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한 성 - 과학은 어떻게 성차별의 도구가 되었나?
앤절라 사이니 지음, 김수민 옮김 / 현암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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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흔히 사람들은 과학만큼은 젠더나 계급과 같은 사회적 문제와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과학 연구는 천문학적 연구비가 투여되고 많은 수의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활동이다. 그래서 연구 주제나 방향에 따라 혜택을 입는 사회 집단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집단이 있기 마련이다. 가장 쉽게 예를 들 수 있는 분야가 의학이다. 신약 개발 초기 단계인 동물실험에서 대부분 수컷 동물을 사용하며 임상시험에서 남성 환자가 다수로 참여한다. 이런 연구들에서 얻은 편향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시험이 수행되고, 그 결과를 다수의 환자에게 적용하면 여성한테 약물 부작용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남성과 여성은 평균 키와 몸무게뿐 아니라 호르몬의 분비, 유전적 특징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그래서 질환의 발생, 증상, 약물 반응에서 성별 차이가 나타난다.

 

과거에는 남자답게 키우기 위해 아들은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되고, 여자답게 자라기 위해 딸은 소꿉놀이를 하도록 길렀다. 이러한 가정교육의 내면에는 남녀 간의 생물학적 차이라는 꽤 오래된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생물학적 차이라는 표현이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지겠지만, 대부분 사람은 남성과 여성을 명확하게 구분 짓는 생물학적 차이가 있다고 믿으면서 자라왔다. 지금도 이런 말을 심심찮게 들어볼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은 뇌 구조부터 다르다. 이 차이가 권위적인 남성과 수동적인 여성으로 만들어준다.’ 생물학적 차이에 대한 믿음은 성별 임금 격차와 남성에 뒤처진 여성의 능력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자주 호출된다. 그 믿음이 오류라는 진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지 꽤 오래되었는데도 말이다.

 

열등한 성은 생물학과 의학이 어떻게 해서 여성을 배제하고 차별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저자는 과학 분야에서 여성 전문가의 수가 적은 이유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이유로 여성을 지적으로 열등하다고 보는 과학의 한계를 지목한다. 저자에 따르면, 중립적인 학문으로 알려진 과학은 수 세기 동안 여성을 괴롭힌 성 고정 관념과 잘못된 믿음을 제거하지 못했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조물주가 생명을 창조했다는 창조론에 반대해 생물이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한다는 진화론을 종의 기원을 통해 발표했다. 성경은 여성을 남성의 부속물로 취급하면서 여성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여성 참정권 운동에 뛰어든 여성주의자들은 진화론의 등장에 열광했다. 진화론은 여성의 열등함을 설명할 때 언급되는 하와의 탄생 과정(구약의 창세기에 따르면 하느님은 아담을 먼저 만든 다음 아담의 갈빗대를 하나 뽑아 그것으로 하와를 만들었다)을 반박할 수 있는 과학적인 이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윈은 여성은 남성보다 지적으로 열등하다고 믿었다. 진화론을 옹호한 여성주의자 캐럴라인 케너드(Caroline Kennard)는 다윈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잘못된 믿음을 바로잡아주기를 간청했다. 하지만 다윈은 여성이 지적으로 열등하다는 주장을 번복하지 않을 거라고 답변을 보냈다. 다윈의 후계자들(그 중에는 진화론을 제 입맛대로 해석하는 학자들도 있었다)은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열등하다는 증거를 찾는 일에 몰두했다.

 

열등한 성은 교양과 상식으로 포장한 성차별적인 과학의 사례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이를 입증할 과학적 증거가 전혀 없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다. 일례로 성별 차이 또는 두뇌의 크기 차이 때문에 수학과 과학 분야에 진출하는 여성이 적다는 인식은 다양한 과학 연구 결과와 통계 자료들의 반론에 의해 무너진 지 오래되었다.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성별에 따른 수학 점수 차이는 크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해당 분야에 여성이 적을까.

