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품의제도는 의사결정의 권한과 책임이 불분명하게 되어 있다는점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권한과 책임은 항상 등가여야 합니다.
권한 없는 책임은 개인을 비굴하게 만들 것이므로 권한도 없는 사람에게 책임을 지도록 해서는 안 되며, 책임 없는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은자신의 권한을 남용할 것이기 때문에 책임을 지우지 않고 권한만 부여해서도 안 됩니다.
이것은 조직설계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원리입니다. 품의제도는 이 기본원리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권한은 위로 집중시키면서 책임은 아래로 분산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 P211

아랫사람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서현실을 보다 더 나은 상태로 바꾸었을 때에 창의력을 발휘한 사람에게만 좋은 평가를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윗사람들은 아랫사람의 아이디어에 도장을 찍어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게 됩니다. 이렇게 품의제도란 그 특성상 개인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 P2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임금 노동시장의 격변
- 한국 대 미국

중국과 동유럽의 가성비 좋은 노동력은 선진국 제조업 분야의 중임금노동시장을 초토화시킨다. 한국도 겪었던 일이고, 미국과 유럽의 주요 국가 모두가 겪게 된다. 유의할 점은 한국과 선진국은 중임금노동자의 몰락 시점이 다르다. 

한국의 경우,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인한 임금 폭등과 1992년 한·중 수교의 2단계 충격이 중임금노동자의 몰락으로 연결됐다. 저기술·노동집약적 ·수출· 제조업에서 특히 몰락한다. 신발산업, 섬유산업, 의류산업, 가죽산업의 몰락이 대표적이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중국이 WTO에 가입하는 2001년 12월 이후 중임금노동자의 몰락이 본격화된다. 예컨대, 1990년대 후반에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약 1,800만 개였다. 2010년경에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1,100만 개로 줄어든다. 약10년 만에 무려 70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진다.

당시 중국의 WTO 가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사람은 미국 민주당의 빌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이었다. 이후 트럼프가 미국의 고용 상황에 대해 미국 민주당을 비난하는 이유다. 또한 미국의 러스트 벨트 전통 제조업 백인 노동자들이 트럼프에게 몰표를 몰아줬던 배경이다. - P3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재적 낙수효과, 권의주의적 연대임금제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왜 축소됐나? 군부독재세력이 반공주의와 수출 극대화 전략의 일환으로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 상승을 강력하게 통제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노동자에 대한 강력한 임금 통제는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졌다. 독재적 낙수효과‘가 작동한 것이다. 임금 격차는 축소됐다. 다시 말해 임금 불평등은 축소됐다.  - P247

우리가 1부에서 봤던 불평등이 줄어들던 ‘낙수효과의 전성기‘는 독재 권력과 연동해서 작동했다. 이렇듯 1987년 민주화 이전의 한국 노동 체제는 권위주의적 연대임금제였다. 혹은 강요된 연대임금제였다. 불평등의 관점에서 보면, 하층에게 유리하고 상층에게 불리한 하후상박(下厚上) 임금체계였다. 즉, 군부독재 세력은 임금 평등을 지향했다. - P2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채위기의 정치경제학

높은 부채비율에 의존한 차입의존 경제는 높은 투자, 높은 고용, 높은 경제성장률과 연결된다. 이 지점은 장점이다. 하지만 결정적 약점이 있었다. 국가부도(외환위기) 가능성이 매우 큰 시스템이었다.고부채, 고투자, 고고용, 고성장, 고부도 가능성은 서로 연동된 것이었다. 

한국경제는 실제로 1972년, 1980년, 1997년 3번에 걸쳐 외환위기 사태가 발생했다. 1972년 외환위기는 8·3 사채동결이라는 폭력적인 방식으로 한국 정부가 해결했다. 1980년 외환위기는 미국정부와 일본 정부가 ‘한국이 공산화될까봐 걱정했기에 차관 지원과 채무재조정을 해줬다. 1997년 외환위기는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과 일본 모두 차관 지원과 채무 재조정을 해줘야 할 이유도, 한국이 공산화될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어졌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이후, IMF가 가혹한 구제금융 조건을 제시한 이유다.

