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는 도파민 - 무모하고 맹렬한 모든 처음에 관한 이야기
김의경 외 지음 / 마티스블루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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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처음 시작하는 건 언제나 흥분되고 긴장되면서 초조해지기 마련이다. 초심을 잃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처음에느 모든 게 낮설고 신선하다. 익숙하지 않다보니 전부 생경하고 새롭다. 몇 번 반복하다보면 그런 느낌과 감정은 사라진다. 경험이 쌓일수록 사람은 더이상 흥분하지도 않고 아무 생각없이 기계처럼 한다. 다른 걸 하면서도 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른다. 처음 가는 길에는 다른 행동을 하지 못한다. 계속 두리번 거리며 주변을 돌아보며 걷게 된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니  GPS를 통해 폰에 있는 지도를 본다. 지도에 있는 지명을 보면서 주변을 둘러보면서 끊임없이 내가 어디에 있는 지 확인한다. 잘못하면 지나치기도 한다. 처음 간 길은 더욱 조심스럽다. 걸어간다면 그럴 수 있지만 운전하면 더욱 조심스럽다. 잘못해서 지나치면 다시 돌아가는 건 엄청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새로운 곳도 몇 번 가면 그 다음부터는 지도를 보지도 않는다. 주변을 잘 살피지도 않는다. 폰으로 유튜브를 보며 걷게 되기도 한다.


이처럼 처음이라는 건 언제나 낯설지만 우리에게 새로운 걸 준다. 그걸 도파민이라고 할 수 있다. 도파민이 샘솟는다는 표현을 한다. 이걸 착각하면 도파민만 쫓게 된다. 도파민이 샘솟을 때 내 감정을 스스로 주체할 수 없게 된다. 짜릿짜릿할 수도 있다. 힘들도 어렵고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이건 전부 도파민이 우리를 지배하는 일종의 시스템이다. 그러니 처음하는 경험은 전부 도파민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도파민이 덜 생기는 이유일지도.


<처음이라는 도파민>은 단편소설 묶음이다. 총 4명의 소설가가 각자 도파민이라는 소재를 갖고 각자 자신의 상상력을 근거로 내용을 풀어낸다. 그러니 읽다보면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사람은 자신만이 갖고 있는 개성과 취향이 있다. 이게 맞아 떨어지면 너무 재미있다. 동 떨어진 작품이면 좀 지루하기도 하고 별로일 수 있다. 해당 작품이 나쁘다 좋다 개념은 결코 아니다. 총 4편의 작품이 있다보니 개인적인 호불호도 있기 마련이라 그런 관점으로 읽었다.



첫번 째 작품인 '첫 키스처럼 조심스럽게'는 대치동 키즈에 대한 이야기다. 첫번 째 작품을 읽고 이 소설 집이 청소년 용인가 했었다. 최근에 이 책을 선물한 조영주 작가가 청소년 단편 소설집을 많이 펴내 그런 지 알았다. 읽어보니 그건 아니었다.강남에서는 이미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를 가기 위한 학원이 존재한다. 초등학생 때 심지어 고등학교 과정을 끝낸다는 이야기도 있다. 초등학생이 그런 과정을 이미 끝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강남 대치동 학원을 다니는 모든 아이가 의대를 가는 것도 아니고. 특히나 이번에 의대 증원으로 갈 수 있는 인원이 확 늘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살짝 어지간한 아이들도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첫 번째 내용은 솔직히 다소 뻔한 내용으로 흘렀다. 마자믹 결론도 예측 가능했다. 대신에 단편소설이라고 하기 힘들었다. 그보다는 장편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도입부에 해당하는 느낌을 가졌다. 차라리 이어가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인 이혼을 앞두고 열애 중은 생각지도 못한 상속을 받게 된다. 그것도 장인 어른에게서 채무가 상속되었다는 연락이 온다. 결혼한 적도 없는 데 이런 상황이 생겼다. 주민센테에 확인하니 결혼한 게 맞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으니 난리다. 결혼한 것도 놀랄 일인데 빚까지 생겼으니 이걸 해결해야 한다. 나도 모르는 결혼 당사자를 찾아가 해결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결혼 자체가 처음인데 하지도 않은 일인데 생겼다. 세번째는 내게 책을 선물한 조영주 작가의 첫 졸업이다.


