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펭귄클래식 99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소연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시작은 역시 이웃 서재 

cyrus님 서재에서 리뷰어모집 이벤트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펭귄클래식코리아 카페. http://cafe.naver.com/penguinclassics 

우연일까, 거기 『자기만의 방』이 있었던 건.
운명일까, 그 무시무시한 두께 『시학』 옆에 『자기만의 방』이 있었던 건. 
 

 
[이미지 출처: 펭귄클래식코리아 카페]

이 중에 한 권을 주겠다고 하면 <시학>을 골랐겠지. 
주긴 주되 3주 안에 읽고 리뷰를 써야한다기에 <자기만의 방>을 골랐고. 

따져보니 결국 책을 읽게된 동기는 리뷰를 쓰려고.
리뷰를 쓰면서 뭔가 특별한 나를 느끼고 싶어서.
리뷰를 쓰면서 어떻게든 뭐든 나를 표현하고 싶어서.
나 여기 살아있다, 고 소리치고 싶어서. 

 

왜그렇게 리뷰가 쓰고 싶은데? 

리뷰 쓰면 뭐, 떡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먹고 살기도 바쁜데 뭐한다고 그 짓거리를 하고 있냐? 

공짜 책?
바보. 요즘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냐?
공짜. 그거처럼 무서운게 어딨다고.. 

그럼 뭐? 
말했잖아. 리뷰를 쓸 땐 뭔가 특별한 느낌이 생겨.
언제나 그런건 아니지. 나를 끌어들이고 자극하고 뭔가 대답(또는 질문)하게 하는
그런 책이 있어. 내가 알고싶었지만 이해할 수 없었던 문제(실은 그게 뭔지도 잘
몰랐던 경우가 대부분이지만)를 짚어주고 풀어주는 책도 그렇고, 그래서 한걸음
더 나갈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책들이 있잖아.  『자기만의 방』같은..    

 

『자기만의 방』은 소설이 아니다. 

소설인줄 알았다. 책을 받아 보기 전까지는. 왠지 창피한 느낌이 들었다. 뭐 어때.
이제라도 알았으면 됐지. 아무도 모르쟎아? 너만 입 다물면 되는거야. 뷁- 

소설이 아니면 뭔데? 

에세이.  

   
 

『자기만의 방』은 1928년 10월 버지니아 울프가 케임브리지에서 '여성과 픽션' 이라는 주제로 했던 두 차례의 강연에서 시작되었다. 이듬해 3월 울프는 미국 잡지인 《포럼》에 같은 제목으로 에세이를 기고했다. 이 에세이는 강연 주제를 폭넓게 다룬 것으로, 이후에 나온 판본과 비교해 본다면 다소 형식적이고 딱딱한 문체로 쓴 글이었다. (줄임)
『자기만의 방』은 1929년 10월 24일 영국 호가스 출판사와 미국 하코트 브레이스 출판사에서 동시에 출간되었다.(줄임) 1945년 9페니의 가격으로 나온 펭귄사의 초판은 판매 부수가 1백만 부에 달했다.
(31~32p.) 

 
   

강연주제가 뭐라고? 

여성과 픽션.  

다행이군. 남성과 픽션이 아니라서. 또는 여성과 남성이 아니라서.
나의 관심은 픽션.  

   
 

유명한 소설들을 되짚어 생각해 보면, 소설의 전체 구조는 무한한 복잡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제각기 다른 수많은 판단들로, 제각기 다른 종류의 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식으로 구성된 소설이 1, 2년 이상  버틴다는 사실이나, 소설이 러시아나 중국 독자에게만 의미하는 바가 영국 독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은 놀랍습니다.

그 구조물들은 종종 무너지는 일 없이 매우 훌륭하게 형체를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례에서 그것들을 유지해 주는 것은(나는 『전쟁과 평화』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완전성이라 부르는 어떤 것입니다.

이런 완전성은 계산서 금액을 지불하거나 위급한 상황에서 훌륭하게 처신하는 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소설가에게 완전성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은 어떤 것이 사실임을 사람들에게 확신시킬 수 있는 설득력입니다.

