음에 첫 아이의 이름을 가라스(からす: 까마귀)’로 정했다. 그러나 작가의 어머니는 아들의 작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오에는 어머니에게 사과하고, 이름을 다시 지었다고 한다. 오에 히카리(ひかり: ). 까매질 뻔한 아이의 이름은 다행히 빛을 받으면서 환해질 수 있었다.


















오에는 도쿄대학 불문학과 출신이다. 그를 가르친 스승은 프랑수아 라블레(Francois Rabelais)를 일본에 소개한 와타나베 가즈오(渡辺一夫)라는 불문학자다. 라블레의 소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가득하다. 문학청년 오에는 스승이 번역한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를 읽고,자유 검토의 정신을 처음으로 이해했다고 회상한다. 자유 검토의 정신은 학교에서 배운 상식을 자유롭게 조사하고 검토하는 태도이다. 자유 검토의 정신을 문학으로 습득한 덕분에 오에는 개인의 자유와 인간성을 억압하는 일본 사회제도와 군국주의를 비판하는 지식인이 될 수 있었다.


















 

* 오에 겐자부로, 이민희 옮김, 남휘정 해설

새로운 문학을 위하여: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론의 결정판!(오에 컬렉션 1, 21세기문화원, 2024)


* 오에 겐자부로, 남휘정 옮김

읽는 행위: 부서지는 인간, 활자 너머의 어둠(오에 컬렉션 2, 21세기문화원, 2024)


* 오에 겐자부로, 정상민 옮김 쓰는 행위: 문학 노트(오에 컬렉션 3, 21세기문화원, 2024)





그래도 몇몇 독자들은 비판적인 지식인이 소설에 야한 묘사를 많이 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오에는 자신의 소설 속에 성적인 요소를 도입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우리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때로는 애써 숨기거나 부정하는) 성적인 것에 대한 기괴한 열정을 소설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작가는 위가 성적인 열정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일상에 일어난 어두운 균열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오에의 소설과 문학론을 주제로 한 글을 읽으면 세계문학 지도를 여러 장 만들 수 있다이 세계문학 지도만 있으면 오에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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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4-01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독서 모임의 멤버는 정해져 있지 않나요?
누구나 참여 가능?

cyrus 2025-04-08 06:49   좋아요 1 | URL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 참여가 어려우면 책 리뷰를 쓰는 것도 괜찮아요. ^^

stella.K 2025-04-0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쉽지 않겠어.’ ㅎㅎ
‘오에 겐자부로, 작가 자신을 말하다‘ 가지고 있는데 아직도 안 읽고 있다. ㅠ
그런데 오에 되게 좋은가 보다.

cyrus 2025-04-08 06:51   좋아요 0 | URL
어려운데 계속 읽고 싶은 소설이에요. 그런데 오에의 소설을 읽고 독서모임 발제를 만들면... 어려울 것 같아요.. ㅎㅎㅎ (이번 달 독서 모임 발제는 제가 만들지 않습니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약칭 세속’) 도서 선정 투표에 총 20명이 참여했습니다. 투표에 참여한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책을 고민 없이 정할 수 있었습니다.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문학]

*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 (을유문화사, 2009)




가장 많은 득표수는 9였습니다. 9표를 받은 책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

)의 장편소설 개인적인 체험입니다. 개인적인 체험를 추천한 세속 독자는 정현정 님입니다. 현정 님은 작년에 프랑스의 작가 아니 에르노(Annie Ernaux)를 추천했던 분입니다. 9월 말에 진행된 <세계문학 속으로>의 표제는 당신의 에르노였습니다.[주] 각자가 읽은 에르노의 작품에 대해서 자유롭게 말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속이 읽는 일본 문학은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 20247월의 세계문학)에 이어서 두 번째입니다.











올해는 오에 겐자부로가 태어난 지 9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개인적인 체험1964년에 발표된 오에의 장편소설입니다. 장편, 중편, 단편소설들을 아우른 오에의 초기작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입니다.


