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운책!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그러는 걸까? 어째서 <날좀봐 내 말좀 들어봐 하고 외치는 걸까? 왜 사람들은 가만히 못 있지? 어째서 모든 것을 말하고 싶어서 안달일까? - P19

내 지론을 당신에게도 말해 줄까? 우리는 모두 암 아니면 심장병에 걸리게 되어 있다. 왜냐고? 기본적으로 사람은 두가지 부류다. 솟구치는 감정을 꾹꾹 눌러 참고 담아 두는 부류와 모든 걸 겉으로 팍팍 드러내는 부류. 바로 내성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이다. 내성적인 사람, 이들은 잘 알려져 있듯이 자기감정이나 분노, 자기혐오를 내면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런 내면화는 잘 알려진 대로 암을 유발한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그 반대다. 그들은 세상을 욕하고 꾸짖으며 자신에 대한 혐오를 다른 사람에게 돌린다. 당연한 결과로 심장병이 생기기 쉽다. 이거 아니면 저거다. - P20

그러나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지 않을 생각이다. 기억은 하나의 의지 행위이고, 망각 역시 그렇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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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0-13 2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용이 좋은 건 8일 차인데, 읽고 바로 책제목을 알 것 같은 건 11일이네요.
잘읽었습니다. 새파랑님, 좋은하루되세요.^^

새파랑 2022-10-14 08:56   좋아요 1 | URL
그동안 밀려서 한번에 올려봤습니다 ㅋ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scott 2022-10-14 1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새파랑님
밀리신 자필 원고가 주르륵 ㅎㅎㅎ

오늘 일지
주말에 몰아 쓰신다에
힌표 !🖐🖐🖐🖐

새파랑 2022-10-14 16:02   좋아요 0 | URL
ㅋ 일력을 쓰다보니 점점 게을러지는 자신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

얄라알라 2022-10-14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의 필체를 접할 때마다, 충동적으로 카톡하고 싶어지는 옛 지인이 있어요^^
정감 가는 필체...

저는 매일 달리기도
매일 한 페이지 쓰기도

다 어그러졌는데
꾸준히 2022년 일력을 채우시는 새파랑님을 뤼스펙~~~합니다!!!

새파랑 2022-10-14 16:48   좋아요 0 | URL
앗 ㅋ 제 글씨는 초딩글씨라는 ㅎㅎ 저도 밀려서 한꺼번에 하고 있긴 합니다 ㅜㅜ
 
유리문 안에서 - 나쓰메 소세키 최후의 산문집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숙 옮김 / 문학의숲 / 200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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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22

˝나 또한 어쩌면 그런 사람들과 똑같은 기분으로 비교적 태연히 지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도 그럴 것이다. 죽을 때까지는 누구든 살아 있을 테니까.˝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리고 한번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죽음이 두렵기는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거라면 고민하면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것도 두려움을 줄여주는 방법일 수 있겠다. 어쩌면 현재의 삶이 소중한 건 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유리문 안에서>는 소세키의 잡문집이다. 이 작품은 <마음> 집필 이후 네번째 위궤양으로 인해 요양하던 시기에 쓰여졌는데, 소세키가 죽음을 예감해서 그랬던 걸까? 유난히 죽음에 대한 소세키의 글이 많다.

[저는 지금 제가 지니고 있는 이 아름다운 마음이 세월이라는 것 때문에 점점 바래 가는 게 두려워 견딜수가 없습니다. 이 기억이 다 사라져 버리고 그냥 멍하니 혼이 빠진 채 살아갈 미래를 상상하면, 그게 너무 고통스럽고 무서워서 숨이 막힐 지경이에요.] P.29



내가 소세키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작품속에서만 유독 강하게 느껴지는 고독,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오는 쓸쓸함 때문이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죽음에 대한 체념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불유쾌함으로 가득 찬 인생을 터벅터벅 걷고 있는 나는 자신이 언젠가 반드시 도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죽음이라는 경지에 대해서 항상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죽음이라는 것을 삶보다는 더 편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어느 때는 그것을 인간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지고한 상태라고 여길때조차 있다.] P.31



책속에서 소세키는 자신의 비참함을 글로 써달라고 찾아온 여인의 말을 들어주고, 그 여인을 배웅하면서 죽지 말고 살아달라고도 하지만, 그 다음장에서는 ‘죽음은 삶보다 고귀하다고 생각한다.‘ 라고 하기도 한다.