그렇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느낍니다. 나는 이런 일이 가능하리라고는 결코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난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그러나 당신은 정말 그렇다고,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난다고 나를 설득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읽는 모든 문장, 모든 장면을 빛에 비추어 봅니다. 자연은 매우 신기하게도 우리에게 소설가의 완전성이나 불완전성을 판가름할 수 있는 내면의 빛을 내려주었습니다.
(126~127p.)

 
   

아하, 소설의 완전성! 
전에는 '작품의 완성도' 라는 들으면 그게 대체 뭘까, 사람들은 대체 뭘 보고
완성도가 있네 없네 그러는 걸까, 궁금했다. 이젠 나도 말할 수 있다.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보고 말할 것이다.
"이 영화는 완성도는 좀 떨어지지만 재밌으니까 봐준다~" 어쩌구 저쩌구~
나에게도 자연이 내려준 '내면의 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소설의 완전성과 작가가 맡은 일 

   
 

'실재(reality)' 란 말은 무슨 의미일까요?

그것은 매우 변덕스럽고, 신뢰할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것은 먼지 날리는 흙길에서도, 길거리의 신문조각에서도, 햇볕을 쬐고 있는 수선화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것은 방 안에 모여 있는 사람에게 빛을 비추기도 하고, 무심히 어떤 이야기를 기억에 새기게끔 만들기도 합니다.

그것은 별빛 아래 집으로 걸어가는 사람을 압도하기도 하고, 고요한 세계를 말이 오가는 세계보다 더 현실적인 것으로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그것은 또한 떠들썩한 피커딜리 거리의 승합 버스에도 존재합니다.

때때로 그것은 너무나 멀리 있어서 우리 눈에는 원래 모습이 어떤 것인지 구분할 수 없는 형체 속에 머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재의 손이 닿기만 하면, 모든 것은 고정되고 영속적이 것이 됩니다. 그것은 일상의 표피를 저편으로 벗어버리고 나서도 남는 것이며, 시간이 지난 뒤에도 우리의 사랑과 증오가 지나간 뒤에도 남는 것입니다.

내 생각에 이제 작가는 이러한 실재를 마주한 채 오래 지낼 수 있는 기회가 다른 이들보다 더욱 많습니다. 그러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수집하고 그것을 다른 이에게 전달하는 것이 그가 맡은 일입니다.

나는 최소한 『리어 왕』이나 『엠마』 혹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면서 그러한 결론을 내릴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책을 읽는 것은 감각에 일종의 신기한 시술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한 시술을 받고 나면 우리는 세상을 더욱 강렬한 모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세계는 외피를 벗고 더욱 강렬한 삶을 얻은 것처럼 보입니다.

비실재적인 것과 싸우며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우리가 부러워해야 할 이들입니다. 알지도 못하고 신경 쓰지도 못한 어떤 일 때문에 머리를 맞은 사람들은 불쌍한 이들이지요.

따라서 내가 여러분에게 돈을 벌고 여려분만의 방을 가지라고 부탁할 때, 나는 여러분에게 실재를 마주한 채 활기 있는 삶을 살 것을 권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그 삶을 다른 이에게 전할 수 있든 없든 간에 말입니다.
(176~177p.)

 
   

실은 이 부분엔 뭔가 있어보이는데 그게 좀.. 마지막 부분에 '비실재적인 것과
싸우며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우리가 부러워해야 할 이들입니다' 라는 말이
이해가 안된다. '부끄러워해야 할'을 '부러워해야 할'로 잘못 쓴 것인가? 아니야.
오타라 해도 이상하쟎아? 비실재적인 것과 싸우며 사는 사람들(어떤 사람들을
말하는 거지? 예를 좀 들어주지..ㅜㅜ)을 안타까워하거나 불쌍해하거나 그런게
아니고 '부끄러워해야 할' 이라는 것도 좀.. 

에잇. 아무래도 『리어 왕』이나 『엠마』 혹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어봐야겠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나는 

1. '소설의 완전성' 이라는 말을 이해했고,
2. '자연이 내려준 내면의 빛'을 밝혔고,
3. '작가에게 주어진 기회와 작가가 맡은 일' 의 실마리를 얻었다. 

