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선인의 멕시코 이민

책의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고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첫 장부터 놀랍고 신기한 세계다. 구한말, 더 이상 나빠질 것조차 없는 피폐한 삶을 살던 민생에게는 아무 희망이 없다. 나라는 망하기 직전이고, 흉흉한 소문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이 땅이 아닌 다른 곳에서 희망을 찾으려던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제물포로 모인다. 피리 부는 내시와 도망중인 신부, 옹니박이 박수무당, 노루피 냄새의 소녀, 가난한 황족과 굶주린 제대 군인, 혁명가의 이발사, 그리고 고아 소년 이정이 배에 오른다.(11쪽) 이들이 향하는 곳은 저 멀리 바다 저 편에 있다는 나라, 멕시코이다.

‘하와이 이민’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멕시코 이민’은 처음이다. 구글을 검색해보니 이런 설명이 나온다.

한국인의 멕시코 이민

한국인의 멕시코 이민(스페인어: Inmigración coreana en México, 영어: Korean immigration to Mexico)은 1905년 시작되었다. 최초의 한국인 이민 노동자는 멕시코 시 유카탄 주에 정착했다. 2011년 기준으로 총 한국인 이민자는 11,800명으로 집계되었다.[1] 언어는 한국어와 스페인어를 쓰며[2] 종교는 주로 기독교와 대승불교로 분포되어 있다.[3]

 

승객용이 아닌 화물용 선박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온 사람들. 열심히 일을 한 뒤 돈을 벌어 고국으로 당당히 돌아가겠다고 굳게 다짐하며 이역만리 멕시코 땅을 밟은 사람들은 불속에 서 태워지는 자신들의 옷가지와 짐을 보고서도 감히 짐작하지 못 했다. 가축을 선별하듯 건강한 노동자를 가려내는 농장주들을 만나고 나서, 말 위에서 내리치는 채찍에 맞은 이후에야, 그들은 자신들이 노동자보다도 못한 ‘노예’로 그 곳에 팔려왔음을 깨닫게 된다. 기한은 4년, 그들이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작성된 계약서에는 그들의 계약기간이 ‘4년’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에네켄 대농장 소유주에게 묶여있는 ‘노예’, 7등급 노예가 되고 말았다.

 

 

 

 

푸르른 황금밭에서 떼돈을 벌 수 있는 지상낙원, 어느 누가 가더라도 큰 돈을 벌어 4년 후에는 고향에 돌아올 수 있다,는 ‘대륙식민회사’의 광고는 모두 거짓말이었다. 그들의 말만 믿고 배에 올랐던 조선 사람 1032명은 그 곳에서 지옥 같은 삶을 경험하게 된다. 메리다에 거주했던 중국인 허훼이의 편지를 통해 그들이 겪었던 비극을 엿볼 수 있다.

“누더기 옷과 다 떨어진 신발을 신고 있는 한국인 노동자들은 멕시코인의 조소의 대상이 되었다. 눈물 없이 이들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떼를 지어 에네켄 농장에서 일했는데, 부인네들은 아기를 등에 업은 채 일을 하고 있었다. 마치 동물 이하의 생활 같았다. 여기 멕시코에서는 토착 원주민을 세계 제5위 또는 제6위 노예에 속한다고 부르는데, 한국인 노동자들은 제7등 노예로 불려졌었다. 이들이 작업 목표량을 다 달성치 못했을 때는 무릎을 꿇게 하여 피가 날 때까지 못살게 굴었다.”

(멕시코 초기 한인이민 역사, 서성철, www.nfm.go.kr/_Upload/BALGANBOOK/393/02.pdf)

 

노예 같은 삶을 이어가던 한국인들은 4년 강제계약이 끝난 후에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머나먼 고국으로 돌아갈 경비도 없었고, 그들이 돌아갈 나라도 없어졌다. 현지 마야어는 물론 스페인어 한 마디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다시 농장과 재계약을 맺고, 에네켄 잎 자르는 일을 계속하게 된다. 1909년 메리다 국민회를 창설하기도 하고, 군사교육을 실시했던 숭무학교를 건립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고국의 독립을 위해 애썼지만, 288명의 한국인들이 쿠바로 이민 간 이후에는 그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민 1세나 2세분들이 어렵게 지켜왔던 한국문화나 전통도 이제는 별로 남은 것이 없다고 한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한국말을 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구글을 검색하다가는 이런 사진도 보게 됐다.

