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엉 오늘의 젊은 작가 39
김홍 지음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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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것만 가능하고 대답하지는 않는 세상은 안전한 사회인가. 무표정하게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은 사회의 불편함을 드러내는 소설이다. 울음을 삼키는 사회, 감정을 감추는 사회문제를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좋은 시간과 나쁜 시간, 애매한 시간과 구체적인 시간들이 무엇인지도 차분히 떠올려보게 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등장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귀중하게 삶에서 누리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소설은 시간의 가치와 감정에 충실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마음껏 웃을 수 있고 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당신이 죽였다> 드라마에서도 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두려워서 모든 감정을 숨기고 감추는 것이 얼마나 인물을 불행하게 만들었는지 보여준 드라마이다. 이 소설에서도 그만 놓쳐버린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본체가 자신을 떠나버린 상황이 펼쳐진다. 시간을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자신을 황폐하게 만들어버리는지 보여준다.

시간은 왕의 권세이며 귀하지 않은 시간도 덜 중요한 시간도 없다는 것을 응시한 젊은 작가의 시선이 엄습해진다. 모든 지체가 본체가 될 때 누릴 지복이 무엇인지도 선명해진다. 책표지 그림이 그러하다.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지만 모두가 같은 모습으로 일하는 기계적인 모습이다. 말하는 자유가 없는 사회, 감정이 없는 기계와 같은 노동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울지 못하는 감정이 결국에는 자신을 떠나 버린 결과를 만들고 자신이 펑펑 울고 나서야 자신이 왜 부모가 없는지 이제서야 생각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쿠팡이츠 라이더와 쿠팡 로켓배송으로 더 이상 사람이 죽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미지의 서울>드라마에서도 직장인의 고충이 전해진다. 이 소설을 읽었을 때와 지금은 얼마나 달라진 사회가 되었는지 둘러보게 되는 한국사회이다. 더 각박하고 더 숨쉬기 어려운 고충들이 들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평한 사회인지 불공정한 사회인지 자신들의 노동을 엄중하게 둘러보면서 읽어야 하는 다시 읽어야 하는 소설이다.

니들이 지랄해 봤자 세상 안 바뀌어... 당신이 아무리 지랄해 봤자 우리도 안 바뀌거든... 한 번 싸우고 끝나는 세 세상에 어딨어요... 우리 같이 참호를 파요. 전선을 넓게 만들고 각 부분에 속속들이 침투하자고요. 194

고지서에 완전히 갇힌 기분이라고 소설은 말한다. 강도 같은 방식으로 라이프스타일을 무너뜨리는 그들의 방식에 삶을 무방비 상태로 놓쳐버려서는 안 된다. 소득이 많아야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소득의 차이가 아닌 소비습관을 정비하는 것이 최선의 부자의 지름길이다. 고지서가 소비습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결과이다. 매달 가계부를 작성하거나 매일 소비일기를 기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고 불행하지 않는 노동을 선택하는 노력이 필요한 사회이다. <당신이 죽였다>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처럼 새로운 삶, 새로운 출발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파도가 와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자신을 만드는 것이 필요해진다.

정부를 향한 강한 질타도 아낌없이 쏟아내는 소설이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지자체의 혈세 낭비하는 광경을 자주 보게 된다. 아찔할 정도의 혈세 낭비하는 광경이 이제는 전국 어디에서나 목격된다.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닌 바벨탑 경쟁을 하고 있는 지자체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 정부가 되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무도 믿지 않는 기상청의 일기에보와 구청 민원 부서의 검토 중이라는 상징성에 신뢰가 얼마나 무너진 한국사회인지 꼬집는 작품이다.


니들이 지랄해 봤자 세상 안 바뀌어... 당신이 아무리 지랄해 봤자 우리도 안 바뀌거든... 한 번 싸우고 끝나는 세 세상에 어딨어요... 우리 같이 참호를 파요. 전선을 넓게 만들고 각 부분에 속속들이 침투하자고요. - P194

이제 그만 울자, 그만 울고 한번 생각해 보자 ... 나는 왜 부모가 없는지에 관해서 탐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 P147