1963년에 오에의 아들 히카리(大江光)가 태어났습니다. 히카리는 발달장애가 있었습니다. 의사들은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할 히카리를 태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종용했지만, 오에는 수술을 통해서 히카리를 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듬해에 나온 개인적인 체험장애인의 아버지로서 살아가게 되는 작가 본인의 모습이 스며든 자전적 소설입니다.

 

현정 님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보이지 않는(보여서는 안 되는) 문제로 취급되는 장애에 대해 논의해 보고 싶어서 개인적인 체험을 추천했습니다.

















* 장 폴 사르트르, 임호경 옮김 구토(문예출판사, 2020)

* 장 폴 사르트르, 방곤 옮김 구토(문예출판사, 1999)




지난주 토요일에 개인적인 체험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이 소설은 일본 작가가 쓴 소설이라기보다는 유럽 작가의 소설처럼 느껴졌어요. 오에는 어렸을 때부터 서양 문학 작품들을 즐겨 읽었습니다. 대학 시절 불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논문 주제는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Jean-Paul Sartre)였어요. 개인적인 체험에 주인공인 버드(Bird)가 구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를 연상시킵니다.



















* [절판] 오에 겐자부로, 정수윤 옮김 읽는 인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위즈덤하우스, 2015)

 

* 윌리엄 블레이크, 서강목 옮김 블레이크 시선(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 [절판] 윌리엄 블레이크, 김종철 옮김 천국과 지옥의 결혼(민음사, 1990)




버드의 옛 여자 친구 히미코(火見子)는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시집 천국과 지옥의 노래지옥의 잠언에 있는 구절을 인용합니다. 오에는 정신적으로 힘들 때마다 블레이크의 시를 원문으로 자주 읽었다고 합니다. 블레이크는 오에의 문학 세계에 큰 영향을 준 작가입니다. 오에의 소설을 읽기 전에 오에의 문학 강연을 모은 읽는 인간을 먼저 읽는다면 서양 문학이 녹아든 오에의 문학 세계를 이해할 수 있어요. 이 책에 오에와 블레이크의 문학적 연관성을 알 수 있는 글이 있습니다.










오에가 1994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되자, 이듬해에 본격적으로 오에의 작품들이 우후죽순 국내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반일 정서가 지금보다 심했음에도 국내 작가와 지식인들은 일본의 군국주의와 핵무기 개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오에를 민주주의자로 평가했습니다. 90년대 출판계를 주름잡았던 출판사 고려원24권으로 구성된 오에 겐자부로 소설 문학 전집을 기획하여 출간했습니다. 개인적인 체험을 포함한 몇몇 작품은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그 외 나머지 작품들은 절판되어서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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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3-24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에가 됐구만. 좀 어렸잖나? 난 노벨문학상 알러지가 있는지 무조건 다 어려운 줄 알아. ㅋㅋ 지난번 채식주의자도 겨우 읽었다. 😂

cyrus 2025-03-31 22:29   좋아요 0 | URL
역시 노벨문학상 작가의 소설은 어렵네요.. ㅎㅎㅎ 그래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흥미로워요. ^^

카스피 2025-03-24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에 겐자부로 전집중 몇권이 있는데 SF경향이 있는 작품만 수집하다보니 다 모우지 못한 것이 좀 아쉽더군요.

cyrus 2025-03-31 22:30   좋아요 0 | URL
제가 자주 가는 헌책방에 고려원 오에 겐자부로 전집 3권이 있어요. 두 권은 타 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고, 나머지 한 권은 재출간되지 않은 작품인데, 이 한 권이 가격이 제일 비쌉니다.. ㅎㅎㅎ

그레이스 2025-03-24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 체험, 좋았던 작품요!

cyrus 2025-03-31 22:33   좋아요 1 | URL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도 계속 읽고 싶어져요. 오에의 문학 취향을 알고 나니까 소설 내용을 조금 이해가 되더라고요. ^^
 




이번 달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모임 일정이 한 주 앞당겨졌습니다. 금요일인 내일이 바로 모임 날인데요. 원래대로라면 모임 날은 다음 주 금요일입니다. 그런데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3월의 세계문학 도서 책상은 책상이다를 추천한 조약돌 님의 개인 사정으로 인해 날짜가 변경되었어요.

