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먹는 게 삼대를 간다 - SBS 스페셜 생명의 선택
신동화.이은정 지음 / 민음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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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뭐는 몸에 좋고 뭐는 나쁘고 그런 얘기가 아닙니다.
나의 운명, 당신의 운명, 우리 인간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읽고도 여전히 인스턴트로 한끼 두끼 때우며 살겠다면,
뭐 어쩌겠습니까. 결국 자신이 선택하는 것인데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스스로 운명을 선택하는 거라니!!!
아, 내가 내 운명을 내 손으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고
내 손으로 지어 먹을 수도 있고
내 손으로 망칠 수도 있다는,
어찌 보면 참 무시무시한 책임을 떠안기는 이야깁니다.
책을 읽고 즉각적인 행동에 변화가 생기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야기구요. 

아.. 어떡하죠.
주말에 뒹굴면서 TV 보면서 먹으려고
과자, 콜라, 군만두, 식빵 등등 해서 3만원 어치 사다 놨는데..
지금 기분으로는 봉지째 고대로 쓰레기통으로 쳐넣고 싶기만 한데..
ㅠㅠ


   
  먹을거리가 바꿔 놓은 산시 성의 운명 

건조하고 바람 많은 중국의 고원 지대에 자리한 산시 성 타이위안 시, 오늘도 한기가 뼈를 타고 스며든다. 주민들은 목덜미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섬득한 운명'을 말한다. 

"육손이면 다행이야. 애들이 스무 명 태어나면 여덟 명은 탈이 나. 기형아들이지. 심한 애들은 일주일 만에 죽고 길게 버텨야 일 년을 못 넘겨. 그에 비하면 육손이는 별것 아니라고 봐야지." 

(......) 

산시 성의 신경관 결손증 발병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이 태아 1,000명당 0.5명꼴로 발병하는데 비해 산시 성은 100명당 1명꼴이다. 기형아는 대부분 유산된다.  

(......) 

워낙 문제가 심각해 중국 당국에서도 원인을 찾기 위해 집중 연구에 나섰다. 베이징 대학교 출산 건강 연구소의 런 웨이궈 교수는 산시 성 주민의 왜곡된 식생활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산모들에게 엽산이라는 영양 성분 섭취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신경관 결손증은 임신해서부터 3개월까지 모체에 공급되는 엽산이 부족할 때 생기는 현상입니다. 아직 그 작용이 다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엽산은 태아의 발육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태아는 발달하기 위해 유전자를 빠르게 복제해야 하는데 이 복제 과정에 엽산이 필요합니다. 엽산이 부족하다면 이 과정에 심각한 영향을 줍니다. 신경관 기형의 50~70퍼센트가 엽산이 부족해서 생긴다고 봅니다." 

엽산은 일종의 비타민으로 체내에서는 만들어지지 않고 음식 섭취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산시 성의 건조한 기후에서는 채소가 잘 자라지 않는다.(...) 그런데 하필이면 엽산은 채소에 많은 성분이다.(...) 대대로 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은 밀가루를 주식으로 먹는다. 밀가루에는 그나마 조금 있던 영양 성분도 정제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  

그러니 스무 명의 아이들이 있는 작은 마을에서 무려 여덟 명이 기형아로 태어나도 별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손가락 여섯 개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할머니가 직접 손자의 손가락을 잘라 내기도 한다. (...) 

이러한 운명이 기껏해야 채소를 제대로 먹지 않았다는 사소한 이유에서 비롯되었다니 참 답답한 일이다. 운명은 최소한 이보다는 거창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겨우 먹을거리 때문이라니? 평생을 한스럽게 살아야 할 사람들에겐 너무 황당한 이유처럼 들릴 법하다. 이 곤혹스러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먹을거리'가 생각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13~17p.)
 
   

 


   
 
너무 잘 먹어도 탈이다 

부족하게 먹어도 넘치게 먹어도 문제다.(....) 

미국 애니조나 주 사막 지역의 원주민인 피마 인디언들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안다. 세계 최악의 '당뇨벙 부족'이라는 오명을 입게 된 그들의 증언은 절박한 상황을 그대로 드러낸다.(...) 

