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장소는 하나가 아니다


자연은 기억을 저장하는 메커니즘을 한 번 이상 창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평범한 상황에서 일상적인 일들에 대한 기억은 뇌의 해마라는 영역에서 단단하게 굳어진다. 그러나 자동차 사고라든가 강도 사건 같은 무서운 상황에서는 편도체라는 영역이 별도의 독립적인 기억 트랙에 기억을 저장한다.30 편도체 기억은 성격이 조금 달라서, 지우기가 어렵고 때로 ‘플래시’처럼 번뜩 떠오른다. 성폭행 피해자와 참전군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처럼 기억을 저장하는 데에는 하나의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건별 기억이 따로 있다는 뜻이 아니라, 같은 사건의 기억이 여럿이라는 뜻이다. 성격이 다른 기자 두 명이 하나의 사건에 대해 메모를 하는 것과 같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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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은 CEO. 방향을 정한다.

처음 자전거에 오른 아이는 여기저기 비틀비틀 부딪히면서 어떻게든 자전거 타는 방법을 터득하려고 필사적으로 애쓴다. 여기에는 의식이 강하게 개입한다. 그러다 어른이 자전거를 잡아주며 가르쳐주고 나면, 아이는 혼자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자전거 타는 기술이 반사작용처럼 자동화된다. 모국어를 읽고 말하는 것, 신발 끈을 묶는 일, 아버지의 걸음걸이를 알아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세한 부분이 이제 의식의 영역을 벗어나 의식적으로 접근할 수 없게 된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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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에 관한 한 연구는 비디오게임 테트리스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의 뇌를 촬영했다. 피험자들의 뇌는 몹시 활발히 움직이면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모했다. 신경망이 이 게임의 기반 구조와 전략을 탐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주일쯤 시간이 흘러 피험자들이 이 게임의 전문가가 되자, 뇌는 게임 중에 에너지를 아주 조금만 소모하게 되었다. 뇌가 조용해졌는데도 피험자의 게임 실력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 뇌가 조용해졌기 때문에 게임 실력이 좋아졌다고 말해야 옳다. 테트리스 게임 실력이 회로에 깊게 각인되어서, 뇌에 아예 이 게임만 효율적으로 전담하는 프로그램이 생긴 것이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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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실수를 저지르면 코치는 대개 이렇게 소리친다. “생각을 해!” 하지만 프로 운동선수의 목표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는 점이 얄궂다. 수많은 시간 동안 훈련을 거듭해서, 전투가 한창일 때 의식의 방해 없이 딱 맞는 동작이 저절로 나오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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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은 마치 보위를 물려받은 어린 군주 같다. 그는 나라의 영광이 모두 자신의 공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라가 무사히 잘 돌아가게 해주는 수많은 일꾼들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한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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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감으로 ˝보기˝

1960년대에 위스콘신대학교의 신경과학자 폴 바흐이리타는 시각장애인에게 시각을 부여하는 방법을 곱씹어 생각하기 시작했다.25 그의 아버지가 얼마 전 뇌중풍에서 기적적으로 회복했는데, 폴은 뇌의 역동적인 재구성 가능성에 매혹되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어떤 의문 하나가 점점 자라났다. 뇌가 한 감각을 다른 감각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바흐이리타는 시각장애인에게 촉감을 ‘보여주는’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26 그가 생각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누군가의 이마에 비디오카메라를 부착하고, 거기서 들어오는 시각 정보를 변환해 등에 부착된 작은 진동기로 전달한다. 이 장치를 부착하고, 눈을 가린 채 방 안을 걸어다니는 상상을 해보자. 처음에는 기묘한 패턴의 진동이 등에 느껴질 것이다. 움직임에 따라 진동 또한 변하겠지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커피 탁자에 정강이를 찧은 뒤에는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이건 정말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른데.”


정말 그럴까? 시각장애인이 이 시각-촉감 대체안경을 쓰고 일주일 동안 돌아다니다 보면, 새로운 환경에서도 상당히 잘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등으로 전달되는 촉감을 해석해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라운 부분은 이것이 아니다. 그들이 정말로 촉감을 받아들여 그것으로 앞을 볼 수 있게 된다는 점이 놀랍다. 충분한 연습을 거치고 나면, 촉감 정보가 점점 해석이 필요한 인지 퍼즐이라기보다 직접적인 감각으로 변한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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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점과 뇌의 적극적 개입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에듬 마리오트는 1668년 상당히 뜻밖의 사실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망막에 광수용기가 없는 구역이 상당한 크기로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13 이 사실에 마리오트가 놀란 것은, 시야가 끊김 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었다. 광수용기가 없는 구역에서 시야에 구멍이 뚫리는 일은 없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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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맹점을 알지 못하나?) 두 눈을 모두 뜨고 있으면 눈앞의 광경을 완전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의미심장한 이유는, 맹점 때문에 빠진 정보를 뇌가 ‘채워 넣는다’는 것이다. 앞의 그림 속 점이 맹점에 왔을 때, 점이 있어야 할 위치에 무엇이 보이는지 보라. 점이 사라져도, 그 자리에 하얀색이나 검은색 구멍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뇌가 배경 패턴을 ‘만들어서’ 채워 넣기 때문이다. 시야의 특정한 지점에서 아무런 정보가 들어오지 않을 때, 뇌는 그 주위의 패턴으로 그 구멍을 메운다.
그러니 우리는 실제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다. 뇌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을 인식할 뿐이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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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 연상과 광고
- 환상의 진실 효과

전에 들은 적이 있는 문장을 다시 들은 피험자들은 그 문장을 진실이라고 평가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 문장을 들은 적이 없다고 강력히 주장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21 실험자가 피험자에게 이제부터 들을 문장이 거짓이라고 말해줘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어떤 내용에 단순히 노출된 것만으로도, 나중에 그 내용을 다시 접했을 때 신뢰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22 환상의 진실효과는 똑같은 종교적 명령이나 정치 슬로건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의 잠재적 위험을 강조해준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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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념을 짝짓는 것만으로도 무의식적인 연상을 충분히 유도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그 짝짓기가 친숙하게 느껴지고 진실처럼 보이게 된다. 매력적이고, 유쾌하고, 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들과 제품을 짝지은 모든 광고의 기반이 바로 이것이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앨 고어를 상대한 조지 W. 부시의 광고팀이 취한 조치 또한 이 점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250만 달러가 들어간 부시의 텔레비전 광고에서 ‘고어 처방 계획’이라는 말과 연계해서 쥐RATS라는 단어가 화면에 번쩍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러고는 곧 그 단어가 선명해지면서, 사실은 관료BUREAUCRATS의 마지막 부분이었음이 드러난다. 그러나 광고 제작자들이 어떤 효과를 노렸는지는 분명했다. 그들은 이 광고가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를 바랐을 것이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 김승욱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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