 

책상은 책상이다가 아주 얇은 책이라서 금방 다 읽었지만, 문제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문학 도서를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정말 책 한 권 고르기가 정말 어렵군요.

 

그래서 저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독자님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어요. 다음 달 책은 투표로 해서 결정하자고요. 우리뿐만 아니라 모임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도 참여하는 투표로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독자님들 각자가 책 한 권을 고릅니다. 투표 이벤트를 준비하는 저를 제외한 독자들은 다른 분의 추천 도서를 모릅니다. 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저는 독자분들의 추천 도서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투표 창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저의 알라딘 블로그와 저의 인스타그램 계정

 

2. 오프라인 모임 앱 소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모임에 가입된 분들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3. 제가 참석하는 서울 독서 모임 <달의 궁전><수레바퀴와 불꽃> 카톡 단톡방 투표

 

이 세 가지 투표 창구의 투표수를 합산해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책이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4월의 세계문학 도서로 선정됩니다.


 

총 여섯 권의 후보 도서를 소개하겠습니다.

 




[후보 도서 1]






토머스 드 퀸시

김석희 옮김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시공사, 2010년)





[후보 도서 2]





아사이 료

민경욱 옮김 

정욕: 바른 욕망

(리드비, 2024)





[후보 도서 3]





오에 겐자부로

서은혜 옮김

개인적인 체험

(을유문화사, 2009)





[후보 도서 4]





아서 C. 클라크

김승욱 옮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황금가지, 2017)






[후보 도서 5]





실라 헤티

구원 옮김

마더후드

(코호북스, 2024)





[후보 도서 6]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박세연 옮김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어크로스, 2024)






알라딘 블로그에는 투표 기능이 없어요. 그래서 댓글(비공개 댓글 포함)로 한 권 또는 두 권 이상의 책 제목을 남기면 됩니다. 여섯 권 모두 고르셔도 됩니다.

 

댓글 투표 기한은 3월 21일 금요일 자정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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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3-20 1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흥미롭고 좋은 것 같긴한데 난 읽는다면 정욕과 마더 후드를 읽을 것 같고, 하나만 고르라면 정욕을 먼저 읽을 것 같다. 그 정욕이 그 정욕이 아니었구만. 그래서. ㅋ
난 요즘 그믐이란 곳에 가고 있는데 거기엔 벽돌책 깨기 모임이 있더라고. 이번 달엔 권보드래의 3월 1일의 밤을 읽고 있는데 700페이지 내외의 책을 읽고 있는데 그나마 이 책은 얉아서 첨 참여해봤어. 내가 이 나이에 백돌책 깰건 아니잖아. 근데 그냥 할만해. 다음 달엔 무슨 셰익스피어에 관한 책을 읽는다는데 중고책 있으면 참여해보려고. ㅋㅋ

cyrus 2025-03-20 21:58   좋아요 0 | URL
댓글이 많아야 5개 달릴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사람들 투표 참여가 저조하네요.. ^^;; 책 소개를 안 해서 그런 걸까요?

<정욕>과 <마더후드>에 투표한 것으로 할게요. 그런데 <정욕> 제목 때문인지 이 책을 선택한 분들이 많아요. ㅎㅎㅎ

그믐이라는 독서 모임, 인스타그램에서 본 것 같은데, 어떤 모임인지 궁금하네요. ^^

2025-03-21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5-03-23 23:13   좋아요 1 | URL
복수 투표하기를 정말 잘했어요. 복수 투표 방식 없었으면 득표수가 더 적었을 거예요.. ^^;;
 









