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수업 (양장) - 글 잘 쓰는 독창적인 작가가 되는 법
도러시아 브랜디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성공하지 못하면 글쓰기를 포기하라 

지금 이 자리에서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엄숙한 경고의 말을 해두고 싶다. 즉 이 훈련에 거듭 실패할 경우 글쓰기를 포기하라.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보다 글쓰기에 대한 저항이 더 크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활력을 배출할 곳을 다른 데서 찾는 것이 좋다. 

이른 아침에 글을 쓰는 훈련과 아무 때고 글을 쓰는 훈련은 글을 자유자재로 거침없이 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88쪽)

 
   
   
 

 아침 일찍 글을 쓰는 습관과 자신이 정한 시간에 글을 쓰는 습관을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면 작가의 길에 많이 다가간 셈이다. 이제 그대는 초보 수준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거침없이 쓰는 단계에, 또 한편으로는 제어력을 발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자신에 대해서도 훈련을 시작했을 때보다 십중팔구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대는 쉬지 않고 계속 글을 쓰도록 훈련하는 것이 더 쉬운지 어떤지, 아니면 아무 떄고 글을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지 어떤지 알고 있다. 모르긴 해도 글을 쓰려고 마음먹으면 쓸 수 있고, 삶이 아무리 바빠도 긴장의 끈을 놓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글을 쓸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아마 처음으로 실감했을 것이다. (90쪽)

 
   
   
 

 자신의 작품을 비평가의 눈으로 읽기 

지금까지는 자신의 작품을 다시 읽고픈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 상책이었다. 글을 쉽게 쓰는 능력을 길러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언제 어디서고 글을 쓸 수 있게 스스로를 훈련하는 동안에는 자신의 작품에 비평가의 잣대를 덜 들이댈수록 좋다. 이는 애벌 검토 때도 마찬가지다. 글의 우수성이나 진부함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다시 돌아가 냉정한 검토 아래서는 무엇이 드러날지 알아보자. 깨달을 점이 많은 것들이 쏟아져 나올지도 모른다.(92쪽)

 
   
   
 

모방의 함정 

아침 과제를 시작하기 전에 한 단어도 읽어서는 안 되며, 과제를 끝낼 때까지도 될 수 있으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지시 사항을 기억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너나 할 것 없이 너무나 많은 말에 둘러싸여 살다 보니 기나긴 경험 없이는 자기만의 호흡은 무엇이고, 자신에게 진정으로 흡입력을 갖는 주제는 무엇인지를 발견하기가 어렵다. 작가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만큼 대개 귀도 얇다. 스스로 의식하든 못하든 그들은 성공한 작가를 모방하려는 유혹에 쉽게 빠진다. (92쪽) 

 

자신의 장점 찾기 

모방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취향과 장점을 최대한 빨리 찾아내는 것이다. 습관을 들이는 이 기간에 써놓은 글에는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실험 재료가 들어 있다. 자리에 앉아 맨 처음 떠오르는 것들을 쓸 때 대체로 무엇을 쓰는가? 이제 자신이 쓴 글을 마치 낯선 사람의 작품을 읽듯 읽어나가면서 이 낯선 작가의 취향과 장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라.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선입견은 모두 한쪽으로 치워두라. 지금까지 붙들고 있었던 야망이나 희망이나 두려움이 있다면 모두 잊고 이 낯선 작가가 조언을 청해온다면 그에게 가장 잘 맞는 분야는 무엇이라고 말해줄지 생각해보라.  (93) 

그 동안 써둔 글에서 발견되는 반복, 거듭 나타나는 생각, 자주 나오는 산문 형식이 실마리를 제시해줄 것이다. 그런 요소들은 그대의 타고난 재능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줄 것이다. 그대의 장점을 더욱 갈고 닦는 것은 좋지만 자신은 오로지 한 가지 유형의 글만 쓸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유형의 글은 그만큼 잘 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하지만 이 검토를 통해, 가장 풍성하고 가장 쉽게 흘러나오는 그대의 재능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내 경험으로 볼 때 간밤의 꿈을 옮겨놓거나 전날의 일을 흠 잡을 데 없는 형식으로 다시 빚어내는 학생, 아침 시간을 이용해 하나의 완전한 일화나 빈틈없는 대화문을 쓰는 학생은 타고난 단편 소설 작가일 확률이 높다. 등장인물 묘사가 짤막하면서도 인물의 전반적인(또는 명확한) 특징을 다루는 데 능한 학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등장인물 분석이 치밀하고, 동기를 따지고, (자신의 행동에 낭만성을 부여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자기 반성이 날카롭고, 똑같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한 서로 다른 등장인물을 대비하는 데 소질이 있는 학생은 주로 장편 소설 작가로서의 가능성이 크다. 내면 성찰이나 사색 묘사에 치중하는 경향은 주로 수필 작가의 공책에서 발견된다.(94) 하지만 드라마 요소를 추가하고 문제의 다양한 원인을 실천하는 등장인물들에게 돌리는 방법을 통해 추상적이 사색에 구체성을 부여하는 능력을 쌓는다면 명상 소설가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수업이 이 시점에 이르면 나의 교실은 대개 활기로 넘쳐난다. 자신이 느끼기에 이제 거의 노력 없이 글을 쓰는 단계에 온 학생들은 각자에게 가장 쉽고 잘 맞는 글쓰기 유형을 골라 '작업하는' 시간에 부딪치는 좀더 어려운 문제들과 씨름한다. 학생들이 자진해서 써내는 원고는 대개 무척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약간만 손질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작품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물론 아직은 약간 산만하고 두서가 없지만 원고마다 놀라울 만큼 참신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묻어난다. 이 시기에 이르면 작업이 어느새 덜 들쭉날쭉해졌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대는 이제 자신만의 보폭과 호흡은 물론 그대가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영원히 다루어야 할 주제가 뭔지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다. (95) 

 
   
   
 

 글쓰기 교사를 위한 당부 

여기서는 글쓰기를 공부하는 학생보다 글쓰기 교사에 게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95) 수업 시간에 학생의 작품을 교탁 높이 치켜들고 다른 학생들에게 비평을 해보라고 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작가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고해서 아무런 해가 없겠지 생각하면 그야말로 오산이다. 어느 누구에게나 그러한 시련은 침착하게 받아들이기에 너무도 쓰라리다. 특히 민감한 작가는 비평 내용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완전히 방향을 잃고 비틀댈 수도 있다. 초보 작가가 동료들로 이루어진 배심원단의 심판을 받을 경우 호의 어린 비평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 초보 작가 배심원단은 본인도 아직은 그다지 완벽하게 쓰지 못하면서 도마 위에 오른 이야기에서 결점이란 결점은 모조리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듯 이빨을 드러내고 사정없이 공격해댄다.  

자신감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와 학생 스스로 집단 비평을 청할 때까지는 교사 혼자 조용하게 그 학생의 작품을 다루어야 한다. 학생 개개인마다 성장 속도도 다른 데다 꾸준히 성장해 나가려면 무안함과 자의식에서 오는 퇴보의 위험에 처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최소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품에 대해서만큼이라도 입을 다물라고 충고한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로부터 몇 주 넘게 아무것도 받지 못하기도 하지만, 침묵 기간이 끝나면 학생 한 명당 완성된 원고 서너 편을 제출한다.(96) 이러한 합의 조항을 떠나 학생들은 내가 보든 보지 않든 주어진 연습 문제에 따라 매일 글을 써야 한다. 그 외에 나는 어떤 과제도 내지 않는다. (97)

 
   
   
 

충고는 구체적일수록 좋다 

(생략) 잘못이 눈에 띌 때마다 스스로 문제를 객관화해야 한다. 분명히 약점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자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경우에는 취향과 판단력을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작품을 보여야 한다. 종종 문학 지식에 물들지 않은 독자가 작가나 편집자나 글쓰기 교사 못지않게 문체의 약점을 구체적으로 집어내기도 하지만 외부에 조언을 구하는 것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하고 난 후라야 한다.(104) 결국 함정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것은 본인의 취향과 판단력이며, 자신의 글쓰기 성향을 빨리 파악하면 할수록 개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비평 뒤의 개선 

의심스러운 점은 뭐든 하나도 빼놓지 말고 따져보아야 한다. 짧은 평서문을 너무 많이 사용하거나 감탄 부호를 남발하지는 않는가? 표현이 미사여구로 흐르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지나치게 간결하지는 않은가? 말을 너무 아껴서 감동적인 장면을 너무 빨리 지나가는 바람에 그대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독자가 놓칠 위험은 없는가? 신빙성이 떨어질 정도로 과장에 치우치지는 않는가? 그허다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말수가 적은 작가는 앨저넌 찰스 스윈번이나 토머스 칼라일처럼 근엄하기보다 화려한 말솜씨를 자랑하느 ㄴ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감정에 지나치게 호소하는 작가에게는 그 반대의 충고가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18세기 영국의 작가들이나 윌리엄 딘 하월스, 윌라 캐더, 아그네스 레플리어 같은 작가를 읽어보라.(106) 단조로운 문체 때문에 고민이라면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소설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제안에는 끝이 없지만 자신의 문체를 정확히 진단해 자신에게 가장 좋은 약을 처방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처방전을 찾았다면 겸허하게 읽으면서 자신과는 정반대의 성향을 보이는 작가들의 장점을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체를 단련하는 동안에는 스스로에게 사정을 봐주어선 안 된다. 관심이 끌리는 책은 철저히 멀리해야 한다.  

