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그냥 영화의 줄거리이자 내용이다. 그저 그런 독립영화이겠거니 하며 봤는데 이게 보다 보면 이상하게 재미있다.

그래서 찾아보니 이 감독이 만든 영화를 내가 몇 편이나 봤다. 특히 [따뜻하고 따뜻하고 뜨겁고]라는 영화를 봤을 때 꽤나 재미있게 보고 리뷰를 적었던 기억이 있다.

이 감독의 특징이라면 주인공 여배우가 이전에 야스배우이거나 그라비아 모델이거나. 음지에 있던 배우들을 정극 영화로 끌어들였다. 그래서 연기가 어색한가 하면 또 그건 아니다.

이 영화의 문제점(은 아니지만)이라면 주인공 여자배우가 너무 예쁘다는 것이다. 청불이라 야하고 자극적인 장면도 있다.

남녀 주인공은 결혼한 지 몇 년 되지 않았는데 서로 결혼 생활에 금이 가고 서로 헤어지게 되었다. 손님과 부동산 직원으로 만나서 서로를 알아가는 내용인데 이게 보다 보면 꽤나 볼만하다.

사요코는 료헤이를 버리고 도망가 버린 아내를 찾는데 동참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혼카이도로 어디로 료헤이의 부인을 찾으러 다닌다.

소식을 듣고 그 지역에 가면 없고, 또 가면 없고. 아내에게 물어보고 싶다. 왜 바람을 피우고 도망을 갔는지. 사요코는 료헤이가 좋지만 아직 마음속에 아내가 있기에 청춘처럼 몸의 대화를 막 나눌 수 없다.

영화는 두 사람의 일본의 끝으로 가는 여행길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본격적인 로드무비는 아니다.

이 영화의 특징이라면 가구전문디자이너인 사요코의 끝없는 밝음이다. 걸을 때 가만히 걷지 못하고 총총총 뛰어간다던지, 말을 할 때마다 후렴구를 붙인다던지. 마치 무료한 결혼 생활에 대항이라고 하는 것처럼 대책 없는 밝음을 보여준다.

점점 거기에 빠져는 료헤이. 그리고 료헤이의 아내와 사요코는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료헤이 덕분에 조금 친해지게 된다.

이 영화는 현실적인 문제를 그리고 있지만 정말 어른들의 동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그래서 꽤 재미있다.

재미있는 대사가 나온다. 같이 산지는 3년, 짧은 기간이 아니지만 기분은 금방 바뀌어 버린다는 대사다. 인간이란 그렇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제일 이상하고 이상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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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랑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밥을 한술 떠 눈물에 말아먹었더니 심장이 심한 기침을 한다 너를 은유로써 간직하고 싶지만 너는 너무도 구체적이다 고양이의 폭신한 발바닥 같은 너의 은유는 구체적이어서 쉽게 허물어진다

수고스러움을 버려가며 나는 너의 기억 속으로 허물을 벗고 들어간다 그곳에는 추억보다 고통이 많지만 나는 술이 되어 사람인지도 사랑인지도 모르고 가랑이를 찾는다

너는 나의 메타포라 나는 보이지 않는 헛된 것들을 버리려 태양과 맞서면서 내 몸에서 나는 진실의 냄새를 맡게 되었다 아무리 씻어도 냄새가 난다 나에게 너라는 절망의 냄새가 나고 나에게 너를 잃은 허무의 냄새가 난다 나에게 너가 떠난 소멸의 냄새가 진동을 하고 너를 놓쳐버린 눈이 타들어가는 검은 냄새가 코를 녹인다 그리하여 나는 살기 싫어 죽기로 결심했지만 죽음의 자리는 꽉 차 있기만 하다

떠나가라 가버려라 나는 그저 너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너의 사랑이 되는 것이었다

나를 위해 죽기보다 너를 위해 살기로 했다 어떻게든 살자 이렇게도 살고 저렇게도 살자 너를 떠올리며 눈물에 밥을 말아먹을수록 내 심장은 자신의 역할을 망각한다

나쁜 사랑아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살기 싫은 것이다 나쁜 사람아 나는 단지 너를 보고 싶으니 분쇄기에 내 육체를 넣어 갈아다오 그리하여 수만 개의 점이 되면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지는 유월에 하늘로 올려다오 저 먼 하늘의 끝에서 너를 지켜줄 수 있게 가끔 별이 떠 있는 밤하늘이 심하게 울면 내가 너를 떠올린다고 생각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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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온통 은유에 은유, 그 사이사이에 메타포가 다시 틈을 가득 채우고 있다. 겉으로는 외계인이 신체 강탈한 여자의 몸으로 식량을 찾으러 다니는 이야기지만 그 사이를 벌리면 은유가 말하는 것들에 대해서 조금은 알 수 있다.

인간 식량을 구하기 위해 로라의 몸을 빌린 외계인은 로라의 활동무대에서 멀리 벗어난 스코틀랜드의 아주 한적한 곳으로 간다.

감독은 스칼렛 요한슨을 주인공으로 스코틀랜드의 촌구석으로 가서 남자들을 만나는데 그 남자들 중에는 실제 현지인도 있다.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이 그저 영국 촌으로 온 미국의 아름다운 여성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스칼렛 요한슨 정도라면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배우가 아닌가. 그렇지만 그렇게 유명한 배우도 모르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가득 있다.