검은머리 해적단

원작류드밀라 라쥬몹스까야

윤색, 연출: 이성재


2025년 3월 14일 금요일 저녁 8시 

골목실험극장







우리는 도덕을 저격해야 한다.” 매우 과격해 보이는 이 말을 한 사람은 과연 누굴까? 도덕을 깨부순 철학자 니체(Nietzsche). 문제의 발언은 그의 저서 우상의 황혼》(박찬국 역, 23쪽)에 나온다. 도덕만 보면 정신이 사나워지는 철학자에게 바싹 다가서기 쉽지 않다. 사실 니체는 도덕을 증오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악을 부추기는 교사(敎師)도 아니다. 니체가 저격하려는 것은 우리 삶을 구속하는 도덕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박찬국 옮김 우상의 황혼(아카넷, 2015)





정신에 도덕이 달라붙은 사람은 늘 착하게 살려고 한다. 착한 사람은 자신이 조금이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자책한다. 이때 도덕은 채찍으로 변한다. 도덕의 매질이 계속되는 동안 착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에 반성의 문신을 새긴다. ‘착하게 살자.’ 니체는 도덕에 복종하는 착한 사람을 노예로 비유한다니체가 보기에 도덕의 노예는 스스로 학대하는 병든 인간이다.













러시아의 극작가 류드밀라 라쥬몹스까야(Ljudmila Razumovskaya, 1946~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을 니체의 철학 조명에 비추어 보자. 그러면 커다란 질문 하나가 무대 위에 나타난다. 도덕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삶은 과연 행복한가?


희곡은 1981년에 발표되었다주인공인 소련의 수학 교사 엘레나(전소영 분)는 착한 사람이다. 그녀는 도덕으로 만들어진 집에 혼자 산다. 그녀의 생일에 졸업을 앞둔 네 명의 제자가 불쑥 도덕의 집에 찾아온다. 제자들은 생일 파티를 준비해 엘레나를 즐겁게 해준다. 축제와 같은 분위기에 취한 엘레나. 제자들은 정신이 말랑해진 엘레나에게 어두운 본심을 드러낸다



엘레나 선생님, 잠깐만 열쇠를 빌려주시면 안 돼요?”



엘레나의 집에 있는 금고가 있다. 그 안에 제자들이 제출한 수학 시험 답안지가 있다. 수학 시험을 망친 제자들은 수학 시험 답안지를 수정하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금고를 열 수 있는 열쇠가 있어야 한다. 제자들은 이 열쇠 하나를 얻으려고 엘레나의 집에 온 것이다이제야 정신을 차린 엘레나는 나쁜 일을 저지르려는 제자들을 만류한다. 그녀는 도덕을 배반하면서 살게 되면 삶이 더 불행해질 수 있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제자들의 반발심은 더 커진다성적이 좋으면 명문대에 입학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직업을 고르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그래서 제자들은 가난한 인생을 원하지 않는다


빠샤(남우희 분)는 만약 가난해지면 여자 친구인 랄랴(이연주 분)가 자신을 버릴 것으로 생각한다. 랄랴의 꿈은 돈 많은 여자가 되는 것이다. 유유상종이라고, 부유한 여성은 부유한 남성을 만나 결혼할 수 있다. 비쨔(남준우 분)은 세 명의 친구에 비해 집안 형편이 어렵다비쨔의 아버지는 가난 때문에 화가의 꿈을 접었다. 비쨔는 자신도 아버지처럼 꿈(농대에 진학해서 농장을 경영하는 것)을 포기하면서 살아가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 그는 수학 성적을 고쳐서 가난을 대물림받는 암울한 현실에 벗어나려고 한다.