[그녀는 그 아름다운 추억을 보석처럼 소중히, 그리고 영원히 자기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아름다운 추억은 그녀를 죽음 이상으로 괴롭히는 처절한 상처 바로 그것이었다. 상반된 이 둘은 마치 종이의 안팎처럼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나는 그녀를 향해 모든 것을 치유해 주는 <세월>의 흐름을 좇아가라고 했다. 그녀는 만일 그렇게 한다면 이 소중한 기억은 점점 바래 갈 것이라고 탄식했다.] P.33



반면 어린시절 알고 지내던 사람들 중에 살아남아 있는 사람은 자신을 포함해서 몇명 안남았다는 것도 알게 되지만, 그렇다고 죽음을 당연히 받아들이지도, 기다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죽을때까지는 누구든 살아있는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나를 보고 ˝남이 죽는 건 당연한 듯한데 자신이 죽는다는 건 도저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전쟁에 나간 경험이 있는 어떤 남자에게 ˝그렇게 옆에서 대원이 하나둘 쓰러지는 걸 보면서도 자기만은 안 죽는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하고 물었더니 그 사람은 ˝있고말고요. 아마 죽는 그 순간까지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P.85



어떻게 보면 <유리문 안에서>에 실려있는 죽음에 대한 소세키의 생각들은 약간은 상반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점이 더 진실되게 느껴졌다. 만약 소세키가 일관적으로 ‘죽음은 고귀하다.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강하게만 썼다면 실망했겠지만, 소세키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삶과 죽음에 대해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서 더 인간적이었다. 우리도 그렇지 않는가?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다시 삶에 대한 강한 집착을 느끼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생각을 해본다. 삶이 얼마 안남았다고 느껴질때 다시 한번 꺼내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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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10-12 14: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좋죠. 소세키 글은 물론 책 자체도 뭔가 독특하니 마음에 들어요. 여러 번 읽게 되는 글인데 새파랑 님 말씀처럼 노년에 읽으면 또 어떨까 싶더라고요...

새파랑 2022-10-12 14:32   좋아요 2 | URL
소세키는 단편도 너무 좋습니다. 역시 소세키는 소세키~!! 이 책도 현암사 시리즈로 함께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10-12 14: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죽음 앞에서 인간은 누구나 고뇌할텐데 역시 소세키는 그걸 잘 담아냈네요. 지금보다 시간이 좀 더 지났을 때 이 책을 읽는다면 더 좋겠다 싶습니다^^

새파랑 2022-10-12 15:18   좋아요 3 | URL
소세키의 글은 담밬하고 솔직해서 참 좋았습니다. 읽고나서 새책으로 안산걸 후회했습니다 ㅋ 지금 읽으셔도 좋으실거 같아요~!!

페넬로페 2022-10-12 16: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자신이 죽음 직전까지 가 본 경험이 있기에 죽음에 대해 더 간절하게 생각해볼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되어요.
자신을 찾아 온 여인에게는 살라고 하는 것이 좋았어요.
삶과 죽음에 대해 고뇌하는 모습이 인간으로서 당연한 것 같아요^^^

새파랑 2022-10-12 17:42   좋아요 3 | URL
뭔가 인간적이어서 더 정감이 가는 소세키였습니다 ㅋ 역시 경험이 가장 큰 영감인거 같아요~!@

바람돌이 2022-10-12 22: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죽음에 대해서도 뭔가 대가다운 분위기가.....죽는 순간까지 나는 안 죽을거라고 생각한다는 말 인상적이네요. 이건 절대적인 믿음이라기보자 믿고싶지 않음이 믿지 않음으로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내년쯤에는 저도 소세키를 만나야겠어요.

