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살인
카라 헌터 지음, 장선하 옮김 / 청미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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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제목부터 20년 전 벌어진 살인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과정을 리얼 크라임 쇼의 형식으로 한다는 파격적인 소재까지... 시선을 끌지 않을 수 없는 책이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도 진짜 방송 현장을 글로 옮긴 것처럼 현장감 넘치게 표현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형식 또한 방송과 똑같이 진행하고 있다는 것도 신선했다.

또한 방송이 나간 후 사람들이 댓글로 반응하는 것도 그렇고 신문에 실린 논평을 싣는 것 등 모든 것이 우리 일상에서 화제의 방송을 보고 난 후의 반응과 똑같아서 살짝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그 무게감이 가벼운 진행과 대비되어 더 뚜렷하게 부각시키는 효과를 주는 것 같다.

전 세계에 스트리밍 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리얼 크라임 쇼 인퍼머스에서 이번에 다루게 된 사건은 루크 라이더 피살 사건이다.

20년 전 세간에 관심을 모으면서 연상의 부유한 여자와 결혼했던 루크는 불과 1년이 지난 후 누군가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당한다.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오른 배우자는 알리바이가 있었고 피해자는 누구에게 원한을 살만한 뚜렷한 이유가 없어서 지지부진한 수사 끝에 결국 미제 사건으로 남은 케이스였다.

하지만 방송이 시작되면서 범죄 전문가와 심리 전문가 등이 모여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로 하나둘씩 사건을 재구성하며 파헤치면서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얻게 된다.

알고 보니 아내와 한참 연하로 알려진 호주에서 온 남자 루크는 그 신상이 의심스러운 부분이 드러났고 또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패널들 사이에서도 뭔가 비밀이 있는 듯하다.

심지어 이 방송을 이끌 감독 역시 루크 라이더의 의붓아들이자 사건의 당사자였다는 걸 보면 이 모든 걸 총괄하고 계획했던 기획자의 어떤 의도가 보이는 듯하다.

그리고 그런 의심이 확신이 될 즈음 마침내 그날 밤의 진실이 드러나면서 사람들을 충격에 빠지게 한다.

한마디로 모두를 모아놓고 그 한가운데다 진실이라는 폭격을 떨어뜨린 격이랄까...

세상의 수많은 미제 사건 중에는 정말로 어떻게 된 건지 오리무중일 경우가 있는가 하면 초기에 좀 더 치밀하고 신중하게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관련자 심문을 세심하게 했더라면 진즉에 해결되었을 사건도 상당하다.

그런 사건들 대부분은 골든 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다루게 되는 사건 역시 20년간을 미제로 남을 만큼 사건이 복잡하지도 않고 관련자 역시 많지 않은... 어찌 보면 평범하게 해결될 사건이었음에도 초기에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리얼 크라임 쇼라는 신선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아주 작은 단서 하나로 결국 진실을 찾는 과정을 드라마틱 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표현하고 있는 가족 살인

반전에 반전도 놀랍지만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쌓인 서사를 풀어가는 과정 역시 흥미진진해서 엄청 재밌게 읽었다.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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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와 렌
엘레이나 어커트 지음, 박상미 옮김 / &(앤드)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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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설계하는 남자와 살인을 읽는 여자와의 숨 막히는 추격전이라는 출판사 소개 글에다 실제 법의학 전문가였다는 작가의 이력이 보태져 너무 궁금했던 책이었다.

인간 사냥꾼답게 치밀한 계획하에 오랫동안 지켜보던 사람을 납치해 자신의 지하실에 가둔 채 온갖 고문을 행하며 사람들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을 즐기는 남자 제러미

연쇄살인마가 저지른 난폭한 살인에서 흔적을 찾아 범인을 잡고자 하는 법의관 렌

두 사람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형식인데 초반의 설명 부분은 잔혹한 범죄현장을 설명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다지 긴장감이 넘친다는 느낌은 적었다.

살인의 행위는 충분히 충격적이고 잔혹하기 그지없는 데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마치 일상처럼 덤덤해서 임팩트가 부족한 느낌이랄까

살인사건 그 자체보다 제러미와 렌의 심리묘사에 더 중점을 둔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차근차근 곱씹어 읽어가다 보면 일견 평범해 보이는 제러미가 고통받는 희생자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의 표현에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덤덤한 묘사가 그 잔혹함을 부각시키는 느낌이랄지...

