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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는 도파민 - 무모하고 맹렬한 모든 처음에 관한 이야기
김의경 외 지음 / 마티스블루 / 2025년 5월
평점 :
뭔가를 처음 시작하는 건 언제나 흥분되고 긴장되면서 초조해지기 마련이다. 초심을 잃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처음에느 모든 게 낮설고 신선하다. 익숙하지 않다보니 전부 생경하고 새롭다. 몇 번 반복하다보면 그런 느낌과 감정은 사라진다. 경험이 쌓일수록 사람은 더이상 흥분하지도 않고 아무 생각없이 기계처럼 한다. 다른 걸 하면서도 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른다. 처음 가는 길에는 다른 행동을 하지 못한다. 계속 두리번 거리며 주변을 돌아보며 걷게 된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니 GPS를 통해 폰에 있는 지도를 본다. 지도에 있는 지명을 보면서 주변을 둘러보면서 끊임없이 내가 어디에 있는 지 확인한다. 잘못하면 지나치기도 한다. 처음 간 길은 더욱 조심스럽다. 걸어간다면 그럴 수 있지만 운전하면 더욱 조심스럽다. 잘못해서 지나치면 다시 돌아가는 건 엄청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새로운 곳도 몇 번 가면 그 다음부터는 지도를 보지도 않는다. 주변을 잘 살피지도 않는다. 폰으로 유튜브를 보며 걷게 되기도 한다.
이처럼 처음이라는 건 언제나 낯설지만 우리에게 새로운 걸 준다. 그걸 도파민이라고 할 수 있다. 도파민이 샘솟는다는 표현을 한다. 이걸 착각하면 도파민만 쫓게 된다. 도파민이 샘솟을 때 내 감정을 스스로 주체할 수 없게 된다. 짜릿짜릿할 수도 있다. 힘들도 어렵고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이건 전부 도파민이 우리를 지배하는 일종의 시스템이다. 그러니 처음하는 경험은 전부 도파민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도파민이 덜 생기는 이유일지도.
<처음이라는 도파민>은 단편소설 묶음이다. 총 4명의 소설가가 각자 도파민이라는 소재를 갖고 각자 자신의 상상력을 근거로 내용을 풀어낸다. 그러니 읽다보면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사람은 자신만이 갖고 있는 개성과 취향이 있다. 이게 맞아 떨어지면 너무 재미있다. 동 떨어진 작품이면 좀 지루하기도 하고 별로일 수 있다. 해당 작품이 나쁘다 좋다 개념은 결코 아니다. 총 4편의 작품이 있다보니 개인적인 호불호도 있기 마련이라 그런 관점으로 읽었다.
첫번 째 작품인 '첫 키스처럼 조심스럽게'는 대치동 키즈에 대한 이야기다. 첫번 째 작품을 읽고 이 소설 집이 청소년 용인가 했었다. 최근에 이 책을 선물한 조영주 작가가 청소년 단편 소설집을 많이 펴내 그런 지 알았다. 읽어보니 그건 아니었다.강남에서는 이미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를 가기 위한 학원이 존재한다. 초등학생 때 심지어 고등학교 과정을 끝낸다는 이야기도 있다. 초등학생이 그런 과정을 이미 끝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강남 대치동 학원을 다니는 모든 아이가 의대를 가는 것도 아니고. 특히나 이번에 의대 증원으로 갈 수 있는 인원이 확 늘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살짝 어지간한 아이들도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첫 번째 내용은 솔직히 다소 뻔한 내용으로 흘렀다. 마자믹 결론도 예측 가능했다. 대신에 단편소설이라고 하기 힘들었다. 그보다는 장편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도입부에 해당하는 느낌을 가졌다. 차라리 이어가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인 이혼을 앞두고 열애 중은 생각지도 못한 상속을 받게 된다. 그것도 장인 어른에게서 채무가 상속되었다는 연락이 온다. 결혼한 적도 없는 데 이런 상황이 생겼다. 주민센테에 확인하니 결혼한 게 맞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으니 난리다. 결혼한 것도 놀랄 일인데 빚까지 생겼으니 이걸 해결해야 한다. 나도 모르는 결혼 당사자를 찾아가 해결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결혼 자체가 처음인데 하지도 않은 일인데 생겼다. 세번째는 내게 책을 선물한 조영주 작가의 첫 졸업이다.
직전 장편 소설이 치매 관련이었는데 이 단편도 치매가 소재였다. 도파민이라는 소재답게 생각지 못한 도파민을 다룬다. 짜릿하다는 표현을 한다. 평소에 내가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할 때 도파민이 돈다라고 표현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게 한 행동으로 짜릿한 도파민을 느낀다. 문제는 좋은 일이 아닌 나쁜 짓을 할 때마다 느끼면서 중독 증상까지 보인다. 꽤 흥미롭지만 인간이 그런 존재다. 평소 단편소설집은 5편 정도 되는데 이번에는 4편이라 좀 더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