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 - 어느 교도소 목사가 가르쳐주는 인생의 교훈
카리나 베리펠트.짐 브라질 지음, 최인하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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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은 축복입니다. 허비하지 마세요. 할 수만 있다면 언제든 좋은 일을 하고, 무엇이든 용서하세요. 그리고 그렇게 한 후에는 넘어가세요. 이번 생에서든 다음 생에서든 말이죠. 17"

 처음엔 흥미로 시작을 했는데 책을 읽으며 생각이 많아졌었다. 형목인 짐이 사형수들을 만난 이야기를 옮겨놓은 것이라 그가 비밀유지계약을 위반하고 털어놓은 얘기들은 누군가를 죽이고, 강간하고, 돈을 빼앗고, 또 죽인 사람들이 나왔다. 짐은 그들이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알지만 그들의 태도에 따라 때로 동정을 보이기도 한다. 어린 소녀를 납치해서 끝내 죽이고 유기한 범인이 교도소에서 다른 수감자들에게 강간당하지 않으려고 제대로 씻지도 않고 버텼다(제임스 오토 에어하트229)는 얘기를 읽다보면 276명 중 어떤 누구라도 동정심을 보일 필요가 없게 느껴진다. 

 짐은 형목으로써 사형수들을 만나는 일에 자신의 소명과 가치를 느꼈다고 하는데 그가 일적으로 성취를 얻어감에도 가정에서 아내와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지경에 이르는 상반된 모습은 이 일이 중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짐에게 있어 그 자신이  의식했던 하지 못했던 내면의 충격을 주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형수들이 죽기 전에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혹은 어떤 말을 남겼는지 궁금해하지만, 실제로 누군가의 정해진 마지막을 인도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까지의 시간을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짐이 완벽하게 선한 존재는 아님(인생 최악의 실수 138)을 밝힌다. 특히 아내와의 관계에서 '지금은 아니지만 과거에는 그랬다'며 자신의 지난 잘못과 그로인한 불만과 불화를 같은 방식으로 여러번 언급하게 되는데, 아내에게 돈을 많이 주고 싶었다던 트럭운전사(벤저민 보일 192)의 핑계를 보는 순간 그와 짐이 닮아보였다. 어쩌면 카리나가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그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투영과 극복의 과정이었을까 생각해본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자 또 하나의 불편한 내용은 사형수들이 짐의 앞에서는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다가도 다른 사람들 앞에 서는 마지막 순간에 다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영화 같은 곳에서 그 마지막 길을 걸어가는 '인간적인' 면모의 사형수들을 보여주어서 였을까, 같은 인간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탓일까 자신이 저지른 일을 끝내 부정하거나(칼 존슨 주니어 51/댈러스 소년 197), 어떻게든 판결을 피해보려고 거짓된 연기를 하는(후안 소리아 173) 사례들을 보고는 이러다 옥장판도 사겠구나 싶어 경각심을 잃지 말아야겠다 싶었다. 

 이런 비인간적인 범죄자들을 수백명 만나오면서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 놀랍고 또 믿기 어렵다. 그는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거나 대단한 일을 한 사람이라고 평가되기를 마다하는데 그 겸손이 마음에 들면서도, 차분하고 예의 바른 태도를 가졌다거나 지난 범죄를 뉘우치고 신 앞에서 회개했음을(트로이 패리스 258) 이유로 누군가를 구해주고 싶었다는 마음을 내비치거나 좋은 평가를 할 때는 날 선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 자신으로서가 아니라 그저 그런 사람이 아니도록 만들어주는 자리(70)에 있기 위해서 보인 페르소나가 아닐까 의심했다. 

