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문학전집중 가장 재미있는 작품인듯~!!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와는 절대 결혼할 수 없고, 그녀 가까이에 있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그녀의 언니와 결혼하는 길밖에 없다면 아버지 역시 저와 똑같은 결 정을 내리지 않았을까요?" - P23

티타는 너무 자기 생각에만 몰두한 나머지,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한 광경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 케이크를 한 입 깨무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그리움에 휩싸였던 것이다. 평소에는 침착했던 페드로도 눈물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남편이 죽었을 때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마마 엘레나도 조용히 흐느껴 었다. 그리고 그게 다가 아니었다. 눈물은 이 괴이한 식중독의 첫 번째 증세에 불과했다. 모든 하객들은 크나큰 슬픔과 좌절 감의 포로가 되었다. 결국 하객들 모두 옛사랑을 그리워하며 화장실로 흩어졌다. - P46

한편 티타도 페드로에게 기다리라고, 자신을 멀리 데려가 달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곳으로, 따라야만 하는 관습이 없는 곳으로, 어머니가 없는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목구멍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말은 목구멍에서 뒤엉켜서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그냥 사그라졌다. - P65

옷을 뚫는 듯한 강렬한 시선을 나눈 후로는 모든 게 전과 같지 않았다. 티타는 그제서야 자신의 몸을 통해 비로소 깨달았다. 모든 물질이 왜 불에 닿으면 변하는지, 평범한 반죽이 왜 토르티야가 되는지, 불 같은 사랑을 겪어 보지 못한 가슴은 왜 아무런 쓸모도 없는 반죽 덩어리에 불과한 것인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페드로는 전혀 손을 대지 않고서도 티타의 가슴을 순수한 소녀의 가슴에서 관능적인 여인의 가슴으로 바꿔 놓았던 것이다. - P75

티타는 온몸이 격렬하게 요동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초리소를 만지작거리며 어머니를 무섭게 째려보았다. 그러더니 어머니 말에 복종하기는 커녕, 앞에 있던 초리소들을 모두 집어 들어서는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갈기갈기 찢어 댔다.

"자, 어머니 명령대로 하고 있으니까 잘 보세요! 나도 이젠 지쳤어요! 어머니한테 복종하는 데도 지쳤다고요!"

마마 엘레나는 티타에게 다가와 나무 주걱으로 티타의 얼굴을 세차게 후려갈겼다.

"엄마가 로베르토를 죽였어!" - P108

사람들은 각자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불꽃을 일으켜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만 합니다. 그 불꽃이 일면서 생기는 연소 작용이 영혼을 살찌우지요. 다시 말해 불꽃은 영혼의 양식인 것입니다. 자신의 불씨를 지퍼 줄 뭔가를 제때 찾아내지 못하면 성냥감이 축축해져서 한 개비의 불도 지필 수 없게 됩니다. - P124

장례식 내내 티타는 진심으로 어머니를 위한 눈물을 흘렸다. 일생 동안 그녀를 억압하고 거세시켰던 여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좌절된 사랑을 겪어야 했던 여인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티타는 마마 엘레나의 무덤 앞에서 자기는 무슨 일이 있어 도 절대 사랑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때 티타는 곁에서 무조건적으로 자기를 위해 헌신하는 존이 진정한 사랑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덤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을 뒤따라 멀리서 걸어오는 로사우라와 페드로의 실루엣을 보는 순간, 자신의 감정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 P149

"참 일찍도 생각하시네요. 이젠 다 지나간 일이에요. 제발 부탁인데 이제는 제발 내 삶에 끼어들지 말아요. 그리고 언니 가 들을 수도 있으니 지금 한 말은 두번 다시 하지 마세요. 이 집안에 더 이상 불행한 사람이 생기는 건 원치 않아요. 그만 실례하겠어요!.....아, 그리고 다음에 또 사랑에 빠지게 되거든 절대 그런 겁쟁이는 되지 마세요!" - P157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많은 대가를 치러야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고, 그것도 몇 가지밖에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 P176

티타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야 반갑게도 그게 존의 마차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존이 돌아온 것이다. 티타는 존을 본 순간 마음이 너무나도 착잡하고 혼란스러워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한편으로는 그를 보게 되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와의 혼담을 취소할 생각을 하니 더할 나위 없이 괴로웠다. 존은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티타에게 다가왔다. 그는 감격에 겨워 티타를 꼭 껴안았지만 키스를 했을 때 티타의 마음속에 뭔가 변화가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 P214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알아 둬. 나도 언니가 병든 머릿속에 들어 있는 그 끔찍한 생각으로 아이를 망치도록 가만히 놔두지는 않을 거야. 그 빌어먹을 전통을 따르도록 강요하면서 에스페란사의 인생을 망치도록 가만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라고." - P223