 

좋은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조건 

다음으로 전날 저녁의 상황이 아침의 글쓰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봐야 한다. 활동을 많이 한 날 다음에 좋은 글이 나오는가. 아니면 조용하게 지낸 날 다음에 좋은 글이 나오는가? 글이 쉽게 써졌다면 일찍 잠자리에 들고 난 다음이가, 아니면 짧게 자고 난 다음인가? 친구들을 만나는 것과 다음날 아침의 글쓰기가 활기를 띠거나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 사이에 어떤 연관관계가 있지는 않은가? 극장이나 미술 전시회, 무용 발표회에 갔다오고 나서 그 이튿날 아침의 글쓰기는 어땠는가? 이런 점에 유의하면서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도을 하도록 노력하라.(106) 

 

일상의 규칙 정하기 

다음으로 일상의 규칙에 주목해야 한다. 대부분의 작가는 기분 전환을 위해 가끔 쉬면서 단순하고도 건강한 일상을 꾸려나갈 떄 크게 발전한다. 여기서 다루는 내용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어떤 음식이 자신에게 맞고 어떤 음식을 멀리해야 할지와 같은 사안들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생 글을 쓰며 살 생각이라면 자극제에 계속 기대지 않고도 일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적절하게 사용해도 되는 자극제가 있는 반면, 완전히 끊어야 하는 자극제도 있다. 일을 몰아서 하는 습관은 좋지 않다. 꾸준하고 착실하게 흐름을 타면서 생산성을 고르게 유지해야 한다. 그럴 경우 가끔 평균 수준을 훨씬 웃도는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하지만 생산성이 평균 이하로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두세 달에 한 번, 아니면 적어도 일 년에 두 번은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평가해야 한다.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 풍작을 거두려면 이러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을 평가할 때는 기질적인 면이 일사으이 행동에 너무 많이 관여하게 내버려두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야 한다. 냉정하고 공정하게 처신해야 하는 상황에서 감정에 치우쳐 제 멋대로 굴지는 않는가? 욱하는 기질이나 질투심, 쉽게 낙담하는 성격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지는 않은가? 차분히 생각해보면 문제점이 뚜렷이 보이기 마련이다. 질투, 낙심, 분노는 글이 흘러나오는 샘을 오염시킬 뿐이다. 좋은 글을 쓰려면 한시라도 빨리 오염 요인을 찾아 흔적조차 남지 않게 완전히 없애야 한다.  

자신을 평가할 때는 철저해야 한다. 자신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은 그저 '잘'의 수준이 아니라 '아주 잘' 이루어져야 한다. 스스로에게 엄격하면서 공정해야 한다. 터무니없는 비난은 근거 없는 자화자찬만큼이나 나쁜다. 자신이 잘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점을 인정하고 더 잘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격려해야 한다. 잘하는 일을 기준 삼아 다른 데서도 그와 똑같은 수준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108) (생략) 

주의할 사항이 하나 더 있다. 즉 자신을 한시도 가만히 놔두지 않고 귀찮게 따라다니면서 잔소리를 해대고, 충고를 늘어놓고, 불평을 쏟아내선 안 된다. 자신의 상태를 평가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싶을 때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철저하게 임하되, 개선책이 나오는 대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다음에 또 필요해질 때까지 자기 분석일랑 모두 잊고 생활해야 한다. (109)

 
   
   
 

 이러한 정기적인 평가 뒤에 이루어지는 교정 독서를 통해 최대한의 효과를 보려면 작가의 입장에서 책을 읽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112) 

 

두 번 읽어라 

작가 입장에서 책을 읽는 법을 터득하려면 처음에는 뭐든 두 번 읽는 길밖에 없다. 단편이든, 기사든, 소설이든 아무 부담 없이 책을 그저 즐겼을 때처럼 그 어떤 비판도 가하지 말고 빨리 읽어치우라. 다 읽었으면 당분간 책을 한쪽으로 치워두고 연필과 메모장을 꺼내라. 

 

대강의 판단과 자세한 분석 

우선 방금 읽은 책의 개요를 짤막하게 작성하라. 마음에 들었는지 아닌지, 믿음이 갔는지 아닌지, 마음에 들었던 부분과 그렇지 않았던 부분은 무엇인지에 비추어 대강의 판단을 내리라. (113) (나중에는 도덕적 판단도 내릴 수 있겠지만 지금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진술 내용을 계속 늘려나가라.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이 처음에는 모호하더라도 기죽지 말라. 책을 다시 읽어보면 그러한 반응의 원인을 찾게 될 것이다. 책 내용 가운데 더러는 훌륭해 보였던 반면 나머지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였다면 작가가 언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되짚어보라. 등장인물들이 한결같은 솜씨로 그려졌는가, 형편없이 그려졌는가, 아니면 어쩌다 가끔만 일관성 있게 그려졌는가? 이렇게 느낀 이유를 알겠는가?  

특별히 마음에 남는 장면이 있는가? 만약 있다면 그 이유가 장면 처리가 뛰어났기 때문인가, 아니면 어이없게도 좋은 기회를 놓쳤기 때문인가?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의 관심을 끌었던 구절이 있는가? 대화가 자연스러운가, 아니면 틀에 박혀있는가? 만약 후자라면 그런 딱딱한 형식이 작가의 의도 때문인가, 아니면 작가의 능력 부족 때문인가? 

지금 그대는 자신의 약점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방금 읽은 작가는 그대에게는 어려울 것 같은 상황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114) 

 

두 번째 읽기 

좋은 책일수록 질문할 점도 많고 대답도 구체성을 띨 것이다. 특별히 좋은 책이 아니라면 처음에는 그 안의 약점을 찾는 것으로 족하다. 개요를 작성해 자신의 질문에 답하고 나면 속 시원히 대답하지 못했거나, 자세히 파고든다면 답을 알 수 있었을 것 같은 질문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천천히 꼼꼼하게 읽어나가면서 분명해 보이는 대답을 찾는 대로 메모장에 기록하라. 특별히 잘 처리된 구절을 발견하거나, 작가는 솜씨 있게 다루고 있지만 자신이 다루기에는 어려울 것 같은 소재가 눈에 띄면 표시해두라. 이렇게 해두면 나중에 다시 읽을 때 그 부분을 좀더 심도 있게 분석해 본보기로 활용할 수 있다.  

이제 그대는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있다. 책이나 이야기 초반에서 그러한 결말을 암시하는 단서가 무엇인지에 주목하며 책을 읽어나가라. 중요한 갈등을 유발하는 등장인물의 특징이 처음부터 언급됐는가? 그러한 특징의 도입이 매끄럽고 자연스러웠는가, 아니면 억지로 귀를 잡아당기는 격이었는가? 두 번째 읽기에서 거짓 단서, 즉 책의 현실성을 떨어뜨리거나 작가의 의도를 왜곡하는 내용을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다. 이러한 거짓 단서는 불필요한 요소를 들이밀거나 실제로 독자를 오도하기도 한다. (115) 작가의 진정한 의도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섣불리 작가가 잘못했다고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에 유의하면서 그러한 대목을 주의 깊게 살펴보라.  

 

중요한 점 

비판 어린 시선으로 책을 읽을 때 얻을 수 있는 자극과 유익함은 끝이 없다. 온 신경을 집중하고 읽어야 한다. 작가가 강조하고자 하는 대목에서 책의 호흡이 빨라지는지 느려지는지에 주목하라. 작가가 버릇처럼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훈련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아니면 너무나 명백히 그 작가만의 것이라 구조를 배워 봐야 헛수고에 그칠지 결정해야 한다. 장면이 바뀔 경우 등장인물이나 시간의 흐름은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관심의 중심이 어느 한 인물에 이어 다른 인물에게 옮겨 갈 때마다 어휘와 강조점도 달라지는가? 작가가 모든 일에 개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가, 아니면 특정 등장인물의 의식을 따라가는 가운데 그 인물이 보기에 분명한 것만 말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가? 아니면 처음에는 이 사람, 다음에는 저 사람, 그 다음에는 또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글을 쓰는가? 대비는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가? 예를 들어 마크 트웨인이 코네티컷 양키를 아서 왕 시대의 세상으로 보냈던 것처럼 등장인물과 배경의 부조화를 통해 대비 효과를 꾀하고 있는가? (116) 

(생략)두 번째 읽을 때는 작가의 장점이나 단점이 특히 부각되는 대목에 초점을 맞추라.(117)

 
   
   
 

이제 모방에 대해 살펴볼 차례다.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 자신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요소를 찾아내는 법을 터득했다면 모방에 도전해볼 만하다. 단 모방은 자신에게 유익한 쪽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른 소설가의 철학, 사상, 극 개념을 그대로 채택해선 안 된다. 작품의 중요한 요소들이 자신의 취향과 부합한다면 작가의 사상이 시작된 근원으로 돌아가라. 거기서 기초 자료를 수집해 자신에게 필요한 항목을 선별하라. (120)  

 

기술적 장범 모방하기 

기술적 장점은 얼마든지 모방할 수 있으며, 돌아오는 이득도 아주 크다. 단락이 길든 짧든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그 어떤 기술보다 훨씬 더 나아 보이는 기술이 눈에 띈다면 자리에 앉아 그 기술을 배우라. (121)

 
   
   
 

습관의 방해 

천재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가 자신의 세상을 넓혀 나가면서 느끼는 생생하고도 강렬한 흥미를 평생 잃지 않는다. 대개 우리는 사춘기까지만 해도 빠르게 반응하는 이러한 능력을 유지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도 그러한 관심을 간직하고 살아갈 만큼 운이 좋은 사람은 아주 드물다. 젊었을 때조차도 우리 중 대부분은 어쩌다 가끔만 깨어 있으며, 나이를 먹을수록 보고 느끼고 듣는 감각이 점점 무뎌진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개인적인 문제에 둘러싸여 하루하루를 아무 생각 없이 보내면서 특별히 중요하지도 않은 사소한 문제헤만 신경을 쓴다.(128) 

(생략) 

우리 모두가 별다른 저항 없이 순순히 받아들이는 권태는 작가에게 매우 위험하다. 권태로워지면 우리는 일상의 관찰력, 신선한 감각, 새로운 생각을 더 이상 스스로 끌어내지 못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소재를 찾기 위해 인생의 똑같은 시기로 되돌아가 유년기나 청소년기의 감동을 끊임없이 쓰고 또 쓰는 경향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129) 

 

순수한 시각 되찾기 

고정관념은 얼마든지 벗어던질 수 있다. 밤낮으로 망각의 외투를 걸치고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오랫동안 자신의 문제에만 빠져 지내다 관심을 밖으로 돌리는 법을 터득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단순히 앞으로는 절대 잊어버리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작가라면 헨리 제임스(1843~1916, 미국 소설가)의 충고를 받아들여 꼭 지켜야 한다.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이 되라."(『불완전한 초상들(Partial Portraits)』(1888)에 수록된 수필 「소설 기법(The Art of Fiction)」중에서) 

