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인물 묘사가 입체적이고 생생한 편이다. 성격이 대범하고, 거침 없이 할 말 다 하되 생각이 깊고 정도 많은 여성이 나온다.


지요코가 갖고 있는 선악과 시비의 분별은 학문이나 경험으로부터 거의 독립해 있다. 그저 상대를 향해 직감적으로 타오를 뿐이다. 그러므로 상대는 경우에 따라 벼락을 맞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지요코의 반응이 강하고 격렬한 것은 가슴속에서 순수한 덩어리가 한꺼번에 다량으로 튀어나온다는 의미지, 가시나 독이나 부식제 같은 것을 내뿜거나 끼얹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설사 아무리 격하게 화를 낼 때도 나는 지요코가 내 마음을 깨끗이 씻어준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경우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있었다는 것이 그 증거다. 드물게는 고상한 사람을 만났다는 느낌마저 들었을 정도다. 나는 세상 앞에 홀로 서서 지요코야말로 모든 여자 중에서 가장 여성스러운 여자라고 변호해주고 싶을 정도다.
- P243

내가 만약 지요코를 아내로 맞이한다면 아내의 눈에서 나오는 강렬한 빛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 빛이 꼭 분노를 드러내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인정의 빛도, 사랑의 빛도, 혹은 깊은 사모의 빛도 마찬가지다. 나는 분명 그 빛 때문에 꼼짝하지 못할 게 뻔하다.
- P244

만약 순수한 지요코의 영향이 나의 어딘가에 나타난다고 한다면 그것은 아무리 설명해도 그녀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데서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발현될 뿐일 것이다. 만일 지요코의 눈에 들어와도 그녀는 그것을 포마드를 발라 굳힌 내 머리나 순백색 비단 버선으로 감싼 내 발보다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 P245

나는 또 감정이라는 자신의 무게로 인해 넘어질 것 같은 지요코를, 운명의 아이러니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인이라며 깊이 동정한다. 아니, 때에 따라서는 지요코 때문에 전율한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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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1963) http://cine21.com/movie/info/?movie_id=1186 대프니 듀 모리에의 단편 '새'가 원작인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새'에는 왜 새가 인간을 습격하는지 이유는 없다. 원작소설도 그렇다고 한다. 레이첼 카슨이 쓴 고전 '침묵의 봄' - 표지의 쓰러진 새 한 마리! - 을 읽는 중인데 인간이 뿌린 살충제 때문에 새가 겪은 고난을 보니 새가 인간에게 복수한 것 같다.





살충제가 뿌려지고 며칠 뒤 비가 내렸는데, 웅덩이에 고인 빗물을 마시거나 그 물로 목욕을 한 새들은 심각한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

살아남은 새들은 새끼를 낳지 못했다. 살충제가 뿌려진 지역에서 둥지가 몇 개 발견되었고 그 안에 새알이 몇 개 들어 있었지만 부화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근육 조절이 안 되어 날거나 설 수 없음에도 새들은 옆으로 드러누워 계속 날갯짓을 해댔다. 발톱을 오그리고 부리는 반쯤 벌린 채 힘들게 숨을 쉬고 있었다."

놀랍게도 땅에서 먹이를 구하는 새 중 20종 이상이 대량으로 죽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들의 먹이는 지렁이 개미 애벌레 등 토양생물인데, 이들 모두가 살충제에 중독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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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4-18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은지 꽤 지났지만, ˝새˝에 포커스 맞춰 <침묵의 봄> 다시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페이퍼입니다.
환경오염하면 먼저 시각적, 후각적 자극이 떠오르는데 레이첼 카슨은 그러고보니 ‘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했네요..^^

서곡 2022-04-18 20:50   좋아요 0 | URL
네 이 책 8장이 ‘새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고‘ 인데 한 챕터를 새에 할애할 만큼 새 문제가 심각하고 또 새에게 애정이 있었나 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Namacha님의 이미지


[네이버 지식백과]Strange Fruit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팝송 1001, 2013. 1. 10., 로버트 다이머리, 토니 비스콘티, 이문희)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400187&cid=51292&categoryId=51292


Strange Fruit | 노래 가사 https://www.lyrics.co.kr/?p=725426#gsc.tab=0




빌리 홀리데이의 잘 알려진 노래 <이상한 과일 strange fruit>에서 ‘포플러에 매달린 이상한 과일’은 미국 남부에서 린치를 당한 흑인 희생자들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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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게도 올해는 416 다음 날인 오늘 17일에 부활절이 왔다. 숙연해진다. 기독교도는 아니나 '부활'이란 단어에 감격한다. 부활의 봄, 봄의 부활을 염원하며 톨스토이의 '부활' 시작을 읽는다.

사진: Unsplashfreestocks






수십만 명의 인간들이 넓지도 않은 땅덩어리에 빽빽이 모여 살면서 그 땅을 황무지로 만들고, 생명체라고는 그 어떤 것도 자라지 못하도록 돌더미로 뒤덮고, 돌더미 사이로 풀이 비집고 나오면 닥치는 대로 뽑아버리고, 석탄과 석유를 마구 태우고, 나무를 베어내어 금수들이 떠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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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잔인한 달, 김민기의 '두리번거린다'를 추모의 노래로 듣는다.


https://www.melon.com/song/detail.htm?songId=54519&ref=W10600

Red April, 1970 - Sam Gilliam - WikiAr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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