 책은 죽기 좋은 날보다 살기에 더 좋은 날을 말하며 이들의 길고 긴 대화의 끝을 맺지만, 사람과 죄, 용서, 사형제도 같은 문제들에 대한 긴 꼬리를 남겨두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용서와 긍정으로 나아가며 살아가라는 조언을 가장 진하게 새겨주었다. 요즘처럼 흐린 날이 변덕스럽게 계속되는 때에, 곧 다가올 뜨거운 여름을 앞두고 내면을 고취시킬 수 있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흥미를 의미로 바꾸어주는 '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를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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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전주 - 전주의 멋과 맛과 책을 찾아 걷다 언제라도 여행 시리즈 1
권진희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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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누가 책을 보고 여행 계획을 짜나요. 핸드폰 하나로 해결하지. 물론 나도 종종 그런다. 하지만 정보만을 얻을 때가 아니라 감성까지 챙길 때는 책만이 주는 고요하고 느릿한 매력이 있다. 언젠가 여행을 가면서 개인적으로라도 기록을 해볼까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계획과 동선, 비용을 기록하고, 사진 찍고, 소소한 경험과 감상을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두고, 심지어 그것을 보기 좋게 정리하는 과정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때 여행책을 가볍게 여겼던 것을 크게 반성했다. 이런 꼼꼼한 사람들이 날 길 위로 이끌어 낯선 곳에서 잠들게 할 수 있었구나 깨달았다.  

 기억하기로 전주를 서너번, 확실하진 않지만 대여섯번은 다녀왔으리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지역을 여행을 목적으로는 적지 않게 다녀왔다고 생각한다. 나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방문을 제외하고 전주를 다녀온 가장 첫 기억은 '내일로'라는 기차 여행 상품을 이용한 방문이다. 어설프고 시간은 없는 여행자가 그렇듯,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육회비빔밥을 비비고, 초코파이를 몇 개 사먹고, 전동성당과 한옥마을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밤에는 막걸리골목에 갔다가 다음날 해장으로 콩나물국밥을 먹었다. 오래 전 기억인데도 뭘 먹었나 떠올려보니 선명히 기억나는 동선이다. 기억을 떠올려보니 더욱더 반드시 '언제라도 전주'를 읽어야되는 사람이 나구나 싶어졌다. 

 책을 읽다 마주치는 풍경들에 놀란다. 전주가 이런 곳이었나? 분명히 몇 해 전에도 갑자기 콩나물국밥이 먹고 싶다고 전주에 가서 콩나물국밥 박물관까지 관람하고 돌아왔는데, 건지산 둘레길이나 전주수목원의 풍경 앞에서 그동안 눈은 어디에 두고 입으로만 여행을 해왔나 민망해진다. '언제라도 전주'는 특히나 눈을 통한 여행을 '2부 책 여행'이라는 순서로 하나 더 강조해두고 있어 특별했다. 즉흥시를 지어주는 책방 '조림지'의 이야기를 만났을 때는 보던 책을 내려두고 언제 전주에 내려갈 일정이 비어 있을까 성급히 달력을 확인했다. [시가 돈이 된다는 걸 보여주겠다]라니 정말 멋있다. [손님이 주무시는 시간에도 육수는 끓고 있습니다]는 말처럼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여행의 가장 큰 핵심은 '음식'이다. 어떤 책들은 그 내용을 미리 알게 되는 것이 싫어 굳이 목차를 읽지 않고 넘어가지만, '언제라도 전주'를 손에 넣자마자 확인한 것은 목차였다. 그리고 마침내 '3부 맛 여행'에서 원하던 내용을 확인하고 이 책의 신뢰도를 상향 조정하기로 마음 먹을 수 있었다. 그동안 입만 달고 여행다녔나 반성했다지만, 남의 결혼식장 가서도 결국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식사인 것처럼 아무래도 먹는 것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1부나 2부의 내용보다 3부의 분량이 조금 더 많았던 것이 가산점을 얻어내었다. 급한 분들은 일단 3부의 내용을 확인하고 여행을 떠나면 됩니다.   

 여행보다는 생활이 살아온 흔적이 가득한 애정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내가 이 도시를 이렇게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왔는데, 좋은점이 가득합니다.하고 자랑하듯 소개하듯 보였다. 그 마음이 전해져서 '언제라도 전주'를 믿고 전주로 떠나면 아쉬울 일은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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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어느 30대 캥거루족의 가족과 나 사이 길 찾기
구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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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를 볼 때 요즘 화두가 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내용일거라 생각했는데 그 안에 담긴 것은 그저 사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가끔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거지 싶기도 하고, 불분명함이 조금 아쉽기도 했다. 친구들과 마라탕 그릇을 앞에 두고 약속하는 나중이 마흔 정도인 것을 보면 이 불분명함은 서른이란 나이에서 기인한 것도 같다. 그럼에도 해소되지 않는 아쉬움이 남았다. 기대했던 바와 달라서였을까 끌어당기는 이야기의 힘이 약해서 였을까 단숨에 금방 읽었지만 한 세계에 빠져들어가지는 못했다. 