그런 바람직한 상태에 이르려면 매일 조금씩 시간을 따로 내서 아이처럼 '순수한 시각'을 되찾는 훈련을 해햐 한다. 하루에 30분씩 눈을 크게 뜨고 매사에 호기심을 보였던 다섯 살 시절로 돌아가라.(131) 한때는 숨쉬기처럼 자연스러웠던 일을 일부러 하려니 신경이 쓰이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으면 새로운 소재를 마구 모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소재를 당장 사용하려고 해선 안 된다. 무의식이 새로운 소재에 동화되어 이를 자기 것으로 완전히 흡수하는 기적을 이룰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의미 없고 사소한 사실의 조각만 손에 넣게 된다. 따라서 처음 와본 거리를 지나는 행인처럼 늘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132) 

(생략) 

정말로 글을 쓰고 싶다면 이런 간단하고 사소한 훈련이 크게 도움이 된다. 책을 읽으면서 따분하고 무미건조한 마음을 좇아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음은 쉽게 신선해질 수 있다. 무의식의 조작에 무릎 꿇기 전에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인 말로 옮겨놓아야 한다. 반드시 정확한 표현을 찾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긴장의 끈을 놓치면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소재들이 손가락에서 빠져나가고 만다. '이건 꼭 기억해둬야지'라고 생각할 경우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대개는 힘든 일을 회피하는 핑계를 대고 있기 십상이다. 물론 알맞은 표현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134) 하지만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새로운 느낌에 딱 어울리는 단어를 찾는 작업을 포기해선 안 된다. 올바른 표현을 찾으려 끈질기게 노력하다 보면 정말 필요할 때 바로 이거다 싶은 문구가 저절로 생각날 것이다. (135) 

 

미덕에서 오는 보답 

이런 식으로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곧 아침에 쓰는 글이 전보다 더 원숙하고 수준이 높아졌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매일 새로운 소재를 쉽게 발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음속에 숨어 있는 기억을 불러낼 수 있다. 새로운 사실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신의 본성 깊숙이 내려가 감각과 경험, 지나간 기쁨과 슬픔, 자신의 기억 깊은 곳에 자리하는 옛 시절과 완전히 잊고 지냈던 일화를 남김없이 끄집어낸다. 

천재의 재능이 마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천재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은 뭐든 활용한다. 천재에게 너무 깊숙이 가라앉아 되불러낼 수 없는 경험이란 없다. 천재는 어떤 상황을 막론하고 상상력에 기대 거기에 딱 맞는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다. 무고나심과 권태의 나락에 빠져드는 것을 거부한다면 삶의 모든 측면을 글의 소재로 되살려낼 수 있다. (135)

 
   
   
 

다른 사람의 옷본을 빌려 외투를 재단할 경우 십중팔구 실패하기 마련이다. 독창성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39) 

작가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 뿐이다. 즉 세상에 대한 이해를 자신의 눈에 비치는 그 모습 그대로 공통된 경험 안에 담아낼 수 있을 뿐이다. 작가는 글쓰기 인생에서 이점을 되도록 빨리 깨닫는 것이 좋다. 어떤 의미에서 사람은 저마다 다르다. 저마다 다른 부모에게서 태어나고, 태어날 다시의 그 나라 역사 또한 각각 다르다. 겪는 경험도 저마다 다르고, 내리는 결정도 각기 다르다. 그대와 똑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을 대하는 사람 또한 없다. 따라서 이런 조건에 익숙해질 수 있다면 주어진 상황이나 특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말할 수 있따. 또한 세상 모든 사람 중에서 오로지 자신만이 아는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면 당연히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보통의 작가는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터득한 뒤로 다른 사람의 글에 푹 빠져버리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십상이다. 물론 이따금 상상력이 풍부하고 사고가 유연한 작가가 꽤 훌륭한 작품을 써내면 우리는 독창적인 이야기에 가깝거나 모방한 티가 전혀 나지 않는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하지만 대개 이해의 부족, 즉 자신의 소설 속 등장인물에 대한 느닷없는 오해는 작가가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을 다른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발생한다.(140) 다시 말해 그는 자신이 창조해낸 인물들을 윌리엄 포크너의 눈으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눈으로, D.H.로런스의 눈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눈으로 바라본다. (141)

 
   
   
 

정직, 독창성의 근원 

결국 이런 이야기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그 자체의 일관성 부족 때문이다. 작품이 일관성을 지니는 데 가장 중요한 밑바탕은 엄중한 정직성이다. 그런데도 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만약 작가가 자신의 참 모습에 눈을 뜬다면,(142) 삶의 중요한 문제 대부분에 대해 자신이 진정으로 믿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한다면 솔직하고 독창적이면서 독특한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이다.(143)(생략) 

그 동안의 경험을 들어 오늘의 신념이 내일의 신념이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확신하며 자신을 송두리째 내던지길 망설이는 초보 작가가 너무나 흔하다. 이런 초보 작가는 일종의 주문 같은 것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는 궁극적인 지혜가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주길 기다리다가 그 시기가 너무 늦어지면 자신은 글을 쓰긴 글렀나 보다고 지레 판단해버린다. 이러한 기다림이 (가끔 그렇듯이) 단지 글쓰기를 막연히 미루는 신경과민성 핑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어려움으로 작용할 경우 그는 전력투구하지 않고 건성으로 반쯤 이야기를 쓰다가 거기서 그치고 만다.  

이런 작가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혼자만 그런 일을 겪는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계속 성장할 뿐만 아니라, 글을 쓰려면 우리의 현재 신념의 토대 위에서 글을 써야 한다. 마지못해 마음을 다잡고 글을 쓴다 해도 자신의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최종 관점에서 동떨어져 있다면 (143) 죽는 순간까지도 여전히 미완성인, 스무 살 시절 세상에 대해 가졌던 최종 확신과도 거리가 먼 세상에 머물러 있기 십상이다. (144)  

 

자기 자신을 믿으라  

프랑스의 작가 조르주 폴티(1868~?)는 『서른여섯 가지 극적인 상황(L'art d'inventer les personnages』에서 인간이 처할 수 있는 극적인 상황은 서른여섯 가지에 이르며, 등장인물을 지금껏 어느 누구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극의 중심에 둔다고 해서 이야기가 흡인력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설령 그러한 상황을 찾았다 해도, 자신이 읽은 이야기에서 뭔가 이렇다 할 특생을 찾아내려 애쓰거나 찾지 못해 막막해하는 독자에게 그것을 전달하려면 심금을 울리는 재주가 있어야 한다. 주인공이 어떻게 어려움에 대처하느냐, 그런 막다른 골목에 대해 작가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런 것들이 바로 작가의 이야기를 진정 작가만의 것으로 만들어준다. 이야기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것은 작품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나는 작가 자신의 개성이다. 그 자체로 진부한 상황은 없다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다만 무신경하거나, 상상력이 부족하거나, 속을 털어놓지 않는 작가가 있을 뿐이다. 인간은 동료 인간이 맞닥뜨린 궁지가 속속들이 묘사될 때 감동을 받는다.(144) 예를 들어 『만인의 길(The Way of All Flesh)』(1903, 영국 작가 새뮤얼 버틀러의 소설), 『클레이행어(Clayhanger)』(1910~1918, 영국 작가 아널드 베닛의 3권짜리 소설), 『인간의 굴레(Of Human Bondage)』(1915, 영국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몸의 소설)는 주제가 서로 비섯하다. 하지만 그 가운데 진부한 작품이 있는가?(145)  

 

그대의 분노와 나의 분노 

아그네스 뮤어 매켄지(1891~1955, 스코틀랜드 작가)는 『문학의 과정(The Process of Literature)』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대의 사랑과 나의 사랑, 그대의 분노와 나의 분노는 똑같은 이름으로 불린다는 점에서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우리의 경험과 이 세상 어느 두 사람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그 둘은 완전히 똑같을 수 없다." 

이 말이 그야말로 진실이 아니라면 예술은 토대도 기회도 없을 것이다. 이디스 워턴 여사도 《애틀랜틱 먼슬리(Atlantic Monthly)》 최근 호에 기고한 「어느 소설가의 고백(The Confessions of a Novelist)」에서 다음과 같이 잘라 말한다. 

"사실 두 가지 기본 원칙이 있을 뿐이다. 첫째, 소설가는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든 비유적인 의미로든(대부분의 경우 이둘은 같은 의미다.) 자신의 팔이 미치는 범위 안에 있는 것만 다루어야 한다.(145) 둘째, 주제의 가치는 작가가 그 안에서 무엇을 보고 또 그 안으로 얼마나 깊이 파고들 수 있느냐에 거의 전적으로 달려 있다." 

가끔 위의 인용문을 되새겨보기 바란다. 자신의 글에 최종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통찰력이며, 선하고 맑고 정직한 마음이 있는 곳에선 진부함이 발붙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테니.(146) 

(생략) 

주제가 잘 떠오르지 않아 암중모색할 경우 듣기에는 간단할지 몰라도 다음의 충고가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이 의견을 개진하고 싶을 만큼 생동감 있는 이야기라면 뭐든 써도 상관없다." 

어떤 상황이 그 정도로 관심을 끈다면 그 상황은 충분이 의미가 있으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찾아낼 수 있다면 이야기의 토대는 이미 마련된 셈이다.(148) 

 

양도할 수 없는 개성 

모든 글은 조리법이나 공식처럼 단지 정보 자체의 전달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무기로 삼는 논문' 이라고 할 수 있따. 작가는 독자의 관심을 붙잡아두면서 독자가 작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도보록, 작가가 이끄는 대로 이 대목에서는 감동을 받고, 저 상황에서는 슬퍼하고, 또 다른 상황에서는 마음놓고 실컷 웃도록 유도한다. 그런 점에서 모든 소설은 설득력을 지닌다. 종류 여하를 막론하고 무릇 지어낸 이야기의 근저에는 작가의 확신이 자리한다. 