 

 

한국인이 분명하며, 또한 멕시코인이 분명한 이들은 멕시코이민 한인 3세, 4세들이다.

 

2. 지금의 멕시코는...

그러다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들이 이런 노예같은 삶을 살도록 하는 사회 구조는 무엇이었을까? 멕시코 사람들은, 이런 사회 구조를 왜 그대로 두었을까?

1032명의 조선인들이 발을 디뎠을 당시 유카탄 인구의 대부분은 마야족이었다. 제국이 붕괴한 지 수백 년이 지났지만 이들은 여전히 마야어를 쓰고 마야 달력에 따라 생활하고 있었다. 거대한 피라미드만 남기고 사라진 제국을 대신하여 마야인들은 멕시코 연방정부, 대농장의 지주들과 싸움을 벌였다. 마야인들의 독립 투쟁은 1847년 절정에 이르렀다. 수만 명의 마야인들이 탄압을 피해 영국령 벨리즈로 달아났고, 체포된 이들은 쿠바와 도미니카에 노예로 팔려갔다. 1858년에서 1864년 사이에 무려 33회의 폭동이 있었으며 한때 이들의 주력이 유카탄의 중심도시인 메리다를 점령하기도 하였다. 벨리즈를 장악하고 있던 영국 해적들로부터 무기를 사들인 유카탄의 마야인들이 백인 점령지역을 게릴라식으로 공략하여 큰 전과를 올린 적도 드물게나마 있었다. 그러나 조직화되지 않은 이들 마야인들은 비만 내리면 각자의 옥수수밭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결정적 승리를 쟁취하는 데 실패하였다. 농민의 한계였다. 결국 쿠바의 용병과 미국이 파견한 군사고문단 100명이 상륙하면서 대학살이 시작되었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연방군이 유카탄의 마야족들을 완전히 제압한 것은 조선 이민자들이 도착하기 불과 사 년 전인 1901년에 이르러서였다. (118쪽)

 

소설에서도 멕시코 혁명과 혁명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는데, 이해가 쉽지는 않았다. 궁금한 건, 지금이다. 그렇다면 멕시코 사회는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했는가. 마야인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지위를 회복했는가. 아니면 하루를 꼬박 기차로 달려도 전체를 돌아보기 어렵다는 대농장 소유주의 후손들에게만 지상낙원의 나라인가.

만약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대한 정보를 찾으려한다면 이런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1950년 한국전쟁, 1953년 이후 정전 사태,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효를 중시한다. 전자전기 통신 산업이 발달했다, 라고 말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삶은 검색해서 찾아지는 삶과는 많이 다르다. 100만원에 가까운 스마트폰을 4인 가족 중 4인이 가지고 있는 나라, 가족 모임에서는 외식을 자주하고, 금요일 밤에는 치킨을 배달시켜 먹고, 그리고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이 정규직의 70% 밖에 안 되는 비정규직의 나라인 것을 말이다. 실제 멕시코인들의 삶이 어떠한지 궁금하다. 더 이상은 대농장의 비인간적 대우 속에 갇혀 있지 않은지, 평생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옥쇄 속에 갇혀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3. 소설은 이야기

이미 ‘멕시코 초기 이민’에 대한 여러 소설이 존재했음에도 이 소설이 값진 이유는, 이 책이 보여주는 ‘이야기의 힘' 때문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눈앞에 있는 듯 그려진다. 사람의 겉과 속이 보이고, 숨길 수 없는 사악함과 추함이 보이고, 그런 상황에서도 꽃피는 사랑이야기에 가슴이 설렌다.

노루피 사향 냄새를 품기는 연수의 이야기가 그렇고.