 이상하게도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아파트 쓰레기장, 재활용수거함에 관한 것이었다. 채워진 분리함을 정리해두기가 무섭게 순식간에 쌓여 넘치는 쓰레기들을 보면 살아간다는 것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종이컵, 비닐봉투, 포장, 물티슈 같은 것들이 지금도 나를 둘러싸고 있는데 나로써 살아가는 것의 가치가 내가 만들어내는 쓰레기와 플라스틱만큼의 손해보다도 못하면 어떡하지 싶다. 내가 이렇게 땅을 파는 동안 지구의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일말의 고민도 없이 소비하고 버리며 다함께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어버렸겠다. 넓게 보면 인간도 지구에서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뉴스에서 '캥거루족'이란 단어가 점점 더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다 큰 성인이 독립하지 않고 지내는 곳은 없다며 이는 부모 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미성숙한 행태라 지적하고, 어떤 사람들은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미혼 자녀가 독립하는 문화가 있었느냐며 안그래도 살기 힘든 젊은 세대를 가스라이팅 해 방값 받아내려는 기성세대의 프레임 씌우기라 했다. 각자의 삶이 있으니 누구의 말이 옳다고 할 수 없는 문제인데, 개인적으로는 어느 한 쪽이 일방적인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독립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는 편이다. 

 캥거루족이란 말이 자주 들리기 전에는 빈둥지증후군이란 말이 있었다. 가끔 부모님 집에 갔다가 두 분만 남은 집을 새삼스럽게 볼 때가 있다. 네 개의 방이 부족할 때가 있을만큼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던 오래된 집에 지금은 단 두 사람만이 남았다. 두 사람의 생활은 어떨까. 30대의 독립을 말하는 책에서 노년의 독립이 오히려 궁금해졌다. 아쉬움으로 남았던 분명하지 않음이 어쩌면 더 넓은 확장으로 닿았을지도 모른다. 분량도 많지 않고 보기 쉬운 만화로 그려져있으니 독립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읽어보기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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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스터츠의 내면강화 - 흔들리면서도 나아갈 당신을 위한 30가지 마음 훈련
필 스터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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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조각의 케이크나 한 잔의 술을 거절하기 어려워하는 이유를 하나만 꼽자면, 이 선택을 당장 눈앞에 펼쳐진 상황보다 더 큰 맥락과 연결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살이 찌고 싶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강렬한 쾌감이 눈앞에서 유혹할 때 날씬해지고 싶다는 동기는 상대적으로 약해져요. 이때 효과적으로 즉각적 보상을 포기할 유일한 방법은 포기라는 행위가 그 자체로 자기 내면에 고차원적 힘을 쌓아준다고 생각을 바꾸는 겁니다. 이는 영혼의 돼지저금통에 동전 한 닢을 넣는 것과 비슷해요. p62"

 오랜 시간동안 다이어트를 선언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해온 입장에서 정말 인상적으로 읽은 부분이다. 이 자체가 바로 나의 문제점 그대로였다. 속수무책으로 살이 찐 것처럼, 나약한 의지는 다른 부분에서도 드러나는데 책을 읽겠다고 자리에 앉아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이런저런 어플들을 뒤적이며 한참동안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도 즐겁지만 글자가 즐거움으로 소화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주어지는 자극은 편리하고 즉각적이다. 그동안 디지털디톡스라는 것을 좀 냉소적으로 바라봤는데, '포기'가 그 자체로 의미로 쌓일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시도해볼만 하겠다. 
 