"제 남편도 새 아버지도 이복 오빠도 모두 당뇨로 죽었습니다. 저는 당뇨의 무서움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를 봐라,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고 나처럼 되지 마라.'라고 말하는 건 슬픈 일입니다. 더 슬픈 건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피마 인디언들은 왜 당뇨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을까? 특별히 당뇨에 취약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일까? 사실 피마 인디언들의 유전자에는 문제가 없다. 원래 피마 인디언은 사막의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강인한 부족이다. 먹을거리가 풍부하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아니었다. 피마 인디언들의 몸은 섭취한 음식에서 최대한의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도록 일찌감치 적응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피마 인디언들은 날렵한 몸과 강인한 체력을 자랑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바로 식습관이다. 사막의 밥상이 도시의 식탁으로 바뀌었다. 화려한 패스트푸드가 밀려왔다. 정제된 하얀 밀가루, 옥수수 가루, 버터, 치즈, 라드 등 고지방 고칼로리 가공식품의 달콤한 유혹이 시작됐다. 소박하지만 건강에 좋았던 전통 음식들은 천대를 받으며 사라졌다. 그러자 재앙이 덮쳤다.(...) 

'너무' 급격하게 잘 먹은 음식은 오히려 독이 됐다. 피마 인디언들의 유전자와 몸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싸구려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 피마 인디언들의 당뇨병 발병률은 가파르게 치솟았다. 다른 종족보다 음식에서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흡수력이 뛰어나 사막에서 생존할 수 있게 했던 바로 그 능력이 치명적인 결함으로 바뀌어 버렸다. 비만이 확 늘었다. 부족민의 70퍼센트가 당뇨병에 걸렸다.  

(......) 

피마 인디언들의 사례는 같은 유전자를 타고나도 음식이 바뀌면 건강이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주장의 생생한 증거이다. 음식이 곧 운명임을, 한 끼 식사가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보다 더 잘 보여 주는 사례는 없다.(...)  

이것은 중요한 문제다. 우리 모두 가려서 먹어야 건강하게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식사를 할 때마다 스스로 운명을 선택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먹을거리는 생명의 근본이자 곧 운명을 설정하는 힘을 가진 무언가를 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먹는 게 변했다고 대대로 전해질 운명이 바뀔 수 있을까? 한두 가지 특이한 사례를 무리하게 일반화하는 것은 아닐까? 과연, 이러한 믿음이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을까?  

놀랍게도 과학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17~22p.)
 
   

 

메틸기 DNA 같은 유전 정보 물질에 달라붙어 유전자의 작동 여부에 관여하는 생화학 물질이다. 메틸기가 유전자의 특정 염기 서열에 달라붙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 유전자의 작동 여부가 결정된다. 유전 정보가 100퍼센트 일치하는 일란성 쌍둥이도 다른 환경에 살면서 서로 다른 유전 형질을 나타내게 되는데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원인이 DNA에 달라붙는 메틸기의 영향임이 밝혀졌다. (44p.)
 
 


   
 
마넬 박사는 메틸기의 역할을 강조한다. 유전자를 조절하는 강력한 스위치의 역할을 하는 메틸기가 바로 우리가 늘 먹는 음식에서 유래하기 때문이다. 메틸기는 인체가 영향 성분인 엽산으로부터 만들어 내는 분자이다. 엽산은 채소에서 온다. 그러니 우리가 먹는 음식이 바로 유전자의 스위치가 되는 것이다.  

(......) 

우리는 매일 밥을 먹으면서 유전자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셈이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유전자도 착하게 굴고 나쁜 음식을 먹으면 유전자 역시 못되게 행동할 것이다. 유전자는 외부에서 오는 생화학적 신호에 민감하고 충실하게 반응한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모든 것이 우리가 먹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49~50p.)
 
   

 


   
 
후성 유전학은 우리가 우리의 유전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이전에는 유전자가 모든 결과를 미리 결정짓는다고 생각했다. 일이 잘못되면 조상 탓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나쁜 유전자를 물려받았어도 좋은 유전자로 바꿀 수 있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어도 나쁜 유전자로 전락하게 할 수도 있다.  