연수의 경우가 그랬다. 열흘이 지나고 보름이 되자 그녀에게선 누구라도 분간할 수 있는 특이한 체취가 풍겼다. 그녀가 지나가면 잠든 사람들이 일이었고 아이들이 울음을 그쳤다. 수년 동안 발기하지 못했던 남자는 몽정을 했고 어린 사내들은 밤잠을 설쳤다. 여자들은 수군거렸고 남자들은 고통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 그녀만이 한동안 영문을 모르고 있었다. 냄새뿐이 아니었다. 얼굴에서도 빛이 나기 시작했다. (68쪽)

 

일하지 않되 먹기만 하는 황족 이종도의 이야기가 그렇고.

네 식구가 먹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굶다시피 하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럼에도 이종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밥은 가장 먼저, 많이 먹었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숭고한 의무라도 되는 것처럼 그는 식사 때마다 흙바닥일지언정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가장 먼저 밥숟가락을 들었다. (135쪽)

 

지옥 이상을 살고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그렇다.

30도를 넘는 더운 날에도 여자들은 치마저고리를 벗지 못했다. 웃통을 벗어붙인 남자들은 술만 마시면 제 아내를 두들겨팼다. 벌써 노름을 시작한 이도 있었다. 노름과 술은 조선 남자들의 뿌리깊은 병폐였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악다구니와 울음소리, 비명과 고함이 밤마다 이어졌다. 유카탄은 남자들에게도 지옥이었지만 여자들에겐 언제나 그 이상이었다. (158쪽)

 

 

4. 지금 그리고 여기

연수가 1905년 멕시코로 향하는 배를 탔을 때 그녀는 16살이다. 지금은 2015년.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 이 땅에 살았던 한 소녀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낸다. 힘없는 나라의 백성으로서, 망해버린 제국의 공주로서, 무능한 가장의 딸로서 말이다. 그녀가 원했던 삶, 무거운 장옷을 벗고 학교에 가서 새로운 문물을 배우는 삶은 끝내 그녀의 삶에서 허락되지 않았다. 사랑하는 남자와 둘만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속에서 사는 것, 그를 위해 밥을 짓고, 아이를 낳고, 그리고 아이의 재롱을 보며 그와 마주보며 웃는 일이 그녀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녀는 나와 같은 장소에 살았다. 나와 같은 곳에서 태어났다.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생김새도 많이 비슷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 땅에 100년 전 태어났기에 지금으로서는 책을 통해서만 상상할 수 있는 지독한 삶을 살아냈다. 그녀가 지금 내 삶을 보게 된다면 어떨까.

나는 아파트에 산다. 지하철역까지 5분 이내의 초역세권이고, R로 시작하며, 최고의 시세를 자랑하는 아파트는 아니지만, 넓고 깨끗하다.

부엌에는 밥솥이 있다. 최고 인기의 남자모델이 광고하는 최신상은 아니지만, 씻은 쌀을 넣고 ‘취사’ 버튼을 누르면 30분 동안 밥을 스스로 짓는다.

저 끝에는 로봇청소기가 있다. 스스로 충전이 가능한 최고 사양의 제품은 아니지만, 얇은 문턱은 스스로 넘나들며 청소 기능에 더해 물걸레질도 가능할만큼 나름 똑똑하다.

거실에는 책이 있다. 책장 사진을 찍을 수는 있겠으나, 올릴 수는 없다. 여기가 알라딘서재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최고 작가들의 최고 작품들을 전집으로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읽고 싶은 책, 가지고 싶은 책은 책장에 꽂혀 있다. 몇 달간은 책을 구매하지 않아도 읽을 만하고, 읽고 싶은 책이 수두룩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들은, 100년 전 연수가 그렇게도 갈구하고 갈망했던 것들이다. 그녀는 갖지 못했고, 나는 가지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시간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 하더라도, 아시아의 많은 여자아이들은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결혼을 강요당한다. 아프리카의 많은 여자아이들은 ‘여성 할례’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간다. 아니, 우리나라에도 경제적인, 사회적인 어떤 이유들로 처참한 삶을 살고 있는 많은 여자들, 여자 아이들이 있다.

