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접기제와 진화기제

진화생물학자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답은 두 가지다. 우리는 두 답을 근접 설명proximate explanation과 궁극 설명ultimate explanation이라 부른다.10 왜 사람은 남을 돕느냐는 물음에 대한 근접 수준의 답은 이런 행동을 일으키는 직접적 원인과 관련한다. 이런 설명은 맥락(“나는 이 친구를 거리낌 없이 도울 거예요. 내 친구니까요.”), 성격(“조는 늘 남을 먼저 생각해요. 정말 착한 사람이거든요.”), 감정이입적 염려(“그 여성은 건물 밖 인도에서 떨고 있는 남자가 몹시 안쓰러워 역 카페에서 차를 한 잔 사줬다.”)에 호소하기도 한다. 근접 설명은 우리가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원인, 예컨대 호르몬의 영향(아버지가 자식을 돌볼 때 테스토스테론이 끼치는 영향을 떠올려보라), 크기가 다른 뇌 구조, 신경 활동의 양상도 포함한다. 최근 한 연구에서 극단적 이타주의자(남에게 신장을 떼준 신장 공여자)의 뇌를 대조군과 비교했더니 뇌 구조와 기능이 여느 사람과 달랐다.11 이타주의자 집단은 감정이입 반응을 일으키는 데 관여한다고 보는 뇌 영역이 더 컸고 더 쉽게 활성화되었다. 흥미롭게도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은 이 영역이 더 작고 감정이입 반응이 거의 없었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6617

이와 달리 궁극 설명은 다른 답을 추구해 남을 도우려는 성향을 자연선택이 어떻게 장려했을지 알고 싶어 한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6617

섹스를 하는 진화적 이유와 심리 자극이 꼭 일치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성관계를 할 때마다 자식이 생기기를 바라거나 기대하지 않을뿐더러 그런 바람을 아예 품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섹스가 번식 성공도를 높이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이타주의도 마찬가지다. 이타적 행동으로 편익이 쌓일 가능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남을 돕는 행위의 동기를 훼손하지는 않는다. 진화가 배고픔(먹으라는 신호)을 느끼거나 섹스를 즐기도록 우리 심리를 빚었듯이 친절, 도덕적 행동, 도움 행동 아래 깔린 동기를 빚어 우리가 우리 유전자에 이로운 무엇을 즐기게 유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협력 형질이 어떻게 개체에 장기 이익이 될까? 앞서 살펴봤듯이 값비싼 도움 행동이 피붙이에게 이익이 될 때는 진화가 협력을 선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협력이 널리 퍼진 까닭이 이 때문만은 아니다. 도움을 베푼 개체가 결국은 투자한 데 대한 두둑한 보상을 받기 때문에 진화가 도움 행동을 선호할 때도 있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66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화와 진화

사회를 이루는 생활 방식은 우리 인간의 생리 기능뿐 아니라 수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사회성이 매우 높은 몇몇 종에서는 자연선택이 노화 시계를 완전히 멈춰 세운 듯하다. 사회성 동물인 흰개미와 개미 군락의 여왕은 대부분 하루에 알을 수백 개에서 수천 개까지 낳으면서도 수명은 일개미보다 무려 100배나 길어 10년 넘게 산다. 만약 인간에게 여왕개미 같은 존재가 있다면 겨우 70년이 아니라 자그마치 7,000년을 살 것이다.
유달리 오래 사는 또 다른 생명체는 사회성 동물인 두더지쥐다.13 두더지쥐는 누가 보더라도 희한한 종이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66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할머니 가설
- 한국의 저출산 배후에는 조부모가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어하고 손자녀 양육을 책임지는 행동을 저평가하는 문화의 확산이 있는 듯하다.
- 이런 가설에서 저출산의 책임 세대는 지금의 노인세대일 것이다.