"대답 못 하겠어요. 나도 모르겠어요. 당신이 이곳에 없을 때는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당신을 본 순간 모두 바뀌었어요. 당신 옆에서는 편안하고, 든든하고, 차분해져요...... 하지만 모르겠어요, 모르겠어요...... 당신한테 이런 얘기를 하게 되어서 정말 미안해요." - P233

"아주 강렬한 흥분을 느껴서 우리 몸 안에 있던 성냥들이 모두 한꺼번에 타오르면, 강렬한 광채가 일면서 평소 우리가 볼 수 있었던 것, 그 이상이 보이게 될 겁니다. 우리가 태어나 면서 잊어버렸던 길과 연결된 찬란한 터널이 우리 눈앞에 펼 쳐질 거고요. 그곳은 우리가 잃어버린 신성한 근본을 다시 찾 으라고 손짓할 겁니다. 영혼은 축 늘어진 육체를 남겨 둔 채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할 테고요......"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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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25-12-06 2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5-12-08 15:32   좋아요 0 | URL
서재의 달인이 벌써 나왔군요. 요새 바빠서 북플을 잘 못하고 있어서 이제 확인했습니다 ㅜㅜ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열심히 해야겠네요~!!
 

읽을때마다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내 부탁 두 가지만 들어줄래?"

"세 가지 들어줄게."

나오코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두 가지면 돼. 두 가지로 충분해. 하나는, 이렇게 나를 만나러 와 준 것에 대해 내가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하는 거, 굉장히 기쁘고, 정말로 구원받은 기분이야. 혹시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말 그래."

"또 보러 올게. 다른 하나는?"

"나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내가 존재하고 이렇게 네 결 에 있었다는 걸 언제까지나 기억해 줄래?"

"물론 언제까지나 기억할 거야." - P20

그런데도 기억은 어김없이 멀어져 가고, 벌써 나는 많은 것을 잊어버렸다. 이렇게 기억을 더듬으며 문장을 쓰다 보면 때때로 격한 불안에 빠지고 만다. 불현듯, 혹시 내가 가장 중요 한 기억의 한 부분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몸속 어딘가에 기억의 변경이라 할 만한 어두운 장소가 있어 소중한 기억이 모두 거기에 쌓여 부드러운 진흙 으로 바뀌어 버린 게 아닐까 하는. - P21

결국 글이라는 불완전한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불완전한 기억이나 불완전한 생각뿐이다. 그리고 나오코에 대한 기억이 내 속에서 희미해질수록 나는 더 깊이 그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왜 나에게 "나를 잊지 마." 라고 말했는지 지금은 그 이유를 안다. 물론 나오코는 알았다. 내 속에서 그녀에 대한 기억이 언젠가는 희미해져 가리라는 것을, 그랬기에 그녀는 나에게 호소해야만 했다. "나를 언제까지나 잊지 마. 내가 여기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줘." - P22

나는 그 공기덩어리를 내 속에 느끼면서 열여덟 살 봄을 보냈다. 그렇지만 동시에 심각해지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았다. 심각해진다고 반드시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생각하든 죽음이란 심각한 하나의 사실이었다. 그런 숨 막히는 배반 속에서 나는 끝도 없이 제자리를 맴돌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참으로 기묘한 나날이었다. 삶의 한가운데에서 모든 것이 죽음을 중심으로 회전했다. - P49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이나 읽을 정도면 나하고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리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10월 어느 날의 일이었다. - P58

남들과 똑같은 것을 읽으면 남들과 같은 생각밖에 할 수 없잖아. 그딴 건 촌놈이나 속물의 세계야.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그런 부끄러운 짓은 안 해, 와타나베, 알겠어? 이 기숙사에서 조금이나마 제대로 된 인간은 나 하고 너뿐이라고, 나머지는 모두 쓰레기나 같다고 보면 돼. - P59

4월 중순에 나오코는 스무 살이 되었다. 나는 11월생이니까 그녀가 나보다 일곱 달 정도 빠르다. 나오코가 스무 살이라니, 참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나 나오코는 언제까지고 열여덟이나 열아홉 언저리를 왔다 갔다 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느낌이었다. 열여덟 다음은 열아홉이고, 열아홉 다음은 열여덟. 그렇다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녀는 스무 살이 되었다. 그리 고 가을이면 나도 스무 살이다. 죽은 자만이 영원히 열일곱이었다. - P70