주제는 '여성'과 '픽션' 두 가지라는데, 내 편한대로 내가 필요한 것만 쏙 빼먹은 
감이 없지 않다. 미안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시대에는 '여성의 글쓰기'가 '실재'였다면,
지금은 누구에게나 '글쓰기'가 '실재' 아닌가! 

아직 그 '실재'라는 말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내가 풀어야할 숙제로 남겨두고 리뷰는 여기서,
끝.

 

 

옛말, 어른 말씀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살다보면 어찌된 영문인지도 모르면서 뭔가를 막 하게될 때가 있지.  

어릴 때 나는 고기를 안 먹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냄새가 싫었을 뿐.
엄마는 내게 고기를 먹이려고 별별 수를 다 쓰셨다. 만두 속에 고기 안넣었다는
거짓말은 기본. 그러나 냄새가 싫어서 안먹은 내가, 고기를 갈아넣어 형태가
안보인다고 해서 모를리가 없다. 한 입 딱 베어무는 순간 냄새로 딱 느끼는걸
어쩌겠나. 엄마 말을 믿고 싶어도 믿을 수가 없게 되는거다. 한번은 정말 냄새
가 안나서 믿고 맛있게 먹은 적이 있다. 그런데 엄마가 승리자의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이러시는거다. "어이구. 소고기는 고기루 안치나보네? 너때문에
내가 만두에 소고기를 다 넣어본다."  

지금은 고기? 없어서 못먹지.
삼겹살은 스무살에 처음, 신입생환영회에서 먹었다. 건축공학과. 대부분 남자.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땐 왜 그리 남자들을 이겨먹고 싶었는지..

선긋기(건축 신입생은 처음에 선 긋기 글씨 쓰기 부터 배운다.)는 물론 모형
만들기도 잘하고 싶지만 이상하게도 술 먹는거, 선배 심부름 하는 거, 심지어
밤새우기, 라면 끓이기 까지도 남자보다 낫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러니
고기 못먹는다는 소리가 나오겠나? 무조건 먹었지. 하긴 처음 마시는 소주가
하도 써서 삼겹살 아니라 삼겹살 할아비라도 먹을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 생각해보면 건축, 그거 대학 1,2학년 때 술자리에서 선배들한테 배운게
크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나는 그 숱한 술자리, 밤샘 작업, 설계실 창문
(창문, 이라고 쓰고 창문을 쳐다본다. 눈보라. 눈이 내리기도 하고 내린 눈이
날리기도 한다. 창문. 이라는 말(또는 이미지 또는 개념)이 주는 아련한 느낌
을 극대화 시켜주는 눈보라.) 

건축가는 무조건 많이 보고 많이 돌아다녀야한다고 했다. 우리 건축부터 제대로
알아야 된다고도 했다. 전통건축동아리 '민가(民家)'에 들어갔다. 창경궁부터
시작해서 창덕궁, 종묘, 경복궁, 경희궁(터), 덕수궁, 여주 신륵사를 다 갔다.
입학한 해에 여름이 오기 전에.  

동아리 이름이 '민가(民家)'였는데 왜 궁궐부터 다녔냐고? 그러게.. 뭐 그저 선배
들이 가자는대로 쫓아다니기도 바빠서 그런거 따져볼 틈도 없었다는게 답이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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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펭귄클래식 99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소연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아, 이런 사람을 '작가'라고 부르는 거구나. 자기 머릿속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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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뇌 - 하버드대 뇌과학자의 뇌졸중 체험기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장호연 옮김 / 윌북 / 2010년 12월
구판절판


이 책은 끊임없이 변화에 적응하고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 뇌의 아름다움과 회복력에 대한 책이다. -9쪽

내게 사람들은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덩어리 같았다. -75쪽

우뇌가 나를 지배하면서 타인의 감정에 더 많이 공감하게 되었다. 비록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얼굴 표정이나 몸짓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에너지의 역학 관계가 내게 미치는 영향을 주의 깊게 살폈다. 내게 에너지를 안겨주는 사람이 있고 내게서 에너지를 뺏어가는 사람이 있었다. -76쪽

