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전, 아직 켜지지 않은 모니터 앞에서 - 자신이 되고자 했던 시간의 기록
강민우(돈깡) 지음 / 이레미디어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과 표지가 꽤 인상적이었다. <개장 전, 아직 켜지지 않은 모니터 앞에서>라는 제목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표지도 담백한 것이 오히려 역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일반 주식 투자 책과는 뭔가 결이 다르다는 인상이었다. 주식 트레이더의 책은 대체적으로 자신의 투자 스킬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온갖 차트를 보여주면서 이를 통해 눌림목이거나 진입 타이밍을 알려주는 책이다. 자신이 어떤 식으로 트레이딩을 해서 돈을 벌었는지 아려주는 경우가 대다수다.

가끔 이와 달리 차트가 전혀 책에 포함되지 않은 책이 나온다. 이런 경우는 순수하게 자신의 철학에 대해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많다는 표현을 했지만 그런 책은 극히 드물다. 후자의 경우는 내가 그들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대체적으로 진짜 트레이딩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인 경우다. 자신이 어떻게 수익을 냈는지 알려주기 보다는 어떤 철학을 근거로 주식 시장을 바라보고 대처하는지 설명한다. 주식 책을 읽는 것은 뭔가 돈버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이건 맞다.



문제는 기술만 갖고 있는다고 주식 시장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만이 갖고 있는 철학과 원칙인 경우가 더 많다. 매수와 매도에 대해 룰을 정하고 이를 지키는 원칙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싸게 사고 비싸게 산다는 진부한 표현을 지키는 것은 엄청나게 쉬운 듯 보여도 막상 실전에서 하려면 무척이나 어렵다. 거기에는 감정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하락을 했을 때 공포라는 감정이 밀려오고, 상승할 때는 반대로 욕망이라는 감정이 쏟아진다.

이런 심리를 제대로 다스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원칙이다. 원칙은 누군가 정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수많은 투자자가 있지만 그들마다 전부 자신만의 원칙을 갖고 있다. 각자 다양한 방법을 하면서 터득한 것이라 남들과는 다르다. 그 원칙을 다른 사람이 한다고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으로 차트를 보며 이렇게 하라고 해도 막상 적용하는 것이 다른 이유다. 그런 심리를 이겨내는 것이 바로 원칙이다. 이 원칙은 오랜 시간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갖게 된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처음부터 설명한다. 투자 기술을 설명하기 보다는 자신이 갖고 있는 투자관과 개념을 알려준다고 말한다. 진짜로 이 책에는 딱히 자신이 주식투자를 하는데 있어 어떤 기술을 갖고 하는지 설명하는 내용은 거의 없다. 그나마 알려준다면 52주 신저가를 참고로 투자한다고 알려준 정도다. 그 외에는 딱히 명확한 설명은 없다. 오히려 스캘핑 등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처럼 느껴졌다. 하루 단위로 수익을 내는 걸 목표로 하는 듯하는데 말이다.

더 신기한 것은 내가 아는 트레이더는 대체적으로 해당 기업의 실적 등을 보긴 해도 차트의 움직임을 더 중요하게 보는 걸로 안다. 그럼에도 저자는 테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테마를 타고 상승한다면 매집하면서 수익을 내는 걸 노릴 것이라 생각되는데 다소 다른 뉘앙스라 놀랐다. 좀 더 진중한 기업을 거래한다는 느낌은 들었는데 이에 대해 딱히 이렇다할 방법은 알려주진 않는다. 전체적으로 트레이더라는 투자관점에 대한 철학을 설명하는데 치중한다.