따라서 작가는 마땅히 삶의 중요한 문제 대부문에 대해 자신이 진정으로 믿는 것은 무엇이며, 글의 소재로 사용하게 될 삶의 사소한 문제들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질문 사항 

여기 스스로를 진단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질문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 소개하는 질문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예로 제시된 질문들을 참고 삼아 머링 떠오르는 다른 의문점들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작업 철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바란다.(149)  

  • 신을 믿는가? 믿는다면 어떤 측면에서?(영국 소설가 토머스 하디(1840~1928)의 '불멸의 수호신'(『테스』중에서)이라는 측면에서, 아니면 H.G.웰스의 '현현하는 신'이라는 측면에서?) 
  • 자유 의지를 믿는가, 아니면 결정론자인가?(예술가가 결정론자라는 생각은 너무도 모순이라 상상하기가 어렵다 하더라도.) 
  • 남자를 좋아하는가? 아니면 여자? 아니면 어린아이? 
  •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 낭만적인 사랑은 미망이자 올가미라고 생각하는가? 
  • "백 년이 지나도 모두 똑같을 것이다."라는 말을 심오한 진리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얄팍한 속임수라고 생각하는가? 
  •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은 무엇인가? 또 가장 큰 불행은? 

이런 굵직한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중요한 사안을 다루는 소설을 쓸 준비가 아직 안 된 상태다. 글의 토대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야 한다. 훌륭한 작품은 흔들림 없는 확신에서 나오며, 그리하여 만인의 사랑을 만든다.  

 
   
   
 

말 없는 여가 시간 

(생략) 

내가 아는 한 유명한 작가는 매일 공원을 찾아 두 시간씩 벤치에 앉아 멍청하게 보낸다. 그 전에 그는 몇 년 동안 자기 집 뒤뜰 잔디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는데, 가족 중 누군가가 그가 혼자서 너무 편안하게 빈둥대는 모습을 보고 그때마다 밖으로 나와 그 옆에 앉아 말을 걸었다. 그런데 얼만 지나지 않아 그는 구상중인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속에 있는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 말하는 순간 글을 쓰고 싶다는 다급한 갈망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154) 그래서 요즘 그는 일부러 매일 오후마다 온다 간다 말 없이 슬쩍 사라져(다행히 발가고디는 일이 거의 없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공원에서 비둘기를 쳐다본다.(155)

 
   
   
 

되새김 
몇 주 동안 아침에 일찍 일어나 글을 쓰는 데 성공하고 나서 두 번째 단계로 정해진 시간에 혼자 빠져나와 글을 쓰는 데도 성공했다면 이제 그 둘을 결합할 차례다. (160)
여기서는 의식과 무의식의 작업을 초보적인 수준에서나마 하날 통합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매일 아침 글을 쓰기 전에 자신의 작품을 다시 읽어봐선 안 된다는 주의 사항을 기억할 것이다. 앞에서 우리는 연상을 통해 무의식으로부터 일련의 생각을 불러내는 방법뿐만 아니라 무의식에 직접 다가가는 방법도 배웠다. 나아가 자신의 보폭을 찾으면 방해가 될 수 있는 본보기는 모두 눈앞에서 치워야 한다는 것도 기억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는 한 신문이나 소설, 어느 누구의 말, 심지어 자신의 작품도 족쇄로 작용할 뿐이다. 우리는 생각의 주기에 아주 쉽게 끌려들기 때문에 자신이 읽은 책이나 신문의 어조에 자기도 모르게 젖어든다.(161쪽) 

자신만의 문체를 찾으라
무엇보다도 자신만의 문체, 자신만의 주제, 자신만의 어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자신의 본성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그대가 참다운 작가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자신의 글을 면밀히 연구하라. 그 안에서 단편 소설이나(예를 들면 《뉴요커》스타일의) 확장된 일화, 또는 짤막한 수필의 핵심이 될 만한 훌륭한 생각을 발견하게 될테니.(162)
그렇게 찾아낸 생각은 아마도 이야기 소재로 그만일 것이다. 아침에 쓰는 글은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그대에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 잘 찾아보면 그 주제에 대해 수박 겉 핥기식 논평 이상의 뭔가 말할 거리가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지나치게 산만한 배경에서 자신의 생각을 추려내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한 주제로 압축해 나가라. (163) 

맹아기의 이야기
그걸로 과연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가능한 단순한 생각, 즉 앉은자리에서 끝낼 수 있는 뭔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강조점? 잠결에 떠올랐던 생각을 구체화해줄 등장인물? 갈등이 중요해 보이지 않거나 간과될 위험을 피하려면 특정 요소를 아주 분명하게 못박아두어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했으면 그 다음엔 세부 사항에 신경 써야 한다.  

준비 기간
그대는 아직 글을 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은 예비 단계일 뿐이다. 하루나 이틀은 다음과 같은 일에 매달리게 될 것이다. 즉 세부 사항에 대해 고민하면서 필요할 경우 사실을 채워줄 책이나 참고 도서에 의지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쓰려는 이야기에 대해 꿈을 꾸게 될 것이다. 등장인물 하나하나 떼어놓고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하나로 뭉뚱그려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의식과 무의식을 번갈아 활용하는 등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고칠 내용이 끝도 없어 보일 것이다. 여주인공은 어떻게 처리할까? 무남독녀, 아니면 일곱 중 장녀? 교육 수준은 어느 정도가 좋을까? 일하는 여성으로 설정할까? 그 다음엔 남자 주인공에 이어 이야기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필요한 2차 등장인물에게도 똑같이 공을 들인다. 그러고 나면 장면과 각 등장인물의 배경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한 배경 장면은 굳이 쓸 필요까지는 없을지 몰라도 완성된 이야기에 훨씬 더 신빙성을 부여해주는 지식이다. (163~164)
이런 식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빠짐없이 했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라.
"목요일 열 시에 글을 쓰기 시작하자."
그러고 나서는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몰아내라. 물론 이야기에 대한 생각이 이따금 수면으로 떠오르기도 할 것이다. 그럴 경우 굳이 기를 쓰고 거부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피해야 한다. 아직은 글을 쓸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가라앉혀야 한다. 사흘이 지나도 그 생각에는 아무 해가 미치기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 목요일 열 시에 자리에 앉아 글을 써야 한다. (165) 

자신 있게 글쓰기
이제 당장 시작하라. 6장에서 시간을 정해 그 시간은 반드시 지키는 훈련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변명을 늘어놓아서도 안 되고, 두려움에 덜미를 잡혀서도 안 된다. 무조건 자리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하라. 첫 문장이 잘 떠오르지 않거든 공간을 비워두고 나중에 쓰면 된다. 되도록 빨리 서나가면서 자신이 쓴 글에 가능하면 관심을 덜 기울이는 것이 관건이다. 문장을 싲가하고 끝낼 때마다 간단명료한 필치로 부담 없이 신속하게 작업하려고 노력하라.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참아야 한다. 가끔 한두 문장만 다시 읽어 올바른 경로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라.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단련할 경우 훌륭한 작업 습관을 들일 수 있다. 생각에 잠기거나 전에 해결했어야 하 ㄹ문제를 놓고 고민할 떄는 타자기나 종이를 눈앞에서 치우는 것이 좋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에 이야기의 첫 번째와 마지막 문장을 정해두면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럴 경우 첫 번쨰 문장은 이야기 속으로 풍덩 뛰어들 때 내딛는 발판으로, 마지막 문장은 앞으로 헤엄쳐 나갈 떄 몸을 잘 뜨게 해주는 부낭으로 활용할 수 있다.(165~166) 

완성된 실험
아무리 오래 붙잡고 늘어지더라도 습작의 끝은 완성된 작품이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앉은자리에서 글을 완성하지 못할 경우에 대처하는 법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타자기 앞에서 일어나기 전, 그러니까 작업의 열기가 아직도 한창 뜨거울 때 다음 번 작업에 대한 다짐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할 경우 똑같은 기분을 유지하면서 이번에 글을 쓸 때와 다음 번에 글을 쓸 때의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일단 쓰기 시작했으면 그 날 끝내야 한다.
나중에 읽어봐서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다시 쓴다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처럼 생각되든 생각되지 않든 완성된 이야기를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면 훈련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166~167)

벗어날 시간
이제 글을 한쪽으로 치우라. 호기심이 가만히 내버려둔다면 이틀이나 사흘 정도 구석으로 밀쳐두라. 그게 힘들다면 최소한 하룻밤만이라도 읽지 말고 치워두라. (`67)
(생략)
갓 완성했을 때는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자신의 작품을 한 달 넘게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는 작가들이 많다. 그럴 때는 글을 한쪽으로 밀쳐두고 뭔가 다른 데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동안 꾹 참아왔던 책 읽기에 나설 때다.(168) 

비판 어린 읽기
기력이 회복되고 긴장이 풀리면서 마음이 초연한 상태가 되면 자신이 쓴 글을 꺼내 일어보라.
아마도 자신의 원고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미처 몰랐던 점들이 마구 보이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장면이 하나도 없다. 대신 쓸 계획이 전혀 없었던 다른 장면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거의 생각지도 못했던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들이 하는 말도 자신이 생각했던 내용과 너무 다르다. 그런가 하면 그저 지나가는 진술로만 여겼던, 하지만 이야기가 제대로 모양새를 갖추려면 필요한 문장이 부족함 없이 강조되어 있다. 그러니까 결론은 자신이 의도했던 것보다 덜 쓰기도, 더 쓰기도 했다는 얘기다. 그렇게 된 데에는 의식보다 무의식의 영향이 더 크다. (169~170)

 
   
   
 

심화 훈련
이제 심화 훈련에 들어갈 차례다. 더 나아가기 전에 거듭 말하자면 작가 역시 다른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이중 인격자다. 작가에 대한 이러한 기본 진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작가 안에서 무의식은 자유롭게 흘러다닌다. (172) 

천재의 뿌리
천재(여기서 '천재'는 '비범한 사람'이 아니라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는 의미 - 옮긴이)의 뿌리는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 안에 있다.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천재를 갈고 닦는다고 해서 위대한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재능은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며, 의식의 영역 바깥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의식이 할 수 있는 일도 많기는 하지만 천재나 천재의 사촌뻘인 재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174) 