 이 작고 잦은 실패의 문제는 4장에서 '의지의 문제'로 다시 등장하는데, 외적인 자극에 굴복하지 않고 자기 삶을 꿋꿋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고차원적 자아를 활성화해야 함을 재차 강조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날, 우리가 취하는 모든 행동에 개인적 의미를 불어넣는 데 고차원적 동기 체계의 비밀이 있습니다. 의미가 있다는 감각이야말로 우리가 에너지를 얻는 원천이지요.(205)' 이는 '단지 자신에게 옳다고 느껴지는 행동을 함'으로써 '자기 삶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경험'을 함으로써 얻어진다. 이는 타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거나, 규칙적인 하루를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요즘 가장 많이 강조하게 되는 말이자, 아주 중요한 조언 중 하나로 실수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을 줄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 아마 지금이 사회초년생에게 원하든 원치않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인듯하다. 책에서도 바로 그 내용을 다루고 있어 옮겨왔다. " 우리는 우리가 내린 결정이 '옳기를' 바라고, 다시는 불확실성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도록 세상이 그만 변화하고 그대로 고정되기를 바라지요. 마음속으로 그런 바람을 품고 있기에 우리는 작은 결정을 내릴 때조차 죽고 사는 문제를 앞둔 것처럼 압박에 짓눌립니다. 우리는 잘 결정하면 구원받을 테고, 잘못 결정하면 인생이 대번에 망할 거라 느낍니다. 그러나 진실은,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좋든 나쁘든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p75"

 초년생들에게는 다 아는 척 말을 얹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사소한 결정을 내릴 때 생사가 걸린 것처럼 심각할 수 밖에 없는 문제들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초년생에게는 인생이 계속되기 때문에 힘을 좀 풀어도 괜찮다는 이유가, 이쯤되면 시간은 흐르고 결코 되돌리거나 잡아둘 수 없기 때문에 그 한번의 선택과 기회가 오히려 소중한 것이다. 이를테면 내가 오늘 먹는 저녁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순간이다. 맛있는 저녁을 먹을 완벽한 메뉴를 선택하지 못하면 인생이 망하진 않아도 오늘 몫의 행복엔 타격이 온다. 영혼은 모르겠지만 한끼한끼가 소중한 돼지저금통(62)의 배에는 맛있는 것을 넣어야 고차원적인 만족이 온다.

 더불어 흥미로운 점은 우리는 선택과, 결정이 실수나 실패로 이어지지 않을까 압박과 불안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아는 것에 맹목적이게 자만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 지혜는 평범한 인간의 사고력을 초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혜에 저항합니다. 우리의 에고는 자신이 제일 잘 '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기보다 더 현명한 것에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기를 꺼립니다. p223" 이는 부끄럽게도 아는 것이 충분치 않을 때 아는 것이 많아질 때보다 많이 나타난다. 삶을 충분히 더 깨닫지 못한 지금, 초년생에게 조금 더 경험해봤다는 이유로 조언을 하는 꼰대가 되는 것처럼. 입을 다물고 지갑은 열고 자리는 피해주는 어른이 되자. 

 " 새롭게 감사할 거리를 가능한한 많이 생각해 보는 겁니다. 그러면 영 운수가 나쁘다 싶은 날에도 긍정적인 일이 한없이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p88" SNS를 이용하다보면 자신이 얼마나 힘들고 우울한 날을 보냈는지 얘기하는 이용자를 볼 수 있다. 가끔 그 안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인 점, 오히려 좋은, 럭키비키한 면을 꺼내 위로를 건네면 대부분의 낙심한 사람들은 금새 조금 기운을 차린다. 감사할 거리를 건네고 누군가 관심을 보낸다는 작은 신호만으로도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특히 작년 유행한 럭키비키적 사고방식이 참 마음에 드는데, "보통 살아가면서 뜻밖의 불쾌하거나 불행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그 상황을 바꾸거나 피할 수는 없어요. 그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나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뿐입니다. p95" 내면강화에서도 바로 그런 생각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얼마나 현명한 방법이고, 긍정적인 현상이었는지! 

