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즈느비에브 라캉브르 외 《밀레》 (창해, 2000)

* 노성두 외 《자연을 사랑한 화가들 : 밀레와 바르비종파 거장들》 (아트북스, 2005)

* 김성진 엮음 《인물로 보는 서양미술사 : 바르비종 미술》 (서림당, 2016)

 

 

 

 

장 프랑수아 밀레(Jean Francois Millet)는 ‘농민 화가’로 알려질 정도로 농민 생활을 즐겨 그렸다. 『만종』『이삭줍기』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명작으로 꼽힌다. 밀레는 파리 교외의 작은 마을 바르비종(Barbizon)에 정착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농민의 삶과 노동의 신성함을 화폭에 담아냈다. 그래서 그의 그림들은 아주 평화스럽고 신성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밀레가 『이삭줍기』를 선보였을 때 극성스러운 비평가들은 확대 해석을 하면서까지 비난했다.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올랭피아』를 신랄하게 비난하기도 했던 보수적인 평론가 폴 드 생 빅토르(Paul de Saint- Victor)는 그림 속 여인들을 ‘빈곤을 관장하는 세 여신’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어떤 비평가들은 그림 속에서 민중 폭동의 분위기를 감지했다면서 떠벌리기도 했다. 밀레와 비평가들의 악연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보수주의(프랑스 대혁명 이전의 시대, 즉 왕정복고 체제를 지향하는 세력), 사회주의 진영의 비평가들은 『이삭줍기』 이전에 완성된 『씨 뿌리는 사람』을 놓고 저마다의 해석과 반응을 보였다. 보수주의자들은 농부를 ‘폭동을 일으키는 건달’의 모습이라고 해석했고, 사회주의자들은 노동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리는 밀레를 ‘진정한 사회주의자’라고 옹호했다. 그러나 정작 밀레는 정치에 무관심했고, 그림에 정치적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넣지 않았다.

 

 

 

 

 

 

 

 

 

 

 

 

 

 

 

 

* 알프레드 상시에 《자연을 사랑한 화가 밀레》 (곰, 2014)

 

 

 

밀레의 그림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비난하는 상황을 참을 수 없었던 알프레드 상시에(Alfred Sensier)는 밀레 전기(傳記) 집필 작업에 착수했다. 상시에는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사람이다. 그는 밀레뿐만 아니라 바르비종파에 속하는 화가들도 옹호했다. 상시에가 쓴 밀레 전기는 밀레의 삶과 예술 세계가 집약된 최초의 기록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시에는 전기를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미술사가 폴 망츠(Paul Mantz)는 상시에가 남긴 초고와 각종 자료를 참고하여 전기를 완성했다.

 

상시에는 농촌을 주제로 한 밀레의 그림들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밀레가 바르비종에 정착하기 이전에 파리에서 그린 초기작들을 상시에는 ‘새로운 화풍’이라고 크게 칭찬했다. 밀레 전기 번역본인 《자연을 사랑한 화가 밀레》(곰, 2014)를 처음부터 10장까지 읽어보면(11장부터 폴 망츠가 집필했음) 밀레의 그림을 비판적으로 평가한 상시에의 의견을 단 하나라도 찾아볼 수 없다. 상시에는 전기를 통해 밀레를 ‘명실상부한 농촌화가’로 알리려고 했다. 밀레 전기 번역본에 보면 상시에를 ‘미술사가, 미술평론가’라고 소개했는데, 사실 상시에는 전문적으로 미술 평론을 썼던 사람이 아니라 밀레와 바르비종파 그림을 좋아하는 수집가다. 그의 원래 직업은 관료였다. 밀레와 바르비종파 그림들을 가치를 알아볼 정도로 상시에가 훌륭한 안목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상시에는 ‘미술과 자본’의 밀접한 관계를 파악한 화상이었다. 그는 자신이 수집하는 밀레와 바르비종파 그림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밀레와 테오도르 루소(Théodore Rousseau) 전기를 썼다.

