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예전 영화들이 확실히 재미있다. 2010년에 나온 이 영화는 신혼부부가 신혼 같지 않고 서로 이웃처럼 지낸다. 무료하고, 집안일 하기 싫어하고, 말끝마다 사사건건 꼬투리 잡고. 그러다가 밥을 해야 하는데 전기밥솥이 없어지고 전기밥솥을 찾기 위해 기묘한 점쟁이를 통해 지옥으로 신혼여행을 간다.

참신하다. 온통 상상력으로 뭉쳐 있는 영화다. 지옥이라고 해서 불구덩이가 나오고 그러지 않고 지옥의 마을과 온천이 나오고 파란 사람들을 만난다. 온천도, 모래도, 그리고 먹는 음식도 전부 지옥스럽지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영화 속에 나온다.

또 아직 키키 키린이 살아있을 적 영화이고 키키 키린이 붉은색의 네일과 화장 그리고 지옥문을 여는 점쟁이로 나와서 보는 재미가 있다. 점쟁이 보조로 나오는 카모메 식당의 카타가리 하이리 역시 재미있는 캐릭터로 나온다.

타케노우치 유타카와 미즈카와 아사미의 미모가 반짝이는 모습을 보는 것 역시 좋다. 파란 사람의 하시모토 아이는 온동 파란 페인트를 얼굴에 칠했는데도 그냥 예쁘다.

하시모토 아이는 초기버전일 때는 예쁜 모습으로 영화나 드라마에 나왔지만 어느 순간 배우가 되더니 현재는 뭐랄까 아우라가 너무 느껴지는 사람이 되었다. 연예인이라기보다 배우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아마 그 경계가 김태리가 리메이크한 리틀 포레스트의 이치코를 연기하면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요즘도 그러는지, 어느 지역에만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일본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 일본은 빠져나가는 농사 인구를 붙잡기 위해 청년들에게 농사를 지을 수 있게 정부에서 지원을 해 주었다.

일 년 동안 농사를 지을 수 있게 교육을 하고 땅과 비료 등 온갖 것들을 지원해 주고 일 년 뒤에 수확이 형편없더라도 꾸준하게 지원을 해 주었다. 그래서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 청년들이 농사에 매달릴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근데 우리나라 리메이크 판에는 부모가 부자가 아니면 김태리처럼 그렇게 농촌에서 지낼 수만은 없다. 아무튼 하시모토 아이는 2015년부터 뭔가 배우의 아우라가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패션과 광고, 그리고 배우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지옥으로 가서 파란 사람, 하시모토 아이가 연기했던 요시코의 동생들과 함께 지옥의 마을과, 야시장을 돌면서 진정한 신혼여행을 즐긴다.

이 이야기를 잘 들여다보면 지옥으로 신혼여행을 가서 주인공 부부가 다시 친밀해지는 내용이지만, 요시코의 동생들과 놀면서 어린 시절의 동심을 다시 찾게 된다.

우리도 어린 시절에는 형이나 친구들과 누가 누가 오줌을 멀리 쏘는지 내기도 하고, 옷 버리는 건 신경도 쓰지 않고 동네를 다니며 구불고 놀고 깔깔거리던 시절이 있었다. 집에 들어가면 어제 빨아 놓은 옷 마르지도 않았는데 또 버렸다며 소리를 지르는 엄마한테 등짝 심하게 후려 맞았다.

근데 지금은 엄마는 늙어서 힘도 없고, 어른이 되어서 누가 누가 오줌 멀리 쏴하다가는 신고당할지도 모르고 그런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렇게 자기 검열을 자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노부요시와 사키는 요시코와 동생들과 먹던 음식을 퉤 멀리 뱉기도 하면서 신난다. 하지만 추억에서 벗어나야 하는 때가 온다. 그러나 추억에 젖어 보지 못한 인간보다 한 번이라도 추억에 젖어본 사람들은 뭔가를 알게 된다. 뭐 그런 의미를 던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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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미야 히로키가 대중과 언론에게 시달려 8년 동안 은둔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복귀작으로 떠들썩했던? 시리즈다. 나리미야의 마스크는 뭔가 꼭 히데의 얼굴 형태를 이어받은 일본 배우 같은 느낌이 있고, 연기도 좋아서 그런지 인기가 많았다.