아무래도 주로 트레이드를 하는 투자자라 거래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가치투자가 옳다. 트레이더가 옳다. 이런 건 없다. 어떤 방법을 하든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하면 된다. 책에서도 자신에게 방법을 알려달라고 한 지인에게 알려줬지만 잘 되지 않았다. 다른 투자로 했을 때는 성공했다고 한다. 이처럼 트레이드를 책에서 알려주는 것이 아닌 투자에 대해 설명한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무척이나 담담하게 말한다는 점이다.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저자가 20대 초반부터 트레이드를 시작해서 10년 넘게 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맛보면서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고 한다. 아직도 30대 초반이다. 나이를 볼 때 충분히 어깨에 힘이 들어갈텐데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하는 듯했다. 이 책은 투자 스킬을 배우기 위해 읽는다면 실망하겠지만 투자 철학을 받아들이기 위해 읽는다면 충분히 도움이 될 듯하다. 현재 유튜브도 하고 여러 사업으로 주변에 도움을 주려한다고 한다. 투자는 힘들고 혼자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고백에 동의한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그래도 트레이딩 스킬 하나 정도는.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투자 철학을 배운다.

함께 읽을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등대지기들
에마 스토넥스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 있을 때 어딘지 더 호기심이 생긴다. 세상에는 소설보다 더 말도 안 되는 현실이 있고, 현실보다 더 진짜같은 소설도 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고 하니 과연 어떤 내용이었기에 작가의 관심을 끌었느냐가 제일 궁금해진다. <등대지기들>은 제목처럼 등대에서 벌어진 사건을 기초로 한다. 등대지기였던 세 명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 그 후로 그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사람이 실종이 되어도 물에 밀려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한 명이면 모르겠는데 무려 3명이나 사라졌는데 아무도 찾지 못했다니 놀라운 일이다. 이를 근거로 작가는 자신의 상상력을 펼쳐 책을 썼다. 책은 그런 면에서 다소 추리소설같은 느낌이지만 정통 문학소설이다. 책을 읽는 게 꽤 버거웠다. 거의 일주일을 읽은 듯 하다. 얼마나 디테일하게 묘사를 하는지 거의 500페이지를 가득 채운다. 의문이 들었다. 책에서 작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찾아다니며 묻는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그들에게 질문을 할 때마다 답변을 하는데 얼마나 세밀하게 묘사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 사람이 그렇게 묘사하며 설명할 것 같지는 않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세밀하게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현장을 묘사하지 않는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이야기꾼이나 그렇지 않을까한다. 책에 나온 모든 사람들은 그렇게 한다. 여기에 작가가 각 상황을 설명할 때도 세세히 장면이나 상황을 묘사하니 그걸 읽는 것만으로도 몇 페이지가 훌쩍 넘어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등대지기인 3명과 그들의 유족 이야기다. 사건일 벌어졌던 1972년과 다시 이를 추적하는 1992년이 교차로 보여진다. 72년은 등대에 머물던 사람들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묘사한다. 92년은 남은 사람들에게 찾아가 한 명씩 질문을 던지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알아가는 내용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등대와는 다소 다르다. 바닷가에 있는 등대는 육지와 연결되어 있어 목가적인 느낌이 좀 더 강하다. 

이 책에 나오는 등대는 바닷가에 떠 있다. 그 곳을 가기 위해서는 교대로 근무를 한다. 한 번 등대에 머물게 되면 몇 주씩 있어야 한다. 여기에 바다에 있으니 기상이 나쁘면 배가 접근을 할 수 없다. 시대 72년이니 더욱 그렇다. 바다가 폭풍우가 치거나 기상 악화가 되면 제대로 배를 띄워 등대에 접근할 수 없다. 이러니 그곳에서 몇날 며칠이나 더 머물면서 기다려야 한다. 단지 딱 3명이 그곳에 머물고 있다. 그 누구도 오는 사람도 없다. 그렇다고 정신을 놓을 수도 없다.

지나가는 배를 제대로 인도하기 위해서 언제나 루틴에 따라 뭔가를 해야한다. 엄청나게 무료한 일이다. 그렇다고 방치하면 그 즉시 지나가는 배에게 위험이 닥친다. 여기에 3명이 서로 사이라도 안 좋다면 그곳은 완전히 지옥이 될 수 있다. 아마도 엄청나게 외로운 나날이지 않을까한다. 3명이 서로 시종일관 떠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각자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 그 일이라는 것도 딱히 바쁘게 뭘 하기보다는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것이니 잡다한 생각을 많이 하지 않을까.​