 

루소는 밀레와 친분을 맺은 바르비종파 화가이다. 그는 여러 번 살롱전(Salon de Paris)에 그림을 출품했으나 번번이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래서 동료 화가들은 그를 ‘낙선 대가’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상시에는 ‘뜰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뜨지 못하는’ 밀레와 루소의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다. 사람들은 밀레가 소박한 농촌 풍경을 좋아해서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즐겼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밀레는 고단하고 궁핍한 상황 속에서 그림을 그렸고,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생활비를 아껴가면서 생활했다. 밀레는 자신의 참담한 심정을 믿을 만한 친구에게만 표현했고, 경제적으로 힘들 때마다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보게, 제발 내 그림으로 돈 좀 융통해보게나. 값을 따지지 말고 팔아보게. 100프랑이든, 50프랑이든 정 안 되면 30프랑이라도 보내주게.”

 

(밀레가 상시에에게 보낸 편지 일부, 《자연을 사랑한 화가 밀레》 165쪽)

 

 

상시에는 밀레를 돕기 위해 파리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수집가들을 만나 그림을 팔았다. 밀레의 궁핍한 처지를 잘 알고 있던 상시에는 자본의 논리를 순순히 따랐다. 상시에의 노력은 끝내 빛을 보게 되었다. 밀레 사후에 작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기 시작했고, 소박한 농촌 풍경을 묘사한 밀레의 그림은 자본을 가진 자들이 선호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 되었다.

 

상시에는 밀레를 논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인물이다. 그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밀레는 없었다. 물론, 밀레를 도와주고 지지해준 상시에의 활약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점이 몇 가지 있다. 상시에의 전기는 밀레를 ‘농촌 화가’라는 인식에 갇히게 했다. 실제로 상시에는 밀레의 농촌 그림이 수집가들이 선호하는 그림이라는 걸 알고, 밀레에게 농촌 그림을 그려 달라고 재촉했다. 밀레의 또 다른 작품들(특히 판화)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는 바람에 사람들은 밀레를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화가’로 오해할 수 있다. 상시에는 밀레 전기 머리글에 ‘아무것도 지어내거나 꾸미지 않았다’고 썼다. 글쎄, 독자는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밀레 전기를 다시 읽었을 때 예전에 썼던 리뷰도 봤다. 나는 2014년에 작성한 밀레 전기 번역본 리뷰에서 이 책을 ‘밀레의 그림을 홍보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라고 썼다.

 

 

※ [파리의 미생, 밀레] (2014년 11월 30일)

http://blog.aladin.co.kr/haesung/7238764

 

 

최근 밀레 전기와 밀레의 예술 세계를 객관적으로 소개한 책들을 동시에 읽고 난 후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밀레 전기는 밀레의 그림을 홍보하기 위해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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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 - 5개의 시선으로 읽는 유전자가위와 합성생물학
김응빈 외 지음, 송기원 엮음 / 동아시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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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인류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인간 게놈 지도 완성 이후 개별 유전자의 역할을 분석하고 있으며, 이것이 성공하면 유전병이나 암 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아이가 잘생긴 얼굴과 예술적 재능까지 갖고 태어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트랜스휴머니스트(transhumanist)’가 있다.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미래에 태어날 새로운 인간을 ‘포스트휴먼(posthuman)’이라고 부른다. 포스트휴먼은 ‘슈퍼 인텔리전스(superintelligence, 초지능)’를 갖고 있으며 병에 걸리거나 늙지 않는 존재이다.

 

생물학자들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자기 손으로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욕구가 바탕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말 그대로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합성해 새로운 기능을 갖게 만드는 분야다. 요즘 전 세계가 주목하는 과학 성과 중 하나가 바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다. 크리스퍼는 본래 박테리아의 유전체에서 특이하게 반복되는 염기서열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박테리아는 이전에 침입했던 바이러스의 DNA를 자기 유전체 안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바이러스 침입 때 저장해둔 DNA 정보를 확인해 바이러스 DNA를 찾아 절단하는 방어 시스템을 작동하는데, 이것을 ‘크리스퍼’라고 말하며 유전자 가위 기술은 이것을 응용한 것이다. 유전자가위만 있으면 유전자의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해 원하는 부분을 잘라낼 수 있다. 모든 세포는 자가 복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는 자신이 원하는 변이를 만들어서 특정 유전자 기능을 없앤 실험용 동물을 만들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의 기능을 없애 질병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다.

