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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산 유토피아 - 인공자궁과 출생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정치적·윤리적·법적 질문
클레어 혼 지음, 안은미 옮김, 김선혜 감수 / 생각이음 / 2024년 5월
평점 :
‘인공자궁‘이란 낯선 단어 앞에서 어리둥절했다.
인공수정은 들어 왔으나 인공자궁이란 기술력은 영화에서나 봄직한 상상력에 기반되어 과연 윤리적 측면에서 체외 임신, 기계적 출산이 가능한 세상이 올 수 있을까?
책의 제목처럼 재생산 유토피아적 세상이 올 수 있을지, 솔직히 미심쩍다.
이것이 나의 지식과 감수성의 한계라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갈 수록 작가의 주장이 진지하게 와 닿는다.
세계적으로 저출산의 시대로 접어든 국가들이 많아졌다.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일부러 가지지 않으려는 여성들이 저출산을 초래하고 있다는 불만이 솟구치고 있다.
불만을 가지는 자들은 가만 보면 내 눈엔 아이를 잉태할 수 없는 몸을 가진 자, 아이를 잉태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상황에 놓인 자들이 대다수다.
아이를 셋을 낳은 나지만 저출산의 시급한 문제가 여성들이 아이를 일부러 낳지 않으려는 게 문제라는 소리는 정말 듣기가 싫다.
이런 와중에 책에서 인공자궁이란 단어가 눈에 번쩍 뜨인 건 어쩌면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이 되어 여성이 출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에서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 처음엔 그리 쉽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재생산이란 정의를 면밀하게 잘 살펴봐야만 할 것이다.
작가는 재생산의 정의를 ‘아이를 가질 권리, 아이를 갖지 않을 권리, 자녀를 양육하고 출산 방식을 통제할 권리‘, 그리고 ‘이런 권리들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조건‘을 얻기 위해 싸우는 일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를 낳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는 것도 재생산의 정의에 모두 포함되는 중요한 문제다.
재생산권을 놓고도 인종, 젠더, 계급, 환경 정의문제등과 얽혀 정치적 사회적으로 연루되어 약자들의 희생이 수없이 자행될 것이다.
생각해보지 못했던 임신과 출산의 문제 그리고 육아 돌봄문제가 모두 포함된 재생산의 관념과 정의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기술력 발전에 앞서 모든 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만 저출산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책의 제목처럼 재생산 유토피아 세상이 될 것이다.
과연 앞날의 미래는 어찌될 것인지…
유토피아는 남성과 여성들이 동등한 육아휴직을 누리는 상태가 아닌, 모든 사람이 재생산 노동과 육아를 분담하는 곳이다. 상당한 사회적 변화가 없다면 인공자궁은 기존의 한계와 편견으로 일그러진 세상에 단순히 편입될 뿐이다.(2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