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다섯 번의 화요일
릴리 킹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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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50 남녀간의 사랑만이 사랑은 아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 동성애, 불륜, 동경 등 범위는 무한하다. 사랑에 관한 10개의 개성 넘치는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표제작 등 일부 작품은 괜찮았지만, 후반부에 위치한 단편들은 많이 아쉬웠다. 뒤표지에 실린 언론사의 찬사는 좀 과장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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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5-05-23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궁금한 소설인데. 새파랑 님의 3별, 잠자냥 님의 4별. 제 별은 몇 개가 될지...

새파랑 2025-05-23 23:55   좋아요 0 | URL
자목련님도 별4 아니실까요? ㅋ 작년에 나온 앤드류포터 단편집과 비교해보면 전 앤드류포터가 제 취향이더라구요~@@
 
육체의 악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1
레이몽 라디게 지음, 원윤수 옮김 / 민음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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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49 육체의 악마, 육체적 끌림은 오래갈 수 없다. 육체가 멀어진다면 그 사랑도 끝나버릴 테니까, 그리고 육체는 충분히 대체 가능하니까. 전쟁때문에 징집된 남편의 공백을 비집고 들어간 사춘기 소년의 비도덕적인 체험기를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의 모호함을 다시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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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5-05-21 0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징집된 남편의 공백을 비집고 들어간 사춘기 소년이라...지금 읽고 있는 존 밴빌의 <오래된 빛>과 설정이 살짝 겹치는 것도 같네요~~열 다섯 소년이 스무살 차이 나는 미시즈 그레이(친구의 엄마)와 벌이는 육체적, 정신적...비슷한 설정으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게 소설의 매력이랄까요~

새파랑 2025-05-21 07:49   좋아요 0 | URL
이 작품은 몇살 차이 안났던거 같아요. 한 다섯살? ㅋ <오래된 빛>도 궁금하네요~!! 이책은 내용보다는 문장들이 좋았습니다~!!
 
버진 수어사이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8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이화연 옮김 / 민음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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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48

자살의 반대말은 살자라고 한다. 예전에는 어차피 언젠가는 죽을텐데 왜 자살하지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좀 바꼈다. 얼마나 힘들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누군가의 아픔의 크기는 타인이 감히 평가할수 있는게 아니라고 본다.


이번에 <버진 수어사이드>를 읽으면서, 아 자살이 절실한 사람도 있겠구나 라는걸 다시금 깨달았다. 남아있는 유일한 선택지가 자살일 만큼 궁지에 몰린 사람의 고통을 감히 상상할 수 없지만 말이다. 이 책은 다섯자매의 자살을 다루고 있는데, 첫 문장부터 강렬하다.

[그날 아침은 리즈번가에 남은 마지막 딸이 자살할 차례였다. 이번엔 메리였고, 터리즈처럼 수면제를 삼켰다, 집에 도착한 두 구급 요원은 이젠 칼이 들어 있는 서랍이며 가스 오븐, 빛줄을 맬 만한 지하실의 들보가 어디 있는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훤히 알고 있었다.] P.11




시작은 다섯재매의 막내 서실리아였다. 책에 이유는 나오지 않지만 열세살이던 그녀는 손목을 그어 첫번째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다행히 자살은 미수로 끝나고 그녀는 입원한다. 그동안 리즈번 가족은 다섯자매를 철저히 통제했었다. 다섯 자매의 취미, 사람들과의 만남, 복장 등 모든 분야에서 말이다. 그들이 여자여서 그랬던건지, 아니면 종교적인 이유 때문인건지 그들에게는 자유가 없었다.

["열세 살의 서실리아에겐 친구들과의 유대를 위해서도 그 또래 소녀들이 좋아하는 화장을 하도록 허락해야 한다. 공유된 관습을 따라 하는 것은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P.33




서실리아의 자살기도 사건 이후 리즈번가는 변한다. 의사의 조언에 따라 잠시나마 약간의 자유를 주고, 남편은 아내를 설득해서 집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파티를 열어주기까지 한다. 하지만 파티날 서실리아는 창문밖으로 투신한다. 저번이 구조신호 였다면 이번에는 진짜였다. 그녀는 왜 그런 선택을 한걸까?

["아가. 여기서 뭐 하는 게나? 너는 아직 사는 게 얼마나 끔찍해질 수 있는지 알 만한 나이도 아니잖니." 그제야 서실리아는 유일한 유언이라고 할 만한 말을 내뱉었다. 이미 고비를 넘긴 그 시절엔 필요가 없었지만 말이다. "분명한 건요, 선생님은 열세 살 소녀가 돼 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P.16




이후 리즈번가(특히 부인)는 남은 네자매를 더 통제하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학교도 못가게 하고 집에만 가둬둔다. 주위사람들의 시선도 무겁다. 주위사람들은 리즈번가의 가족을 진심으로 위로하지 못하고, 그저 머뭇거리고 구경하기만한다. 자신들에게 안좋은 영향을 줄까봐 피하기만 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렇게 리즈번가는 이웃으로부터 소외당하고, 한참 꿈많았을 네자매는 그저 집에서만, 네 자매끼리만 지내게 된다.