 

합성생물학은 질병의 치료방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이에 관한 연구는 단순히 호기심 차원을 넘어서 산업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는 우리의 미래를 바꾸어놓을 것으로 찬사를 받는 합성생물학의 빛과 어둠을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은 합성생물학에 관한 전문지식을 일반 독자에게 쉽게 알리기 위해 저술됐다. 이 책의 과학 부문 집필을 맡은 송기원, 김응빈 교수는 이 책을 통해 합성생물학의 유전자가위 기술의 장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무엇보다 전문적이고 어려운 생물학 지식을 쉽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학에 대한 독자들의 거부감을 상당 부분 불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공학기술과 윤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합성생물학의 발전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합성생물학은 난치병 치료, 신약 개발 등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생명의 가치, 인간의 존엄성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책에 나오는 합성생물학에 반대하는 관점들은 주로 과학적 사실 자체보다는 윤리, 법, 사회적 관점 등에 근거한 가치 판단에 따르고 있다. 방연상 교수는 신학자의 입장에서 합성생물학을 바라보는데, 그는 오늘날의 합성생물학이 인문학적 성찰을 배제한 채 독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탐욕스런 인간들이 우생학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고,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가 생물학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합성생물학을 상업적으로 악용하는 걸 어떻게 막을까 하는 것이다. 생명공학 반대론자들은 연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원하지만, 잘못하면 연구를 음성화시켜 악용하는 길만 터주는 터무니없는 결과만 초래할 수도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덮으면, 독자는 스스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과학기술의 발전 자체가 문제일까, 아니면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욕망이 문제일까. 오리무중인 해답을 독자가 제각기 판단해볼 수 있게끔 다양한 관점들을 제시해주는 배려가 이 책의 최대 매력이다. 나날이 관심받는 합성생물학의 발전에 있어 좀 더 겸손해지지 않는다면 우리 인류는 예상치 못한 문제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신학, 철학, 윤리학 등으로 연구 성과를 바라본다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비인간적인 상황들을 대처할 수 있다고 본다. 과학자들은 실험의 의미와 자신이 수행하는 연구의 파급효과를 윤리적 측면에서 검토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합성생물학을 ‘연구실 속 학문’으로 남겨둬선 안 된다. 과학이 연구실 밖으로 나와야 시민들 사이에서 논의와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과학 소비자인 시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 생명공학은 발전할 수 없다. 우리 스스로 노력도 필요하다. 반대만이 능사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오늘날의 과학이 어떻게 발전되고 있는지 선행 공부를 하고 나서 따져도 늦지 않다. 과학적 접근 없이 과학 자체를 불신하는 것은 무지와 오류에 기반을 둔 비이성적인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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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6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7 12:36   좋아요 0 | URL
과학자들의 책임감도 정말 중요합니다. 윤리의식이 없으면 실험결과에 대한 책임감이 떨어집니다.

transient-guest 2017-08-17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인간복제실험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을거란 의심을 합니다 돈이나 군사목적의 욕망은 무제한이니까요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cyrus 2017-08-17 14:46   좋아요 0 | URL
비밀 실험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험에 대한 제재의 강도가 커질수록 과학자들은 숨어서 실험을 합니다.
 
엄마의 골목 - 진해 걸어본다 11
김탁환 지음 / 난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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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일에 작성한 글이 마음에 안 들어서 수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MSG’를 많이 넣어봤습니다. 문체에 변화를 줬습니다. 높임체로 글을 쓰는 일이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는 뻥이고, 이 글은 ‘IBK 기업은행 아름다운 은퇴’(가을호)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고향,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렙니다. 어린 날의 기억들이 새근새근 살아 숨 쉬는 곳. 숨기고 싶은 속내까지 깡그리 드러내고 있는 곳. 지금도 고향에는 추억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까요? 세월은 가도 옛날은 남습니다. 일상에 파묻혀 살다가 어느 순간 스치는 바람결에 과거의 기억으로 빨려 들어갈 때 있습니다. 추억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면 고향의 골목길 구석구석, 친구들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누군가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했지만, 꼭 그렇지만 않습니다.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의 경험으로 괴로운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이 고통스러운 기억을 감쪽같이 잊어버릴 수 없을까? 상처로 남을 기억을 잊고 살기보다, 상처받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여기 추억을 떠올릴 때마다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이 있습니다. 김탁환 작가의 엄마입니다. 그녀는 올해 일흔다섯입니다. 그녀가 다섯 살이었을 때 일본에서 경남 진해로 건너왔고, 지금까지 줄곧 그 지역에서 살아왔습니다. 엄마는 인생의 절반 동안 가난과 정신적인 핍박을 온몸으로 부둥켜안았고, 삶의 현장에서 의연하게 버티며 자식을 보살폈습니다. 남편과 사별한 뒤 30년을 혼자서 지냈습니다. “엄마는 강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엄마의 위대한 사랑과 희생을 표현한 말이죠. 그렇지만 작가의 엄마는 추억 앞에만 서면 한없이 약해졌습니다. 엄마에게 추억은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포근한 단어가 아니었습니다. 엄마는 추억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사진들을 없애기 시작합니다.