직전 장편 소설이 치매 관련이었는데 이 단편도 치매가 소재였다. 도파민이라는 소재답게 생각지 못한 도파민을 다룬다. 짜릿하다는 표현을 한다. 평소에 내가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할 때 도파민이 돈다라고 표현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게 한 행동으로 짜릿한 도파민을 느낀다. 문제는 좋은 일이 아닌 나쁜 짓을 할 때마다 느끼면서 중독 증상까지 보인다. 꽤 흥미롭지만 인간이 그런 존재다. 평소 단편소설집은 5편 정도 되는데 이번에는 4편이라 좀 더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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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곽재식 지음 / 비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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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은 곽재식 작가가 쓴 책이다. 작가는 상당히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작가지만 공학박사고 과학자기도 하다. 여기에 상당히 박학다식해서 여러 방송에서 패널로 출연도 한다. 우연히 방송에서 하는 말을 들으면 진짜 아는 게 많다는 느낌을 받는다. 말도 제법 잘해서 방송국이 좋아할 캐릭터다. 생각보다 출연을 적게 하는 건 워낙 바뻐서 그런게 아닐까한다. 교수로도 학교에 재직 중이고 책도 상당히 많이 써내서 시간이 부족할 듯하다.

엄청나게 많은 책을 썼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1권도 읽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읽는 책과는 접점이 별로 없었던 게 아닐까한다. 이번에 뜻하지 않게 책을 읽게 되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이 감돈다. SF 장르라고 하는데 제목을 보면 심각하지 않을 듯했다. 어딘지 블랙유머로 내용이 전개되지 않을까도 싶었다. SF라고 하면 외계인이 나오고 헐리우드 영화에서 볼 법한 상상이 떠오른다. 책을 읽으니 전혀 아니었다. 지극히 평범한 지구인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화자가 다르다. 외계인이 지구를 보고 지구인의 생활과 행동을 분석하는 형식이었다. 보통 우리는 외계인은 무조건 지구인보다 월등한 기술을 갖고 있다고 본다. 아직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수많은 난제를 풀었다고 본다. 외계인을 직접 만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 개미가 사람을 직접 볼 수 없는 것처럼 지구인이 외계인을 보지 못한다. 그렇게 외계인이 지구에 대해 분석하는 내용이다. 언제부터 지구인을 관찰하고 분석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묘사되지 않는다.

지구인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사람이라고 한다. 사람을 대신 미생물이라고 표현한다. 외계 관점에서 인간은 아주 하찮은 미생물이다. 이건 전적으로 외계인이 엄청난 과학 기술이나 인지 능력 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유가 재미있다. 외계 젊은 측 사이에 유행이라는 거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람에 대해 묘사하는데 철저하게 외계인 관점이다. 나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외계인은 어떤 환경이나 상황에서도 생존이 가능한 듯하다. 인간을 묘사할 때 냉기로부터 몸을 보호하려 뭔가 두르고 있어야 한다고 묘사한다. 옷이라고 지칭하진 않는다. 외계인이 묘사하는 내용이라 그렇다. 몸에 1센티미터 지름 정도의 작은 구멍만 생겨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고 한다. 외계인은 구멍이 숭숭 뚫려도 생존에 전혀 상관 없는 듯하다. 우리에게는 최첨단인 핸드폰도 신기하게 바라본다. 굳이 왜 그런 기계를 통해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지.

직접 정신적으로 텔레파시 같은 걸로 의사소통을 멀리서도 한다는 뜻이다. 살짝 비틀기도 한다. 보통 외계인이 타고 오는 비행선인 우주선이 접시모양과 비슷하다. 이 점에 대해 외계인이 오판해서 그렇다. 보통 접시를 이용해서 뭔가를 먹는다. 지구에서 접시는 엄청나게 흔할 것이라 예상해서 비슷한 모양으로 보냈다. 그렇게 하면 별로 티가 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초기에 그랬을 뿐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접시모양으로 보내지 않는다.

