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복합체의 위기는 더 절실했다. 테러와의 전쟁이 군산복합체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었지만, 테러 단체가 냉전시대의 소련 같은 위치를 차지할 수는 없었다.

만일 누군가가 테러 단체를 상대하기 위해 핵개발, 고도화된 무기, 군의 전력 강화를 주장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군산복합체에는 더 강력한 적이 필요했다.

그런데 새롭게 등장한 라이벌 중국은 경제대국이기는 했지만, 군사강국은 아니었다. 미국은 여전히 군사적으로 중국을 압도하고 있었다. 미국 대중들은 중국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압도적 군사력이 아니라 압도적 경제적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때 네오콘과 군산복합체가 주목한 것이 러시아였다. - <최진기의 러우전쟁사>, 최진기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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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콘에게는 중국보다 러시아가 일차적인 적이었다. 네오콘 세력은 냉전시대부터 이념을 가장 우선시했으므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손을 잡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할 일이었다.

당시 푸틴의 러시아는 시진핑의 중국보다 더 권위주의적인 정권이었다. 네오콘은 시진핑의 중국은 미국 및 서방과 교류로 차츰 자연스럽게 자유민주국가로 변할 수 있지만, 푸틴의 러시아는 외부의 강제가 있기 전에는 그런 변화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 <최진기의 러우전쟁사>, 최진기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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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푸틴이 2000년부터 20여 년 넘게 장기집권을 하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 이에 따라 공화당에 비해 더 낙관적인 대러시아 정책을 편 민주당의 입지가 좁아졌다. 특히 민주당 정부는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고자 했던 오바마 정부의 리셋 정책Reset Policy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및 병합으로 뒤통수를 맞자, 상대적으로 더 강경한 정책으로 바뀌게 되었다.

민주당 정부의 대러시아 정책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트럼프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사이버 공격을 했다는 의혹이었다. 민주당 주류 세력은 푸틴 정권을 미국 민주주의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적으로 여기게 되었다. - <최진기의 러우전쟁사>, 최진기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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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자들이 말하자면 자기네 입장 중에서도 엉뚱한 쪽을 먼저 들이대는 탓이 더 크다. 그들은 경제적인 면에만 눈이 멀어 있어서, 인간에겐 영혼이란 게 없다는 가정에 따라 활동해왔으며, 노골적으로건 암시적으로건 물질적 유토피아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말았다. 때문에 파시즘은 쾌락주의와 ‘진보’라는 값싼 관념에 반발하는 모든 충동을 이용할 수 있었다. 달리 말해 파시즘은 유럽 전통의 옹호자 시늉을 할 수 있었으며, 기독교 신앙과 애국주의와 군사적 가치에 호소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파시즘을 ‘집단 사디즘’이니 뭐니 하며 간단히 무시해버린다면, 그냥 무익하기만 한 게 아니라 몹시 해로울 수 있다. 파시즘을 머지않아 절로 사라질 예외적인 현상인 듯 여긴다면, 누구에게 몽둥이로 얻어맞고서 깨어날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바람직한 건 파시스트의 입장을 연구하고, 나름의 일리가 있는지 알아본 뒤에 파시즘에도 바람직한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런 부분은 사회주의에도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확실히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절박하다. 비록 더 나쁜 상황은 닥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책의 1부에서 기술했던 여건들은 지금의 경제 체제하에서는 개선될 여지가 없다. 그보다 더 급한 문제는 파시스트 세력이 유럽을 장악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회주의를 효과적인 형태로 널리 그리고 빨리 확산시키지 못한다면, 파시즘을 타도할 가망은 없어진다. 사회주의야말로 파시즘이 상대해야 할 유일한 적수이기 때문이다. 자본가와 제국주의자가 지배하는 정부는 강탈당할 염려가 있다 해도 스스로는 파시즘에 작정하고 대적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우리의 지배자들은 사회주의가 승리하는 꼴을 보느니 대영 제국의 마지막 땅 한 뼘까지 이탈리아나 독일이나 일본에 넘겨주는 쪽을 택할 것이다. -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조지 오웰 지음 / 이한중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f2191533fe74c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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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하나 그보다 더 심각한 어려움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서구 계급 차별 문제의 진짜 비밀과 맞닥뜨린다. 그것이 부르주아로 자란 유럽인은 자칭 공산주의자일지라도 몹시 애쓰지 않는 한 노동자를 동등한 사람으로 여길 수 없는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요즘에는 차마 발설하진 못하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꽤 자유롭게 쓰곤 하던 섬뜩한 말 한마디로 요약된다. “아랫것들은 냄새가 나.”

그게 우리가 듣고 자란 말이다. “아랫것들은 냄새가 나.”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넘을 수 없는 장벽과 마주친다. 어떤 호감도 혐오감도 ‘몸’으로 느끼는 것만큼 근본적일 수는 없다. 인종적 혐오, 종교적 적개심, 교육이나 기질이나 지성의 차이, 심지어 도덕률의 차이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신체적인 반감은 극복 불능이다. -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조지 오웰 지음 / 이한중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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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가 살기에 완전히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음을 나에게 일깨워주는 것은 근대 기술의 승리도, 라디오도, 영화도, 매년 5천 종씩 출간되는 소설도, 애스콧 경마장의 인파도, 명문교 이튼과 해로의 크리켓 라이벌전도 아니다. 그것은 참으로 묘하게도 내 기억에 남은 노동계급 가정의 거실 풍경이며, 그중에서도 아직 영국의 번영기이던 전쟁 이전의 내 어린 시절에 이따금 보았던 정경들이다 -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조지 오웰 지음 / 이한중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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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수당을 타는 가계의 소득은 매주 30실링 남짓으로 보면 될 것이다. 여기서 최소한 4분의 1은 집세로 나간다고 보면, 아이든 어른이든 식구 한 사람이 매주 평균 6〜7실링으로 먹는 것과 입는 것, 난방과 그 외의 것들을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 엄청나게 많은 가계들이, 아마도 산업 지대 전체 인구 중 적어도 3분의 1이 그런 수준으로 살고 있다. ‘자산 조사’는 매우 엄격히 시행되고 있어, 다른 소득원이 있다는 기미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당장 실업수당을 거부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개 하루에 한나절씩 고용되어 일을 하는 부두 노동자는 매일 두 번씩 직업안정소에 가서 서명을 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그만큼 실업수당을 삭감당한다. ‘ -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조지 오웰 지음 / 이한중 옮김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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