1980년 한국경제는 외환위기가 발생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적이었다. 하지만 그해 한국은 엄청난 규모의 대외부채와 단기부채비율 그리고 허약한 외환보유고에도 불구하고 끝내 외환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미국과 일본이 개입해서 한국 정부를 도와줬기 때문이다. 1980년 전두환은 군사 쿠데타와 광주 학살을 통해 집권한 이후에 일본 정부에게 차관을 요구했다. 그랬더니 실제로1981년에 일본은 한국 정부에게 대규모 차관을 지원해줬다. 미국은한국 부채에 대해 채무재조정을 해줬다. 당시 전두환 정권이 일본정부에게 차관 제공을 요구한 명분은 안보였다. 한국이 ‘공산주의국가와 대치 상태‘에 있기에, 일본은 한국 덕분에 안보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전두환 정권이 요청한 명분은 일본에 실제로 설득력을 발휘했고, 일본은 대규모 차관을 한국 정부에 제공한다.
당시 한국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가장 걱정하던것은 한국이 ‘공산화되는 것이었다. 당시는 미국과 소련이 치열하게체제 경쟁을 하고 있었다. 미·소 냉전 체제였다. 당시 미국, 일본, IMF는 ‘한국이 망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했다. 이들 나라들은 한국 정부만큼이나 한국이 공산화되지 않기를 갈망했다. 미·소냉전 체제 내내 한국이 망하지 않는 것은 한국 국민의 관심사이기도했지만, 미국 정부와 일본 정부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 P263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상황이 달라졌다. 1991년 소련이 망해버렸기 때문이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적 체제 경쟁이 끝났다. 소련은 망했고 미국이 승리했다. 한국이 공산화될 가능성은 사라졌다. 소련이 망하게 되자 미국과 일본은 1980년에 그랬던 것처럼 ‘한국이 망하지 않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줄 필요도 사라졌다.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과 IMF가 유독 한국에게 가혹한 구제금융 조건을 제시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상황은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미·소 냉전기에 미국은 유독 한국에게 관대한 정책을 펼친 것으로 봐야 한다. 한국이 공산화되는 것을막기 위해서였다.

- P2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상공인 정책=영세성 장려?

소상공인 정책은 좌우파 공통 의제로 채택되었다. 영세성을 장려하는 정책을 좌파가 폈다는 판단은 과도하다.






한국의 민주화운동 세력은 박정희 경제학에 대한 안티 테제로 자신을 정립한 경향이 강하다. 박정희 경제학은 수출 대기업+ 외자동원+낙수효과+임금 억제와 노동 3권 탄압을 특징으로 했다. 박정회 경제학에 대척점을 형성했던 한국의 진보세력은 내수 중소기업+내자 동원+분수효과+임금 인상과 노동3권 존중 정책을 주장했다.

이러한 진보의 경제정책은 박정희 경제학에 대한 문제 제기로는 부분적 긍정성이 있었지만, 좋은 통치의 경제 노선으로는 많은 문제점을 갖는다. 경제 노선의 근본적 쇄신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은 유독 저임금노동자가 많고, 근속연수가 짧은 나라다. 그 이유는 ‘신자유주의적 정책‘ 때문이 아니다. 그 반대다. 한국 정치권이 1987년 민주화 이후, 소상공인 보호의 미명 아래 ‘규모의 비경제‘를 장려했던 정책의 결과물이다. - P215

대안적 정책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소기업을 중기업으로, 저부가가치를 중부가가치로, 저임금 일자리를 중임금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경제학에서 생산성과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것은 ‘규모의 경제‘다. 대기업을 적대시하고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를 찬양하는 입장은 규모의 경제와 상반되는 접근이다. 바람직하지 않다. 

소상공인보호의 미명 하에 진행되는 ‘규모의 영세성을 장려하는 정책‘은 축소 및 중단해야 한다. 규모의 영세성을 장려하는 정책은 결과적으로 ‘저임금노동자 활성화‘ 정책으로 귀결된다. - P2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