비록 책이지만 실제로 최근 UFO와 관련된 내용이 별로 노출되지 않는다. 그 외에 다양한 사람에 대한 묘사가 꽤 재미있었다. 책 제목은 첫번째 단편이다. 여러 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이다. 첫번째 소설에서 빵이 들어간다. 내용이 전개되다 헌혈이야기로 옮겨진다. 헌혈하면 빵은 주는 이유에 대해 추론한다. 피가 엄청 중요한데 빵을 준다. 빵에는 뭔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 빵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게 아닐까라는 추측을 한다. 직접 빵을 훔쳐올 계획을 세운다.

두번째 단편은 영생을 살고 있는 사슴에 대한 이야기다. 신라시대 최치원에게 말씀을 듣고 그렇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이런 식으로 책은 기상천외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이걸 SF라고 하기에는 살짝 애매하긴 하다. 확실히 소설은 뛰어난 상상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쓰는 듯하다. 이 책에 나온 내용을 평범한 나는 도저히 상상도 못할 듯하다. 곽재식 작가는 소설 뿐만 아니라 괴물을 비롯한 다양한 책도 썼다. 엄청난 인기는 못 얻어도 이런 생각이나 상상도 가능하다면서 보면 재미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좀 허탈한 느낌도 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당신의 상상력을 넓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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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스릴러 - 앙리 마티스의 그림에서 발견한 가장 어둡고 강렬한 이야기
정해연 외 지음 / 마티스블루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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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있는 마티스는 앙리 마티스 화가를 의미한다. 앙리 마티스는 프랑스 태생으로 야수파를 창시했다고 한다. 워낙 유명한 화가라 나도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다. 앙리 마티스가 그린 <춤>, <루마니아 풍의 블라우스를 입은 여인>, <이카루스> 등은 아마도 다들 얼핏이라도 보지 않았을까한다. 한국에서도 몇 번 씩 전시회를 할 정도로 사랑받는 작가다. 사실 앙리 마티스와 스릴러라는 조합은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앙리 마티스가 딱히 신비로운 삶을 살지도 않았다.

어차피 이런 건 전혀 상관은 없다. 작가는 아주 작은 걸 갖고도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한다. 길가에 떨어진 바늘을 발견하고도 살인 사건의 단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앙리 마티스 그림을 갖고 스릴러를 쓰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굳이 왜 앙리 마티스냐고 한다면 최근에 전시회가 있었다. 이걸 모티브로 삼지 않았을까한다. 총 5명의 작가가 단편 소설을 썼는데 겹치는 그림은 없었다. 그림을 근거로 내용이 이뤄진다. 서로 협의를 했는지까지는 모르겠다.

나는 책에 나온 순서대로 재미있었다. 어떤 순서로 결정되었는지 모르지만 그랬다. 스릴러라는 장르 특성을 볼 때는 순서대로 더욱 스릴러같았다. 어쩌면 미스터리라는 범위로 확장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좀 더 해결 불가능하고 미스터리한 내용이 들어간 작품을 좀 더 선호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첫번째 소설 피아노레슨을 모티브로 한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진다. 결론도 그렇게 끝난다. 해결이 아닌 또 다른 과제를 던지며 끝난다고 해도 된다.

