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시인이 고통으로 시를 빚어냈는데,

그 시가 너무너무 좋은 거야,

시를 안고 잠이 들다 시가 내 안으로 들어왔어,

나는 그토록 원하던 시가 된 거야.

시가 된다면 너에게 날아갈 수 있거든.

시가 되어서 그 아픈 기억을 모두

예쁜 추억으로 바꾸어 놓고

물 밑에서 보글보글 춤을 추는

너의 손을 잡고 싶어.

너는 나를 천천히 떼서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나는 너의 시니까.

통증을 느낄 수 있게

매일 조금씩 나를 떼먹어줘.

그럴 때마다 시는 노래를 부를 수 있어,

너를 위한 노래를.

나를 다 떼먹는 날 노래는 끝이 나고

나는 진정 아름다운 시가 되어

너의 속으로 들어갈게.

거기서 함께 아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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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뭐야. 우주선이 추락하고 외계인이 거기서 나와, 어느 한 집에 들어오고. 그럼 이야기가 대충 그려지는데 이 영화는 전혀 그런 공상판타지가 아니었다.

이 각박한 세상에서 내 편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전부 떠나고, 가족은 나를 짐짝처럼 생각하고. 그저 가만히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와 함께 티브이를 가만히 봐준다면 이 삭막하고 인정이 없는 세상이라고 잠시 떠날 수 있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쓸데없고 쓸모없는 기억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분명해지고, 스쳐갔던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들, 지나간 것을 기억하고 추억한다는 건 그 순간이 최애였다는 것에 자꾸 나이 듦에 자존감은 바닥을 찍고 쓸쓸하기만 하다.

추억 속에서 맞이했던 포근한 온도와 나른한 햇살, 아카시아 꽃과 같은 향을 앞으로 만나지 못할지라도, 추억 속의 그 장소, 그 공간은 그대로인데 시간은 자꾸만 나를 타이른다. 이제 그만하라고.

추억 속 그 사람은 최애를 부르고 있었지. 넌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면서, 너 자체가 바로 사랑이라면서. 이걸 그 존재감 없던 외계인 줄스가 해낸다.

후반부에 줄스가 우주선 안으로 들어오라는 포즈를 취할 때 뭐지? 하면서 가슴에 쿵 내려앉았다. 감동적이고 따뜻한 그런 영화는 잘 안 보는데 ㅋㅋ 이 영화는 정보 없이 보다 보니 어? 하게 된 영화였다.

조건 없이 나의 이야기를 마냥 들어주는 사람이 내 옆에 있을까 하고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줄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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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때문에 미치겠다 정말,

유시민 작가도 말했지만,

세상은 이처럼 고통으로 가득한데 왜 이토록 아름다울까.

삶은 너무나 고통이다.

고통의 연속이며 작은 고통을 넘기면 큰 고통이 다가온다.

그 모습이 눈에 보여서 모든 걸 던져버리고 싶다.

매일이 고통의 연속이고 하루 24시간 중에

잠자는 시간을 빼면 고통과 마주해야만 한다.

그러다가 도파민이 터질 때가 있다.

내 사랑을 확인받을 때,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때,

내가 소중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 잠깐의 행복으로 세상은 아름답게 보인다.

“스스로 설계한 삶은 그 자체로 가장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 자신의 방식이기 때문에 그에게 가장 적합하다. 자유는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최고의 가치이기도 하다. 나는 이 견해를 전적으로 받아들인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저마다 원하는 삶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사는 것이 최선이다. 원하는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만이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길이다. 남의 눈치를 살피면서 남의 방식을 따라 살 필요는 없다.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라고 유시민 작가가 ‘별이 빛나는 밤에’에 나와서 ‘청춘의 독서‘의 한 부분을 낭독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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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을 때

