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섬 환상책방 12
이귤희 지음, 박정은 그림 / 해와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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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 많다고 해. 예전에는 애완동물이다 했는데, 이젠 반려동물이다 하지. 인터넷 기사를 보니 반려동물 보험이 생긴다고 하던데. 반려동물을 생각하고 보험에 들 사람 많을까. 동물이 아프면 치료하는 데 돈이 많이 든다지. 그런 거 생각하니 난 동물과 함께 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먹이 값도 만만하지 않겠어. 이제는 반려동물이다 하고 동물을 식구처럼 생각하는 사람 많아. 그런 사람만 있지는 않지. 여전히 귀엽다면서 아무 생각없이 동물을 기르다 싫증나면 버리는 사람도 있어. 버릴 거면 처음부터 기르지 않아야 하는데.


 사람도 어딘가 살기 좋은 곳이 있다고 하면 거기에 가고 싶어하지. 《고양이 섬》에서 고양이도 고양이만 사는 섬을 찾아 떠나. 집고양이였던 벨과 포크는 고양이를 기르던 사람이 엠 바이러스에 걸렸다는 말을 들은 최 여사한테 버림 받아. 최 여사는 벨과 포크를 고양이를 죽이는 사람한테 넘겼어. 포크는 벨한테 거기에서 달아나자고 하고 달아나. 그런 벨과 포크를 길고양이 애꾸눈이 도와줘. 애꾸눈은 형제가 사람들이 던지는 돌에 맞아 죽어서 위험에 놓인 고양이를 도와줘. 고양이도 서로 돕고 살기도 할 거야. 애꾸눈은 참 대단한 것 같아. 자기 한몸 돌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벨은 집을 나오고 더러운 흙을 밟거나 지저분한 음식 먹는 게 싫었지만 여러 고양이를 만나고 달라져.


 벨과 포크가 만난 고양이는 애꾸눈과 룰루 그리고 몸집이 큰 대장이야. 대장은 약삭빠른 고양이야. 사람도 다 다르듯 고양이도 다르겠지. 실제 대장 같은 고양이는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내가 고양이가 아니니 그건 분명하게 모르겠군. 벨은 다시 사람한테 잡혀서 죽을 뻔했는데, 애꾸눈과 포크가 구해줘서 살았어. 철창에 갇혔을 때 만난 나비와 함께 지내기도 해. 벨과 나비는 먹이도 구하기 힘들고 추운 산에서 지내. 나비가 새끼를 낳고 죽자 벨은 새끼 고양이한테 나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산을 내려와. 벨과 나비는 하수구에 살게 돼. 거기 모여 사는 고양이는 언젠가 대장이 자기들을 고양이 섬으로 데려다 준다는 말을 믿고 대장이 하는 말을 잘 들어. 벨도 나비를 돌보다 고양이 섬이 있으면 좋겠다 여기고 대장이 하는 말을 잘 들어. 사람도 좋은 말에 쉽게 속기도 하지. 난 어쩐지 대장 말 믿기 어려웠어.


 예전에 벨이 만난 룰루가 거기 있어서 다른 고양이는 벨과 나비를 받아들였어. 룰루는 다른 고양이와 돕고 살고 고양이 섬에 간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했어. 룰루는 참 현명하지. 룰루는 여러 고양이를 품어주는 엄마 고양이 같았는데 병에 걸리고 무리에서 쫓겨나. 이런 모습 사람 같기도 하군. 벨은 룰루가 떠나고서야 정신을 차려. 대장이 사람이 주는 통조림을 받고 다른 고양이를 사람한테 데리고 간다는 걸 알게 돼. 지금까지 고양이 섬으로 갔다는 고양이는 다 죽었겠어. 벨이 대장이 한 거짓말을 알아채서 다행이기는 했어. 벨은 나비와 하수구를 떠나. 벨과 나비 둘이서만 고양이 섬으로 갈 수 있을지.


 나비와 벨이 까치를 잡다가 다른 고양이를 만나. 그건 포크였어. 애꾸눈도 함께 있었어. 애꾸눈과 포크는 위험에 놓인 고양이를 구하고 다 같이 고양이 섬으로 가려고 했어. 거기에 대장이 있지 뭐야. 애꾸눈은 고양이 섬에 가는 길을 대장이 안다고 했는데, 그건 정말일까. 대장은 고양이 섬 이야기를 꾸며내고 먹을 걸 쉽게 얻었어. 대장이 말한 고양이 섬은 실제로는 없었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벨과 나비와 애꾸눈 그리고 포크는 진짜 고양이 섬을 찾으러 떠나. 넷은 고양이 섬에 이르렀을까. 벨이 살자고 한 그곳이 고양이 섬이길 바라. 벨과 애꾸눈 포크가 그곳에서 편안하게 살기를 나비는 말하지 않았군. 나비는 병에 걸려서 사람한테 맡기기로 했어. 다행하게도 수의사가 있었거든. 나비가 건강해지기를.