그림을 볼 때 사람마다 다른 관점으로 본다. 작가가 의도한 부분도 있다. 작가가 그걸 밝히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꼭 그게 아니라도 그림을 본 사람이 원하는대로 볼 수도 있다. 작품이 위대하다고 할 때 바로 그런 이유가 아닐까한다. 그림을 보면서 내게 말을 걸어온다는 표현도 한다. 그림을 보면서 의미를 해석하며 집중하다보면 그렇다. 내가 그런 적은 없지만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정도로 특정 작품에 대해 골똘히 보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첫번째 소설인 피아노 레슨은 어떻게 보면 그런 내용이다. 그림이 내게 말을 건다. 그림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고 하라고 독려한다. 사실은 그림이 말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에서 요구하는지도 모른다. 그걸 그림이 말했다고 착각하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정신은 너무 복잡다단해서 여전히 미지의 세계다. 누군가 그걸 믿는다면 믿는대로 되는 경우가 있다. 내가 믿는바가 터무니 없어도 마찬가지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게 바로 믿음이라는 영역이다.

두번째 소설은 유서라는 제목이다. 이것도 역시나 앙리 마티스의 이카로스 그림을 모티브로 한다. 꽤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명과 암을 간직한 형제 이야기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해서 함께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누가 더 필요로 하는 사람인지 헛갈린다. 또는 누구때문에 이렇게 성공했는지 애매하다. 서로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또는 서로 자신때문에 성공했다고 믿는다. 내용이 전개되면서 약간 예측한대로 진행되기는 한다. 여기서 쪽지가 나온다.

쪽지가 좀 더 미스테리하거나 심령적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완벽한 범죄를 보여주면 안 될까. 그런 생각도 하게 된다. 대부분 작품이 어쩔 수 없이 권선징악적으로 흐르는 게 아닐까. 그거 자체가 깔끔하긴 하지만. 단편이 아닌 장편으로 만들어도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번째 작품은 통일 한국을 그리는 좀비 여인의 초상이다. 이븐 랑베르앙의 초상이 모티브다. 통일은 되었는데 상황이 좋은 건 아니다. 핵이 터진 세계다.

서울에 그런 이유로 좀비들이 살고 있다. 그곳에서 뭔가를 가져와야 하는데 그게 바로 앙리 마티스의 이븐 랑베르앙의 초상이다. 이게 얼핏 볼 때 좀비처럼 보이고 옷인 한복같다고 하는데 진짜 그렇게 보였다. 그 외에 다른 두 작품도 앙리 마티스 그림이 모티브다. 전혀 상관없을 듯한 전개가 이어진다. 그림을 보고 그런 소재를 이끌어 낸 걸 보면 확실히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듯하다. 장르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듯하다. 단편이라 하나씩 읽어도 충분하니.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개인적인 재미가 다르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짧게 읽을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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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나르시시스트 생각학교 클클문고
조영주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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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을 전혀 몰랐을 때는 유치하다는 생각을 했다. 청소년 소설이라니 로맨스를 생각하기도 했다. 막상 몇 권을 읽은 후에 내가 큰 착각과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청소년이 나올 뿐 성인과 차이는 없다. 성인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이 청소년에게도 벌어진다. 더 심한 건 성인은 어느 정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라도 있지만 청소년은 그마저도 없는 경우가 많다.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자립적인 선택을 못하는 경우도 아주 많다는 게 사실이다.

촉법소년을 보더라도 그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성인과 다를 바는 없다. 그런 이유로 단순히 성인이 아니라서 처벌을 가볍게 하는게 맞냐는 말도 많다. 청소년이 주인공일 뿐 그 안에서 전개되는 내용은 어른과 상관없다. 아주 좋은 내용도 많다는 걸 알고 청소년 소설도 편견없이 읽으려고 한다. 이번에 읽은 책은 <내 친구는 나르시시스트>이다. 나르시시스트는 자기를 사랑하는 정도가 너무 심한 사람을 말한다. 너무 적어도 문제지만 과도한 건 늘 문제가 된다.

나르시시트는 어느 정도는 매력적이다.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누가 봐도 멋질 수 있다. 자신이 자신을 사랑하는데 멋지게 꾸미고 가꾸는 건 당연하다. 자신에게만 향하만 큰 문제는 없지만 타인에게도 적용될 때 문제가 된다. 내 편견인지 몰라도 나르시시트는 거의 대부분 예쁘거나 잘 생기거나 어딘가 남들보다 뛰어난 면이 분명히 있다. 노력해서 그렇게 만든 것인지, 타고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 면을 스스로 사랑하고 남들도 그 부분에 있어 매력을 느낀다.