 

아주 작은 편견에서 시작되었다.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수학 성적이 낮다’ ‘여자는 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전문직에 어울리지 않는다여성을 열등하게 만드는 편견들은 낙인이라는 도장이 되어 수많은 사람의 뇌리에 찍힌다. 이 잘못된 도장이 전문가들, 특히 남성 지식인들의 손에 쥐어질수록 사회 이곳저곳에 남은 도장의 흔적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찍어놓은 도장의 흔적들을 말끔히 제거할 생각이 없다. 오랫동안 여성은 열등한 존재로 인식됐기 때문에 여성 교육은 돈과 시간 낭비라고 여겼다. 심지어 많이 배우는 여성은 진리를 추구하는 남성을 방해하는 존재가 되었다. 20세기에 들어서야 여성 과학자들은 과학협회 회원이 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사회에 퍼져 있는 성적 불평등을 설명하고 싶어 하지만, 그 이유를 불공평한 사회 구조보다는 남성과 여성의 타고난 생물학적 차이 탓으로 돌리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

 

지금도 과학의 허점에서 나온 편견이라는 아주 작은 씨앗은 전문가가 쓰는 글 속에서 자라나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권위를 먹고 자란 편견은 대중적으로 퍼져나가 사실또는 상식이 된다. 이와 맞서기 위해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과학의 오류와 잘못된 편견을 반박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는 과학이다. 저자는 페미니즘은 과학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영리한 여성들이 과학의 한계를 보완해줄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는 여성들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는 자기 생각을 펼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독립된 공간과 경제적인 자립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 말은 작가가 되고 싶은 여성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과학을 좋아하는 여성은 자기만의 연구실과 돈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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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3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01-01 22:07   좋아요 0 | URL
자본이 많이 있으면 누구나 강자가 되기 쉬워요. 그런 사회적인 강자는 사회적인 약자를 곤란하게 만들고요.

서니데이 2019-12-24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2019년 서재의 달인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cyrus 2020-01-01 22:09   좋아요 1 | URL
제가 알라딘에 활동하는 분들에게 친절하게 대한 적이 별로 많지 않아서 좋은 이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먼저 새해 인사를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서니데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겨울호랑이 2019-12-28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지난 한 해 페니미즘과 관련한 좋은 자료를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잘 부탁 드립니다.^^:)

cyrus 2020-01-01 22:11   좋아요 1 | URL
별말씀을요. 저는 보고 들은 것들을 정리만 했을 뿐인데요. 올해도 꾸준히 공부하겠습니다. 겨울호랑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

서니데이 2019-12-31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새해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조금 있으면 2020년 경자년이 됩니다.
새해에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그리고 소원을 이루는 시간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혼자 보는 미술관 -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는 시간
오시안 워드 지음, 이선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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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고 싶긴 한데, 도무지 뭘 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분명 그림을 보긴 봤는데 느낀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기는 왠지 창피하다. 슬쩍 다른 관람객들을 훔쳐보니 이 그림의 진가가 뭔지 알겠어라는 표정으로 그림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이쯤 되면 그림 보는 눈이 없는 자신을 탓하며 미술관을 빠져나온다.

 

미술에 관심 있건 없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책꽂이에 에른스트 곰브리치(Ernst Gombrich)서양미술사가 꽂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영국에서 출간된 지 무려 70년이나 흘렀다. 지금도 꾸준히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추천 도서로 거론되지만, 서양 문화에 대해 이해가 없는 사람이 무턱대고 읽기에는 다소 어렵다. 이 책을 야심만만하게 집어 들었던 독자는 아마도 서론까지 읽고 책장을 덮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책을 읽기 시작하면 선사시대 미술에서 시작해 비잔틴과 로마네스크, 르네상스, 그리고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인상주의 등 각종 주의의 관문을 힘겹게 통과해야 한다. 미술사를 다루는 대개의 책이 그러하다.

 

미술을 공부하거나 그림을 제대로 보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두 개의 편견이 있다. 하나는 미술은 어렵다는 단순한 생각, 그리고 또 하나는 미술이 삶과 분리된 고급스러운 문화 또는 교양이라는 편견이다. 이 두 개의 편견을 정면 돌파하고 있는 책이 혼자 보는 미술관이다. 어떤 사람은 책 제목을 보면서 미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어떻게 미술관에 혼자 가서 그림을 볼 수 있어요?’라고 반문할 것이다. 그런 사람은 미술이 어렵다는 편견에 매몰되어 있다. 그래서 미술관에 가기 전에 예습하는 차원에서 서양미술사와 같은 교양서를 읽는다. 교양을 쌓는 데만 지나치게 몰두하면 진이 빠진다. 예습을 철저히 한 상태에서 미술관으로 향한 사람은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면서 본의 아니게 복습한다. 이러면 그림을 볼 기회가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진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미술관에 가면 그림과 더 가까워진다.