희선





☆―


 “벨. 네가 믿지 않는다고 벌써 일어난 일을 돌이킬 순 없어. 운다고 해도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고. 그냥 앞으로 일어날 일에 부딪혀 봐. 먼저 겁먹지 말고. 그럼 뭐가 되든 되겠지. 안 그래?”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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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0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5-05-20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키우셔서 희선 님께선 이 책 재미나게 읽으셨을 것 같네요?^^
고양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울 딸이 길고양이에게 눈길을 주면서 찾고 있길래 며칠 전 성년식 선물로 고양이 모양 립밤 사준 게 떠오릅니다.
책 내용이랑 좀 연결되진 않지만요.^^

2025-05-22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23 0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깊은 물속처럼

깊은 마음을


넓은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마음은 바라는대로

잘 되지 않지


깊고 넓은 마음을 가지려면

마음을 닦아야 해


어떻게 마음을 닦아야 할까

그건 나도 잘 몰라


책이나 세상을 읽고

생각하면 좀 될까


한번 잘 해 봐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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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5-18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처럼 되지 않고 의도처럼 되지 않고 계획처럼 되지 않는 것. 그게 인생인 듯합니다.^^
 




구름이 하늘을 덮어

달도 별도 보이지 않았어요


아이는 흐린 하늘을 보고는

금방이라도 울 듯했어요


아이 눈엔 잘 보이지 않았지만

구름은 빠르게 움직였어요


두껍게 하늘을 덮었던 구름이

조금씩 엷어지고

하늘엔 달이 나타났어요


달을 본 아이는

오랫동안 헤어진 친구를 만난 듯

달을 반겼어요


달은 자신을 반겨주는 아이를 보고

좀 더 빛나려 했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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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의 시대 창비시선 495
장이지 지음 / 창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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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제목이 《편지의 시대》여서 봤다고 해야겠네요. 아직 저는 편지를 쓰니 말이에요. 예전보다 덜 쓰기는 합니다. 아쉽네요. 다시 힘을 내서 편지를 쓸까 봅니다. 제가 쓴 편지 반가워할지 모르겠지만. 편지를 쓰던 많은 사람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어디 가지 않고 그저 편지를 쓰지 않을 뿐이겠습니다. 지금은 빠르게 연락할 수 있으니. 편지를 쓰려면 편지지부터 봉투 우표 그리고 어떤 펜으로 쓸지도 정해야 합니다. 편지지와 우표 고르는 거 즐거운 일이기는 하죠. 이제는 어릴 때도 편지 별로 안 쓰겠습니다. 아주 안 쓰겠군요. 어쩐지 편지 쓰고 보내는 방법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 같네요. 편지봉투에 주소 잘 쓰고 우체통에 넣으면 됩니다.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정말 갈까, 하고 의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편지 잘 갑니다, 주소만 잘 쓰면. 한번 써 보세요.


 장이지 시인 시집은 처음 만났습니다. 시집이 여러 권 나온 듯하네요. 언젠가 이름 본 것 같기도 해요. 편지를 말하는 시집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봅니다. 《라플란드 우체국》에도 편지를 말하는 시 많을 것 같습니다. 여기 담긴 시에는 편지가 들어간 게 많고 엽서도 쓰는 게 나와요. 엽서는 쓰려고 하지만 못 쓰기도 하는군요. 편지나 엽서는 종이에 상처를 내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것도 그런 거기는 하군요. 편지는 한사람한테 쓰는 거기는 하지만, 이런 시집이나 소설 여러 글은 여러 사람한테 보내는 편지죠. 편지를 쓰는 사람 별로 없는 것 같았는데, 작가는 언제나 쓰는군요. 지금 제가 쓰는 것도 편지일까요. 편지와 아주 다르지 않기는 합니다.




 우표를 모으기 시작한 건 우연이었어요 한 친구가 우릴 배신하고 우린 더 단단해졌지요 각기 다른 상급학교로 진학하면서 우린 서로를 그리워하며 자주 편지를 주고받았어요 누가 먼저였는지 잊었지만 편지와 함께 외국의 멋진 우표도 동봉하게 되었는데 진귀한 우표를 찾으려고 발품깨나 팔았지요 우리의 편지는 차츰 우표를 교환하기 위한 것이 되더니 어떤 일로 영영 끊어지게 되었어요 재수 학원에선가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그를 딱 한번 먼발치에서 보았지만…… 그애 잘못이 아니예요 이것은 우표를 붙이지 않은 우정에 관한 에피소드라고 해두죠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우릴 배신한 먼 옛날의 그 친구에게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거 있죠? 우표를 붙인다는 거 말이에요 그 아이는 아무 맥락도 없이 우리에게 등을 돌렸죠


