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길에서 좌파포퓰리스트로 : 차베스




이러한 전략이 먹히면서 차베스는 국민투표에서 승리했다. 이제 그는 양복과 넥타이를 벗어던지고, 혁명가처럼 붉은 베레모와 군복을착용했다. 그는 마침내 PDVSA를 장악했고, 대규모 ‘무상몰수‘로 사업체와 농장을 국유화했다. 부시 행정부와 월가는 차베스에게 정치적 위기와 재정의 횡재를 동시에 안김으로써 임기 초만 하더라도 기업친화적이고 미국에 우호적이며 제3의 길을 추구하는 진보주의자였던차베스가 그들이 우려하던 좌파 포퓰리스트로 변모하도록 부추겼다.
이제 차베스는 ‘사회주의자‘로 자처하기 시작했다. - P246

후견주의에는 돈이 많이 든다. 차베스가 처음 당선될 무렵 유가는배럴당 8달러였다. 따라서 이때는 후견주의를 활용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했기에, 후견주의를 거부하기도 쉬웠다. 그러나 원자재 시장의규제가 풀리고 미국의 연기금이 원자재 지수 파생상품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차베스는 후견주의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월가로부터 쏟아진 막대한 돈은 차베스를 우리에서 풀어놓았고, 부시 행정부는 차베스를 수차례 들쑤시며 그를 권위주의적인 괴물로 키웠다.  - P248

2012년 재선에 나선 차베스는 핵심지지층에 아낌없이 선물을 베풀기 위해 미래의 원유 수익을 담보로 서방의 은행에서 많은 돈을 빌렸다. 그가 비난하던 ‘신자유주의‘ 세력을이용해 권력을 장악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가진 힘의 원천은 취약했다. 그의 권력은 부채의 바다 위에 세워져 있었다. 게다가 이 빚은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가 아니라 미국의 달러로 낸 빚이었다. - P2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 : 흑해의 천연가스

유럽연합은 노골적으로 천연가스를 무기화하는 푸틴을 경계하기시작했다. 2012년 기준, 러시아는 유럽연합이 사용하는 천연가스의39퍼센트를 공급했다. 그리고 유럽으로 연결된 세 개의 주요 파이프라인 중 두 개가 우크라이나를 지나갔다. 폴란드 총리 도널드 투스크는 이렇게 우려를 표했다.
"우크라이나의 문제는 유럽연합의 미래와 안전에 관한 문제이기도합니다. 많은 유럽 국가가 러시아의 가스 공급에 의존한다면, 장차 러시아가 공격적인 태세를 취하더라도 막아낼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유럽연합과 우크라이나도 언제까지나 러시아의 파이프라인에 매달릴 생각은 아니었다. 2012년, 흑해의 우크라이나 영해에2조 3000억 세제곱미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천연가스가 매장되어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러시아는 이 매장지의 채굴권을 두고 우크라이나와 협상하려 했지만 대화는 무산되었다. 2013년 1월, 우크라이나는 또 다른 대규모 천연가스 매장지가 발견된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하기 위해 로열더치셸과 계약을 맺었다. 2013년4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석탄산업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동부와 크림반도 일대의 흑해에서 더는 러시아를 비롯한 어느 나라에서도 천연가스를 수입할 필요가 없을 만큼 막대한 천연가스를 생산할 것이라공언했다. 우크라이나는 2020년 무렵이면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발돋움해 러시아와 경쟁할 예정이었다. - P1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유 가격과 소련제국의 붕괴

1960년대에는 세계 최대의 밀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원유를 팔아 번 달러로식량을 수입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러다 1980년대 중반 유가가 폭락하자 에너지 제국 소련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원유를 팔아 벌어들이던 막대한 달러 수입이 사라지면서 러시아 정부는 인민이 먹을 식량을 수입하기 위해 서방의 은행과 정부에서 돈을 빌려야 했다.  - P192

이제 원유와 천연가스를 쥐어짜 달러를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 러시아는 동구권 위성 국가들에 에너지 가격을 보조해줄 여유가 없었다.
1988년은 수확이 부진한 해였고, 러시아는 원유 수입을 전부 외채를 상환하는 데 쓰고 있었다. 소련의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인민이 굶어 죽는 일을 막기 위해 또다시 돈을 빌려야 했다. 그러자 서방의 정부들은 소련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하려들었다. 그들은 대출을허용하는 대가로 소련이 무력으로 자국민을 억압하는 일을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고르바초프는 이 조건을 받아들였다. 이제 경제적 지원이라는 당근도, 군사력이라는 채찍도 쓸 수 없게 된 러시아는 동유럽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 게다가 아무리 돈을 빌려도 날로 심각해지는 위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러시아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식량 가격을 올려야 했고, 빵 가격은 300퍼센트까지 치솟았다. 더는 인민을 먹어살릴 수 없게 되자 체제가 무너졌다. - P193


