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에센셜 『정의의 사람들』 중의 에세이 <부조리한 인간>은 흥미롭게 읽은 내용이다. 읽을수록 『시지프 신화』와 에세이 『안과 겉』, 소설 『이방인』을 상기하게 된다. 페이지 여백의 메모들을 확인하면서 작가의 유명한 소설과 에세이를 다시 펼쳐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단단한 연결고리가 되면서 철학적 사고의 깊이가 더욱 단단해지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소설 『페스트』의 인물들 중에 죽음을 다르게 받아들인 의사 어머니의 삶을 다시 회상하는 독서릴레이로 이어진다.

위대한 소설가는 철학적 소설가라고 『시지프 신화』에서 언급된다. <부조리한 인간> 에세이를 통해서 소설의 바탕이 되었던 알베르 카뮈의 철학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롤링 부인의 '호소문'을 언급한 괴테의 <잠언집>에서 괴테는 롤링 부인은 무시되었다는 사실이 각주를 통해서 설명된다. 롤링 부인은 프랑스에서 살롱을 열고 남편을 내무장관으로 만들었던 여인이었지만 과격파의 미움을 받아 교수형에 처하게 된다. 후세에 의지한 롤링 부인이 후세에 외면받았음을 카뮈는 언급한다.

부조리한 인간이 용납할 수 있는 도덕은 단 하나 신에게서 분리되지 않는 도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부조리한 인간은 신 밖에서 살고 있다고 단언한다. 종교 전쟁과 자기변명과 무죄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무죄는 무서운 것이라고 설명된다.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나름의 부조리이며, 해방과 기쁨의 외침이 아닌 하나의 쓰라린 확인을 의미하는 무죄임을 확인시킨다.

책임지는 사람은 있을 수 있으나 죄인은 없다는 내용이 의미심장하다. 부조리는 해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묶어 잇는 것으로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것은 아무것도 금지된 것이 없다는 뜻이 아님을 설명한다. 부조리는 행위의 결과에 한결같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부조리는 후회에 본래의 무용성을 회복시킨다는 것과 어쩌다 기분이 내켜서 덕이 높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짚어낸다.

부조리의 정신으로 추론한 결과는 윤리적 규칙들이 아니다. 발견한 것들은 인간의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예증들임을 작가의 여러 소설들과 에세이를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한 인간의 패배의 예증을 소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되었고 심판의 대상이 된 것은 패배한 상황이 아닌 패배한 인간 자신이었음을 『이방인』 소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정황은 현재에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모순되는 논리로 심판을 하고자 하는 모습들을 떠올리면서 읽은 부조리한 인간에 대한 내용이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미래를 박탈당한 어떤 세계에 대한 글이다. 희망을 불어넣고 인간을 분주하게 일하게 하고 있는 세계를 직시하게 한다. 희망을 떠올리며 달렸던 무수히 많은 계단들이 있다. 숨이 턱에 차올랐던 순간들은 회색빛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세계만을 맛보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작가는 단 한 가지 거짓되지 않은 사고는 열매를 기대하지 않는 불모의 사고라고 확언한다. 미래가 박탈당한 세계, 미래가 없는 시대는 누구인지 멈추어서 둘러보아야 한다. 마음껏 숨 쉴 수 없는 희뿌연 독성을 가득히 품고 있는 공기, 더 높은 높이와 성장만이 희망이라고 착각하는 세계, 발암물질 범벅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용하고 있는 소비의 실체 등 걷고 있지만 왜 걷는지도 모르는 노예들의 출퇴근길의 움직임들이 떠오르는 내용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희곡도 떠올리게 되는 부조리한 인간을 사유할 수 있었던 내용이다.

