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산업단지에서 생산기지로
- 연구역량의 빈곤화


울산에는 제조업의 위상을 고려할 때 산업체와 정부출연연구소의 연구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공간 분업 과정을 통해 3대 산업의 대기업 연구소가 2000년대 초반부터 대거 수도권으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원청뿐 아니라 부품이나 소재 회사조차 원청과의 실시간 협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향했다.

 2004년 사업이 승인되어 2005년 문을 연 울산 테크노파크는 기업의 연구를 지원하고 산학연 연계를 돕는 기관이지만, 자체로 연구를 수행할 역량은 거의 없다. 2015년 준공되어 운영 중인 울산테크노파크, 그린카 기술센터 정도가 제한적인 연구개발이 가능한 상황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화학연구원이 울산에 연구본부를 내려보냈지만 아직 시너지를 말하기에는 미미한 상태다. 최근 전기차 전장 장비의 발전에 따른 정밀화학 분야 수요가 있지만 아직은 구상단계다. - P118

지역혁신을 언급할 때 ‘산‘업계와 ‘학‘계와 정부나 지자체 ‘연‘구소가 이른바 트리플힐릭스Triple Helix (대학, 기업, 지자체의 삼중 나선) 협업을 하면서 혁신을 이끌어 낸다고 하는데, 울산에는 산업계와 정부 지자체의 연구소 역량이 미비하다. 따라서 새로운 창업과 기존 산업의 중흥 혹은 혁신이 벌어지기 어렵다. 

정책 지원을 통해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떠올리자면 자동차와 관련된 기계연구원이나 석유화학 및소재 분야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재료연구원 등의 입주를 생각할 수있다. 조선 산업과 연관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입주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기계연구원과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박정희 정권시절 대덕단지에 입주했다. 그나마 재료연구원이 창원에 있는 게 도움이 되는 정도다.

기업의 연구소가 떠나고 설계센터가 떠나고 공장도 떠나게 됐다.

다시 활기를 불어넣어 줄 지역혁신체제도 산업체 연구소의 이전과 정부 연구소의 미비 속에서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대학의 교원과 학생은 모두 이직과 취업을 통해 울산을 떠나려 한다. 대학에 대한 질문은 결국 지역의 근원적 모순을 묻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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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이전

기업 연구소가 수도권으로 이전한 후 연구소와 밀접한 설계 부문등이 수도권으로 따라 올라가는 경향은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20여 년에 걸쳐 강화됐다. 현대자동차는 울산에 있던 연구소를 1990년대 경기도 용인마북연구소를 거쳐 기아자동차 연구소까지 통합해 2003년 경기도 화성의 남양연구소로 이전했다. 마북연구소는 엔진 연구 위주였고 울산연구소는 설계·시작. 시험평가 위주의 연구소로 각각은 분업 관계에 있었다. 각 단계의 연구개발에 참여해야 할 부품사도 전국의 다양한 장소에 산개해 있었다. 그러나 남양연구소의 확대 이전으로 대다수 부품사가 원청과의 연구개발을 함께 수행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 P105

년대 경기도 용인마북연구소를 거쳐 기아자동차 연구소까지 통합해2003년 경기도 화성의 남양연구소로 이전했다. 마북연구소는 엔진 연구 위주였고 울산연구소는 설계·시작. 시험평가 위주의 연구소로 각각은 분업 관계에 있었다. 각 단계의 연구개발에 참여해야 할 부품사도 전국의 다양한 장소에 산개해 있었다. 그러나 남양연구소의 확대이전으로 대다수 부품사가 원청과의 연구개발을 함께 수행하기 위해수도권으로 향할수밖에 없었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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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맨체스터 공간분업과 울산의 그것이 유사하다
- 도린 매시, 공간, 장소, 젠더

근대 방직 산업과 기계 산업의 메카였던 영국 맨체스터 지역에는 원래 공장과 설계실이 함께 있었다. 하지만 본사와 설계실이 20세기 중반을 거치면서 금융과 정치의 중심인 런던으로 향하고 노동자가 일하는 생산공장은 맨체스터에 남았다. 