여기에 뭍으로 다시 갔을 때 식구들과 함께 한다. 집에 있는 식구들은 또 어렵다. 무엇을 함께 하려 해도 장기간 남편이 없다. 부인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 함께 뭘 하려해도 금방 다시 몇 주를 오지 않으니 혼자하게 된다. 그로 인해 또 다시 외롭게 된다. 소설은 실종에 대해서 다루지만 그보다는 사람들이 겪는 상처에 대해 말한다. 마지막에 가서 실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그 부분은 그다지 중요해 보이진 않았다. 등대라는 곳을 매개체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등대를 소재로 그들이 외롭게 살아간 이야기를 해 주는 듯하다. 등대지기 중에는 감옥에 갔다 온 사람도 있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졌을 때 어떤 일이 실제로 벌어졌을까. 그들이 죽고 난 후에 알려진 내용이다. 이로 인해 남은 사람들이 짊어지고 갈 무게감은 또 다른 이야기다. 그다지 좋지 않은 일이라 회사는 서둘러 봉합하고 유족에게 연금을 준다. 남은 식구들도 그렇게 살아간다.

증정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글자 하나하나가 뭐 이리 길어.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인간에 대한 이야기.

함께 읽을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제학 오디세이 - 경제학자의 눈으로 본 위험, 선택 그리고 불확실성의 역사,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조지 G. 슈피로 지음, 김현정 옮김, 조원경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경제를 배우는 방법 중에 하나가 시대순으로 경제와 관련된 사상에 대해 연대기로 쫓아가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 식으로 변했는지 알게 된다. 대체적으로 이는 당시를 살았던 경제학자들의 생각을 발표된 논문으로 알게 된다. 경제학자라고 하지만 당시에는 딱히 경제라는 학문이 있던 것은 아니라서 철학자에 좀 더 가까웠다. 이를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수학과 연결이 되고 최근에는 심리와 연결되어 경제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경제라는 걸 알려주는 책들이 약간 고상한 측면이 있다. 경제는 우리 실생활에서 아주 밀접하게 연관이 있으나 이를 설명하는 형식이나 방법은 무척이나 어렵다. 잘 모르는 단어뿐만 아니라 근대에 들어서 수학까지 접목하니 더욱 어렵다. 이전까지는 경제는 썰이 다소 중요했다. 스토리를 근거로 경제를 설명했다. 수학이 결부되면서 어떤 경제적인 현상을 숫자로 표시할 수 없으면 다소 터부시되는 느낌도 들었다. 최근에 들어서는 아니다.



숫자까지 결부되었을 때 인간은 무척이나 합리적인 존재라는 개념이 강했다. 심리와 결부되며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감정적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러다보니 다양한 군중 실험 등을 통해 경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천사를 하나씩 배우는 것은 꽤 재미있다. 지금 와서 굳이 알아놓을 필요가 없다고 해도 알아둬서 나쁠 건 하나도 없다. <경제학 오디세이>는 1713년 니콜라스 베르누이부터 시작한다. 베르누이는 경제학보다는 수학자라 표현한다.

여기서 꽤 재미있는 건 경제라는 걸 설명할 때 좀 고상한 철학과 개념으로 알려주는데 이 책은 아니다. 아주 흥미롭게도 - 나한테만 그런지 몰라도 - 돈을 근거로 설명한다. 사람들이 돈을 보는 개념과 방법 등을 근거로 설명을 하니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었다. 1,000원을 받는다. 그러면 기쁠까. 별 감흥이 없을까. 이는 그 돈을 받은 사람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10억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1,000원을 주면 아무런 효용이 없다. 구걸하는 사람에게 주면 다르다.

같은 1,000원이라도 이처럼 효용은 다르다. 이런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개념을 근거로 경제학자들이 어떤 식으로 이를 논하고 개념을 발전시켰는지 하나씩 연대기순으로 쫓아간다. 처음에 나온 개념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설이다. 사람들은 어떤 기대값을 갖고 의사결정을 한다. 자신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고 이익이 될 것인지에 따라 결정한다는 뜻이다. 기대되는 값이 1,000원이라면 990원까지 낼 수 있다. 그래도 10원을 벌 수 있으니 하는게 유리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댓값이 무한이라면 누구라도 무한하게 베팅을 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정작 그런 상황이 왔을 때 누구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게 실제로 가능할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 사람들은 0보다는 큰 기대를 하지만 커질수록 오히려 움추려 들게 된다. 이는 또한 자신이 갖고 있는 부의 규모에 따라 효용이 달라진다. 어떤 물품이 갖는 가치는 사람마다 달라진다. 10만 원이나 되는 가격이 누군가에는 큰 기쁨을 줄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별 감흥을 주지 않는다.



