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는 여자친구, 사랑하지 않았던 지난날의 수많은 아내들을 떠올리는 남자들이 있다. 박혜진이 엮고 풀은 『퍼니 사이코 픽션』 7편의 피폐소설 중의 『정열』라는 송경아 소설의 남자는 여자친구를 사랑하지 않지만 만남을 지속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에드나 오브라이언의 『8월은 악마의 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등장하는 부자가 회상하는 자신의 여러 아내들이 그러하다. 기억조차 선명하게 남지 않은 많은 아내들이 그 남자를 스쳐지나쳤음을 남자를 통해서 전해진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족장의 가을』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태어났지만 사랑하는 능력이 없었던 남자의 죽음에 태어난 아이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사랑하지 않지만 만남을 지속하고 결혼하고 자녀가 태어나는 것들이 사랑이 아님을 여러 소설들을 통해서 목도하게 된다. 부모이지만 사랑이 없는 부모, 살의가 느껴지는 눈빛을 드러내는 부모의 폭력성이 여러 소설에서 등장하기도 한다. 부모와 자녀, 부부, 연인들부터 진정한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채색의 삶을 사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들이다.
사랑하라!
명료한 가르침이 우매한 인간들에게는 힘겨운 돌덩이를 밀고 올라가는 삶인지 떠올리게 한다. 사랑이 없는 요양원의 처참함과 사랑이 흐르지 않는 가족들과 사회에서 괴롭힘과 혐오, 차별과 무시가 얼마나 타인을 생채기내는 무수한 형태로 괴물이 되어가는지 떠올리게 된다.
사랑이 없는 연인에게 '정열'이 무엇인지 환상적인 모습으로 보여주는 여자친구가 송경아 소설에 등장한다. 젊은 남자가 굳건히 믿었던 세계가 무너지면서 정열을 이제서야 경험하면서 그는 여자친구가 옳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열이 없는 인생이 얼마나 처참한 삶인지 깨닫지 못하는 인생도 있겠지만 한 번은 뜨겁게 감당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사랑하는 힘을 길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보게 된다.
자신이 괴물이 되어 타인을 괴롭히는 주체자가 되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뻔뻔함이 사라지게 최고의 해결책은 사랑임을 소설들을 통해서 보게 된다.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매일 부단한 노력과 의지가 필요한 것이 사랑하는 것임을 오늘도 깨닫게 된다. 사랑하는 연인, 사랑하는 가족들, 사랑하는 사회에서는 분열과 대립,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시작하는 전쟁도 사라질 것이다.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변화의 시작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정열』이라는 소설에서 엿볼 수 있었고 남자의 변화와 깨달음이 명징하였음을 보게 된다.
사랑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대이다. 단단한 자신들의 요새를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사회는 머뭇거림 없이 폭력성으로 표출되는 것을 경험한 시대이다. 사랑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집단의 운명과 개인의 운명은 수치스러운 운명이라고 『족장의 가을』의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 언급한다.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를 찾고자 소설들을 무수히 읽다가 발견한 것은 치유가 되면서 평온으로 이어졌다. 사랑이 없는 수치스러운 운명을 자각하지 못하는 집단과 사회, 가족들에게서 해방을 맛보았고 매일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얻고자 기도하는 부단함이 왜 필요한지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 소설들이다.
회색빛의 도시, 무채색의 사회에서 존재의 의미가 부족한 것이 아님을 확인하는 힘이 필요하며 오늘의 힘겨움이 자신의 탓이 아님을 소설들은 조곤조곤 들려주었다. 저마다 다른 분위기로 전개되지만 작가들은 한결같이 사랑이 필요한 이유를 손꼽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사랑하라! 오늘도 우리는 타인과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늦은 밤 사랑하였던 순간들을 기억하는 빛이 되어야 한다.
타인을 만나러 가려면 자신이라는 한계의 벽을 뚫고 나가야 한다. 그러자면 반드시 변해야 된다. 그 변화를 가능케 하는 것을 정열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사랑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40
_정열 송경아 _퍼니 사이코 픽션
우리 아빠가 죽었어.
자유만세 46
_족장의 가을
수수께끼 손금.
사랑하는 능력이 없다는 것.
수치스러운 운명 362
_족장의 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