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희망






1970년대 울산의 자동차 공장과 조선소를 처음 찾았던 노동자는 "몇 년 일해서 목돈 쥐면 떠나려고 했다"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위험한 작업장, 비인간적 대우, 열악한 주거 환경, 허허벌판에 선 도시였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몇 년으로 예정했던 울산에서의 삶이 한 세대를지났다. 산업도시 울산은 노동자 중산층의 도시로 기적을 이루었고,
한국의 산업 수도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젠 예전처럼 정규직을 뽑을 계획이 없는 회사를 바라보며 울산의 생산직 노동자는 정년을 몇년 더 연장하는 것을 들고 나왔다. 연대의 부족 속에서 각자도생의 전략이 만들어 낸 풍경이다. - P404

제조업의 구상기능이 없고, 실행 기능에서 숙련이 없는 산업도시의 미래는 임금문제에 함몰되고 만다. 기업은 임금이 상승할 때 숙련이 없는 작업장을 미련 없이 버린다. 미국의 러스트벨트 같은 해외 사례가 아니더라도 군산GM 공장 철수를 통해 이미 확인한 바 있다. - P406

한국은 산업도시 울산을 포기할수없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첫째, 울산의 노사관계와 고용 모델은 전국 단위 노사관계와 고용 방식의 바로미터가 된다. 현대자동차의 노사관계가 전국적 노사관계에 영향을끼치고, 현대중공업의 고용 방식이 조선 3사에 영향을 미친다. 고진로전략을 통해 상생하는 노사관계, 정규직의 숙련과 고임금을 교환하는체제를 만들기 위해서 산업도시 울산의 역할이 크다. 많은 지자체가 제조업 산업단지를 희망하는 가운데 산업단지에 입주하는 기업이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며 하청 생산기지만 구축하려는 지금, 울산이 롤 모델이 되어 다른 방식의 고용 모델을 고안하고 확산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제품과 높은 생산성을 요구받는 선진국 경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 P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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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분업 시즌 2
- 구상과 실행의 통합 시기
- 연구소는 수도권에 생산은 지방 산업단지에서
- 수도권 공장 규제의 철폐로 산업단지가 수도권 으로


문제는 4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자연스럽게 구축된 노동의 공간분업을 국가가 정책을 통해 한 단계 더 전개시키고 말았다는 데 있다. 수도권 공장 총량규제를 풀어버리고 수도권 인근에 공장이 입지하는 것을 허용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당시 LG필립스)가 파주에 들어서고,
SK하이닉스는 이전부터 청주까지 터를 잡았다. 삼성은 수원부터 천안까지 공장을 세웠다. 이때 ‘천안 분개선‘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등장했다. 천안 이남에는 인재가 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2019년 SK하이닉스가 신규 공장을 박정희 정권이 설정했던 구미 클러스터가 아닌 용인에 부지를 확정했다.

제조업 연구자와 정책 입안자의 전통적인 고민이, 제조 역량이 있는 산업도시에서 ‘구상‘ 기능이 수도권으로 엔지니어가 몰리는 것에 있었다면 이제 그 고민은 진부한 것이 돼 버렸다. 2020년 현재는 구상기능이 생산과 거리를 두고 수도권으로 옮기는 게 아니라, 생산 기능이 다시 구상 기능이 있는 수도권으로 향하며 새로운 노동자와 엔지니어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시쳇말로 ‘공간 분업 시즌 2‘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즌2‘는 국가의 제조업 규제 정책이 실패한 결과다. -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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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압력에 대한 해외의 대응과 한국의 대안
- 스웨덴의 중앙교섭
- 독일의 산별교섭
- 한국의 광역 노사민정 교섭



스웨덴의 중앙교섭이나 독일의 산별교섭을 한국에서 지금 도입하기는 어렵다. 이미 기업별 교섭이 제도화된 시간이 너무나 길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시민과 다양한 산업군의 회사가 지역의 생활수준과 임금 현황을 함께 테이블에 올려 놓고 ‘미래‘를 건 교섭을 해야 한다. 