새파랑 2022-10-13 08:43   좋아요 2 | URL
소세키의 담담함 아주 좋습니다. 왠지 쿨한 느낌도 나고 ㅋ 소세키 소설 읽으시기 전에 이 단편집 읽어도 좋을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2-10-12 22: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죽음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태도를 읽게 되죠?
저도 좋았습니다.

새파랑 2022-10-13 08:44   좋아요 3 | URL
소세키는 언제 어디서 읽어도 좋은거 같아요 ㅋ 이 책을 읽으니 <명암>이 미완성된게 더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ㅜㅜ

레삭매냐 2022-10-13 09: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한한 존재이면서 무한을
꿈꾸는 우리 닝겡들에 대한
글이 아닌가 싶네요.

새파랑 2022-10-14 11:48   좋아요 0 | URL
뭔가 죽음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이야기여서 더 좋았습니다~!!

희선 2022-10-14 01: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몸이 아파서 죽음을 많이 생각하던 때지만, 그 뒤에 소설을 쓰기도 했네요 끝까지 못 쓴 것도 있지만... 건강하게 더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지금 이런 생각해도 소용없군요


희선

새파랑 2022-10-14 11:49   좋아요 0 | URL
소세키 후기작들이 좀 쓸쓸한게 소세키의 건강 때문이란 생각도 듭니다 ㅎ 건강이 최고입니다~!!

scott 2022-11-09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달상 추카!
11월은 유리문 안이 아닌
밖, 독보적 챌린지 하귀 ^^

서니데이 2022-11-09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거리의화가 2022-11-09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달의상 축하드려요^^*
작품명도 그렇고 책의 표지도 내용에 맞게 잘 선정한 것 같습니다^^

이하라 2022-11-09 15: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산뜻한 시간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2-11-09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새파랑님.^^

독서괭 2022-11-09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제가 읽은 유일한 소세키 입니다 ㅎㅎ

thkang1001 2022-11-09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bookholic 2022-11-09 2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나치지 않는 이달의 당선작, 좋아요~~^^
이번달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걷기도 열심히!! 읽기도 열심히!!

새파랑 2022-11-10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이런 기쁜 일이 있었군요~!! 어제 정신이 없어서 북플을 못했습니다 ㅜㅜ 축하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

페넬로페 2022-11-10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소세키의 ‘유리문 안에서‘는 유달리 가을에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2-11-11 07:07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도 축하드려요~!! 제가 요날 일이 많아서 축하도 못드렸네요 ㅜㅜ

당선작 축하날 보니 제가 3만보 넘게 걸었더라구요 ㅋ
 

죽음에 대한 소세키의 생각이 너무 좋고 아프다.

"저는 지금 제가 지니고 있는 이 아름다운 마음이 세월이라는 것 때문에 점점 바래 가는 게 두려워 견딜수가 없습니다. 이 기억이 다 사라져 버리고 그냥 멍하니 혼이 빠진 채 살아갈 미래를 상상하면, 그게 너무 고통스럽고 무서워서 숨이 막힐 지경이에요." - P29

다음 길모퉁이에서 여자는 또 "선생님께 배웅을 받다니 영광입니다." 하고 말했다. 나는 진지하게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물었다. 여자가 간단히, 그러나 또렷하게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말에 힘을 주었다. "그렇다면 죽지 말고 살아 주십시오." - P30

불유쾌함으로 가득 찬 인생을 터벅터벅 걷고 있는 나는 자신이 언젠가 반드시 도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죽음이라는 경지에 대해서 항상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죽음이라는 것을 삶보다는 더 편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어느 때는 그것을 인간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지고한 상태라고 여길때조차 있다. - P31