 

 

  마흔네 살에 홀로되신 엄마는 아이들 손이 닿지 않은 책장 제일 구석에 앨범을 올려놓고, 사별한 남편이 그리울 때마다 꺼내 보곤 하였다. 믿기 힘든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들부터 제일 먼저 없앴지.” (14)

 

 

작가는 엄마와 함께 진해 동네 곳곳을 함께 걷습니다. 그런데 모자는 같으면서 다른 길을 바라보면서 걷고 있었습니다. 작가는 엄마와 함께 걷는 골목에 있고, 엄마는 엄마 본인 마음의 골목에 있었던 거죠. 그래서 작가는 이 두 골목을 하나로 이으려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엄마만의 동네에서만 볼 수 있는 엄마의 골목입니다. 엄마의 골목은 작가가 엄마의 추억 부스러기들을 씨줄로 엮어 만든 책입니다. ‘엄마의 이야기를 알고 싶은 아들의 진심 어린 마음이 통했을까요. 엄마는 가슴속에 숨겨둔 추억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아들에게 들려줍니다. ‘추억이라는 매개로 모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작가는 엄마와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을 기록한 책의 제목을 엄마의 골목으로 정합니다. 엄마의 골목에는 어리고 느리고 어설프게 걸어온 지난날의 엄마 발자국과 그 곁에 나란히 찍힌 자식의 발자국이 겹쳐 있습니다. 모자가 진해 곳곳에 남겨둔 발자국들은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회귀의 흔적입니다.

 

 

 “‘엄마의 골목이 좋아요? ‘어머니의 골목이 좋아요?”

 “엄마의 골목!”

 “왜죠?”

 “더 가까운 느낌이 들어. 어머니는 안방에서 앞마당 정도 거리라면, 엄마는 안방을 벗어나지 않고 한 이불 속에 있는, 그런 기분!” (182)

 

 

옹알이를 시작한 아기가 처음으로 입 밖으로 꺼낸 단어는 무엇일까요? 저는 엄마라고 생각합니다. ‘엄마는 아기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단어입니다. 아기는 엄마의 품속에서 먹고 자랍니다. 엄마들은 아기가 기억하지 못한 것들을 추억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자신의 품속에 간직합니다. 아기가 어느 정도 자랐을 때 소중한 추억을 들려주기 위해서죠. 다 자란 자식은 자신과 엄마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 엄마 품에 바짝 귀를 갖다 댑니다. 엄마의 품속 깊이 저장된 추억을 듣는 것은 특별한 일입니다. 자세히 듣고 싶으면 엄마를 꼭 안아주세요. 엄마를 편안하게 만들어 드리고 대화를 시작해보세요. 그러면 엄마는 품속에 있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입을 엽니다.

 

숨이 차고 힘들게 세상살이를 하다가 잠깐 멈춰 서게 될 때, 우리는 뒤를 돌아보고 자신을 돌이켜보게 됩니다. 소중한 추억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먼지와 때를 한 겹 닦아내는 기분이 듭니다. 세상살이가 각박해질수록 그리운 추억 찾기에 대한 집착은 더욱더 강해지고 끈끈해집니다. 엄마의 골목이 여러분의 가슴에 따뜻하게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가슴을 아련하게 덮어주는 안방의 이불 같은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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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8-16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럼 너 혹시 은행 다니니...? 아무튼 좋은 일이다. 축하한다!^^

cyrus 2017-08-16 15:27   좋아요 0 | URL
원고 청탁을 받아서 기업은행 온라인 웹진에 글을 싣게 되었어요. 제가 은행에서 일했으면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이 없었을 걸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6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본격적으로 글쟁이 되시는 겁니까 ?