책은 단순히 나르시시트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여러 이야기가 섞여 있다. 주인공은 해환이다. 어릴 때부터 폰이 없어 책 읽는 게 취미였고 특기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공부를 잘 하게 되었다. 초등학생 때 계속 폰이 없었다. 이때만 해도 왕따가 되어도 잘 모르게 된다. 최근에는 거의 모든 일이 폰을 통해 이뤄진다. 카톡이나 인스타나 여러 SNS 등을 통해 서로 연락하고 대화를 한다. 특히나 단체채팅 방을 만들어 그곳에서 의견을 공유하고 소문이 퍼진다.

해환은 폰이 없으니 오히려 그런 일없이 중학교 가서도 당장 문제는 되지 않는다. 사실 부모 교육일 수 있어도 난 찬성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전부 폰을 갖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건 스스로 이상한 아이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모의 교육철학일 지라도. 그나마 해환은 공부를 엄청 잘해서 1등이라고 한다. 이 부분에 있어 내 기억에 공부를 잘 하는 아이는 왕따가 되지 않았던 거 같던데. 책의 주인공인 해환은 왕따였다. 보통 공부를 잘하면 건드리지 않는다.

뭔가 약간 공부 잘하는 것만으로 다른 존재로 여기며 서로 인정하는 분위기로 안다. 그럼에도 왕따였다니 그건 좀 신기하게 보였다. 기본적으로 공불를 1등 할 정도면 언제든지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가 토대는 있다. 해환은 반에서 엄청 잘 나가는 애리를 알게 된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나애는 늘 주변에 아이들을 몰고 다닌다. 인기도 최고라서 언제나 인기투표에서는 1등을 독차지한다. 해환과 나애가 서로 엮일 일은 없어 보였지만 해환이 나애의 타겟이 된다.

왕따였던 해환은 나애가 자신을 친구처럼 대해주면서 왕따에서 벗어난다. 그런 후에 여러 내용이 전개되는 소설이다. 제목에 나르시시트가 들어갔는데 왕따와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누군가는 왕따를 당하지만 누군가는 왕따를 시킨다. 대부분 작품에서 왕따를 시키는 사람은 못된 걸로 묘사한다. 왕따 시킨 아이가 왕따가 되거나 자기 마음을 고백할 때면 다른 말을 한다. 자신도 왕따를 당할까봐 두렵다고. 자신도 왕따를 당했다는 말도 하는 작품이 많다.