"죽음은 삶보다 고귀하다." - P31

그녀는 그 아름다운 추억을 보석처럼 소중히, 그리고 영원히 자기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아름다운 추억은 그녀를 죽음 이상으로 괴롭히는 처절한 상처 바로 그것이었다. 상반된 이 둘은 마치 종이의 안팎처럼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나는 그녀를 향해 모든 것을 치유해 주는 <세월>의 흐름을 좇아가라고 했다. 그녀는 만일 그렇게 한다면 이 소중한 기억은 점점 바래 갈 것이라고 탄식했다. - P33

나는 집으로 돌아와 또 유리문 안에 앉아서,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은 나와 저 이발소 주인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 P67

어떤 사람이 나를 보고 "남이 죽는 건 당연한 듯한데 자신이 죽는다는 건 도저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전쟁에 나간 경험이 있는 어떤 남자에게 "그렇게 옆에서 대원이 하나둘 쓰러지는 걸 보면서도 자기만은 안 죽는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하고 물었더니 그 사람은 "있고말고요. 아마 죽는 그 순간까지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 P85

나 또한 어쩌면 그런 사람들과 똑같은 기분으로 비교적 태연히 지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도 그럴 것이다. 죽을 때까지는 누구든 살아 있을 테니까 - P85

비오는 날이었기 때문에, 물론 나는 우산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깊숙하고 폭 좁은 우산 꼭대기에서 새어 들어오는 빗물이 나무 손잡이를 타고 흘러내려 내 손을 적시기 시작했다. 인적 드문 그 골목길은 모든 흙탕을 빗물로 씻어낸 듯, 흔히 게다 끝에 걸리는 질척거리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렇지만 위를 쳐다보면 어두웠고 밑을 내려다보면 외로웠다. 줄곧 걷고 있는 탓도 있었겠지만, 내 주변에는 무엇 하나 내 눈을 끄는 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내 마음은 이 날씨며 이 주변과 너무 닮아 있었다. 나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부식시킬 것 같은 불쾌한 덩어리가 항시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음울한 얼굴로 멍하게 빗속을 걸어갔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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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21

˝우리는 각자 서로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와서 만났고, 서로를 알고 난 이후부터 우리 각자의 삶은 완전히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어. 우리는 아직도 우리 자신에 대해 불안해하는데, 모든 것이 너무 새로운 거야.˝



<성>은 카프카의 장편 삼부작인 <아메리카>, <소송>, <성> 중 마지막 장편으로, 미완성 작품이다. 그런데 전혀 미완성으로 느껴지지는 않고,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니 꿈에서 깨어난 느낌이 들었다. <성>은 4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인데, 읽는것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으나(읽는 재미가 있다...), 이와는 별개로 일단 이해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까만건 글자요, 하얀건 여백이었다는...



<성>은 베스트베스트(Westwest) 백작 영지로 토지 측량사인 주인공 K가 오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하는데, K도 난해하고, 등장인물들은 더 난해하다. (특히 두명의 조수는 무엇? 클람은 무엇?) 이야기도 등장인물의 대화도 뭔가 종잡을 수 없다. ‘성‘은 일반인은 결코 다다를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K는 성을 가고 싶어하지만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K는 그저 성의 외곽에서만 머무른다. 그렇다고 막 걱정하지는 않는다.  과연 카프카는 <성>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걸까?

[성에서 온 신사분들은 잠을 아주 많이 자는데, 이해가 잘 안돼요. 하기야 그렇게 많이 자지 않는다면, 어떻게 저런 사람들을 참아낼 수 있겠어요?]  P.60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카프카가 꾼 꿈의 변형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봤다. 이 책을 읽다보면 꿈속에 있는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회색 배경이 느껴지고, 해석할 수도 없고, 이해할수도 없는, 그래서 결말도 없는 꿈 같은 것 말이다. <성>에는 이러한 혼란스러운 꿈같은 이야기속에 카프카가 평소에 생각했던 관료에 대한 불신, 법에 대한 불신, 종교에 대한 불신 그리고 사람에 대한 불신을 은연중에 담고 있다. 정확하게 해석하기는 대단히 어렵지만...