발로쟈(강대현 분)가짜 생일 파티의 주동자다. 그의 목표는 열쇠도, 부유한 삶도 아니다. 발로쟈가 좋아하는 것은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이다. 권력만 있으면 이 세상도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발로쟈는 권력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게임 또는 스포츠로 인식한다. 발로쟈의 진짜 목표는 도덕의 집에 있는 엘레나를 부수는 것이다. 그가 도덕을 부수기 위해 사용하는 무기는 폭력이다열쇠를 얻지 못해 불안해진 제자들은 도덕으로 외롭게 방어하는 엘레나를 계속 압박한다. 발로쟈는 웃으면서 이 상황을 관전한다. 엘레나가 끝까지 버티자, 발로쟈는 최후의 수단으로 끔찍한 최악의 행동을 감행한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김예나 옮김 쓰촨의 착한 사람(지만지드라마, 2024)


* 한국브레히트학회 엮음 브레히트 선집: 희곡 3》 (연극과인간, 2015)

※ <사천의 선인수록





엘레나의 직업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先生)이지만, 현실을 제대로 부딪히면서 경험한 선생(先生, 인생의 스승)은 아니다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희곡 사천(四川, 쓰촨)의 선인(善人, 착한 사람) 센테라면, 엘레나는 소련의 착한 선생(善生)이다. 도덕적 정신이 점점 무너져가는 엘레나의 감정에 이입된 관객은 외롭게 싸우는 그녀에게 연민을 느낄 것이다. 엘레나를 영악하게 괴롭힌 발로쟈는 관객들의 욕받이가 된다. 연극이 끝나고 나면 그의 이름은 시발로쟈가 된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김기선 옮김 브레히트, 연극에 대한 글들(지만지드라마, 2020)




브레히트가 관객이 돼서 이 연극을 관람했다면극중 인물을 비판하는 감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브레히트가 지향하는 연극은 관객의 비판적인 관전을 허용한다. 관객의 비판적 관전은 연극의 작품성 또는 예술성을 따지는 태도가 아니다. 비판적인 관객은 눈으로 연극을 즐기는 동시에, 머리로 극장 밖의 현실을 인식하면서 그 현실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따라서 비판적인 관객이라면 엘레나의 도덕성을 불신하는 제자들이 나쁘다거나 잘못되었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비판적인 관객은 도덕을 불신하게 만든 현실에 문제를 제기한다.


도덕의 집에서만 살아온 엘레나는 자본과 개인의 이기심이 긍정적으로 과대 포장된 천민자본주의 사회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 인물이다. 결국 그녀는 도덕의 집에 탈출하는 데 실패한다비루한 세상에 저항하는 힘이 완전히 상실된 도덕을 상징한다천민자본주의에 물든 하얀 인간성은 까맣게 변한다. 도덕은 인간성을 원래의 색으로 만드는 표백제가 아니다








엘레나는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이다.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도덕은 여전히 살아 있다. 안타깝게도 천민자본주의의 과도한 빛을 받으면 도덕은 죽는다. 그녀의 집에 있는 관 형태의 책상은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무대 소품이다. 천민자본주의의 습격(제자들의 방문)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도덕의 최후를 암시한다.


도덕의 힘이 미약하더라도 무능한 도덕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발로쟈와 같은 권력 중독자가 도덕을 폄훼하면서 파괴하기 시작하면 도미노 패가 우르르 쓰러지듯이 개인의 자유와 인간성도 파괴된다. 엘레나처럼 도덕이 우리 삶을 구원할 수 있다는 지나친 믿음 또한 경계해야 한다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관객들에게 어려운 숙제를 두 개나 내준다. 하나는 도덕의 노예가 되지 않는 삶을 살아가기, 다른 하나는 도덕을 위협하는 세력에 저항하기도덕에 대해 생각해 볼 문제를 관객에게 주는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문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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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3-18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가락이 긴 청년이구만. 피아노를 쳤으면 잘 쳤을텐데... ㅋㅋ

cyrus 2025-03-18 22:01   좋아요 0 | URL
처음에 사진에 찍힌 저의 손가락 보고 말씀하신 줄 알았어요. 포스터에 그려진 검은 손가락 보고 말씀하신 거죠? ㅎㅎㅎ 제 손가락도 긴 편인 데다가 어렸을 때 피아노를 쳤었거든요. ^^

stella.K 2025-03-18 22:28   좋아요 1 | URL
맞아. 카드 들고있는 네 손가락. ㅎㅎ 근데 피아노를 치긴 쳤구나. 내 눈이 좀 예리하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