그렇게 볼 때 왕따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가 아닌가도 한다. <내 친구는 나르시시트>는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낼 지 궁금했다. 아무래도 이게 딱히 정답은 없다. 비슷한 답도 내긴 힘들다. 인간사이 관계나 감정은 쉬운 문제가 아니라 그렇다. 대신에 마지막에 나름 열린 결말로 다소 희망적이긴 하다. 솔직히 소설에 나온 나애가 변할 지는 의문이다. 소설을 읽으니 나애도 생존을 위한 선택처럼 보여서. 그나마 청소년 시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 어느 정도 극복하는 듯하다. 책을 쓴 작가가 마지막에 고백한 걸 보면.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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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괴이 비채 미스터리 앤솔러지
조영주 외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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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와 꼬꼬무를 거의 보질 않는다. 그러다보니 이 책 <십자가의 괴이>에 나온 소재를 잘 몰랐다. 6명의 작가가 썼는데 같은 소재로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풀어냈다. 첫번째인 조영주 작가 소설을 읽을 때는 잘 몰랐다. 두번째, 세번째를 읽고나서 알게 되었다. 모든 소설이 전부 십자가 사건을 근거로 작성되었다는 걸. 그러다보니 저절로 궁금해져서 찾았다. 십자가는 기독교에는 엄청난 의미를 지녔다.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너무 큰 상징이라 그렇다.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건 역시나 눈에 보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십자가만큼 확실하고도 분명한 상징이 없다. 특히나 십자가는 예수님이 못박혀 돌아갔다는 절대적인 상징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고 고행 길에 나서는 사람도 있다. 여러 엑소시스트 영화에서는 십자가로 악마를 물리친다. 이런 십자가에 사람이 죽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찾아보니 십자가에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는 건 피를 계속 쏟으며 과다출혈로 죽었다는 뜻도 된다.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는데 타살이 아닌 자살로 결론이 났다. 심지어 죽은 사람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것과 똑같았다. 옆구리에 상처까지 있는 상태에서 양 손과 발이 못박혀 있었다. 도저히 이걸 자살이라고 할 수 없다. 자신 스스로 못을 박아 죽는게 말이 되나? 그것도 양 손을 전부 그럴 수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프로에서 딱 좋아할 소재다. 죽은 사람이 사이비 종교에 심취해 있었고, 죽을 당시가 부활절 근처였다. 이런 소재를 근거로 <십자가의 괴이>가 써졌다. 소설가마다 직접적으로 해당 사건을 근거로 쓴 작가도 있다. 그걸 단순히 소재로 활용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쓴 작가도 있다. 그러다보니 각자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꽤 기발하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도 있다. 직접적으로 해당 사건을 모멘텀으로 쓴 내용은 좀 더 빠져 읽었다.

또한 예전 한강 실족 사건을 엮은 내용도 있다. 그런 면에서 작가란 상상력 대장이다. 창작하는 건 고통스러울지라도 자신도 모르게 그런 연결을 떠올리고 신나하지 않았을까한다. 첫번째 소설을 쓴 조영주는 자신의 경험담을 근거로 썼다. 십자가 사건이 워낙 신비한 느낌을 있다보니 대부분 작가가 추리적인 요소를 넣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심령적인 요소가 많다. 조영주 작가는 망막분리를 겪었다. 실제로 자신이 겪은 내용을 십자가 사건과 엮어 재미를 줬다.

내용이 살짝 빙의같은 느낌도 주는 형식이었다. 제일 재미있게 읽은 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쓴 전건우 작가였다. 십자가 사건 자살한 사람이 사이비 종교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엮었다. 여기에 소설 주인공이 편집자다. 작가가 십자가 사건을 모티브로 쓰는데 신기하게도 자신이 쓴 내용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걸 편집자가 작가가 쓴 내용을 읽으면서 알게 된다. 이런 내용이 사실은 십자가 사건의 사이비 종교에서 만들었다는 식으로 전개되어 재미있게 읽었다.

박상민 작가의 소설도 흥미로웠다. 최근 사회적 처벌에 대한 작품이 많다. 이 소설도 그런 내용이다. 한강에서 실종 된 걸로 된 후 실족되었다며 화제가 된 사건을 다룬다. 소설에서는 직접적인 연결은 없다. 대신에 남은 사람이 어떻게 이를 풀어낼 지에 대한 이야기다. 공권력의 무능에 치를 떤다. 충분히 사실을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이에 대해 남은 자들이 직접 조롱도 하면서 왜 그게 문제인지를 직접 시현 등으로 세상에 밝히려고 하는 내용이다.

이상하게도 작품에서 무진이라는 도시가 많이 나온다. 실제로는 없는 도시다. 아마도 진짜가 없다는 뜻으로 쓰는 게 아닐까한다. 소설에서도 특정 도시를 무진으로 활용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이런 옴니버스 소설은 여러 작가들이 쓴 내용을 읽는 재미가 있다. 같은 소재라도 작가에 따라 풀어내는 방식이 다르다. 게다가 솔직히 그 중에서 내가 좀 더 재미있게 읽는 작가도 있다. 이건 나랑 결이 맞기에 그런게 아닐까한다. 너무 신기한 십자가 사건을 소재로 쓴 소설이라 재미있었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좀 더 길었으면도 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믿을 수 없는 사건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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