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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 홈
문지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2월
평점 :

한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간 사람 많았던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정치나 가난으로 이곳이 아닌 다른 나라로 간 사람 좀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일은 지금도 있겠다. 지금은 이민보다 공부하러 가는 사람이 더 많을까. 공부하러 갔다가 거기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정착하는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다. 문지혁 소설 《고잉 홈》에는 미국으로 이민 가거나 공부하러 간 사람 이야기가 담겼다. 아예 미국으로 떠난 사람은 많지 않구나. <에어 메이드 바이오그래피>에서는 사위가 이민 1세대인 장인 리호철 이야기를 한다. 사위는 미국 사람인가 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장인을 아내와 한국으로 만나러 가면서 글을 쓴다. 리호철 딸인 조이는 무척 걱정하는데. 조이는 리호철이 입양했다. 미국 사람이 한국 사람을 입양한 게 아니고 미국에 사는 리호철과 아내가 한국 아이를 입양한 거다. 한국에 오고 격리 기간 두주가 지난 뒤에 리호철은 좀 나아진다. 죽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이 소설 제목이기도 한 <고잉 홈>에서 구현은 AI 실험에 참가한다.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돌아갈 돈이 모자라서였다. AI 실험은 차에 타고 말만 하면 뉴욕으로 가고 500 달러를 준다고 했다. 현은 500 달러에 차비 11 달러를 안 쓰니 611 달러나 번다고 생각한다. 난 현이 배우가 되려고 미국에 왔다고 했을 때 조금 놀랐다. 그건 정말이었을지. 현이 말한 나이 차이 나는 누나는 실제로는 없었다.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다니. 현은 그걸 연기로 여긴 듯하다. 현이 배우가 되려고 미국에 온 건 정말일지도. AI한테 소설을 쓰게 하려는 사람 정말 있겠지. 벌써 그런 소설 나왔던가. AI로 소설 쓰기. 그 일을 미국에서 한국말로 하게 한다니. 이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유학생 부부 이야기는 <핑크 팰리스 러브>와 <나이트호크스>다. ‘핑크 팰리스 러브’에서 두 사람은 결혼하고 한해가 된 기념으로 팽크 팰리스라 하는 호텔에 간다. 거기에서 두 사람은 저마다 결혼하기 전에 헤어진 애인을 만난다. 두 사람 애인은 다 죽었다. 헤어진 것도 죽은 것도 같다니. 이런 일 있기도 할까. 남자가 헤어진 사람은 남자가 헤어지자고 하자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고 남자한테 자신한테 연락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했다. 그런 뒤 정말 죽었다. 왜 그랬으려나. ‘나’는 그 일을 아주 잊었다. 그때 일을 다르게 기억했다. <나이트호크스>에서는 아내가 손목을 크게 다쳐서 병원에 가는 이야기다. 미국에서 보험 없이 병원에 가려면 돈이 걱정되겠지. 여기에서 ‘나’는 처음엔 아내 말대로 약국으로 가고 다음엔 조금 돈이 덜 들 듯한 병원으로 갔다. 세번째에서야 제대로 된 병원으로 갔다. 그런 마음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구나. 나중에 계산서 받고 제대로 대응하고 병원에 낼 돈이 줄었기를.
결혼하지 않고 혼자 미국으로 공부하러 간 사람 이야기는 <골드 브라스 세탁소> <뷰잉> <뜰 안의 볕>이다. 혼자 공부하러 가면 마음이 더 불안할지도. 여기 담긴 소설에서 ‘뜰 안의 별’만 한국말 제목이다. ‘골드 브라스 세탁소’와 ‘뷰잉’은 좀 씁쓸하다. 그래도 ‘골드 브라스 세탁소’는 좀 나았다. ‘뜰 안의 볕’은 늘봄이 목회자로 살기에 한국보다 미국이 낫겠다고 여기고 미국으로 왔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여성 목사는 한사람이라도 있던가. 신부는 없다 해도 목사는 조금 있을 것 같은데 어떨지. ‘뜰 안의 볕’은 마지막엔 따듯하다. 서로 다른 사람이 잠시나마 마음을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제목 덕분일까. 늘봄은 아버지가 지은 자기 이름이 웰워이스 스프링(늘 봄)보다 이터널 스프링(영원한 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한국이나 일본에는 식구가 다 함께 죽으려고 하는 일 있다는 거 아는데, 그런 일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가 보다. <크리스마스 캐러셀>에 나온 고모 부부가 입양한 아이 에밀리는 식구들이 함께 죽으려고 했단다. 그때 에밀리는 죽지 않았다. 부모가 에밀리를 버렸다고 말했다. 에밀리가 홀로 남은 곳은 디즈니월드였다. ‘나’는 아버지가 두번째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 사는 고모 집에 오고 에밀리가 태어난 날과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 모두 디즈니월드에 가기로 한다. 에밀리는 고모 부부가 입양한 아이니 ‘나’와 사촌이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에밀리는 ‘나’를 삼촌이라 한다. 미국도 촌수 정확하게 따지지 않는구나. 일본은 이모나 삼촌을 언니, 누나나 형, 오빠다 하기도 한다. 촌수는 제대로 따져야지. 이렇게 생각하는 나 딱딱한가.
에밀리는 몇해 전부터 디즈니월드에 가고 싶어했다. 에밀리가 그렇게 거기 가고 싶어한 건 다시 혼자가 되어 보고 싶어서였다. 에밀리는 어린데 생각이 깊었다. 에밀리는 가짜 엄마(낳은 엄마)가 자신을 버린 게 아니고 살려준 거다 생각했다. 에밀리는 자신을 입양한 엄마를 진짜 엄마다 했다. 에밀리는 부모가 자신과 죽으려고 했던 걸 알았던가 보다. ‘나’는 에밀리 말을 듣고 한국에 가면 아주머니라고 하던 새어머니를 엄마라 해야겠다 한다. ‘나’는 자신이 중학생 때 엄마가 죽어서 슬펐겠지. 아버지가 두번째로 결혼한 사람은 좋은 사람이지만 바로 엄마라 할 수 없었다. ‘나’가 에밀리를 만난 건 잘된 일이구나.
마지막 소설 <우리들의 파이널 컷>은 영상 편집 프로그램 파이널 컷이면서 이 말 뜻 그대로인 우리들의 파이널(마지막) 컷이기도 하겠다. 이런 말밖에 못하다니. 여기에서는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한 아버지 마음을 알게 된다.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구나. 잘 몰라도 아버지는 미국에 사는 아이들한테 전화하고 싶어서 전화 카드를 모았겠지. 더 모를 말을.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미국에서 사는 건 더 힘들겠다. 예전에 한국 사람은 미국에서 세탁소를 많이 했다고 한 듯하다. 지금은 여러 일을 할지도 모르겠다.
희선
☆―
종합병원 응급실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두 군데였다. 해켄색 대학 메디컬 센터, 그리고 홀리 네임 메디컬 센터. 이제 고민은 어디로 가야 조금 더 저렴하게 치료받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긴급 상황과 병원비, 응급실에 대해서는 이미 너무 많은 괴담을 들어버렸다. 앰뷸런스 부르는 순간 만 달러야. 입원 몇 달 하면 수십만 달러짜리 빌이 날아와서 집안이 망한다던데? 미국 사람도 돈 없으면 집에서 스스로 상처 꿰맨다잖아.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늘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루머들이 ‘친구의 친구’ 이야기로 둔갑해 사실인 양 떠돌았다. (<나이트호크스>에서, 202쪽)
“정말 좋은 사람이란 건 없어요. 그냥 애써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거지.” (<뜰 안의 볕)에서, 2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