이에 대해 썰로 풀어내던 경제학은 어느 순간부터 이를 숫자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기댓값이라는 걸 막연히 추측하는 것이 아닌 고도로 복잡한 수식을 갖고 풀어낸다. 이렇게 숫자로 풀어낼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답이 있다는 뜻이 된다. 숫자로 딱 떨어지게 답이 나온다는 것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을 의미한다. 인간의 판단은 감정이 배제되고 가장 최적의 판단을 통해 올바른 선택을 한다는 너무 당연한 전제가 이로 인해 오래도록 인간을 이성적으로 바라봤다.

그렇게 볼 때 위에 이야기한 1,000원은 10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10,000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나 똑같이 행복을 안겨줘야 한다.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는 안다. 분명히 1,000원은 누구에게나 변함없이 똑같은 1,000원이다. 이건 변할 수 없는 숫자다. 이게 바로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말도 안 된다. 똑같은 기쁨을 느껴야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부의 상태에 따라 효용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절대적인 개념이 아닌 상대적인 개념이 되어 버렸다.


현대에 들어 인간은 그렇게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여러 실험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재미있는 건 인간은 원래 그랬다. 현대에 들어 갑자기 인간의 본능이 변한 것이 아니다. 경제를 통해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했다. 이런 변천사를 책은 경제학자를 통해 하나씩 쫓아간다. 이를 숫자와 연결되어 말한다. 경제를 전체적으로 알려주는 다른 경제학책과 그런 면에서 다소 다른 학자들을 알려주고 있다. 부제인 위험, 선택 그리고 불확실성에 따른 역사 추적 책이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해당 경제학자의 곁가지 이야기가 많음.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인간의 효용에 대해 생각해보기.

함께 읽을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에 한 번은 읽어야 할 시경 - 완역본 옛글의 향기 8
공자 엮음, 최상용 옮김 / 일상이상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서삼경이 있다. 예전에 동아사이에서 라고 표현하지만 아마도 중국과 한국에서 유독 중시했던 공부였다. 솔직히 중국에서도 그랬는지 알아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조선시대에는 확실히 그런 걸로 안다. 무엇보다 출세를 위해 배워야 했고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도 배워야 했던 것 같다. 드라마 등을 볼 때 조선시대에서 공부를 한다면 늘 사서삼경이라고 한 걸 보면 말이다. 어떻게 보면 유학의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유학이 종교는 아니지만.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을 사서라고 하고 시경, 서경, 역경을 삼경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사서삼경을 달달 외웠던 걸로 안다. 거의 툭치면 술술 나올 정도로 한 것이 아닐까한다. 이걸 외운 후에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계속 하면서 깊고 넓고 확장하는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사고를 갖추게 된 것이 아닐까한다. 사람에게 어떤 사상이 중요한 것은 그를 토대로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사서삼경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깨우치고 그에 맞는 사고에 따라 살아간다.

이러니 사서삼경은 실제로 조선시대를 지배했던 사상이다. 어릴 때부터 이를 배운 것은 무엇보다 지배자에게는 주류 사회에 들어가기 위한 당연한 과정이었다. 이를 모르면 주류사회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이해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그 덕분에 조선시대에 맞는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 듯하다. 한편으로 이런 것들을 양반이나 양반이 되려는 사람에게만 전달하며 더 공교하게 체제를 구축하는 시스템이었다. 현대에 들어 고전이라 불리게 돈 사서삼경이다.

이 중에서 이 책인 <시경>은 시를 모았다고 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시는 인간의 다양한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도구다. 과거에는 특히나 시가 가장 으뜸이지 않았을까한다. 시경은 원래 3천편 정도 있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 공자가 311편으로 줄였고 현재는 그 중에서도 305편 정도만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원래 시라는 건 그 본연의 언어로 읽어야 느낌과 뜻이 제대로 전달된다. 이 책은 그런 시경이 전부 한자로 되어 있기에 한글로 풀어낸 책이다.