["ALS(자살로 죽은 청소년)의 형제들이 슬품을 극복하려는방편의 하나로 자학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한 가정 내에서 자살은 반복될 확률이 높다." ] P.205




누군가의 자살은 가족에게 큰 악영향을 준다. 가족중 누군가가 자살을 하면 남은 가족도 자살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상식일뿐, 중요한건 남아있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치료다. 하지만 누구도 네자매에게 이를 해주지 않았다. 특히 리즈번가 부모는 모든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고 하었는데, 사실 가장 큰 원인은 집안, 부모에게 있었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자살은 러시안룰렛과도 같다. 총알은 오직 한 개의 약실에만 들어 있다. 리즈번 자매들의 경우에는 모든 약실에 총알이 들어 있었다. 부모의 학대라는 총알. 유전적 성향이라는 총알. 시대적 병리라는 총알. 피할 수 없는 관성의 법칙이라는 총알. 나머지 두 개의 총알에는 딱히 이름을 붙일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약실이 비어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P.320




결국 견디다 못한 네자매의 유일한 탈출구는 자살이었고, 네자매는 같은날 다른 방법으로 함께 자살을 시도한다. 그렇게 해야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나갈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끝에는 과연 뭐가 있을까?

[중요한 건 오직 우리가 그들을 사랑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부르는 소리를 과거에도 듣지 못했고 지금도 들지 못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 나무 위 집에서, 가늘어저 가는 머리카락과 물렁한 뱃살을 하고, 그들이 영원히 혼자 있기 위해 간 방, 홀로 죽음보다 더 깊은 자살을 한 곳, 퍼즐을 완성할 수 있는 조각들을 영원히 찾아낼 수 없을 그곳에서 나오라고 그들을 부르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P.322




타인의 아픔을 감히 재단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죽는것 보다는 살아있는게 좋다고 말하고 싶다. 주변 누군가가 자살을 생각한다면, 자살의 징조가 보인다면 먼저 손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그들의 시도는 자신들을 이해해 달라는, 도와달라는 구조 신호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Ps. 자살이라는 소재여서 처음에는 무겁게 느껴질수 있는데, 읽다보면 엄청 심각하지는 않고 희극적인 요소가 많아서 나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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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5-20 14: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의 내용이 끔찍하면서도 흥미로워요. 왜 그렇게 된 건지 이유가 궁금합니다.

역시 소설을 통해 타인을 이해할 수 있어 좋네요. 그래서 저나 새파랑님은 소설 예찬자인 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5-05-21 07:51   좋아요 1 | URL
특별한 이유가 안나오더라고요. 극단적 행동에 특별한 이유를 찾는건 어려운거 같습니다. 충분히 살만한 이유도 많은데..
 

중반부가 살짝 지루한 감이 있지만, 나름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날 아침은 리즈번가에 남은 마지막 딸이 자살할 차례였다. 이번엔 메리였고, 터리즈처럼 수면제를 삼켰다, 집에 도착한 두 구급 요원은 이젠 칼이 들어 있는 서랍이며 가스 오븐, 빛줄을 맬 만한 지하실의 들보가 어디 있는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훤히 알고 있었다. - P11

"애들은 죽있어요. 고작 이십사시간밖에 못 사니까요. 알에서 깨어나 번식하고, 그러고 나면 죽는 거예요. 뭘 먹을 필요도 없죠." - P13

"아가. 여기서 뭐 하는 게나? 너는 아직 사는 게 얼마나 끔찍해질 수 있는지 알 만한 나이도 아니잖니." 그제야 서실리아는 유일한 유언이라고 할 만한 말을 내뱉었다. 이미 고비를 넘긴 그 시절엔 필요가 없었지만 말이다. "분명한 건요, 선생님은 열세 살 소녀가 돼 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 P16

"목 놓아 우는 게 당연한 자리에서 개들이 어떻게 했어? 관에 다가가서 한번 쏙 들여다보고는 그냥 지나가 버렸잖아. 왜 눈치를 못 챘을까?" - P26

다음 조건을 준수할 경우에만 리즈번 자매들은 외출을 할 수 있었다. 첫째, 반드시 단체로 움직일 것. 둘째, 댄스파티 외에 다른 곳은 철내로 가지 말 것. 셋째, 11시까지는 허가할 것. 리즈번 씨는 트립에게 이 조건을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할 거라고 말했다. - P152

"ALS(자살로 죽은 청소년)의 형제들이 슬품을 극복하려는방편의 하나로 자학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한 가정 내에서 자살은 반복될 확률이 높다." - P205