대부분 공감하며 읽었는데, 3장 '돈'에 관한 내용에서는 주춤했다. 개인적으로 '피츠제럴드가 단단히 착각했다(134)'고 여기지 않는다. 우리를 괴롭히는 많은 문제들 중 상당수는 경제적 부분에서 삶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 정말 부자들이 감정적이거나 영적인 차원에서 '모든 사람과 똑같은 세상에 살고 있'을까? 종종 혼자서 살기에 적합하다고 여기는 최소한의 공간 크기에 대한 질문을 본다.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이 우리의 정서에는 필요하고 현대사회에서 그 조건은 물질로 채워져야 한다. 우리가 성공의 기준을 돈으로 삼기 때문이 아니라, '온 세상의 돈을 다 가지(140)'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최소충분조건에 도달하기 위한 치열함이 매몰됨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 아이에게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153", " 아이는 우리가 하는 말이 논리적이라고 듣지 않아요. 오직 우리의 권위를 긍정적으로 느낄 때만 우리의 말을 듣습니다. 아이가 자신보다 우리가 강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아이에게 우리는 부모로서 쓸모없는 존재입니다. 자녀를 현실에 잘 대처하도록 준비시키지 못했다면 제대로 양육하는 데 실패한 것입니다. 154" 이 부분도 이견이 있을만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현대사회에서 부모가 아이를 교육시키는데 있어 지나친 관용을 보인다는 점에선 동의하지만, 이해를 통한 교육도 분명 가능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권위만으로는 복종밖에 이끌어낼 것이 없지 않을까. 양육에 관해서는 '6장의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289)'로 이어지는데 영성(294)을 강조하는 일부 내용 등에서도 공감이 다소 어려운 면이 있었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아쉬움이겠다. 

 " 이렇게 승리에 집착하는 풍토는 스포츠를 왜곡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 점을 진지하게 문제 삼지 않아요. 프로 팀은 승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리라는 판단이 서면 선수에게 어떤 문제가 있든 눈감고 기용합니다. P188"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마땅한 제약도 없이 업무에 복귀하는 것을 지나치게 많이 보아왔다. 이런 방만함을 거르고자 하면 세상에 두 눈 뜨고 지켜볼만한 것도, 두 발로 찾아갈만한 곳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 뿐만 아니라 정치, 연예, 의료 등 많은 부분에서 이익을 위해 문제있는 사람을 기용한다. 이들의 도덕적 흠결 같은 것을 걸러낼 거름망은 필요성조차 없다는 듯한 태도에 환멸이 느껴진다. 책에서도 이 "승리 우선주의(189)"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어 하나의 모토가 되었음을 꼬집는데, 깊이 공감했다.   

 요즘 시류 덕분에 '모든 것이 부서지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275)'의 내용을 오랜 시간을 들여 읽었다. 지난 겨울 우리가 예기치 못하게 목도한 악의는 지나치게 긴 시간을 끌어왔다. 사회만이 아니라 환경마저도 큰 화재로 파괴되고, 국제 사회 또한 나날이 경색된 흐름을 보인다. 악은 너무나 크게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는데 이에 맞서는 개인은 무력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악에 대한 태도를 '우리의 목표를 무의미하게 하는 힘에서 우리가 목표를 이루도록 등을 떠미는 존재로 변모(278)'하도록 바꾸라는 조언을 처음 봤을 때는 다소 순진하지 않나 싶었는데 찬찬히 되짚어보니 느껴지는 게 있었다. 휴일을 반납하고 겨울 거리로 나선 사람들, 따뜻한 음료를 나누던 손길, 재난 현장으로 이어지던 도움과 염려는 우리의 등을 떠민 악에게 보인 긍정의 태도였다.  