내가 처음 본 것도 나카시마 미카 주연의 나나에서였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배역은 허니와 클로버에서 모리타 센바이었다. 허니와 클로버는 애니로는 한 열 번은 본 것 같다. 드라마 역시 재미있어서 두 번 정도 볼 만큼 좋아했다.

모리타 시노부라는 캐릭터는 정말 최애 캐릭터. 2006년에 한창 인서타에서 허니와 클로버 좋아하는 사람들이 댓글달기 놀았던 기억이 있다. 20년 전이라니.

나리미야 히로키는 여러 드라마, 영화에 나오더니 이런저런 일에 휘말리고 지치셔 어디? 하와이? 암튼 숨어 버려 절대 나오지 않을 것 같더니 미스터리 스릴러 물로 나왔다. 그냥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내 나이 들어가는 건 받아들일 수 있지만 8년 만에 나타난 나리미야 히로키의 얼굴은 잔뜩 바른 화장품을 뚫고 나이가 발산하고 있으며, 아저씨 살, 날씬했던 청춘이 결혼을 하고 아저씨가 되었을 때 살이 찌는 초기 버전처럼 옆구리, 등, 이런데 살이 쪄 버린 것을 어쩌지 못하고 시리즈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그놈의 그 입술 내밀기? 입을 약간 벌리고 아랫 턱을 내미는 그런 표정 연기, 입을 다물고 밑의 입술을 내미는 그런 표정 연기, 송승헌이 20년 가까이했던 그 죽일 놈의 마성의 표정연기 같은 그런 걸 하고 있다.

게다가 이 스릴러 시리즈는 주인공이 원래 폭력과 가스라이팅으로 죽으려고 했던 미오라는 여자가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일본에서는 나리미야를 복귀시키면서 사이코패스 살인마 마사토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미오가 죽으려고 할 때 마사토가 의도적으로 접근을 하여 꼬드겨서 생명보험을 들어 결혼해서 죽이려는 사이코로 나온다. 많은 여자들을 죽였고, 여자들은 마사토에게 전부 죽고 못 살 정도로 빠져든다. 여자들은 마사토를 사랑하거나 몸을 원하거나, 이게 말도 안 되고. 어디서 배웠는지 거대 조폭 따위는 단번에 해치운다.

사이코패스는 감정도 없고, 머리도 좋은데 싸움도 잘해, 기기들도 잘 다뤄, 밤에 남의 집에도 그냥 스르르륵 기어 들어가, 어깨도 뽑았다가 만화처럼 다시 탁탁 이어 붙이고, 어디서 구하기도 힘든 약물을 잘도 구한다. 이 모든 말도 안 되는 일이 사이코패스니까 그냥 괜찮아, 그런 분위기다.

그러나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오류는 주인공이어야 할 아내인 미오가 그냥 스테레오 타입, 너무나 아무것도 아닌 캐릭터로 나온다는 것. 고구마 중에서도 가장 목 막히는 고구마다.

이 세상의 답답한 캐릭터는 미오에게 다 입혀 놨다. 눈치 없고, 남자가 다가오면 일단은 그냥 다 받아서 이야기해 주고, 경주마처럼 오로지 한 길 만 가는 그런 서타일, 주위에서 니 남편은 이상하다고 해도 나를 살려줬으니 너의 말은 듣지 않아 같은.

남편이 매일 밤에 나가고, 이상한 행동을 해도 눈치라고는 1도 없는 그런 캐릭터다. 보는 이들을 답답하게 만들어 죽이려고 감독이 작정하고 미오를 탄생시켰다.