1999년 집권한 푸틴은 러시아를 경제적 에너지 제국으로 재건하는 일에 착수했다. 그는 우선 전임 대통령 옐친이 사영화한 석유·천연가스 기업의 지배권을 되찾아왔다. 때마침 상품선물현대화법이 통과되면서 금융 기관들이 원자재 인덱스펀드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덕분에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았다. 그 결과 월가에서 러시아와 다른 산유국으로 곧장 부가 이전되었고, 러시아는 ‘가스 무기‘를되찾았다.
이제 푸틴은 옛 소련의 위성국가들에 다시 한번 후한 천연가스 보조금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을 러시아의 영ㅎ스 이어 - P1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값과 사회계약


안셀의 설명에 따르면, 주택 가격이라는 숫자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그토록 큰 무게를 갖는 이유는 주택 가격이 선진국에서 사회계약의 토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중동에서는 빵이 많은 역할을 한다. 중동에서 빵은 가장 중요한 영양공급원이자 통치자와 피통치자의 관계를 나타내는 상징이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처럼 더 부유한 지역에서는 주택 소유가 이와 비슷하게 안정을 주는 원천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집을 살면서 어려운 일을 당할 때를 대비한 최후의 보험이자 연금이자 저축으로 여긴다. 

또한 안셀은 사람들이 소유한 부동산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복지가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복지 제도를 덜 지지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2016년 영국의 유권자들은 집값 상승과 복지 축소라는 두 압력에 짓눌려 있었다. 정부의 긴축으로 무주택자들이 의지하던 사회안전망이 축소되면서 복지 제도는 껍데기만 남았다. 그리고 집값이 날로 오른다는 사실은 무주택자에게 남은 유일한 대안(자가 소유라는 보험)이 손에서 점점 멀어진다는 뜻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사회계약이 깨진 것으로 보였다. 이제 혁명이 필요한 때였다. - P1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S는 유전을 파괴하지 않는다. 중동의 내전은 석유 공급에 아무 영향을 주지않는다.


자원의 저주는 혼돈을 증폭하는 또 다른 장치다. 투기자들이 작은 사건을 거대한 가격 충격으로 바꾸고 뉴스 미디어와 포퓰리스트들이 수천 명의 난민을 ‘침략‘으로 부풀리듯, 자원의 저주는 한 지역의 위기를 세계적인 재난으로 바꿀 수 있다. 

자원의 저주라는 장치는 원자재 시장과 국가 권력의 결탁, 손쉽게 벌어들인 돈으로 인해 만연하는 부정부패,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해서라면 어떤 악행이든 기꺼이 용인하는사람들을 결합해 혼돈을 증폭한다. 

유전 지대가 있으면, 정부는 원유를 판 돈으로 군사력을 키워 체제를 강화할 수 있다. 반대로 과격분자들이 유전 지대를 장악하면 그들은 나라 경제를 거덜 내고 원유 수익을 전쟁으로 탕진할 수 있다. 원유 수출국에서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두 배 가량 높은데다 전쟁이 벌어지면 더 오래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130

나는 전쟁과 석유에 얽힌 이 이야기에서 또 하나의 반전을 마주했다. 알고리즘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원유 공급이 줄면서 유가가 상승한다는 일반적 통념에 따라 매매한다. 

그러나 라이스대학의 석유경제학자 마흐무드 엘가마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원유를 더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공급을 실제로 줄이는 일은 기반시설과 교역로를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것뿐이에요."

유전지대를 장악한 새 정부나 무장 조직에게는 그들의 이념이 무엇이든 그곳을 파괴하려 들 이유가 없었다.

"IS는 국가를 세우려 했고, 원유 수익에 의존하고 있었어요. 그러니 그들은 유전지대를 점령하더라도 원유 생산을 멈추지 않겠죠. IS가 원유 생산을 중단한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였어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두고 왜 그런 짓을 하겠어요."

실제로 알바그다디는 원유를 튀르키예로 빼돌려 세계 시장에 팔기 위해 이라크의 원유 기반시설을 장악하려 했다. 따라서 아즈완과 페슈메르가 군대가 IS의 진격을 막지 못하고 칼락의 정유소를 빼앗겼다 해도 전 세계 원유 공급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을 공산이 크다. 차이가 있다면 오일달러가 이라크의 쿠르디스탄이 아니라 IS로 흘러간다는 점뿐이었을 것이다. - P1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