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백온유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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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프라이드』를 재독하면서 새롭게 보이는 문장들과 감정들이 보였던 소설이다. 일독의 시간과 재독의 시간적 간극은 길지 않았지만 다시 읽는 시간을 통해서 그때는 놓쳤던 작가의 시선의 끝을 함께 조우하게 된다. 소설에 등장한 인물들의 감정, 홀로 감당하였을 긴 고난의 삶들을 바라보는 기회를 준 소설이다.

퀴어는 영화와 소설을 통해서 매번 마주하면서 그들이 홀로 정체성의 혼돈을 어린 나이에 감당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수술을 감행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취업의 기회를 준 회사에 고마워하는 감정보다 친밀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으로 감정의 혼선을 정리하는 소설 중의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놓쳐버리면 잃어버리는 감정을 작가는 퀴어인 화자를 통해서 매만진다. 미숙한 감정이지만 잘 이해하고 잘 키워내야 하는 감정을 정돈하는 사유의 장이 된다.

그에게 고마워하는 것은 ... 퀴어로서 프라이드가 부족한 것이라고... 고맙다기보다는, 친밀함 같은 걸 느낀다고 해야 109

입사한 회사의 창립멤버인 오스틴이 전설의 인물이 되었던 이유와 멋진 남자로 보였던 사연도 전해진다. 그가 회사에 기여한 업적들을 듣게 되면서 괜찮은 남자가 되는 방법과 인정받는 남자가 되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화자가 그를 부러워하는 이유가 전해진다. 하지만 오스틴에게도 극복해야 할 결점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화자의 시선에 오스틴은 멋진 남자이며 괜찮은 남자였지만 화자에게 수술 인증 사진을 보내면서 오스틴이 수술한 사실을 알게 된다. 결코 쉽지 않은 결심을 실행한 두 사람의 사연은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화자는 탑 수술을 강행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첫 여정을 시작하게 되고, 오스틴이라는 작은 키를 가진 직장 동료는 키 크는 수술을 강행한다.

예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소설은 이야기한다. 옷도 예쁜 것을 좋아하고 사람도 예쁜 것을 좋아하는 사회적 미적 기준에 대해서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괜찮은 남자가 되고자 힘든 수술을 실행한 오스틴처럼 다양한 이유들로 시술과 수술을 하는 문화를 둘러보게 된다.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지만 내면에는 작고 연약한 자아가 존재하기도 한다는 것을 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수많은 노력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가장 매력적인 사람은 내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따뜻한 가슴으로 세상을 향한 관심으로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진정한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믿는다.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감동을 받았던 이유가 떠오른다. 평범한 사람들이 이룩한 것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는 어른, 묵직하게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인물이 진정한 멋진 사람이며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학력, 재력, 권력, 명예, 미모 등으로 평가하는 사회적 가치가 아닌 내면의 빛이 아름답고 멋진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단단한 내면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위축되지 않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힘이 필요해 보인다. 결핍이 더 이상 위축되지 않도록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하는 이유도 발견한다. 추앙하고 있는 대상이 세상의 것인지, 내면의 것인지 생각하면서 마지막 장을 덮었던 작품이다.


그에게 고마워하는 것은 ... 퀴어로서 프라이드가 부족한 것이라고... 고맙다기보다는, 친밀함 같은 걸 느낀다고 해야 - P109

그는 나와는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 같았고, 내가 절대로 될 수 없는 남자처럼 보였다. - P106

나는 어떻게 해야 괜찮은 남자로 보일 수 있는지, 남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직무보다... 출퇴근길보다, 농담 한마디를 받아치는 일이 더 힘겨울 정도로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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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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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공산당 선언』이라는 책의 내용을 청춘의 독서 책에 소개된 내용을 통해서 이해하는 시간이다. 기대 이상의 것들을 수확한 농부가 된 기분으로 마지막 문장을 읽은 책이다.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라는 두 저자가 지닌 엄청난 권위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한국어판이 읽기에 좋지 않았다는 평까지도 전해지면서 원서가 지닌 힘까지도 이해하게 된다.