영광이란 모두 덧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깊이 고찰하도록 이끄는 내용들이다. 모든 영광 중에서 가장 덜 거짓된 것은 스스로 체험하는 영광이며 중요한 것은 인생에서 얼마나 동일화되었는지에 대해 강조한다. 노력과 사명이 무엇이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마음을 다하여 여러 존재가 되고자 전력투구하라고 전한다. 자신을 되찾기 위해 자신을 잃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더불어 침묵도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비극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모든 것을 성취하고 모든 것을 살고자 하는 저 인간, 저 헛된 시도, 저 부질없는 고집, 그것은 부조리의 모순 그 자체라고 말하면서 운명에서 노래 부르는 피리가 되지 않는 사람들은 복 있을 거라고 말한 햄릿의 말을 인용한다. 질문이 많은 세계에 대해 숙고하게 하는 힘을 불어넣어 주는 내용들이며 작가의 작품들을 다시 재독하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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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는 여자친구, 사랑하지 않았던 지난날의 수많은 아내들을 떠올리는 남자들이 있다. 박혜진이 엮고 풀은 『퍼니 사이코 픽션』 7편의 피폐소설 중의 『정열』라는 송경아 소설의 남자는 여자친구를 사랑하지 않지만 만남을 지속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에드나 오브라이언의 『8월은 악마의 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등장하는 부자가 회상하는 자신의 여러 아내들이 그러하다. 기억조차 선명하게 남지 않은 많은 아내들이 그 남자를 스쳐지나쳤음을 남자를 통해서 전해진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족장의 가을』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태어났지만 사랑하는 능력이 없었던 남자의 죽음에 태어난 아이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사랑하지 않지만 만남을 지속하고 결혼하고 자녀가 태어나는 것들이 사랑이 아님을 여러 소설들을 통해서 목도하게 된다. 부모이지만 사랑이 없는 부모, 살의가 느껴지는 눈빛을 드러내는 부모의 폭력성이 여러 소설에서 등장하기도 한다. 부모와 자녀, 부부, 연인들부터 진정한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채색의 삶을 사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들이다.

사랑하라!

명료한 가르침이 우매한 인간들에게는 힘겨운 돌덩이를 밀고 올라가는 삶인지 떠올리게 한다. 사랑이 없는 요양원의 처참함과 사랑이 흐르지 않는 가족들과 사회에서 괴롭힘과 혐오, 차별과 무시가 얼마나 타인을 생채기내는 무수한 형태로 괴물이 되어가는지 떠올리게 된다.


사랑이 없는 연인에게 '정열'이 무엇인지 환상적인 모습으로 보여주는 여자친구가 송경아 소설에 등장한다. 젊은 남자가 굳건히 믿었던 세계가 무너지면서 정열을 이제서야 경험하면서 그는 여자친구가 옳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열이 없는 인생이 얼마나 처참한 삶인지 깨닫지 못하는 인생도 있겠지만 한 번은 뜨겁게 감당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사랑하는 힘을 길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보게 된다.


자신이 괴물이 되어 타인을 괴롭히는 주체자가 되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뻔뻔함이 사라지게 최고의 해결책은 사랑임을 소설들을 통해서 보게 된다.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매일 부단한 노력과 의지가 필요한 것이 사랑하는 것임을 오늘도 깨닫게 된다. 사랑하는 연인, 사랑하는 가족들, 사랑하는 사회에서는 분열과 대립,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시작하는 전쟁도 사라질 것이다.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변화의 시작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정열』이라는 소설에서 엿볼 수 있었고 남자의 변화와 깨달음이 명징하였음을 보게 된다.


사랑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대이다. 단단한 자신들의 요새를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사회는 머뭇거림 없이 폭력성으로 표출되는 것을 경험한 시대이다. 사랑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집단의 운명과 개인의 운명은 수치스러운 운명이라고 『족장의 가을』의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 언급한다.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를 찾고자 소설들을 무수히 읽다가 발견한 것은 치유가 되면서 평온으로 이어졌다. 사랑이 없는 수치스러운 운명을 자각하지 못하는 집단과 사회, 가족들에게서 해방을 맛보았고 매일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얻고자 기도하는 부단함이 왜 필요한지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 소설들이다.