출생의 우연이라는 수수께끼는 죽음만큼이나 신비롭다. 나는 왜 유럽에서 태어났는가? 어째서 잘 먹고, 가진 권리도 많고, 자유롭게 살 수 있으며, 고문으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로운 백인으로 태어났는가? 나는 이렇게 태어났는데, 어쨰서 뱃속에 기생충이 우글거리는 콜롬비아의 광부는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했을까? 페르남부쿠의 혼혈인 카보클루는? 염산에 의해서 얼굴이 일그러진 치타공의 벵갈 여인은? ([탐욕의 시대], 330쪽)

 

 

내가 가진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넘어,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를 넘어, 내가 가진 것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님에도 내가 얻은 이 혜택에 대해, 내가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누리고 있는 이 커다란 행운과 편안함에 대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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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3-12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단발머리님. 글이 점점 더 좋아지네요. 멋져요 ♡
저 책은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날 밤, 연수와 이정은 피로를 모르고 밤새 뒤척였다. 지난 석 달은 피가 뜨거운 청춘들에겐 너무 긴 이별이었다.


라는 문장을 저는 페이퍼에 적어 두었군요. 피가 뜨거운 청춘... 하아-

단발머리 2015-03-12 11:35   좋아요 0 | URL
어휴, 격려해주셔서 감사해요, 다락방님.
저도 85쪽 무척이나 인상깊었어요. 요시다가 좀 안 되기는 했지만, 저는 이정과 연수의 조합을 좋아하는지라.... 저는 이 문장이요.

그녀는 이 모든 일들이 왜 이렇게 익숙한 것인지, 이 모든 감각들이 왜 이렇게 생생한 것인지, 기이하게만 생각되었다. ... 고통이 밀려들었지만 한편 감미로웠다. (91쪽)

참, 날개뼈도 좋아요. ㅋㅎㅎ 어여 로또가 되셔야할텐데... 헤헤헤...
 
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 소설, 때때로 맑음

이재룡 작가는 처음 들어본 이름이다. 작가소개를 보니 프랑스에서 공부한 불문학자이자, 번역가이다. 이재룡 작가의 다른 글은 읽어본 기억이 없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오직 얼굴, 표지 때문이다. 그림이 너무 예쁘고 제목도 근사하다.

 

 

 

 

2. 마음의 서재

정여울의 책은 여러권 읽었는데, 이 책을 처음 읽었던 때가 어제인듯 가깝게 느껴진다. 새로 나온 개정판의 표지를 보고 있노라니 옛 친구를 만난듯 반갑다.

 

 

 

 

3. 서촌 오후 4시

이 책은 작가소개가 특히 눈길을 끈다.

'무면허 옥상화가' 김미경의 새로운 삶 이야기. 일간지 기자와 편집장을 지낸 인정받던 열혈 커리어우먼은 2005년 돌연 사표를 내고 뉴욕으로 떠났다. 그리고 평범한 직장의 리셉셔니스트로 일하며 집세와 각종 생활비에 벌벌 떠는 소심 싱글맘이자 능숙하지 못한 영어로 딸에게 핀잔 듣는 신세가 되었다.

안정적인 직업과 한 몸 같은 모국어, 익숙한 땅을 버리고 택한 인생 2막 이야기 <브루클린 오후 2시>를 통해 특유의 솔직하고 유쾌한 삶을 펼쳐 보였던 저자 김미경의 두 번째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그사이 7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저자는 인왕산에 포근하게 안긴 서촌에 둥지를 틀었고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기'를 결심, '1억 년 후 화가'의 꿈을 앞당겼다.

미리보기를 통해 본 첫 번째 꼭지의 제목 <결정적인 순간에 용감해지는 여자>도 눈길을 끈다. 어떤 힘이 그녀의 꿈을 “1억년”이나 앞당겼는지 많이 궁금하다.

 

 

4. 말하다

김영하의 새 산문집이다. [보다]는 앞부분만 보고 말았지만, 여러 산문집에 대한 기억이 좋아 새로운 산문집도 많이 기대된다. 김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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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3-06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이 늦은 시간에 아니 주무시고^^
저는 전에 김영하 <보다>는 사서 선물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다니, 다시 읽고 싶어져요. 저기 광고에 나온 테드 강의도 한번 보고싶네요.