고지서. 가끔 나는 완전히 덫에 걸린 기분이 든다... 어떤 자물쇠를 걸어 놓든 그들은 문을 따고 들어올 것이다. - P12

절대로 믿지 않는 세 가지... 기상청의 일기예보, 구청 민원 부서의 검토 중... 공통점은 ... 정부 - P165

쿠팡이츠의 라이더. 쿠팡 로켓배송. 더 이상 사람이 죽지 않기로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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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송태욱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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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자주 다닐 때마다 펼쳐지는 사계절의 풍경에 심취하게 된다. 『겨울, 나무』라는 그림책의 시와 그림을 보고 나서 겨울 풍경의 나무들이 예사롭지가 않다. 앙상한 가지만 우뚝 세워놓은 겨울나무의 기나긴 봄 여름 가을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우리 삶도 다르지가 않다. 언젠가 누구에게나 찾아올 소실점인 죽음을 이 소설의 도입부와 마지막 부분에서 언급된다. 조산원이라는 직원이 가진 의미와 새로운 생명 탄생을 축복해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 인물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사라질 준비인 소실점에 대해 지긋하게 응시하게 하는 소설이다. 부당함을 느끼지만 인물들은 그것들을 삼키면서 존재한다. 타인의 시점에서의 인물과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저마다 모두가 자신의 삶을 묵묵히 버티며 살아가고 있었음을 엿보게 된다. 가족들에게 긴 세월 보여준 모습과 마지막 떠나는 모습은 모두가 다른 모습으로 떠나면서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 인물도 등장한다. 타인을 정말 다 알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신을 향한 부당함에 분노하지 않는 여성의 삶을 버티며 살아간 이야기도 등장하며 요네라는 여인은 더 인상적인 인물로 기억된다. 조산원이라는 일에 비중을 더 깊게 두면서 살아가는 여인이다. 남편이 집에 거주하지 않고 다른 여인과 살지만 그녀는 자신의 일에 더 비중을 두면서 사는 여성이다. 그녀의 아들은 어머니가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한 기모노 선물에 사춘기때 반항이 소실되면서 그의 인생에 큰 실수로 남는다. 자신의 아내와 아들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된다. 잃어버린 것들이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키는지 보여준 작품이다.

그저 정해진 대로 목사가 된다면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올 리 없어요. 138


예수와 사도들의 세계에는 쓸데없는 것, 느슨한 것, 어리석은 것, 쉬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453



에토 이치이가 아유미의 죽음에 대응한 방식은 평화로웠다는 것을 기억하게 된다. 마음은 아프고 눈물나지만 평화롭게 보내는 장면이다. 청결하고 깔끔한 노인이 치매로 얼마나 큰 변화가 일어나는지도 전해진다. <에스콰이어> 7회 드라마에서도 치매 증세가 보이는 아내가 안락사를 선택하는 내용이 등장하면서 이 내용은 좋은 질문으로 남는다. 병원은 죽음을 통해 이윤을 더 남기는 방식을 선택하고 가족은 마음이 편한 것을 선택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도 등장이 있다.

냄새의 낱알에 형태가 있다면 어떤 형태일지 표현한 문장이 너무 좋았다. 옥수수 굽는 냄새를 달콤하게 구워지는 노란 냄새라고 표현한 작가의 글이 인상적이다. 설명이 안되는 타이밍에 새로운 길이 찾아온다는 것을 떠올려보게 된다. 절망하고 불행했던 순간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와 도약하는 새로운 출발이 되었음을 떠올리게 한다. 삶의 파도를 어떻게 타야 하는지 방향등을 비추어주는 좋은 문장들을 주워 담은 소설이다. 번역가의 글이 편안하여 읽기 좋았던 소설이라 번역한 책들을 살펴보게 된다. 여러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라 진지하게 삶을 둘러보게 해준 작품이다.

언젠가는 죽어갈 바보들은 그저 북적거릴 뿐 알아채지도 못한다. 426



부모는 힘이 다하여 또는 늙어 죽어간다 - P246

이치이는 아유미가 숨을 거두기 전에 아유미를 편안하게 보내는 절차를 조용히 혼자, 아니 누나와 둘이서 순조롭게 밟았다 - P403

어머니가 야단친 것도, ... 감정의 배설이며 어깃장이라고 생각했다. - P35

냄새의 낱알에 형태가 있다면 - P56

옥수수 굽는 냄새. 달콤하게 구워지는 노란 냄새 - P228

언젠가는 죽어갈 바보들은 그저 북적거릴 뿐 알아채지도 못한다. - P426

늘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여기에 없는 듯한 얼굴이었다. (퇴근한 아버지)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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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안다는 것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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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안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지혜가 전해지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책이다. 어떻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전하는 1부에서는 좋은 질문만이 정답을 준다는 사실과 3부에 언급되는 '자기가 약속한 대로 살아왔는가?'라는 질문, '당신은 출애굽기의 여정을 시작했는가? 선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또 세상을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가?'라는 성장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와 질문들이 또렷하게 와닿았던 책이다.

