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자동차 - 자동차 저널리스트 신동헌의 낭만 자동차 리포트
신동헌 지음 / 세미콜론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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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진 남자'라는 펜네임으로 여자가 읽어도 재미있는 자동차 이야기"를 모토로 글을 쓰는 이 남자의 자동차 이야기를 어느 정도 가늠하는 눈으로 읽었다. 아마, 이 책을 읽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자동차라는 단어와 표지의 수많은 자동차 그림들에 자신도 모르게 이 책에 손을 대고 말, 그런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은 아마 자동차라는 커다랗고 육중한 기계를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매끈한 바디의 이 까진 남자가 표현하듯, 대상화되는 상대, 여자와 비슷하게 바라보는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아마 남들보다 그 평균값이 이상의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여자가 아니라, 자동차에 대해서. 이 자동차에 대한 끝없는 목마름을 지닌 자들을 향해, 자동차에 대한 끝없는 목마름을 지닌 자가 쏟아내는 말들을 읽고있자니 낯섦과 익숙함이 동시에 올려온다. 자동차, 대체 그것이 무엇이기에.

 

흔히 말하듯,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 기계이야기, 군대이야기, 게임이야기 등을 즐기지 않는 여자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제일 듣기 싫어하는 얘기로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는 말이 이제는 우습지도 않은 농담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엄연한 우리 사회의 한 분야이자 문화인 이런 이야기들을 무조건 피해가며 생활할 수는 없다. 관심없는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 남자 입을 고함, 신경질, 눈치, 혹은 다른 육체적인 방법으로 매번 틀어막고 생활할 수는 없는 법. 그 앞에서 입을 다물고 고개만 끄덕이고 있을 수도 없고, 웃으며 앉아만 있자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들이 내 입에서 나오는 말에 전력을 다해 귀를 기울이고 때에 맞춰 '응, 그래?, 아..'하는 추임새를 넣어보려 노력하는 만큼, 그들의 세계에 대해 무지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책이 좀 더 가벼운 구성으로 되어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자동차를 1번부터 100번까지 순위를 매겨놓는다던지, 자동차 사진, 가격, 사양, 연식, 제조사 등등 정보를 적어놓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약간 첨가해놓는다던지 하는 자동차 모음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이 까진 남자는 꽤 다양한 이야기를 차와 함께 풀어놓았다. 생활 속에 차가 있는 이야기라기 보다는 차 속에 생활이 있는 듯한 느낌으로. 주로 드림카로 꼽을만한 차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만, 클래스있는 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흔히 나올 법한 허세의 흔적은 많지 않다. 오히려 드림카를 향한 좀 더 날 것의 몸부림이 보여서 읽기 편하고 재미있었다. 특히 지인의 무르치엘라고 LP640를 운전하다 범퍼를 긁히는 바람에 길바닥에 버려진 이야기는 압권이었다. 여자를 사로잡는 남자의 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세단, 차안의 음악, 안정된 주차, 세련된 매너, 그리고 그런 당신을 침대에서 떠올린 여자면 이미 끝난 게임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은 확실히 조금 우스운 면이 있었지만.

 

책의 어떤 부분부분에서는 비유가 다소 저돌적인 느낌이 없지 않은데, 뭐, 펜네임이 까진 남자라고 하니 감안하고 읽어야 하고. 달리 생각해보면 남자들이 차, 혹은 오토바이등을 여자와 비교-비유하는 양상을 띄는 것은 너무나 오래되어 고전적인 수식이라고 해도 모자라지 않을 부분이기도 하다. 마치 여자들이 자신의 애장품을 특히- 화장품이나 옷, 구두같은 것들을 아가들이라고 칭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다. 쨌든, 평소에 읽어보지 않은, 그런 소재를 다룬 책이었는데 다양한 차에 대한 이야기를 신선하게 접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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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행복하다 - 우울증 없는 행복한 삶을 위한 힐링 심리학
스티븐 S. 일라디 지음, 채은진 옮김 / 말글빛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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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에서만으로는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말하고자 하는지 그 깊이를 느끼기 어렵다. 이 책은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더욱 심화될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문제는 바로, 우울증. 우리 사회는 육체적이라 일컬을 수 있는 혹은 살갗으로 체험가능한 문제들, 경제적인 문제들에서 점점 자유로워지고 있다. 빈곤한 사회, 물질적인 부족 등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정신, 심적인 문제들이 더욱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개인의 황폐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 중 우리가 가장 빈번하게 접하는 것이 이 우울증인 것이다.