단발머리 2015-03-06 02:07   좋아요 1 | URL
앗!!! 서니데이님 안녕하세요~~~~~~~`
저는 신간 추천 페이퍼를 작성하느라서요. 아.... 아름다운 추천 페이퍼를 쓰려 했으나 게을러서요. 이렇게 성의 없이, 죄송합니다. 제 사과를 받아주세요, 서니데이님~~

서니데이 2015-03-06 02:15   좋아요 0 | URL
앗, 이번에 신간평가단 하고 계신거 제가 깜박했네요.
무슨 사과말씀을...(깜짝 놀랐어요.^^;) 페이퍼 읽으면서 김영하 책도 보고싶고, 좋았는걸요.^^
(그나저나 저도 시간 될 때, 신간 요약 써두어야 할텐데, 요즘은 쓰는게 잘 안되네요.)^^
단발머리님도, 편안한 밤 되세요.

단발머리 2015-03-06 02:24   좋아요 1 | URL
헤헤헤... 그럼 제 사과를 알라딘에게 좀 전해주세용~~~~~~~*^^*
많이 바쁘시지요.
서니데이님 방에 이름 모르겠는 토끼들, 완전 귀여워요. 특히 민트옷 입은애요~~
어여 주무세요, 굿나잇이요~~~~~

해피북 2015-03-06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조기 <서촌 오후4시>라는 책에 관심이 생기네요ㅎ 돌연사표 속에 담겼을 삶의 여정들이 궁금해지고 <브루클린 오후2시>역시 관심이 가구요^~^

단발머리 2015-03-06 10:27   좋아요 0 | URL
네~~ 안녕하세요 해피북님~~
저두 <서촌 오후4시>가 제일 눈길이 가더라구요. 싱글맘으로 뉴욕에서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게, 정말 대단한 사람같아요. 용기 있구요.
앞으로도 자주 뵈어요^^, 해피북님~~~

다락방 2015-03-06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서촌 오후 네시에 관심이 가네요. 그보다는 그녀의 전작이라는 브루클린 쪽이 더 관심 가고요. 브루클린 검색하러 갑니다. 슝-

단발머리 2015-03-06 10:29   좋아요 0 | URL
검색 들어가 주시구요. ㅎㅎ 일단 책소개로 봐서는 관심이 많이 가더라구요.
제가 요즘에 에세이, 소설 이 쪽으로만 읽어서 다른 류의 책을 읽고 싶는데,.....
역시 눈길이 그 쪽으로 많이 가네요.
근데 괜찮으시겠어요? 오늘 보관함에 담으신 책도 많으시던데 ㅋㅎㅎㅎ

다락방 2015-03-06 14:12   좋아요 2 | URL
구경만 하는 거에요, 구경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3-06 18:14   좋아요 1 | URL
구경은 구매를 부릅니다. 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서니데이 2015-03-07 21:46   좋아요 0 | URL
구경이 구매를 부른다는 말씀, 진심으로 공감합니다. ^^;

단발머리 2015-03-12 11:40   좋아요 1 | URL
구매는 결제를 불러 옵니다. 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icaru 2015-03-12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말하다,는 당장에 구입을 했네요~
단발머리님 페이퍼 구경하다가네 말입죠~

단발머리 2015-03-12 18:15   좋아요 0 | URL
네.... 아, 저는 죄송해서 어쩌죠.
저는 아직, 구입을 못 했어요.
소개만 하고 구입을 안 한 이 불량한 저를, 이해해주시어요~~~~~~~~ㅋㅎㅎㅎㅎㅎㅎ

icaru 2015-03-17 09:45   좋아요 0 | URL
`말하다` 읽고 있어요,,, 그러면서 생각했어요, 다음으로 `읽다`가 나올 예정이라는데, 이또한 예약 예정입니다~ ^^*

단발머리 2015-03-17 13:49   좋아요 0 | URL
아, `말하다` 좋군요. 저도 읽고 싶은데, 아, 구매해야 빨리 읽게 될텐데... 그쵸?
`읽다` 예약 예정이시라니, 완전 축하드립니다. 읽고 나서 리뷰 좀..... 올려주시어요*^^*
 
풋내기들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우열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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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내기들」

항상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심장 전문의 허브는 자신의 두 번째 아내 테리의 첫 번째 남편에 대해 이야기한다. 허브는 미치광이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고, 테리는 그 미치광이의 사랑도 분명히 사랑이라고 말한다. 설사 그것이 미친 사랑이라 해도 말이다. 너무나 사랑해 자신의 사랑을 폭력으로 강제하는 사랑도, 사랑이 떠난 후에는 자살할 수밖에 없는 그 미치광이의 사랑도 사랑이 분명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단편 속의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문장을 보면 말이다.