(......) 

저틀 박사는 우리 손에 들어온 지식의 성배를 소중히 여김과 동시에 의지의 힘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좋은 식습관을 유지하고, 칼로리를 적게 섭취한다면 괜챦을 겁니다. 문제는 지금입니다. 현대에 들어와서 고작 두 세대 만에 환경이 급격하게 변했습니다. 우리는 넘쳐 나는 음식에 포위되어 너무 과도한 에너지를 섭취하며 삽니다.  

문제는 '좋은 식습관을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진화에 의해 '그렇게 하기 힘들도록' 프로그램되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단 음식에 탐닉하는 성향은 당분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유전자 때문입니다. 야생에서 당분은 희귀한 에너지원으로 눈에 띄는 대로 먹어 두는 게 상책이었으니까요. 본능적인 거죠. 본능을 이겨내고 버티긴 매우 힘듭니다. 더군다나 거리마다 선정적인 음식들이 널려 있는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기에 의지가 더욱더 중요합니다. 아리어니컬하게도 이런 의지를 만든 힘도 진화죠. 결국 핵심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후성 유전학은 이제까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한다. 우리가 밝혀내야 할 비밀은 아직도 많다. 이제 겨우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인식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이른바 '패러다임의 전환'을 해야 할 시점이다.  

기존 유전학은 인가의 존재를 유전자가 자신을 증식시키기 위해 만든 복제 로봇 같은 이미지로 설명하기도 했다. 반면, 후성 유전학은 우리가 유전자의 수호신처럼 살아야 할 존재라는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의지'와 '책임감'을 가진 인간으로서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마음껏 먹고 마시자, 담배로 피울래.'라는 식으로 행동할 수 없다. 누구나 '더 조심해야겠다. 하루 한 끼를 먹을 때라도 삼대가 함께 먹고 있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자식을, 자식의 자식을 돌보려 하는 강력한 감정 또한 진화의 산물이자 선물이다. 우리는 매 순간 생명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그 선택으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53~55p.)
 
   

 


   
  유전자를 바꾼 사나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회계사 잭 맥클루어 씨는 2002년 여름 느닷없는 암 진단을 받았다. 전립선암이었다. 미국에서 전립선암 발병률은 전체 암 환자의 33퍼센트에 이른다. 암 발생률 1위, 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하는 치명적인 병이다. 길고 험난한 항암 치료의 고통을 이겨 낸다 하더라도 전망이 밝지 않았다.  

잭 맥클루어 씨는 의외의 길을 선택했다.(......) 

한참을 망설이던 맥클루어 씨는 식생활을 개선해 암을 극복하겠다는 결심을 했고 캘리포니아 주 예방 의학 연구소의 딘 오니시 박사가 시행하는 제르미날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오니시 박사는 식생활이 유전자의 표현(gene expression)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전자(gene)와 유전자 표현(gene expression)에는 차이가 있다.  

DNA는 바뀌지 않더라도 유전자의 활성화 여부는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니시 프로그램은 좋은 유전자는 활성화시키고 나쁜 유전자는 억제한다.  

우리 몸은 기본적으로 세포들의 공동체다. 각 세포에는 25,000개씩 유전자가 들어 있다. 간세포, 뇌세포, 신경 세포 등 모든 세포는 모양도 다르고 기능도 다르지만 유전자는 같다. 다만 25,000개 중 켜저서(switch on) 활동하는 유전자의 조합이 다를 뿐이다. 엉뚱한 유전자가 켜지거나 좋은 유전자가 꺼지면 정상 세포도 암세포로 변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알려진 이야기다. 그러나 유전자를 의도적으로 조정한다는 생각은 다른 차원의 혁명이다.  

맥클루어 씨는 오니시 박사가 설계한 식단에 따라 식습관부터 확 바꿨다. 원래 햄버거와 육류를 좋아했지만 실험에 참가한 이후 신선한 과일, 채소, 곡물 특히 현미를 먹었다. 기본적으로 아시아 인의 식습관과 비슷했다. 단백질도 풍부한 식단이었지만 두부, 버섯 등에서 단백질을 섭취했다.  

