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매(月梅) 정육점
아주머니는 왼손에 검은색 목장갑을 끼고 있었다
고기 자르는 기계에 손가락 하나를 잃었기 때문이다
아주머니의 정육점은 엄마의 단골 가게였다
월매(月梅) 정육점
나는 왜 정육점의 이름이 춘향(春香)이 아닌지 궁금해지곤 했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 보니 춘향은 남자를 잘 만나 팔자를 고쳤고
그래서 먹고 살 근심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그런 딸과는 달리 월매는 퇴기(退妓)로서 살아갈 방편이 필요했을지도
작달막한 체구에 늘 웃는 얼굴이었던 아주머니의 가게는 잘 되었다
아주머니의 남편도 정육점에서 같이 일했지만
내 기억 속에 늘 고기를 썰어서 내어주던 사람은 아주머니였다
가끔은 아주머니의 이름이 월매라고 생각했다
정육점은 아주머니의 살림집과 이어져 있었다
한번은 엄마가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작은 방 문턱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일고여덟 살 된 아이 하나는 TV 만화를 보고 있었고,
내 또래일지 아니면, 좀 어리게 보이는 형은
방바닥에 엎드려 공책에 무언가를 끄적거렸다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방
어떤 기억은 세월이 흘러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어느 날, 아주머니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육점을 홀로 꾸려가던 아저씨는 몇 년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다
내가 중학생 때의 일이다
오늘 아침, 식탁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월매 아주머니 생각이 났다
아주머니의 잃어버린 손가락에 분홍색 손톱이
잘 자라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