자신이 저지른 짓을 사람들 앞에 보란 듯이 진열하고 그걸 보고 놀라고 무서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아무리 경찰들이 범행 주변을 살피고 증거물을 찾아도 절대로 자신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데서 자신감과 우월감을 느끼는 범죄자 제러미

그야말로 자아도취에 빠진 사이코패스의 전형 같은 인물이 제러미라면 렌은 범죄 피해자의 시신에서 작은 단서를 찾아 범인을 검거하는 데 있어 탁월한 실력을 가졌지만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심상치 않은 악몽을 꾸는 걸로 봐서 과거에 어떤 비밀이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녀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이제까지의 분위기와 확 달라지고 그때부터 마지막까지 전속력을 다해 질주하면서 마지막 결말까지 단숨에 휘몰아쳐서 독자의 혼을 빼놓는다.

이걸 보면 앞의 덤덤하기 그지없는 전개는 아마도 이 반전을 위한 작가 나름의 포석이 아니었을까 싶다.

범인이 피해자들을 고문해서 살인을 저지르는 방식이라든지 전체적으로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가 책 속에서 자주 언급되던 양들의 침묵과 닮아있다.

여기에도 제러미와 렌 외에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이건 오로지 두 사람만의 이야기이며 반드시 둘이서 매듭을 지어야 하는 문제라는 것도 한니발 렉터와 클라리스와의 관계의 변형처럼 보인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마지막 결말은 이 책이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를 증명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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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인간
염유창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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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본성은 위기에 처했을 때 드러나기 마련이다.

특히 목숨이 위태로울 절체절명의 순간에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안위가 최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게 비록 다른 누군가의 안위가 관련이 있는 이기적인 선택이라 할지라도...

그래서 이런 본능을 누르고 위기의 순간 다른 사람을 위해 망설임 없이 위험에 뛰어드는 사람을 우리는 의인이라 부르고 칭송한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산사태로 아파트 주차장이 침수되는 사고에서 살아난 기적의 생존자들이다.

이 사고로 9명의 주민이 갇혔지만 단 1명만 희생되었을 뿐 8명이 모두 무사 귀환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8명은 입을 모아 희생된 1명의 행동을 칭송했고 사건은 그렇게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문제는 그로부터 1년 후...

그날의 모든 걸 잊고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에게 재난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겪을 수 있는 트라우마를 소재로 하는 글을 쓰기 위해 한 남자가 인터뷰를 요청한다.

그리고 그 인터뷰에서 밝혀진 진실은 모두가 알고 있던 사건의 전개와 달랐고 그들 모두는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이지만 아무도 더 이상 입을 열려 하지 않는다.

그들이 숨기고 있는 진실은 뭘까?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남자 역시 평범한 작가는 아니었다.

그 역시 다른 사람의 의뢰를 받고 하는 일이라는 걸 보면 그 의뢰인과 사건과의 사이에 분명 뭔가 비밀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점 역시 그날의 진실 찾기와 별도로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궁금증을 자아내는 장치 중 하나

엄청난 재난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인간의 본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 아니라 이후 작은 균열로 완벽했던 그들의 동맹이 무너지기까지의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게다가 그날의 진실을 파헤치는 사람도 경찰이나 탐정 같은 뻔한 게 아니고 심리 상담이라는 색다른 방식의 접근도 좋았는데 범죄 용의자가 누가 봐도 나쁜 놈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마주칠 수 있는 우리 이웃의 모습이랑 닮아있다는 점에서 더욱 현실적으로 와닿는 부분이었다.

엄청난 재난이 있던 그날의 진실을 찾아가는 마이너스 인간은 총상금 1억을 걸었던 리노블 시즌 1의 최우수 수상 작가의 신작이었다.

수상작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작품은 스토리가 일단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

그래서 머리를 써가며 읽을 필요가 없다.

그저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치밀함이나 강렬한 반전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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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코워커
프리다 맥파든 지음, 최주원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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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나 최초 신고자는 언제나 강력한 용의자 후보로 꼽는다.

언젠가부터 소설 속에서는 물론이고 현실에서도 이런 법칙이 사실일 경우가 많다는 게 증명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범죄를 목격했거나 현장을 봐도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 더 코워커에서도 주인공 역시 같은 처지에 놓인다.

작가 프리다 맥파든은 최근에 몇몇 작품을 출간해 주목받고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이고 나 역시 작가의 작품 몇 권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어 더 기대를 하며 읽은 책이었다.