이와 함께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무엇을 먹었고 어떤 운동을 했는지 매일 기록했다. 긍정적이고 좋은 일만 생각했다. 그러자 몸무게가 15킬로그램이나 줄었다. 90일 뒤 잭은 다시  검사를 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암세포가 사라진 것이다.(...) 

그 누구도 약물이나 강력한 의료 개입 없이 유전자 표현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도 90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말이다. 덤으로 다른 건강상의 변화도 따랐다. 치료 프로그램은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도 효과를 보였다. 심장 건강도 좋아졌고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 등 모든 의학적 수치가 개선되었다.  

(.......) 

오니시 박사의 프로그램은 그에게 건강을 통제하고, 활력 있는 삶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긍정적인 삶에 대한 태도는 일상생활의 질도 한층 더 높였다. 

"모든 게 개선되었습니다. 더 오래 살고 더 좋게 살 수 있습니다. 단순히 몇 년 더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죠. 삶의 질이 문제니까요. 더 기쁜 삶, 더 충만한 삶이 저를 기다립니다. 그 삶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누릴겁니다." 

 

수술 없이 암을 이기다.

생활을 바꾸면 유전자를 조절할 수 있다니 좋은 소식이다. 잭 맥클루어 씨의 경우를 볼 때 세 가지 사실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첫째, 식습관과 생활 양식을 바꾸면 건강과 삶의 질에 강력한 차이를 만드는 유전자의 행동이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변한다. 둘쨰, 변화를 유도하는 메커니즘이 역동적이어서 목표한 질병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비용도 싸다. 이런 생각은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의학 고문인 딘 오니시 박사에겐 낯설지 않다. 그는 의학의 화려한 겉모습보다 실속 있는 접근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치료를 위해서라면 최첨단 기술에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 삶 속에서 취하는 단순한 선택들이 큰 영향력을 가진다는 점을 믿기 어려워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자세, 얼마나 운동하는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하는가 등의 요소들은 수술과 약물 치료보다 때로는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오니시 박사의 확신은 30여 년 동안의 연구에서 나온다. 아무도 음식을 바꾸고 생활 습관을 바꾼다고 해서 전립선암과 심장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설혹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해도, 실생활에서 사람들이 따라 하기엔 너무나 극단적인 식단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또 유전자는 고정되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오니시 박사는 물가능한 일을 가능한 일로 바꿨다.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사람들의 상태는 놀랍도록 나아졌다. 이제 왜 그런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러한 변화의 경로들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일만 남았다. 

(......) 

"좋은 결과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큰 힘을 주는 소식이죠. '나쁜 유전자 탓이야, 뭘 어쩌겠어?'라는 사람을 종종 봅니다. 하지만 우리가 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실제로 많습니다. 해 보세요.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엄청난 변화가 빠르게 나타날 겁니다." 

(......) 

국내에서도 실험을 진행했다.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스물 한 살의 서성준 씨(가명)는 한 눈에 보기에도 심각한 고도 비만이다. 몸무게 175킬로그램에 키가 170센티미터이다. 거대한 몸 때문에 심폐 능력도 턱없이 떨어졌다. 윗몸 일으키기도 두 개를 넘기기 힘들고 체력은 금세 바닥난다. 서울대 건강 운동 과학 실험실의 박재영 연구 실장은 서성준 씨의 건강 나이를 체력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산해 보았다. 실제 나이는 스무 살인데 건강 나이가 쉰두 살로 나왔다.(...)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왔을까?  

"거의 가공 식품을 먹었어요. 어릴 때부터 집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했던 터라 주변에 가공식품이 차고 넘쳤습니다. 과자를 달고 살았죠. 물 대신 사이다를 마셔 댔어요. 살이 안찌면 이상한 거겠죠."  

(......) 

식생활 개선 두 달째 몸은 쏟아부은 노력과 정성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몸무게가 20킬로그램가량 급속하게 줄었다.(...) 