잠재의식이 아니라 무의식
하지만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면 우리는 커다란 장애에 부딪친다. 마음이 아직 제 기능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보다 훨씬 심각한 어려움이 있다. 프로이트의 심리학이 처음 등장했을 때 불행히도 우리는 잠재의식에 대해 듣기 시작했다. 물론 프로이트는 용어상의 실수를 바로잡았고, 심리학 논문에서 현재 언급되는 것은 무의식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에게 그 불행한 '잠재'라는 말은 경멸의 의미로 굳어졌다. 지금도 우리는 어떤 점에서 무의식은 우리의 성격 가운데 의식보다 열등한 부분이라는 생각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심리학자 프레더릭 윌리엄 헨리 마이어스는 (작가 지망생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읽어봐야 할) 『인간의 성격(Human Personality)』이라는 탁월한 저서의 「재능」이라는 장에서 똑같은 유혹에 넘어가 '잠재의식의 분출'이라는 표현을 거듭 사용했다. 이제 무의식은 의식 아래 있지도 않고 의식보다 능력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무의식은 의식의 한복판에는 없는 것을 모두 아우를 뿐만 아니라 우리의 평균 이성을 위아래로 훌쩍 뛰어넘는다. (175)

더 높은 수준의 상상력
이 공간 중심의 용어는 또한 붖거절하기도 하다. 무의식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도움을 준다. 어떤 예쑬이든 무의식에 저장된 기억과 감정뿐만 아니라 상상력이라는 무의식의 알찬 내용물에 의지해야 한다.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이러한 자원을 끊임없이 화용하는 가운데 자신의 존재를 마음껏 펼치며 편안하게 살아간다. 그런 사람은 생명력과 활기가 무한정 넘쳐날뿐더러 저 먼 곳에서 들려오는 울림을 억누르는 법이 없다. (175~176) 

무의식과 타협하라
무의식을 흐릿하고 우중충하고 형체도 없는 개념들이 어지럽게 떠다니는 지옥의 변방쯤으로 여겨선 곤란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무의식은 형식에 민감하다. 무의식은 우리의 이성보다 유형, 양상, 목적을 훨씬 더 빨리 포착해낸다. 하지만 무의식의 활동이 너무 왕성할 경우에는 경로에서 이탈할 수도 있으므로 늘 조심해야 한다. 무의식이 제시하는 자료가 감당 못할 정도로 넘쳐나지 않도록 늘 올바른 방향을 잡아주고 통제해야 한다. 하지만 글을 잘 쓰려면 다면한 지식의 문지방 뒤에 자리하는 우리 본성의 거대하고 강력한 이 부분과 타협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법을 터득한다면 맨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느꼈던 것보다 피로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작가가 익힐 수 있는 기술적인 지식의 영역은 매우 방대하며, 그 중에는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손쉬운 방법도 많다. 하지만 계획하고 있는 작품의 형식과 주제를 결정하는 것은 무의식이며, 무의식에 의지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훌륭하고 확실한 결실을 거두게 될 것이다. 그러려면 무의식의 활동에 시도 때도 없이 간섭해선 안 된다. 다시 말해 소설 기법을 다룬 책에서 정성스레 뽑아냈거나 출간된 작품들을 오랜 기간 연구하면서 혼자 힘들게 깨우친 공식을 근거로 자신이 판단하기에 그럴듯하고 바람직하고 설득력 있는 개념을 무의식에 강요해선 안 된다.(176~177) 

예술적 혼수 상태와 작가의 '비법'
진정한 천재는 자신이 어떻게 일하는지 미처 깨닫지 못한 채로 평생을 살아간다. 천재는 꿈꿀 때, 앉아서 빈둥댈 때 등 무슨 일이 있어도 혼자 있어야 할 때가 있다는 것만 알 뿐이다. 많은 경우 천재는 자신의 마음이 백지처럼 텅 비어 있다고 믿는다. 때로 우리는 '불모의' 시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며 절마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천재의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침묵의 시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곧 지나가기 마련이고, 글을 써야 하는 시점이 도래한다.
천재의 게으름은 단지 표면상의 침묵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챌 만큼 영특한 관찰자들은 이 낯설고도 고립된 시기를 '예술적 혼수 상태'라고 불러왔다. 분명히 뭔가가 작용하고 있긴 하지만 너무 깊숙이 가라앉아 있어 생각을 구체화할 준비를 갖추기 전까지는 활동의 조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천재에게 쏟아지는 괴팍하다느니 무례하다느니 하는 비난 뒤에는 대개 고독 속에, 한가로운 여가 속에, 오랜 침묵 속에 푹 잠기고 싶어하는 예술가의 절실한 욕구가 있다. 침묵의 기간이 인정받고 용인된다면 부작용이 생길 리 없다. 이따금 일상의 속박에서 벗어나 초탈의 시간을 갖는 것이 예쑬가의 특징이다.
한 발 뒤로 물러나 무신경하게 지내다 보면 이름 없는 기능이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지만 스스로의 통제 아래 그 시기를 어느 정도 앞당길 수 있다. 그러려면 더 높은 수준의 상상력을, 직관을, 무의식의 예술적 측면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작가의 비법은 바로 거기서 나오며, 그런 능력이야말로 작가의 유일하고도 진정한 '비책'이다.(177~178) 

 
   
   
 

작가는 이중 인격이 나이라 삼중 인격이다
그렇다면 작가의 본성은 이중이 아니라 삼중이라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이르게 된다. 희미하든 뚜렷하든, 지속적이든 산발적이든 삼중 인격 가운데 이 세 번째는 바로 각자의 타고난 재능이다. 번득이는 통찰력과 직관 그리고 상상력은 서로 협력해 평범한 경험을 '더 고귀한 현실이라는 환상'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런 점에서 이 세 가지는 예술의 필수 요소다. 아니면 한 발 양보해 삶을 해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이다.
이 모두는 우리가 통제할 수있는 영역 밖에 위치한다. 실용적인 목적인 경우에는 우리의 마음을 대충 의식과 무의식으로 분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우리는 (심지어 예술가도) 마음의 복잡성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 본성의 이 세 번째 요소를 십분 인식한다면, 이 요소가 글쓰기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이해한다면, 이 요소의 활동을 가로막는 방해물을 제거해 자신의 작업 안으로 자유롭게 흘러들도록 하는 법을 터득한다면 작가로서 크게 성공할 수 있다. (180~181)  

신비로운 능력
이제 "재능은 배운다고 해서 트이는 것이 아니다"라는 맥빠지는 말 속에 숨은 진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어떤 의미에서 이 말은 옳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거의 전적으로 그르다. 의식적으로 노력한다고 해서 재능이 느는 것은 아니지만 재능이 늘기를 바랄 이유가 없다. 재능이라는 자원은 그 양이 아무리 미미하다 하더라도 평생을 가도 다 쓸 수 없을 만큼 충만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을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시대와 인종을 초월해 위대한 사람들은, 마치 처음부터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그야말로 순순한 재능을 타고나기라도 한 듯 너무나 위대해서 편의상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삶과 예술 작업에서 나머지 인간들보다 그러한 기능을 좀더 자유롭게 발휘했을 뿐이다. 재능의 흔적을 아예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보잘것 없는 인간은 없다.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너무나 위대해 타고난 재능을 남김 없이 무한정 사용하는 인간 또한 없다. 

보통 사람은 자신의 본성 가운데 그러한 요소를 두려워하거나, 불신하거나, 무시하거나, 제대로 알지 못한다. 감정이 북받치는 순간에, 위험에 처한 순간에, 기쁨의 순간에, 더러 병을 오래 앓아 몸과 마음이 차분해 질 때, 잠이 덜 깨서 비몽사몽일 때, 마취 상태에서 막 깨어났을 때 사람들은 재능의 존재를 어렴풋이 감지한다. 재능의 흔적은 음악 신동들의 삶에서 가장 확실하고도 불가사의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예를 들어 모차르트의 전기를 읽어보라) 아무리 신비롭고 불가해하다 하더라도 재능은 분명 존재한다.  

천재에 대한 케케묵은 정의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영감은 노력'이 아니듯이 재능 또한 '노력한다고 가질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이 아니다. 재능을 둘러싼 이러한 생각은 순전히 미국인의 착각일 뿐이다. 직관력과 통찰력을 만족스럽게 전달하는 과정은 무척 힘들 수도 있다. 한순간의 깨달음을 표현할 말을 찾는 데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노력과 재능은 엄연히 다르다. 서툴게나마 재능을 풀어놓는 법을 터득한다면, 또는 뜻밖에 운이 좋아 재능이 저절로 모습을 드러낸다면 굳이 힘들게 고생하지 않아도 창의적인 생각이 마구 흘러넘치는 기적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181~183) 

재능의 해방
대개 재능의 해방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예술가는 여기서 나오는 활력에 의지해 책, 이야기, 그림을 내놓지만 이점을 인식하지는 못한다. 그는 '재능'이라는 것이 과연 문제가 되는지조차 부정할지 모른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경험을 내세워 '본 궤도에 오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본 궤도에 올랐을 때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명료하고 아름다운 글을 막힘 없이 쓰는 행복한 상태에서도 본 궤도에 오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를 수도 있다. 또 어떤 이는 머리가 지끈거릴 때까지 생각을 짜내려고 고민하다가 막다른 곳까지 몰린다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할 수 없거나 어째서 한때는 이야기가 저절로 모습을 드러냈는지조차 이해하니 못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생각이 다시 돌아오면 신기하게도 이야기가 저절로 완성되어 글로 옮겨질 준비를 한다.(183) 

성공한 작가들은 대개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 이러한 기능을 해방하는 자기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이라는 게 너무 모호하고 주먹구구식이라 비법을 찾는 초보자에게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184) (생략) 

주기, 단조로움, 침묵
음모는 없다. 다만 작가들 사이에 약간의 질투나 부러움이 있을 따름이다. 성공한 작가들은 그저 무의식적으로 일할 뿐이지 자신의 작업 방식을 분석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기나긴 반문 끝에, 성공한 작가들의 수기를 빠짐없이 훑은 끝에 햇병아리 작가가 마침내 얻는 것은 설명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담일 뿐이다. 성공한 작가들은 이야기에 대한 생각이 어느 순간 섬광처럼 번쩍 떠오른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 순간 등장인물이, 상황이, 이야기의 결과가 희미하게든 선명하게든 미리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고 나면 집중력을 끌어올려 그런 생각들을 가다듬는 기간이 있다. 몇몇 작가들은 이 기간에 무척 흥분을 느낀다. 그들은 마치 자신의 마음 앞에 펼쳐진 가능성에 도취한 듯 보인다. 그러고 나면 침묵의 시기가 찾아온다. 작가마다 매우 특이한 방식으로 그런 막간극에 몰입하기 떄문에 이 기간에 적요할 수 있는 공통분모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승마, 뜨개질, 카드노링, 산책, 조각 등 아주 다양하다. 물론 세 가지 형태의 공통분모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즉 이 기간은 주기성을 띠고, 단조로우며, 말이 없다. 그것이 우리의 열쇠다.  