 

혼자 보는 미술관그림 보는 행위의 중요성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미술이 우리 삶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통념을 바꾸려 한다. 대부분 사람은 난해하기로 악명 높고 전통을 거부하는 현대 미술보다 형태 묘사를 중시하는 고전 미술을 선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술관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그림 속에 화가의 생각과 그림 속 장면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그것들을 해석하려고 노력한다. 그림을 해석하지 못하면 그림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는 만큼 보이니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까.

 

저자는 미술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 그는 미술작품을 읽으려고(해석하려고) 노력하기 전에 보는 법부터 익혀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강조하는 그림을 보는 법은 말 그대로 그림을 충분히 바라보는 것이다.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다. ,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미술관에 가기 전에 예습하지 말 것. 그림을 보는 일은 어렵지 않으며 교양인만 누릴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체험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그림에 다가가서 내 마음대로 그림을 감상하면 된다.

 

저자는 고전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으로 타불라 라사(T.A.B.U.L.A. R.A.S.A: 미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10가지 단계의 첫 글자를 모아 만든 단어다)를 제안한다. 타블라 라사는 라틴어로 아무것도 써지지 않은 서판을 뜻한다. 인간에게는 원래부터 어떤 관념 또는 지식이 새겨져 있지 않다는 생각을 철학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저자는 이 용어의 의미를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에 적용한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선입견 없이 미술 작품을 만나게 되면, 미술 작품을 보면서 느낀 다양한 생각과 감동을 자신만의 빈 서판(Tabula Rasa)에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단순히 교양을 쌓기 위한 과정의 일부가 아니며 미술을 모른다고 해서 주눅 들지 않아도 된다. 적극적으로 미술관의 중심에 서서 작품을 감상해야지 전문가의 작품 해석 및 평가나 큐레이터의 설명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규모 전시장에 갔을 때 절대 줄 서서 앞사람을 따라가며 관람하지 말자. 작품 크기에 따라 작은 작품은 가까이서, 큰 작품은 멀리서, 앞뒤로 물러나며 봐야 한다. 줄 서서 보려 하다가는 눈앞에 있는 그림을 대충 보게 된다. 작품을 감상하는 기준은 철저히 나의 눈과 머리에 두자. 우리는 작품을 소유할 수 없지만, 마음대로 감상할 수는 있다. 우리는 작품을 만나면서 느낀 특별한 감동을 빈 서판에 채운다. 그렇게 우리는 예술가가 되어 간다.

 

 

 

 

Trivia

 

 

* 밀라노의 궁정화가로 일할 때 레오나르도는 산드로 보티첼리는 완벽한 여성의 영원한 이미지를 담은 <비너스의 탄생>을 그렸다. (149)

 

레오나르도는라는 표현이 빠져야 한다.

 

 

* 유럽 출신 작가의 미술작품이 다수 소개되어 있지만, 이 책에 유일하게 소개된 동양 출신 작가의 작품이 있다. 그 작품의 작가는 우리나라 사람이다. 그게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직접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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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9-12-17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 푱~

cyrus 2019-12-23 22:02   좋아요 0 | URL
내용이 어렵지 않아요. 책을 구입하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

stella.K 2019-12-17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래에 보기 드문 행보로군. 네가 이렇게 드문드문 나타나다니...
무슨 좋은 일이라도...?

cyrus 2019-12-23 22:01   좋아요 0 | URL
딱히 좋은 일은 없어요. 별 일 없이 잘 살고 있어요. ^^
 

 

 

어제 저녁에 공개된 퀴즈에 관심을 가져준 분들 모두 감사드린다. 정답을 맞힌 분에게 책 선물을 드리려고 한다. 미리 드리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정답은 숲 회원 7’이다. ‘우주지감카페에 책을 추천한 이유를 설명한 글을 남겼다. 그 글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 문학: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사, 1989)