19세기 문학과 영화를 통해서 이해했던 시대적 배경과 공산당 선언의 내용에 동요된 이들의 상황이 얼마나 핍박받는 피지배자들이 있었는지 들추어볼 수 있었던 책 『공산당 선언』이다. 포악한 권력무자비한 압제가 피지배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억눌렀는지 역사는 거침없이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피지배자들이 힘없이 감당하여야 했을 무수한 절대 빈곤까지도 소설과 영화를 통해서 이해했기에 공산당 선언이라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주장은 가슴뛰는 설렘이었을 것이다. 『청춘의 독서』 저자인 유시민 작가도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과 금기시되었던 시대적 상황에 처음으로 이 책을 보았던 사건에 대한 이야기들도 전해진다.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를 종식하고 역사와 문명의 승리를 앞당기는 거룩한 행위에 대한 내용을 담는 『공산당 선언』이다. 자기 자신의 행복을 도모하는 이기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기에 읽고 가슴 뛰었을 많은 이들이 기꺼이 목숨까지도 감당하면서 공산주의자가 되었던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공산주의의 모티브가 되었던 『공산당 선언』의 내용이 오류였음을 역사를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유시민 작가는 오류가 어디에서 발견되었는지도 책을 통해서 사견을 전한다. 혁명가 마르크스와 이론가 마르크스를 조목조목 짚어내는 내용을 통해서 대중을 속인 마르크스를 비평하게 된다.

삼체』 소설 중에 등장하는 교수인 아버지가 군중들 앞에서 맞아서 죽는 장면과 정지아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떠오른다. <더 원더> 영화의 원작 소설인 『더 원더』에 등장하는 자본을 가진 지주들과 비싼 소작료와 굶어 죽는 소작농들을 무관심하게 바라본 정부 관료들에 대한 내용들이 있다. 이들의 비참한 삶을 뒤흔든 것이 공산당 선언이었고 극심한 빈곤에 그들이 분노한 이유들을 공감한다고 작가도 언급한다. 이들이 획득한 공산당과 공산주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되는 연합체였는지 우리는 확인하게 된다. 이기적인 욕망 추구를 부정하고 자유로운 개성을 억압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가 아니라고 의문을 제시한다.

과학적 사회주의를 제시한 공산당 선언은 역사 종말론이 되었음을 명시한다. 마르크스가 예언한 천년왕국은 사라졌지만 마르크스의 모든 점이 틀리지는 않았다는 것도 언급한다. 마르크스가 비판한 자본주의의 실체를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세계화, 글로벌 시장, 금융 독점자본의 출현, 반복되는 금융위기, 산업공황, 실업자와 산업예비군을 만들어내는 노동 절약형 기술혁신, 심화되는 노동자들의 경쟁" (72쪽)을 잘 들여다보게 하는 힘을 불어넣어 주면서 지금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자본주의의 그늘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까지도 독자들과 호흡한 내용이다.

의심이 많은 작가이다. 그래서 종교가 없다고 말하는 위트까지 전하는 작가이다. 마르크스-레닌주의자가 되지 못했고, 김일성주의자와 주사파도 되지 못했던 이유도 전해진다. 금서를 읽었던 순간, 무수히 의심을 하였을 날들이 점철되면서 자신의 독서이야기를 전하는 책이라 읽어보지 않은 책이지만 어떤 내용들이 담긴 책인지 가름할 수 있는 힘을 불어넣어준 내용들도 만날 수 있어서 고마웠던 책이다. 공산주의자가 되었던 이름 없는 무수한 사람들의 삶에서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였을 판단과 선택도 볼 수 있었던 책이다. "현존하는 모든 사회질서를 폭력적으로 타도함으로써" (66쪽) 폭력적인 방법으로 그들이 획득한 공산당은 공산당 선언의 내용의 핵심적인 취지가 오류였음을 꼬집는다. 지금도 폭력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유지하려 했던 집단들을 목도하는 시대이다.

부르주아계급의 일상사를 처리하는 위원회가 현대의 국가권력이라고 말하는 공산당 선언의 책 내용도 명문장이다. 정경유착, 유전무죄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어정쩡한 법의 형평성에 혜택을 따뜻하게 받는 부르주아계급들을 열거하게 된다. 비정한 집단, 이기적인 타산, 인간의 존엄성을 교환가치로 대체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공산당 선언』의 책 내용은 낯설지 않은 내용으로 전해진다. 노동자의 생명보다 기계가 멈추면 안 된다는 논리로 강행한 노동자의 죽음이 반복되는 한국 사회이다. 그 기업의 논리가 잘못된 것임을 소비자들이 잊어서는 안 된다. 작가가 엄선한 15권의 책들이 지닌 힘이 무엇인지 둘러보고 잘 살피는 시간이 필요해진다. 공산당 선언이라는 책을 통해서 자본주의가 지닌 병폐를 다시 되짚어보는 힘을 기를 수 있었던 시간이 되어준 의미있는 책이다.