4개월 동안 진행된 실험에서 서성준 씨는 최종적으로 55킬로그램의 몸무게를 줄였다. 유전자에도 변화가 있었다. 서 씨가 검사한 유전자도 TNF-알파로 뚱뚱한 사람들에게 염증이 잘 일어나게 하는 유전자이다. 이 유전자에 변화가 있으면 앞으로도 계속 살이 빠진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우리가 후성 유전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유전과 운명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을 감정적으로 만들지만 유전자를 조절할 수 있따는 희망은 비전을 제시한다. 

흥미로운 건 유전자까지 바꾼 서성준 씨의 밥상이다. 극단적이고 금욕적인 식단을 감내하지 않아도 유익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채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우리가 늘 먹는 밥상과 차이가 없다. 그만큼 그의 이전 식생활이 엉뚱했다는 점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딘 오니시 박사는 아시아 인의 밥상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찾은 식단은 근본적으로 아시아적인 식습관입니다. 아시아 인의 전통 음식들은 현대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건강에 좋은 식단입니다. 안타깝게도 아시아 인이 좋은 전통 식습관을 버리고 서구식 식단을 쫓아가다가 서양 사람처럼 죽는 일이 늘어났습니다."(58~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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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3-27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내용,, 요즘 tvn에서 하는 <신의 밥상>이랑 비슷한거 같아요.
식습관이 건강을 좌지우지한다는 점과 점점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서
한국인의 신체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큰 변화가 생기게 되는거요.

잘잘라 2011-03-28 15:27   좋아요 0 | URL
TV는 보구나면 잊혀지지만, 책은 눈 앞에 있으니까 표지만 봐도 계속 생각이 나서 좋은것 같아요. ^ ^

마녀고양이 2011-03-28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핀스님, 제가 어제요...
아침에는 나물밥, 점심에는 들깨수제비, 저녁에는 보쌈을
집에서 엄청나게 푸짐하게 먹고, 몸무게를 쟤보니 1킬로 더 나가던데요....
정말 먹을 때마다, 제 운명을 선택하고 있다는 생각이 팍팍 듭니다. ㅋ

잘잘라 2011-03-28 15:3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람찬 하루를 보내셨구만요, 뭘~ ㅋㅋㅋㅋ

어제 「나는 가수다」 재방 봤거든요. 거기 이소라 나오잖아요. 이소라.. 옛날 모습이 훨씬 훨씬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는..
 
<낯선 땅에 홀리다>, <전50>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낯선 땅에 홀리다 - 문인들이 사랑한 최고의 문학여행
김연수 외 지음 / 마음의숲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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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주스와 커피 한 잔이 그 도시를 사랑하는 조건에 포함될 수 있을까.」(158p.)

물론이죠. ('조건'이라는 말이 좀 그렇긴 하지만요.^^;;) 맛있는 주스와 커피 한 잔이면 도시 아니라 어떤 길, 모퉁이, 시골 마을이라도 사랑할만 합니다. 왜 안그렇겠습니까. 거기 그 주스나 커피를 마시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사는 사람, 공짜로 마시는 사람, 누구에게 사주는 사람... 그 모든 사람이 있을텐데요.



「세계 대문호와 한국 문단을 이끄는 문인 11인의 세기를 넘어선 공감이 시작된다.」(뒷표지)

굳이 내 입으로 밝히기는 그렇지만.. '한국 문단을 이끄는 문인 11인'이라는 이 분들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게 없어서 민망합니다.

'김연수; 몰랐다가 요전에 故최고은 작가때문에 알게됨.'
'김중혁; 전혀 모름.'
'나희덕; 시인이라는 것만 알았음.'
'박성원; 전혀 모름.'
'성석제; 『농담하는 카메라』조금 읽어봄.'
'신이현; 들어는 봤음. 소설가?'
'신현림; 사진찍는 분인줄 알았는데? 작가였군.. '
'정끝별; 이름은 알았으나 책은 역시 안 읽어봤음.'
'정미경; 전혀 모름.'
'함성호; 아! 건축가 출신 시인!'
'함정임; 전혀 모름.'

민망하지만 아무튼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열 한 분 중에 어떤 분의 책을 읽어보고싶어질지 궁금하기두해서요.