한 간호사는 내게 필요한 것들에 대해 세심하게 마음을 써주었다. 내 몸이 적당히 따뜻한지, 물이 필요한지, 고통스러워하는지 등을 확인했다. 그녀가 나를 보살피면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내 눈을 바라보며 치유의 손길을 내밀었다. 반면 다른 간호사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마치 자기가 아픈 듯 요란하게 발을 끌며 다녔다. 우유와 젤리를 쟁반에 담아 갖다 주면서도 내가 손을 못 쓰니 용기의 뚜껑을 열지 못한다는 사실은 나 몰라라 했다. 나는 어떻게든 음식을 먹고 싶었지만 그녀는 내 욕구를 모른 체했다. 말을 걸 때면 내 귀가 멀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처럼 목소리를 높혔다. 이렇게 그녀가 나와 소통하려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 겁이 났다. 그녀가 나를 보살필 때면 왠지 불안했다.-76쪽

나는 완전히 기본으로 돌아갔다. 걷는 법, 말하는 법, 읽는 법, 쓰는 법, 퍼즐을 맞추는 법을 배웠다. 신체의 회복 과정은 정상적인 발달 단계와 비슷했다. 각각의 단계를 익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일어나 앉으려면 먼저 몸을 흔들고 일으켜 세우는 법을 체계적으로 익혀야 했고, 그런 다음 몸을 앞으로 흔들어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 이렇게 첫 발을 뗐고, 어느 정도 안정되게 두 발로 섰고, 이어 혼자서 계단을 올랐다.-103쪽

가장 중요한 것은 시도하려는 의지였다. 일단 시도해야 했다. 시도한다는 것은 뇌에게 '이봐, 이쪽 연결이 중요해. 연결을 만들어보고 싶어' 하고 말하는 것이다. 수천 번을 시도했는데 아무 성과가 없다가 어느 순간 약간의 성과가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도하지 않았다면 영영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103쪽

어머니와 나 모두 극도의 인내심을 갖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성공적으로 회복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내가 할 수 없는 것 때문에 슬퍼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외상으로 고통 받는 동안 어머니가 가장 즐겨한 말은 "더 나쁠 수도 있었어!"였다. 정말 그랬다. 표면에 드러난 상황은 참혹했지만 훨씬 더 나쁠 수도 있었다. -104쪽

우리는 발전해가는 나의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축하곤 했다. 어머니는 어제는 내가 이것밖에 못했는데 오늘은 이만큼이나 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음 단계로 나갈 때 어떤 걸림돌이 있는지 금새 알아챘다. 어머니는 다음 목표가 무엇인지 내게 명쾌하게 설명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시켰다. 나의 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104쪽

뇌졸중 환자 중에는 더 이상 회복이 되지 않는다며 불평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이 이루고 있는 작은 성취에 주목하지 않은 것이 진짜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볼 줄 알아야 다음에 무엇을 할지 판단할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절망이 회복을 가로막는다. -105쪽

나는 책임감이란 '특정 순간 감각계로 들어오는 자극에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영어로 책임감을 뜻하는 'responsibility'는 반응response하는 능력ability이다). -179쪽

자동적으로 활성화되는 변연계(감정) 프로그램도 있는데, 하나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었다가 완전히 멈추는 데 90초 정도가 걸린다. 가령 분노라는 감정은 자동적으로 유발되도록 설계된 반응이다. 어떤 계기로 인해 뇌가 분비한 화학 물질이 몸에 차오르고, 우리는 생리적 반응을 겪게 된다. 최초의 자극이 있고 90초 안에 분노를 구성하는 화학 성분이 혈류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면, 우리의 자동 반응은 끝이 난다. 그런데 90초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화가 나 있다면, 그것은 그 회로가 계속해서 돌도록 스스로 의식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순간순간 우리는 신경 회로에 다시 접속할지, 아니면 감정을 스쳐지나가는 단순한 생리 현상으로 사라지게 할지 선택하는 것이다. -179쪽

현재 우리가 가진 치료 방법에는 처방약을 통해 뇌세포를 화학적으로 변화시키는 방법, 전기 자극을 가하는 방법, 심리 치료를 통해 인지적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내가 볼 때 의료적 치료의 목적은 공통된 현실을 공유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 -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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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2-08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뇌과학자의 뇌졸중 체험,, 아,, 이거 좀 끌리는데요?
그제까지 뇌과학 인문서를 읽고 있었기 때문인가 봐요.
그러니까 말이예요.
걸린 게 아니고 체험을 했다는 거 맞죠?