대다수 사람들에게 자살은 러시안룰렛과도 같다. 총알은 오직 한 개의 약실에만 들어 있다. 리즈번 자매들의 경우에는 모든 약실에 총알이 들어 있었다. 부모의 학대라는 총알. 유전적 성향이라는 총알. 시대적 병리라는 총알. 피할 수 없는 관성의 법칙이라는 총알. 나머지 두 개의 총알에는 딱히 이름을 붙일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약실이 비어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 P320

중요한 건 오직 우리가 그들을 사랑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부르는 소리를 과거에도 듣지 못했고 지금도 들지 못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 나무 위 집에서, 가늘어저 가는 머리카락과 물렁한 뱃살을 하고, 그들이 영원히 혼자 있기 위해 간 방, 홀로 죽음보다 더 깊은 자살을 한 곳, 퍼즐을 완성할 수 있는 조각들을
영원히 찾아낼 수 없을 그곳에서 나오라고 그들을 부르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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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프랑스 고전.


그녀가 잠을 자기 전에 자기 결혼에 대하여 생각한다면, 오늘 저녁엔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결혼을 생각할 것임에 틀림없으리라고. 나로 말하자면, 이 목가적인 사랑의 결과야 어떻게 되든간에, 일찌감치 자크에 대한 복수를 멋지게 한 셈이다. 즉 나는 그 엄숙한 방, ‘나의‘ 방에서 보낼 그들의 신혼 밤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 P45

이 사랑의 말들은 어린애 같은 짓 속에서도 숭고함이 있다. 그리고 그 후 내가 겪을 정열이 어떤 것이든 간에, 열아홉살 소녀가 자기는 너무 나이 든 할머니라고 우는 것을 보는 그러한 홀딱 반할 감동을 앞으로는 두 번 다시 겪어 보지 못하리라 - P59

다른 시대였다면 그녀 남편의 죽음을 바란다는 것이 어린아이의 망상이 됐을 것임이 틀림없지만, 이제 그러한 바람을 갖는다는 것은 이미 그를 살해한 것이나 거의 다름없는 죄를 범히는 일이 되있다. 나는 전쟁 덕분에 싹트는 행복을 맛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 화려한 피날레를 전쟁에 기대했다. 나는 한 이름 없는 자가 우리 대신 죄를 지듯, 그 전쟁이 내 증오에 봉사해 주길 바랐다. - P72

"나는 괴롭기만 할 거야. 당신이 나를 떠나 버린다면 난 죽을 거야 그렇다고 당신이 내 곁에 머무른다면, 사랑 때문이 아니라 당신 마음이 약하기 때문일 거야. 그러면 당신 행복이 나 때문에 희생되는 것을 보면 나는 괴로울 거고..." - P74

왜나하면 자크는 결국 돌아올 것이있기 때문이다. 비상시국이 지난 다음에 특수한 환정 때문에 바람 핀 아내에게 배신당한 다른 수많은 병정들과 마찬가지로, 품행이 부정했던 사실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침울하지만 고분고분한 아내를 다시 만날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는 마르트가 휴가 중에 자기 남편과 육체적 접촉을 감수할 경우에나 오직 그에게 납득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비겁하게도 그렇게 하라고 마르트에게 애원했다. - P125

그런 말을 듣고 보니, 내 성격이 어떤지, 나 자신을 잘 알아 볼 수 있었다. 두 달 동안 장미꽃을 즐기겠다는 욕망은 그 외 열 달을 잊어버리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망드르를 선택한다는 사실은 우리 사랑이 덧없이 일시적인 것이라는 증거를 또한 나에게 보여 주었던 것이다. - P145

"그이와 함께 행복한 것보다 당신 곁에서 불행한 것이 오히려 더 좋아." - P165

벼락이 어떤 사람 위에 떨어지는 경우 너무나도 재빠르기 때문에 그 허락을 맞은 사람은 괴로움을 느길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와 합께 있는 사람에겐 비참한 광경인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아버지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 P184

마르트! 나는 질투심으로 그녀를 무덤까지 뒤따라 가서, 죽음 뒤엔 아무것도 없기를 바있던 것이다. 따라서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들이 참석하지 않은 잔치의 수많은 손님 틈에 함께 끼어 있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내 마음은 아직 미래 같은 것을 생각하지 않는 나이에 속해 있었다. 그렇다! 내가 마르트를 위해 바랐던 것은 어느 날엔가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 새로운 세계보다는 차라리 무, 바로 그것이었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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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5-05-18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아...절절합니다...자고로 사랑은 이래야...요즘 보기 드물게 뜨겁네요. 그이와 행복하기보다 당신 곁에서 행복하겠다...왜 이렇게 다가오죠?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르고 죽을 것 같기도 하고..^^ 읽다 보면 체온 상승할 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5-05-21 07:53   좋아요 0 | URL
앗 ㅋ 저 문장 좋습니다~! 그런데 결국 저 문장처럼 끝나더라구요 ㅜㅜ 체온 상승 보다는 혈압이 오를수 있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