cyrus 2017-08-16 15:30   좋아요 0 | URL
부업입니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알라디너 덕분에 은행 온라인웹진에 글을 싣게 되었어요. 계속 쓸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

sslmo 2017-08-16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을 참 좋게 읽어서, 님의 리뷰가 더 남다른가 봅니다.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근데, 더운 대구에서, 휴가는 다녀오셨습니까?^^

cyrus 2017-08-17 12:37   좋아요 0 | URL
휴가는 다음 주에 있습니다. ^^

2017-08-16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7 12:42   좋아요 0 | URL
제가 뭘 쓰고 있는지 관심 없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래서 저의 책 사랑을 알아주는 몇몇 분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페크pek0501 2017-08-17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행 온라인웹진에 글을 싣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열심히 쓰시더니... 그런 좋은 결과가 생기는군요.

cyrus 2017-08-17 12:43   좋아요 0 | URL
사람 만나는 일에도 운이 따라야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운이 좋았습니다. 알라딘 서재에 저보다 글을 잘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작년 11월에 북플 하이퍼링크 기능의 오류를 확인해서 서재지기님에게 알린 적이 있었습니다. (http://blog.aladin.co.kr/zigi/8880232)

 

북플 앱이 업데이트되면 오류가 사라질 줄 알았는데, 문제점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링크 주소 끝 부분의 괄호 표시와 글자를 붙여 썼습니다. 링크 주소를 잘못 적지 않았습니다. 컴퓨터로 알라딘 서재에 접속해서 제 글을 보면 링크 기능이 됩니다.

 

 

 

 

 

그런데 북플 앱에서는 링크 기능이 되지 않습니다. 링크 드래그 범위가 ‘~까지 설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난감합니다. 북플의 오류를 수정하려면 컴퓨터로 알라딘에 로그인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링크 주소 끝 부분과 글자를 띄어 써야 북플의 링크 기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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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7-08-16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냥 북플 없이 서재시절로 돌아가고 싶네요

cyrus 2017-08-16 10:32   좋아요 0 | URL
북플을 매일 접속하다 보면 정신이 산만해집니다. 책뿐만 아니라 북플에서 공개되는 글을 읽을 수 있는 집중력이 흐려져요. 사실 A4 용지 한 장 반 분량의 글이라면 그렇게 많은 거 아니에요. 그런데 북플에서는 글이 많아 보여요. 그래서 길게 느껴지는 글은 컴퓨터로 접속해서 읽습니다. 컴퓨터로 읽어도 정독은 불가능하지만, 글쓴이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읽으려고 합니다.
 

 

 

 

 

 

 

 

 

옛말에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처럼 책도 짝이 있다. 책을 살 때 1, 2권 세트 혹은 상, 하권 세트를 사는 일은 장서가의 참된 도리라 할 수 있다. 낱권만 있으면 뭔가 허전해 보인다. 그러나 간혹 부득이한 상황으로 인해 낱권을 사야할 때가 있다. 특히 세트로 나온 절판본 중에 낱권을 구할 때가 난감하다. 절판본 세트를 구하는 일이 제일 어렵다. 마음에 차는 책을 찾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사람이든 책이든 사랑이 마음대로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열린책들 출판사 공식 블로그(http://blog.naver.com/openbooks21)에 재미있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세트 중 1권만 가지고 있는 열린책들 출판사 책을 사진으로 찍어 출판사 블로그 댓글에 남기면 된다. 아쉬운 점은 이벤트 기간이 짧다. 이벤트 마감일이 오늘(!)이다.

 

자세한 이벤트 응모 방법을 알고 싶으면 여기 링크 주소를 클릭해서 확인하면 된다. 응모 방법이 정말 간단하다. 인증사진이 있는 개인 블로그 주소를 댓글에 남기면 끝. (http://blog.naver.com/openbooks21/221068687440)

 

 

 

 

 

 

 

《미성년》 상권은 절대로 잊지 못할 책이자 선물이다. 이 책은 내가 2010년 열린책들 공식 카페(http://cafe.naver.com/openbooks21)에서 활동했을 때 ‘내마음이’님이라는 분에게 받은 것이다. ‘내마음이’님은 ‘사다리 타기 게임’에 걸린 1명에게 《미성년》 상권을 선물로 주는 소소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나를 포함해 총 7명이 사다리 타기 게임 이벤트를 신청했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내가 행운의 1인이 되었다. 《미성년》 상권을 받았을 때 하권을 꼭 사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다짐을 7년째하고 있다. 《미성년》 상권은 책 주인 잘못 만나서 7년째 솔로로 지내고 있다. 지금 내가 필요한 건 《미성년》 하권이다!

