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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ㅣ 위화 작가 등단 4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23년 9월
평점 :

위화 소설들 중에서 『인생』과 『원청』을 읽으며 작가가 호흡하고자 한 문장들을 다시 읽는다. 가독성이 좋은 소설이라 깊게 빠져들었던 이야기이다. 격동하는 역사적 상황들이 전개되면서 전쟁의 흉포한 상황 앞에 놓인 사람들이 이념적 확고함도 정립하지 못한 채 주체성을 잃어버린 안타까운 사건들도 전개된다. 전쟁은 다양한 상황으로 비유되면서 한국 현대사에서도 여러 사건들까지 떠올리게 된다. 『삼체』소설과 『공산당 선언』책 내용을 언급한 『청춘의 독서』책까지 떠올리면서 극우주의, 폭력주의의 단상까지 연상하면서 읽은 장면이다.
풍요의 시대이다. 배고픔과 빈곤은 소설에서 체험하는 상황이라 생의 절실함은 문학으로 채워놓으며 살아가는 시대이다. 극심한 가난, 끼니 걱정과 배고픔을 물로 해결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자식과 식구를 걱정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전개된다.
늙은 소와 일하는 노인이 사십 년 전 마을의 지주였던 선조의 덕으로 젊은 날 방종하였던 사연이 전해진다. 결혼생활과 기생, 도박으로 퇴락한 그의 지난날이 전해지면서 장인어른이 자신의 딸을 데려가려고 찾아온 심정까지도 전해진다. 자기 아버지의 삶까지 떠올리며 노인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진귀해진다. 그가 장인어른 가게를 지나면서 보이는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증여와 상속제도가 자식의 삶에 어떤 영향력을 주는지 단편적으로 볼 수 있는 사건이다. 자신에게 긍정적인 증여와 상속은 물질이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부모의 유산은 정신적인 것임을 거듭 확인한 작품이다. 두 망나니가 되어버린 이유, 몰락한 인생을 펼쳐놓은 이유가 분명해지는 작품이다.
뒤늦은 깨달음이 찾아오면서 달라진 것들이 전해진다. 하지만 마지막 숨을 내쉴 때까지 깨닫지 못하는 인생도 존재한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현실적으로 직시하도록 이끄는 소설이다. 잘못된 결혼 풍습, 가정폭력, 아내를 경시하는 가부장제를 답습하고 분별하지 못했다면 노인의 인생은 다른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인생은 잘 들여다볼 줄 아는 능력이 절실해진다. 누군가의 삶은 거울이 되고 답습하는 것이 정당한지 이해하는 힘이 필요해진다. 어리석음과 휘둘리는 삶은 후회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지인의 부고 소식에 죽음과 인생은 숙고의 시간으로 이어지면서 재독한 소설이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진지한 소설이다.
폐쇄적인 문화, 가부장제, 계급사회, 결혼풍습 등이 등장한다. 현대사회와 간극이 느껴지지만 여전히 가부장제를 고수하는 단단함과 유교주의 문화가 한국 사회에 재생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하는 모순들까지 생각나는 작품이다. 아내를 아끼는 전환점이 찾아온 노인의 인생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의 전환점은 무엇이며 지속하며 누리는 인생인지 잘 들여다보게 자극을 준 소설이다.
노인의 아내가 죽음 앞에서 회상하는 인생도 들려준다. 노인의 두 아이, 사위, 외손자, 아내, 아버지와 어머니 이야기가 전해지는 소설이다. 작가의 소설이 좋아서 다른 작품까지 릴레이 독서하도록 신호탄이 되어준 인생책이다.
사람도 때가 되면 익어야 하는 법이라네. - P210
그때서야 비로소 내 여자를 아끼기 시작했지. - P77
당신이 돌아온 다음 모든 게 다 좋아졌어요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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