그 사람은 달팽이로 변했을 때

그대가 지나가면 건조했던

마음의 길이 촉촉한 추억이

된다는 걸 알았을 때

그때 달팽이의 등을 보았는데

무거운 집을 지고 있어서 인지

그렇게도 느리게 간다는 걸 알았을 때

달팽이는 자신의 생을 조금씩 떼서

건조한 길을 촉촉하게 했을 때

힘들어서 콱 죽고 싶다는 말은

이렇게 살기 싫다는

말이라는 걸 알았을 때

달팽이는 느리고 느리지만

바다로 갈 거라는 삶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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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놀랍고 너무나 잘 만들었다. 첫 장면부터 압도적이다. 첫 장면은 흑인과 백인이 사용하는 수돗물이 다르다. 이 영화는 88년작으로 64년에 일어난 실종사건을 영화로 만들었다.

60년대의 미국, 거기서도 미시시피는 일명 KKK단이 엄청난 권력을 휘두르는 시기였다. 그들은 백인들을 제외한 모든 인종, 특히 흑인을 공산주의자, 반국가세력으로 몰아세우는 극우집단이다.

64년 민권협 세 명이 그 지역을 지나다가 KKK단에게 잡히는데 그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흑인이 세 명 중에 있다는 이유로, 민권 운동권 협회 세 명을 죽이고 어딘가에 버리고 만다.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두 명의 수사관이 파견된다.

한 명은 이 지역의 보안관 출신의 노련한 형사 진 해크만, 또 한 명은 나이가 어리지만 엘리트 출신 FBI 요원인 윌렘 대포다. 수사는 처음부터 막히고 만다. 식당에서는 흑인들의 자리가 따로 있고, 흑인에게 수사관이 다가가 말을 걸면 그 흑인은 그날 저녁에 극우집단에게 끌려가서 아작이 난다.

흑인을 탄압하고 괴롭히는데 지역의 극우집단, 마을 사람들, 그리고 보안관과 시장까지 전부 인종차별을 극심하게 한다.

극우집단은 마음에 들지 않는 흑인들의 집에 불을 지르고, 교회에서 나오는 흑인들에게 수사관과 접촉하지 말라며 여자고 남자고 전부 길거리로 질질 끌고 나와 밟고 차고 엉망으로 만든다. 심지어 흑인 아이도 얼굴을 그대로 발로 차버린다. 흑인에게 극우집단은 공포의 대상이라 수사가 쉽지 않다.

이 영화는 첫 장면부터 빨려 들어가서 끝날 때까지 집중하게 된다. 이 영화의 강점은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다. 윌렘 대포의 아주 젊은 모습이 나오지만 진정 연기는 진 헤크만이다. 노련한 형사의 모습과 그 지역 출신이라 흑인을 향한 마음을 동시에 보여준다.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아주 젊은 모습도 볼 수 있다. 모두가 연기를 끝내주게 하지만 연출을 한 앨런 파커 감독의 능력이 돋보인다. 극우집단의 행동대장으로는 단역이지만 마이클 루커가 맡았다.

폭도가 되고, 폭동을 일으키고 폭행을 일삼고 살인까지 극우집단은 저지르지만 지역 보안관과 시장은 묵인하기에 흑인들은 하루하루가 너무나 무섭고 두렵기만 하다. 그들은 황인종, 유태인까지 전부 공산주의자로 몬다. 두 수사관은 이 사건을 해결할까.

실제 이 사건은 2016년 52년 만에 법정에서 미제사건으로 종결을 선고한다. 이 시기에 범행에 가담한 생존자를 단죄할 강력한 증거가 없다며 종결짓지만, 새로운 정보가 나온다면 재수사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사건을 찾아보면 그 후의 이야기가 몹시 흥미롭다. 암매장한 백인우월주의 극우집단의 피의자들은 풀려난 이야기, 흑인은 인간이 아니라 그저 노예와 동물로 보는 극우집단의 광기들을 잘 볼 수 있다.

21세기 현재 대한민국에도 이런 극우집단들이 버젓이 얼굴을 가린 채 다니고 있다. 좀 더 체계적이고 좀 더 집단적으로 행동하고 사고하기 때문에 예전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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