회색빛의 도시, 무채색의 사회에서 존재의 의미가 부족한 것이 아님을 확인하는 힘이 필요하며 오늘의 힘겨움이 자신의 탓이 아님을 소설들은 조곤조곤 들려주었다. 저마다 다른 분위기로 전개되지만 작가들은 한결같이 사랑이 필요한 이유를 손꼽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사랑하라! 오늘도 우리는 타인과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늦은 밤 사랑하였던 순간들을 기억하는 빛이 되어야 한다.

타인을 만나러 가려면 자신이라는 한계의 벽을 뚫고 나가야 한다. 그러자면 반드시 변해야 된다. 그 변화를 가능케 하는 것을 정열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사랑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40

_정열 송경아 _퍼니 사이코 픽션


우리 아빠가 죽었어.

자유만세 46

​_족장의 가을


수수께끼 손금.

사랑하는 능력이 없다는 것.

수치스러운 운명 362

​_족장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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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을 읽다보면 고골의 『외투』 소설이 등장한다. 작가의 생애를 읽고나서 읽은 작가의 첫 작품이다. 외투 소설을 읽고 고골의 여러 소설들을 읽었기에 이 소설은 더 깊게 투영된다. 가난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 작품이다. 소설의 인물은 9등관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47세 남성이다. 시대적 흐름을 바탕으로 그는 늙은 노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인물이다.


작품을 읽어갈수록 가난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계속 질문을 던지게 된다. 가난은 돈이 급하게 필요하지만 담보조차도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유일하게 담보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월급뿐이라고 소설 속의 남자는 전한다. 아직 지불되지 않은 월급을 담보로 대출을 요구하러 가는 이 남자는 자신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는 인물을 향해 비난을 퍼붓는다. 담보가 없으면 대출이 되지 않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이기에 그의 비난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으며 그가 가난한 이유가 무엇 때문이었는지 찾게 된다. 그의 무능함이었는지, 낭비벽이었는지 일상을 살펴보는 작업이 뒤따르는 소설이다.

고골의 소설 『외투』에서도 등장하는 내용처럼 그의 일상에서는 사치와 낭비는 찾을 수가 없다. 그의 비루한 삶과 외투, 모양새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소설을 계속 읽게 된다. 현대의 계급사회문제까지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누군가는 의뭉스러운 소득을 취하고 있음을 소설의 안나라는 여성을 통해서 짐작하게 된다. 누군가는 어침부터 저녁까지 노동 사회에서 일을 하지만 노동의 대가는 불공정하게 분배되고 있음을 『외투』라는 고골의 소설은 사실적으로 이야기한다.


고금리 대출을 찾아서 급전을 찾는 가난한 사람들의 급박한 상황들이 소설에 등장한다. 가난하고 보호해 주지 않는 젊고 어린 여자에게 악한 사람이 가난한 약자의 약점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악인은 가난하고 젊은 여자에게 손을 내밀면서 유혹하는 손짓을 보내기 시작한다. 이때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젊은 여자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가난은 금전적인 가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든든한 보호벽이 없는 고아와 과부 같은 여자에게는 더욱 가혹한 것이 가난임을 보여준다.