책에 나온 모든 걸 전부 제대로 읽지는 않았다. 내 능력 밖이기도 했고 소화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몇 편 정도만 읽었다. 다소 소프트 한 것만 읽었다. 그런 몇 편을 소개하며 끝낸다.

그대의 옷깃
푸르고 푸른 그대의 옷깃이여, 아득하고 아득한 내 마음이여! 내가 비록 만나러 가지 않았다고, 그대는 어찌하여 소식마저 끊는단 말인가!
푸르고 푸른 그대의 패옥이여, 아득하고 아득한 내 그리움이여! 내가 비록 만나러 가지 않았다고, 그대는 어찌하여 오지도 않는단 말인가!
이리저리 선 누각에 올라, 오가는 이들을 바라보네. 하루라도 그대를 만나지 못하면, 석 달이나 된 듯하다네.

달이 뜬다
달이 떠서 밝게 비추니 어여쁘고 어여쁜 우리 님이로구나. 어이하면 그윽한 시름을 떨치리오. 내 마음만 안타깝구나.
달이 떠서 환하게 비추니 어여쁘고 아름다운 우리 님이로구나. 어이하면 우울한 시름 떨치리오. 내 마음만 고달프구나.
달이 떠서 하얗게 비추니 어여쁘고 횃불 같은 우리 님이로구나. 어이하면 몇힌 근심 풀까나. 내 마음만 참담하구나.

연못의 둑
저기 연못의 둑에 오르니 못 안엔 부들과 연꽃이 있다네. 아름답고 늠름한 한 사람이 있으니 아픈 내 마음 어이할까나. 난 자나 깨나 아무 일도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줄줄 흘린다네.
저기 연못의 둑에 오르니 못 안엔 부들과 난초가 있다네. 아름답고 늠름한 한 사람이 있으니 크고도 장대하여 아름답구나. 난 자나 깨나 아무 일도 못하고 하염없이 애만 태운다네.
저기 연못의 둑에 오르니 못 안엔 부들과 연꽃 봉우리 있다네. 아름답고 늠름한 한 사람이 있으니 크고도 장대하여 의젓하구나. 난 자나 깨나 아무 일도 못하고 하염없이 베개 안고 뒤척인다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침체의 교훈 - 재정 정책 VS 금융 정책
리처드 C. 쿠 지음, 김석중 옮김 / 더난출판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대공황의 원인에 대해서 명확한 이유를 모른다. 또한 대공황이 끝난 것도 확실하지 않다. 끝난 것만 확실 할 뿐 어떤 부분에서 큰 역할을 했는지 여부는 아직까지 합의가 없다. 그나마 통화로 이유를 설명하고 처방전을 제시한 후대의 경제학자들의 설명이 힘을 얻었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 어떻게 보면 살짝 다른 논거를 제시하는 책이 <대침체의 교훈>이다. 통화를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처방이 완전히 잘 못 되었다는 것도 결코 아니다.

차이는 이거다. 원인과 결과에 대해 달리 보니 처방도 삐끗했다는 것이다. 대차대조표에는 자산과 자본과 부채가 있다. 여기서 자산이 늘어나면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부유해졌다고 생각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부유해졌으니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한다. 이에 따라 부채가 늘어난다. 부채가 늘어난만큼 자산이다. 자산은 부채와 자본의 합이다. 늘어난 자산에 더욱 부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늘어난 자산이 부채덕분이라는 것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다.

누구나 부채를 늘려 자산을 키우려 한다. 이런 버블의 과정이 생겨야만 불황도 온다. 버블이라는 표현이 다소 성급한다면 호황이라고 하면 된다. 호황이 오면 다들 늘어난 자산만큼 신난다. 문제는 호황은 언제까지 지속되지는 않는다. 언젠가는 호황이 끝난다. 호황이 끝나면 불황이 찾아온다. 이럴 때 불황을 탈출하기 위해 돈을 풀어버린다. 통화 정책이라는 것이다. 일본이 1990년을 기점으로 불황에 빠졌다. 모든 경제학자들은 당시 일본이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한다.