그래서 기자가 비밀을 쫓고, 마사토의 과거와 이름 뒤바뀌고 하는 과정이 흥미 있을 법도 한데 몰두가 안 된다. 두 주인공 때문에 다른 캐릭터의 서사가 엉망이 되는 묘한 이야기 [죽을 만큼 사랑해서]였다. 라브 사스팬스인 만큼 야시시한 장면이 꽤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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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그냥 영화의 줄거리이자 내용이다. 그저 그런 독립영화이겠거니 하며 봤는데 이게 보다 보면 이상하게 재미있다.

그래서 찾아보니 이 감독이 만든 영화를 내가 몇 편이나 봤다. 특히 [따뜻하고 따뜻하고 뜨겁고]라는 영화를 봤을 때 꽤나 재미있게 보고 리뷰를 적었던 기억이 있다.

이 감독의 특징이라면 주인공 여배우가 이전에 야스배우이거나 그라비아 모델이거나. 음지에 있던 배우들을 정극 영화로 끌어들였다. 그래서 연기가 어색한가 하면 또 그건 아니다.

이 영화의 문제점(은 아니지만)이라면 주인공 여자배우가 너무 예쁘다는 것이다. 청불이라 야하고 자극적인 장면도 있다.

남녀 주인공은 결혼한 지 몇 년 되지 않았는데 서로 결혼 생활에 금이 가고 서로 헤어지게 되었다. 손님과 부동산 직원으로 만나서 서로를 알아가는 내용인데 이게 보다 보면 꽤나 볼만하다.

사요코는 료헤이를 버리고 도망가 버린 아내를 찾는데 동참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혼카이도로 어디로 료헤이의 부인을 찾으러 다닌다.

소식을 듣고 그 지역에 가면 없고, 또 가면 없고. 아내에게 물어보고 싶다. 왜 바람을 피우고 도망을 갔는지. 사요코는 료헤이가 좋지만 아직 마음속에 아내가 있기에 청춘처럼 몸의 대화를 막 나눌 수 없다.

영화는 두 사람의 일본의 끝으로 가는 여행길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본격적인 로드무비는 아니다.

이 영화의 특징이라면 가구전문디자이너인 사요코의 끝없는 밝음이다. 걸을 때 가만히 걷지 못하고 총총총 뛰어간다던지, 말을 할 때마다 후렴구를 붙인다던지. 마치 무료한 결혼 생활에 대항이라고 하는 것처럼 대책 없는 밝음을 보여준다.

점점 거기에 빠져는 료헤이. 그리고 료헤이의 아내와 사요코는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료헤이 덕분에 조금 친해지게 된다.

이 영화는 현실적인 문제를 그리고 있지만 정말 어른들의 동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그래서 꽤 재미있다.

재미있는 대사가 나온다. 같이 산지는 3년, 짧은 기간이 아니지만 기분은 금방 바뀌어 버린다는 대사다. 인간이란 그렇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제일 이상하고 이상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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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온통 은유에 은유, 그 사이사이에 메타포가 다시 틈을 가득 채우고 있다. 겉으로는 외계인이 신체 강탈한 여자의 몸으로 식량을 찾으러 다니는 이야기지만 그 사이를 벌리면 은유가 말하는 것들에 대해서 조금은 알 수 있다.

인간 식량을 구하기 위해 로라의 몸을 빌린 외계인은 로라의 활동무대에서 멀리 벗어난 스코틀랜드의 아주 한적한 곳으로 간다.

감독은 스칼렛 요한슨을 주인공으로 스코틀랜드의 촌구석으로 가서 남자들을 만나는데 그 남자들 중에는 실제 현지인도 있다.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이 그저 영국 촌으로 온 미국의 아름다운 여성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스칼렛 요한슨 정도라면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배우가 아닌가. 그렇지만 그렇게 유명한 배우도 모르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가득 있다.

외계인이 사람의 육체를 강탈했지만 어쩌면 영화는 영화가 현실의 사람의 배역을 강탈해서 여주인공으로, 더 나아가서 영화라는 산업이 이 세계에 외계인처럼 미치는 이야기를 말하지 않을까.