 공감되는 내용도 많았고, 요즘 하는 생각들을 정리하는데 있어 도움이 될만한 점도 많아 상당 부분을 따로 적어두며 공부하듯 읽었다. 다소 낯선 표현들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강조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해 생각이 복잡하거나 마음이 불안할 때 읽어보면도움이 되겠다. 잠깐 시야가 좁아져 보이지 않던 것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해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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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 워크 저널 - 내 안에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을 찾는 여정
카일라 샤힌 지음, 제효영 옮김 / 푸른숲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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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더워서일까, 늦은 밤에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한 날이 계속 되었다. 더워서 혹은 빗소리 때문에 아니면 어쩌다 잠에서 깨고 난 뒤로 새벽 내내 잠이 오지 않을 때 그냥 포기하고 책을 읽었다. 귀신같이 잠이 오길래 몇 번 유용하게 써먹었는데 재밌는 책이 걸리는 날은 밤을 새는 부작용이 있어 위험했다. 어쩌다보니 다른 소리를 하게 됐는데, '섀도 워크 저널'도 그 새벽시간에 읽은 책 중 하나다. 이 책을 소개하는 문구들을 보면 나 빼고 다 '섀도 워크 저널'하는 세계관이 따로 있는건가 싶게 유명하다. '아마존 종합 1위, 전 세계 30여 개국 출간, 22억 뷰의 인증, 전 세계 100만 독자가 선택한 내면 치유 혁명'! 이렇게 유명한데 왜 몰랐지 대체 뭐가 좋길래? 하는 궁금증과 잠이 잘 안오는 건 내 내면에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일지도 몰라 싶은 염려증이 콜라보 되어 책을 받아봤다. 


 새벽에 이 책을 주로 봐서 그런가 솔직히 이런 진지한 내용을 혼자 소화해도 괜찮을까 싶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리뷰를 쓸 때 내가 적어놓은 답변도 몇 개 같이 올려야지 생각했는데, 새벽감성 때문인지 질문에 대한 답을 채워 넣고나니 이 내용을 공개하기엔 너무 사적이라서 부담스러워졌다. 내가 생각한 것, 느낀 것, 원하는 것이 이게 맞나? 내가 이런 답을 적어도 괜찮을까?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스스로에 대해 몇 번이나 질문하고 점검하는 과정들이 생기면서 빈칸을 채우는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사람이 너무 무겁고 우울해지지 않으려면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을 멈춰야 할 때도 있단 생각을 한다. '심연을 들여다보면 그 심연도 나를 들여다본다(니체)'는 말도 있잖은가. 봉인해두었던 어둠의 심연이 깨어나려는 느낌을 받았다. 크큭.....


 읽었다라고 하긴 하지만, 이 책은 읽었다기 보다는 참여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알맞다. 빈칸도 채우고 글도 쓰고 할 일이 많다. 참여형 독서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어플로 나온다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만들어서 책 마지막 부분에 큐알이 있었다. 종이보다 패드가 편한 독자들은 어플로 가시길. 책에 다양한 질문들이 있는데 나를 깊이 반성하게 했던 인상적인 질문을 꼽아보자면 하나는 '학창시절에 가장 좋아했던 선생님은 누구였나?'다. 신기하게도 좋아했던 선생님은 딱히 특정이 되지 않는데 싫어했던, 나에게 불이익을 주었거나 상처를 주었던 선생님과 상황만 기억이 난다. 과거 선생님들께 심심한 사과의 뜻을 표하며 앞으로는 원한은 잊어도 은혜는 잊지 않는 사람이 되기로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나에게 화가 날 때, 어떤 혼잣말을 하는가?'라는 주제에서도 큰 반성을 했다. 화났을 때 하는 말이 뭐가 있겠습니까. 


 어플에 대한 얘기를 잠깐 했는데 중간에 명상을 위한 유튜브 큐알이 들어가있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이 책을 읽었던 터라 마침 잘됐다 싶어서 찍고 들어가보니 차분하니 음악도 좋고 다 좋은데, 영어다. 사소한 것에는 연연하지 않고 배경음악으로 틀어놓고 가끔 심신을 휴식시키는데 쓰기로 했다. 크게 체감되는 내면의 변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직 채우지 않은 빈칸이 남아있어서인지, 내 안의 그림자와 아직 화해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불분명하다. 자신 안에 있는 그림자를 마주하고 치유하기라는 틀이 있는 책이니 잠이 오지 않는 새벽보다는 미라클 모닝 시간이나 여유있는 오후 시간에 긍정파워를 받으며 이 여정을 함께 하길 추천한다. 일기쓰기나 백문백답 같은 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도 야무지게 활용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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