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들과 함께하는 주말날씨는 맑음이다.
새벽에 일어나 방 안 공기를 바꾸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꽤나 쌀쌀한 바람이 들어와서 놀랐다. 시원이 아니라 추웠다.
습하고 후덥지근했던 날을 생각하면 더 좋았지만...
얼른 문을 반만 닫고, 박노해 시인의 <눈물꽃 소년>을 펼쳤다.
책 표지가 민트색인데 보기만 해도 밝고 상쾌하다.
이분이 ‘평이’라고 불리던 어린시절을 담은 자전 수필인데, 아직 3분의 1정도 밖에 못 읽었지만 읽기 너무 잘 한 것 같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 전라남도의 작은 마을인 ‘동강’에서, 아버지를 여윈 어린아이 평이를 걱정해 온 동네 사람들이 사기를 북돋아 주듯 칭찬을 아끼지 않고 챙겨주는 모습이 가슴 뭉클했다.
또 그에 힘입어 어른들 부탁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이 어딘가 애잔하지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이번에 함께 구매 한 책이 또 있다.
인디라 간디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던 1975년에서 1977년을 주요 역사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 인도 뭄바이 파르시 집안에서 태어난 로힌턴 미스트리의 <적절한 균형>이다.
인도는 1947년 독립 이후 카스트제도가 법적으로는 폐지 되었지만,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의 인식에 뿌리를 내리고 굳어버린 만큼 차별은 존재한다. 한 개인을 이 계급에 기준을 삼고 나눈다는 것이 끔찍할 뿐이다. 거대한 국가권력이 저지른 폭력 앞에 맞서 버텨낸 사람들의 강인함을 알 수 있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택했다.
벽돌책이지만 글자크기가 작지 않아서 압박감 없이 꽤 잘 읽힐 것 같다. 자간과 줄간격도 맘에 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권 더.
아우슈비츠에 수감 되었던 프랑스 극작가 샤를로트 델보의 <우리 중 그 누구도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는 레지스탕스 혐의로 체포 되었던 그녀의 회고록이다. 살아 돌아온 자로써 목숨을 잃은 동료들을 생각하며 사명감으로 적었을 것이다.
영화나 책으로 많이 접해도 늘 익숙하지 않는 고통과 참담함을 주는 아우슈비츠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 또한 기대된다.
오늘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라서 그런지 역사의 한 순간이 되는 끔찍한 그 날들을 목격한 분들의 시선에도 집중하게 된다.
노동운동을 하며 현장의 진실을 기록하며 투쟁하며 희생했던 박노해 시인의 할머니께서 어린 손자에게 하신 말씀이 왠지 오늘 더 먹먹하게 다가온다.
(P. 33) ˝우리 평이는 겨울이면 동백꽃을 쪼옥 쪼옥 빰시롱 ‘달고 향나고 시원하게 맛나다’ 했는디, 올해 동백꽃 맛은 어쩌드냐아. 나는 말이다, 아가. 네 입에 넣어줄 벼꽃도 깨꽃도 감자꽃도 아욱꽃도 녹두꽃도 오이꽃도 가지꽃도 다 이쁘고 장하고 고맙기만 하니라. 이 할무니한텐 세상에서 우리 평이가 젤 이쁘고 귀한 꽃이다만 다른 아그들도 다 나름으로 어여쁜 꽃으로 보인단다. 아가, 최고로 단 것에 홀리고 눈멀고 그 하나에만 쏠려가지 말그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