잘잘라 2011-02-09 12:01   좋아요 0 | URL
뇌졸중 걸린거, 맞아요.

뇌졸중으로 왼쪽 뇌기능을 잃었구, 왼쪽 뇌를 디귿자로 24센티미터 열어서 수술을 한 뒤에, 8년에 걸쳐서 왼쪽 뇌기능을 회복해서 뇌과학자로서 사명을 다하고있는.. 그런 여자 이야기입니다. (이거 안되겠군요. 리뷰 다시 올릴께요^^;;)
 
긍정의 뇌 - 하버드대 뇌과학자의 뇌졸중 체험기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장호연 옮김 / 윌북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가치있는 책이다. 책을 통해 느끼고 싶은, 느낄 수 있는, 큰 기쁨과 보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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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8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8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9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책 관심 있는 분들, 주목하세요!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 어떻게 한 명의 저널리스트가 독점재벌 스탠더드 오일을 무너뜨렸나
스티브 와인버그 지음, 신윤주.이호은 옮김 / 생각비행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전체는 463쪽짜리 책이다. 

솔직히 100쪽까지는 지루하다. 틈만 나면 책을 잡았는데도 참 진도 안나가구.. 누군가 신나게 얘기하는데 듣는 사람이 지루한 경우는 딱 두 가지 경우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얘기일 때, 또는 아는게 별로 없거나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이런 기분 들어서 듣는 둥 마는 둥 할 때. 이번 경우는 후자다.  

그래두 참구 읽는다. 왜냐! 댓글토론회에 참여해야하니까. 뭐라두 한마디 하려면 뭘 좀 알아야 할거 아닌가. 그래서 지루해도 꾹 꾹 참고 읽었다는 말씀! 보람은 있다. 참고 읽다보니 이제 더이상 '모르는' 사람 얘기가 아니게 되었으니까. 해서 100쪽부터 300쪽까지 신나게 읽는다.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은 사람. 300쪽부터 마지막까지는 다시 지루하다. 이제 '설명'은 그만 듣고 진품을 보고싶어졌기때문이다. 300쪽부터는 어떤 느낌인가하면, 예를 들어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이 가수라고 치면, 스티브 와인버그(저자)라는 사람이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의 공연을 보고 와서는 그녀가 어떤 노래를 불렀고 무대장치는 어땠고 연주는 누가 맡았고 연출은 누가 했고 관객은 얼마나 많았고 또 초대가수는 누가 누가 나왔는지, 얼마나 큰 박수를 받았는지 사람들이 얼마나 열광했는지 그런 얘기를 해대는 거 같다. 그러니 나는 "그래? 그래서 다음 공연은 언제래? 아니, 음반은 언제 나온데?" 이러는 거다.  노래를 듣고 싶은 심정.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이 쓴 책을 직접 보고 싶다. 그런데 아무리 검색해봐도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이 쓴 책은 대한민국에서 출판된게 없네? 아니 뭐 이런 경우가..ㅜㅜ  "이제까지 미국에서 발표된 글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폭로기사"라는 수식어가 붙은(록펠러 전기 작가인 존 T. 플린이라는 사람이 한 말이라고 함.) 『The History of The Standard Oil Company』이라는 책이 왜 여태 출판이 안됐단 말인가. 우이씨.   