회사에서든 일상에서든 어디서나 인기가 많은 여자 내털리는 옆자리의 동료 돈이 어느 때와 달리 정시에 출근하지 않는 게 신경 쓰인다.

내털리가 아는 돈은 지각이란 있을 수 없는 일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와 달리 직장 안에서는 상사를 비롯해 아무도 돈의 부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없다.

이 부분만 봐도 돈이 직장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돈은 여느 평범한 사람과 조금 다른 사람이었고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었지만 내털리는 그런 돈을 언제나 챙겨주고 친절을 베풀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퇴근길에 돈의 집에 들르게 되지만 그곳에서 피가 낭자한 걸 발견하게 되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최초 신고자라는 이유로 용의선상에 오르는 불운을 겪게 된다.

처음부터 돈의 부재에 신경을 쓰던 내털리가 그녀의 집을 찾아가서 현장을 목격하게 된 과정이 개연성 있게 물 흐르듯이 펼쳐지면서 점점 몰입하게 하다 반박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하나 둘 증거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반전된다.

이렇게 최초 목격자에서 그녀가 용의선상에 오르게 되는 과정이 그려지면서 엄청난 몰입감을 준다.

여기에 돈의 메일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앞에서의 모든 사실관계가 한 번에 바뀌어 버렸을 뿐 아니라 그녀의 진술에 커다란 허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점점 더 그녀에게 의혹의 집중되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정황상의 증거들 몇 개만 있을 뿐...

그녀는 정말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이 모든 걸 치밀하게 계획한 잔인한 살인자인 걸까?

시작은 다소 평범하지만 조금씩 단서가 나오면서 전체의 판이 뒤집어지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독자들의 의표를 치르는 치밀함까지...

뒤로 갈수록 몰입감이 점점 더 높아져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가독성 좋고 스토리 짜임새도 좋았고 구성까지 치밀해서 더 마음에 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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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름 - 개정판
소메이 다메히토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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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복지제도의 형평성이다.

연금도 그렇고 저소득층 지원 문제에 있어서도 그렇다.

분명 사회안전망을 보충하기 위한 제도의 취지는 좋으나 그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부정수급하거나 연금의 고갈 문제로 정작 제대로 납부했던 사람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공분을 사고 개선을 요구하지만 이런저런 이해관계로 인해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 책 나쁜 여름에서 다루는 게 그런 문제 중 하나로 주인공인 26세의 사회복지과 생활보호대상자 관리 직원 마모루가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에 겪은 일을 다루고 있다.

그가 담당하는 복지 대상자 중에도 분명 가짜 수급자가 있지만 그들은 오히려 뻔뻔하게 눈앞에서 거짓말을 일삼으며 오히려 마모루와 같은 케이스워커를 비웃기까지 한다.

마모루 역시 이 일을 하면서 조금의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나라에서 주는 생활보조금을 타서 살아가는 수급자 그중에서도 부정수급자에 대한 시선이 고울 수가 없는 상태였지만 단 하나의 사건으로 그는 깊은 나락으로 추락해간다.

마모루가 어떻게 성실한 청년에서 제대로 된 판단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추락하게 된 건지 그 나락의 과정을 담고 있는 나쁜 여름은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의 우수상 수상작품으로 이번에 영화화되면서 새롭게 재출간된 작품이다.

입소문이 난 작품답게 가독성 좋고 무엇보다 우리가 현재 안고 있는 문제를 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현실감 있게 와닿는 작품이었다.

책 속에서도 나오지만 어디에서도 도움받을 길이 없어 도움을 청한 모자 가정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생활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장면에선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느껴졌다.

반면에 충분히 자신의 생활비를 벌 수 있는데도 아무런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마치 눈먼 돈처럼 생활보조금을 지원받는 걸로 모자라 더 받아내기 위해 범죄마저 망설임 없이 저지르는 다른 수급자들의 모습은 사회복지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물론 재미를 위해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과장한 것도 있지만 현실에서도 번번이 부정 수급자의 실태를 고발하는 시사프로를 본 적이 있어 더 몰입하며 읽게 만든다.

이런저런 문제가 많지만 그럼에도 책 속에서 가장 나쁜 놈으로 나오는 야쿠자가 하는 말이 이 사회의 문제점을 가장 적확하게 찌르는 말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중간까지도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긴장감이 흘렀다면 중간 이후부터 폭주하면서 궤도를 이탈해 너무 가버린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재미와 사회고발을 잘 살린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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