좋은 질문을 만날 수 있는 책이며 좋은 질문만이 정답을 준다는 사실에 공감하게 된다. 가장 와닿는 질문은 출애굽기의 여정을 시작했는가라는 질문이다. 노예의 삶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여정을 시작은 하였는지, 어느 정도 성장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질문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 선한 사람이 된다는 것의 의미에 진중해지면서 『울기엔 좀 애매한』 카툰 만화가의 자본주의에 대한 응시를 떠올리게 된다. 외면하고 무관심하지 않았던 만화가의 응시가 이 책의 질문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순간으로 남는다.

함께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나를 결정한다는 것도 의미심장하게 전해지는 굵직한 내용이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라는 질문도 이어진다. 한 사람을 진심으로 바라보는 일이 무엇인지도 진중하게 살펴보게 한다. 같은 공간에 같이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얼마나 한 사람을 진심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질문하는 책이다. 무관심하고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현대인들에게 질문을 아낌없이 던진다.

인생의 최고점과 최저점, 전환점이 무엇인지 이야기해달라는 질문을 저자를 통해서 대답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좋은 질문은 인생을 변화시키고 후련한 기분까지 선사해 주는 멋진 터닝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의 내용들이 그러하다. 툭 던져지는 질문들이 시원한 바람이 되어 나를 제대로 직시하면서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발돋움이 되어준다.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 함께 생활하지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사회에 살아간다는 것을 분명하다고 명명한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전혀 알지 못하는 현대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질문을 던지면서 <미지의 서울> 드라마의 사무실 사람들의 무표정함과 무관심한 태도가 떠오른다. 도대체 무엇을 놓치고 무엇을 부여잡고 살아가고 있는지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드라마의 장면이며 이 책 저자의 질문들을 통해서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된다.


미래의 자신을 도와줄 커다란 전체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현재의 고통을 견딜 수 있다. 303

대화 욕망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사회라는 것도 응시하게 된다. 좋은 관계를 어떻게 가꾸어 나갈 수 있는지 배우는 시간들로 채워진다. 산책하면서 데이트를 하면서 즐겨 질문하는 내용들이라 매우 흥미롭게 읽어간 책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준다. 미래의 자신을 도와줄 커다란 전체 이야기의 한 부분을 인지하면 현재의 고통은 견딜 수 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인생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가. 이 능력은 학교가 가르쳐 주지 않는 중요한 기술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안정적인 정체성을 지닌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구분되는 순간이다. 어떤 이야기의 부분인지 인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침묵은 어느 순간에 필요한지, 대화는 어떤 순간에 필요한지, 어떤 질문과 대화를 해야 하는지 저자를 통해서 관계의 힘과 깊이 연결되는 기쁨을 누리는 방법들을 배운 내용들이다.


여러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하고 살아가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전혀 알지 못한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297

"당신은 자기가 약속한 대로 살아왔는가?" 도덕적인 질문 340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인생 이야기를 구성하는 능력은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중요한 기술 - P303

인생의 최고점과 최저점, 전환점에 대해서 이야기... 오랜만에 최고의 시간을 보냈으니까요. - P296

우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사회에 사는 게 분명하다. - P296

여러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하고 살아가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전혀 알지 못한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 P297

"당신은 자기가 약속한 대로 살아왔는가?" 도덕적인 질문 - P340

당신은 출애굽기의 여정을 시작했는가? 당신은 선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또 세상을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가? 성장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라는 요구 - P341

미래의 자신을 도와줄 커다란 전체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현재의 고통을 견딜 수 있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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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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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세상을 바꿀거라 생각했다는 작가의 말로 시작한다. 말도 안 되는 세상을 만들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어른을 이해할 수 없었다는 그 시절 청춘의 고백으로 시작하는 작가의 말이다. 하지만 어른도 별 힘이 없었다는 것을, 책망의 허망함을 깨닫는 글에 낙망하게 된다. 작가가 세상을 향해 느끼고 생각하고 죄책감과 책임감을 말하는 내용에 더 큰 책임과 죄책감을 감당해야 할 세상은 너무 잠잠하다는 생각이 가지면서 읽은 책이다.

화면 가득한 그림을 오랜 시간 바라보았다. 화려한 불빛 조명을 받고 있는 고층 아파트 건물과 어두운 음영으로 그려진 낮은 주택들의 모습에 청소년 아이가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홀로 감당하면서 걸어가지만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의 냉혹함을 이 작품으로 사실적으로 전달한 만화이다.