 

 

기형도 시인은 19603월에 태어나, 28세의 나이로 19893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직후에 첫 번째 시집이면서도 유고시집인 입 속의 검은 잎이 출간되었습니다. 비록 육체에 있는 젊은 영혼은 갑작스럽게 사라지고 말았지만, 그의 노트에 잠들어 있던 문학의 영혼은 한 권의 시집으로 부활하여 지금까지도 기형도라는 이름 석 자를 빛나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와 내년은 한 권의 시집이 된 시인을 기억할 수 있는 해입니다.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사, 2013)

* 기형도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문학과지성사, 2019)

 

 

2017이 작가의 책[] 7월 선정 도서가 한강 작가의 시집이라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어요. 역대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선정 도서 중에 시집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내년에 쌤들과 같이 시를 낭송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3월에. 원래는 올해 3월에 나온 시인 30주기 시 전집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를 추천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고민한 끝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인을 접근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책값도 가벼운 입 속의 검은 잎을 선택했습니다.

 

    

 

 

 

 

 

 

 

 

 

 

 

 

 

 

* 비문학: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 2019)

    

 

차별이라고 하면 보통 우리는 그건 정말 나쁜 행위야라고 생각하고, ‘차별주의자를 단순히 악한 사람이라고 규정합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에 익숙해지면 일상 속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차별 문제를 보지 못하게 됩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일상 속 차별 문제를 우리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착하다고 착각하는 나의 문제로 봅니다. 착하고 평범한 시민, 평등을 꿈꾸는 진보주의자, 심지어 성차별을 철폐하는 데 앞장서는 페미니스트도 차별의 가해자가 될 수 있으며, 흔히 힘없고 착한 사회적 약자라는 위치에 서 있는 차별받는 사람도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내 안의 차별주의자를 보게 만드는 거울 같은 책입니다. ‘나를 관통하는 책에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 현재 우주지감은 이 작가의 책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이 작가의 책2016년부터 시작된 모임으로, 한 작가의 작품 세 권 이상을 읽으면서 작가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모임 시간은 오전이다. 모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우주지감네이버 카페에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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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4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12-16 19:32   좋아요 0 | URL
최근에 <입 속의 검은 잎>을 다시 읽었어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시 몇 편 있어요. ^^;;
 

 

 

 

우주지감 숲 회원이면 내년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모임을 위한 책 두 권을 추천할 수 있다. 일 년 동안 총 12회에 진행되는 독서 모임에 5회 이상 참여하고, 5개월 이상 모임에 불참하지 않은 회원은 숲 회원으로 등급이 상향될 수 있다. , 독서 모임에 자주 참석하는 회원은 숲 회원이 되는 것이다.

 

2018년 독서 모임에 총 11회에 참석했고, 올해는 총 10회에 참석했다. 그래서 올해에 이어서 내년 독서 모임을 위한 책을 추천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게 되었다. 한 사람이 추천하고 싶은 책의 분야는 정해져 있다. 문학 분야의 책 1, 비문학 분야의 책 1권이다.

 

추천 기간은 1112일부터 1130일까지라서 이미 종료되었다. 나를 포함해서 총 여덟 명의 숲 회원이 책을 추천했고, 한 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책 두 권을 추천했다. 그리하여 총 15권의 책이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도서 후보가 되었다. 조만간 투표가 진행될 것이며 많은 표를 얻은 책이 내년 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도서로 확정된다. 열다섯 권의 책은 다음과 같다. 책을 추천한 회원의 실명을 여기에 공개할 수 없어서 숲 회원 1’, ‘숲 회원 2’로 표기한다. 이 중에 내가 추천한 책이 무엇인지 찾아보시라.