「농담으로 시작된 여행이었다. 이런 말을 자주하고 다녔다. 내가 요즘 끝내주는 좀비 소설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걸 쓰려면 전 세계의 묘지를 한번 쭉 훑어봐야 해. 특히, 북유럽 쪽 묘지를 꼭 봐야 해. 묘지를 왜? 하하하, 가서 좀비들 좀 만나고 와야지. 죽었다가 벌떡 되살아난 좀비들 만나서 인터뷰도 좀 하고, 무덤에서 지내기 힘들지는 않은지도 물어보고, 사람 살 뜯어먹을 때는 어떤 기분인지, 또 맛은 괜찮은지도 물어보고. 음, 소설 끝내려면 한참 걸리겠네. 그러게, 끝낼 수나 있을지 몰라.」(52p.)



「스코그스키르코가르덴의 십자가는 북유럽 묘지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스코그스키르코가르덴으로 들어서면 스웨덴의 유명한 건축가 군나르 아스플룬드가 세워 놓은 거대한 십자가가 눈에 들어온다. 십자가는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 입장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 이곳은 십자가의 세계입니다. 여러분들은 전혀 다른 세계의 통로로 들어가는 중입니다. 여기는 산 것과 죽은 것이 한데 더해져 있는 곳입니다.」(69,70p.)





맑고 참된 숨결 나려나려
이제 여기 고웁게 나려
두북두북 쌓이고
철철 넘치소서
삶은 외롭고 서글픈 것
아름답도다
두 눈 맑게 뜨고 가슴 환히 헤치다

이중섭, 〈소의 말〉」(205,206p.)



「늘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세상의 강박'으로부터, 저만치 떨어져 피었다가 지고 있는 붉은 꽃의 순연한 생과 마주쳤다. 오직 옆으로 빠졌을 때에만, 샛길로 빠졌을 때에만 닿을 수 있는 세계가 아닌가. 나는 그 앞을 그냥 지나가지 못했다.」(264p.)




책을 읽기 전에는 별 감흥이 없다가,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불만스러웠던 뒷표지..

「세계 대문호와 한국 문단을 이끄는 문인 11인의 세기를 넘어선 공감」이라고?
그게 뭐?
그게 뭐..
ㅜㅜ

설사 이 말에 과장이 없더라도 별 감흥 없는데,
책을 읽고 났더니 이 말은 뜬구름 잡는 얘기였다는 걸 알게되서
뒤통수 맞은 느낌.


but

「맛있는 주스와 커피 한 잔이 그 도시를 사랑하는 조건에 포함될 수 있을까.」에 "물론이죠"라고 대답했던 나이기에,

'농담으로 시작된 여행'에 빠져들었던 나이기에,

'오후 4시 반만 되면 시간맞춰 비가 오는 도시'가 있다는 말에 신났던 나이기에,

『낯선 땅에 홀리다』를 추천합니다.


『낯선 땅에 홀리다』

제목 참 근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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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3-1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 한 잔에 그 도시를 사랑하는 조건 확실해요^*^
아마 나비님이 청주를 사랑하는 이유는 커피때문일 거예요. ㅎ

제목 참 멋져요^*^
나희덕 시인 좋은 시 참 많아요.

잘잘라 2011-03-19 22:51   좋아요 0 | URL
누구보다,
시를 사랑하는 세실님,
시인을 사랑하는 세실님이 청주에 계시니까요.. ^ ^

sslmo 2011-03-19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러고보면 철퍼덕 주저앉는 걸 좋아하나 봐요.
맛있는 주스와 커피 한 잔 때문에 그 도시를 사랑하는 일 따위는 결코 없고요~
그런 맛을 발견하면 제가 비법을 전수받아 집에서 해볼 궁리를 한답니다.
덕분에 제가 딸기쥬스 아주 맛나게 만들 수 있어요,ㅋ~.
요즘은 캡슐 커피메이커에 필이 꽂혀서...살까말까,,,하루에도 열두번씩 그러고 있습니다여~^^

잘잘라 2011-03-19 22:57   좋아요 0 | URL
오왓~ 딸기쥬스!!!!!!
먹고싶잖아욧! 우째요. 엉엉~
딸기주스 딸기주스, 따알기 주우쓰!!
ㅎㅎ