또 다른 가난한 가족도 등장한다. 투자 실패와 실직으로 단칸방에서 5명의 가족이 소리도 내지 않고 살아가는 가족이 있다. 아이가 3명이지만 아이소리가 들리지 않고, 간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도 아이는 그것을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가난이다. 그 가정의 한 아이가 갑자기 아프다가 죽음이 빠르게 찾아오지만 슬픔과 눈물도 허락되지 않는 것이 가난임을 이 가정의 생존한 다른 어린아이가 관에 기대어 있는 모습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슬퍼할 수 없는 울음과 슬픔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가난은 아내에게도 아이에게도 감정까지도 모두 빼앗아가버린다. 상대적으로 부자인 안나라는 여인은 고아와 과부를 향해서 생색을 내고 성경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율법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평가하기만 한다. 가슴으로 하는 사랑이 아닌 행위로만 하는 신앙인의 거짓된 모방에서는 어떠한 감동이 전달되지 않는다. 사랑을 잘 이해해야 하는 것이 신앙인의 영원한 과제임을 안나를 통해서 작가는 보여준다.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가난을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서 사실적으로 전달한 소설이다. 태생이 부자였고 태생이 가난하였다는 것은 엄청난 간극을 의미한다. 그 가난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고 작가가 질문을 던졌으며 그저 피상적인 가난만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던 소설이다. 가난은 냄새로도 상징성을 띈다. <기생충> 영화를 통해서, 고골의 여러 소설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물가 시대에 누군가는 낮에는 직업을 가지고 밤에도 알바를 하면서 노동시장에서 쉬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는 시대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어린 자녀가 현금으로 고가의 부동산을 취득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가난의 폭풍에 던져진 인생은 발버둥을 쳐도 언제나 제자리에서 맴도는 허무한 시대임을 이 소설을 통해서 보게 된다. 작가가 살았던 가난한 삶을 무수히 떠올리면서 읽다보니 인물의 삶이 허구의 인물로만 관통되지 않았다. 『죄와 벌』,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백치』, 『악령』, 『지하로부터의 수기』 작품들을 집필한 유명한 작가이다. 한 권씩 릴레이 독서를 할 계획이다.



우리에게는 남은 것이 거의 없습니다.

내일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슬퍼요. 145

_가난한 사람들 민음사

돈을 빌리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135

_가난한 사람들 민음사


세상은 흉악하고

사람들은 공정하지 않아요. 94

_가난한 사람들 민음사

문학이란 좋은 겁니다. 아주 좋은 겁니다.

문학이란 참 심오한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굳세게 하고 깨우쳐 주지요. 90

_가난한 사람들 민음사


어떤 사람은

장군 견장을 달도록 정해져 있고,

또 어떤 사람은

9등 문관으로 근무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즉, 어떤 사람은 명령을 하고

어떤 사람은 불평 한마디 없이

순종하도록 정해져 있는 겁니다. 115

_가난한 사람들 민음사


유품이라고 해 봐야

거위 깃털 펜 한 다발,

관공서 서식 용지 한 묶음,

양말 세 켤레,

바지에서 떨어진 단추 두세 개,

실내복 같은 헌 외투가 전부 93

_외투 / 니콜라이 고골 / 민음사

계장 대리는 호화롭게 살았다. 82

_외투 / 니콜라이 고골 / 민음사






세상은 흉악하고 사람들은 공정하지 않아요. 94

문학이란 좋은 겁니다. 아주 좋은 겁니다. 문학이란 참 심오한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굳세게 하고 깨우쳐 주지요. - P90

어떤 사람은 장군 견장을 달도록 정해져 있고, 또 어떤 사람은 9등 문관으로 근무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즉, 어떤 사람은 명령을 하고 어떤 사람은 불평 한마디 없이 순종하도록 정해져 있는 겁니다. - P115

우리에게는 남은 것이 거의 없습니다. 내일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슬퍼요. - P145

돈을 빌리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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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3-29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예프스키 특유의 소설속 비극적인 환경과 인물들이 너무 좋더라구요. 릴레이 독서를 응원합니다~!!
 




책들을 주문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

읽고 싶은 책들은 더 많아지면서

독서 속도는 매번 느린 달리기 수준이다.
















◆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2024년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스웨덴 덴마크 베스트셀러 1위 도서이다. 미국 서점협회 선정 도서인 화제의 소설이라는 홍보문구에 읽고자 쌓아놓은 책탑들의 순위들까지도 밀어놓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그녀가 야심차게 쏘아 올린 첫 작품이라고 한다. 그녀의 소감에서 치유와 화해의 키워드가 눈에 들어온다. 다툼과 전쟁이라는 어휘를 거침없이 쏟아내는 사회를 등돌리게 하는 그녀이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거창하고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님을 다시 확인할 이야기가 될 것이다. 따뜻함과 온기, 치유를 만나고자 펼친 이야기이다.