다시 말해 어떤 면에서 작가는 요행을 통해서든 오랜 모색을 통해서든 가벼운 상태의 최면에 스스로 빠져든다. 최면 상태에서도 관심은 여전히 유지되지만 그저 유지될 뿐이다. 굳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이때 작가는 마음의 수면 저 뒤편에 너무 깊이 가라앉아 있어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마침내 자신을 일깨우지 않는 한) 뭔가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 자신의 이야기가 하나의 통합된 작업 속으로 녹아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184~185)

 
   
   
 

X와 마음의 관계는 마음과 몸의 관계와 같다
편의상 많게든 적게든 우리 모두에게 있는 이 재능을 따로 분리해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 마음과 몸의 관계처럼 재능 또한 마음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가정해보자. '재능'이라는 말이 여전히 너무 거창하게 들린다면, 교활한 겉모습 아래 실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정신적 특징을 숨기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면 한 걸음 양보해 그냥 X라고 부르자. 이제 X를 대수 방정식의 한 인수라고 생각하라. 즉 'X:마음=마음:몸'이라고. 집중해서 생각하려면 몸을 움직여선 안 된다. 사람들은 생각을 집중할 때 기껏해야 가볍고 기계적인 일만 한다. 그 다음에 X를 행동에 들어가게 하려면 마음을 차분이 가라앉혀야 한다. 

곧 알게 되겠지만 주기성을 띠면서 단조롭고 말 없는 활동이 바로 거기에 해당한다. 그런 활동은 더 높거나 더 깊은 기능이 작용하는 동안 몸과 마음을 일종의 정지 상태에 붙잡아둔다. 그런 활동은 효과가 있는 한 반복해서 사용된다. 하지만 그와 같은 활동은 대개 성가시고 마음에 차지 않을뿐더러 결과가 늘 일정하지도 않다. 게다가 미지의 특징이 제 기능을 완전히 발휘하려면 시간도 만만치 않게 걸린다. 따라서 이야기의 잉태 시기와 관련해 아직 이렇다 할 만한 공식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더 빠르고 더 좋은 방법을 익혀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189) 

마음을 가만히 놔두라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즉 몸을 가만히 놔두듯 마음을 가만히 놔두는 법을 익히라.(189) (생략)

조절 훈련
며칠에 하루는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서 훈련하는 것이 가장 좋다. 눈을 감고 마음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굳건히 붙잡아두려고 노력하되 급하게 서둘러서도 긴장을 느껴서도 안된다. 며칠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 억지로 밀어붙이려고 하지 말라.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훈련 시간을 조금씩 늘리되 무리하지는 말라.(190) (생략)

목표는 이야기 구상
조금이라도 성공했다면 줄거리나 등장인물을 염두에 두면서 거기에 마음을 집중하라. 머잖아 거의 믿기 힘든 결과를 접하게 될 것이다. 다소 학구적이고 불문명했던 생각이 색깔과 형체를 드러내고,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았던 등장인물이 살아 움직일 것이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성공한 작가들은 이러한 능력을 끌어내 자신의 창조물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다.(191) (생략)

효과 만점인 비법
이는 순전히 습관의 문제이기 때문에(비록 실행 중인 생각에서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이 나오긴 하지만) 처음에는 다소 기계적으로 접근해도 상관없다. 아무 이야기나 하나 고르라. 소중히 간직해둔 이야기를 줄거리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널리 알려진 책의 등장 인물을 자신이 잘 아는 인물로 대체하라. 예를 들어 여동생이 베키 샤프의 역할을 맡는다면 윌리엄 새커리의 『허영의 시장(Vanity Fair)』은 어떤 경로를 따라가야 할까? 걸리버(영국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지은 『걸리버 여행기』의 주인공)가 여성이라면 어떨까? 생각이 아무리 모호하든, 딱딱하든, 불완전하든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목적에 비추어 당장은 성이 차지 않겠지만 그럴수록 이 방법의 효과는 분명히 나타나게 되어 있다. 

이야기의 틀을 대충 잡아보라. 주요 등장인물에 이어 2차 등장인물을 결정하라. 이야기에 끼워넣고 싶은 중요한 상황을 가능한 한 간결하게 그려나가면서 어떻게 마무리하는 게 좋을 지 생각하라. 등장인물들이 난관에 부딪치든 거기서 빠져나오든 상관하지 말라. 그저 가만히 바라보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지켜보라. 여기서는 결말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수단을 시험하기에 충분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즐겁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전체 이야기를 곰곰이 되짚어보라. 분명해 보이는 실수를 바로잡고 자연스럽게 삽입할 수 있다면 어떤 항목을 더 집어넣고 싶은지 생각해보라.  

이제 이야기 초고를 꺼내 들고 산책에 나서라. 걷다가 웬만큼 피곤해지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라. 피곤을 느끼는 정도로 얼마나 걸었는지 거리를 가능해보라. 운동하듯이 너무 힘차게 걷지 말고 여유롭고 느긋하게 몸을 움직이라. 물론 나중에는 속도가 빨라지겠지만 처음에는 어슬렁거린다는 생각으로 느릿느릿 걷는 것이 좋다. 이제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 생각하라. 이야기에 생각을 집중하라. 하지만 이야기를 어떤 방향으로 쓸지, 또는 이런저런 효과를 내려면 어떤 수단을 사용할지는 생각하지 말고 이야기를 그 자체로 생각하라. 외부 자극에 주의를 빼앗기지 말라.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마치 읽고 나서 한쪽으로 치워두었던 책을 대하듯 이야기의 결말을 생각하라. (193) 

'예술적 혼수 상태' 불러내기 
이제 이야기를 여전히 되는 대로 생각하면서 목욕을 한 다음 어두운 방으로 들어가 등을 대고 똑바로 누우라. 그런 자세가 너무 졸린다 싶으면 나지막하고 큼직한 의자에 앉아 적당히 긴장을 풀라. 편안하게 자세를 취했으면 더 이상 움직이지 말라. 몸을 가만히 놔두라. 그런 다음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라. 완전히 잠든 상태도, 그렇다고 완전히 깨어 있는 상태도 아닌 채로 그저 누워 있으라. 

잠시 후, 20분이 될 수도 한 시간이 될 수도 두 시간이 될 수도 있는데, 일어나고픈 욕구가 일면서 활력이 마구 샘솟을 것이다. 즉각 그런 욕구에 응하라. 쓰려고 하는 글을 제외하면 세상 어느 것에도 관심이 가지 않는 일종의 경미한 몽유병 상태에 빠질 것이다. 상상의 세계만 생생하게 와닿을 뿐 바깥세상은 그저 따분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종이나 타자기 앞으로 다가가 글을 쓰기 시작하라. 그 순간 그대의 상태는 예술가가 작업할 때 빠져드는 상태가 된다.  

작별 인사
얼마나 좋은 작품이 탄생하느냐는 그대와 그대의 삶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 그대의 감수성이 얼마나 예민한지, 분별력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그대의 경험이 독자의 경험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훌륭한 글쓰기의 요소를 얼마나 철저하게 익혔는지, 말의 가락을 가려짚는 귀가 얼마나 발달해 있는지에 달려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성실히 훈련에 임했다면 일관성 있고 균형 잡힌 작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결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이다. 이런 훈련을 통해 그대는 이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로 탈바꿈했다. 훌륭한 도구가 그렇듯이 그대는 쓰임새가 많고 견고하다. 그대는 예술가로서 작업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다. 

이제 소설 기법을 다룬 책들을 아무 부담 없이 읽어도 된다. 그대는 마침내 그런 책들을 통해 유익을 얻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194~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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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수업 (양장) - 글 잘 쓰는 독창적인 작가가 되는 법
도러시아 브랜디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진정한 독창성은 
새로운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에서 나온다. 

이디스 워턴

 
   


리뷰를 쓰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그냥, 책을 읽으면서 눈에 띄는 말들을 좀 옮겨 두고 싶을 뿐입니다. 

다만 한가지, 책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제목이 <작가 수업>인 만큼, 작가가 되려는 생각이 없는 분이라면 읽어봐야 별 볼 없는 책이라는 것입니다. 반대로, 작가가 되고자하면서도 이 책을 그냥 지나치거나, 아예 이런 책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면? 그 사람은 너무나 불행한 (또는 불리한)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생각합니다.
 