저는 워낙 봉지커피에 인이 박혀서,
기껏 찾는게 '향이 좋은 수프리모' 커피믹스라지요~
ㅎㅎ

그건 그렇고 프로필사진 정말 지대로네요.
보면볼수록이요~ ^ ^

마녀고양이 2011-03-19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핀스님, 별 몇개예요, 이 책?
포토 리뷰에 실린 사진들이 너무 멋진데다
포핀스님의 포착 기술 및 편집 기술이 너무 멋지단 말이예요.
거의 홀랑 빠지려 하는데................ 아,
뒤통수 맞은 기분이라니, 저둥~

잘잘라 2011-03-19 23:11   좋아요 0 | URL
아~ 그러고보니 포토리뷰는 별을 안 정해도 되는거네요?^^ (우와, 편리~)
그래도 마고님의 특별 지적사항이므로 오늘은 특별히 별을 몇 개 따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음, 우선 『낯선 땅에 홀리다』제목에서 한 개, 장편 소설 『좀비들』을 쓴 김중혁 작가의 '농담으로 시작된 여행'에서 한 개,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쓴 신이현 작가의 '시간 맞춰 비가 내리는 도시'에서 한 개, 265쪽 동백꽃 사진에서 한 개. 합이 네 개였다가요. 뒤통수에서 마이너스 1.

그래서 남은 별이.. 몇 갤까~요? ㅎㅎ

순오기 2011-03-21 09:11   좋아요 0 | URL
별점을 준 근거가 궁금해서 보고 싶어지는...하지만 돈 들이고 뒷통수 맞기는 싫은데요.ㅋㅋ
함성호는 함민복 시인 결혼식 동영상에서 본 거 같고, 함정임은 요절한 소설가 김소진의 부인이었죠. 신이현은 완전 생소한 작가이고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공선옥 작품도 있어요.^^
사진 편집도 예술이고 멋진 포토리뷰라 이달의 당선작이 되지 않을까~ 돗자리 깔아 봅니다.ㅋㅋ

잘잘라 2011-03-21 10:2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이번달 신간평가단 리뷰 도서예요. 실용/취미 분야라서 사진이 많거든요. 이번에 포토리뷰로 처음 써봤는데 생각보다 편리하고 좋아요. ^ ^ 게다가 순오기님 칭찬도 받고..^ ^ 기분 최곱니다요!!

8기 활동하면서 받은 책, 읽고 나서 대부분 이웃에게 선물드렸어요. 이 책은 미리 예약(?)된 분이 계시구요. 음.. 혹시 9기에도 평가단 활동하게되면 그땐 꼭 한번 순오기님께 책 보내드릴께요. 한번 말고 두번 세번, 여러번이라도요. 약속!!!

cyrus 2011-03-20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글 속에서 열거하고 있는 국내 작가들 중에서 한 작품이라도 읽어봤다거나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네요,, ^^;; 붉은 꽃이 있는 정원 같은 곳,, 어딘가요? 저런 곳에 한 번 가보고 싶네요 ^^

잘잘라 2011-03-21 10:17   좋아요 0 | URL
통영이래요. 동백꽃 피는 4월 통영..
사진 제목은 '오솔길, 세 그루의 소나무와 동백꽃' 이구요. ^ ^
 
이 회사에서 나만 제정신이야? - 회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비상식적인 일에 대처하는 86가지 대처법
앨버트 번스타인 지음, 전미옥 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풋- 웃긴 제목에 펼쳤다가 순식간에 읽어버림. 스트레스 해소, 호박씨 대용으로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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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쟁이 2011-03-14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그냥 가슴에 와서 팍 꽃히는군요.

잘잘라 2011-03-14 16:38   좋아요 0 | URL
해법도 쓸만합니다. 짧아서 아쉽지만,,, ^ ^
 
일류병원으로 간다 - 병원혁신 프로젝트
(주)피플퀘스트 지음 / 한언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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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되면 좋겠는데.. 쩝. 받아보고 40자평 다시 올리겠습니다. 일단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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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회계와 세무실무
박두진 지음 / 코페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공인회계사이자 병원 회계 실무자가 쓴 가장 최근 책이라 믿고 구입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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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4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14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