나는 이 감독의 뮤비 중 [매시브 어택]의 뮤비를 아주 좋아한다. 그건 정말 예술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이 영화도 보는 이들에 따라 은유를 찾아서 끼워 넣으면 자기만의 이야기가 완성될지도 모른다.

대사는 별로 없지만 그 대사를 음악이 대신하는데 바이올린 연주라든가, 영화 음악을 듣는 것으로도 이 영화는 좋다. 영화라는 예술은 좋은 것이지만 영화라는 산업은 그렇게 아름답지 만은 않다.

그 검은 늪의 세계에 빠지게 되면 허우적거리며 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완벽할 것 같았던 로라도 의식과 감정의 변화를 일으킨다. 사람들 사이에 살아가지만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신경섬유종을 앓는 얼굴 장애의 남자 때문이다.

거기서 로라는 연민, 두려움, 애틋함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언더 더 스킨에서의 교감이란 것을 알게 된다. 굳건하던 영화라는 거대한 산업도 자신의 치부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로라가 한 남성과 야스 중에 성기의 이상함을 감지한다. 거기서 죽음, 몰락, 멸망의 공포를 느낀다. 스칼렛 요한슨의 껍데기로 들어간 로라가 나왔을 때, 하얀 눈이 내리는 가운데 불에 타서 연기가 되어 오르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었다.

언더 더 스킨은 생각하는 모든 현상에 집어넣어도 될 만큼 좋다. 감독은 영화를 마치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 화면으로 표현을 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제목은 경계나 경계선으로도 좋을 것 같다.

감정에도 경계라는 게 있고, 하늘과 하늘 사이에도 경계가 있다. 인간관계에서도 그 경계가 있고 영화와 관객 사이의 경계도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그 경계라는,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싶어서 악착같이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실수가 전부 실력이 되지 않고 실패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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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나오는 지구 침공 우주 생물체 괴수 영화보다 재미있는 88년 작품 우주 생명체 블롭은 영화 내내 블롭의 완전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블롭의 일부분이 젤리처럼 나타나 사람들을 죽이는 모습만으로도 영화는 괴수침공의 끔찍함을 잘 보여준다.

괴 생명체 영화의 명작 같은 슬리더도 이 영화를 모티브로 하지 않았나 싶고, 이 영화와 비슷한 우주 생명체 영화는 대체로 러브크래프트의 이야기를 전제로 만들었지 싶은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블롭에서의 압권이라면 여러 짤로 유명한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블롭에게 둘러싸여 겁에 질려 있다가 창밖으로 죽은 사람들이 블롭 안에서 마구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공포가 극에 달할 때 팍, 하는 장면이다.

블롭은 젤리처럼 생겼는데 우주에서 떨어져 최초 발견자 할아버지의 몸을 반으로 녹여버리고 점점 증식해 나간다.

여자를 한 번 어떻게 해보려고 수작 부리는 남자친구도 잠깐 밖에 나간 사이에 블롭이 여자 친구의 몸속으로 들어가 외형을 제외하고는 전부 녹여서 먹어 치웠는데 남자가 차 안으로 들어와서 더러운 손이 쓱 갈 때 블롭에서 당하는 장면 같은 것들에서 블랙유머라든가, 지구인을 돌려 깐다던가 하는 건 없다.

이 시절의 지구침공 괴수영화는 진지하다. 그래서 군인이 대동하고 정부가 나선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러면서 산 채로 잡아야 한다는 명령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블롭에게 당해서 녹아내린다.

특수촬영이 엉성한 듯 보이지만 그래픽보다 더 직물적이라 현실감이 더 든다.

끈적끈적하고 찝찝한데 거기에 잘리고 썰리고 녹아내리기까지 스테레오로 안구를 때려주는 핑크핑크 괴물의 몸부림을 보고 싶다면 블롭이다.

이 영화도 유튜브에 풀려있다. 왜 검색해보지 않고 나는 자꾸 돈을 주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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