“감동적이고 따사로운 이야기가 마음속 깊이 전해진다”

_2024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 심사평












계엄령

희곡이다. 몇 번의 희곡을 읽었기에 머뭇거리지 않을 수 있었다. 드라마 대본집도 좋아하다 보니 작품성에 거침없이 마음이 쏠리게 된다. 알베르 카뮈 작품들을 계속 읽고 있다. 읽고도 다시 재독하고 잊지 않을 명문장을 계속 주워 먹으면서 작가의 세계에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이 책은 계획한 시간보다도 더 빠르게 선택한 책이다. 신간도서이며 베스트셀러라 바로 주문한 책이다. 계엄령은 우리에게도 이제는 역사의 사건이 되어버렸다. 역사 속에 묻힐 사건이 아닌 우리를 겁박할 사건임을 우리는 모두가 경험하였고 세계인들이 모두 놀라워하고 두려워한 사건이다. 작가가 전할 희곡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어가면서 우리는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공포를 극복하고

폭력에 저항하면 그 체계는 삐걱대기 시작한다.













◆ 싯다르타

많은 독서가들이 읽었고 읽고 있는 세계문학전집이다. 베스트셀러이며 헤르만헤세 작품을 릴레이 독서하고 있다. 동양 사상에 관심과 애정을 보였던 작가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욕망과 충동이 얼마나 우리를 위태롭게 하는지 일깨우는 글이다. 자아가 아닌 것을 내밀하게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그 위대한 비밀을 말하고 있는 책이라 더 기대되는 책이다. 창작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한 우울증을 경험한 헤르만헤세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종교적 성장소설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만나게 될 것이다. 자족적인 영혼의 성찰, 종교 교리가 지닌 정형화된 단단한 틀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만나게 될 것이다.


만약 마음속에 있는 모든 욕망과 모든 충동이 침묵한다면,

존재 속에 있는 가장 내밀한 것, 이제 더 이상 자아가 아닌 것,

그 위대한 비밀이 눈뜨게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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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희랍어 시간』, 『여수의 사랑』, 『디에센셜 한강』을 읽었다.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과 장편소설들, 단편소설인 <회복하는 인간>, <파란 돌>에 이어서 시까지도 이 책에 실린 시들을 다시 읽었다. 한 번 읽은 시도 깊었지만 두 번째 읽은 시들은 더 깊은 호흡을 할 수 있는 시적인 근육이 생겨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매번 시집을 펼칠 때마다 어렵다고 느꼈던 시어들의 깊이를 이제는 한 뼘 더 호흡할 수 있는 호흡기를 가졌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 과정에 한강 작가의 시들이 곁에서 여러 번 존재하였다.

이것이 시구나, 이것이 시라는 것을 시인의 여러 작품들과 소설들, 산문들을 읽어가면서 단단해지는 지반을 형성하게 된다. 좋아하는 작가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알게 해주는 산문 글들이 있다. 보라고 주어진 두 눈의 가치를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더 많이 바라보고 있다고 고백한다. 작가가 바라보았을 것들이 작품을 통해서 시적인 언어로 장편소설로 독자들과 호흡하고 있음을 글을 통해서 전해진다. 작가의 목소리는 차분하다. 차분한 목소리로 바라보았을 세상의 가치들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감정들이었다는 것도 산문 글을 통해서 전해진다.