로라는 서른다섯으로 나보다 세 살 어리다. 서로 사랑한다는 점 외에도, 우리는 서로 좋아하고 같이 있는 게 즐겁다. 로라는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379쪽)

 

내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랑은 이런 사랑이다.

사랑한다는 점 외에 서로 좋아하고 같이 있는 게 즐거운 사이, 그런 사랑. 사랑하기만 하는 사랑 역시 가능은 하겠지만 그런 사랑이 오래갈 수 있을지, 혹 그 사랑이 끝난 뒤에라도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을지 그건 잘 모르겠다.

이 특별한 단편에서 가장 의미 있는 질문은, 언제나 사랑타령인 허브의 이런 질문이 아닌가 한다.

여하간 난 한때 전처를 목숨보다 더 사랑한다고 여겼고 아이도 낳았어. 근데 이젠 꼴도 보기 싫거든, 정말로. 어떻게 생각해? 그 사랑은 어떻게 된 걸까? 그냥 지워지기라도 한 걸까,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은 일처럼? 그 사랑이 어떻게 된 건지 난 그게 궁금해. 누가 얘기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384쪽)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너무나 놀랍고 신기한 일이다. 지구상에는 수억 명의 사람들이 있고, 내가 살고 있는 시간을 지나쳐간 사람들도 있을 텐데, 나는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이 사람, 내 눈 앞의 한 사람, 바로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거다. 그 사람이 특별히 잘생겨서도 아니고, 그 사람이 특별히 잘나서도 아니다. 그냥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진 거다. 그 사람을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거다.

김훈은 이렇게 썼다. “만유의 혼음으로 세계와 들러붙으려는 욕망이, 어떻게 인간이라는 종과 속 안으로 수렴되어 마침내 보편적인 여자, 그리고 더욱 마침내, 살아 있는 한 구체적인 여자에 대한 그리움으로 정리되어오는 것인지에 관하여 나는 아직도 잘 말할 수가 없다.”

(출처 : 로쟈의 저공비행, <문학동네 산문집을 떠올리다>, 2013년 11월 28일)

 

위의 글은 ‘로쟈님’의 서재에서 가져온 것이다. 한 번 읽은 후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 어떤 한 사람을 사랑하고 그를 그리워한다는 건 정말 말 그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사랑에 빠진다는 것’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그 사랑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허브는 말한다. 내가 전처를 사랑했던 건 정말 확실한데, 그런데 그 사랑은 어떻게 된 걸까?

우리 중 누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 이런 얘기 해서 미안 – 하지만 우리 중 누군가에게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상대는, 남은 배우자는 얼마 동안은 애도하겠지만 결국 다시 사랑하게 되고 조만간 다른 누군가를 만나게 될 테고, 그럼 이 사랑이라는 것도 – 맙소사, 이걸 어떻게 이해하겠어? – 그것도 다 그저 추억으로 남는다는 거야. 추억조차 안 될지도 몰라. 어쩌면 애초에 그렇게 생겨먹은 건지도 모르지. (385쪽)

 