외계인이 사람의 육체를 강탈했지만 어쩌면 영화는 영화가 현실의 사람의 배역을 강탈해서 여주인공으로, 더 나아가서 영화라는 산업이 이 세계에 외계인처럼 미치는 이야기를 말하지 않을까.

나는 이 감독의 뮤비 중 [매시브 어택]의 뮤비를 아주 좋아한다. 그건 정말 예술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이 영화도 보는 이들에 따라 은유를 찾아서 끼워 넣으면 자기만의 이야기가 완성될지도 모른다.

대사는 별로 없지만 그 대사를 음악이 대신하는데 바이올린 연주라든가, 영화 음악을 듣는 것으로도 이 영화는 좋다. 영화라는 예술은 좋은 것이지만 영화라는 산업은 그렇게 아름답지 만은 않다.

그 검은 늪의 세계에 빠지게 되면 허우적거리며 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완벽할 것 같았던 로라도 의식과 감정의 변화를 일으킨다. 사람들 사이에 살아가지만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신경섬유종을 앓는 얼굴 장애의 남자 때문이다.

거기서 로라는 연민, 두려움, 애틋함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언더 더 스킨에서의 교감이란 것을 알게 된다. 굳건하던 영화라는 거대한 산업도 자신의 치부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로라가 한 남성과 야스 중에 성기의 이상함을 감지한다. 거기서 죽음, 몰락, 멸망의 공포를 느낀다. 스칼렛 요한슨의 껍데기로 들어간 로라가 나왔을 때, 하얀 눈이 내리는 가운데 불에 타서 연기가 되어 오르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었다.

언더 더 스킨은 생각하는 모든 현상에 집어넣어도 될 만큼 좋다. 감독은 영화를 마치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 화면으로 표현을 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제목은 경계나 경계선으로도 좋을 것 같다.

감정에도 경계라는 게 있고, 하늘과 하늘 사이에도 경계가 있다. 인간관계에서도 그 경계가 있고 영화와 관객 사이의 경계도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그 경계라는,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싶어서 악착같이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실수가 전부 실력이 되지 않고 실패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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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 이상은 노래가 나온다. 이상은이 부르는 [삶은 여행]은 깊이 있는 노래다.

이 정도의 노래를 만들려면 부딪치지 않고서, 경험 없이는 가사를 만들 수 없다.

좌절을 맛보고 절망을 벌리고 들어가서 그 속에 웅크리고 있는 작은 희망을 보고 나온 것 같은 가사다.


삶은 여행과 삶은 계란의 [삶]이라는 글자는 같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삶]이라는 명사와 [삶다]라는 동사는 비슷한데 다르다.

따지고 보면 [삶]과 [삶다] 사이에는 시간이 지나 익어가면서 영글어 가는 명확함이 있다.


그 사이에는 공백이 존재하고 그 공백을 어떤 식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명확함의 관념은 달라진다.

그 공백 속에는 [기반]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는 보통 [기반을 잡는다]라는 말을 한다.

기반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기반이라는 단어와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이상은의 노래를 들으면 기반이란

기. 본. 반. 찬.이라는 말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삶이라는 긴 여행에서

매일 기본 반찬을 챙겨 먹기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언젠가 끝나는 [삶은 여행]을 계속 듣고 있으면 조금 불안하다.

사랑이 시작됨과 동시에 두려움이 따라붙는 것처럼 행복 속에 싹트는 껄끄러운 불안이 고개를 든다.


늘 행복하다가 한 번 불행한 게 나은 삶일까,

썩 행복하지 않다가 한 번 행복해지는 것이 나은 삶일까.


삶이란 인간의 긴 여행이고 여행은 언젠가 끝이 난다.

소중한 널 잃는 게 두려워서 삶은 언제나 행복하지 만은 않다.


강해지지 않으면 더 걸을 수도 없다.

하지만 노래처럼 이젠 알 수 있을 때가 온다.

우리 모두는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라는 걸.


‘삶’이라는 단어를 떨어트려 놓으면 ‘사람’이 된다.

사람의 ‘ㅁ’과 ‘ㅁ’이 만나면 부딪혀 깎이고 깎여

시간이 흘러 ‘ㅁ’이 ‘ㅇ‘이 된다.

그리하여 '사람'은 '사랑'이 된다.



https://youtu.be/jeOg6SeGcVg?si=gfh3GM9YzHeDJa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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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은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일.

태블릿을 들여다보고,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일.

이 모든 중요한 일들을 위해

항상 충전을 해 놓는다.

충전이 충분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어쩌지 하는 마음이 든다.

충전이 된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불안에서 조금 멀어진다.

주위를 보면 어디서든 충전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무장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 기기들을 충전하는 일에만

너무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닐까.

정작 본인의 에너지는 고갈되고

닳고 닳아 없어지는데 알아채지 못하는 건 아닐까.

정말 충전이 필요한 건 내 몸,

내 정신이 아닐까.

밤새도록 충전한 휴대폰 에너지가

꽉 차지 않아서 불안했던

나에게 충전을 하자.

아톰처럼 코드를 꼽지 않아도 된다.

오늘 하루 한두 시간은

폰과 노트북을 멀리 두고,

나의 여기를 시로 충분한 충전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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