 

나는 원래 행복하다는 제목만큼 말랑한 내용으로 힐링을 권하거나 위로해주려는 내용만을 담고있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좀 더 전문적인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다. 생활습관부터, 운동, 식이, 보충제 등의 보조제 사용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항정신성 약물없이 우울증을 극복해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법들에 대한 조언으로 되어 있다. 특히 3장에 가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우울증 극복법이 나오는데 매우 체계적으로 되어 있어서 총 12주로 구성되어있는 주별 스케줄이나 해야할 일들의 방법, 장점 등이 나와있는 표도 있고, 우울증을 스스로 진단해볼 수 있는 자가진단테스트도 있다. 평소 생활에 별 불만이나 우울, 무기력감이 없어서 그냥 한 번 해봤는데 의외로 점수가 높게 나왔다. 하지만 별 문제는 없는 상태였다. 그래도 햇빛을 좀 더 받으면서 생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동안 우울증이라고 하면 개인 내면에 어떤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스스로의 안에 갇혀서 외부에서나 자기 자신이 도움을 주기 힘든 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반추라는 일상적인 행동에서도 우울감이 시작되기도 한다는 것이 좀 의외의 내용이었다. 또 생활 습관을 바꾸는, 예를 들면 햇빛을 더 쬐인다던지, 반추를 하게 될만한 때에는 라디오나 음악을 듣는 일을 한다던지, 음식을 조절하는 일 등으로 우울감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특히 잠을 잘 자야한다고 되어 있는 부분은 꽤 느낀 것이 많았다. 여름동안 잠을 설친 적이 있었는데 확실히 체력과 감정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들고 기운이 나지 않아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가볍게 여기게 되는 일상적인 일들이 우리를 좋은 상태로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실감했다. 건강과 행복은 어렵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울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남에게 알리거나, 벗어나기 위해 쉽게 대화를 청하기가 힘들 때가 많다. 그렇다고 병원을 찾아가기는 것도 쉬운 마음으로 내키는 일은 아닐 것이다. 우울증을 치료받거나 상담받는다고 하면 주변에서 정신과 관련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볼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우울감은 혼자 그러안고 있을때 더욱 커지는 것이라 이런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서 삶의 변화를 주고 또 변화를 받아들일 정보를 얻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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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CEO - CEO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맞춤 인터뷰
서울대 경영학술동아리 N-CEO 엮음 / 파이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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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이름은 다소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거나, 어떤 개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가진 내용과 또 상징해야 할 것들에 비해 제목이 가진 그릇이 좀 작게 느껴지는 편이다. 이 책의 가장 특별한 점은 서울대 경영학술동아리인 N-CEO에서 이 책을 엮어냈다는 것이다. 그들 동아리 이름 자체가 바로 이 책의 제목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들에게는 상징적이고 뚜렷한 제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동아리 회지 정도의 수준도 아니고 출판해낸 책이라면 좀 더 명징하고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제목을 썼어도 좋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책이 선택되어지는 데에는 분명 내용도 중요하지만 외견 또한 중요하니까.

 