1970~1980년대의 불황과 마거릿 대처 시절의 강경한 대회 노조 정책 앞에서 산업도시 맨체스터의 공장은 점차 쇠퇴했다. 제조 업체 본사에서는 생산 거점을 인건비가 싼 아시아나 아프리카, 인도 등으로 옮긴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도시 런던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는 전 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 오직 최적의 이윤과 전사적으로 설정하는 ‘지속가능한 경영‘만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구상을 세웠다. 모공장인 맨체스터 공장은 그들 시야에서 사라졌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 엔지니어가 생산 현장 노동자의 관점을 크게 고려하지 않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 P98

중화학 공업화 이후 좀 더 멀게는 울산공업센터지정 이후 50년간 한국은 공간분업의 확대와 전환이라는 과정을 겪고 있다. ‘공간 분업‘은 구상과 실행의 분리를 지리적으로 확장한 개념이다. 영국의 경제지리학자 도린 매시Doreen Massey는 영국의 사례 연구를 통해 공간분업 개념을 보여 주며 스타가 됐다. 매시는 설계사무실과 공장의 구분을 좀 더 넓게 봐서 구상 기능을 하는 지역과 생산 지역이 분리된다고 말했다.  - P97

16 피터 메익신스 외, 《현대 엔지니어와 산업자본주의》, 이내주 외 옮김, 에코리브르, 2017,
172.3.5.7.
Doreen Massey, Spatial Divisions of Labour, Red Globe Press, 1995; 도린 매시, 《공간,
장소, 젠더》, 정현주 옮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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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직과 엔지니어의 관계
- 독일-일본 방식과 미국-영국 방식의 차이
-한국의 경우 작업장 엔지니어 체제에서 랩 엔지니어 체제로의 전환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일본과도 다르고 미국이나 영국, 독일과도 다른 ‘한국식 생산방식‘을 따른다. 좌표를 그린다면 일본-독일과 미국-영국 사이에 위치한다. 

미국은 엔지니어를 생산직과 완전히 분리해서 회사의 경영 방침을 현장에 실현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자동화, 로봇의 설치, 동선 설계 등 생산방식 실험을 엔지니어가 독립적으로 수행한다. 따라서 대졸 엔지니어가 하는 일과 고졸 생산직이 하는 일이 겹치지 않는다. 

독일은 엔지니어의 경우에도 생산직처럼 도제과정을 통해 육성된 비중이 적지 않다. 또 생산직 중에도 대학에 진학해 공학을 공부하고 엔지니어가 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서로 현장 경험과 공학 지식을 공유하는 일이 적지 않고, 많은 일이 협의로 진행되는 경우가 흔하다. 

일본과 독일이 생산직 노동자와 엔지니어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한 제도와 정치가 발달한 편이라면, 미국이 반대편에 서 있는 셈이다. 

한국식 생산방식은 일본이나 독일과 유사하게 애초 고졸엔지니어도 많았고, 생산직과 엔지니어의 협업이 많았던 작업장의 역사가 있다. 하지만 1987년 이후 노사관계가 적대적으로 변함에 따라 사측이 미국식 경영 방식을 적용해 오고 있다. 자동화와 로봇 도입을 밀어붙이고 생산 현장에서 가능하면 노동자의 숙련에 기반을 둔 개입을 줄이는 방향으로 애썼다. 

물론 산업에 따라 일정한 차이는 있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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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대기업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생태계 안의 중소기업이 고도화될 것이라는 그림은 현실적인가?

이러한 제조 대기업의 그림도 여러 측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일단 생산 공정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지식과 신기술뿐 아니라 현장을 잘 아는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그런데 고학력의 엔지니어는 현장이 있는 비수도권의 지방공장근무를 기피한다. 또 현장을 잘 아는 엔지니어를 지방 공장에 배치한다 하더라도 현장의 미세한 상황은 결국 숙련 노동자의 손길이 있어야 통제할 수 있다. 심지어 자신들의 현장 문제를 풀어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최종 조립 단계로 생산해 낼 수 있다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지자체의 산단 지정 경쟁이 불러오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남는다. 애초 제조 대기업의 모공장mother factory 만 개선될 뿐 몇 단계를 거친 하도급 기업의 환경이나 임금 수준이 좋아지기는 어렵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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