열심히 돈을 풀고 은행에서 대출을 해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불황에서 금방 탈출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대차대조표 침체에 빠졌기 때문에 그렇다고 주장한다. 자산에서 부채가 문제가 되었다. 자본에 비해 부채가 많았다. 자산이 늘어났으니 부채도 많다. 침체가 오면 부채를 줄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기업은 더이상의 부채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 은행에서 민간이나 기업에게 주는 것은 공돈이 결코 아니다.

어려운 순간이 찾아왔으니 이를 돕기위해 공짜로 쓰라고 주는 돈이 결코 아니다. 어디까지나 부채를 빌려준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서 부채를 받아서라도 위기를 벗어나려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더이상의 부채를 받으려 하기 보다는 부채를 갚는 것에 전력질주를 한다. 자산이 줄어들었으니 자본과 부채에서 자본보다 부채가 더욱 문제가 된다. 이 부채를 갚아야만 자산건전성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피부로 알고 실천하려한다.

은행에서 아무리 유동성을 시중에 뿌리려고 해도 기업이 부채를 받지 않으려 하는데 돈이 풀릴리가 없다. 이런 상황을 모르면서 은행에게 대출을 해주 않는다고 하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잘못 파악한 것이다. 은행이 대출을 해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대출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 유동성이 퍼지지 않는 이유였다. 금리를 내려도 대출을 갚을 뿐이었다. 이런 대차대조표 침체가 오면 유동성을 뿌리려 한다고 쉽게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유동성이 퍼지지 않는 이유다.

저자가 말하는 것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다만 이 책은 2000년 후반에 나왔다. 이제 막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였다. 그때에 일본은 2000년 대 중반에 경제가 다시 살아났다. 이를 근거로 저자는 일본에 대한 칭찬을 엄청나게 한다. 일본이 외국 경제학자들의 생각과 달리 단순히 돈을 뿌리는 것만이 아닌 재정정책을 통해 돈이 돌도록 했었다. 일본 정부가 잘 했기에 일본은 현재 벗어났다고 말한다. 어느덧 10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일본은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저자가 그렇게 주장한 이유는 일본은 자산이 줄었다고 해도 매년 GDP는 늘었다. 일본이 수출을 잘했고 그로 인해 GDP는 늘었다. 대신에 줄어든 자산이 회복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2000년대 중반에 어느 정도 침체에서 탈출했던 일본은 기지개를 펴고 도약을 하려 할 때 음융위기가 터지면서 다시 주저않게 되었다. 일본에서 수출은 중요하지만 지금은 내수가 더 중요해진 듯하다. 다른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봐도 일본은 내수위주라고 표현을 한다.

침체가 왔을 때 기업이든 민간이든 가장 최우선 순위는 건전한 자산을 만드는 것이다. 부채를 지고 자산을 불리는 것보다는 현금을 많이 모아 부채를 갚는데 집중한다. 너무 큰 부채를 갖고 있으면 자산이 많아도 소용없게 된다. 부채가 자산을 집어먹는다. 자산의 가치는 줄어드는데 부채는 줄지 않고 그대로다. 다들 수익을 위해 전력하기 보다는 부채를 갚아 자산이 적어도 건전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침체에서 살아남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고 탈출할 수 있는 대안이다.

책에서 저자가 주장한 것과 달리 지금 돌아보면 금융위기는 일본보다 미국이 더 잘 벗어났다. 재정보다는 금융정책을 우선했던 미국이다. 현재 코로나 펜데믹 이후에는 많은 국가에서 SOC등을 통한 것도 있지만 아예 국민에게 직접 돈을 살포하고 있다. 공짜 돈을 주면서 쓰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유동성이 엄청나게 풀려 자산가격이 상승했다. 대차대조표에서 자산이 늘었는데 부채의 역할이 크다. 언제까지 이 부채로 쌓은 자산이 갈지는 모르겠다. 선제적으로 대차대조표를 건전하게 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저자의 주장과 달리 펼쳐졌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정답은 없는 경제

함께 읽을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