자신을 무한히 사랑하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지만 현실적 상황은 점점 꿈과 멀어지게 만드는 세상의 문제들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부당함을 외치고 저항하지만 무력하게 좌절되는 꿈들에 고함치고 분노하지만 그들의 꿈은 공평하지도 않음을 뒤늦게서야 깨닫는다. 수시 접수를 만류하는 학원 선생님의 적의, 자신들의 재능이 자본의 힘에 이용되어 재력이 많은 부모를 둔 친구의 수시 입학 전형 포트폴리오로 제출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수시에 합격한 아이도 분노하는 다른 친구들의 아우성에 속상해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부끄러움,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노력만으로 따라잡지 못한 자신의 무능력에 화가 치밀어 오르는 상황이 전개된다. 모두가 알고 자신도 아는 재능의 부족함과 재능이 뛰어난 가난한 아이를 보면서 좌절하고 고뇌하는 방황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결국 자신들이 가고 싶은 대학교는 자본가의 자녀가 편법으로 제출한 포토폴리오와 학원 선생님의 공모에 의해 합격이 결과로 말해준다. 자본이 없는 가난의 무능력에 재능은 사회적 시스템에 비참하게 무너졌음을 고발한 작품이다.

말이 되지 않는 부당함에 대항하지만 결국은 학원비를 내주는 무능력한 아이들을 위해 도움을 주는 학원 선생님의 최책감이 고스란히 전해진 만화이다. 다른 재능있는 학생들을 수시 접수 못하게 막고 편법으로 자본가의 자녀를 입학시켜준 학원쌤은 차를 새로 출고한 장면이 등장한다. 양심도 사라졌고 죄책감은 더 멀리 사라진 한국 자본주의의 단상이 카툰 입시학원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돈이란 거 많이 벌면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거 같지?

아냐... 벌면 더 벌기 위해 더 바빠져.

신분이 상승할수록 그 신분에 걸맞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 지출은 더 늘어나거든. 그게 자본주의야. 인간을 돈의 노예로 만드는 것...... 난 이 미친 자본주의가 싫다. 87

나처럼 똑똑한 사람도 대학에 가는 것 말고는 생각할 수가 없더라고. 다른 걸 볼 기회가 없었어. 대학에 가면 뭘 하는지도 몰랐지만 대학에 안 가면 어떻게 되는 건지 아무도 가르쳐 주질 않았어. 그냥 겁만 줘. 폭탄 돌리기도 아니고... 나에게는 학자금 대출 채무가 남았지. 129

어린 학생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하고 멋진 척하지만 좋은 의도로 고용되지 못한 것을 알고 임금 미지급을 불안해하는 학생이 어떻게 임금을 받는지 전해진다. 이혼한 아버지가 자신과 똑같이 닮은 아들의 대학 등록금까지도 무책임하게 대응하는 모습도 놓치지 않으면서 친절도 서비스는 매우 만족으로 부탁한다는 말을 머뭇거림 없이 말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 타인을 향한 무관심과 무책임, 자신을 향한 사랑만 존재하고 있는 한국 자본주의의 실상을 관찰하고 카툰으로 거침없이 드러낸 멋진 작품이다.



나처럼 똑똑한 사람도 대학에 가는 것 말고는 생각할 수가 없더라고. 다른 걸 볼 기회가 없었어. 대학에 가면 뭘 하는지도 몰랐지만 대학에 안 가면 어떻게 되는 건지 아무도 가르쳐 주질 않았어. 그냥 겁만 줘. 폭탄 돌리기도 아니고... 나에게는 학자금 대출 채무가 남았지. - P129

돈이란 거 많이 벌면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거 같지?
아냐... 벌면 더 벌기 위해 더 바빠져.
신분이 상승할수록 그 신분에 걸맞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 지출은 더 늘어나거든. 그게 자본주의야. 인간을 돈의 노예로 만드는 것...... 난 이 미친 자본주의가 싫다. - P87

카툰이 뭔지도 모르는 애한테 하루 만에 어떻게 그림을 뽑아요 - P58

잘 살다가 망한 거랑 원해 가난한 거랑 뭐가 더 불쌍해요?
우리 부모님은 이혼도 했는데요!! - P51

한국 입시제도는 교육 정책이 아니라 고용정책이거든 - P130

다들 훌륭한 기계가 되었구나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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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무
김장성 지음, 정유정 그림 / 이야기꽃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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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를 하기에 좋은 계절이라 낯선 여행지를 여행하다가 생경하게 펼쳐지는 풍경을 열심히 바라보는 재미가 있는 계절이다. 가을의 무르익음과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빠르게 흘러가는 가을 풍경과 겨울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나무들의 추운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부지런함을 보는 계절이다.