『공산당 선언』은 포악한 권력무자비한 압제넘어설 수 없는 절대 빈곤의 장벽에 절망한 사람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 57


지주들. 옥수수를 해외로 보내고. 비싼 소작료. 소작농 쫓아내고. 오두막에 불 지르고. 굶어 죽는 사람들을 보고만 있었던 정부 관료들. 248 _더 원더 소설


현존하는 모든 사회질서를 폭력적으로 타도함으로써 - P66

​『공산당 선언』은 포악한 권력의 무자비한 압제와 넘어설 수 없는 절대 빈곤의 장벽에 절망한 사람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 - P57

불법 구금하고 고문하여, 있지도 않은 간첩단 사건을 시도 때도 없이 만들어냈다.
- P59

​『공산당 선언』을 읽는 나는 행복하다...오류를 담은 책을 마음대로 읽을 자유가 있어서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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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비트겐슈타인 - 20세기 천재 철학자의 인생 수업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임재성 지음 / 유노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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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에 이어서 읽는 유노북스 시리즈이다. 저자는 대기업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20대, 30대를 세상의 기준에 맞추면서 살아온 것을 돌아보면서 40대인 현재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세상이 제시한 기준에 맞추어 사는 것이 진짜 삶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해진다. 타인의 기준에 맞추면서 살아온 20대, 자신과 타인의 기준을 비교하면서 살아왔던 30대의 시간들의 주인이 자신이 아님을 깨우치기 시작하면서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 철학자가 소개된다.

저자가 만난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철학자는 20세기 철학의 이단자이면서 새로운 흐름을 바꾼 천재 철학자라고 소개한다.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중에 철학자로 유일하게 이름이 올라간 인물이다. 부와 명예가 삶의 본질이 아님을 깨달았던 인물로 상속받은 재산을 포기하고 지적 탐구에 몰두한 인물이다. 임종한 자신은 멋진 삶을 살았다고 전해달라고 말을 남긴 인물로 우리가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어떤 삶을 살았다고 단언할 수 있을지 숙고하게 한다.

익숙함에 길들여져서 발상의 전환을 간과하지 않았는지도 다시 돌아보게 하는 내용들이 전해진다. 세상의 기준에 길들여진 것은 없는지, 자신의 주인은 나인지 거듭 질문을 던져야 하는 순간이다. 통계, 평균, 부, 소유욕, 욕망 등을 자극하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분별하는 힘부터 길러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임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지속적으로 읽었던 고전소설, 철학자, 종교인, 사회학자, 미니멀리즘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어느새 나의 언어가 되어 삶의 단단한 지표가 되었음을 이 책의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통해서 확인한 시간이다.

5가지 철학적 조언조언 36가지가 전해진다.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것, 선택하는 것이 진짜 나의 것인지 질문을 아낌없이 던지라고 말한다. 명확한 언어와 명확한 인생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면서 문제의 근원을 회피하지 말고 직사하라는 철학도 소개된다. 더 이상 타인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말고 자신의 생각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도 쉽게 설명해 준다.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이유와 진정한 삶이 무멋인지도 보여준다. 총체적으로 하나의 질문으로 집약되는 질문이 명확하게 전해지는데 그것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것이다.

다독하면서 응집된 언어들이 인생의 지표가 되고 있다. 책에서 건진 36가지 조언들도 하나씩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철학적 인생수업이 되어줄 내용들이다. 마흔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차곡히 축적된 것들이라 새롭지는 않았지만 다시 밑줄을 긋는 시간이 되면서 거듭 확인하는 시간이 되어준 책이다. 곁가지들을 정리하고 굵직한 나의 명확한 언어가 지금의 나로 거듭나고 있음을 확인한 내용들이다. 독서와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철학자와의 만남은 유쾌한 시간으로 남았고 죽음을 향해 오늘도 한걸음 나아가고 있는 인생에서 굵직하고 명확한 언어들을 주워 담는 시간으로 응축된 책이다.