울산의 지역 산업별 거버넌스 모델은 산업과 기초단체가 대응하기 때문에 설계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울산동구는 조선, 북구는 자동차, 남구는 화학 및 비철 거버넌스 모델을 각각 만들고, 울산시가 공통 쟁점을 풀 수 있게 광역 단위 노사민정을 활성화하면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다. 생산성을 향상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고진로‘가 적절한 신규 고용 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각 단위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 업계 이해당사자의 결속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전문가와 시민의 가교 역할도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 - 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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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 확대재생산을 위한 초기 과잉 숙련인력 투자


1961년 국내 최초로 화학비료를 생산하는 충주비료가 준공됐다. 이후 이승만 - 장면 -박정희 정권으로 이어지는 동안 상공부는 공장건설과 생산관리를 경험했던 수백 명의 충주비료 엔지니어를 1973년 중화학 공업화 이후 설립될 다수의 화학 공장 건설과 운영의 핵심 인력으로 고려하면서 육성했다. 이들의 경험은 종합석유화학을 추진할 때에도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하는 핵심 암묵지를 내놓았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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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생산직-대기업 정규직 중심주의로부터의 탈피
- 여성의 진입과 맞벌이모델
- 엔지니어와의 협업 또는 그들의 유입
- 하청업체의 동반성장



적대적 노사관계, 공간분업,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산업 가부장제라는 요소를 모두검토해 볼 때 현재 전개되는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경우 평범한 사람의중산층 진입과 재생산이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울산의 노동자 중산층모델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면 박정희 시대 이후 50년간 형성돼 온산업-노동-가정의 복합체로 굴러가는 전국의 산업도시 역시 손쓰기어려운 순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속수무책이 되는 가장 근본적 이유는 우리가 산업도시의 평범한중산층 가정‘ 구성을 생각할 때 은연중에 전제하고 있는 세 가지 요소때문이다. 바로 남성, 생산직,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가정이다. - P286

공장에서도 여성이 정규직으로일하고,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이 원하는 일자리가 충분할 때에야 산업도시의 재생산이 가능하나 중앙정부 외에도 울산광역시나 기업 모두여성을 잘 고려하지 않는다. - P287

대공장을 떠올릴 때 관습적으로 생산직 노동자만 고려한다. 공학을 전공한수많은 엔지니어가 대공장에 근무하지만, 2022~2023년의 조선 산업인력난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고려하는 것은 오로지 생산직이다. 더불어 산업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개발 센터나 조선업의 엔지니어링 센터모두 수도권으로 이전하려 할 때마다 지자체가 막으려는 시도는 하지만, 그 논리를 설득력 있게 제대로 펼친 적은 없다. 울산이 사무직, 기술직 엔지니어 일자리를 진심으로 원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 P288

울산의 모든 일자리 문제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그리고 남구 정유 및 석유화학단지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가 생겨야 해결될 것이라 여긴다. 울산에는 대기업 외에도 오토밸리의 자동차 부품업체, 울산부터 동남권 전체를 둘러싼 조선기자재업체. 그 외 다양한 중견·중소 화학 업체가 존재하지만 이런 일자리의노동문제는 ‘관심 밖이다. 지역 사회의 청년이 사내 하청 업체나 N차벤더‘ 협력사에 다니면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를 기대하는 것보다는아빠가 다녔던 대공장 정규직이 된다는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떠날 준비만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울산은 역사적으로 형성해 온 궤적을 고려하면서도 새로운 ‘평범한 노동자 중산층‘을 다시금 구축하는 작업을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 산업 가부장제를 해체하고, 생산직 중심주의를 깨고, 정규직 중심주의도 깨면서 ‘노동자가 중산층으로 살 수 있는 꿈‘을 꿀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 P290

성평등을 고려해 전망 있고 안정적 일자리를 구할수 있는 노동시장정책, 달라진 학력 구조를 반영하는 직군 구조의 설계, 원하청 간 이중 노동구조가 만드는 차별의 해소라는 과제가 모두 앞에 놓였다. ‘평범한 노동자 중산층 3대‘를 이루기 위해 수면 위로 드러내야 하는 숨은 가정이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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