떨어지는 낙엽들의 향연만큼이나 나비들이 춤추면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는 낙엽들과 바람의 움직임에 아름다운 모습도 구경하면서 드라이브를 즐긴 여행길이 지금도 기억속에 자리잡는 날에 펼친 겨울 그림책을 펼친다. 겨울 나무는 어떤 모습이며 어떤 빛나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숙연하게 바라보게 한 시와 그림이 담긴 어른 그림책이다.

아름다운 꽃의 향연만 바라보고 꽃을 열심히 받치고 있는 잔가지들을 바라보지는 않는다. 잎이 난 가지가 뻗으려고 애쓰고 있는 가지의 끝의 움직임을 우리는 바라보지 못한다. 심지어 억센 뿌리의 단단함과 중심마저도 보지 못하고 잎과 꽃, 열매를 피우기 위해 열심히 조용히 뻗어나가던 가지의 끝과 가지의 굳건함마저도 우리는 유심히 바라보지 못한다.

가을에 들어서면서 낙엽이 지는 나무, 차가운 서리가 내리는 겨울이 되면서 꽃도 지고 잎도 떠난 열매도 떠나버린 겨울 나무를 시인은 이제서야 바라보면서 겨울 나무가 햇살에 빛나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봄, 여름, 가을을 지나면서 벌레 먹은 자리와 상처 입은 상흔들, 가지를 얼마나 키워야 하는지 머뭇거렸을 시간들의 흔적들을 겨울 나무에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견딘 세월들, 버티면서 살아낸 세월의 흔적들이 겨울 나무에게서 발견하면서 우리의 삶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 정도 배워야 할지, 어느 정도 일을 하여야 할지, 평생 살아도 좋을 사람이 누구인지, 자녀를 낳을지, 몇 명을 낳을지, 어디에 자리를 잡고 살아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라이프 스타일은 어떻게 지속할지 수많은 선택의 연속과 머뭇거리며 결정한 것들이 지금 겨울 나무처럼 우리에게도 새겨져 있다. 때로는 벌레 먹은 상처가 남은 경험도 남겨지고 힘차게 뻗어간 가지처럼 곧게 자란 줄기와 같은 삶도 기억 속에 남는다.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들으면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는 대답을 들을 때도 있다.

대한민국의 평균보다는 다른 길을 걸었고 선택하고 결정하면서 살아간 지난 봄, 여름, 가을이다. 이제는 겨울에 들어선 나무처럼 피어난 잎, 성장한 가지의 끝, 꽃과 열매들이 기억에 남는 겨울 나무와 같아서 새로운 2막 인생을 매일 꿈꾸며 어떻게 놀아볼까 궁리하며 살아가는 겨울 나무와 같은 모습이라 좋았던 시이다.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도전하고 즐기면서 새로운 경험들을 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차곡히 쌓아 올려진 책탑들을 바라보면서 어느 날에는 쌓인 먼지들을 닦으면서 책들을 다시 펼쳐보는 겨울나무이다. 열심히 읽고 책을 좋아하고 생각들을 페이지에 메모한 글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집 구경한 사람들이 모두가 살림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배우고 간다고 말해주고 떠날 때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그분들을 통해서 배우기도 한다.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을 향해 기꺼이 아낌없이 칭찬하는 따스한 말과 감동에 사르르 감동을 받게 된다. 미니멀 라이프,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사는 살림이 넓은 집에서 더 돋보였던 것이다.

화이트 하우스, 넓은 집, 텔레비전도 없고 큰 냉장고도 없는 적당한 크기의 냉장고와 소담한 사이즈의 김치냉장고로도 충분히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질문에 흔쾌히 좋다고 대답한 계절이다. 크고 화려한 가전, 가구보다 필요한 것들만 공간에 두면서 여백을 가진 넓은 집, 작은 살림을 살고 있는 겨울나무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좌충우돌하면서 한때는 큰 살림들로 큰 집을 채웠던 날들이 있었다. 이제는 작은 살림으로 큰 집을 미니멀 라이프로 살고 있다. 점점 비워지는 살림을 추구하면서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푸르던 그늘 아래 벌레 먹은 자리들

가지를 잃은 상처들

상처마다 무심한 딱정이들

얼마나 줄기를 올려야 하나

어디쯤 가지를 나눠야 할까

머뭇거리던 시간들

견디다 견디다

살갗에 새긴

깊은 주름들

꽃도 잎도 열매도 떠난

겨울, 지금에야 나는 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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