이 편지를 몇백 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읽을 때마다 참을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그것은 나오코가 가만히 내 눈을 들여다보았을 때 느꼈던 슬픔이었다. 나는 그 애달픈 마음을 어떤 다른 것으로 바꾸어 버릴 수도, 마음속 어떤 장소에 간직할 수도 없었다. 그것은 내 몸을 스쳐 가는 바람처럼 아무런 윤곽도 없고 무게도 없었다. 나는 그것을 몸에 두를 수조차 없었다. 풍경이 내 눈앞을 천천히 지나쳤다. 그들이 하는 말은 내 귀에 닿지 않았다. - P80

"고독한 걸 좋아하는 인간 같은 건 없어. 억지로 친구를 만들지 않는 것뿐이야. 그러다가는 결국 실망할 뿐이니까." - P96

"설마요. 난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니에요. 아무도 이해 안 해줘도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서로 이해하고 이해받고 싶은 상대도 있는걸요. 다만 그 외 다른 사람한테는 별로 이해 받지 못한다 해도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체념하는 거죠. 그러니까 나가사와 선배가 말하듯이 아무 한테도 이해받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 P353

어이, 기즈키, 나는 생각했다. 너하고는 달리 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고, 그것도 제대로 살기로 했거든, 너도 많이 괴로웠을 테지만 나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야. 정말이야. 이게 다 네가 나오코를 남겨 두고 죽어 버렸기 때문이야. 그렇지만 나는 그녀를 절대로 버리지 않아. 왜냐하면 난 그녀가 좋고 그녀보다는 내가 더 강하니까. 나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거야. 그리고 성숙할 거야. 어른이 되는 거지. 그래야만 하니까. 지금까지 나는 가능하다면 열일곱, 열여덟에 머물고 싶었어.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난 이제 십대 소년이 아니야. 난 책임이란 것을 느껴. 봐, 기즈키, 난 이제 너랑 같이 지냈던 그 때의 내가 아냐. 난 이제 스무 살이야. 그리고 나는 살아가기 위해서 대가를 제대로 치러야만 해. - P415

"비스킷 깡통에는 여러 종류 비스킷이 있는데 좋아하는 것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을 먹어 치우면 나중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는 거야. 나는 괴로운 일이 있으면 늘 그런 생각을 해. 지금 이걸 해 두면 나중에는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깡통이라고." -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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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면 그렇게 변덕스럽게 된다.






그해 여름은 너무나 뜨거웠기에, 매일 저녁 집을 나서야만 했다. 지니아는 여름이 어떤 것인지 지금껏 전혀 알지 못했던 것 같았다. 밤마다 가로수 아래를 거니는 일이 그저 황홀했다. 때로는 이 여름이 영원할 것만 같다가도, 계절이 바뀌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서둘러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 P39

그 시절의 삶은, 마치 끝도 없는 축제 같았다. 집을 나서 길을 건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곧잘 제정신을 잃었다. 모든 것 경이로웠다. 특히 밤은 더욱 그러했다. - P16

잠든다는 건 바보 같은 것이고, 그 잠이 기쁨을 누릴 시간을 앗아 갈까 두려웠다는 것이다. - P17

토요일 밤은 특히 더 찬란했다. 춤을 추고, 다음날 늦잠을 잘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보다 작은 기쁨으로도 충분했다. 어떤 날 아침은 일하러 가는 길에 만나는 작은 길모퉁이에도 충분히 행복했다. - P17

지니아는 귀도의 그림을 다시 보고 싶었다. 낮의 햇빛 아래서만 색이 제대로 드러날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로드리게스가 없다는 확신만 있었다면 용기를 내어 혼자 찾아갔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계단을 올라가 문을 두드리고 군복 바지 를 입은 귀도가 나오는 모습을 상상했다. 어색함을 깨기 위해 그에게 농담을 하고 미소 짓는 장면까지. - P70

"넌 절대 여름이 아냐, 넌 그림을 그린다는 게 어떤 건지 몰라. 내가 널 사랑하게 되어야 비범한 화가가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시간을 낭비하겠지. 네가 알아야 할 게 있어. 예술가는 자기 작업을 이해해 주는 친구가 있어야 일할 수 있어."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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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단편들 하나같이 강렬하네.