내가 아이를 낳은 뒤, 나는 부모님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대상 순위에서 순식간에 몇 단계 아래로 밀려났다. 혜성같이 나타나 엄청난 성공을 거둔 톱스타처럼 부모님의 우선순위 1위를 차지한 인물은 바로 내 아이들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는 손주들을 돌보는 것이 보람찬 일이다. 하지만 진화의 눈으로 봤을 때 조부모는 당혹스러운 난제다. 특히 여성은 왜 죽음이 한참이나 남은 시기에 생식을 멈출까?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6617

지구에 존재하는 종 가운데 생식을 멈춘 뒤에 이렇게 오래 사는 종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우리 영장류 사촌을 포함한 거의 모든 종이 죽을 때까지 계속 새끼를 낳는다. 적어도 시도는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어떤 대형 유인원과도 달리, 엄마와 딸의 생식 기간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4 오히려 딸이 생식 활동에 들어가는 시기와 엄마가 폐경을 겪는 시기가 겹친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6617


폐경은 여성의 삶에서 특별한 쓸모가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때 여성은 생식의 궤도를 바꿔 아이를 낳는 사람에서 육아를 돕는 사람이 된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6617

폐경은 일반적인 노화 과정에 속하지 않는다. 여성이 처음에 갖고 태어나는 난포는 약 200만 개이며 난포 하나하나가 난자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난포가 줄어들어 20세 무렵에는 평균 10만 개, 35세에는 5만 개가 남는다. 그래도 이 속도를 유지한다면 여성은 보통 60세가 지난 지 한참일 때까지 아이를 낳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38세 무렵이 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이때부터 난포 수가 뚝 떨어져 훨씬 가파르게 줄어든다. 그 결과 50세 무렵에는 난포 수치가 월경에 필요한 최소한도 밑으로 떨어진다.6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66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물계에서 희귀한 행동, 교육

교육은 인간 사회의 진화를 워낙 탄탄히 밑받침한 토대이기에 2006년 이전까지는 교육이 인간에게서만 나타나는 행동이자 지구에 사는 다른 종과 우리를 구분하는 행동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실제로 동물계를 둘러보면 교육 사례가 넘친다. 그리고 놀랍게도 우리 예상을 벗어난 종에서 주로 나타난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6617


침팬지에게서 확실한 교육 사례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새끼 침팬지는 사회학습에 뛰어나다.8 누가 적극적으로 가르치지 않아도 보고 따라 하면서 배운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6617


교육과 관련해 처음으로 우리 인간의 자부심을 무너뜨린 종은 영장류도, 포유류도, 조류도 아닌 개미다. 2006년 나이절 프랭크스Nigel Franks 교수와 공동 연구자들이 호리가슴개미Temnothorax albipennis가 먹이나 새로운 둥지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서로에게 가르친다는 사실을 밝혀내 과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10 개미는 다른 개미를 물어 나를 줄 아니, 길을 아는 개미가 아무것도 모르는 개미를 목적지까지 물어 나르는 쪽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뒤쪽을 바라보며 실려가는 개미는 길을 익히지 못한다. 개미가 길을 기억하려면 원을 그리며 자기 발로 이동해 경로에 있는 다양한 주요 지형지물을 익혀야 한다. 앞장선 개미는 교사 역할을 해, 학생 개미가 곳곳을 둘러볼 때까지 기다리며 목적지까지 천천히 움직인다. 길을 다 익힌 학생 개미는 이제 교사 노릇을 할 수 있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66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몽테스키외의 정체 구분

국가의 정체는 공화정, 군주정, 전제정으로 구분되고, 공화정은 다시 민주정과 귀족정으로 나뉜다. 각각의 정체에는 고유한 본성과 원리가 있다. 본성은 정체를 구성하는 것이고, 원리는 정체를 움직이게 하는 정념이다. 정체의 본성은 누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가, 권력을 장악한 자는 어떻게 그 권력을 집행하는가에 대한 대답이다. 그러므로 공화정의 본성은 인민 전체(민주정) 또는 인민 일부(귀족정)가 주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군주정의 본성은 단 한 사람이 통치하지만 고정되고 확립된 법에 의해 통치하는 것을 의미하며, 전제정의 본성은 단 한 사람이 통치하지만 법이나 규칙 없이 자의적으로 통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체의 본성은 자신의 고유한 원리를 필요로 하며, 원리란 정체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민주정을 움직이는 원리는 덕성, 귀족정을 움직이는 원리는 절제, 군주정을 움직이는 원리는 명예, 그리고 전제정을 움직이는 원리는 공포다. 본성과 원리는 상호의존적이다. 본성과 원리가 조화를 이룬 정체는 평온하며, 본성과 원리가 모순된 정체는 위기를 맞는다. 정체의 부패는 일반적으로 원리의 부패와 더불어 시작된다. 몽테스키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단 정체의 원리가 부패하면 가장 좋은 법도 나빠지고 국가와 충돌하게 된다. 그러나 원리가 건전할 때는 악법조차 좋은 법과 동일한 효과를 지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