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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하이드어웨이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5월
평점 :
요즘의 생활은 내가 20대 때보다 휠씬 더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다.
날마다 기존의 것을 능가하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새로운 제품이 출시된다.
그야말로 매일매일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조금만 멈칫거리면 남들보다 뒤처지거나 아예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속 한편에 숨겨두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반대로 피로감을 호소하거나 심할 경우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적인 밸런스가 무너져 고통받는 사람들도 많다.
이 책 도쿄 하이드 어웨이에는 그런 일생의 스트레스와 극도의 긴장감을 지닌 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찾은 한그루의 오아시스 혹은 숨터이야기를 담고 있다.
겉으로 봐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오로지 본인만이 알고 있는 삶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는 여섯 명의 이야기는 우리의 모습과 별다를 바가 없기에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임에도 가슴에 와닿는다.
여섯 편의 연작으로 되어있는 이 책의 배경은 한층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던 시기로 사람들의 쇼핑이나 생활이 급격히 이커머스로 옮겨가는 시점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이커머스 업체 중 하나인 파라웨이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업무에 피곤함을 느끼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을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아 숨 쉴 곳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이 책 도쿄 하이드어웨이다.
적극적이고 활발하며 자신의 주장을 어필할 수 있는 능력자인 동기생에 비해 요령 없는 성실함으로 동기의 비웃음을 사고 있는 남자는 사소한 것도 무시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늘 불면증에 시달린다.
그런 그의 눈에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한결같은 동료가 눈에 들어오고 어느 날 어딘가로 가는 그녀를 발견하고 그녀의 뒤를 쫓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 이르게 된다.
그곳에는 네온사인과 빌딩 숲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도쿄의 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여주는 곳이었고 그렇게 그에게도 그곳은 늘 빽빽한 직장 생활에서 한숨 돌릴 수 있는 마음의 장소가 된다.더불어 늘 평온해 보이던 동료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상처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가 하면 중간 관리자의 자리에 있는 워킹맘은 회사에서 일하면서 보이지 않는 한계에 지치고 가정에서 그녀에게 요구하는 엄마로서의 역할에 피로하지만 어디에도 자신의 고민을 맘 편히 터놓을 수 없었다.
그런 그녀가 마침내 모든 걸 내려놓고 회사를 땡땡이치고 일탈을 한 날 우연히 들른 곳에서 마침내 은식처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여섯 편의 연작에선 몸과 마음이 지쳐 쓰러지기 직전까지 몰렸던 사람들이 마음의 안식처에서 위안을 얻고 위로를 받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창하거나 엄청난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님에도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어서인지 마음에 울림을 준다.
여섯 편의 이야기 중 가장 감동적으로 느껴진 건 남들보다 조금 왜소하거나 사교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이유 없는 폭력과 폭행에 시달리는 왕따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몸, 기술, 마음이었다.
자신이 괴롬힘을 당하고 있는 걸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던 사춘기 소년이 우연히 자신이 동경하던 게임 속 캐릭터 발키리를 닮은 한 여자를 따라가다 자신도 모르는 새 복싱을 배우게 된다.
매일매일 신체를 단련하는 그 훈련을 통해 위험이나 고난이 닥쳐도 더 이상 도망치거나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고 마주 보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그 교훈은 소년뿐이 아니라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태도를 보여주고 있어 특히 와닿았다.
책 속에는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마주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직장 내 서열 다툼이나 왕따 문제 혹은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온갖 스트레스와 불면증 또는 우울증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를 세심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 도쿄 하이드어웨이
읽으면서 작은 위로와 공감을 가질 수 있는 따뜻한 힐링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