   
 

  스탠더드 오일과 록펠러 또는 미국의 어떤 기업도 타벨과 같은 저널리스트를 마주한 적이 없었다. 타벨은 어린 시절을 유전 지역 주변에서 뛰어놀며 열정을 키웠고, 록펠러가 거부가 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인지 밝혀내려는 지적 호기심이 있었으며, 권력에 도전하면서도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았다. 타벨은 기존의 어떤 저널리스트와도 달랐다. 더구나 독자를 사로잡는 서사적 글쓰기 기술이 탁월했다. 타벨의 글이 얼마나 탁월했는지, 그녀의 탐사기사가 얼마나 웅장했는지는 그저 서론 한 단락만 읽어보아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1872년이 시작될 무렵, 펜실베이니아 주 북서부 지역은 세상에서 가장 분주한 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80킬로미터도 채 되지 않는 길이의 땅은 '오일리전' 이라고 알려졌다. 12년 전에도 이 길쭉한 땅덩어리가 존재했지만, 그때는 황무지에 가까웠다. 그 시기에 그곳에 살았던 주요 거주자들은 벌목꾼이었다. 그들은 계절마다 태곳적부터 언덕 위에 서 있던 소나무와 미송나무를 잔뜩 베어냈다. 봄이 되면 벌목한 나무를 앨러게니 강에 띄워서 피츠버그로 운송했다.  

  서부로 이주하는 거대한 유행이 한동안 지속되었으므로 개척자들이 이 땅을 찾는 일은 드물었다. 더구나 이 지역은 바위투성이여서 정착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하지만 불과 12년 만에 사람들이 회피하던 땅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교역의 중심지로 변모했다. 이웃한 마을끼리 서로 그 땅을 차지하겠다며 난리였고, 세 군데나 되는 철도운송회사에서 지선을 건설했다. 자본가들은 한 뙈기 땅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다퉜다. 황무지가 활발한 시장으로 탈바꿈한 이유는 새로운 천연자원인 석유가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석유를 발견하려고 했던 일은 [생산업자들이 판단하기에] 시작에 불과했다. 그들의 인생은 무척이나 빠르고 혹독하면서도 신 나게 흘러갔다. 그들은 젊었고 대부분이 40세 미만이었다. 이제 막 자신이 가진 힘을 깨닫기 시작한 젊은이로서 열정을 수십 년간 그곳에서 투쟁하며 개발해나가기를 기대했다. 또한 계속해서 일어나는 문제들, 즉 석유의 과잉 생산 문제와 철도 회사의 차별 문제, 투기 문제를 풀어나가려 했다. 모두가 자신들이 목적한 바를 얻으려 하면서 석유가 나오는 그 지역에 정유소를 세우고자 했다. 그들은 고향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만들고 싶었다. 좋지 않은 일이 없었고, 꿈꾸고 나누지 않은 것도 없었다. 

  그런데 확신으로 가득 찬 바로 그 순간에 한 거물이 아무도 모르게 손을 뻗어왔다. 그는 순식간에 사람들의 점령지를 빼앗고, 주민의 미래를 잠식했다. 급작스런 공격으로 사업이 흔들리자 독립 사업자들은 힘을 잃어버렸고, 그 마을에서 유지되던 공명정대한 정신도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지역 전체에서 미국 상업 역사에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큰 반란이 일어났다.

 
   

 (350~352p.)  

 
   

이런게 바로 '맛보기'라는 거군. 아님 영화 예고편? 아놔. 어떡하지? 이제라도 영어공부 다시 해? 원서 보자고? 투덜대면서 책을 덮는데 책날개에 이런 글이 써 있는거다. 나보란듯이. '생각비행은 아이다 M. 타벨의 저서를 출간할 예정입니다.' 

 

뭔가 이러면 내가 출판사 선전하는건가? 책 예고?
아닌데 아닌데 진짠데! 진짜루 나는 저 책을 직접 읽어보고 싶을 뿐이고!
영어 안되니까 번역된 책 기다릴 뿐이고! 

그나저나 누가 번역을 할래나?
실력 좋~은 사람이 맡아야할텐데 말이지.
음.

 

* 타벨과 록펠러 대립 구도로 전개되는 책을 읽으면서 생각난 장면 하나. 

축구를 보다보면 무릎 꿇고 기도하는 골 세레머니가 나온다.
그러면 의문이 드는거다.
양 팀 선수가 다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하나님은 누구 편을 들어주시나?
더 많이 기도한 팀? 더 많이 연습한 팀? 더 많이 헌금한 팀?...
그거야 하나님 마음이지. 하나님은 축구 안보실지두 모르구.  