가독성이 좋은 도서이다. 읽기 쉽고 명료한 언어로 응축된 제시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한꼭지씩 잠들기 전에 질문들을 향해 나아가는 하루도 의미깊은 독서가 될 것이다. 내면, 언어, 삶의 의미, 통찰, 사유에 대해 쉽게 설명되는 내용들이라 편안하게 읽었던 도서이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사라진다는 본질에 대한 사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의 이유, 말의 무게에 대한 깊이, 글쓰기에 대한 통찰, 삶의 문제는 내면 깊은 곳에서 풀린다는 사유까지도 주워담고 읊조린 시간이다.

삶의 의미를 찾아라. 12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사라진다 - P223

죽음이 두렵다면 불완전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 P284

어떤 말들은 시간이 지나야 그 의미를 깨닫는다. 말의 무게 - P96

잘 쓴 문장에는 뇌와 심장이 녹아 있다. 글쓰기 - P121

삶의 문제는 오직 내면 깊은 곳에서 풀린다. 깊이 - P147

인간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물음 - P13

타인의 생각이 아닌 자신의 생각으로 살아라 - P12

깊이 사유하지 않으면 문제에 끌려다닐 뿐이다. - P11

명확한 언어가 명확한 인생을 만든다. - P11

생각하는 것, 말하는 것, 선택하는 것이 정말 ‘나의 것‘인지 물어야 한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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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연극배우들이 관객을 향해 욕설을 서로 겹치게 소리 지르고 있지만 배우들의 시선은 관객에 고정되지 않는 상황이다. 배우들의 욕설 내용과 대상은 누구인지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혐오스러운 상판대기들아, 어릿광대들아, 가련한 몰골들아, 뻔뻔스러운 작자들아, 허수아비들아, 멍청하게 서서 구경하는 꼴통들아" (15쪽) 굵직한 의미들이 열거되면서 그들이 누구인지 둘러보게 되는 연극이다.

"헐뜯기 대가들아, 쓸모없는 건달들아, 줏대 없는 꼭두각시들아, 사회의 찌꺼기들아." (60쪽) 배우들의 욕설은 연극에 다시 등장한다. "능력 면에서 모든 걸 능가... 교활하고 왜소한 게르만 종자들아." (59쪽) 문학의 힘은 하나의 대상만을 향하지 않는다. 빈칸 넣기 하듯이 지칭된 대상에 어느 집단, 사회계층, 다양한 대상들을 빈칸에 넣기까지 하면서 배우들이 욕설하는 대상을 찾는 시간으로 연장되는 작품이다.

"항상 거기에 앉아있었다. 성실한 노력, 콧물을 훌쩍이는 너희들. 성공에 큰 몫을 했다. 위대함은 생략을 통해 이루어졌다. 모든 사실을 침묵으로 대변했구나, 허풍쟁이들아." (59쪽) 배우들은 대상을 주시하지 않고 관객을 향했지만 누구도 주시하지 않으면서 욕설이 계속된다. 배우들에게 주어진 규칙은 자세히 관찰할 것, 귀 기울여 들을 것이다. 이 규칙을 먼저 명시하면서 시작된 연극이다. 덕분에 사회가 강요하고 조장하는 흐름에 반하는 고통을 받고 대우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기사들을 읽은 내용은 일상 속에서도 잔상이 남아서 위협적인 속도로 달리는 도로에 뜨거운 햇살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한낮에 일당을 받고자 노동하는 신호수와 작업하는 도로 작업자들을 애처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들이 하루 일당을 받고자 도로에서 일하다가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많은 그들의 죽음이 다시 되살아나는 뜨거운 여름의 도로이다.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그들의 노동이 있다. 그들의 지저분한 작업복에는 정당한 수고와 땀이 고스란히 존재한다. 수많은 장소에서 누군가들의 노동과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만 사회는 그들을 지우고 감추고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음 소회>영화에서 콜센터 직원의 죽음, <미지의 서울> 드라마에서도 연극배우들이 소리치는 욕설의 대상들이 존재한다. 대선 공약에서도 평등이라는 키워드를 찾아보는 자세히 관찰하기와 귀 기울이기 규칙을 돋보기로 찾는 작업은 필요하다. 총체적으로 구분하고 구별하는 사회적 시스템에서 연극배우가 누구를 향하야 욕설을 쏟아내는지 둘러보는 시간을 가지는 희곡이 된다.