    

 

 

 

 

 

 

 

 

 

 

 

 

 

 

 

숲 회원 1

* 가쿠타 미츠요 종이달(예담, 2014)

* 데일 피터슨 제인 구달 평전(지호, 2010)

    

 

 

 

 

 

 

 

 

 

 

 

 

 

 

 

숲 회원 2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 년 동안의 고독(출판사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제목을 봐서는 문학사상사 판본으로 추정된다. 민음사 판본의 제목은 백 년의 고독이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역시 출판사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다)

    

 

 

 

 

 

 

 

 

 

 

 

 

 

 

 

 

 

숲 회원 3

*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민음사, 2004)

* 김형경 사람풍경(사람풍경, 2012)

    

 

 

 

 

 

 

 

 

 

 

 

 

 

 

 

 

 

숲 회원 4

* 안톤 체호프 체호프 단편선(민음사, 2002)

* 게랄트 휘터 존엄하게 산다는 것(인플루엔셜, 2019)

    

 

 

 

 

 

 

 

 

 

 

 

 

 

 

 

숲 회원 5

* 안경환 , 셰익스피어를 입다(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2)

*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어크로스, 2018)

  

 

 

 

 

 

 

 

 

 

 

 

 

 

 

  

    

 

숲 회원 6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민음사, 1998)

*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팩트풀니스(김영사, 2019)

    

 

 

 

 

 

 

 

 

 

 

 

 

 

 

    

 

숲 회원 7

*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사, 1989)

*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 2019)

 

    

 

 

 

 

 

 

 

 

 

 

 

 

 

 

 

 

숲 회원 8

*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민음사, 2008)

 

    

 

 

열다섯 권의 책 중에 일곱 권은 가지고 있다. 백 년의 고독(민음사), 군주론(까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체호프 단편선(민음사),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입 속의 검은 잎,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이중에서 한 번이라도 읽은 책은 백 년의 고독, 군주론, 체호프 단편선,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입 속의 검은 잎등이다.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읽어본 적이 있는 책은 팩트풀니스선량한 차별주의자. 참고로 나는 예전에 읽은 책을 독서 모임 추천 도서로 선택했다. 그러면 내가 무슨 책을 골랐는지 짐작할 수 있겠는가? 정답은 내일 공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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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9-12-02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원 4입니닷

Angela 2019-12-02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 cyrus님 선호를 보면, 회원 7번일것같은데, 예전에 읽은책이라고 하셔서 2번으로 바꾸겠습니다~

cyrus 2019-12-03 20:59   좋아요 0 | URL
아쉽네요. 답을 바꾸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요... ^^;;

여름숲 2019-12-02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원 7같아요.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cyrus 2019-12-03 21:00   좋아요 0 | URL
정답입니다. 정답을 맞추신 분에게 책 선물을 드리려고 했어요. 제 답글 확인하셨으면 주소와 읽고 싶은 책을 비밀 댓글로 남겨주세요. ^^

slobe00 2019-12-03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다가..회원4에 한표 더요~

꼬마요정 2019-12-03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회원 2에 한 표 던질게요 ^^

다락방 2019-12-03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원 6 아닙니까?

초록별 2019-12-03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원8~~^^

잘잘라 2019-12-03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원 1 아니면 3, 둘 다 아니면 8입니다. 셋 다 아니라면 오답을 낸 댓가로 추천하신 책을 읽어보겠습니다. 만일 그래야한다면 회원 7이시기를 기대하며..

cyrus 2019-12-03 21:01   좋아요 0 | URL
정답을 맞추실 뻔했는데 정말 아쉽네요... ^^;;

stella.K 2019-12-03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짖궂기는...흥!

cyrus 2019-12-03 20:5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북프리쿠키 2019-12-03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번??

cyrus 2019-12-03 21:00   좋아요 0 | URL
정답입니다. 정답을 맞추신 분에게 책 선물을 드리려고 했어요. 제 답글 확인하셨으면 주소와 읽고 싶은 책을 비밀 댓글로 남겨주세요. ^^

cyrus 2019-12-03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간 장난스러운 퀴즈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모두 감사드립니다. ^^

2019-12-03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왜 지금 고전인가 - 서양고전 입문자를 위한 안내서
네빌 몰리 지음, 박홍경 옮김 / 프롬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불멸의 책. 장구한 세월 속에서도 오래도록 많은 사람에게 좋게 평가받아 읽히는 책. 우리는 그런 책을 고전(古典)이라고 부른다. 고전은 시대를 넘어 필독 도서 목록에 자주 이름이 올라가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생활 속에서 고전의 의미는 어른들조차 잘 읽지 않고 그저 이름만 아는 책이다. 이런 실정인데도 고전과 친하지 않은 어른들은 학생들에게 고전을 꼭 읽으라는 지시’를 내린다. 문제는 학생들이 읽고 싶어도 고전을 읽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서양 고전 번역본들이 대부분 성인에게도 만만찮은 분량과 내용이다.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펴낸 축약본이나 개론서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논술 시험 문제로 출제할 가능성이 높은 고전에 대한 중요 정보만 요약하여 알려준다. 결국, 학생들은 단 몇 줄로 요약된 고전의 심오한 내용을 외우기만 한다. 단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암기한 내용은 머릿속에 오래 남지 못한다.