가족이 따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작가가 기억하고 떠올리는 추억의 가족들의 모습에는 가난과 수많은 이사가 존재하고 딸이 배우고자 했던 피아노를 가르칠 수 없었던 형편이라는 경제적인 상황과 뒤늦었지만 딸을 위해 피아노 학원을 다녀달라고 부탁하는 부모의 부탁에 응하는 딸의 깊은 마음까지도 글에서 전해진다. 부모가 말없이 바라보았을 종이 피아노 건반에 대한 이야기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재능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작가가 지닌 음악적 재능은 소설 내용과 음악의 가사와도 접목하게 된다. 그 노래의 가사가 작가의 작품과도 적절한 어우러지는 내용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생은 아름다운 거라고 말해준 인물이 산문 글에서도 소개된다. 문득 인생은 아름다운 거야라고 자신있게 말해줄 수 있는지도 떠올려보게 된다.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이와 같은 질문을 무작정 던져본다. 따뜻한 심장이 뛰고 있지만 따스함이 느껴지지 않는 세상과 사회에서 무엇을 향해서 살아가고 있는지 매번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안 된다. 딱딱한 바위가 집이 되어서 살아간 것은 아닌지 욘 포세 작가의 샤이닝 소설의 문장도 떠올리게 된다.

지금도 질주하고 속도전으로 성공과 성장이라는 목표로 깃발을 휘날리려고 하지만 살기 좋은 나라의 국민들의 노동시간과는 상반되는 방향임을 확인하게 된다.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고 하찮게 생각하며 개와 돼지라고 말하는 무리가 원하는 것을 머뭇거리지 않는 것은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누구나 노동을 한다. 작가의 노동도 상당한 희생이 뒤따른다는 것을 매번 한강 작가의 글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출간 후에 글에서 "울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눈물로 세수하지 않아도 된다." (343쪽) 확인할수록 노벨문학상 수상 기쁨과 동시에 계엄령에 국민이 모두가 놀랐던 12월 3일을 잊을 수가 없다. 혼돈이 요동치고 혐오와 극우주의, 폭력주의가 매섭게 할퀴는 겨울을 보내고 있기에 국민이 더 이상 울지 않고, 더 이상 눈물로 세수하지 않을 세상을 다시 꿈꾸게 된다.

치고 들어오는 세계, 공포와 폭력, 학살은 지금도 매섭게 꿈틀거린다.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작가가 바라보았을 시간의 불꽃과 존재의 시간성, 삶의 유한성과 극한의 무의미와 눈의 침묵까지도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와 『소년이 온다』,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 4.3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연이어 12.3 계엄령과 그들이 증언하는 목소리에서도 목도하게 된다. 반복되지 않아야 할 역사이다. 하지만 역사는 난폭하게 포효하면서 세계인들이 모두가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거짓 뉴스로 기우뚱한 사회는 분별력을 잃어버리기 쉬운 상황이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오늘도 읽고 생각하는 이유, 기도하는 이유가 명확해지는데 기여해 주는 것이 책이다.

울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눈물로 세수하지 않아도 된다. 343


나는 일어날 거야. 해처럼 떠오를 거야.

통증을 무릅쓰고 그걸 천 번 반복할 거야. 347

기도.

치고 들어오는 세계.

이것이 세계인가?

아이들이 죽어가고 여자들이 강간당하는,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세계인가?

그러나 살아 있음으로 아름다운 것들.

지독하게

무정하게 아름다운 것들.

유령.

종려나무.

팔을 흔드는 검은 나무. 348

악몽 같은 현실에서 구원을 원하는 인간의 이야기.

공포와 폭력.

기도의 이야기.

바람.

해류.

전 세계가 이어지는

바다의 순환.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다. 부디.

눈이 내렸다.

작별하지 않는다.

역사 속에서 인간.

우주 속에서의 인간.

내 몸의 감각.

육체. 연약한. 필멸하는. 349

'나'는 그 집에 가게 된다.

모두 '나'를 떠난 뒤에.

거의 폐인이 되어.

어디까지 차가울 것인가.

따뜻할 것인가.

뜨거울 것인가의 문제.

학살에 대하여...

삶의 유한성.

존재의 시간성.

극한의 무의미.

시간의 불꽃.

눈의 침묵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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