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랍다. 재미있다, 확실하게 재미를 준다. 77년 작품인데 자본이 엄청나게 들어갔다는 걸 알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오가며 사건을 파헤쳐 나간다.
시간의 시작은 도쿄 아카사카의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가슴에 칼을 맞고 죽은 흑인 조니가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니는 죽기 전에 [스토우하]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했다는 것을 알아냈고, 사이조 야소라는 오래된 시인의 낡은 시집이 발견되었는데, 이를 단서로 잡고 수사가 시작된다.
조니가 칼에 찔려 죽은 비슷한 시각에 한 여성이 폭우 속에서 뺑소니 사고를 당하는데 운전자는 당황하여 여자를 차에 싣고 바다에 버리게 된다.
뺑소니 사고를 낸 당사자는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야스기 쿄코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국회의원.
쿄코는 아들 쿄헤이가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해서 은폐하고자 미국으로 보내게 되고, 형사로 분한 마츠다 유사쿠가 뉴욕 형사와 공조로 범인을 찾아가는데 죽은 사람들이 전부 얽혀 있는 묘한 사건이다. 이 중심에는 야스기 쿄코가 있고, 형사 마츠다 유사쿠의 어린 시절과도 관련이 있다.
영화는 몰입도가 대단하다. 잘 만들었다. 이 이야기는 수사극이지만 사실 일본의 내면을 피부를 벗기듯 들여다본 영화다.
전후 30년이 지났지만 아직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아프고 슬픈 이야기가 있다. 미국에 패망하여 미군들은 일본 사람들을 장난감 다루듯 다뤘다. 그 사이에서 무분별하게 태어난 아이들이 많았다.
마츠다 유사쿠와 공조하는 미국 형사로 조지 케네디가 나온다. 조지 케네디는 총알 탄 사나이에서 넬슨 아저씨와 합을 맞춘 배우다.
마츠다 유사쿠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마츠다 유사쿠는 7, 80년대 일본의 아이콘 같은 배우였다. 특히 [탐정 이야기]에서의 스타일은 일본인들에게 각인이 되어 버려 마츠다 유사쿠를 그대로 옮긴 캐릭터가 카우보이 비밥의 스파이크다. 그 머리며 스타일을 그대로 옮겨 캐릭터로 탄생시킬 만든 사랑받는 배우였다.
하지만 마츠다 유사쿠는 사랑받기까지 엄청난 고역을 넘겨야 했다. 마츠다 유사쿠의 또 다른 이름이 김우작, 바로 한국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반에는 쌍꺼풀 수술을 하고 푸는 비용이 없어서 집에서 혼자 풀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마츠다 유사쿠는 블랙 레인 등 굵직하고 개성이 강한 연기를 했는데 40살에 죽고 만다. 그에게는 두 아들이 있는데 역시 일본에서 잘 나가는 배우다. 마츠다 류헤이와 마츠다 쇼타가 아들들이다. 류헤이와 쇼타는 한국인의 피가 4분의 1 정도 섞인 일본인이다.
인간의 증명 이 영화에는 수사의 재미와 함께 뉴욕 시내에서의 카체이싱까지 볼거리까지 다양하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전부 나쁜데, 또 착했다. 또는 지금은 착한데 예전에는 악마 같은 짓을 했다.
제목이 왜 인간의 증명인가 하는 의미를 영화를 보고 나면 한 번 곱씹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