 

왜 지금 고전인가는 서양 고전을 읽고 싶으나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또는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는’) 독자들에게 단비가 되는 책이다. 이 책은 적어도 기존의 서양 고전 독서 입문서와는 다른 두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이 책은 서양 고전이 어떻게 상류층을 위한 정전으로써 특권적 지위를 얻게 됐고, 그 후로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의 교양서로 지금까지 살아남게 되었는지 살핀다. 이 책에서 언급된 고전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생산된 지식이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는 서양 문명의 정점으로 평가받았고, 고대 고전은 유럽 엘리트라면 반드시 배워야 할 교육으로 인식되었다. 고전학자들은 지중해 문명이 남긴 문화적 유산에 감탄했고, 일부분만 알려진 고대 문헌들까지 번역하면서 널리 전파하는 일에 힘썼다. 그러나 고전 지식은 서양 문명의 우월함을 돋보이게 하는 장신구로 전락했으며 특정 계급(상류층과 식자층), 특정 인종(백인), 특정한 성별(남성)만 소유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 저자는 과거에 고전이 지배계층의 권위 유지를 정당화시키는 이념적 도구로 활용되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둘째, 이 책은 서양 고전의 가치와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하지 않는다. 유독 고전 읽기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고전 속에 현재를 사는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지혜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또 고전을 읽으면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들은 고전 속에 있는 과거를 탐색하면 만 리 길을 내다볼 수 있다고 믿는다.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과거의 고전을 공부한다? 얼핏 이런 말을 들으면 고전을 읽고 싶어지고,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리라. 하지만 저자는 고전이 우리에게 미래를 예언하는 지혜나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언을 제공해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고전에서 세상을 읽을 수 있는 통찰력을 얻기를 바라지 마시라. 정말로 고전을 읽으면서 통찰력을 얻고 싶다면 고전 속 지식을 그저 흡입하기만 하는 기존의 독서 방식을 버려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고전은 새롭게 해석되어야 한다. 고전은 다음 세대의 독자들에게 지혜를 전달하기 위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새로운 해석을 기다리면서 살아남았다. 과거 사람들이 고전을 읽으면서 알게 된 지혜와 교훈은 다음 세대에게 공유되더라도 끊임없이 변하고 혁신이 일어나는 세상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면 쓸모없어진다. 고전의 가치는 시대가 변하면서 달라진다. 우리는 전문가가 강조하는 고전의 가치를 객관적이며 보편적인 진리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저자는 서양 고전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고전에서 긍정적인 영감을 이끌어내도록 길을 모색할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 언급되지 않았지만, 나는 그런 중대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고전학자 같은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전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비판적인 해석을 시도하는 독자들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고전을 잘 활용하는 것은 그것에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독자들의 태도에 달려 있다. 고전은 고전학자들의 보호를 받는 고귀한 정전(正典)이 아니라 우리 독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아야 할 책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전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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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9-12-02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에 대한 과대평가에 공감해요.
고전뿐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독서의 효용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는 데 일정 부분 반감도 생기더라구요. 그건 마치 자기계발서에서 얘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할 때 독서가 무언가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구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만 ㅎ

cyrus 2019-12-02 20:23   좋아요 1 | URL
예전에 독서모임에 참석했던 분이었는데 마치 고전학자처럼 고전을 분석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 분은 고전의 자유로운 해석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어요. 아마도 그 분은 고전을 정확하게 분석하면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신 것 같은데 그런 방식으로 읽으려면 고전 스터디 모임에 가는 게 맞아요. 독서 모임은 책을 읽으면서 공부하는 모임은 아니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