-<우표수집 삼총사>, 65쪽




 편지에서 뺄 수 없는 게 바로 우표죠. 처음엔 친구가 셋이었는데 한사람이 빠졌군요. 셋은 그렇게 되는 일 있기도 합니다. 세 친구에서 남은 두 친구는 편지를 썼는데, 오래 가지는 않았나 봅니다. 학교 다닐 때는 그렇지요. 같은 학교에 다니고 학년이 올라가고 반이 바뀌어도 멀어지는데,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니면 더 편지 쓰기 쉽지 않겠습니다. 그런 사람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한때 친구와 편지를 나눈 일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인 듯해요. 저한테 우표는 모으는 게 아니고 편지 쓸 때 봉투에 붙이는 겁니다. 우표 써야 할 텐데.




 흘러가 버렸다 국지성 호우가 쏟아졌다 가방도 마음도 젖었다 가지고 다니던 네 편지를 펼치자 오로라의 악보가 나왔다 네가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언제까지라도 보고 싶었는데 너는 없다 언젠가 학교 앞에서 만난 넌 큰 기타를 메고 있었다 네가 음악을 하는지 전혀 몰랐다 나는 강의실로 가고 있었다 너는 방금 쓴 노래를 들려주겠노라 했다 나는 그런 네 모습이 낯설어서 “나중에, 나중에” 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173쪽




 앞에 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보니 쓸쓸하네요. 친구가 죽은 걸까요. 친구지만 다 아는 건 아니었던 듯하네요. 뭔가 해야 할 때는 나중이 아니고 지금이죠. 친구가 들려주겠다는 음악을 듣는 것도. 이렇게 말하지만 저도 ‘나중에’ 하고 말한 적 있을지도. 친구한테 한 말은 아니고, 혼자 나중에 편지 써야지 했어요. 편지는 써야지 했을 때 바로 써야 합니다. 미루면 언제 쓸지 몰라요.


 여기 담긴 시 어렵네요. 시집을 보면 이 말 빼놓지 않고 하는군요. 제목에 편지가 들어가서 어떤 편지 이야기가 있을까 했는데. 장이지 시인도 편지의 시대는 끝났다고 시에 썼어요. 그런 시대 다시 돌아올 일은 없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편지를 쓰지 않는다 해도 저는 앞으로도 편지 쓸 거예요. 좀 느리게 간다 해도. 제 편지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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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5-05-15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지 쓰는 일은 정성이고 그만큼 상대를 향한 마음을 꾹꾹 담은 것이라 생각해요.
오래 전 기념 우표를 사 모으기는 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 하지 않고 편지 쓰는 일도 더 이상 하지 못합니다. 그나마 매일 할 일을 적고 간단히 소감을 노트에 만년필로 쓰는 일은 계속하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오늘 스승의 날이군요. 편지를 써서 선생님께 전달하는 학생이 그래도 있을까요? 문자마저도 옛 취급을 받는 시대가 되어버렸네요^^; 희선 님께 편지를 받는 분들은 계속 행복할 것 같습니다.

서니데이 2025-05-15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편안한 하루 보내셨나요.
요즘엔 다들 손글씨를 쓸 일이 적어지면서 손편지를 쓰는 건 진짜 어려운 일이 되었어요.
예전엔 우표를 사서 모으는 분들도 많았지만, 이제는 진짜 편지를 쓰는 사람도 적어지는 시대가 되었으니 전보다 수집하는 분들도 적어졌을거예요.
제가 손글씨를 잘 쓴다면 어쩌면 편지 쓰기를 좋아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일기도 그렇고, 뭐든 손으로 쓰는 게 적은 요즘이라서, 손편지를 보내주시면 참 감사합니다.
오늘 비가 와서 조금 덜 더웠어요. 희선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5-05-17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도 편지 쓰는 분 있겠지요. 희선님처럼요. 예전에 저도 오랫동안 편지를 주고받은 적 있지요.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라서 편지를 쓰는 일은 아무래도 많지 않겠습니다.
이메일도 있고 인쇄된 편지도 업무에 따라 있겠지만 손 편지는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지요.
이제 곧 더워지겠지요. 건강에 유의하시고 행복한 5월 보내시길 바랄게요. 희선님.^^
 




잘 모르지만,

고양이는 몸놀림이 가벼워요

조금 높은 곳도

쉽게 뛰어 올라요

높은 나무에 잘 올라가도

내려올 때는 힘든가 봐요


어떤 고양이는

잘 움직이지 않아요

담 위에서 해바라기 하고 잠 자요


길에서도 고양이가

한가롭게 평화롭게 살기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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