[나는 물론 무지한 상태고, 그 사실은 어쩔 수 없으며 나로서는 무척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장점이 될지도 모르죠. 무지한 사람은 대담해서 더욱 많은 것을 감행한다는 장점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무지함과 또 그로 인해 빚어지는 불행한 결과들을 아직 힘이 남아있는 한은 참고 견딜 생각이오. .]  P.83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 이런게 명작이구나‘라는 느낌은 확실히 받았다. 명작으로 추앙받는 난해한 추상화를 본 것과 같은 기분? 강추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악몽을 꾸는 것과 같은 혼란(?)스러운 기분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만약에 우리가 바로 그날 밤에 다른 곳으로 이주했더라면, 지금우리는 어딘가에서 안전하게 있을 것이고, 항상 함께 지내면서, 언제든지 가까이 있는 당신 손을 잡을 수 있겠지. 나는 당신이 곁에 있어주길 얼마나 바랐는데, 당신을 알고부터 나는 당신이 곁에 없으면 정말 버림받은 심정이었어. 당신 곁에 있는 것, 내 말을 믿어줘, 그게 나의 유일한 꿈이야 다른 소원은 없어.˝] P.359



Ps 1. <성>에 비하면 <소송>은 순한맛이었다. 카프카 작품 중에 그나마 <변신>이 가장 이해하기 쉬웠다고 하면 좀 이상한건가?

Ps 2. 책 뒷부분에 있는 해설을 봐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해설을 봐도 어려운 책은 이 책이 처음인거 같다. 해설에도 이 책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Ps 3. 100자평으로 끝내려 했으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200자평으로 써봤다.

Ps 4. 어려운 책이지만 왠지 모르게 애정이 간다.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와는 다르다~!!) 꼭 다시 읽어야겠다. 프란츠 카프카도 전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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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11 20: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도 명품으로 추앙합니다
카프카를 완독하신 새파랑님
이젠 케이파랑😊

새파랑 2022-10-11 22:24   좋아요 2 | URL
리뷰를 너무 못써서 부끄럽습니다 ㅋ 어려운 책은 리뷰쓰기도 어렵더라구요 ㅎㅎ
어려운데 흥미있는 책~!!

청아 2022-10-11 20: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상하지 않습니다. <변신>은 책 많이 안읽는 제 친구도 참신하다며 바로 읽더라구요ㅋ <소송>이 순한 맛이라니😅
<성>은 아주 나중에 읽을래요ㅋㅋ

카프카의 난해함에도 애정을
느끼는 새파랑님 만세👍

새파랑 2022-10-11 22:26   좋아요 2 | URL
미미님이야 어려운 책도 뚝딱 읽으시니 이 책도 잘 읽으실거 같아요 ㅋ 변신은 줄거리라도 설명할 수 있는데 성은 줄거리가 있긴 한데 설명하기가 난해합니다 ㅎㅎ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햇살과함께 2022-10-11 21: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말 알 듯도 하고 모를 듯도 하고요 ㅎㅎ 순한 맛으로 읽어야겠네요.

새파랑 2022-10-11 22:27   좋아요 2 | URL
이 기분은 아마 이 책을 한번 읽으면 뭔지 아실수 있을겁니다 ㅋ 그 낯설음이 묘하게 매력적이긴 합니다 ^^

페넬로페 2022-10-11 2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까만건 글자요, 하얀건 여백!
카프카의 성이 이해하기 엄청 어려운거군요.
그래도 좋고, 명작이라는 느낌~~
그 느낌 알 것 같아요^^

새파랑 2022-10-12 07:08   좋아요 1 | URL
전 이해력이 짧아서 그런시 많이 어려웠습니다. 암시가 가득한거 같은데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냥 읽다보면 무슨 코메디 같은 느낌도 들고 😅