 

   
 

1장:: 네 가지 어려움 

소설을 쓰는 데는 세 가지 법칙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그게 뭔지 아무도 모른다. 
윌리엄 서머싯 몸  

인생에는 중요한 두 가지 법칙이 있다.
일반적인 하나는 모든 이가 노력하기만 하면
결국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특별한 하나는 모든 이가 어느 정도
그 법칙의 예외라는 사실이다. 
새뮤얼 버틀러

 
   

 

   
 

 2장:: 작가의 조건 

우리는 항상 자신이 가진 열다섯 가지 재능에 감지덕지하기보다
자신이 갖지 않은 한 가지 재능에 뛰어나려고 노심초사한다.
마크 트웨인 

인생에서 재미있는 것 한 가지는 최고만 고집하다 보면
대개 최고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윌리엄 서머싯 몸

 
   

 

   
 

 3장:: 이중성의 장점 

할 말이 없을 때는 침묵하라.
진정한 열정이 솟아오르거든 할 말을 모두 하라.
정열적으로 말하라.
D.H.로런스 

경험이란 그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그것에 관여하는 것이다.
올더스 헉슬리

 
   

 

   
 

4장:: 습관에 관한 조언 

습관은 필요하다. 새로운 습관을 갖는 것도 습관이고
식상한 습관을 버리려고 발버둥치는 것도 습관이기 때문이다.
이디스 워턴

습관은 습관이라서 창문 밖으로 집어던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잘 구슬리면 한 번에 한 계단씩 내려가게 만들 수는 있다.
마크 트웨인

 
   

 

   
 

 5장:: 무의식의 활용 

일을 즐길 수 있는 비결은 잘하는 것이다.
또한 일을 잘하고 싶으면 즐겨라.
펄 벅 

좀 더 많은 시간은 필요치 않다. 시간은 늘 있다.
아널드 베닛

 
   

 

   
 

 6장:: 일정한 시간에 글쓰기 

인생은 위험한 줄타기 아니면 안락한 침대다.
나는 줄타기를 택하련다.
이디스 워턴 

가장 편협한 사람은 소신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7장:: 첫 번째 검토 

사람들은 평가를 요청하지만 사실은 칭찬을 듣고 싶을 뿐이다.
윌리엄 서머싯 몸 

예술가는 비평가에게 귀를 기울일 시간이 없다.
작가가 도고 싶어하는 사람은 비평을 읽지만,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은 비평을 읽을 시간이 없다.
윌리엄 포크너

 
   

 

   
 

 8장:: 자기 작업에 대한 비평 

자신에게 진실하지 않은 자는 다른 사람에게 진실 할 수 없다.
버지니아 울프 

나는 칭찬도 비난도 하지 않는다. 인정할 따름이다.
나는 만물의 기준이자 세상의 중심이다.
윌리엄 서머싯 몸

 
   

 

   
 

 9장:: 작가로서 책 읽기 

책을 간절히 읽고 싶어하는 사람과
마지못해 읽을 책을 가진 사람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낟.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작가는 책 한 권을 쓰느라 몇 달을 보내며
자신의 진심을 쏟아붓지만,
그 진심을 읽는 독자는 거의 없다.
윌리엄 서머싯 몸

 
   

 

   
 

 10장:: 모방에 관하여 

좋은 소설은 주인공에 관한 진실을 들려주지만,
나쁜 소설은 작가에 관한 진실을 알려준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항상 나는 의도하지 않은 말보다 의도한 말을 하기가 훨씬 어렵다.
윌리엄 서머싯 몸

 
   

 

   
 

 11장:: 순수한 시각 되찾기 

세상에 재미없는 주제는 없다. 무심한 인간이 존재할 뿐이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예술가의 모든 작품은 자기 영혼의 모험이 표현되어야 한다.
윌리엄 서머싯 몸

 
   

 

   
 

 12장:: 독창성의 원천 

상상력은 훈련으로 기를 수 있다. 또 일반적인 믿음과 달리
젊었을 때보다 성숙했을 때 훨씬 뛰어나다.
윌리엄 서머싯 몸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사를 당연하게 여기는
거의 무한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올더스 헉슬리

 
   

 

   
 

 13장:: 작가의 휴식 

모든 좋은 말에는 그보다 좋은 침묵이 담겨 있다.
침묵은 영원처럼 깊고 말은 찰나처럼 얕다.
토머스 칼라일 

침묵을 경청하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토머스 하디

 
   

 

   
 

 14장:: 습작의 정석 

우리는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써야 하기 때문에 쓴다.
윌리엄 서머싯 몸 

진정한 작가에게는 각각의 작품이
이룰 수 없는 것에 다시 도전하는 새로운 시작이다.
항상 작가는 한 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거나
다른 이들이 도전했다가 실패한 것에 도전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이따금 큰 운이 따라 성공하게 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15장:: 무의식과 천재 

천재는 이상을 지닌 재능이다.
윌리엄 서머싯 몸 

천재란 그것을 지닌 자를
온갖 고난에 빠뜨릴 만큼 탁월한 재능이다.
새뮤얼 버틀러

 
   

 

   
 

 16장:: 재능의 해방 

기적의 가장 놀라운 점은 그것이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전통은 안내자일 뿐 교도관이 아니다.
윌리엄 서머싯 몸

 
   

 

   
 

 17장:: 작가의 비법 

동료나 선배보다 나은 자가 되려고 애쓰지 말라.
자신보다 나은 자가 되려고 노력하라.
윌리엄 포크너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이 확실히 바꿀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
올더스 헉슬리

 
   

 

   
 

 18장:: 몇 가지 잔소리 

불만이 없는 자는 만족할 수 없다.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 

도덕처럼 예술도 어딘가에 선을 긋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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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의 비상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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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일학년 국어책에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이라는 대목이 있었다. 나중에 없어졌는데 달은 구체니까 공처럼 둥글다고 해야지 쟁반같이 둥글다고 하면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거참, 꼭 과학적이어야 했을까.  
   
정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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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이 되라 - 운명을 바꾸는 창조의 기술
강신장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6월
품절


이 책에서 정의하는 오리진이란 한마디로 '스스로 처음(기원)이 되는 자'다. 흔히 하는 말로 '창조자'라고도 할 수 있지만 엄격한 의미에서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 굳이 무언가를 만들고 발명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어떤 것, 혹은 생각의 기원이 되는 사람, 자신의 일에서 새로운 업(業)의 개념을 세우고, 자신만의 '판'을 짜는 모든 사람을 일컫는다. -13쪽

사실 '오리진'이란 키워드는 오래전 미술평론가 이주헌 선생의 말씀 속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면, 몰입해야 한다. 몰입을 통해 주변을 모두 잊고 집중하다 보면 우리는 기워(起源, origin)과 만나게 된다. 기원은 한마디로 '나다움'의 세상이다. 그리고 나다움과 만나서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독창적인 것, 오리지널(orginal)의 세상이다. 그래서 창조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라기 보다는 오리지널에 가깝다."-13~14쪽

프롤로그

창조: 놀랍고 재미있는 것들을 보았을 때 나온 영감을 끝까지 잡아채서 만든 요리


'창조'를 주제로 오랜 기간 떠들고 돌아다녔더니, 내 얼굴만 보면 대뜸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이 뭐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창의력은 '키우는' 게 아닙니다. 아니, 키울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기만' 하면 됩니다."

물론 말은 이렇게 했지만 우리 안에 있는 창의력을 꺼내 쓰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왜냐하면 그 능력은 지금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고, 우리 안에 있어도 우리가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또 수없이 '꺼내 쓰기 연습'을 했을 때에야 비로소 스스로 자복해서 나오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연습할 기회조차 없었다. 오호, 통재라!
-21쪽

그러면 사람들은 또 어떻게 하면 창의력과 창조성을 꺼내 쓸 수 있는지 묻는다. 거저 잡수시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인내심을 갖고 또 이렇게 대답해드린다.
"갇혀 있고, 숨겨져 있는 능력을 꺼내 쓰려면 '열쇠'들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그 열쇠는 재미있고 놀라운 것을 보았을 때, 즉 필(feel) 받았을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이는 '감성의 열쇠'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필 받는 사례들을 많이 공부해야 합니다. 필 받는 사례들을 많이 모아야합니다. 필 받는 사례들을 놓고 재미있는 생각들을 연습해야 합니다. 그때 숨겨진 창조력이 나옵니다."-22쪽

르네상스가 인본주의인 이유

연세대학교 신학대학 김상근 교수는 참으로 대단한 분이다. 그는 신학자이지만 어떤 인문학자보다 인간을 더 잘 이해하고 따뜻하게 바라본다. 그분이 SERI CEO에서 진행한 '르네상스 창조경영' 강의를 듣고 감동받은 사람들이 모여 2009년 12월 중순, 사부님과 함께 르네상스의 중심인 이탈리아 피렌체로 떠났다. 김 교수는 매일 거의 10시간씩 10일 동안 제자들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초인적인 강연을 해주셨다. 그 여행의 목적을 단 한 줄로 정리하자면 바로 이것이었다.
'그때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 이전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 즉 르네상스 시대가 열릴 수 있었는가?"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든 힘이 무엇이었는지를 알아내면, 우리 모두도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세상, 우리가 세상에 선사하고 싶은 선물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30쪽

그래서 어렵게 찾아갔던 길, 그곳에서 김상근 교수를 통해 만난 천 번째 해답은 이것이었다.

Dolce Stil Novo.

이탈리아 말로 '돌체 스틸 노보', 영어로 하면 'sweet new style'이다. 《신곡(La Divina Commedia)》을 쓴 단테(Alighieri Dante)는 750년 전에 이런 답을 남겼다. 만약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을 열고 싶다면 그 첫 번째 열쇠는 "돌체 스틸 노보", 즉 달콤하고 새로운 스타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여기에서 키워드는 무엇일까? 그렇다. '달콤하게'다.
새로운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그 방향이 '달콤한 방식'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도대체 달콤한 방식이란 어떤 것일까?
또 '달콤한 생각'이란 어떤 생각일까?


백문이 불여일견, 무엇이 달콤하다는 것인지 르네상스 화가 마사초(masaccio)의 <피렌체 귀부인의 출산>을 보자(32쪽 참조). 어느 부인이 출산을 해서 사람들이 축하하러 오는 장면이다. 여기 보면 나팔수가 축하 팡파를를 분다. 한번 확대해볼까? 나팔수의 얼굴을 보라. 볼이 터질 것 같고, 눈알은 빠질 것 같다. 어찌나 세게 부는지, 얼마나 기쁜 마음으로 세게 부는지 저 표정에 다 나타난다. -31~34쪽

생각해보시라. 그 이전에는 나팔수의 볼이나 눈알 따위에 관심을 둔 화가는 없었다. 그런데 르네상스에 이르러 이것을 보고, 이렇게 재미있는 그림을 그렸다. 이렇게 섬세한, 이렇게 달콤한 그림을.