책에서 소개된 인물들은 우리나라 정상의 위치에 있는 CEO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인물들이었다. 물론 그들의 이름만을 각기 따로 떼어놓으면 어떤 인물인지 잘 모를 수 있으나, 그들이 몸담고 있는 곳의 명칭과 함께 했을때, 우리는 그들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보고 또 이 책에 담긴 내용까지도 궁금해지게 된다. 그들의 이름이 때로 생소할지 몰라도 그들이 몸담고 있는 곳은 독자들에게 생소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산, 웅진, CJ, IBM, 한샘, 머니투데이 등 익히 듣는 기업들의 이름, 우리 생활에서도 몇번이나 접하게 되는 곳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이 책에 담겨있다. 높은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CJ 계열의 이해선 대표이사의 인터뷰 내용이 궁금했었는데, 워낙 실생활에서 밀접하고 빈번하게 접하는 브랜드이기도 하고, 제일제당, 아모레퍼시픽, 빙그레 등의 마케팅 업무을 거치며 비약적인 발전의 핵심에 선 인물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열정적인 활동력을 바탕으로 한 노력가였으며, 치밀한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한 기획가이기도 한 인물이었다. 이 부분에서도 앞서 지적했던 네이밍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컨디션이 지금의 인지도와 입지를 얻기까지의 과정에서 얽힌 에피소드로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잘 모르던, 알 수 없던 이런 뒷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 외에는 위드컬처의 대표인 이경선 CEO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PD에서 여성 CEO로 문화를 테마로 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특히나 기억에남는 것은 자신의 신념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우주에 흔적을 남기자'는 표현을 쓴 것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여성 CEO로 매력적인 외모를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실, 책에서 딱딱한 면을 많이 느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읽어보니 의외로 편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읽혔다. 성공한 사람들 특유의 남을 훈계하거나 무조건적인 자랑만 늘어놓는 내용이 아니었던 것이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한 명은 내 스승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은 모두가 어느 한 부분씩 공감하고 자극되는 부분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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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 - 두려움과 열정 그 어디쯤, 최초의 감성 섹스 에세이
현정 지음 / 예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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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기대가 큰 책이었다. 최초의 감성 섹스 에세이라는 문구가 보는 사람을 기대하게 만드는데, 두가지 초점이 있다. 하나는 최초의! 그 이전에는 감성 섹스 에세이가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없었던 것 같기도 해. 그럼 이 책은 그 전에 나왔던 다른 책들에서 봤던 섹스 이야기랑은 또 뭔가 다른 매력을 갖고 있겠구나. 새로운 글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어. 하는 기대를 하게 되고, 다른 하나는 감성과 섹스라는 말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섹스와 감성이라는 것은 분명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인데 어쩐지 서로 정 반대의 위치에 있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단어다. 섹스가 오로지 육체만으로 점철된 것도 아니고, 그 내적인 중심에 감성이라는 것이 기반을 잡고 있어야 충실해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도 말이다. 근데 좀 아쉬운 점은 저자 이름을 그냥 현정으로만 표기해놓은 것. 책이 좀 가벼운 느낌으로 느껴진다. 가명을 쓴 것처럼. 마치 잡지의 뒷부분에 실리는 성과 사랑 고민 상담 코너의 에디터 느낌이 난다. 차라리 김현정이라고 이름을 다 적어놓았으면 좀 더 나으려나....

 

 

책을 읽으면서, 소소한 재미를 느꼈다. 꽤 일상적이고 평범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워낙에 많이 인용된 섹스 앤 더 시티의 에피소드들은 사실 좀 지겨운 느낌도 있었다.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자들이 나오는 책이면 거의 대부분은 섹스 앤 더 시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통에. 별처럼 빛나는, 꽃처럼 예쁜 같이 너무나 흔하게 쓰이는 비유여서 새롭다거나 크게 느낌이 오지는 못했다. 그저, 역시 섹스 앤 더 시티는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좀 들었을 뿐. 그 외에도 이 책에서 무언가를 최초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은 크게 못 받았다. 코스모폴리탄같은 잡지 서너권 읽으면 그 안에서 나올 법한 내용들을 좀 더 깔끔하게 적어놓았을 뿐이다. 잡지의 문체가 약간 더 경망된 느낌을 주는 편이고, 이 책은 약간의 그 톤을 한층 낮게 정리해놓은 듯한 느낌이다. 책을 다시 펼쳐 작가에 대해 살펴보니, 바로 그 코스모폴리탄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고 한다. 아....!

 

 

책의 좋은점은 나보다 한 십년쯤은 인생경험이 많은 것 같은 언니가 쿨한 태도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피임에 대해 마르고 닳도록 강조하는 점도 그렇고, 어린 여자애들이 고민할만한 문제들을 과감하고 단호한 어조로 잘라 정리해주는 말들도 많이 나온다는 점이 그렇다. 특히 여자에 대해 배려가 없는 남자는 애초에 싹을 잘라버리고 연연해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라는 취지의 말들도 많다. 자기 중심이 얕고 남의 조언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아직 경험이 부족한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의 아이들에게는 일면 도움이 되겠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십년쯤은 더 인생경험을 한 나이가 되니, 물 흐르듯 듣고 넘길 정도의 내용이었다. 너무나 평이한 내용이 많아서 더 그런 것 같다.