사랑이 영원하지 않기에 사랑이 더 소중한 건지도 모르겠다. 유지태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물었지만, 아니다. 그건 그가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사랑은 변한다. 시작되고 끝난다. 활짝 피고 그리고는 진다. 영원한 사랑이란 건, 불멸의 존재가 아닌 인간에게는 여하튼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변한다. 그리고 우리는 마지막까지도 사랑이 무엇인지 모를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사랑이 뭔지 얼마나 알겠어? 허브가 말했다. ”뭐 그건 내 이야기도 마찬가지야, 이런 얘기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여하간 내가 보기에 우린 사랑에 순전히 풋내기들이야.“ (3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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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3-04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놀음 이라지만 사랑은 변하지않고..단지 사람의 마음과 그 주어진 시간과 환경이 변하는 것이라죠.사랑은..그대로 있으니 내버려두라고..ㅎㅎㅎ
어디 안갔다고..순간 인것같아요.놓침도..놓겠다 맘먹는 자신도 서로 있는거예요.그래서 기억하기 싫은가봐요.영원할것 같더니..나를 포기한..누군가..와 순간들이 서로 얽혀서 용서할수없어..라며 때를 쓰는 거죠.고집임을 알아도..그러지않음 그 이별에 정당성을 잃으니 계속 그 연장선에 둘 뿐이고요.서로 놓기로 한 거예요.사랑은 버림받았죠.

단발머리 2015-03-06 02:46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제 결론이 그거예요.
정말 모르겠는 게 사랑같아요. 사랑한다 하고, 사랑하겠다 하지만 사실은, 그 사랑을 지켜낼 사람이 변하니까요. 영원한것 같았는데 말이지요.
아, 모르겠어요.

icaru 2015-03-05 0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이네요~ 어쩐지 표지에서 그의 냄새가 느껴졌다 하면 오버겠죠?? ㅋ
제목에서는 영화 몽상가들..이 생각나요.. 에바그린이 시종 벗고 나오지만 메시지는 심상치 아니한듯 한 그 영화..
아참... 저두 마지막까지 사랑이 무언지 모를수밖에.. 에 동의할수밖에 네욤

단발머리 2015-03-06 02:48   좋아요 1 | URL
실제로 보면 얼마나 예쁜지, 정말 예~~~~~~~~~~~~쁜 민트색이예요.
사실 저 다 안 읽은거 아시지요?
오늘 3-4개 읽었는데, 그 중에 베스트는 `풋내기들`이네요.

영화 몸상가들은 보지 않아서요. 시종 벗고 나온다면.... 엥? 뮁? 장르가? ㅋㅎㅎㅎㅎ

아무개 2015-03-05 0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원할수 없다는걸 알기에
영원하길 바라지만
영원히 변하지 않는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없다는
그 사실뿐... 그죠?

대성당만 읽고 다른 책들 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는데
이 리뷰 읽고나니 풋내기들이 읽고 싶어졌어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5-03-06 02:51   좋아요 1 | URL
네. 변할거라는 게 가장 확실한데요. 문제는, 가장 큰 문제는 영원하길 바란다는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영원을 갈구하는 사람이라서요.
저는 영원을 믿는데. 인간의 영원은 영....... 그러네요.

저는 그 단편집에서는 <깃터들>이랑 <열>이 너무 좋았어요.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좋았어요.
 
레고 아이디어 북 - The Lego Ideas Book 레고 아이디어 북
아이즐북스 편집부 엮음 / 아이즐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아롬님 서재에서 본 책인데, 세상에 이런 책이 있나 깜짝 놀라 구매한다. 책이 안 오면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아롱이를 달래 간신히 보냈다. 집에 널려있는 갈 길 잃은 레고 조각들이 모두 새로운 자기 자리를 찾아 멋진 작품으로 부활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책 그 자체만으로도 많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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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5-03-05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아롱이가 헉! 에 그 마음 전해지네요 어쩜..

단발머리 2015-03-06 02:54   좋아요 0 | URL
아, 생각보다 어려워요. icaru님도 이 책 있다고 하셧죠.
응용을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팁 있으시면 많이 좀 주시어요~~~~~~~~~~~~~~~~~~`
 
공부가 되는 그리스로마 신화 공부가 되는 시리즈
글공작소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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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아닌 그리스 로마 신화 책 중에서는 제일 눈에 띈다. 읽고는 싶은데 어린이용 도서가 없어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를 옆에 끼고 다니는 아롱이를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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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3-02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가 되는 시리즈가 참 많군요^^전 우리문화유산이란 책이 있는데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네요ㅋ

단발머리 2015-03-03 10:40   좋아요 0 | URL
저도 몇 가지를 읽어봤는데, 구성이랑 편집 다 마음에 들어요.
제목만 빼구요. ˝공부가 되는~~~˝ ㅋ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