 

《러시아 희곡》 1권은 폰비진(『미성년』), 알렉산드르 그리보예도프(『지혜의 슬픔』), 푸시킨(『보리스 고두노프』), 레르몬토프(『가면무도회』), 고골(『검찰관』)의 작품이 수록되었고, 2권은 투르게네프(『시골에서 한 달』), 오스트롭스키(『뇌우』), 톨스토이(『어둠의 힘』), 체호프(『벚꽃 동산』)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90년대에 러시아 작가의 희곡이 정식 출판물을 통해 소개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리보예도프, 투르게네프, 오스트롭스키의 작품은 《러시아 희곡》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나머지 작품들은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나왔다.

 

 

* 폰비진 《미성년》 (조주관 역 · 지만지, 2014)

* 푸시킨 《보리스 고두노프》 (최선 역 · 민음사, 2011)

* 레르몬토프 《레르몬토프 희곡 전집》 (신영선 역 · 연극과인간, 2015)

* 고골 《검찰관》 (조주관 역 · 민음사, 2005)

*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3》 (김근식 역 · 동서문화사, 2004)

* 체호프 《벚꽃동산》 (오종우 역 · 열린책들, 2009)

 

 

《러시아 현대소설 선집》 1권은 1997년에, 2권은 1999년에 《매일 다샤 언덕을 지나며》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인터넷 서점 검색창에 ‘러시아 현대소설 선집’을 입력하면 1권만 나온다. 그래서 1권만 출간됐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나도 처음에 그랬다. 《러시아 현대소설 선집》 2권을 확인하려면 ‘매일 다샤 언덕을 지나며’라는 제목을 입력해야 한다. 아니, 이럴 거면 1권을 출간했을 때 이름을 붙여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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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7-08-13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 맞추기는 헌책 수집가의 놀이죠..ㅎ

cyrus 2017-08-13 16:19   좋아요 1 | URL
네, ‘즐거운 고통’입니다. 지금 짝을 못 맞춘 책이 더 있습니다. ^^;;

꼬마요정 2017-08-13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겐 에밀 졸라의 <살림> 상 권만 있어요. 그래서 읽지를 못해요ㅜㅜ

cyrus 2017-08-13 16:22   좋아요 0 | URL
창비에서 나온 책이죠? 저는 <살림> 하 권을 중고매장에서 구입한 다음에 품절되지 않은 상권을 바로 주문했습니다. 지금 확인해보니까 상, 하권 모두 품절되었군요. ^^;;

겨울호랑이 2017-08-13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께서 연애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시는 줄 알았네요^^:

clavis 2017-08-13 15:23   좋아요 1 | URL
하하하 저도요♡♡♡

cyrus 2017-08-13 16:25   좋아요 2 | URL
제목이 오해를 부를 수 있겠군요. 의도는 없었습니다. ^^;; 제가 여기 책 리뷰 올리는 블로그에서 연애한다고 자랑하겠습니까? 한 달 이상 서재 활동이 뜸해지면 제가 연애하고 있거나 죽었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ㅎㅎㅎ

2017-08-13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4 19:29   좋아요 0 | URL
미완성한 음악을 다른 음악가가 완성한 사례는 알고 있지만, 작가의 경우는 잘 모르겠어요. 저도 궁금합니다. ^^

나비종 2017-08-14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희곡 2>에 마음에 드시는 작품들이 더 많았나봅니다~^^

cyrus 2017-08-15 22:23   좋아요 0 | URL
투르게네프와 오스트롭스키의 희곡이 있는 유일한 번역본이라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

에디터D 2017-08-14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목보고 잠깐 오해할 뻔 했어요^^;; 그나저나 이벤트가 벌써 끝났군요.

cyrus 2017-08-15 22:24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벤트를 모르고 주말을 보낼 뻔했습니다. 토요일 밤에 이벤트 사실을 알았습니다. ^^;;

transient-guest 2017-08-15 0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성자 프란치스코 1권이 품절이라서 못 사고 있죠. 시리즈를 따로 빼서 만들었으면 이런 건 좀 지양해야할 듯...이벤트가 있는걸 이제야 봤네요.ㅎ

cyrus 2017-08-15 22:25   좋아요 0 | URL
검색해보니까 정말 1권만 품절이군요. 진짜 저런 상황이면 난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