꼬마요정 2022-10-11 2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절반 정도 읽었어요. k는 끝까지 성에 못 가겠죠? 이상하게 저는 카프카를 읽으면 가슴이 아파요. 변신은 읽고 울었다니까요ㅜㅜ 제가 우는 이유를 알게 되면 뭔가 카프카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은 그냥 불쌍해 이러고만 있어요ㅜㅜ

새파랑 2022-10-12 07:09   좋아요 2 | URL
결국 끝까지 못가고 끝납니다 ㅋ 카프카 왠지 짠한 느낌이 들긴 합니다. 정신적 고통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10-12 09: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뭔가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느낌이군요ㅠㅠ 새파랑님이 어려우시다니 저는 더할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이해못하는거 아닌지...ㅋㅋㅋ 변신만 읽은 것 같은데 소송부터 읽어봐야겠습니다^^;;;

새파랑 2022-10-12 14:22   좋아요 1 | URL
아 엄청 어렵습니다 ㅋ 미궁속을 걷는 기분이었어요. 소송도 어려운데 이건 더 어려웠습니다~!!

바람돌이 2022-10-12 21: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부득이한 사정 왔습니다. 늦게 와서 죄송해용
200자 아니고 1,500자입니다. 제가 또 세봤습니다. ㅎㅎ

악몽을 꾸는 것과 같은 혼란(?)스러운 기분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라니 읽지 말라는 소리 같아요. ㅎㅎ 카프카는 변신밖에 안 읽었고, 소송 읽으려고 사두었는, 이 책은 뭔가 모르겟는데 매력적인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읽어야겟군요. ^^
리뷰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

새파랑 2022-10-13 08:39   좋아요 2 | URL
ㅋ 너무 좋았거나 어려운 책은 리뷰 쓰기가 굉장히 어렵더라구요 ^^ 그걸 또 세셨군요 ㅋ <소송> 먼저 읽어보시고 괜찮으시면 그때 <성> 읽으시면 될거 같아요 ^^

그레이스 2022-10-12 2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카프카 전집 중 성이 기억이 안나요.
다른 몽환적 스토리들이랑 섞여버렸어요
다시 읽어봐야 할듯요

새파랑 2022-10-13 08:41   좋아요 1 | URL
꿈도 꾸고 나면 기억이 잘 안나듯이 <성>도 꿈이야기 같아서 잘 기억이 안나는 걸수도 있습니다~!!

전 곧 현대문학에서 나온 <카프카 단편선>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파이버 2022-10-12 23: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학교때 도전해봤다가 금방 덮은 작품인데 새파랑님 리뷰를 읽으니 그 모호함도 매력처럼 느껴지네요ㅎㅎ 카프카 전작 응원합니다~!

새파랑 2022-10-13 08:42   좋아요 2 | URL
대학교때 벌써 도전하셨군요 ^^ 전 대학교때 뭘했나 모르겠습니다 ㅜㅜ 모호한 매력이 있는 카프카인거 같아요~!!

레삭매냐 2022-10-13 09: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카프카의 책들은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성>도 쟁여 두긴 했는데 -
읽을 책들이 너무 많네요.

새파랑 2022-10-14 11:5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카프카 책 정말 어려운거 같아요. 근데 <성>은 그냥 읽으면 재미 있습니다 ^^

희선 2022-10-14 0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 얇지 않군요 말만 들어본 성... 아니 카프카 소설은 다 못 봤네요 많은 사람이 봤다는 <변신>도... 카프카 평전만 읽어봤어요 아무것도 안 읽어본 건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한국 사람이 쓴 평전이에요


희선

새파랑 2022-10-14 11:52   좋아요 0 | URL
<성>은 성처럼 두꺼운 책입니다. 평전도 있군요 ㅋ <변신>은 나름 쉽게 읽힙니다 ㅋ 한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