무더운 여름날에도 화면 속에 등장하는 집단은 긴팔의 옷으로 무장하면서 냉방병을 걱정하는 이들과 먼지와 소음, 빨리빨리 일하라고 다그치는 한국 사회에 길들여진 수많은 노동자들의 한숨은 대조된다. 노동을 하지 않는 노동자들은 없는 사회이다. 그들의 노동은 정당한 대우를 받고 행복하다는 만족감으로 살아가는 한국 사회인지 자세히 관찰해야 하고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이 규칙이라고 연극은 연극배우들에게 규정한다. 정당함을 잃고 차별적인 사회에서 별들이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이 희곡에서 발견하게 된다.

번아웃으로 우울한 노동자들이 많은 한국 사회이다. 웃음기를 잃어버린 그들의 노동에 무엇이 작동하면서 그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는지 노동 사회를 자세히 관찰할 것! 귀 기울일 것! 연극배우들에게 규정한 규칙을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뜨거운 도시의 도로를 달리면서 신호수를 보면서 아슬아슬한 생과 죽음의 경계를 떠올렸다. 그리고 직장 노동자들의 한숨과 눈물, 부유하는 수많은 감정들로 노동 현장에서 일하고 있을 전문직, 사무직, 노동자들의 다양한 일상들을 떠올린 희곡이다. 반대편에 욕설의 대상자가 된 그들이 자신은 아닌지 살펴보는 힘까지도 불어넣어 주는 희곡이 되기를 희망한 작품이다.

<미지의 서울> 드라마에서도 기업 전략실 엘리트들이 한 명을 왕따시키면서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모습이 전개되는데 이 상황에 익숙한 사람들과 용기를 낸 사람이 어떤 대우를 차별적으로 받는지 보여줄 때 이 희곡의 명대사들이 떠올라서 다시 재독한 희곡이다. 당연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빨리빨리를 외치는 분위기이다. 기계를 멈추어야 하는데 기계를 멈추지 않고 사람이 기계 결함을 해결하도록 방치하는 순간 다시 한 생명이 사라진 산업현장의 노동자 죽음을 또다시 접한 한국 사회이다. 그들이 방만하고 기만한 것이 무엇이며 노동자 죽음을 수익과 대조하면서 방치한 현장의 반복되는 사고 소식은 우리 모두를 향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현지인들이 여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은 꽤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그들의 행복과 한국 사회의 행복도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한국인들의 삶은 결코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미지의 서울> 드라마와 <다음 소희> 영화를 통해서 보게 된다. 스스로 찾아내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응원하면서 쓰러지지 않는 한국 사회의 노동자들이 많아지기를, 이들의 허무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심을 갖는 정치가 존재하기를, 가해자가 우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사회이기를 희망하면서 읽은 책으로 『소망 없는 불행』에 이어서 읽은 작가의 작품이다.

여러분은 현실을 다시 거칠다고 말할 것입니다.

냉정해질 것입니다.

자신의 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연극에 몰두했던 통일체가 아닙니다. 57




우리는 특정한 조건에 따라 우리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우리 말과 여러분의 시선은 각을 이루지 않습니다. - P20

멍청이들아, 막돼먹은 인간들아, 부도덕한 인간들아, 떠돌이 사기꾼들아, - P60

여러분은 현실을 다시 거칠다고 말할 것입니다. 냉정해질 것입니다. 자신의 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연극에 몰두했던 통일체가 아닙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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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리스 부부 새소설 20
권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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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저출산의 사회적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우려와 경각심이 요구되는 상황에 읽은 사실적 소설이다. 한국 사회의 가치관은 변모되었지만 전통성을 고수하는 가족이라는 집단은 신혼부부들의 가치관을 수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결혼을 하고 자손을 보고 싶은 양가 부모님들의 기대가 산산이 부서지는 상황이 전개된다. 결혼을 하였지만 아이는 가지지 않는 딩크족을 만나는 소설이다. 남편은 절약하지만 아내는 소비 위주로 라이프 스타일을 고수하는 맞벌이 부부이다.


돈 관리도 각자하는 부부이다. 부부이지만 상대방의 재무 상황도 모르는 상황이다.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는 것은 알지만 현재 어느 정도의 재무 상태인지도 상대방이 모르는 만큼 아내의 멈추지 않는 소비생활과 투자실적은 형편없는 상황이라 이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진 아내의 심정도 전해진다.