벙어리, 우리 ‘양들‘은 갑자기 벙어리가 되어 버린 거다. 그러나 우리 중 누구 하나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내 목은 오랫동안 노래를 부른 듯이 말라서 목소리가 나오기 전에 녹아 없어질 것 같았다. 나는 몸속 깊은 곳에 무겁게 자리 잡은 굴욕감에 눌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었다.
(인간양) - P161

"이봐, 학생." 선생은 간절한 소리로 말했다. "누구 한 사람은 이 사건을 위해서 희생자가 되어야만 해, 자네로서는 그냥 입 다물고 잊어버 리고 싶겠지만 눈 딱 감고 희생자 역할을 맡아 줘. 희생양이 되어 달라고."
(인간양) - P169

"나는 기어코 네 이름을 밝혀내고 말겠어." 선생의 목소리는 격한 감정으로 떨려 나왔다. 갑자기 선생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네 이름과 네가 당한 굴욕을 모두 밝혀내고 말 거야. 그리고 외국 군인들은 물론 너한테도 죽고 싶을 만큼의 수치를 안겨 주겠어. 네 이름을 알 아낼 때까지 나는 결코 너를 놓아주지 않겠어."
(인간 양) - P173

"협조를 좀 하란 말이다." 그는 거의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한테 협조하는 건 진주군에게 협조하는게 되는 거야, 일본인은 앞으 로 진주군에게 협조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어, 너희는 패전 국가의 인간 아닌가, 승전국 인간들에게 학살을 당해도 불평할 수 없는 입장이야. 협조하지 않는다는 건 미친 것이지."
(돌연한 벙어리)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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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전쟁문학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분별력 있는 자라면, 군수산업을 일으켜 실업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 앞에는 두 가지 가능성밖에 없다는 결 누구나 다 알았다. 전쟁 아니면 국내의 파국, 그러므로 전쟁은 필연적이었다. - P57

그는 다시 담배를 한 개비 꺼냈다. 내 형편만 달랐다면 그여자를 붙들어 둘 수 있었을까?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붙잡아 둔단 말인가? 오직 환영일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환영이라도 충분하지 않은가? 언제 그이상의 것을 얻기라도 했던가? 그 누가 이름도 없이 감각의 밑바닥에서 넘쳐흐르는 생명의 시커먼 소용돌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단 말인가? - P133

예전엔 여러가지가 있었지... 안전한 뒷받침, 믿음, 목적 ... 사랑이 뒤흔들려도, 그런 것들이 모두 정겨운 울타리가 되어 의지할 수 있었지. 그런데 지금은 모든게 없어졌어.... 기껏해야 조금의 절망과 조금의 용기 그리고 안팎의 낯선 것들. 거기로 사랑이 날아 들면, 마른 짚더미에 불을 던지는 셈이 되지. 사랑밖에 남은게 없다면, 사랑은 다른 것이 되어 버리는 거야. - P191

"사랑 같은 것에 대해 지나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 우린 그런 걸 깊이 생각할 처지도 못돼. 지나치게 생각하면 망칠 뿐이야. 그래, 우리가 망해 버렸으면 좋겠어?" - P191

"전 억제할수가 없어요, 라비크. 무언가가 나를 몰아 가요. 마치 무언가를 늘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것을 붙들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해요. 그리고 내 것으로 만들고 나면 그걸로 끝이에요. 그래서 다시 새로운 무언가를 붙잡으려고 해요. 그렇게 해도 결국 이전과 마찬가지라는 것도 이미 알아요. 하지만 가만히 있지를 못하겠어요. 그것이 나를 몰아가고 어딘가로 내동댕이처요. 그러면 한동안은 그것이 나를 가득히 채워 줘요. 그리고 다시 그것이 놓아주게 되면, 나는 다시 굶주린 것처럼 팅 비어 버려요. 그리고 같은 짓을 반복한다고요." - P228

"도망가지 않겠 어. 그냥 여기 있겠네. 그게 나의 운명이야. 이해하게." - P297

그는 한 인간을 사랑했고, 그 인간을 잃었다. 그는 또한 한 인간을 미워했고, 그 인간을 죽였다. 두 인간이 다 그를 해방해 주었다. 한 사람은 그의 감정을 다시 살아나게 했고, 다른 한 사람은 그의 과거를 씻어 주엇다.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소망도 미움도 비탄도 없었다. 새로운 시작이라면, 바로 이런 것이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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