마사초의 또 다른 그림은 성 베드로에게 세례를 받는 장면을 포착했다(33쪽 참조). 이 그림은 제목이 '세례를 베푸시는 성 베드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제목은 '겨울 세례도'다. 겨울에 세례를 받는데 얼마나 춥겠는가. 뒤에 줄 서 있는 사람들 좀 보라, 막 벌벌벌 떤다(그림 속 파란색 박스 참조). 앞에서는 엄숙하기 이를 데 없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뒤에 있는 이들은 고통스러워 어쩔 줄 모른다.

카톨릭에서 '세례'란 가장 중요한 의식이다. 그렇게 중요한 의식을 받으면서 이렇게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세적 시각으로 보면 이건 신성모독에 가까운 것이어서, 어떤 화가도 이런 식으로 그리지는 못했다. 그런데 마사초는 그렇게 그렸다.

-34쪽

왜?

그가 그리려고 한 것은 신성모독이 아니라, '진정한 인간'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즉 인간은 아무리 성스러운 순간일지라도, 추위가 오면 벌벌벌 떨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얘기하려는 것이다. 이전의 화가들이 종교적 엄숙주의에 사로잡혀 결코 보지 못했던 것, 혹은 보고도 외면했던 것을, 그는 섬세하게 바라보고 그렸던 것이다.
-34쪽

결국 내가 찾아낸 '달콤하게(Dolce)'의 진정한 뜻은 '사랑'이다. '하랑의 눈'으로 보면 보이지 않던 것을 비로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으로 보지 않으면 나팔수의 그 터질 것 같은 볼, 빠져나올 것 같은 눈알을 볼 수 없고, 세례라는 엄숙한 순간에도 떨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표정을 읽어낼 수 없다. 사랑의 마음이 중요한 이유는, 사랑으로 보아야 비로소 사람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외로움, 그리움, 슬픔, 아픔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힘이 바로 사랑인 것이다. 그래서 사랑이 중요하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데, 어떻게 그 사람의 (기쁨과 즐거움은 차치하더라도) 외로움, 괴로움, 불편함,번거로움 따위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겠는가. -35쪽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52쪽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사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건 사실 마수걸이에 불과하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건 기본이자 준비단계이고, 정작 중요한 것은 그 마음으로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들여다보아야 하고, 남들이 찾지 못한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찾아야 할까?


창조를 만드는 두 가지 원천

내가 터득한 원리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다음 둘 중 하나, 또는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가지면 운명이 바뀐다.
하나는 '아픔을 들여다보는 힘', 다른 하나는 '기쁨을 보태는 힘'이다. -53쪽

'아픔'이라고 통칭하긴 했지만, 아픔의 종류는 한두 개가 아니다. 외로움, 그리움, 슬픔, 불편함, 번거로움, 그리고 진짜 아픈 것까지..

아픔의 특징이 뭔가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나의 아픔을 잊기 위해 노력한다. 왜냐하면 아픔은 말 그대로 너무 아프기 때문에 잊으려 급급하고, 감추려 급급한다. 그렇기에 남의 아픔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보려고 해도 잘 보이지 않고, 쉽사리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하나도 아프지 않은 것처럼 연기하고 산다. 또 상대의 아픔을 모르는 것처럼 시치미 떼고 산다.

아픔은 섬세한 사람만이 들여다볼 수 있는 특권이다. -54쪽

보통 사람들은 아픔을 피하기 위해 급급하지만, '선수'들은 아픔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남들이 보지 못한 아픔을 찾아내면 "심봤다!"를 외친다. 아픔이 바로 창조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모든 창조자들은 남이 못본 아픔을 본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 헤매는 창조의 단초는, 놀랍게도 '아픔'에 있다. -55쪽

운명을 바꾸는 두 번째 키워드는 '기쁨을 보태는 힘'이다.
기쁨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 즐겁고, 재미있고, 편리하고, 아름답고, 웃기고, 이런 것들이 다 '기쁨'이다.
기쁨은 무언가를 보태는 것이기 때문에 한 세계에 다른 세계를 가져다 뒤섞어야 한다. 여기서 '융합'이라는 중요한 키워드가 나오는데, 융합은 '4장, 하이믹스'에서 더 크게 별도로 다루도록 하겠다. 여하튼 기쁨을 주려면 융합을 해야 하는데, 이것은 특징이 뭔가 하면 '아무나 쓸 수 없다'는 것이다. -55~56쪽

섬세한 사람만이 아픔을 볼 수 있다면,
기쁨을 보태는 능력은 재료를 가지고 있는 사람, 뭔가 뒤섞을 것이 있는 사람, A와 합칠 수 있는 B라는 재료를 갖고 있는 사람만 쓸 수 있는 특수기술(?)인 것이다. -56쪽

사례1 : 롯데 '피츠' 껌

2009년 일본의 히트상품 중에는 유명한 껌이 있다. 2009년 3월, 일본 롯데에서 '피츠(Fit's)'라는 껌을 출시했는데, 3주 동안 2000만 개가 팔렸고, 급기야 만들어놓은 게 모자라서 한동안은 물건이 없어서 못 팔았다고 한다.
'아니, 뭔 놈의 껌을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길래 난리가 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한번 살펴보았다.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껌 시장 매출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왜? 당연하게도 껌을 안 씹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젊은층의 수요가 예전만 못하다. 껌을 만드는 회사로서는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단 껌을 씹어줘야 그중에서 경쟁을 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그래서 대체 왜 안 씹는지 그 이유를 따져보기로 했다.
'도대체 요즘에는 왜 껌을 안 씹을까?'
-57쪽

젊은이들의 의견이, 씹으면 껌이 금방 딱딱해지고, 턱이 피곤해지는 느낌이 불쾌해서 싫다는 것이다. 또 왠지 껌을 씹으면 턱에 근육이 생겨 얼굴의 V라인이 망가질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아픔'은 파악 완료. 사람들이 갖고 있는 아픔이 무엇인지 알아냈으니 해결해주면 끝이다.

롯데제과는 곧바로 새로운 껌 베이스를 개발했다. 어떤 베이스인가 하면, 1시간을 씹어도 찹쌀떡처럼 또 인절미처럼 몰랑몰랑한 부드러운 베이스다.
이것만 해도 사람들의 아픔은 기본적으로 치유가 된다.

그런데 롯데는 이쯤에서 멈추지 않고, 플러스알파, 며차 가지 '기쁨'을 보탰다.
첫 번째 기쁨은 '향기'...
두 번째 기쁨은 아름다운 패키지...
세 번째로, 겉 뚜껑을 열면 껌들이 성냥개비처럼 나란히 누워 있는데, 그중 한 개를 쏙 뽑으면 속껍질이 반쯤 톡 뜯겨서 나온다. 그럼 그냥 손댈 필요 없이 입속으로 직행한 후 나머지 포장을 쏙 잡아당기면 된다. 다른 사람에게 권할 때도 입속에 바로 넣어줄 수 있다. 위생적이고, 편리하고, 재미있다.
-58~59쪽

'딱딱한 껌'이라는 아픔을 극복한 데다, 향기, 아름다움, 재미라는 3가지 기쁨까지 보탠 이 껌은 대성공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피츠껌의 성공요인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이미 눈치 챘겠지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보이지 않는 아픔을 들여다본다는 지극히 단순한 행동이 전대 미문의 성공을 만든다. 다시 말하지만, 창조는 사람들의 아픔을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둘째, 아픔을 보는 것만 해도 좋지만, 여기에 몇 가지 강력하고 재미있는 장치를 더하면 파괴력이 가일층 커진다. 피츠 껌은 향기를 보태고, 패키지로 아름다움을 보태고, 여기다 독특한 재미까지 넣어줬다.
아픔을 보았고 재미와 아름다움까지 넣어주니 파급력이 세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 껌은 우리나라에도 출시되어 한 달 만에 자일리톨 껌의 왕좌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성공작이 되었다. -59쪽

운명을 바꾸고 싶은가? 그렇다면...
- 나에게 지금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무엇이라고 ㅅ애각하는가?
외로움, 그리움, 슬픔, 아픔, 번거로움, 불편함, 기다림, 지루함, 평범함, 밋밋함...


- 내가 가보고, 놀아보고, 특별히 가지고 있는 '가치 있는 기쁨의 재료'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음악, 미술, 사진, 나무, 동물, 컬러, 향기...

- 그리고 찾아보자. 무엇을 선사하면 그들이 기뻐할 것인지.-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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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상상하다 - 천재소녀의 특별한 그리기 훈련법!
천소 지음 / 길벗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aladinbook 주입식 교육이 나쁜건 아이때 가졌던 천재성을 빼앗기때문입니다.
특히나 그림 그리는 법을 잃은 것은 지금껏 분하고 억울한데,
이 책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주던지요. #알라디오_

@aladinbook (정가 29,800원) 책값이 만만치는 않지만,
잃어버린 보물을 되찾는 비용이라 생각하고 기꺼이,
(오히려) 고마운 마음으로 지불했습니다. #알라디오_
 

트위터 알라딘 공식 계정 www.twitter.com/aladinbook 에 보냈던 트윗 두개.
@aladinbook 에서는 요일별로 매일매일 이벤트가 벌어져요.
제가 기억하는 건 수요일날 시 추천하는 거랑,
목요일(오늘 목요일 맞죠?) MD놀이 책 추천 이벤트예요.
저는 오늘 <그리고 상상하다>를 추천했어요.
당첨되면 좋겠지만, 실은, 많은 사람(특히 어른)들이 이 책을 통해서
잃어버렸던 자기 모습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램이 더 커요.
제가 그랬던것처럼요.

이 책을 읽고 쓰는 최고의 리뷰는, 아마도,
다 채운 스케치북 한 권이 되지않을까 싶네요.
잘난척하는 저도 사실 오늘 처음 시작했어요.  

이 책을 펼쳐놓기만 해도 흰 종이가 무섭지 않다니까요!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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