타벨과 록펠러. 

누가 맞고 틀리고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인상적이었던건 두 사람 다 자신의 소명을 일찍 알았고
재능을 남김없이 불태웠다는 점이다.  

누구는 천 년 만 년 사나?
사는 동안 소명을 발견하고 이룰 수 있기를!
하루 하루 충실하고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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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4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4 1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8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8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1-02-04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론 처노의 록펠러 평전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거기에서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이 나와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메리포핀스님, 읽으셨군요. 두 사람 다에 대한 메리포핀스님의 평에 완전 공감해요.

잘잘라 2011-02-06 19:36   좋아요 0 | URL
blanca님^^ 론 처노가 쓴 록펠러 평전,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에도 나와요. blanca님이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저도 궁금한데, 흐익~(@_@) 검색해보니(『부의 제국 록펠러1,2』 이거 맞나요?) 책값두 책값이구 두께가 두께가... ㅎㅎ

blanca 2011-02-06 21:31   좋아요 0 | URL
중고로 나왔을 때 건졌답니다. 진짜 재미있어요. 저도 처음에 두께 보고 산 거 후회했는데 나중에는 아까워서 일부러 천천히 읽었답니다. 번역도 너무 잘 되어 있고요. 강추합니다. 중고 한 번 기다려 보세요.

잘잘라 2011-02-06 22: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런 강추, 완전 좋아요^^

cyrus 2011-02-05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치바나 다카시가 저널리스트로 활약한 것만 알고 있었는데 미네르바 타벨이란 사람도
그런 다카시와 같이 사회문제를 파헤치는 저널리스트였군요. 이 책뿐만 아니라
앞으로 출간될 타벨의 책들도 기대가 되네요 ^^

잘잘라 2011-02-06 19:40   좋아요 0 | URL
그쵸 그쵸^^ cyrus님!
연휴엔 어떤 책 읽으셨을지 궁금해요. 설마 <7인의 미치광이>로 끝내신건, 아니죠? ㅎㅎ

승주나무 2011-02-08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히~ 잘 읽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니 "거리두기"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좀 편파적으로 읽는 사람이란 생각이 자꾸 드네요. 한수 배웠습니다^^

잘잘라 2011-02-08 11:48   좋아요 0 | URL
우히히~ 승주나무님 댓글에서 민준이 발가락 간지럼 태울때 나는 소리가 나네요^^ ㅎㅎ

거리두기,,, 아무리 깊이 공감해도 책은 책, 누가 대신 살아주는 건 아니니까요^^

아이리시스 2011-02-08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벨은 모르겠고 록펠러는 알겠는데,,
이 책이 진~짜 어려워 보여요.
이걸 읽고나서 쓰는 포핀스님만 상상이 쪼금 될랑말랑~

잘잘라 2011-02-08 11:51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 아이리시스님, 지는요, 처음에 책 표지 보구요,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이렇게 세 사람 얘기인줄 알았던 녀자라구요.ㅋㅋㅋ
100페이지까지는 무지 재미없었다니깐요? ㅎㅎㅎ

감은빛 2011-02-09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도 읽고 있는 중입니다.
한동안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이제서야 속도를 올리려고 애쓰는 중.
초반에 지루하게 읽었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저는 자꾸만 나타났다 사라지는 주변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처음엔 상당히 거슬렸습니다.
이런 것만 없어도 빨리 읽을 수 있을텐데,
그런데 계속 읽다보니 이런 설명들 하나하나가 다 소소한 역사적 사실이더라구요.
그래서 본 이야기보다 그런 곁가지 이야들을 더 재밌게 읽게 되었습니다.
주요한 인물들을 검색해보기도 하구요.
이렇게 읽으니 시간이 무지무지! 오래걸리네요.

마지막 부분의 하나님과 축구를 빗댄 평이 정말 멋져요! ^^

잘잘라 2011-02-09 12:05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댓글 보니까, 처음에 왜 그리 지루했는지 알겠어요.(역사책 같잖아요?ㅎㅎ) 저는 학교다닐때두 역사 점수 꽝이었거든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