 

 

처음에 기대했던 것들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주지 못한 책이지만, 그 나름의 소소한 재미를 주는 책이었다. 이제 막, 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 것들에 대해 눈뜨기 시작한 연령대의 여자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남자들도 이렇게 하면 차이는구나, 혹은 좋겠구나 싶은 팁을 알고 싶다면 읽어봐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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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 열심히 일해도, 아무리 쉬어도, 그 무엇을 사도,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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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그런 질문을 받지 않는데,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하필이면 그 질문이 떨어졌다. 물론 질문을 한 쪽에서는 평소 사소하게 느꼈을 궁금증을 담아 가볍게 물었으리라. "요즘 뭐 해?" 그래서 즉답으로 "책 읽어."하고 대답을 했다. 역시나, "무슨 책?" 하고 물어온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대답하고서도 스스로가 뜨악한 기분이었다. 시간 짬짬이 책을 읽는 것을 마치 업처럼 하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위해 책을 읽는 일을 하고 있다니. 아이러니다. 이 책을 정말 잘 읽으려면 책도 읽지 않고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멍하게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정작 상대방은 책 제목이 재미있네, 정도로만 생각했겠지만.

 

사실, 이 책은 무조건 손놓고 가만히 있을 권리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남들처럼이나 남들보다, 남들만큼 등등으로 자신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앞뒤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어떻게든 해야만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서 '남을 따라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권리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해 밥상을 펴놓고 내가 먹고 싶은 반찬만 먹으라는 책이지, 남들이 좋아한다는 반찬까지 억지로 꾸역꾸역 다 차려 먹으려고 하거나, 차려준 밥상에 밥까지 떠먹여달라고 가만히 앉아만 있으라고 말하는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용이 이렇다보니 요즘 사람들이 압박을 받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역시나 젊은이들의 스펙쌓기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결론적으로는 다 그에 맞춰진, 비슷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고. 그 중에서 기억남는 부분은 '신제품을 사지 않을 권리'와 '죽을 때까지 다 못 읽는 권장 도서'였다.

 

'신제품을 사지 않을 권리'는 스마트폰과 관련된 에피소드로 시작된다. 구형 핸드폰을 쓰고 있는데 요즘은 스마트폰을 쓰고 있지 않으면 뒤쳐진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변에서 팍팍 주는 통에 멀쩡히 잘 쓰고 있는 핸드폰도 어디가서 마음 편히 내놓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책 속의 인물도 구형 핸드폰과 스마트폰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웃지못할 행동을 하는 것이 나온다. 정작 물건을 쓰는 사람은 아무 불편이 없고 스마트폰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데 주위에서는 오히려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아직도 그걸 쓰냐'는 등의 말을 툭툭 던진다. 심지어 하루가 멀다하고 통신사에서 기기를 바꾸라고 전화도 온다. '어차피 바꿀 핸드폰 구형을 써서 뭐하냐'며 '바꾸세요'하고 강력하고 무례한 톤으로 속사포처럼 말을 풀어낸다. 망가지지도 않은 것을 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으로 휙휙 바꾸라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른 전자제품들을 그러지 않으면서 유독 핸드폰에만 그렇게 함부로인지 모를 풍조다. 개인적 경험과 어우러져 깊은 공감이 됐다.

 

또 하나는 역시 개인적 한이 맺힌 '죽을 때까지 다 못 읽는 권장 도서'인데, 사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처럼, 읽고 또 읽으면 못 읽을리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고전들은. 다 소화하기에 버거운 책들도 많고, 말대로 유명해서 안읽어도 읽은 것처럼 넘어가고 싶은 책들도 많은데, 확실히 고전이라는 것은 읽고나면 오래도록 그 여운이 남는 것 같다. 그 책을 읽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삶의 경험치가 올라가는 것 같이. 하지만 역시, 뭔가를 읽어야한다는 그 필수적인, 고전, 명작이라는 타이틀을 단, 그 책들의 목록에 또 얽매이게 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사람 마음인 것 같다. 독서는 즐거움을 주는 것인데도 그안에서 또 뭔가를 해야만한다고 스스로를 규정지어버리는 일을 함으로써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빼앗아버리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부분에서 잠깐 언급된 다니엘 페낙의 "소설처럼"은 나도 추천하는 도서로 꼭 읽어보면 여러가지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을 책이다.

 

약간은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쓰여진 책이지만, 읽으면서 자신과의 접점을 찾아가게 된다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책이다. 뭔가를 하라"고 강조하는 책들이 많은 와중에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만큼 이 책만의 특별한 분위기가 있다. 내가 내 중심을 잃고 어딘가로 무작정 쓸려만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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