부모님들에게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부부라는 거짓말을 모의하고 실행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서 남편은 낭패를 보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더불어 장인어른의 도움으로 병원에서 무정자라는 검사 결과를 실제로 듣게 되면서 남편인 웅이는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남편이 자발적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여 삼천만 원을 대출받아 천만 원 자전거를 사고 천만 원은 투자를 하는 상황을 아내는 뒤늦게 알게 되면서 부부가 넘어가는 산과 언덕들이 어떤 풍경을 펼쳐낼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내는 명품백을 사고, 오마카세를 먹으며 5성급 호텔에 투숙하면서 마이너스 통장으로 수입보다는 지출 위주의 삶을 고수한다. 결혼생활에서도 달라지지 않으면서 남편은 명품백을 12개월 할부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한국 현대사회의 영끌족을 보고 있는 상황으로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는 사회적 문제와도 밀접하다. 고가의 교육비, 오랜 세월의 양육비, 평균적인 사교육비는 현실에서는 너무나도 멀고 먼 이야기이다. 몇 배로 더 교육비와 양육비로 지출해야 한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는 한국 사회가 문제이다.


철이 들지 않은 어린 사람들이 결혼한 모습을 보고 있는 소설이다. 어른이 되는 것은 나이라는 숫자는 무의미한 것임을 보여준다. 성숙한 어른이 아닌 어린이와 다름없는 부부가 흥청망청 소비하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서 많은 돈을 쉽게 벌고자 유튜브라는 미지의 늪으로 들어가면서 이들이 직접 경험한 유튜브 실상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일상을 삼켜버린 유튜브 기획, 촬영, 편집, 기획, 관리의 피로감이 상당하다는 것이 전해지면서 행복이 무엇이지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미숙한 어린아이와 같은 부부의 이야기이다. 행복해지는 것이 어렵다고 실토하는 이 부부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못 배운 행복찾기가 고스란히 대화중에 드러난다. 돈을 많이 벌어야 행복하다는 잘못된 행복이 출발점임을 이들은 모른다. 많은 돈을 가진다는 것이 행복과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재력도 어느 단계에서는 무감각해진다. 행복은 일상에서 찾는 것임을 부부가 발견하게 된다. 소소한 순간, 함께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에서 행복을 발견해야 행복해지는 것이다.


사회는 돈을 벌어야 행복하다고 언론이 부추기지만 그것은 자본주의의 마케팅일 뿐이다. 멍때리기 하면서 나를 사랑하는 순간을 즐기고, 소비가 아닌 함께 웃으면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더 중요해진다. 고가의 가방, 고가의 부동산, 테슬라, 구찌, 샤넬, 주식, 코인 등으로 형편에 맞지 않는 것들을 추구하다가 전 재산을 날리는 것은 허무한 선택임을 알도록 한국 사회문제를 지적하는 소설이다.



만약 나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아이는 나보다 잘 살까 못살까? 비록 나는 오피스텔에서 자녀를 키우지만, 내 자녀는 아이를 어디서 키우게 될까? ... 아이를 키우려면 지금보다 적어도 두세 배는 넓은 집에서 살아야 할 것 같은데 그 길은 요원해 보였다. 53


'지나친 소비'는 자전거에서 그치지 않았다. 127

만약 나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아이는 나보다 잘 살까 못살까? 비록 나는 오피스텔에서 자녀를 키우지만, 내 자녀는 아이를 어디서 키우게 될까? ... 아이를 키우려면 지금보다 적어도 두세 배는 넓은 집에서 살아야 할 것 같은데 그 길은 요원해 보였다. - P53

명품 가방을 더 많이 사고, 5성급 호텔에서 호캉스도 더 자주 하고, 매주 값비싼 오마카세를 즐기고, 포르쉐든 테슬라든 마세라티든 보란 듯이 뽑아서 끌어주고 - P74

어떻게 하면 아주 행복해질 수 있는지. 남부럽지 않게 알콩달콩하게 사는 방법이 뭔지. 그러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또 뭔가를 해야 하는데. 어려워. 뭐가? 행복해지는 게. - P234

부동산도 놓치고 주식과 코인도 시원찮은 우리에게 유튜브는 마지막 동아줄인 셈이지. - P157

기획, 촬영, 편집, 게시, 관리 모두 다 힘들고 스트레스 덩어리였다. - P143

삼천만 원 대출받아서 천만 원으론 자전거를 사고 다른 천만 원으론 투자하고 - P33

‘지나친 소비‘는 자전거에서 그치지 않았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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